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 코란도 1.6 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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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할 수 있다! 'KORean cAN DO'. 1983년 코란도는 이렇게 탄생했다. 1969년 등장한 신진지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을 때 코란도의 역사는 딱 50년을 맞이하게 된다. 한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UV였고, 단종의 아픔을 맛보기도 했던 코란도. 그런 코란도가 새롭게 재탄생 했다.
1983년 코란도
지금까지 쌍용차.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자금 사정이야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신차를 만드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 팀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2015 쌍용 티볼리
하지만 쌍용차에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소형차 티볼리였다. 소위 대박이 났고 덕분에 해고 노동자 전원 복직도 이뤄냈다. 냉정히 말해 티볼리의 완성도로 볼 때 팔리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자동차 문화는 현대기아차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도 눈에 보이는 편의 장비 등으로 승부해 왔다. 지금의 쌍용차를 업계 3위로 만든 것은 현대차그룹이 만든 문화적인 발판, 그리고 현대차 출신들로 구성된 쌍용차 경영진 덕분일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티볼리의 판매는 이해가 어렵다. 이후 나온 렉스턴도 기대 이하. 렉스턴 스포츠도 별로. 하지만 자금에 여유가 생긴 탓일까? 렉스턴 스포츠 칸을 타보니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그리고 신형 코란도를 만났다. 이제는 ‘회사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업계 기자들이 많아 도와줬다. 기자들은 홍길동을 자처했는데, 나쁜 차를 나쁜 차라 말하지 못했다. 그저 불쌍한 쌍용이니까. 이것이 기자들의 마음이었고 이에 좋은 기사들을 써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티볼리나 렉스턴 스포츠 등 일부 모델의 선전 덕에 배가 부르다. 이제 어려워서 R&D에 대한 투자를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냉정한 마음으로 코란도에 다가서 보자.
코란도는 컴팩트 SUV다. 경쟁차를 볼까?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 나아가 토요타 RAV4, 혼다 CR-V, 닛산 엑스트레일, 쉐보레 이쿼녹스 등과 싸워야 한다.
디자인에서 보이는 존재감도 좋은데, 쌍용차는 활 쏘는 헤라클레스(Hercules the Archer)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단순히 보면 티볼리를 키워 놓은 모습인데, 기존 코란도 C와 비교하면 한층 낮고 넓어진 모습이다.
제원으로 보면 기존 대비 40mm 길어지고 40mm 넓어졌으며, 55mm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25mm 늘어났다.
국산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길이는 짧지만 폭이 가장 넓고 높이는 가장 낮은 모습이다. 휠베이스가 가장 긴 것으로 나오지만 5mm 내외의 차이다. 체감으로 와닿을 부분은 아니라는 것.
전면부의 헤드 램프, 방향지시등, 안개등은 모두 LED로 구성돼 있다. 전면부에 사용된 그릴 장식 디자인이 후면부에도 동일하게 사용된 것도 특징이다. 후면 범퍼에는 스키드 플레이트가 장착되는데, 커다란 머플러를 장착한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 측면부는 3개의 캐릭터 라인이 시선을 끌며 멋스러운 휠 디자인도 좋다.
코란도는 디자인만큼 실내에도 공을 들였다. 여기에는 블레이즈 콕핏(Blaze Cockpit)이라는 이름의 테마가 중심에 선다.
대시보드부터 도어 패널까지 이어진 금속 라인이 실내를 감싼다. 렉서스가 LS와 LC, 폭스바겐 아테온 등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표현법이다. 34가지 컬러 조명을 사용하는 무드램프도 달린다. 글로브 박스도 커서 활용성이 좋다.
스티어링 휠에는 열선이 적용되고 패들도 있다. 계기판에는 10.25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9인치 디스플레이로 마무리했다. 입체적인 계기판 디자인, 테마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젊은 소비자들이 반길 구성이다. 쌍용차는 이런 부분에 꽤 신경을 쓰는데, 국내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을 지원한다. 뒷좌석도 넉넉하며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도 있다. 2단계 조절이 제한적이지만 기능 자체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220볼트 인버터 구성도 좋다.
트렁크를 보자. 선반을 통해 바닥 깊이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전 쉐보레가 아베오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 지금은 일부 모델들이 이런 구성을 보여준다. 쌍용차는 동급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라는데 체감으로 경쟁 모델과 유사한 정도다.
최신 모델답게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가 갖춰진다. 특히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강조하는데, 쌍용에서는 자율 주행 레벨 2.5라고 말한다.
상급 SUV에 있던 안전기능까지 벤치마크
그동안 익숙하던 기능들은 다 있다.
- 사각 경고와 후측방 경고 기능
- 전방 추돌 경고 및 자동차와 사람까지 인식하는 긴급제동
-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 부주의 운전 경고
- 오토 하이빔
타사 상급 모델에서 볼만한 기능까지 추가됐는데. 정차 중 앞차가 출발하면 알려주는 기능이나 후측방 센서를 이용해 하차 시 차량이 접근할 때 경고해주는 기능도 있다. 현대 싼타페에서 강조했던 기능인데 한 체급 낮은 모델에도 탑재되기 시작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만 이 기능이 정말 유용할까 싶은데, 접근하는 차가 천천히 와야 하며, 도어를 천천히 열었을 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접근 차의 속도가 빠르거나 도어를 확 열어버린다면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는 얘기.
후진 중인 상황에서 후측방에서 차량이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면 자동으로 멈춰주는 기능도 있다. 이런 후진 긴급제동 기능은 고급 사양인데, 유용한 기능이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있고,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 도로에서 차선 중앙 유지도 한다. 현대차의 시스템처럼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주행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 앞 차를 따라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경쟁 모델은 차선을 인식하지 못할 때 순간적으로 모든 기능이 해제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운전자는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코란도의 시스템은 차선 없이도 전방 차량의 흐름을 읽어 안전하게 차로 중앙을 유지해 냈다. 물론 차선이 있는 상황에 선행 차까지 있으면 차선 유지가 더 잘 된다. 이런 기능이 새로운 기능은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E-클래스를 통해 유명해진 기능이다. 이를 국산 컴팩트 SUV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코란도의 이 시스템은 해외 업체가 아닌 만도의 것이다. 국내 제조사 중 ADAS 강자는 현대 기아 제네시스가 가장 앞선다는 평을 얻는다. 하지만 이제 쌍용차도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안전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안전 부분에서 욕먹을 부분도 있다. 쌍용차는 동급에서 가장 많은 7개 에어백 탑재를 자랑했다. 하지만 운전석 무릎 에어백은 옵션 패키지에 묶여 있다.
기본 트림인 샤이니(수동변속기)는 6개 에어백이 기본이다. 자동변속기 트림 딜라이트를 선택하고, 90만 원짜리 딥 컨트롤 패키지 II를 더해야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생긴다. 편의 장비를 대가로 한 옵션 정책은 익숙하다. 하지만 탑승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에어백으로 이런 지저분한 정책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
시동을 건다. 동급 현대 기아차의 경쟁 모델 대비 진동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페달을 통해 올라오는 진동이다. 하지만 정숙성은 좋았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1.0 dBA로 42.0 dBA을 보였던 투싼 1.6d 보다 낮은 수치이다. 물론 엔진 자체가 조용해서는 아니다. 밖에서 들으면 디젤 특유의 덜덜거리는 소음이 부각된다. 실내 방음을 충실히 했다는 느낌이 짙다.
한가지 의외 인것은 엔진이 아이들 상태에서 다소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 엔진 회전수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OBD II 계측장비로 확인해본 결과 아이들 상태에서 750~800 rpm을 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은 환경이었는데, 향후 아이들 속도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코란도에도 다운사이징 트렌드가 적용됐다. 기존 코란도 C는 2.0리터 디젤을 쓰다 유로 6 기준을 맞추지 못해 배기량을 2.2리터까지 높였다. 이번 신형 코란도는 1.6리터를 쓴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3.0kgf·m를 낸다. 기존 모델이 178마력과 40.8kgf·m의 토크를 발휘했으니 출력과 토크 모두 떨어졌다.
여러 제조사들의 1.6리터 디젤 모델은 시승 때마다 걱정과 안심이 반복되곤 했다. 쉐보레 올란도, 이쿼녹스, 말리부, 현대 투싼 등 1.6리터 디젤 모델을 타기 전 힘 부족을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타보니 대부분 괜찮았다.
물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예상대로 출력과 토크의 한계가 느껴진다. 속도계 상승 속도 역시 더디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중간 정도만 밟아 적정 수준의 힘을 끌어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유로운 토크감을 바탕으로 답답함 없이 차체를 밀어내는 것. 엔진 특성에 맞춰 잘 다뤄주면 충분한 힘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보자. 결과는 10.2초 내외. 일반적인 승용차의 성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의외인 것은 직접 경쟁하는 투싼 1.6 디젤이 기록한 10.82초보다 빨랐다는 것. 물론 4륜 구동을 갖춘 투싼이 불리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의외의 결과였다. 또 쉐보레 이쿼녹스 1.6d 보다 1.66초가량 앞선 성능이다. 참고로 폭스바겐의 2세대 티구안은 10.03초, 볼보 XC40 T4는 10.00초를 기록한 바 있다.
물론 2.2리터 엔진을 사용했던 기존 코란도 C(9.76초)보다는 기록이 하락했다. 하지만 몸으로 느껴질 정도의 성능 차이는 아니다. 물론 일상에서는 코란도 C의 엔진이 더 여유로운 힘을 냈지만 적어도 최대 가속 때의 효율에서 부족함은 없다 보면 된다.
배기량과 성능은 하락했다. 하지만 가속 성능이 좋아진 이유에는 무게의 이점이 있다. 우리 팀이 직접 측정한 코란도의 무게는 1,646kg. 기존 코란도 2.2 디젤이 1,773kg이었으니 127kg 가량 가벼워졌다.
가벼운 무게는 일상 주행 환경에서도 경쾌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적당히 가벼운 스티어링 휠,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도 응답성을 빠르게 한 모습이라 페달을 살짝 밟아도 차가 잘 가고 잘 서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자동차를 잘 아는 소비자 보다 첫차로 접근하는 소비자 또는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할 내용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가볍게 휘청거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스펜션은 도심형 SUV에 맞춰 어느 정도 단단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하지만 그 단단함은 일부 특정 영역에서 나오는 것이며, 투싼, 스포티지 같은 동급 모델과 비교하자면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그리고 고속 영역의 안정성도 좋아졌다. 기존 모델은 그저 앞으로만 달리는 물소 같았다. 반면 이번엔 제법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살렸다.
코너에 들어서며 코란도의 성능을 확인해본다. 티볼리도 일상 주행을 할 때는 별 아쉬움이 없다. 사실 일상에서 문제가 나오는 차는 없으니까. 하지만 와인딩 테스트에서 셋업 능력의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코란도는 어땠을까?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변경한다. 스티어링 휠이 묵직하게 변한다. 그런데 감각적이지 않다. 운전에 방해를 주는 묵직함이랄까? 또 노면 정보를 걸러서 전달해 답답하다. 일반 모드가 오히려 다루기 쉽고 잘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어느 정도 민첩한 움직임이 나온다. 코너링 때 차체도 적절하게 잘 지지하는 모습이다. 과거 대비 출렁거리는 모습이 줄었다. 이제 코란도는 오프로드 SUV가 아닌 온로드 SUV다.
한쪽으로 연속되는 코너에서 차체를 잘 지지한다고 생각하며 연속된 코너에 접어든다. 차량이 휘청거리더니 깔끔하지 못한 모습으로 코너를 탈출한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서스펜션에서 스프링 의존 비율이 높네”라고 말한다. 스프링이 강하고 댐퍼가 약한 설정이라는 것. 일상 주행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도 놓인다. 연속 코너? 우리가 만날 일 없을 것 같지만,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핸들)을 두 번 연속 돌리는 것 자체가 연속 코너와 같은 환경이 된다. 아니! 정확히는 연속 코너 보다 더 난이도 높은 주행 환경이다.
다시 코너링을 진행하는 중이다. 타이어에서 마찰음이 들려온다. 속도가 높아서? 아니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다. 예상보다 마찰음이 들리는 시점이 빠르다. 코란도는 금호타이어의 크루젠 HP71를 쓴다. 235mm의 너비를 갖고 있다.
마찰음 발생 시점이 빠르기에 235mm 급 치고는 성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된 주행 테스트 결과 마찰음 발생 시점은 빨라도 한계 자체가 낮은 편은 아니었다. 물론 성능이 대폭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마찰음이 들린 이후에도 접지력에 약간의 여유가 주어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136마력 엔진에 235mm 너비의 타이어가 이상적이진 않다. 사치다. 연비도 떨어질 것이며, 순발력, 제동성능에도 약점이 되기 때문. 참고로 우리 팀은 19인치 휠 타이어 조합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제동 성능은 큰 아쉬움이 됐다. 일상 주행에서는 초반에 나오는 강한 제동 느낌이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전부였다. 코란도는 제동 시험에서 최단거리 40.23m를 기록했다. 단 한 번. 그 이후 시험의 반복에 따라 제동거리는 44m 이상으로 늘어났다. 평균 제동 성능은 41.8m 내외로 정리됐지만. 후반에도 밀리는 약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쌍용차가 제동 시스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가져왔다. 6단 자동이다. 아이신 변속기들이 보여주는 특유의 직결감도 좋았다. 기어비도 적정 수준이었다. 디젤 엔진이 만드는 토크가 기어비에 대한 불만을 키우지 않은 것도 이유다. 변속기 반응 속도 자체는 평범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8단 변속기였다면 좋았겠지만 코란도 급에서 사치일 수도 있다.
쌍용차의 신형 코란도. 테스트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티볼리의 확장판이면 어쩌지? 사실 티볼리에 대해서는 마음을 놨다. 현세대 차로 매우 부족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차에 대해 얘기함에 있어 부담은 없었다. 차량에 대한 평이 나쁘면 그 차의 구매자들로부터 욕을 먹는다. 제조사가 아닌 구매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매체)의 실정이다. 반면 티볼리는 주 소비자들이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치 않은 첫차 구매자 및 디자인 등에 비중을 두는 일부 여성층이다. 어차피 참고하지 않을 텐데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인가. 단지 쌍용차 담당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반면 코란도는 상황이 다르다. 경차~중형 세단 소비자, 소형 SUV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자동차 유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티볼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같은 이유로 테스트 전부터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쌍용차로는 상당한 발전을 보여준 모델이었다. 현대 기아차와 직접 비교하자면 다소 부족하긴 하다. 그래도 경쟁할 수준은 된다.
팀 내 김기태 PD는 가족 중심으로 차를 선택하려는 소비자들께 투싼, 스포티지 보다 코란도를 더 추천할 것이라 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승차감 때문이다. SUV를 구입하는 소비자 중 가족을 이유로 차를 변경하는 경우도 많은 편. 이들에게 2열 승차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종합 성능이 조금 부족해도 승차감이 좋다면, 쉽게 말해 2열에 앉은 아이에게 더 편안한 승차감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는 것. 최근 일부 승용차들을 보면 지향점을 모르겠다. 10%의 핸들링 성능을 위해 승차감 다수를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코란도는 SUV가 갖춰야 할 승차감 정도는 유지했다. 이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역으로 경쟁사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소비자들 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10%의 핸들링과 누구나 쉽게 느끼는 승차감, 어느 것이 답일까?
하지만 코란도에게도 문제가 있으니, 가격이다. 자동변속기 기준 코란도는 2,543만 원~2,813만 원이란 가격을 갖는다. 현대 투싼은 2,381~2,798만 원대다. 쌍용차가 현대차보다 비싸다니! 기능에서의 화려함에서는 코란도가 앞선다. 하지만 나머지 상당수 부분,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투싼이 낫다. 쌍용차가 가성비가 좋아서 탄다고? 그건 옛날 얘기다.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카는 최상급 트림에 각종 옵션을 더해 3,313만 원의 가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4륜 시스템까지 더하면 3,500만 원에 육박한다. 팰리세이드야 함께 놀아보자!
물론 투싼이 더하긴 하다 최상급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3,700만 원이란 가격이 된다. 어지간한 싼타페나 쏘렌토 따위는 이미 싸구려 차다.
하지만 기본 가격으로 코란도가 투싼을 이길 이유는? 우리는 모르겠다. 코란도에 들어간 엔진에 특수한 무엇인가가 더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곳에 뭔가 비싼 구성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쌍용차는 코란도는 조금 더 많은 기능을 넣고자 했다. 대신 가격도 비싸게 불렀다. 이 전략이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쌍용차.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자금 사정이야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신차를 만드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 팀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쌍용차에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소형차 티볼리였다. 소위 대박이 났고 덕분에 해고 노동자 전원 복직도 이뤄냈다. 냉정히 말해 티볼리의 완성도로 볼 때 팔리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자동차 문화는 현대기아차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도 눈에 보이는 편의 장비 등으로 승부해 왔다. 지금의 쌍용차를 업계 3위로 만든 것은 현대차그룹이 만든 문화적인 발판, 그리고 현대차 출신들로 구성된 쌍용차 경영진 덕분일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티볼리의 판매는 이해가 어렵다. 이후 나온 렉스턴도 기대 이하. 렉스턴 스포츠도 별로. 하지만 자금에 여유가 생긴 탓일까? 렉스턴 스포츠 칸을 타보니 뭔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그리고 신형 코란도를 만났다. 이제는 ‘회사가 힘들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핑계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업계 기자들이 많아 도와줬다. 기자들은 홍길동을 자처했는데, 나쁜 차를 나쁜 차라 말하지 못했다. 그저 불쌍한 쌍용이니까. 이것이 기자들의 마음이었고 이에 좋은 기사들을 써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티볼리나 렉스턴 스포츠 등 일부 모델의 선전 덕에 배가 부르다. 이제 어려워서 R&D에 대한 투자를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냉정한 마음으로 코란도에 다가서 보자.
코란도는 컴팩트 SUV다. 경쟁차를 볼까?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 나아가 토요타 RAV4, 혼다 CR-V, 닛산 엑스트레일, 쉐보레 이쿼녹스 등과 싸워야 한다.
디자인에서 보이는 존재감도 좋은데, 쌍용차는 활 쏘는 헤라클레스(Hercules the Archer)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단순히 보면 티볼리를 키워 놓은 모습인데, 기존 코란도 C와 비교하면 한층 낮고 넓어진 모습이다.
제원으로 보면 기존 대비 40mm 길어지고 40mm 넓어졌으며, 55mm 낮아졌다. 휠베이스는 25mm 늘어났다.
국산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길이는 짧지만 폭이 가장 넓고 높이는 가장 낮은 모습이다. 휠베이스가 가장 긴 것으로 나오지만 5mm 내외의 차이다. 체감으로 와닿을 부분은 아니라는 것.
전면부의 헤드 램프, 방향지시등, 안개등은 모두 LED로 구성돼 있다. 전면부에 사용된 그릴 장식 디자인이 후면부에도 동일하게 사용된 것도 특징이다. 후면 범퍼에는 스키드 플레이트가 장착되는데, 커다란 머플러를 장착한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 측면부는 3개의 캐릭터 라인이 시선을 끌며 멋스러운 휠 디자인도 좋다.
코란도는 디자인만큼 실내에도 공을 들였다. 여기에는 블레이즈 콕핏(Blaze Cockpit)이라는 이름의 테마가 중심에 선다.
대시보드부터 도어 패널까지 이어진 금속 라인이 실내를 감싼다. 렉서스가 LS와 LC, 폭스바겐 아테온 등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표현법이다. 34가지 컬러 조명을 사용하는 무드램프도 달린다. 글로브 박스도 커서 활용성이 좋다.
스티어링 휠에는 열선이 적용되고 패들도 있다. 계기판에는 10.25인치,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9인치 디스플레이로 마무리했다. 입체적인 계기판 디자인, 테마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젊은 소비자들이 반길 구성이다. 쌍용차는 이런 부분에 꽤 신경을 쓰는데, 국내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을 지원한다. 뒷좌석도 넉넉하며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도 있다. 2단계 조절이 제한적이지만 기능 자체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220볼트 인버터 구성도 좋다.
트렁크를 보자. 선반을 통해 바닥 깊이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전 쉐보레가 아베오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 지금은 일부 모델들이 이런 구성을 보여준다. 쌍용차는 동급에서 가장 넓은 공간이라는데 체감으로 경쟁 모델과 유사한 정도다.
최신 모델답게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가 갖춰진다. 특히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강조하는데, 쌍용에서는 자율 주행 레벨 2.5라고 말한다.
상급 SUV에 있던 안전기능까지 벤치마크
그동안 익숙하던 기능들은 다 있다.
- 사각 경고와 후측방 경고 기능
- 전방 추돌 경고 및 자동차와 사람까지 인식하는 긴급제동
-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 부주의 운전 경고
- 오토 하이빔
타사 상급 모델에서 볼만한 기능까지 추가됐는데. 정차 중 앞차가 출발하면 알려주는 기능이나 후측방 센서를 이용해 하차 시 차량이 접근할 때 경고해주는 기능도 있다. 현대 싼타페에서 강조했던 기능인데 한 체급 낮은 모델에도 탑재되기 시작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다만 이 기능이 정말 유용할까 싶은데, 접근하는 차가 천천히 와야 하며, 도어를 천천히 열었을 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접근 차의 속도가 빠르거나 도어를 확 열어버린다면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는 얘기.
후진 중인 상황에서 후측방에서 차량이 접근하는 것을 확인하면 자동으로 멈춰주는 기능도 있다. 이런 후진 긴급제동 기능은 고급 사양인데, 유용한 기능이다.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 기능이 있고, 고속도로는 물론 일반 도로에서 차선 중앙 유지도 한다. 현대차의 시스템처럼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주행 속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차선이 없는 도로에서 앞 차를 따라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경쟁 모델은 차선을 인식하지 못할 때 순간적으로 모든 기능이 해제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운전자는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코란도의 시스템은 차선 없이도 전방 차량의 흐름을 읽어 안전하게 차로 중앙을 유지해 냈다. 물론 차선이 있는 상황에 선행 차까지 있으면 차선 유지가 더 잘 된다. 이런 기능이 새로운 기능은 아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E-클래스를 통해 유명해진 기능이다. 이를 국산 컴팩트 SUV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코란도의 이 시스템은 해외 업체가 아닌 만도의 것이다. 국내 제조사 중 ADAS 강자는 현대 기아 제네시스가 가장 앞선다는 평을 얻는다. 하지만 이제 쌍용차도 만만치 않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기대 이상으로 좋은 안전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안전 부분에서 욕먹을 부분도 있다. 쌍용차는 동급에서 가장 많은 7개 에어백 탑재를 자랑했다. 하지만 운전석 무릎 에어백은 옵션 패키지에 묶여 있다.
기본 트림인 샤이니(수동변속기)는 6개 에어백이 기본이다. 자동변속기 트림 딜라이트를 선택하고, 90만 원짜리 딥 컨트롤 패키지 II를 더해야 운전석 무릎 에어백이 생긴다. 편의 장비를 대가로 한 옵션 정책은 익숙하다. 하지만 탑승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에어백으로 이런 지저분한 정책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
시동을 건다. 동급 현대 기아차의 경쟁 모델 대비 진동이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과 시트, 페달을 통해 올라오는 진동이다. 하지만 정숙성은 좋았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1.0 dBA로 42.0 dBA을 보였던 투싼 1.6d 보다 낮은 수치이다. 물론 엔진 자체가 조용해서는 아니다. 밖에서 들으면 디젤 특유의 덜덜거리는 소음이 부각된다. 실내 방음을 충실히 했다는 느낌이 짙다.
한가지 의외 인것은 엔진이 아이들 상태에서 다소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 엔진 회전수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OBD II 계측장비로 확인해본 결과 아이들 상태에서 750~800 rpm을 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은 환경이었는데, 향후 아이들 속도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코란도에도 다운사이징 트렌드가 적용됐다. 기존 코란도 C는 2.0리터 디젤을 쓰다 유로 6 기준을 맞추지 못해 배기량을 2.2리터까지 높였다. 이번 신형 코란도는 1.6리터를 쓴다. 최고출력은 136마력, 최대토크는 33.0kgf·m를 낸다. 기존 모델이 178마력과 40.8kgf·m의 토크를 발휘했으니 출력과 토크 모두 떨어졌다.
여러 제조사들의 1.6리터 디젤 모델은 시승 때마다 걱정과 안심이 반복되곤 했다. 쉐보레 올란도, 이쿼녹스, 말리부, 현대 투싼 등 1.6리터 디젤 모델을 타기 전 힘 부족을 예상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타보니 대부분 괜찮았다.
물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예상대로 출력과 토크의 한계가 느껴진다. 속도계 상승 속도 역시 더디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중간 정도만 밟아 적정 수준의 힘을 끌어내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유로운 토크감을 바탕으로 답답함 없이 차체를 밀어내는 것. 엔진 특성에 맞춰 잘 다뤄주면 충분한 힘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보자. 결과는 10.2초 내외. 일반적인 승용차의 성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의외인 것은 직접 경쟁하는 투싼 1.6 디젤이 기록한 10.82초보다 빨랐다는 것. 물론 4륜 구동을 갖춘 투싼이 불리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의외의 결과였다. 또 쉐보레 이쿼녹스 1.6d 보다 1.66초가량 앞선 성능이다. 참고로 폭스바겐의 2세대 티구안은 10.03초, 볼보 XC40 T4는 10.00초를 기록한 바 있다.
물론 2.2리터 엔진을 사용했던 기존 코란도 C(9.76초)보다는 기록이 하락했다. 하지만 몸으로 느껴질 정도의 성능 차이는 아니다. 물론 일상에서는 코란도 C의 엔진이 더 여유로운 힘을 냈지만 적어도 최대 가속 때의 효율에서 부족함은 없다 보면 된다.
배기량과 성능은 하락했다. 하지만 가속 성능이 좋아진 이유에는 무게의 이점이 있다. 우리 팀이 직접 측정한 코란도의 무게는 1,646kg. 기존 코란도 2.2 디젤이 1,773kg이었으니 127kg 가량 가벼워졌다.
가벼운 무게는 일상 주행 환경에서도 경쾌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 적당히 가벼운 스티어링 휠,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도 응답성을 빠르게 한 모습이라 페달을 살짝 밟아도 차가 잘 가고 잘 서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자동차를 잘 아는 소비자 보다 첫차로 접근하는 소비자 또는 여성 소비자들이 선호할 내용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가볍게 휘청거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스펜션은 도심형 SUV에 맞춰 어느 정도 단단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하지만 그 단단함은 일부 특정 영역에서 나오는 것이며, 투싼, 스포티지 같은 동급 모델과 비교하자면 부드러운 편에 속한다.
그리고 고속 영역의 안정성도 좋아졌다. 기존 모델은 그저 앞으로만 달리는 물소 같았다. 반면 이번엔 제법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살렸다.
코너에 들어서며 코란도의 성능을 확인해본다. 티볼리도 일상 주행을 할 때는 별 아쉬움이 없다. 사실 일상에서 문제가 나오는 차는 없으니까. 하지만 와인딩 테스트에서 셋업 능력의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코란도는 어땠을까?
주행모드를 스포트로 변경한다. 스티어링 휠이 묵직하게 변한다. 그런데 감각적이지 않다. 운전에 방해를 주는 묵직함이랄까? 또 노면 정보를 걸러서 전달해 답답하다. 일반 모드가 오히려 다루기 쉽고 잘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 어느 정도 민첩한 움직임이 나온다. 코너링 때 차체도 적절하게 잘 지지하는 모습이다. 과거 대비 출렁거리는 모습이 줄었다. 이제 코란도는 오프로드 SUV가 아닌 온로드 SUV다.
한쪽으로 연속되는 코너에서 차체를 잘 지지한다고 생각하며 연속된 코너에 접어든다. 차량이 휘청거리더니 깔끔하지 못한 모습으로 코너를 탈출한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서스펜션에서 스프링 의존 비율이 높네”라고 말한다. 스프링이 강하고 댐퍼가 약한 설정이라는 것. 일상 주행에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도 놓인다. 연속 코너? 우리가 만날 일 없을 것 같지만,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핸들)을 두 번 연속 돌리는 것 자체가 연속 코너와 같은 환경이 된다. 아니! 정확히는 연속 코너 보다 더 난이도 높은 주행 환경이다.
다시 코너링을 진행하는 중이다. 타이어에서 마찰음이 들려온다. 속도가 높아서? 아니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다. 예상보다 마찰음이 들리는 시점이 빠르다. 코란도는 금호타이어의 크루젠 HP71를 쓴다. 235mm의 너비를 갖고 있다.
마찰음 발생 시점이 빠르기에 235mm 급 치고는 성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된 주행 테스트 결과 마찰음 발생 시점은 빨라도 한계 자체가 낮은 편은 아니었다. 물론 성능이 대폭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마찰음이 들린 이후에도 접지력에 약간의 여유가 주어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136마력 엔진에 235mm 너비의 타이어가 이상적이진 않다. 사치다. 연비도 떨어질 것이며, 순발력, 제동성능에도 약점이 되기 때문. 참고로 우리 팀은 19인치 휠 타이어 조합을 추천하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제동 성능은 큰 아쉬움이 됐다. 일상 주행에서는 초반에 나오는 강한 제동 느낌이 만족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느낌이 전부였다. 코란도는 제동 시험에서 최단거리 40.23m를 기록했다. 단 한 번. 그 이후 시험의 반복에 따라 제동거리는 44m 이상으로 늘어났다. 평균 제동 성능은 41.8m 내외로 정리됐지만. 후반에도 밀리는 약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쌍용차가 제동 시스템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변속기는 아이신에서 가져왔다. 6단 자동이다. 아이신 변속기들이 보여주는 특유의 직결감도 좋았다. 기어비도 적정 수준이었다. 디젤 엔진이 만드는 토크가 기어비에 대한 불만을 키우지 않은 것도 이유다. 변속기 반응 속도 자체는 평범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8단 변속기였다면 좋았겠지만 코란도 급에서 사치일 수도 있다.
쌍용차의 신형 코란도. 테스트 전에 걱정을 많이 했다. 티볼리의 확장판이면 어쩌지? 사실 티볼리에 대해서는 마음을 놨다. 현세대 차로 매우 부족하니까. 하지만 우리가 차에 대해 얘기함에 있어 부담은 없었다. 차량에 대한 평이 나쁘면 그 차의 구매자들로부터 욕을 먹는다. 제조사가 아닌 구매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매체)의 실정이다. 반면 티볼리는 주 소비자들이 전문가의 평가가 필요치 않은 첫차 구매자 및 디자인 등에 비중을 두는 일부 여성층이다. 어차피 참고하지 않을 텐데 뭐라 하든 무슨 상관인가. 단지 쌍용차 담당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반면 코란도는 상황이 다르다. 경차~중형 세단 소비자, 소형 SUV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자동차 유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티볼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같은 이유로 테스트 전부터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하지만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쌍용차로는 상당한 발전을 보여준 모델이었다. 현대 기아차와 직접 비교하자면 다소 부족하긴 하다. 그래도 경쟁할 수준은 된다.
팀 내 김기태 PD는 가족 중심으로 차를 선택하려는 소비자들께 투싼, 스포티지 보다 코란도를 더 추천할 것이라 말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승차감 때문이다. SUV를 구입하는 소비자 중 가족을 이유로 차를 변경하는 경우도 많은 편. 이들에게 2열 승차감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종합 성능이 조금 부족해도 승차감이 좋다면, 쉽게 말해 2열에 앉은 아이에게 더 편안한 승차감을 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되는 것. 최근 일부 승용차들을 보면 지향점을 모르겠다. 10%의 핸들링 성능을 위해 승차감 다수를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코란도는 SUV가 갖춰야 할 승차감 정도는 유지했다. 이는 장점이 될 수 있다. 역으로 경쟁사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소비자들 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 10%의 핸들링과 누구나 쉽게 느끼는 승차감, 어느 것이 답일까?
하지만 코란도에게도 문제가 있으니, 가격이다. 자동변속기 기준 코란도는 2,543만 원~2,813만 원이란 가격을 갖는다. 현대 투싼은 2,381~2,798만 원대다. 쌍용차가 현대차보다 비싸다니! 기능에서의 화려함에서는 코란도가 앞선다. 하지만 나머지 상당수 부분,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투싼이 낫다. 쌍용차가 가성비가 좋아서 탄다고? 그건 옛날 얘기다.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카는 최상급 트림에 각종 옵션을 더해 3,313만 원의 가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4륜 시스템까지 더하면 3,500만 원에 육박한다. 팰리세이드야 함께 놀아보자!
물론 투싼이 더하긴 하다 최상급 트림에 모든 옵션을 더하면 3,700만 원이란 가격이 된다. 어지간한 싼타페나 쏘렌토 따위는 이미 싸구려 차다.
하지만 기본 가격으로 코란도가 투싼을 이길 이유는? 우리는 모르겠다. 코란도에 들어간 엔진에 특수한 무엇인가가 더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곳에 뭔가 비싼 구성이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쌍용차는 코란도는 조금 더 많은 기능을 넣고자 했다. 대신 가격도 비싸게 불렀다. 이 전략이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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