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2020년형 이쿼녹스 퍼펙트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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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미국에 살던 제임스. 요즘 한류가 인기라 큰맘 먹고 한국 여행을 마음먹었다. 그리고 고대하던 한국에 도착했는데… 여기저기서 “철수야 그 드라마 봤어?”, “진수야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어안이 벙벙한 제임스. 한국은 처음 왔는데 사람들이 왜 그럴까?
지금 쉐보레 이쿼녹스 상황이 딱 그렇다. 이쿼녹스는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 배 타고 온 수입차다. 하지만 한국에 오니 국산차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다짜고짜 왜 이리 비싸냐고 욕을 먹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한국지엠은 쉐보레 브랜드의 한국수입차협회 가입을 결정했다.
어떻게 보면 그저 명분을 갖기 위함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전환점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생각해보자. 이미 쉐보레는 볼트 EV, 임팔라, 카마로 SS,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총 6개 모델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도 차를 생산하지만 그보다 더 다양한 모델들이 수입차 신분으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쿼녹스만 수입차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컴팩트 SUV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 등과 비교되곤 했다. 구성적인 부분은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선택받지 못했고, 결국 사람들 기억에서 점차 잊혀 가고 말았다. 물론 경쟁사들의 여론몰이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결국 한국지엠은 이쿼녹스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부가적인 할인이 제공되면 소비자들 일부가 이쿼녹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쿼녹스. 우리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약해도 미국 시장에서는 베스트셀러 Top 10안에 들어가는 모델이다. 지난 2019년 4분기 판매 실적을 보자.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모든 모델의 합이 18만 2천여 대다. 반면 같은 4분기에 팔린 쉐보레 이쿼녹스의 판매 대수는 9만 2천 대에 이른다. 현대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를 모두 합해야 8만 대 정도 규모다. 이것이 미국 시장에서의 이쿼녹스의 인기다.
어쨌든 한국지엠은 이쿼녹스를 버리지 않고 2020년형으로 출시했다. 나름대로 수입차라는 신분으로 바꾸고 말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쿼녹스의 경쟁력은 어떨까?
수입차에 맞춰 경쟁 모델부터 다시 설정해보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대중 브랜드의 컴팩트 SUV로는 토요타 RAV4, 혼다 CR-V, 닛산 엑스트레일, 폭스바겐 티구안, 푸조 3008,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지프 체로키 등이 꼽힌다.
디자인을 보자. 2020년형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퍼펙트 블랙 트림이 추가됐다. 테스트 모델도 2020년형 퍼펙트 블랙 사양. 이에 외관부터 휠, 엠블럼까지 모두 블랙으로 통일됐다.
국내에서는 중형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크다.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가장 큰 크기가 장점이다. 티구안이나 3008과 비교하면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 모든 부분에서 크다. 닛산 엑스트레일과 비교하면 길이는 소폭 짧지만 휠베이스는 더 길다. 토요타 RAV4와 비교하면 너비만 빼고 나머지 다 앞선다.
자연스레 실내공간도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여유롭다. 시트백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바닥이 평평해 만족감이 높다. 하지만 뒷좌석 열선 기능과 USB 등이 퍼펙트 블랙 트림(LT)에 적용되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앞좌석 통풍 기능도 퍼펙트 블랙 트림에는 빠졌다. 경쟁사 중 하나인 현대기아차는 계속 통풍 시트와 ACC가 꼭 필요하다는 여론을 만드는 중이다. 결국 이것들을 기본화 시키는 전략이 먹히게 된다. 한국 시장은 과거와 달리 복잡하지 않다. 과거 소비자들은 스스로 많은 정보를 찾고, 공부하며 본질을 따졌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는다. 정보의 질, 맞고 틀림은 중요하지 않다. 영상 속 내용과 댓글, 이것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다시 말해 과거 소비자들 대비 공략이 쉬워졌다는 것.
트렁크 공간도 넓다. 뒤에서 레버를 당겨 간단하게 시트 폴딩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트렁크 바닥에도 추가적인 공간이 있어 활용도를 높였다.
구성적인 부분에서도 2020년형 모델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트래버스에 탑재됐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추가된 정도다. 나머지 디자인이나 구성은 예전과 같다.
안전 사양으로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기능,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후측방 경고, 오토 하이빔 등이 탑재된다. 현대 기아차에서 봤던 뒷좌석 확인 기능도 있다. 특히 캐딜락 모델에 적용됐던 햅틱 시트가 이쿼녹스에 탑재된 것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사용 경험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다.
2019년형부터 긴급제동 시스템도 업그레이드됐다. 자동차는 물론 보행자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북미에서도, 국내에서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체가 없다. 이건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공격 대상이 될 내용이다.
시동을 건다. 오펠에서 개발한 디젤 엔진이 움직인다. 미국에서는 GM이 매각한 오펠제 엔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사양은 디젤뿐인데 언제까지 이 엔진을 쓸지 궁금하다. 소비자들도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원하는데…
1.6리터 배기량의 디젤 엔진은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별명을 갖는다. ‘겔겔’거리는 거북한 소리보다 ‘슥슥슥’과 같이 보다 부드러운 음색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모듈화 엔진이 확대 적용되면서 가솔린 엔진도 디젤 못지 않게 겔겔거리는 모습인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꽤 감각적인 디젤 사운드다.
아이들 정숙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봤다. 42.5 dBA 예전 대비 조금 조용한 아이들 정숙성을 제공했다. 80km/h 속도에서는 60.0 dBA 수준을 보였는데 1dBA 가량 높게 나왔다. 각각의 조건에서 1dBA 정도 차이를 보인 것.
주행에 나선다. 가벼운 움직임이 좋다. 1.6리터 배기량의 디젤 엔진이지만 저속 영역에서는 충분한 힘을 내준다. 이를 바탕으로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다. 처음 이 차를 접한 소비자라면 생각보다 잘 나간다는 느낌도 받는다. 물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배기량의 한계를 드러낸다. 때문에 가속 페달을 절반 정도만 밟아 두둑이 토크를 끌어내 주행할 때 만족감이 좋다.
엔진은 136마력과 32.6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과 차이점이 있는데 구동방식이다. 이번 테스트 모델은 앞바퀴만 굴리는 전륜구동(FF)이다.
무게 차이는 얼마나 날까? 1652.5kg으로 측정됐다. 과거에 만났던 4륜 풀옵션 모델이 1742.0kg 수준이었다. 약 90kg의 적지 않은 차이. 그러나 그 차이를 몸으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수치적으로 연비 향상 정도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가속 성능이 향상됐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한 결과 11.64 초였다. 기존에 측정했던 기록이 10.66초였으니 약 1초가량 떨어진 가속력이다. 초반 가속 때 휠 스핀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정도로 후반 가속성능이 쳐졌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타이어가 과거 대비 이상적인 그립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고, 테스트 카의 마일리지도 낮았다. 우리 팀이 테스트를 시작할 무렵, 이쿼녹스의 마일리지(누적거리)는 200km 내외였다. 아마도 1~2천 km 이상의 거리를 달리면 조금 더 향상된 수치를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유지한다. 속도계 바늘이 꾸준히 오른다. 강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함도 없다. 가속 페달 각도를 반으로 줄인다. 사실 끝까지 밟으나 반으로 줄이나 가속력 차이는 크지 않다. 앞서 말했지만 효율을 생각하면 반만 밟아 토크 기반의 주행을 이어가는 편이 낫다.
인상적인 것은 고속 주행 안정감이다. 높은 지상고와 넓은 시야가 속도감을 낮추지만 그보다 안정감이 좋다. 확실히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장거리 주행 능력에 비중을 둔 모습이다.
고속 안정감과 더불어 운전 자체가 편하다. 이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팀 촬영 PD는 “지금까지 탔던 차 중에 가장 편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쉐슬람 같은! 아니다. 가장 편한 차는 벤츠 S-클래스라고 말할 수도 있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편하다는 것은 스트레스 없는 무난한 성능이다. 주행 안정성, 부담스럽지 않은 차체 크기, 스티어링 휠에서 전해지는 피드백 등등 모든 것을 아우를 때의 편안함이다. 확실히 미국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환경 보다 장거리 이동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 오토뷰 팀처럼 장거리 운행이 많다면 이 장비의 소중함이 커진다. 요즘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광범위하게 탑재되고 있는 장비인 만큼 향후 상품성 개선이 필요하다.
제동 테스트도 진행했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40.29m였다. 노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타이어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기존 테스트한 4륜 모델은 38.33m 수준의 제동거리를 보였다. 4륜의 특성을 감안해도 이번 모델의 제동거리가 다소 길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놀랐다. 제동 테스트가 반복돼도 40.91m 정도만 밀려났다는 사실. 최단거리와 최장거리 간 편차가 크지 않았다. 그렇게 나온 평균 제동거리는 40.55m였다.
이쿼녹스와 와인딩 코스에 들어선다. 장거리 이동 때는 편했지만 와인딩 로드에서도 준수한 달리기 성능을 보였던 것이 이쿼녹스다. 여기에 19인치에 이르는 커다란 휠은 미관상으로 좋지만 여러 가지로 차량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담이지만 휠 사이즈만 줄여도 이쿼녹스는 10초대 미만의 가속 성능을 가질 것이다.
주행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하지만 뉴트럴 성향으로 봐도 좋을 수준이다. 그 정도가 약한 언더스티어다. 방향 전환을 할 때 다소 컴포트하다 느껴지는 서스펜션, 동급 경쟁 모델보다 긴 차체로 전륜이 움직인 뒤 후륜이 살짝 늦게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심하지 않다. 비슷한 사이즈를 갖고 있는 닛산 엑스트레일과 비교하면 빠르게 따라오는 편에 속한다. 이쿼녹스의 큰 덩치에서 오는 물리적인 특징 때문이지 비슷한 크기의 SUV 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빠른 편이라는 얘기다.
스티어링 휠 조작 때 감각도 좋다. 이 부분은 쉐보레 브랜드의 장기이다. 보쉬의 R-EPS를 사용한 것도 좋지만 어떻게 셋팅을 잘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핸들링 머신으로 불리는 토요타 86도 C-EPS를 쓴다. 그래도 좋은 감각을 만든다. 쉐보레는 좋은 부품도 쓰고 셋팅도 잘 했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시스템 등 섀시에 대한 셋업 노하우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오랜 시간 콜벳을 만들어 온 그들 아닌가?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들의 핸들링, 코너링 성능에 높은 점수를 주곤 한다.
물론 컴팩트 SUV를 기준으로 할 때다. 분명 SUV로의 한계가 분명하며, 타이어도 무난한 성격의 것이라 목적이 분명하다. 타이어는 벤투스 S1 노블 2다. 지금은 S2 AS로 후속 모델이 나왔지만 OE 제품으로 아직 생산되고 있다. 주요 경쟁 모델로는 금호 솔루스 마제스티, 넥센 엔페라 AU7이 꼽힌다. 타이어에 관심이 많다면 최근 우리 팀이 진행한 이들의 비교를 시청해 주시기 바란다.
타이어는 제동 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코너링 때는 무난한 성능을 낸다. 적어도 이쿼녹스의 출력과 토크를 어느 정도 받아낼 정도가 된다는 것. 특히 이 급의 타이어는 무난함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 매우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거나 하지 않는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해외 2.0리터 가솔린 터보 사양에는 9단 자동변속기도 탑재되는데, 가솔린 모델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요즘 8단 변속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6단 변속기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부드러운 작동을 비롯해 확실한 동력 전달감, 적절한 기어비 등에서 만족감이 높다. 속도는 보편적인데, 조금 더 빨라도 좋겠다. 특히나 1세대 6단 변속기로 이미지를 떨궜으니 이제 변속기 성능으로 제 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수동 조작도 지원하는데 사용이 불편하다. 기어 레버 상단 버튼을 누르는 이 방식은 누굴 위해 만들어졌을까?
GM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조사 결과 수동 조작 사용 비중이 높지만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쓰지 않는다. 이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라고 말이다. 그냥 다른 차량들처럼 변속레버를 움직이는 방식, 또는 패들을 달아 조작성을 높여주면 안 될까?
테스트 모델은 앞바퀴만 굴리는 전륜구동 방식이다. 기존에 테스트했던 4륜 모델과 주행 감각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사실 이 부분에서 완성도가 드러난다. 현대 싼타페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팀은 4륜 모델과 2륜 모델 모두 테스트를 했는데 구동방식 변화에 따라 안정감 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4륜 때는 정말 좋았지만 2륜 때는 조율이 덜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4개의 바퀴를 굴리면 기계적으로 안정감이 높아진다. 하지만 2개의 바퀴를 굴릴 때도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기술이자 완성도의 영역이다. 이쿼녹스는 2륜 모델도 좋은 감각을 보여줬기 때문에 4륜 모델이 크게 필요할까 싶다. 특히 이쿼녹스의 4륜은 옵션가격만 200만 원에 이른다. 다시 말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현시점에서 바라봐도 이쿼녹스는 여전히 잘 만들어진 차다. 여기서 ‘잘 만들어진’이라는 표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순수 자동차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운전하는 감각 측면에서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 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기에는 ‘잘 만들어진’ 이외에 추가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브랜드 이미지’, ‘풍부한 편의 장비’, ‘매력적인 가격’, ‘시선을 사로잡는 실외, 실내 디자인’ 등이 그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래도 ‘올해의 베스트 인테리어’ 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동급 수입차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남는 것은 풍부한 편의 장비와 브랜드 이미지다. 사실 이쿼녹스의 편의 장비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동급 경쟁 모델보다 앞서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없으면 안 될 것처럼 인식되는 장비 2가지가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통풍시트. 현대기아차가 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중간 트림 이상의 차를 팔 수 있고, 여기에 옵션까지 보태지니 마진이 늘어난다. 아직 경쟁사가 준비를 못 하고 있으니 ‘꿩먹고 알먹고’다. 특히나 수입차들은 본사가 안 만들어 주면 애초에 생각조차 할 수도 없다.
브랜드 이미지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다. 쉐보레 브랜드, 그리고 이쿼녹스를 비롯한 다양한 차들이 수입차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국수입차협회에 가입했다. 좋은 결정이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 이미지를 착실하게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는 이제 수입차 브랜드니까 수입차처럼 가격 올려 받아도 되겠지?’라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국산차도, 수입차도 아닌 어중간한 소속으로 버림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쉐보레 필요한 것은 이상적인 가격 정책이다. 경쟁사 중 하나인 기아차를 보자. 그런 이미지를 구축한 다음 적당히 비싸게 팔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차리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 자사의 올란도의 단종 직전까지 매년 간의 가격표를 다시 들여 다 보자. 그것이 시장 특성이다.
지금 쉐보레 이쿼녹스 상황이 딱 그렇다. 이쿼녹스는 해외 공장에서 만들어 배 타고 온 수입차다. 하지만 한국에 오니 국산차 취급을 받는다. 그리고 다짜고짜 왜 이리 비싸냐고 욕을 먹었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한국지엠은 쉐보레 브랜드의 한국수입차협회 가입을 결정했다.
어떻게 보면 그저 명분을 갖기 위함일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전환점이 마련된다는 의미다. 생각해보자. 이미 쉐보레는 볼트 EV, 임팔라, 카마로 SS, 이쿼녹스,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 총 6개 모델을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국내 공장에서도 차를 생산하지만 그보다 더 다양한 모델들이 수입차 신분으로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쿼녹스만 수입차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컴팩트 SUV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 등과 비교되곤 했다. 구성적인 부분은 나름대로 선방했지만 비싼 가격으로 선택받지 못했고, 결국 사람들 기억에서 점차 잊혀 가고 말았다. 물론 경쟁사들의 여론몰이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결국 한국지엠은 이쿼녹스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부가적인 할인이 제공되면 소비자들 일부가 이쿼녹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쿼녹스. 우리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약해도 미국 시장에서는 베스트셀러 Top 10안에 들어가는 모델이다. 지난 2019년 4분기 판매 실적을 보자.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모든 모델의 합이 18만 2천여 대다. 반면 같은 4분기에 팔린 쉐보레 이쿼녹스의 판매 대수는 9만 2천 대에 이른다. 현대 투싼, 싼타페, 팰리세이드를 모두 합해야 8만 대 정도 규모다. 이것이 미국 시장에서의 이쿼녹스의 인기다.
어쨌든 한국지엠은 이쿼녹스를 버리지 않고 2020년형으로 출시했다. 나름대로 수입차라는 신분으로 바꾸고 말이다. 현재 시점에서 이쿼녹스의 경쟁력은 어떨까?
수입차에 맞춰 경쟁 모델부터 다시 설정해보자.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대중 브랜드의 컴팩트 SUV로는 토요타 RAV4, 혼다 CR-V, 닛산 엑스트레일, 폭스바겐 티구안, 푸조 3008, 시트로엥 C5 에어크로스, 지프 체로키 등이 꼽힌다.
디자인을 보자. 2020년형이라고 달라지지 않았다. 대신 퍼펙트 블랙 트림이 추가됐다. 테스트 모델도 2020년형 퍼펙트 블랙 사양. 이에 외관부터 휠, 엠블럼까지 모두 블랙으로 통일됐다.
국내에서는 중형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크다.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가장 큰 크기가 장점이다. 티구안이나 3008과 비교하면 길이, 너비, 높이, 휠베이스 모든 부분에서 크다. 닛산 엑스트레일과 비교하면 길이는 소폭 짧지만 휠베이스는 더 길다. 토요타 RAV4와 비교하면 너비만 빼고 나머지 다 앞선다.
자연스레 실내공간도 넉넉하다. 특히 뒷좌석 공간이 여유롭다. 시트백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바닥이 평평해 만족감이 높다. 하지만 뒷좌석 열선 기능과 USB 등이 퍼펙트 블랙 트림(LT)에 적용되지 않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앞좌석 통풍 기능도 퍼펙트 블랙 트림에는 빠졌다. 경쟁사 중 하나인 현대기아차는 계속 통풍 시트와 ACC가 꼭 필요하다는 여론을 만드는 중이다. 결국 이것들을 기본화 시키는 전략이 먹히게 된다. 한국 시장은 과거와 달리 복잡하지 않다. 과거 소비자들은 스스로 많은 정보를 찾고, 공부하며 본질을 따졌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들은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는다. 정보의 질, 맞고 틀림은 중요하지 않다. 영상 속 내용과 댓글, 이것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다시 말해 과거 소비자들 대비 공략이 쉬워졌다는 것.
트렁크 공간도 넓다. 뒤에서 레버를 당겨 간단하게 시트 폴딩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트렁크 바닥에도 추가적인 공간이 있어 활용도를 높였다.
구성적인 부분에서도 2020년형 모델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트래버스에 탑재됐던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추가된 정도다. 나머지 디자인이나 구성은 예전과 같다.
안전 사양으로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기능, 차선이탈 경고 및 방지, 후측방 경고, 오토 하이빔 등이 탑재된다. 현대 기아차에서 봤던 뒷좌석 확인 기능도 있다. 특히 캐딜락 모델에 적용됐던 햅틱 시트가 이쿼녹스에 탑재된 것도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사용 경험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다.
2019년형부터 긴급제동 시스템도 업그레이드됐다. 자동차는 물론 보행자까지 감지할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북미에서도, 국내에서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체가 없다. 이건 국내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공격 대상이 될 내용이다.
시동을 건다. 오펠에서 개발한 디젤 엔진이 움직인다. 미국에서는 GM이 매각한 오펠제 엔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사양은 디젤뿐인데 언제까지 이 엔진을 쓸지 궁금하다. 소비자들도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원하는데…
1.6리터 배기량의 디젤 엔진은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별명을 갖는다. ‘겔겔’거리는 거북한 소리보다 ‘슥슥슥’과 같이 보다 부드러운 음색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모듈화 엔진이 확대 적용되면서 가솔린 엔진도 디젤 못지 않게 겔겔거리는 모습인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꽤 감각적인 디젤 사운드다.
아이들 정숙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봤다. 42.5 dBA 예전 대비 조금 조용한 아이들 정숙성을 제공했다. 80km/h 속도에서는 60.0 dBA 수준을 보였는데 1dBA 가량 높게 나왔다. 각각의 조건에서 1dBA 정도 차이를 보인 것.
주행에 나선다. 가벼운 움직임이 좋다. 1.6리터 배기량의 디젤 엔진이지만 저속 영역에서는 충분한 힘을 내준다. 이를 바탕으로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다. 처음 이 차를 접한 소비자라면 생각보다 잘 나간다는 느낌도 받는다. 물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배기량의 한계를 드러낸다. 때문에 가속 페달을 절반 정도만 밟아 두둑이 토크를 끌어내 주행할 때 만족감이 좋다.
엔진은 136마력과 32.6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과 차이점이 있는데 구동방식이다. 이번 테스트 모델은 앞바퀴만 굴리는 전륜구동(FF)이다.
무게 차이는 얼마나 날까? 1652.5kg으로 측정됐다. 과거에 만났던 4륜 풀옵션 모델이 1742.0kg 수준이었다. 약 90kg의 적지 않은 차이. 그러나 그 차이를 몸으로 느낄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수치적으로 연비 향상 정도를 기대해볼 수 있겠다.
가속 성능이 향상됐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한 결과 11.64 초였다. 기존에 측정했던 기록이 10.66초였으니 약 1초가량 떨어진 가속력이다. 초반 가속 때 휠 스핀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상할 정도로 후반 가속성능이 쳐졌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타이어가 과거 대비 이상적인 그립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고, 테스트 카의 마일리지도 낮았다. 우리 팀이 테스트를 시작할 무렵, 이쿼녹스의 마일리지(누적거리)는 200km 내외였다. 아마도 1~2천 km 이상의 거리를 달리면 조금 더 향상된 수치를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유지한다. 속도계 바늘이 꾸준히 오른다. 강력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함도 없다. 가속 페달 각도를 반으로 줄인다. 사실 끝까지 밟으나 반으로 줄이나 가속력 차이는 크지 않다. 앞서 말했지만 효율을 생각하면 반만 밟아 토크 기반의 주행을 이어가는 편이 낫다.
인상적인 것은 고속 주행 안정감이다. 높은 지상고와 넓은 시야가 속도감을 낮추지만 그보다 안정감이 좋다. 확실히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장거리 주행 능력에 비중을 둔 모습이다.
고속 안정감과 더불어 운전 자체가 편하다. 이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경험을 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 팀 촬영 PD는 “지금까지 탔던 차 중에 가장 편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쉐슬람 같은! 아니다. 가장 편한 차는 벤츠 S-클래스라고 말할 수도 있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여기서 편하다는 것은 스트레스 없는 무난한 성능이다. 주행 안정성, 부담스럽지 않은 차체 크기, 스티어링 휠에서 전해지는 피드백 등등 모든 것을 아우를 때의 편안함이다. 확실히 미국차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환경 보다 장거리 이동에서 빛을 발한다.
그러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 오토뷰 팀처럼 장거리 운행이 많다면 이 장비의 소중함이 커진다. 요즘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광범위하게 탑재되고 있는 장비인 만큼 향후 상품성 개선이 필요하다.
제동 테스트도 진행했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40.29m였다. 노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타이어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고로 기존 테스트한 4륜 모델은 38.33m 수준의 제동거리를 보였다. 4륜의 특성을 감안해도 이번 모델의 제동거리가 다소 길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놀랐다. 제동 테스트가 반복돼도 40.91m 정도만 밀려났다는 사실. 최단거리와 최장거리 간 편차가 크지 않았다. 그렇게 나온 평균 제동거리는 40.55m였다.
이쿼녹스와 와인딩 코스에 들어선다. 장거리 이동 때는 편했지만 와인딩 로드에서도 준수한 달리기 성능을 보였던 것이 이쿼녹스다. 여기에 19인치에 이르는 커다란 휠은 미관상으로 좋지만 여러 가지로 차량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여담이지만 휠 사이즈만 줄여도 이쿼녹스는 10초대 미만의 가속 성능을 가질 것이다.
주행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하지만 뉴트럴 성향으로 봐도 좋을 수준이다. 그 정도가 약한 언더스티어다. 방향 전환을 할 때 다소 컴포트하다 느껴지는 서스펜션, 동급 경쟁 모델보다 긴 차체로 전륜이 움직인 뒤 후륜이 살짝 늦게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심하지 않다. 비슷한 사이즈를 갖고 있는 닛산 엑스트레일과 비교하면 빠르게 따라오는 편에 속한다. 이쿼녹스의 큰 덩치에서 오는 물리적인 특징 때문이지 비슷한 크기의 SUV 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빠른 편이라는 얘기다.
스티어링 휠 조작 때 감각도 좋다. 이 부분은 쉐보레 브랜드의 장기이다. 보쉬의 R-EPS를 사용한 것도 좋지만 어떻게 셋팅을 잘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핸들링 머신으로 불리는 토요타 86도 C-EPS를 쓴다. 그래도 좋은 감각을 만든다. 쉐보레는 좋은 부품도 쓰고 셋팅도 잘 했다.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시스템 등 섀시에 대한 셋업 노하우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오랜 시간 콜벳을 만들어 온 그들 아닌가? 국내 시장에서는 이런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들의 핸들링, 코너링 성능에 높은 점수를 주곤 한다.
물론 컴팩트 SUV를 기준으로 할 때다. 분명 SUV로의 한계가 분명하며, 타이어도 무난한 성격의 것이라 목적이 분명하다. 타이어는 벤투스 S1 노블 2다. 지금은 S2 AS로 후속 모델이 나왔지만 OE 제품으로 아직 생산되고 있다. 주요 경쟁 모델로는 금호 솔루스 마제스티, 넥센 엔페라 AU7이 꼽힌다. 타이어에 관심이 많다면 최근 우리 팀이 진행한 이들의 비교를 시청해 주시기 바란다.
타이어는 제동 때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코너링 때는 무난한 성능을 낸다. 적어도 이쿼녹스의 출력과 토크를 어느 정도 받아낼 정도가 된다는 것. 특히 이 급의 타이어는 무난함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 매우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거나 하지 않는다.
변속기는 6단 자동이다. 해외 2.0리터 가솔린 터보 사양에는 9단 자동변속기도 탑재되는데, 가솔린 모델을 선택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요즘 8단 변속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6단 변속기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부드러운 작동을 비롯해 확실한 동력 전달감, 적절한 기어비 등에서 만족감이 높다. 속도는 보편적인데, 조금 더 빨라도 좋겠다. 특히나 1세대 6단 변속기로 이미지를 떨궜으니 이제 변속기 성능으로 제 자리를 찾을 필요가 있다.
수동 조작도 지원하는데 사용이 불편하다. 기어 레버 상단 버튼을 누르는 이 방식은 누굴 위해 만들어졌을까?
GM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조사 결과 수동 조작 사용 비중이 높지만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아예 쓰지 않는다. 이 사이에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하다”라고 말이다. 그냥 다른 차량들처럼 변속레버를 움직이는 방식, 또는 패들을 달아 조작성을 높여주면 안 될까?
테스트 모델은 앞바퀴만 굴리는 전륜구동 방식이다. 기존에 테스트했던 4륜 모델과 주행 감각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 사실 이 부분에서 완성도가 드러난다. 현대 싼타페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팀은 4륜 모델과 2륜 모델 모두 테스트를 했는데 구동방식 변화에 따라 안정감 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4륜 때는 정말 좋았지만 2륜 때는 조율이 덜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4개의 바퀴를 굴리면 기계적으로 안정감이 높아진다. 하지만 2개의 바퀴를 굴릴 때도 비슷한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기술이자 완성도의 영역이다. 이쿼녹스는 2륜 모델도 좋은 감각을 보여줬기 때문에 4륜 모델이 크게 필요할까 싶다. 특히 이쿼녹스의 4륜은 옵션가격만 200만 원에 이른다. 다시 말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현시점에서 바라봐도 이쿼녹스는 여전히 잘 만들어진 차다. 여기서 ‘잘 만들어진’이라는 표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순수 자동차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운전하는 감각 측면에서 좋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 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기에는 ‘잘 만들어진’ 이외에 추가적인 요소가 필요하다. ‘브랜드 이미지’, ‘풍부한 편의 장비’, ‘매력적인 가격’, ‘시선을 사로잡는 실외, 실내 디자인’ 등이 그것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래도 ‘올해의 베스트 인테리어’ 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동급 수입차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저렴한 편이다.
남는 것은 풍부한 편의 장비와 브랜드 이미지다. 사실 이쿼녹스의 편의 장비는 크게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동급 경쟁 모델보다 앞서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없으면 안 될 것처럼 인식되는 장비 2가지가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통풍시트. 현대기아차가 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중간 트림 이상의 차를 팔 수 있고, 여기에 옵션까지 보태지니 마진이 늘어난다. 아직 경쟁사가 준비를 못 하고 있으니 ‘꿩먹고 알먹고’다. 특히나 수입차들은 본사가 안 만들어 주면 애초에 생각조차 할 수도 없다.
브랜드 이미지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다. 쉐보레 브랜드, 그리고 이쿼녹스를 비롯한 다양한 차들이 수입차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한국수입차협회에 가입했다. 좋은 결정이다. 아직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 이미지를 착실하게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우리는 이제 수입차 브랜드니까 수입차처럼 가격 올려 받아도 되겠지?’라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국산차도, 수입차도 아닌 어중간한 소속으로 버림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쉐보레 필요한 것은 이상적인 가격 정책이다. 경쟁사 중 하나인 기아차를 보자. 그런 이미지를 구축한 다음 적당히 비싸게 팔고 있지 않은가?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차리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린다. 자사의 올란도의 단종 직전까지 매년 간의 가격표를 다시 들여 다 보자. 그것이 시장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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