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뉴 렉스턴 스포츠 칸 "진작 이렇게 바꿨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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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스포츠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계속된 내우외환을 겪으며 렉스턴 스포츠는 어느새 쌍용차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중심 모델이 됐다. 작년 4월 페이스리프트 이후 불과 9개월 만에 상품성 개선 모델을 내 놓은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되는 부분이다. 지난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전체적인 스타일을 바꿨다면, 이번에는 상품성 개선으로 내실을 다졌다. 이제야 렉스턴 스포츠가 완성된 느낌이다.
렉스턴 스포츠의 가장 큰 장점은 누가 뭐래도 가성비다. 시승차는 렉스턴 스포츠 칸의 스페셜 모델 '익스페디션'이다. 최상위 모델에 유료 색상을 제외한 풀 옵션임에도 4375만원이면 충분하다. 쉐보레 콜로라도보다 크고 넓은데 가격이 비슷하고, 포드 레인저 와일드트랙(4990만원)보다는 600만원 이상 저렴하다. 정식 수입 픽업 중 가장 비싼 지프 글래디에이터보다는 2600만원이나 낮다.
외관은 익스페디션 전용 블랙 라디에이터 그릴과 프런트 범퍼에 덧댄 넛지바로 더욱 험상궂은 인상을 만들었다. 보닛에 있는 공기 흡입구 모양 장식은 '감성 마력'을 더한다. 옆에서 바라보면 칸 모델 특유의 길쭉한 데크 덕분에 아메리칸 정통 픽업을 연상시키는 비율이 느껴진다. 여기에 18인치 블랙 휠과 옵션으로 제공되는 벙커 롤 바, 애프터마켓에서 판매되는 오프로드용 쿠퍼 타이어까지 적용되니 서울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터프하다.
널찍한 보닛 아래에는 한층 강력해진 디젤 엔진이 들어있다. 배기량은 2.2리터로 동일하지만, 최고출력은 이전 대비 8% 높아진 202마력, 최대토크는 5% 상승한 45.0kg·m를 각각 발휘한다. 여기에 랙 타입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R-EPS)도 새롭게 적용됐다. 페이스리프트 모델 구매자는 배아플 변화다.
차에 타기 전, 매섭게 부는 칼바람을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 원격 시동을 사용했다. 렉스턴 스포츠에는 쌍용차의 커넥티드카 서비스인 인포콘이 탑재되어 스마트폰을 통해 미리 시동을 걸어놓는 것이 가능하다.
인포콘의 반응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현대차에서 블루링크 등을 사용할 때는 버튼을 눌러도 한참 뒤에야 작동해서 답답했는데 인포콘은 수 차례 써봐도 누르자마자 반응한다. 시동 및 공조 조작은 물론, 주행거리나 차량 상태 확인도 가능해 편리하다.
인포콘으로 차량을 따뜻하게 만든 뒤 탑승했다. 차체가 다소 높지만 옵션으로 제공되는 사이드 스텝 덕에 오르내리기 수월하다. 앉자마자 12.9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에 먼저 눈길이 간다. 확실히 디지털 클러스터는 실내 분위기를 바꾸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것 하나로도 트럭 그 자체였던 실내가 최첨단으로 변한 느낌이 든다. 특히,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는 등 다양한 기능이 제공돼 사용하기도 편리하다.
실내는 센터 콘솔 뚜껑에 배치된 공기청정기를 비롯해 플로팅 무드 스피커까지 열심히 꾸며놨다. 터널 진입 시 내기 모드 전환은 물론 창문을 닫아주는 기능까지 세심하게 적용했다.
조심스럽게 출발했지만, 5.4미터라는 숫자에서 오는 긴장감은 상당하다. 그럴만한 것이, 국산차 중 렉스턴 스포츠 칸보다 긴 차는 신형 G90 롱휠베이스(5465mm)뿐이다. 덕분에 여러차례 앞뒤로 오간 다음에야 주차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2·3중 주차가 흔한 구형 아파트에 주차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아찔하다.
덩치는 크지만 승차감은 의외로 만족스럽다. RPM을 높이지 않는 한 디젤 엔진은 얌전하게 힘을 내고, 특유의 떨림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별도 판매되는 오프로드용 쿠퍼 타이어가 적용됐음에도 트럭 혹은 오프로더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살짝 단단한 SUV를 타는 기분이다.
비결은 후륜에 적용된 5링크 서스펜션이었다. 비록 리프 스프링보다 적재 용량에서 200kg 손해를 보지만, 훨씬 우수한 승차감을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생활 패턴이나 차량 용도에 따라 서스펜션을 선택하면 되겠다.
고속도로에 올라 발끝에 힘을 줬다. 80km/h까지 속도를 내니 비로소 디젤 엔진의 존재감이 확연해졌다. 주행 모드는 노멀, 스포츠, 윈터 등 세 가지가 마련됐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변속 타이밍을 늦춰 RPM을 높게 유지해 강한 힘을 발휘한다.
강해진 심장은 고속도로에서도 만족감을 준다. 디젤 엔진 특유의 높은 최대토크가 1600~2600rpm까지 넓은 범위에서 발휘되기 때문에 추월 등 순간적인 힘이 필요할 때도 경쾌하다. 의외의 승차감과 가속 성능은 픽업트럭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시승 내내 1차선으로 들어가 추월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았다.
유압식 대신 전자식 파워스티어링(R-EPS)을 적용한 것은 확실한 효과가 있다. 각 주행 모드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에 변화를 주는 것은 기본이고,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떨림까지 보정해줘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특히, R-EPS와 함께 추가된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은 감동이다. 장거리를 운전할 때 거대한 덩치로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것은 은근히 스트레스인데, 드디어 렉스턴 스포츠도 차로 유지를 보조해주기 시작했다. 물론, 전방 충돌 방지와 후측방 접근 경고 등 기존에 제공되던 기능들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
아쉬운 점은 차로 유지 기능이 40km/h 이상에서만 작동한다는 것이다. 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지원되지 않아 말 그대로 '보조'에만 충실하다. 버튼 위치도 스티어링 휠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좀 느리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확실히 진화했다. 사실 이번 개선점은 지난 페이스리프트에 포함돼야 했던 것이지만, 그래도 어려운 상황에도 렉스턴 스포츠 시리즈를 끊임없이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골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장 칼바람에 시달리는 쌍용차에게 뜨끈한 사골국보다 좋은 게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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