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트로엥, C4 칵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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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익숙한 소형 SUV들은 다음과 같다. 쌍용 티볼리, 르노삼성 QM3, 쉐보레 트랙스. 여기에 기아의 니로 정도를 떠올리는 소비자들이 다수다. 하지만 수입차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 푸조 2008을 선두로 닛산 쥬크, 지프 레니게이드, 피아트 500X, 혼다 HR-V, 미니 컨트리맨 등 의외로 종류가 많다. 시트로엥도 이 그룹에서 경쟁하는 소형 SUV를 내놨다. 모델명은 C4 칵투스다.
C4 칵투스는 생김새부터가 파격적이다. 여기에 2,4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매력적인 가격도 갖췄다. 국산 소형 SUV도 2,500만원대를 쉽게 넘지 않던가? 때문에 C4 칵투스의 가격은 합격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 추천할만한 가치로 본다면 어떨까?
C4 칵투스는 푸조 2008의 형제차다. 동일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무난한 소형 SUV의 모습을 갖춘 것이 푸조 2008이었다면 시트로엥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잡아 끈다.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그대로 양산시킨 것도 이유가 된다. 사이드 미러나 도어 핸들 정도만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대로 양산됐다. 심지어 휠의 디자인까지 같다.
주간 주행 등, 헤드램프, 안개등이 분리된 전면부 디자인 역시 독특하다. 시트로엥의 고급 브랜드인 DS를 제외하면 앞으로 시트로엥에서 나올 신모델들은 모두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된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디자인 덕분에 존재감 역시 남다르다. 물론 이와 같은 디자인을 부담스러워할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디자인만큼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영역이니까.
측면부를 바라보면 돌기 같은 것이 나있다. 에어범프(Airbump)라는 이름의 패널이다. 유연한 성질을 지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약한 충격에서 외부 패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처음 사진으로 접하며 고무 같은 성질인 줄 알았지만 딱딱한 플라스틱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패널로 전면과 후면, 그리고 측면을 감쌌다.
만약 이 부분이 망가지면 파손 부위만 간단히 교체하면 된다. 여러 가지 색상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패널 교체 비용도 9만원대에 불과하다. 공임은 무료란다.
후면부 역시 일반 SUV와 조금 다르다. 플라스틱 패널로 감싸고 두툼한 범퍼에 간결한 리어램프로 마무리한 것도 특징이다. 해치백과 SUV의 중간 정도의 모습이랄까? 보통 거친 플라스틱 패널을 넓게 사용하면 차가 저렴해 보이게 된다. 반면 시트로엥의 독특한 디자인은 저렴한 소재(?)의 활용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모습을 비췄다. 디자인 특징 덕분이다. 원래 이들은 4차원 디자인을 좋아하니까.
실내도 일반 승용차와 방향을 달리한다. 시트로엥은 C4 칵투스의 인테리어 컨셉트를 ‘여행’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때문인지 여행용 가방을 연상시키게 하는 곳들이 눈에 띈다. 조수석 앞쪽 수납공간과 도어 패널 핸들의 모습 역시 여행용 가방을 떠오르게 한다.
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이 연결된 형태다. 센터 암레스트를 내려 좌우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왠지 서로 연결된 형태가 더 잘 어울린다. 1970~80년대 미국 차에서 주로 사용됐던 벤치식 시트를 연상시키는데 시트로엥이 하니 뭔가 세련돼 보인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태블릿 PC를 꼽아둔 모습 같다. 변속기는 버튼을 눌러 조작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C4 칵투스는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남들과 다르기에 더 의미 있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내실은 부실하다. 시트는 직물 소재다. 최상급 트림으로 올라가도 가죽 시트가 없다. 넓은 화면을 가진 계기판은 엔진 회전수조차 표시하지 않는다. 속도와 크루즈 컨트롤 혹은 스피드 리미터 정도만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끝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텔레스코픽 기능이 없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틸트만 지원할 뿐이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 내리면 계기판이 보이지 않는다. 평평한 대시보드 위에 모니터를 삽입한 형태로 계기판을 위치시키다 보니 이런 불편이 따른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서 한글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추울 때 터치 인식이 안 되는 등의 문제는 더 큰 아쉬움을 키웠다. 테스트가 한창이던 이른 아침 영하 10도의 추위에서 히터를 작동시키지 못한 채 떨어야만 했다.
뒷좌석도 소형 SUV로서 충분하다. 푸조 2008이 그랬듯 폭은 좁더라도 앞뒤가 길다. 트렁크도 차 급을 생각했을 때 부족하지 않다. 국산 소형 SUV가 경차 급 트렁크를 갖췄다면 2008이나 C4 칵투스는 그보다는 넓은 느낌이다. 물론 절대적인 공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 C4 칵투스 역시 소형 SUV니까.
프랑스 차에서 느낄 수 있는 4차원의 매력은 C4 칵투스에서 한 차원 더 부각된다. 그럼 주행 감각은 어떨까? 엔진은 1.6리터 디젤이 기본이며 변속기는 6단 자동화 수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시동부터 걸어본다. 시동은 키를 꼽고 돌리는 방식이다. 신선하다. 쉐보레 트랙스조차 이 방식을 버렸건만. 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감점을 받을 부분이다. 프랑스산 소형 디젤차가 그렇듯 겔겔겔 거리는 엔진음이 들려온다. 아이들 소음 측정 결과 약 45dBA 수준이었다.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차량 등급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타협할 수준이다. 반면 약간의 진동이 전달된다는 점이 아쉽다. 참고로 르노삼성 QM3가 약 46dBA 내외의 아이들 정숙성을 보였다.
주행에 앞서 변속기를 조작한다. 칵투스는 버튼으로 변속하는 방식을 쓴다. 버튼은 3개. 전진을 위한 ‘D’, 후진을 위한 ‘R’, 중립 때 쓰는 ‘N’이 전부다. 주차를 위한 ‘P’가 없다. 이 변속기는 수동변속기를 자동화 한 것이다. 주차 때는 N 버튼을 누른 뒤 핸드브레이크를 당겨야 한다.
핸드브레이크가 다소 무겁다. 언덕 주차 때 차량이 움직이지 않게 하려면 조금은 세게 당겨놓아야 하는데 이것을 풀려면 더 큰 힘이 들어간다. 여성 운전자들이 이것을 풀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또한 핸드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케이블이 늘어나거나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장착해주면 좋겠다.
어찌 됐건 이 변속기… 속도 상승에 따라 변속이 진행됨과 동시에 울컥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동력 전달 효율을 갖는다는 것은 물론 큰 장점이다. 클러치 내구성이 10만km에 이른다는 점, 클러치 교체 가격도 40만원대라는 것도 매력이다. 문제는 반응성이다. 이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울컥거리는 반응과 느린 변속 속도. 이 변속기에 대해 우리 팀 내에서도 많은 의견이 엇갈렸다.
팀 내 김선웅 기자는 이 변속기에 호의적이었다. 반면 일반인의 시선으로 차를 보는 영상 담당 PD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잠시 이 둘의 대화를 들어보자.
김선웅 기자 : 이 변속기가 반응은 이런데 가격도 싸고 효율도 좋고 메인터넌스도 좋고 내구성도 좋고… 블라블라…
촬영 PD : 그럼 뭐해요? 차가 이렇게 가는데…
선웅 기자 : 그래서 유럽에서는 자동변속기보다 수동변속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변속할 때도 가속페달을 잘 조작하면 울컥거림을 최소화시킬 수 있어요. 만약 좀 더 빠른 변속을 원하면 가속페달을 뗀 상태에서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더 빠른 변속도 가능하죠.
촬영 PD : 편하게 타려고 자동변속기 선택하는 건데 가속페달 밟았다가 뗀 후 패들 누르고 다시 가속 페달 밟고 그걸 하라고요?
선웅 기자 : ……
그리고 팀 내 김기태 PD가 다시금 의견을 더했다. 차라리 수동으로 팔던지. 아니면 일반 자동변속기를 넣던지. 빠르지도 않다. 거기에 일정 주기가 되면 클러치를 바꾼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다소 이기적인 변속기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그렇다.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변속기 때문에 승차감이 나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다른 장점을 내세우려 해도 이 변속기가 달린 차를 운전할 때만큼은 유쾌하지 않다.
가속 페달을 밟아보자. 의외로 체감적 성능은 좋은 편이다. 이 차에 탑재된 1.6리터 디젤엔진은 99마력과 25.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빠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하진 않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11.94초. 92마력을 발휘했던 푸조 2008이 14.05초를 기록했고 90마력의 르노삼성 QM3가 13.2초를 기록했으니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고속 도약 성능은 한계가 분명하다. 시속 160km까지는 무난하게 속도가 상승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물론 입술을 깨문 채 지구 끝까지 달려나간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만 일상에서 그런 모험을 할 이유는 없다.
반면 제동 성능은 평균 이상이었다. C4 칵투스는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38.15m의 거리를 보였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초기 응답성도 적당했고 여성들도 쉽게 조작할 수준의 답력도 갖췄다. 조작하기 쉬우면서 제동력을 빨리 끌어낸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일상에서의 주행감각만 놓고 본다면 C4 칵투스는 의외로 부드럽다. 여유로운 서스펜션 설정 덕분에 조금은 출렁거리는 모습이지만 과하지는 않다. 스티어링 휠 조작 때의 차체 반응도 그리 민감한 편은 아니다. 덕분에 느긋한 운전이 가능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덕분에 요철도 잘 통과한다. 국산 소형 SUV와 크게 다르지 않는 감각들이었다.
반면 와인딩 코스를 만나면 프랑스산 모델답게 좋은 핸들링 성능을 보인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빠른 반응을 느낄 수 있어 운전 재미도 제법 좋다. 다만 그동안 겪어온 푸조, 시트로엥 모델의 핸들링 성능이 워낙 좋았기에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긴 한다. 여유로운 스티어링 반응과 부드러운 서스펜션의 영향일 것이다. 하지만 전륜구동 소형 SUV로는 수준급의 핸들링 성능임에 분명하다.
서스펜션은 적당하게 부드럽지만 늘 부드러움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짧고 강한 쇼크가 들어올 경우 의외로 탄탄히 받아치기 때문이다. 바디롤 허용은 어느 정도 있지만 크게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다. 덕분에 수준급의 핸들링 성능과 완성도 높은 주행 감각을 경험하게 해준다.
타이어는 굿이어 이피션트 그립 제품이다. 폭은 205mm.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노면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켜 차량의 연비를 높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진 타이어다. 타이어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차량의 종합적인 완성도 덕분인지 접지력 부족을 느끼지 않았다. 엔진 출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있지만 섀시와 궁합이 좋았다고 평하고 싶다.
그렇다고 매우 스포티한 드라이빙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타협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푸조, 시트로엥의 모델들처럼 자세제어장치인 ESP를 완전히 끌 수도 없다. ESP는 OFF 상태로 설정해도 휠 스핀이 발생하거나 속도가 높아지면 다시금 개입하기 시작한다. 물론 C4 칵투스로 달리기를 지향할 소비자는 없다. 때문에 시스템 개입에 불만은 없다.
이리저리 많은 시간을 달렸고 이를 통해 C4 칵투스의 최대 장점을 꼽으라면 연비라 말할 것이다. C4 칵투스는 시속 100~110km 주행 환경에서 약 22km/L의 효율을 보였다. 시속 80km 정속 주행 상태에서 25km/L까지 연비를 끌어올렸다. 평속 15km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결과 13km/L를 보였다. 수치만 보면 하이브리드 혹은 그 이상이다.
특정 속도 구간이 아니라 그냥 타도 20km/L 이상의 연비는 쉽게 나온다. 물론 가속페달을 마구 밟아 연비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교통 환경에 따라 일반적인 운전을 하면 연비는 다시금 20km/L 대로 올라선다. 나쁜 마음을 먹고 연비를 일부로 떨어트려놔도 조금만 방심하면 다시 연비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내친김에 한적한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그래도 연비는 10km/L 이상을 오간다. 흔하지 않은 신기한 경험이다. 최근 다시금 고유가 시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C4 칵투스의 높은 효율은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C4 칵투스는 또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2,4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판매 가격이다. 최고 트림 모델도 2,800만원대다. 형제 모델인 푸조 2008이 2,590~3,295만원의 가격을 갖췄으니 더 착해 보인다.
이제 수입차의 가격이 국산차와 심심치 않게 겹쳐지고 있다. 수입사가 공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국산차들을 위협한다는 점은 반길 내용이다. 하지만 칵투스의 가격이 정말 낮아서 국산차와 가격이 겹치게 된 것일까? 물론 일정 부분 그렇긴 하지만 국산 소형 SUV들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 된다.
최근 얼마 전 피아트가 무려 1천만원이 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500X를 재고 처리했던 사실이 있다. 4천만원대 수입차를 2천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사실에 500X 재고 모델은 수 일만에 완판됐다. 500X에 4천만원대라는 가격 자체가 잘못이었다. 피아트는 예전에도 500을 3천만원에 팔려다 결국 판매 부진에 2천만원대 초반으로 가격을 낮춰 팔았던 경험이 있다. 이번 500X 사건을 감안할 때 피아트는 분명 철수할 것 같다. 시장에서 물을 흐리느니 차라리 그 편이 낫다. 만약 다시금 다른 차로 도전하고 싶다면 차라리 한불모터스처럼 가격을 낮춰 시작하라 조언하고 싶다.
수입차 점유율 20%대를 바라보고 있는 시대다. 이제 수입차 보고 “우와! 외제차다!” 하는 시대도 끝났다. 이제는 저렴한 수입차, 작은 차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단점이 분명함에도 우리 팀이 C4 칵투스를 응원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C4 칵투스는 생김새부터가 파격적이다. 여기에 2,4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매력적인 가격도 갖췄다. 국산 소형 SUV도 2,500만원대를 쉽게 넘지 않던가? 때문에 C4 칵투스의 가격은 합격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에게 추천할만한 가치로 본다면 어떨까?
C4 칵투스는 푸조 2008의 형제차다. 동일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무난한 소형 SUV의 모습을 갖춘 것이 푸조 2008이었다면 시트로엥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잡아 끈다. 컨셉트카의 디자인을 그대로 양산시킨 것도 이유가 된다. 사이드 미러나 도어 핸들 정도만 제외하면 대부분이 그대로 양산됐다. 심지어 휠의 디자인까지 같다.
주간 주행 등, 헤드램프, 안개등이 분리된 전면부 디자인 역시 독특하다. 시트로엥의 고급 브랜드인 DS를 제외하면 앞으로 시트로엥에서 나올 신모델들은 모두 이런 모습을 갖추게 된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들어오는 디자인 덕분에 존재감 역시 남다르다. 물론 이와 같은 디자인을 부담스러워할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디자인만큼은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영역이니까.
측면부를 바라보면 돌기 같은 것이 나있다. 에어범프(Airbump)라는 이름의 패널이다. 유연한 성질을 지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약한 충격에서 외부 패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처음 사진으로 접하며 고무 같은 성질인 줄 알았지만 딱딱한 플라스틱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패널로 전면과 후면, 그리고 측면을 감쌌다.
만약 이 부분이 망가지면 파손 부위만 간단히 교체하면 된다. 여러 가지 색상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패널 교체 비용도 9만원대에 불과하다. 공임은 무료란다.
후면부 역시 일반 SUV와 조금 다르다. 플라스틱 패널로 감싸고 두툼한 범퍼에 간결한 리어램프로 마무리한 것도 특징이다. 해치백과 SUV의 중간 정도의 모습이랄까? 보통 거친 플라스틱 패널을 넓게 사용하면 차가 저렴해 보이게 된다. 반면 시트로엥의 독특한 디자인은 저렴한 소재(?)의 활용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모습을 비췄다. 디자인 특징 덕분이다. 원래 이들은 4차원 디자인을 좋아하니까.
실내도 일반 승용차와 방향을 달리한다. 시트로엥은 C4 칵투스의 인테리어 컨셉트를 ‘여행’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때문인지 여행용 가방을 연상시키게 하는 곳들이 눈에 띈다. 조수석 앞쪽 수납공간과 도어 패널 핸들의 모습 역시 여행용 가방을 떠오르게 한다.
시트는 운전석과 조수석이 연결된 형태다. 센터 암레스트를 내려 좌우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왠지 서로 연결된 형태가 더 잘 어울린다. 1970~80년대 미국 차에서 주로 사용됐던 벤치식 시트를 연상시키는데 시트로엥이 하니 뭔가 세련돼 보인다.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태블릿 PC를 꼽아둔 모습 같다. 변속기는 버튼을 눌러 조작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C4 칵투스는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남들과 다르기에 더 의미 있는 디자인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내실은 부실하다. 시트는 직물 소재다. 최상급 트림으로 올라가도 가죽 시트가 없다. 넓은 화면을 가진 계기판은 엔진 회전수조차 표시하지 않는다. 속도와 크루즈 컨트롤 혹은 스피드 리미터 정도만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끝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텔레스코픽 기능이 없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틸트만 지원할 뿐이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 내리면 계기판이 보이지 않는다. 평평한 대시보드 위에 모니터를 삽입한 형태로 계기판을 위치시키다 보니 이런 불편이 따른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서 한글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추울 때 터치 인식이 안 되는 등의 문제는 더 큰 아쉬움을 키웠다. 테스트가 한창이던 이른 아침 영하 10도의 추위에서 히터를 작동시키지 못한 채 떨어야만 했다.
뒷좌석도 소형 SUV로서 충분하다. 푸조 2008이 그랬듯 폭은 좁더라도 앞뒤가 길다. 트렁크도 차 급을 생각했을 때 부족하지 않다. 국산 소형 SUV가 경차 급 트렁크를 갖췄다면 2008이나 C4 칵투스는 그보다는 넓은 느낌이다. 물론 절대적인 공간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지해야 한다. C4 칵투스 역시 소형 SUV니까.
프랑스 차에서 느낄 수 있는 4차원의 매력은 C4 칵투스에서 한 차원 더 부각된다. 그럼 주행 감각은 어떨까? 엔진은 1.6리터 디젤이 기본이며 변속기는 6단 자동화 수동변속기를 사용한다.
시동부터 걸어본다. 시동은 키를 꼽고 돌리는 방식이다. 신선하다. 쉐보레 트랙스조차 이 방식을 버렸건만. 이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감점을 받을 부분이다. 프랑스산 소형 디젤차가 그렇듯 겔겔겔 거리는 엔진음이 들려온다. 아이들 소음 측정 결과 약 45dBA 수준이었다. 소음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실망할 수 있겠지만 차량 등급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타협할 수준이다. 반면 약간의 진동이 전달된다는 점이 아쉽다. 참고로 르노삼성 QM3가 약 46dBA 내외의 아이들 정숙성을 보였다.
주행에 앞서 변속기를 조작한다. 칵투스는 버튼으로 변속하는 방식을 쓴다. 버튼은 3개. 전진을 위한 ‘D’, 후진을 위한 ‘R’, 중립 때 쓰는 ‘N’이 전부다. 주차를 위한 ‘P’가 없다. 이 변속기는 수동변속기를 자동화 한 것이다. 주차 때는 N 버튼을 누른 뒤 핸드브레이크를 당겨야 한다.
핸드브레이크가 다소 무겁다. 언덕 주차 때 차량이 움직이지 않게 하려면 조금은 세게 당겨놓아야 하는데 이것을 풀려면 더 큰 힘이 들어간다. 여성 운전자들이 이것을 풀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또한 핸드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하다 보면 케이블이 늘어나거나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를 장착해주면 좋겠다.
어찌 됐건 이 변속기… 속도 상승에 따라 변속이 진행됨과 동시에 울컥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수동변속기와 동일한 동력 전달 효율을 갖는다는 것은 물론 큰 장점이다. 클러치 내구성이 10만km에 이른다는 점, 클러치 교체 가격도 40만원대라는 것도 매력이다. 문제는 반응성이다. 이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울컥거리는 반응과 느린 변속 속도. 이 변속기에 대해 우리 팀 내에서도 많은 의견이 엇갈렸다.
팀 내 김선웅 기자는 이 변속기에 호의적이었다. 반면 일반인의 시선으로 차를 보는 영상 담당 PD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잠시 이 둘의 대화를 들어보자.
김선웅 기자 : 이 변속기가 반응은 이런데 가격도 싸고 효율도 좋고 메인터넌스도 좋고 내구성도 좋고… 블라블라…
촬영 PD : 그럼 뭐해요? 차가 이렇게 가는데…
선웅 기자 : 그래서 유럽에서는 자동변속기보다 수동변속기로 인식하고 있으며, 변속할 때도 가속페달을 잘 조작하면 울컥거림을 최소화시킬 수 있어요. 만약 좀 더 빠른 변속을 원하면 가속페달을 뗀 상태에서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면 더 빠른 변속도 가능하죠.
촬영 PD : 편하게 타려고 자동변속기 선택하는 건데 가속페달 밟았다가 뗀 후 패들 누르고 다시 가속 페달 밟고 그걸 하라고요?
선웅 기자 : ……
그리고 팀 내 김기태 PD가 다시금 의견을 더했다. 차라리 수동으로 팔던지. 아니면 일반 자동변속기를 넣던지. 빠르지도 않다. 거기에 일정 주기가 되면 클러치를 바꾼다?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다소 이기적인 변속기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그렇다.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변속기 때문에 승차감이 나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다른 장점을 내세우려 해도 이 변속기가 달린 차를 운전할 때만큼은 유쾌하지 않다.
가속 페달을 밟아보자. 의외로 체감적 성능은 좋은 편이다. 이 차에 탑재된 1.6리터 디젤엔진은 99마력과 25.9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빠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하진 않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11.94초. 92마력을 발휘했던 푸조 2008이 14.05초를 기록했고 90마력의 르노삼성 QM3가 13.2초를 기록했으니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하지만 고속 도약 성능은 한계가 분명하다. 시속 160km까지는 무난하게 속도가 상승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물론 입술을 깨문 채 지구 끝까지 달려나간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만 일상에서 그런 모험을 할 이유는 없다.
반면 제동 성능은 평균 이상이었다. C4 칵투스는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38.15m의 거리를 보였다. 브레이크 시스템의 초기 응답성도 적당했고 여성들도 쉽게 조작할 수준의 답력도 갖췄다. 조작하기 쉬우면서 제동력을 빨리 끌어낸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일상에서의 주행감각만 놓고 본다면 C4 칵투스는 의외로 부드럽다. 여유로운 서스펜션 설정 덕분에 조금은 출렁거리는 모습이지만 과하지는 않다. 스티어링 휠 조작 때의 차체 반응도 그리 민감한 편은 아니다. 덕분에 느긋한 운전이 가능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덕분에 요철도 잘 통과한다. 국산 소형 SUV와 크게 다르지 않는 감각들이었다.
반면 와인딩 코스를 만나면 프랑스산 모델답게 좋은 핸들링 성능을 보인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마다 빠른 반응을 느낄 수 있어 운전 재미도 제법 좋다. 다만 그동안 겪어온 푸조, 시트로엥 모델의 핸들링 성능이 워낙 좋았기에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긴 한다. 여유로운 스티어링 반응과 부드러운 서스펜션의 영향일 것이다. 하지만 전륜구동 소형 SUV로는 수준급의 핸들링 성능임에 분명하다.
서스펜션은 적당하게 부드럽지만 늘 부드러움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짧고 강한 쇼크가 들어올 경우 의외로 탄탄히 받아치기 때문이다. 바디롤 허용은 어느 정도 있지만 크게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다. 덕분에 수준급의 핸들링 성능과 완성도 높은 주행 감각을 경험하게 해준다.
타이어는 굿이어 이피션트 그립 제품이다. 폭은 205mm.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노면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감소시켜 차량의 연비를 높여주는데 초점이 맞춰진 타이어다. 타이어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차량의 종합적인 완성도 덕분인지 접지력 부족을 느끼지 않았다. 엔진 출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있지만 섀시와 궁합이 좋았다고 평하고 싶다.
그렇다고 매우 스포티한 드라이빙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타협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푸조, 시트로엥의 모델들처럼 자세제어장치인 ESP를 완전히 끌 수도 없다. ESP는 OFF 상태로 설정해도 휠 스핀이 발생하거나 속도가 높아지면 다시금 개입하기 시작한다. 물론 C4 칵투스로 달리기를 지향할 소비자는 없다. 때문에 시스템 개입에 불만은 없다.
이리저리 많은 시간을 달렸고 이를 통해 C4 칵투스의 최대 장점을 꼽으라면 연비라 말할 것이다. C4 칵투스는 시속 100~110km 주행 환경에서 약 22km/L의 효율을 보였다. 시속 80km 정속 주행 상태에서 25km/L까지 연비를 끌어올렸다. 평속 15km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결과 13km/L를 보였다. 수치만 보면 하이브리드 혹은 그 이상이다.
특정 속도 구간이 아니라 그냥 타도 20km/L 이상의 연비는 쉽게 나온다. 물론 가속페달을 마구 밟아 연비를 떨어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교통 환경에 따라 일반적인 운전을 하면 연비는 다시금 20km/L 대로 올라선다. 나쁜 마음을 먹고 연비를 일부로 떨어트려놔도 조금만 방심하면 다시 연비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내친김에 한적한 도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그래도 연비는 10km/L 이상을 오간다. 흔하지 않은 신기한 경험이다. 최근 다시금 고유가 시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C4 칵투스의 높은 효율은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다.
C4 칵투스는 또 다른 강점을 갖고 있다. 2,4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판매 가격이다. 최고 트림 모델도 2,800만원대다. 형제 모델인 푸조 2008이 2,590~3,295만원의 가격을 갖췄으니 더 착해 보인다.
이제 수입차의 가격이 국산차와 심심치 않게 겹쳐지고 있다. 수입사가 공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국산차들을 위협한다는 점은 반길 내용이다. 하지만 칵투스의 가격이 정말 낮아서 국산차와 가격이 겹치게 된 것일까? 물론 일정 부분 그렇긴 하지만 국산 소형 SUV들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이 근본적 원인이 된다.
최근 얼마 전 피아트가 무려 1천만원이 넘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500X를 재고 처리했던 사실이 있다. 4천만원대 수입차를 2천만원대에 살 수 있다는 사실에 500X 재고 모델은 수 일만에 완판됐다. 500X에 4천만원대라는 가격 자체가 잘못이었다. 피아트는 예전에도 500을 3천만원에 팔려다 결국 판매 부진에 2천만원대 초반으로 가격을 낮춰 팔았던 경험이 있다. 이번 500X 사건을 감안할 때 피아트는 분명 철수할 것 같다. 시장에서 물을 흐리느니 차라리 그 편이 낫다. 만약 다시금 다른 차로 도전하고 싶다면 차라리 한불모터스처럼 가격을 낮춰 시작하라 조언하고 싶다.
수입차 점유율 20%대를 바라보고 있는 시대다. 이제 수입차 보고 “우와! 외제차다!” 하는 시대도 끝났다. 이제는 저렴한 수입차, 작은 차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단점이 분명함에도 우리 팀이 C4 칵투스를 응원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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