[시승기] 쌍용, G4 렉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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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이었다. 대한민국 1%에서 대한민국 대표 사골 모델로 이미지가 추락했던 렉스턴. 드디어 2세대 모델로 변경됐다. 2001년 처음 출시됐으니 무려 16년 만의 변화다. 그동안 쌍용자동차는 이런저런 많은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티볼리 덕분에 분위기가 좋다. 소형 SUV 시장을 평정한 쌍용차가 이번엔 G4 렉스턴으로 대형 SUV 시장까지 평정할 수 있을까?
초기 판매량은 성공적이다.
아직 출시되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차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것을 감안해도 경쟁 모델 대비 압도적인 판매량이다. 국내 시장에 대형 SUV 수요가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다. 반대로 말하면 그동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대형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G4 렉스턴의 G4는 4가지 혁명이라는 뜻의 Great 4 Revolution의 약자라고 한다. 각각 스타일 혁명, 하이-테크 혁명, 안전 혁명, 드라이빙 혁명을 뜻한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자. 신형 렉스턴의 디자인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영감만 얻었나 보다. 우리 팀 중 누구도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리지 못했다. 크고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두면 될 듯싶다.
전면부는 티볼리에서 시작된 그릴 디자인을 기초로 한다. 범퍼의 디자인도 대담하다. 부리부리한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 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이 통합된 램프가 추가됐다.
측면부를 바라본다. 상당히 큰 덩치감이 와 닿는다. 캐릭터 라인을 곳곳에 적용해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휠은 무려 20인치가 사용된다. 국산 SUV 중 가장 큰 크기다. 휠이 너무 커 차체가 높아 보일 정도다. 쌍용차는 황금비율을 적용해 시각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한다.
후면부는 유선형의 리어램프를 통해 세련된 이미지를 갖도록 했다. 전동식 리프트 게이트도 갖췄다. 다만 범퍼의 금속 장식 위치가 차량을 높아 보이게 만든다. 시각적으로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신모델답게 풍동실험도 진행했다고 한다. 시험은 이탈리아 피닌파리나에서 풍동실험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G4 렉스턴은 대형 SUV답게 정말 큰 덩치를 갖는다.
의외인 것은 길이가 가장 짧다는 것. 하지만 폭은 가장 넓으며, 높이도 가장 높다. 휠베이스는 모하비와 맥스크루즈 중간. 높이와 폭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실내로 들어서기 위해 도어를 열자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나온다. 단순히 사이드 스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조명까지 갖춰졌다. 팀원들 모두 “오!”하며 감탄한다. 레인지로버 정도에서만 봤던 사양인데 이제 국산차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하지만 100만원의 가격을 옵션으로 지불해야 한다. 하위 트림에서 135만원을 내야 한다. 요즘 현대 기아차에서도 하지 않는 이른바 ‘옵션질’이다. 하위 트림의 선택은 경제성을 위한 것인데 그와 같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는 것이 좋게 비춰지지 않는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잘 살렸다. 적어도 과거의 쌍용차와는 다른 모습이다. 투톤 컬러와 다이아몬드 박음질 등의 장식이 눈에 띈다. 우드 트림과 금속, 가죽 등의 질감도 좋다. 특히 과거 너무 저렴했던 버튼 조작감은 많은 개선됐다.
메뉴 인터페이스도 개선됐다. 이제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대부분의 정보 확인은 물론 크루즈 컨트롤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티볼리까지만 해도 트립 컴퓨터 조작을 위해 손을 센터페시아까지 뻗어야 했다. 코란도나 체어맨W에는 엉성하게 수동모드로 기어 조작을 할 때 쓰는 버튼이 있었다. 스티어링 휠 인터페이스는 현대기아차를 떠올리게 한다.
계기판에는 7인치 모니터가, 센터페시아에는 9.2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계기판 모니터에는 취향에 따라 속도를 다르게 표시해주는 기능은 물론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능도 넣었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메뉴 구성이 현대 기아차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내비게이션이 상당히 흡사하다. 티볼리 이후 현대 기아차를 많이 모방하는 듯하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췄다. 카메라의 화질은 준수한 편. 하지만 차량이 너무 커서인지 화면상으로 각 모서리 부분이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반면 카메라 각도를 달리해서 볼 수 있는 기능이 좋다.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매우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좋은 음질을 들려준다.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은 고음 재생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3명까지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를 비롯해 통풍과 열선 시트 등의 구성도 좋다. 반면 변속 레버는 아직도 어색한 조작법을 고수한다. 변속 레버의 토글을 조작하는 것인데 쉐보레 아베오 등이 이런 식으로 조작한다. 단가 측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방식이다. 그래도 벤츠에서 가져왔다고 자랑하는 변속기인데 뭔가 다른 모습이 좋지 않았을까?
뒷좌석은 넓다. 공간적으로 부족하지 않고 돌출 부위도 최소화시킨 모습이다. 등받이 각도 조절도 가능하며, 폴딩은 물론 시트를 들어 올릴 수도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쌍용차에 따르면 2열 탑승객을 태우고 4개의 골프백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수납함을 다양하게 활용해 적재공간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G4 렉스턴에는 대형 SUV 최초로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이 탑재된다. 이외에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도 마련했다. 이 정도 모델이라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정도가 있었으면 하는데 아직 개발이 덜 됐었기 때문인지 적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 내용이 논란에 쌓였다. 하위 모델인 럭셔리와 프라임 모델에는 후륜에 리지드 서스펜션이, 마제스티와 헤리티지 모델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사용한다. 이러한 논란이 거세지자 현재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하위 모델에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꿨다. 가격은 70만원. 트림에 따라 서스펜션 구조를 바꿔 장착한 것은 세계 최초가 아닐까 싶다.
공차중량이 2톤을 넘는 차량에 2.2리터 디젤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대형 SUV라면 그에 걸맞은 여유로운 힘이 필수다. 잘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위해서다. 여기에 연비는 3.0리터 엔진을 사용하는 모하비보다 떨어진다.
하체 마감도 구설수에 오를 듯싶다. 전선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케이블 타이를 자르지 않고 마감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전선 위에 커버를 한번 더 입힌다. G4 렉스턴의 경우 커버를 입혔지만 꼼꼼함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로 하체에 케이블 타이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많은 브랜드들이 하체를 마감할 때 사용하는 매우 보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재질도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산업용으로 특수 제작된 것이기에 걱정할 필요 또한 없다. 다만 G4 렉스턴은 끝부분을 자르지도 않고 그냥 넘어가 작업의 꼼꼼함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새로운 G4 렉스턴과 주행에 나선다. 문을 열고 전동식 사이드 스텝을 밟고 실내로 들어선다. 사이드 스텝을 밟지 않는다면 성인 남성도 쉽게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
시트에 앉으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승용차 중에 이처럼 높은 시야를 가진 모델이 레인지로버 이외에 또 있었나 싶다.
지나가던 쏘렌토와 카니발이 귀엽게 느껴진다. 대형 SUV에 속하는 포드 익스플로러가 지나간다. 만만하다. 신호대기 중 운 좋게 옆 차선에 레인지로버가 멈췄다. 렉스턴 쪽이 더 높았다?!
2m에 가까운 폭 덕분에 차선에 꽉 낀 상태로 주행해야 한다. 특히 골목길을 지나갈 때 부담스럽다. 주차도 쉽지 않다. G4 렉스턴은 복잡한 도시보다 한적한 외곽지역에 더 어울릴 듯하다.
시동을 걸면 생각보다 정숙한 엔진음이 실내로 스며든다. 미약하게 겔겔거리는 사운드 정도만 느껴질 뿐이다. 진동도 의외로 잘 잡아낸다. 아이들 수치를 측정해본 결과 37 dBA로 나타났다. 디젤 모델로는 정숙성이 좋다고 평가받았던 아우디 Q7이 41 dBA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시속 80km/h의 속도로 주행할 때 측정된 소음이 58 dBA 수준. Q7의 56.5 dBA에 미치지 못하지만 대형급 세단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정숙성이었다. 쌍용차가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G4 렉스턴은 SUV의 성격에 맞춰 온로드와 오프로드 환경에서 테스트했다. 온로드 주행감각은 프레임 바디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무래도 헐거운 느낌이 크다. 먼저 노면으로부터 발생하는 충격이 잔진동으로 형태로 꾸준히 전해진다. 쌍용차에서는 프레임 강성을 높였다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많은 조작을 요구한다. 같은 코너를 돌아도 G4 렉스턴을 운전할 때 더 많은 스티어링 휠의 회전이 이뤄진다. 오프로드를 위한 설정이긴 한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도심이나 고속도로만 달리기 때문에 좀 더 온로드에 맞는 셋업을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대형 SUV인 만큼 가속할 때 무게감이 느껴진다. 달리 말하면 더딘 가속력이다. 엔진은 4기통 2.2리터 디젤 사양. 187마력과 42.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기존 벤츠의 2.2리터 디젤엔진과 비교하면 출력과 토크가 소폭 높어졌지만 대형 SUV에게는 부족한 힘이다. 3.0리터 디젤엔진을 만들기 힘들다면 2.2리터 트윈터보 사양을 통해 보다 넉넉한 출력과 토크를 확보하길 희망해본다.
변속기는 벤츠에서 공급받은 7단 사양이다. 과거 티볼리가 아이신의 6단 변속기를 적용했을 때 셋업의 미흡함에 놀란 바 있다. 물론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여유로운 감각을 전달한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차량 성격상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반면 수동모드에서 자동 시프트 업을 하는 패턴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이 개선되면 좋겠다.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함께 G4 렉스턴의 가속 성능을 확인해봤다. G4 렉스턴은 파트타임 4륜 방식을 사용한다. 때문에 2륜과 4륜 모드의 가속성능을 각각 측정했다.
결과는 2륜이 11.49초, 4륜이 11.39초로 나타났다. 초반 출발에서 유리한 4륜 쪽이 더 빠른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0.1초의 차이다. 또한 후반으로 갈수록 후륜구동의 가속력이 더 빨라진다. 또한 4륜 모드로는 빠른 주행에 제한이 따른다. 결국 미끄러운 노면을 위한 임시적인 주행모드로 보는 것이 좋겠다.
G4 렉스턴의 파트타임 4륜 시스템은 변속 레버 뒤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려 설정한다. 주행 환경에 따라 후륜, 4륜 고속, 4륜 저속 모드에서 선택하면 된다. 후륜과 4륜 고속 모드는 주행 중에도 선택이 가능하지만 험로 주행을 위한 4륜 저속 모드는 차를 정지시킨 후 설정해야 한다. 사용을 위해서는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고 4륜 저속 모드로 다이얼을 돌리면 된다. 로우기어 체결을 위함이다.
지상고도 높고 로우기어까지 갖춘 4륜 장치 덕분에 어지간한 오프로드 정도는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디퍼렌셜 락 기능이 없어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G4 렉스턴의 제동성능을 확인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1.5m. 이수치 자체가 큰 아쉬움을 만들지는 않는다. 참고로 쉐보레 캡티바도 41m대는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제동 테스트를 계속 진행할 때마다 매회 1m씩 제동거리가 늘어났다. 다인승차와 중량물의 화물을 함께 나르는 경우가 많은 SUV에게는 아쉬움이 되는 대목이다. 큰 휠과 타이어도 제동계통에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급제동시 차량의 움직임도 불안했다. 타이어도 차량을 안정적으로 붙잡지 못하고 미끄러지는데 급급했다. 제동 부분은 전체적인 개선을 생각해야 할 듯 싶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 제품으로 255mm의 너비를 갖는다. 정숙성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인치라는 휠의 크기와 255mm에 이르는 사이즈는 차후 타이어 교체 때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여기에 255mm의 너비에 어울리지 않는 성능이 발목을 잡는다. 때문에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사용을 추천하고 싶다. 20인치는 그냥 멋일 뿐 너무나 잃는 것이 많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가벼운 편.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성격이다. 여기에 브레이크 페달 역시 가볍다. 하지만 조금 지나치게 가벼운 성향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묵직함을 가미하면 좋겠다. 대형 SUV에 맞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차량의 무게가 2.2톤에 근접하고 무게중심도 높은 만큼 코너에서 바디롤이 커진다. 서스펜션이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는 느낌이다. 이 역시 오프로드 성능 강화를 위해 휠 트래블을 높이는 서스펜션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온로드 승차감에서 불리함을 갖게 된다.
코너에서 차량이 출렁거리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자세제어장치는 전복 방지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코너에서 차량의 움직임이 급격히 커지면 인위적으로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해준다. 하지만 이 과정이 조금 갑작스럽게 이뤄진다. 아마도 처음 경험하는 소비자들이 놀랄 가능성도 크다. 전복 방지도 좋지만 조금 더 고급스러운 제어를 했으면 한다. 지금의 제어 능력은 10년 전 SUV에서나 보던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듯 온로드에서의 주행감각은 그리 좋지 못하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양보한 모습이다. 노면 상황을 세세하게 느낄 정도로 지속적인 진동이 전달되는데 스티어링 휠을 쥔 손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SUV는 많은 짐을 싣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구입하는데 이러한 승차감 저하는 큰 약점이 될 듯싶다.
물론 이러한 차량의 성격을 프레임 바디 특성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 모노코크 바디와 프레임 바디는 각기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프레임 바디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장단점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먼저 모노코크 바디는 가볍고 공간을 넓게 만들 수 있으며, 외부의 비틀리는 힘에 잘 견딘다. 프레임 바디는 한가지 차대로 SUV나 미니밴, 픽업트럭까지 다양한 파생모델을 만들기 쉽다는 장점을 갖는다.
제조사는 모노코크 바디건 프레임 바디건 모두 견고하다고 광고하기 바쁘다. 여기서 견고하다는 표현은 서로 다르다. 모노코크 바디는 비틀리는 힘이 좋아 견고하다고 한다. 반면 프레임 바디는 하중 지지력이 높아 견고하다 표현한다. 하중 지지력은 한 지점이 눌리거나 당겨질 때의 힘을 뜻한다. 때문에 무거운 짐을 싣거나 트레일러를 연결할 때는 프레임 바디 방식이 유리하다.
모노코크 바디는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이 차체로 전달되지만 프레임 바디는 프레임 자체에서 충격을 소멸시켜 상대적으로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이나 충격량이 적다. 오프로드에서 승차감이 좋아지는 부분이다.
반면 모노코크 바디의 최대 약점은 하중 지지력이다. 중량물을 싣거나 견인을 하기에는 차체가 받는 스트레스가 커진다. 또 차체가 찌그러지면 사실상 운전이 불가능하다.
프레임 바디의 약점은 무겁고 실내도 좁아지며 비틀림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입체적인 구조가 아닌 평면적인 구조 특성 때문이다. 특히 비틀림에 약하다는 부분은 아무래도 차체가 헐거운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에 오프로드가 아닌 온로드 환경에서 감각적으로 불리하다. G4 렉스턴 역시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G4 렉스턴의 연비는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약 14km/L, 80km/h 정속주행시 약 15~16km/L를 보였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에서는 7km/L를 보였다. 차량의 무게와 20인치 휠 타이어 조합을 생각하면 보편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며 보여준 G4 렉스턴의 평균 연비는 9.5km/L 정도다. 그래도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가속페달을 많이 밟아도 연비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우리 팀의 주행 성격을 생각하면 복합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지도 않았다.
전반적으로 G4 렉스턴은 꽤 좋은 모습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줬다. 먼저 구성적인 부분은 국내 대형 SUV 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역시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 이외에 주행 부분에서는 여전히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고급 SUV를 표방함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하부의 조립 완성도 역시 그렇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이 아쉽다. 테스트 모델은 최상위 트림에 썬루프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추가해 무려 4,754만원의 가격을 갖는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면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가 가시권이다. 물론 시작가격은 합리성을 보여주고 있고 기본 탑재장비도 많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격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형급 SUV에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심장이 아쉬움을 키운다.
팀의 리더인 김기태 PD는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쌍용이니까”라며 점수 책정을 망설이는 눈치였다. 반면 다른 기자들은 언제까지 쌍용을 안쓰러워해야 하냐며 점수표를 적어 나갔다.
쌍용차에게 쓴소리는 필요하다. ‘힘든 거 아니까’, ‘쌍용이니까’라는 것으로 언제까지 봐줘야 할까? 티볼리는 미완성으로도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 시장이기에 가능했다. 북미 또는 유럽이었다면 아마도 출시 이후 공장문을 닫았을 것.
사실 티볼리 이전에도 코란도 스포츠와 같은 모델은 꾸준하게 월 2천대 이상의 판매량을 거머 줬다. 마힌드라 그룹의 든든한 지원도 약속받았다. 소비자들도 차기 렉스턴을 오랜 시간 기다려줬다. 하지만 G4 렉스턴의 발전은 제한적이었다. 쌍용차는 확실한 도약을 해야 한다. 이제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초기 판매량은 성공적이다.
아직 출시되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차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것을 감안해도 경쟁 모델 대비 압도적인 판매량이다. 국내 시장에 대형 SUV 수요가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다. 반대로 말하면 그동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대형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G4 렉스턴의 G4는 4가지 혁명이라는 뜻의 Great 4 Revolution의 약자라고 한다. 각각 스타일 혁명, 하이-테크 혁명, 안전 혁명, 드라이빙 혁명을 뜻한다.
먼저 디자인을 살펴보자. 신형 렉스턴의 디자인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영감만 얻었나 보다. 우리 팀 중 누구도 파르테논 신전을 떠올리지 못했다. 크고 웅장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두면 될 듯싶다.
전면부는 티볼리에서 시작된 그릴 디자인을 기초로 한다. 범퍼의 디자인도 대담하다. 부리부리한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 주행등과 방향지시등이 통합된 램프가 추가됐다.
측면부를 바라본다. 상당히 큰 덩치감이 와 닿는다. 캐릭터 라인을 곳곳에 적용해 심심해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다. 휠은 무려 20인치가 사용된다. 국산 SUV 중 가장 큰 크기다. 휠이 너무 커 차체가 높아 보일 정도다. 쌍용차는 황금비율을 적용해 시각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한다.
후면부는 유선형의 리어램프를 통해 세련된 이미지를 갖도록 했다. 전동식 리프트 게이트도 갖췄다. 다만 범퍼의 금속 장식 위치가 차량을 높아 보이게 만든다. 시각적으로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신모델답게 풍동실험도 진행했다고 한다. 시험은 이탈리아 피닌파리나에서 풍동실험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G4 렉스턴은 대형 SUV답게 정말 큰 덩치를 갖는다.
의외인 것은 길이가 가장 짧다는 것. 하지만 폭은 가장 넓으며, 높이도 가장 높다. 휠베이스는 모하비와 맥스크루즈 중간. 높이와 폭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실내로 들어서기 위해 도어를 열자 전동식 사이드 스텝이 나온다. 단순히 사이드 스텝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은은한 조명까지 갖춰졌다. 팀원들 모두 “오!”하며 감탄한다. 레인지로버 정도에서만 봤던 사양인데 이제 국산차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하지만 100만원의 가격을 옵션으로 지불해야 한다. 하위 트림에서 135만원을 내야 한다. 요즘 현대 기아차에서도 하지 않는 이른바 ‘옵션질’이다. 하위 트림의 선택은 경제성을 위한 것인데 그와 같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한다는 것이 좋게 비춰지지 않는다.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잘 살렸다. 적어도 과거의 쌍용차와는 다른 모습이다. 투톤 컬러와 다이아몬드 박음질 등의 장식이 눈에 띈다. 우드 트림과 금속, 가죽 등의 질감도 좋다. 특히 과거 너무 저렴했던 버튼 조작감은 많은 개선됐다.
메뉴 인터페이스도 개선됐다. 이제 스티어링 휠의 버튼으로 대부분의 정보 확인은 물론 크루즈 컨트롤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참고로 티볼리까지만 해도 트립 컴퓨터 조작을 위해 손을 센터페시아까지 뻗어야 했다. 코란도나 체어맨W에는 엉성하게 수동모드로 기어 조작을 할 때 쓰는 버튼이 있었다. 스티어링 휠 인터페이스는 현대기아차를 떠올리게 한다.
계기판에는 7인치 모니터가, 센터페시아에는 9.2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다. 계기판 모니터에는 취향에 따라 속도를 다르게 표시해주는 기능은 물론 다양한 애니메이션 기능도 넣었다.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메뉴 구성이 현대 기아차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내비게이션이 상당히 흡사하다. 티볼리 이후 현대 기아차를 많이 모방하는 듯하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췄다. 카메라의 화질은 준수한 편. 하지만 차량이 너무 커서인지 화면상으로 각 모서리 부분이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다. 반면 카메라 각도를 달리해서 볼 수 있는 기능이 좋다.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도 갖췄다. 매우 뛰어나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무난하게 좋은 음질을 들려준다.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은 고음 재생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3명까지 저장할 수 있는 메모리를 비롯해 통풍과 열선 시트 등의 구성도 좋다. 반면 변속 레버는 아직도 어색한 조작법을 고수한다. 변속 레버의 토글을 조작하는 것인데 쉐보레 아베오 등이 이런 식으로 조작한다. 단가 측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방식이다. 그래도 벤츠에서 가져왔다고 자랑하는 변속기인데 뭔가 다른 모습이 좋지 않았을까?
뒷좌석은 넓다. 공간적으로 부족하지 않고 돌출 부위도 최소화시킨 모습이다. 등받이 각도 조절도 가능하며, 폴딩은 물론 시트를 들어 올릴 수도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쌍용차에 따르면 2열 탑승객을 태우고 4개의 골프백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또, 수납함을 다양하게 활용해 적재공간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G4 렉스턴에는 대형 SUV 최초로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이 탑재된다. 이외에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도 마련했다. 이 정도 모델이라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정도가 있었으면 하는데 아직 개발이 덜 됐었기 때문인지 적용되지 않았다.
그리고 일부 내용이 논란에 쌓였다. 하위 모델인 럭셔리와 프라임 모델에는 후륜에 리지드 서스펜션이, 마제스티와 헤리티지 모델은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사용한다. 이러한 논란이 거세지자 현재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하위 모델에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꿨다. 가격은 70만원. 트림에 따라 서스펜션 구조를 바꿔 장착한 것은 세계 최초가 아닐까 싶다.
공차중량이 2톤을 넘는 차량에 2.2리터 디젤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대형 SUV라면 그에 걸맞은 여유로운 힘이 필수다. 잘 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위해서다. 여기에 연비는 3.0리터 엔진을 사용하는 모하비보다 떨어진다.
하체 마감도 구설수에 오를 듯싶다. 전선이 그대로 노출되거나 케이블 타이를 자르지 않고 마감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전선 위에 커버를 한번 더 입힌다. G4 렉스턴의 경우 커버를 입혔지만 꼼꼼함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고로 하체에 케이블 타이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많은 브랜드들이 하체를 마감할 때 사용하는 매우 보편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재질도 일반 플라스틱이 아닌 산업용으로 특수 제작된 것이기에 걱정할 필요 또한 없다. 다만 G4 렉스턴은 끝부분을 자르지도 않고 그냥 넘어가 작업의 꼼꼼함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새로운 G4 렉스턴과 주행에 나선다. 문을 열고 전동식 사이드 스텝을 밟고 실내로 들어선다. 사이드 스텝을 밟지 않는다면 성인 남성도 쉽게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
시트에 앉으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승용차 중에 이처럼 높은 시야를 가진 모델이 레인지로버 이외에 또 있었나 싶다.
지나가던 쏘렌토와 카니발이 귀엽게 느껴진다. 대형 SUV에 속하는 포드 익스플로러가 지나간다. 만만하다. 신호대기 중 운 좋게 옆 차선에 레인지로버가 멈췄다. 렉스턴 쪽이 더 높았다?!
2m에 가까운 폭 덕분에 차선에 꽉 낀 상태로 주행해야 한다. 특히 골목길을 지나갈 때 부담스럽다. 주차도 쉽지 않다. G4 렉스턴은 복잡한 도시보다 한적한 외곽지역에 더 어울릴 듯하다.
시동을 걸면 생각보다 정숙한 엔진음이 실내로 스며든다. 미약하게 겔겔거리는 사운드 정도만 느껴질 뿐이다. 진동도 의외로 잘 잡아낸다. 아이들 수치를 측정해본 결과 37 dBA로 나타났다. 디젤 모델로는 정숙성이 좋다고 평가받았던 아우디 Q7이 41 dBA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시속 80km/h의 속도로 주행할 때 측정된 소음이 58 dBA 수준. Q7의 56.5 dBA에 미치지 못하지만 대형급 세단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정숙성이었다. 쌍용차가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G4 렉스턴은 SUV의 성격에 맞춰 온로드와 오프로드 환경에서 테스트했다. 온로드 주행감각은 프레임 바디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아무래도 헐거운 느낌이 크다. 먼저 노면으로부터 발생하는 충격이 잔진동으로 형태로 꾸준히 전해진다. 쌍용차에서는 프레임 강성을 높였다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스티어링 시스템도 많은 조작을 요구한다. 같은 코너를 돌아도 G4 렉스턴을 운전할 때 더 많은 스티어링 휠의 회전이 이뤄진다. 오프로드를 위한 설정이긴 한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도심이나 고속도로만 달리기 때문에 좀 더 온로드에 맞는 셋업을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대형 SUV인 만큼 가속할 때 무게감이 느껴진다. 달리 말하면 더딘 가속력이다. 엔진은 4기통 2.2리터 디젤 사양. 187마력과 42.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기존 벤츠의 2.2리터 디젤엔진과 비교하면 출력과 토크가 소폭 높어졌지만 대형 SUV에게는 부족한 힘이다. 3.0리터 디젤엔진을 만들기 힘들다면 2.2리터 트윈터보 사양을 통해 보다 넉넉한 출력과 토크를 확보하길 희망해본다.
변속기는 벤츠에서 공급받은 7단 사양이다. 과거 티볼리가 아이신의 6단 변속기를 적용했을 때 셋업의 미흡함에 놀란 바 있다. 물론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여유로운 감각을 전달한다. 변속기의 반응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차량 성격상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반면 수동모드에서 자동 시프트 업을 하는 패턴이 들쑥날쑥하다는 점이 개선되면 좋겠다.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함께 G4 렉스턴의 가속 성능을 확인해봤다. G4 렉스턴은 파트타임 4륜 방식을 사용한다. 때문에 2륜과 4륜 모드의 가속성능을 각각 측정했다.
결과는 2륜이 11.49초, 4륜이 11.39초로 나타났다. 초반 출발에서 유리한 4륜 쪽이 더 빠른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0.1초의 차이다. 또한 후반으로 갈수록 후륜구동의 가속력이 더 빨라진다. 또한 4륜 모드로는 빠른 주행에 제한이 따른다. 결국 미끄러운 노면을 위한 임시적인 주행모드로 보는 것이 좋겠다.
G4 렉스턴의 파트타임 4륜 시스템은 변속 레버 뒤에 위치한 다이얼을 돌려 설정한다. 주행 환경에 따라 후륜, 4륜 고속, 4륜 저속 모드에서 선택하면 된다. 후륜과 4륜 고속 모드는 주행 중에도 선택이 가능하지만 험로 주행을 위한 4륜 저속 모드는 차를 정지시킨 후 설정해야 한다. 사용을 위해서는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고 4륜 저속 모드로 다이얼을 돌리면 된다. 로우기어 체결을 위함이다.
지상고도 높고 로우기어까지 갖춘 4륜 장치 덕분에 어지간한 오프로드 정도는 무리 없이 주행할 수 있다. 하지만 디퍼렌셜 락 기능이 없어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G4 렉스턴의 제동성능을 확인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1.5m. 이수치 자체가 큰 아쉬움을 만들지는 않는다. 참고로 쉐보레 캡티바도 41m대는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제동 테스트를 계속 진행할 때마다 매회 1m씩 제동거리가 늘어났다. 다인승차와 중량물의 화물을 함께 나르는 경우가 많은 SUV에게는 아쉬움이 되는 대목이다. 큰 휠과 타이어도 제동계통에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급제동시 차량의 움직임도 불안했다. 타이어도 차량을 안정적으로 붙잡지 못하고 미끄러지는데 급급했다. 제동 부분은 전체적인 개선을 생각해야 할 듯 싶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다이나프로 HP2 제품으로 255mm의 너비를 갖는다. 정숙성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인치라는 휠의 크기와 255mm에 이르는 사이즈는 차후 타이어 교체 때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여기에 255mm의 너비에 어울리지 않는 성능이 발목을 잡는다. 때문에 18인치 휠과 타이어를 사용을 추천하고 싶다. 20인치는 그냥 멋일 뿐 너무나 잃는 것이 많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은 가벼운 편.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성격이다. 여기에 브레이크 페달 역시 가볍다. 하지만 조금 지나치게 가벼운 성향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묵직함을 가미하면 좋겠다. 대형 SUV에 맞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찾아내기 위함이다.
차량의 무게가 2.2톤에 근접하고 무게중심도 높은 만큼 코너에서 바디롤이 커진다. 서스펜션이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는 느낌이다. 이 역시 오프로드 성능 강화를 위해 휠 트래블을 높이는 서스펜션 성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온로드 승차감에서 불리함을 갖게 된다.
코너에서 차량이 출렁거리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자세제어장치는 전복 방지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코너에서 차량의 움직임이 급격히 커지면 인위적으로 속도를 줄여 사고를 방지해준다. 하지만 이 과정이 조금 갑작스럽게 이뤄진다. 아마도 처음 경험하는 소비자들이 놀랄 가능성도 크다. 전복 방지도 좋지만 조금 더 고급스러운 제어를 했으면 한다. 지금의 제어 능력은 10년 전 SUV에서나 보던 모습이다.
앞서 언급했듯 온로드에서의 주행감각은 그리 좋지 못하다. 오프로드 주행을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양보한 모습이다. 노면 상황을 세세하게 느낄 정도로 지속적인 진동이 전달되는데 스티어링 휠을 쥔 손이 부담스러울 정도다. SUV는 많은 짐을 싣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구입하는데 이러한 승차감 저하는 큰 약점이 될 듯싶다.
물론 이러한 차량의 성격을 프레임 바디 특성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 모노코크 바디와 프레임 바디는 각기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갖는다. 프레임 바디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장단점을 알아 두는 것이 좋다.
먼저 모노코크 바디는 가볍고 공간을 넓게 만들 수 있으며, 외부의 비틀리는 힘에 잘 견딘다. 프레임 바디는 한가지 차대로 SUV나 미니밴, 픽업트럭까지 다양한 파생모델을 만들기 쉽다는 장점을 갖는다.
제조사는 모노코크 바디건 프레임 바디건 모두 견고하다고 광고하기 바쁘다. 여기서 견고하다는 표현은 서로 다르다. 모노코크 바디는 비틀리는 힘이 좋아 견고하다고 한다. 반면 프레임 바디는 하중 지지력이 높아 견고하다 표현한다. 하중 지지력은 한 지점이 눌리거나 당겨질 때의 힘을 뜻한다. 때문에 무거운 짐을 싣거나 트레일러를 연결할 때는 프레임 바디 방식이 유리하다.
모노코크 바디는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이 차체로 전달되지만 프레임 바디는 프레임 자체에서 충격을 소멸시켜 상대적으로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이나 충격량이 적다. 오프로드에서 승차감이 좋아지는 부분이다.
반면 모노코크 바디의 최대 약점은 하중 지지력이다. 중량물을 싣거나 견인을 하기에는 차체가 받는 스트레스가 커진다. 또 차체가 찌그러지면 사실상 운전이 불가능하다.
프레임 바디의 약점은 무겁고 실내도 좁아지며 비틀림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입체적인 구조가 아닌 평면적인 구조 특성 때문이다. 특히 비틀림에 약하다는 부분은 아무래도 차체가 헐거운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에 오프로드가 아닌 온로드 환경에서 감각적으로 불리하다. G4 렉스턴 역시 이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G4 렉스턴의 연비는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약 14km/L, 80km/h 정속주행시 약 15~16km/L를 보였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에서는 7km/L를 보였다. 차량의 무게와 20인치 휠 타이어 조합을 생각하면 보편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며 보여준 G4 렉스턴의 평균 연비는 9.5km/L 정도다. 그래도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만큼 가속페달을 많이 밟아도 연비는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우리 팀의 주행 성격을 생각하면 복합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지도 않았다.
전반적으로 G4 렉스턴은 꽤 좋은 모습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함께 보여줬다. 먼저 구성적인 부분은 국내 대형 SUV 중에서 최고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 역시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부분 이외에 주행 부분에서는 여전히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고급 SUV를 표방함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하부의 조립 완성도 역시 그렇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이 아쉽다. 테스트 모델은 최상위 트림에 썬루프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추가해 무려 4,754만원의 가격을 갖는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면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 닛산 패스파인더가 가시권이다. 물론 시작가격은 합리성을 보여주고 있고 기본 탑재장비도 많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격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대형급 SUV에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심장이 아쉬움을 키운다.
팀의 리더인 김기태 PD는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쌍용이니까”라며 점수 책정을 망설이는 눈치였다. 반면 다른 기자들은 언제까지 쌍용을 안쓰러워해야 하냐며 점수표를 적어 나갔다.
쌍용차에게 쓴소리는 필요하다. ‘힘든 거 아니까’, ‘쌍용이니까’라는 것으로 언제까지 봐줘야 할까? 티볼리는 미완성으로도 대성공을 거뒀다. 한국 시장이기에 가능했다. 북미 또는 유럽이었다면 아마도 출시 이후 공장문을 닫았을 것.
사실 티볼리 이전에도 코란도 스포츠와 같은 모델은 꾸준하게 월 2천대 이상의 판매량을 거머 줬다. 마힌드라 그룹의 든든한 지원도 약속받았다. 소비자들도 차기 렉스턴을 오랜 시간 기다려줬다. 하지만 G4 렉스턴의 발전은 제한적이었다. 쌍용차는 확실한 도약을 해야 한다. 이제 스스로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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