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 렉스턴 스포츠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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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코스로 가기 위해 올림픽대로에 올랐다. 잠시 만난 정체 구간, 옆 차선에 쌍용 렉스턴 스포츠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엄지 척’을 날려줬다. 우리 팀은 붉은색 렉스턴 스포츠 칸에 커스터마이징 롤바와 보조 연료통이 장착된 테스트 카를 타고 있었다. 지난 2003년, 강원도에서 닷지 다코타를 시승할 때 길을 지나던 미군들이 엄지손가락을 보여준 이후 두 번째다.
픽업트럭.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장르다. 그리고 이 영역을 쌍용차가 독식한다. 이 시장은 미국 시장이 중심이다. 미국은 픽업트럭의 천국으로 불린다. 단적인 예로 포드 F-150을 보자. 미국에서 41년 연속 베스트셀링 트럭, 36년 연속 미국 판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90만 9330대가 판매됐다. 2005년 90만 대를 넘긴 이후 최다 판매량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현대 포터가 1년에 12만 대 전후 실적을 보여주니 참고가 된다.
포드 F-150
그런 미국식 픽업트럭을 국내시장 상황에 맞게 잘 녹여낸 모델이 렉스턴 스포츠다.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램 1500 급은 풀-사이즈 픽업트럭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정말 크다. 큰 차체를 장점으로 삼는 곳도 있지만 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소비자도 많다. 이에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체급이 작은 중형급 픽업트럭을 선호한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도 이 등급이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가 해외 중형 픽업트럭과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 적재함 면적이 최소 2㎡ 이상을 갖춰야 화물차로 등록된다는 규정에만 맞춰진 ‘아담한’ 적재 공간을 갖고 있기 때문. 반면 포드 레인저, 쉐보레 콜로라도, 토요타 타코마, 혼다 릿지라인, 닛산 프론티어, 메르세데스-벤츠 X-클래스 등 대다수 중형급 픽업트럭은 적재함이 크며 적재 중량도 700kg 전후로 넉넉한 수준을 자랑한다. 렉스턴 스포츠의 적재 중량은 400kg이다.
이 상황에서 쉐보레 콜로라도의 국내 출시가 확정됐다. 지프도 글래디에이터를 내놓는다. 포드 레인저 도입 가능성도 커졌다. 현대차의 중형 픽업도 미국 시장 출시 후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지프 글래디에이터
겉으로만 보면 렉스턴에 화물칸만 늘린 모델 같지만 향후 수입될 픽업트럭을 대비하기 위한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렉스턴 스포츠 칸. 픽업트럭의 왕(Khan)이 되고 싶어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팀 내 촬영 PD는 ‘짐칸의 칸’이라는 농담을 건넨다. 그 말이 와닿았다.
디자인은 렉스턴 스포츠와 거의 같다. 차이는 전면 그릴에 있다. 파르테논 신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세로형 그릴이 적용돼 있다.
측면부 적재함이 차지하는 비율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는 뒤가 짧았는데, 칸은 비례가 잘 맞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일종의 롱휠베이스 모델이다. 길이 310mm를 늘렸는데 여기서 110mm를 휠베이스에 할당했다. 이처럼 늘어난 차체 길이는 모두 적재함에 반영됐다. 덕분에 렉스턴 스포츠보다 24.8% 늘어난 화물 공간을 갖게 됐다.
픽업트럭 기준에서 실내 공간은 화려하다. 곧 국내에 수입될 쉐보레 콜로라도나 수입 가능성이 높다는 포드 레인저 등 미국 픽업트럭 실내는 투박하다. 실용성만 생각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부의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는 변형이나 오염에 강하고 찍힘이 있어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기준에서는 그저 저렴해 보일 뿐이다. 물론 그들의 것이 더 합리적이긴 하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이해를 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와 칸의 실내를 G4 렉스턴과 동일하게 구성했다. 이에 고급 가죽과 박음질 장식까지 있다. 천장도 블랙 색상으로 통일했다. 현대차에서 픽업트럭을 내놓을 때까지 실내의 고급스러움에서는 렉스턴 스포츠 & 칸의 우세가 확정적이다.
뒷좌석은 렉스턴 스포츠와 같다. 휠베이스가 늘었지만, 승객석은 그대로다. 불편하다. 제원상 레그룸도 동일하다. 뒷부분이 평평한 구조상 어쩔 수 없다지만 시트백을 조금 더 눕히면 좋겠다. 적재용으로 쓰는 스타렉스 밴도 2열이 답답한데, 렉스턴 스포츠 계열도 이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
픽업트럭으로는 구성이 좋다. 열선 스티어링 휠과 통풍 시트, 듀얼 존 에어컨, 계기판의 7인치 디스플레이도 있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선이탈 경고, 오토 하이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도 탑재된다. 3D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갖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달렸다.
다만 레이더 센서를 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안된다.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 탑재로 차선이탈을 막아주는 기능도 없다. 아직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이기에 편의 및 안전 기능 비교는 향후 경쟁 모델 출시 후 가능해질 것이다.
차에 타는 과정부터 다르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갈 때 문턱이 꽤 높다. 그만큼 지상고가 높다. 여기에 시트 높이까지 높다.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시야가 먼저 들어온다. 옆으로 지나가는 기아 모하비가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2.2리터 디젤엔진의 시동을 건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하니 44.0 dBA로 확인됐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와 같은 결과다. 80km/h로 달리는 환경에서 측정한 정숙성 결과도 59.5 dBA로 달라지지 않았다. 대시보드 부위와 뒷좌석 정도만 수치가 달라졌는데, 모두 0.5dBA 내외의 차이였다. 소음에 대한 튜닝 없이 차체 길이만 늘린 것으로 보면 된다.
주행을 시작한다. 픽업트럭 특성상 일반 승용차와 비교하면 허술한 주행 감각이다. 스티어링 휠도 승용차보다 많이 돌려야 하고 프레임 바디 특유의 차체가 비틀리는 듯한 느낌도 낸다. 주행 중 요철 구간을 지날 때면 잔 진동이 실내에 오래 남아 불쾌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주행 감각은 렉스턴 스포츠보다 칸 쪽이 더 좋았다. 리어 서스펜션의 차이 때문이다. 기존 우리 팀이 혹평했던 렉스턴 스포츠는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코일 스프링 조합을 갖고 있었다. 팀 내 기자는 “대체 댐퍼가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출렁거리기 일쑤였고 코너를 돌 때면 전복의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동승한 촬영 PD는 멀미도 했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 칸은 단단한 리프 스프링이 적용된 덕분인지 멀미를 덜하게 됐다. 코너에서도 어느 정도 차체를 잘 지지하는 모습이다. 물론 리프 스프링 특유의 화물차 같은 승차감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에는 역시 리프 서스펜션이 더 어울렸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짚어보자.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 칸에 2종류의 후륜 서스펜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모델에는 다이내믹 5링크라고 하는 코일 스프링을, 고중량 모델에는 파워 리프 서스펜션이라는 이름의 리프 스프링(판 스프링)이 달린다.
리프 스프링은 이름 그대로 철판을 겹겹이 쌓은 구조로 이것이 스프링을 대신한다. 마차 시대부터 사용한 만큼 역사도 깊고, 간단한 구조가 매력이다. 내구성도 강하다. 코일 스프링처럼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아 복원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무겁고 승차감이 나쁘며, 서스펜션의 변화(지오메트리 변화)로 차량의 성격을 바꾸기도 힘들다. 그냥 화물차 같은 느낌만 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장점을 이유로 픽업트럭에는 판 스프링이 더 어울린다. 최대 700kg의 무게를 이겨 내려면 내구성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포드 F-150이나 쉐보레 실버라도와 콜로라도, 토요타 타코마와 툰드라, 닛산 프론티어와 타이탄까지 유명한 픽업트럭 대부분이 후륜 서스펜션은 판 스프링을 사용한다. 성격에 맞는 조합을 한 것이지 싸구려 승차감을 만들고 싶어 이러한 결정을 하는 제조사는 없다.
중요한 것은 리프 스프링 보다 어떤 댐퍼(쇼크업소버)를 사용하는지다. 댐퍼의 완성도에 따라 리프 스프링을 사용해도 적정 수준의 승차감을 만들 수 있다. 렉스턴 스포츠 당시에도 문제 삼았지만 렉스턴 스포츠 칸도 댐퍼의 성능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렉스턴 스포츠 칸의 리프 스프링 모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함부로 타이어를 교체해서는 안 된다. 리프 스프링 적용 모델에는 별도의 고중량 대응 타이어가 장착되기 때문.
렉스턴 스포츠 칸에 장착되는 타이어는 넥센 타이어의 로디안 HTX RH5 XL이란 모델이다. 타이어에도 별도 ‘Extra Load’ 표기도 있고, 하중지수가 111이다. 환산 시 개당 1090kg 적재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참고로 렉스턴 스포츠의 20인치 타이어는 하중지수 105로 925kg 대응 용이다. 타이어 1개당 165kg의 차이, 4개 기준 660kg이라는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더 크고 무거운 차에 더 많은 짐을 적재하려면 당연히 차량 성격에 걸맞은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필수다.
차체 무게는 얼마나 늘었을까? 실제로 무게를 확인해본 결과 2217.5kg을 보였다. 렉스턴 스포츠가 2117.5kg였으니 딱 100kg 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100kg이 거의 다 뒷부분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렉스턴 스포츠가 보여준 전후 무게 배분 57.7:42.3이 칸에서 55.2:44.8로 좋아졌다. 물론 이 무게 배분이 핸들링 성능 향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100kg의 무게가 동력 성능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10.77초를 기록했다. 이는 후륜구동 모드에서 달성한 것으로, 4륜 고속 모드인 4H에서는 10.91초가 최고 기록이었다.
참고로 렉스턴 스포츠는 10.60초였다. 증가한 무게로 인해 약 0.2초 정도 느려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대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 2.2 디젤이 2024.5kg의 무게에도 10.83초를 기록했으니 이번 렉스턴 스포츠의 구동 효율이 더 좋다.
제동성능은 41.77m를 유지한다. 이는 최단 거리다. 이후 테스트가 반복되자 42m대로 늘어나고 결국 44m 이상의 제동 거리가 늘어났다. 앞서 언급했듯 렉스턴 스포츠 칸의 무게는 2.2톤이 넘는다. 여기에 5명의 사람이 탈 수 있으며, 700kg의 화물을 싣도록 만들어졌다. 최고 3.3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 남성 1명이 타고 화물도 싣지 않은 환경에서 브레이크가 너무나도 빨리 지쳐버렸다. 브레이크 성능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진짜 화물차처럼 배기 브레이크나 리타더 브레이크를 달아주지도 않을 것 아닌가? 적어도 개선 정도는 하자.
시속 100km 고속도로 정속 주행 연비를 확인한 결과 13.5km/L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픽업트럭이라는 성격과 무게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효율이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한 결과 평균적으로 10km/L 이상의 효율을 보기는 힘들었다. 디젤 모델이라고 대단한 효율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겠다.
일반적 운전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차량 거동, 조금은 둔하다. 하지만 차량 성격을 감안하면 타협할 수준은 된다.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 조작이 많아지는 것이 아쉽지만 차량 특성상 이 설정이 맞다. 승차감은 조금 튀는 편인데, 적정 수준 화물이 적재되었을 때 조금 더 향상되는 특징을 갖는다. 어느 수준의 화물 적재가 이상적인 승차감을 만드는지 시험은 못했지만 적어도 적재 중량에 따른 승차감 변화는 분명했다.
사실 주행에 대해서는 크게 말할 것이 없다. 이 차는 우리가 바라보는 일반적인 승용차의 상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모델이니까. 하지만 수입 모델과 비교한다면 일부 개선점들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편의 장비로 승부수를 던지는 방법이 우리 시장에서 잘 통하긴 한다. 하지만 이제 쌍용도 엔지니어링으로 승부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당장은 가격을 중심에 두고 렉스턴 스포츠 시리즈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을 방어하려면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팀이 최근 테스트한 코란도는 의외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쌍용차가 R&D에 더 많이 투자해 줬으며 한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어땠냐고? 우리가 역대 타본 쌍용의 픽업 중 최고였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최고라는 의미다. 쌍용차가 SUV, SUT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 주길 희망한다.
픽업트럭. 아직 익숙하지 않은 장르다. 그리고 이 영역을 쌍용차가 독식한다. 이 시장은 미국 시장이 중심이다. 미국은 픽업트럭의 천국으로 불린다. 단적인 예로 포드 F-150을 보자. 미국에서 41년 연속 베스트셀링 트럭, 36년 연속 미국 판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만 90만 9330대가 판매됐다. 2005년 90만 대를 넘긴 이후 최다 판매량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현대 포터가 1년에 12만 대 전후 실적을 보여주니 참고가 된다.
그런 미국식 픽업트럭을 국내시장 상황에 맞게 잘 녹여낸 모델이 렉스턴 스포츠다.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램 1500 급은 풀-사이즈 픽업트럭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정말 크다. 큰 차체를 장점으로 삼는 곳도 있지만 이를 부담스럽게 느끼는 소비자도 많다. 이에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는 체급이 작은 중형급 픽업트럭을 선호한다. 쌍용 렉스턴 스포츠도 이 등급이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가 해외 중형 픽업트럭과 경쟁하기엔 한계가 있다. 적재함 면적이 최소 2㎡ 이상을 갖춰야 화물차로 등록된다는 규정에만 맞춰진 ‘아담한’ 적재 공간을 갖고 있기 때문. 반면 포드 레인저, 쉐보레 콜로라도, 토요타 타코마, 혼다 릿지라인, 닛산 프론티어, 메르세데스-벤츠 X-클래스 등 대다수 중형급 픽업트럭은 적재함이 크며 적재 중량도 700kg 전후로 넉넉한 수준을 자랑한다. 렉스턴 스포츠의 적재 중량은 400kg이다.
이 상황에서 쉐보레 콜로라도의 국내 출시가 확정됐다. 지프도 글래디에이터를 내놓는다. 포드 레인저 도입 가능성도 커졌다. 현대차의 중형 픽업도 미국 시장 출시 후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만 보면 렉스턴에 화물칸만 늘린 모델 같지만 향후 수입될 픽업트럭을 대비하기 위한 성격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렉스턴 스포츠 칸. 픽업트럭의 왕(Khan)이 되고 싶어서 이런 이름을 지었을까? 팀 내 촬영 PD는 ‘짐칸의 칸’이라는 농담을 건넨다. 그 말이 와닿았다.
디자인은 렉스턴 스포츠와 거의 같다. 차이는 전면 그릴에 있다. 파르테논 신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세로형 그릴이 적용돼 있다.
측면부 적재함이 차지하는 비율에서도 차이가 난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는 뒤가 짧았는데, 칸은 비례가 잘 맞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일종의 롱휠베이스 모델이다. 길이 310mm를 늘렸는데 여기서 110mm를 휠베이스에 할당했다. 이처럼 늘어난 차체 길이는 모두 적재함에 반영됐다. 덕분에 렉스턴 스포츠보다 24.8% 늘어난 화물 공간을 갖게 됐다.
픽업트럭 기준에서 실내 공간은 화려하다. 곧 국내에 수입될 쉐보레 콜로라도나 수입 가능성이 높다는 포드 레인저 등 미국 픽업트럭 실내는 투박하다. 실용성만 생각해 개발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부의 다양한 플라스틱 소재는 변형이나 오염에 강하고 찍힘이 있어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 기준에서는 그저 저렴해 보일 뿐이다. 물론 그들의 것이 더 합리적이긴 하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이해를 살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와 칸의 실내를 G4 렉스턴과 동일하게 구성했다. 이에 고급 가죽과 박음질 장식까지 있다. 천장도 블랙 색상으로 통일했다. 현대차에서 픽업트럭을 내놓을 때까지 실내의 고급스러움에서는 렉스턴 스포츠 & 칸의 우세가 확정적이다.
뒷좌석은 렉스턴 스포츠와 같다. 휠베이스가 늘었지만, 승객석은 그대로다. 불편하다. 제원상 레그룸도 동일하다. 뒷부분이 평평한 구조상 어쩔 수 없다지만 시트백을 조금 더 눕히면 좋겠다. 적재용으로 쓰는 스타렉스 밴도 2열이 답답한데, 렉스턴 스포츠 계열도 이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
픽업트럭으로는 구성이 좋다. 열선 스티어링 휠과 통풍 시트, 듀얼 존 에어컨, 계기판의 7인치 디스플레이도 있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차선이탈 경고, 오토 하이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기능도 탑재된다. 3D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갖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도 달렸다.
다만 레이더 센서를 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안된다.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 탑재로 차선이탈을 막아주는 기능도 없다. 아직 국내 유일의 픽업트럭이기에 편의 및 안전 기능 비교는 향후 경쟁 모델 출시 후 가능해질 것이다.
차에 타는 과정부터 다르다.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갈 때 문턱이 꽤 높다. 그만큼 지상고가 높다. 여기에 시트 높이까지 높다. 운전석에 앉으면 높은 시야가 먼저 들어온다. 옆으로 지나가는 기아 모하비가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2.2리터 디젤엔진의 시동을 건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하니 44.0 dBA로 확인됐다. 기존 렉스턴 스포츠와 같은 결과다. 80km/h로 달리는 환경에서 측정한 정숙성 결과도 59.5 dBA로 달라지지 않았다. 대시보드 부위와 뒷좌석 정도만 수치가 달라졌는데, 모두 0.5dBA 내외의 차이였다. 소음에 대한 튜닝 없이 차체 길이만 늘린 것으로 보면 된다.
주행을 시작한다. 픽업트럭 특성상 일반 승용차와 비교하면 허술한 주행 감각이다. 스티어링 휠도 승용차보다 많이 돌려야 하고 프레임 바디 특유의 차체가 비틀리는 듯한 느낌도 낸다. 주행 중 요철 구간을 지날 때면 잔 진동이 실내에 오래 남아 불쾌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주행 감각은 렉스턴 스포츠보다 칸 쪽이 더 좋았다. 리어 서스펜션의 차이 때문이다. 기존 우리 팀이 혹평했던 렉스턴 스포츠는 후륜에 멀티링크 서스펜션+코일 스프링 조합을 갖고 있었다. 팀 내 기자는 “대체 댐퍼가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할 정도로 출렁거리기 일쑤였고 코너를 돌 때면 전복의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 동승한 촬영 PD는 멀미도 했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 칸은 단단한 리프 스프링이 적용된 덕분인지 멀미를 덜하게 됐다. 코너에서도 어느 정도 차체를 잘 지지하는 모습이다. 물론 리프 스프링 특유의 화물차 같은 승차감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렉스턴 스포츠에는 역시 리프 서스펜션이 더 어울렸다.
이 부분을 조금 더 짚어보자.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 칸에 2종류의 후륜 서스펜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모델에는 다이내믹 5링크라고 하는 코일 스프링을, 고중량 모델에는 파워 리프 서스펜션이라는 이름의 리프 스프링(판 스프링)이 달린다.
리프 스프링은 이름 그대로 철판을 겹겹이 쌓은 구조로 이것이 스프링을 대신한다. 마차 시대부터 사용한 만큼 역사도 깊고, 간단한 구조가 매력이다. 내구성도 강하다. 코일 스프링처럼 장시간 스트레스를 받아 복원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없다.
하지만 약점도 분명하다. 무겁고 승차감이 나쁘며, 서스펜션의 변화(지오메트리 변화)로 차량의 성격을 바꾸기도 힘들다. 그냥 화물차 같은 느낌만 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장점을 이유로 픽업트럭에는 판 스프링이 더 어울린다. 최대 700kg의 무게를 이겨 내려면 내구성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포드 F-150이나 쉐보레 실버라도와 콜로라도, 토요타 타코마와 툰드라, 닛산 프론티어와 타이탄까지 유명한 픽업트럭 대부분이 후륜 서스펜션은 판 스프링을 사용한다. 성격에 맞는 조합을 한 것이지 싸구려 승차감을 만들고 싶어 이러한 결정을 하는 제조사는 없다.
중요한 것은 리프 스프링 보다 어떤 댐퍼(쇼크업소버)를 사용하는지다. 댐퍼의 완성도에 따라 리프 스프링을 사용해도 적정 수준의 승차감을 만들 수 있다. 렉스턴 스포츠 당시에도 문제 삼았지만 렉스턴 스포츠 칸도 댐퍼의 성능을 향상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렉스턴 스포츠 칸의 리프 스프링 모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함부로 타이어를 교체해서는 안 된다. 리프 스프링 적용 모델에는 별도의 고중량 대응 타이어가 장착되기 때문.
렉스턴 스포츠 칸에 장착되는 타이어는 넥센 타이어의 로디안 HTX RH5 XL이란 모델이다. 타이어에도 별도 ‘Extra Load’ 표기도 있고, 하중지수가 111이다. 환산 시 개당 1090kg 적재 대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참고로 렉스턴 스포츠의 20인치 타이어는 하중지수 105로 925kg 대응 용이다. 타이어 1개당 165kg의 차이, 4개 기준 660kg이라는 큰 차이가 나고 있다. 더 크고 무거운 차에 더 많은 짐을 적재하려면 당연히 차량 성격에 걸맞은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필수다.
차체 무게는 얼마나 늘었을까? 실제로 무게를 확인해본 결과 2217.5kg을 보였다. 렉스턴 스포츠가 2117.5kg였으니 딱 100kg 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 100kg이 거의 다 뒷부분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덕분에 렉스턴 스포츠가 보여준 전후 무게 배분 57.7:42.3이 칸에서 55.2:44.8로 좋아졌다. 물론 이 무게 배분이 핸들링 성능 향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100kg의 무게가 동력 성능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테스트를 시행한 결과 10.77초를 기록했다. 이는 후륜구동 모드에서 달성한 것으로, 4륜 고속 모드인 4H에서는 10.91초가 최고 기록이었다.
참고로 렉스턴 스포츠는 10.60초였다. 증가한 무게로 인해 약 0.2초 정도 느려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대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 2.2 디젤이 2024.5kg의 무게에도 10.83초를 기록했으니 이번 렉스턴 스포츠의 구동 효율이 더 좋다.
제동성능은 41.77m를 유지한다. 이는 최단 거리다. 이후 테스트가 반복되자 42m대로 늘어나고 결국 44m 이상의 제동 거리가 늘어났다. 앞서 언급했듯 렉스턴 스포츠 칸의 무게는 2.2톤이 넘는다. 여기에 5명의 사람이 탈 수 있으며, 700kg의 화물을 싣도록 만들어졌다. 최고 3.3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 남성 1명이 타고 화물도 싣지 않은 환경에서 브레이크가 너무나도 빨리 지쳐버렸다. 브레이크 성능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진짜 화물차처럼 배기 브레이크나 리타더 브레이크를 달아주지도 않을 것 아닌가? 적어도 개선 정도는 하자.
시속 100km 고속도로 정속 주행 연비를 확인한 결과 13.5km/L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픽업트럭이라는 성격과 무게를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효율이다. 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한 결과 평균적으로 10km/L 이상의 효율을 보기는 힘들었다. 디젤 모델이라고 대단한 효율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겠다.
일반적 운전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차량 거동, 조금은 둔하다. 하지만 차량 성격을 감안하면 타협할 수준은 된다. 코너에서 스티어링 휠 조작이 많아지는 것이 아쉽지만 차량 특성상 이 설정이 맞다. 승차감은 조금 튀는 편인데, 적정 수준 화물이 적재되었을 때 조금 더 향상되는 특징을 갖는다. 어느 수준의 화물 적재가 이상적인 승차감을 만드는지 시험은 못했지만 적어도 적재 중량에 따른 승차감 변화는 분명했다.
사실 주행에 대해서는 크게 말할 것이 없다. 이 차는 우리가 바라보는 일반적인 승용차의 상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모델이니까. 하지만 수입 모델과 비교한다면 일부 개선점들이 분명해 보인다. 물론 편의 장비로 승부수를 던지는 방법이 우리 시장에서 잘 통하긴 한다. 하지만 이제 쌍용도 엔지니어링으로 승부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 당장은 가격을 중심에 두고 렉스턴 스포츠 시리즈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을 방어하려면 본질적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팀이 최근 테스트한 코란도는 의외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쌍용차가 R&D에 더 많이 투자해 줬으며 한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어땠냐고? 우리가 역대 타본 쌍용의 픽업 중 최고였다. 하지만 그들만의 리그에서 최고라는 의미다. 쌍용차가 SUV, SUT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거듭나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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