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SUV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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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에 이어 수입차 시장에서도 작은 SUV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시트로엥 역시 C3 에어크로스 SUV를 투입하며 시장 문을 두드리고 나섰다.
C3 에어크로스는 2017년 10월 유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23만대 이상 판매된 브랜드 핵심 모델이다.
신차는 한눈에도 SUV임을 알 수 있지만, 굳이 이름에 SUV란 단어를 한 번 더 넣었다. 앞서 남미 시장 전략 모델로 C3 에어크로스란 이름의 MPV를 붙여 판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출시 모델은 이름에 걸맞게 SUV 본연의 비율을 갖췄다.
소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한 비율을 자랑한다. C3 에어크로스의 전고는 1650mm로, 아우디 Q3(1615mm), BMW X1(1600mm), 볼보 XC40(1640mm)보다 높다. 국산차 가운데 전고가 높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트림별 1635~1660mm)와 맞먹는다.
신차는 푸조 208·2008과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크게 닮은 구석은 없다. 2008이 작지만 알차고 강한 인상을 내뿜는다면, C3 에어크로스는 귀엽고 동글동글하고 포동포동하다. 프랑스차 특유의 시크한 감성과는 결이 다른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시승차에 적용된 ‘패션 레드’ 색상과 더불어 헤드램프 테두리와 사이드미러, 루프랙, 쿼터글래스 등에 적용된 흰색 컬러칩 액세서리 조합이 시선을 빼앗는다. 전면에는 주간주행등과 연결된 ‘더블 쉐브론’ 앰블럼과 아래쪽에 분리된 헤드램프가 특징이다. 아쉽지만 LED는 주간주행등에만 적용됐다.
실내에 오르면,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직물 시트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가죽 시트는 옵션으로만 제공된다. 실내 곳곳에 회색 직물 소재를 사용해 원가 절감에 나섰다. 직물 시트는 보기 보다 촉감이 다소 거칠다. 장기간 마찰 시 옷감이 손상되거나 음식물 등에 시트가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 부드러운 촉감과 고급스러움 분위기는 가죽 소재를 따라갈 수 없다.
스티어링 휠 아랫 부분과 송풍구 주변은 오렌지색 둥근 사각형으로 포인트를 더했다. 다소 밋밋하고 투박해 보일 수 있는 플라스틱 및 직물 조합의 인테리어가 주황색 네모 몇 개만으로 통통 튀는 개성 있는 분위기로 탈바꿈했다.
높은 전고 만큼 헤드룸도 넉넉하다. 운전 시 큼지막한 창문들이 탁월한 시야를 제공한다. 게다가 거대한 파노라믹 선루프가 더해져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탁 트인 개방감을 제공한다.
C3 에어크로스는 1.5L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이 엔진은 6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출력 120마력, 최대토크 30.61kg·m를 발휘한다. 디젤 엔진 특유의 우수한 토크 덕에 경쾌하게 출발한다. 기어 박스 앞에 놓인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RPM을 높게 유지해 한층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다만 정숙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디젤 엔진의 걸걸거리는 소리가 속도 및 RPM과 관계없이 항상 들려온다. 덕분에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잘 들리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또한, 기어가 몇 단에 물려있던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손까지 엔진 진동이 그대로 느껴진다.
차체는 높지만 코너에서 생각보다 여유로운 거동을 보인다. 급격한 방향 전환 시 좌우 롤링이 조금씩 느껴지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는다. PSA그룹 특유의 가볍고 경쾌한 스티어링 덕에 시내 곳곳을 신나게 누빌 수 있다.
약 230km를 주행하면서 기록한 연비는 무려 18.5km/L다. 시승 기간 중 70%를 도심에서 보낸 탓에 평균 주행 속도가 29km/h에 불과하지만, 공인연비(14.1km/L) 대비 4.4km/L나 높은 실연비를 달성했다. 적절히 수동 변속 기능을 활용했다면 19~20km/L도 거뜬하겠다.
뛰어난 연비와 함께 넉넉한 적재 용량까지 갖췄다. 6:4 폴딩이 가능해 기본 410L에서 최대 1289L까지 적재 용량이 확장된다. 여기에 조수석까지 완전히 접을 수 있어 최대 2.4m 길이의 짐까지 실을 수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차박도 가능한 수준이다.
이와 별도로 곳곳에 수납공간이 마련됐다. 1.5L 물병까지 넣을 수 있는 넉넉한 글러브 박스는 에어컨 바람이 나와 음료를 시원하게 유지할 수도 있다. 어라운드 뷰 및 오토 하이빔 기능이 적용됐고 2열 햇빛 가리개를 탑재하는 등 여러 가지를 갖추고 있다.
다만 그동안 시트로엥 브랜드가 강조해온 아방가르드한 감성 품질은 아쉽다. 정차 중 시동이 꺼졌을 때 에어컨 컴프레서가 멈춰 눅눅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나온다. 요즘같이 덥고 습한 장마철에는 더 거슬린다. 특히, 시동이 자동으로 꺼졌을 때 바람 세기를 줄이는 다른 브랜드와 달리 바람 세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온도와 습도만 올라가 더 불쾌하다. 이 경우 스티어링 휠을 살짝 돌려주면 엔진이 다시 가동된다. 오토 홀드 기능이 없어 장시간 신호대기 중에도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아쉽다.
7인치의 작은 화면도 불만이다.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공조 장치를 조작해야 한다는 점도 직관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다소 빈약한 최신 운전자 보조 사양까지 아쉽다.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제한속도 인지 권고, 후측방 경고 등이 탑재됐지만,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는 작동 범위가 5~85km/h로 다소 제한적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로 유지 보조 기능도 없이 단순히 속도만 유지된다.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SUV 가격은 트림별로 2960만~3190만원이다(부가세 포함, 개소세 인하분 미반영). 수입 소형 SUV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실내공간, 뛰어난 연비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수입차 시장에서 가성비와 실용성을 앞세운 결정이 과연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가성비와 실용성을 겸비한 국산차 경쟁자들도 이미 만연한 상황이다. 개성 강한 소비자를 위해 확실한 특색을 갖출 것인지, 혹은 보다 많은 사람을 사로잡기 위해 대중성을 선택할 것인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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