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2세대 크루즈 1.4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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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가 내놓은 2세대 크루즈. 9년 만의 신차였던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출발은 그리 시원치 않았다. 무엇보다 가격이 문제였다. 특히나 준중형차 구매층은 가격에 민감한데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았던 것이다. 또한 에어백 문제로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고객 인도 시기도 3월로 미뤄져야 했다.
시작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나온 쉐보레의 신차다. 그것도 판매의 중심을 잡는 준중형급 세단이다. 물론 경쟁 모델 아반떼 AD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기아 K3와 르노삼성 SM3 후속 모델이 나오기 전이라 타이밍 자체는 좋다.
논란을 일으키던 가격에도 변화가 생겼다. 트림에 따라 약 130~200만원 가량 낮춘 것. 하지만 아직 경쟁 모델보다는 비싸다. 가격이라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으니 다른 영역에서 경쟁차들을 압도해야 한다. 우리 팀의 테스트 결과는 어땠을까?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2세대 크루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냥 둥글 납작해졌다고나 할까? 전체적인 실루엣 역시 아반떼를 연상시키게 해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실물은 달랐다. 날카로워진 헤드램프와 쉐보레 특유의 그릴 외에 섬세하게 디테일을 강조한 모습이다. 특히 존재감 있는 범퍼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부드럽게 생긴 듯하지만 곳곳의 입체적인 디테일로 멋을 냈다. 이러한 작은 디테일들을 엔진 후드는 물론 전륜 펜더 주위의 굴곡, 트렁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준중형 차의 디자인을 보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느낀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물론 우리 팀 모든 패널이 같은 의견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전면부는 낮고 얇게 디자인했다. 반면 측면부는 최대한 둥근 느낌으로 쿠페를 연상시키도록, 후면부는 조금은 각진 형태로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물론 윈드터널 테스트를 통해 한번 더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었다. 달성된 공기저항계수는 0.28Cd. 아반떼 AD가 0.27Cd이니 최상은 아니지만 BMW 4시리즈, 닛산 리프 등과 같은 수치로 보면 된다.
휠은 16인치부터 18인치 중에서 선택한다. 임팔라에 20인치를 끼우고 말리부에 19인치를 넣더니 크루즈에는 18인치까지 장착된다. 외적인 멋 하나만 고려한 셋업이다. 우리 팀 평가 패널인 김기태 PD는 “조금만 기다려봐. 2020년이 되면 23인치 휠까지 넣을지 모른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신형 크루즈를 기준으로 경쟁 모델과 크기 비교를 해보자.
전체 길이는 크루즈가 가장 길다. 폭은 SM3가 가장 넓고 높이는 K3가 가장 낮다. 하지만 휠베이스 길이는 동일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무게다. 과거 크루즈의 경우 우리 팀이 측정한 무게는 1.4톤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제 아반떼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벼워졌다. 이제는 SM3가 우량아로 분류된다.
무게를 100kg 이상 줄였지만 새로운 차체 구조 덕분에 차체 강성은 27%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실제 주행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실내는 상급 모델 임팔라와 말리부의 특징을 이어나간다. 뭔가 부족해 보이던 이전 모델과 달리 인테리어 영역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특히 투톤 인테리어가 적용된 모델은 한층 화사한 분위기를 뽐낸다.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면 투톤 인테리어, 편리한 유지를 원한다면 블랙 인테리어를 선택하면 된다.
말리부처럼 새로운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아베오나 트랙스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다. 다만 스티어링 휠 버튼들을 한 장의 고무로 마감한 점이 아쉽다. 반면 계기판 주위, 대시보드, 도어 패널 등에 실제 박음질 장식을 넣은 것이 눈에 띈다. 준중형급에서 흔하지 않는 구성이다.
변속 레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미 사양 크루즈는 수동 변속을 위해 레버 상단 버튼을 눌러야 한다. 대신 변속 레버 옆에 커다란 컵홀더가 자리한다. 컵홀더의 유무가 실내 완성도를 판가름하는 미국차다운 구성이다. 반면 국내 사양은 컵홀더를 포기한 대신 별도의 수동모드 조작 구간을 만들었다. 판매 국가 간 문화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소비자들이 반길만한 요소다.
시트는 몸을 잘 감싸주며 자세를 낮게 설정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착석감이 인상적이다. 스포츠카만큼은 아니지만 준중형 세단치고 좋은 수준으로 몸을 잡아줬다. 뒷좌석도 넓다. 하지만 루프라인 때문인지 헤드룸(머리 공간)이 조금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애플 카플레이가 탑재된다. 아직은 사용할 수 없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도 준비돼있다. 자체 탑재 내비게이션은 이제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9개 스피커를 갖춘 보스(BOSE) 제품이다. 단순한 보스 시스템이 아니라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까지 갖췄다는 것이 경쟁력이다. 자동으로 상향등과 하향등을 오가는 오토 하이빔도 갖췄다. 사각경보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과 같은 보급화된 안전 장비도 탑재됐다.
이중 눈에 띄는 안전장비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이다.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움직여 차선이탈을 막아주도록 한다. 쌍용 티볼리가 먼저 탑재하면서 조금은 김샜지만 그래도 준중형 세단으로는 최초다. 자동 주차 기능도 지원한다. 평행은 물론 직각 주차도 가능하며, 인식률까지 높다. 아반떼는 MD에서 AD로 모델 체인지를 이뤄면서 이 기능을 뺐다. 때문에 크루즈에게는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넓다. 수치만으로도 469리터라고 한다. 참고로 LF 쏘나타의 트렁크가 462리터이니 트렁크 공간에 불만을 가질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트렁크 하부 패널을 열어보면 배터리가 위치한다. 전후 무게 배분을 위한 조치다.
차량 하부를 살펴보니 독특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위에서 언급한 배터리가 자리하는 공간이다. 이 구조물이 후륜 서스펜션의 공간을 침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 때문이라도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유가 무엇이든 크루즈의 후륜 서스펜션은 토션빔 방식이다.
토션빔 서스펜션은 좌우가 연결되는 구조다. 한쪽에 충격이 전달되면 반대쪽에 충격이 전달되기 쉽다. 때문에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한 소비자들도 토션빔 서스펜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의 토션빔 서스펜션은 승차감 저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아니, 어설픈 멀티링크보다 이쪽이 낫다. 서스펜션 구조가 무엇이든 승차감과 성능에서 좋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승차감부터 살펴보자. 현세대 크루즈는 과거의 크루즈 2.0 디젤의 탄탄함과 크루즈 1.4 터보의 부드러움 중간의 성격을 갖는다. 어느 정도 부드럽지만 차량의 움직임이 커질 때 단단하게 버텨내는 모습이다. 특히 다양한 노면 환경에서 부드럽지만 안정적으로 대응해낸 만큼 완성도 면에서는 한 단계 발전한 모습으로 비친다. 폭스바겐 같은 독일계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유사했다. 물론 독일 태생 오펠의 작품이라는 것이 이유가 될지도.
주행 감각만 따져보면 준중형 차를 넘어서 중형 차에 가까운 모습이다. 현대 아반떼 AD는 등장과 동시에 동급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크루즈는 한 등급 위의 차를 탄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이 표현이 과장됐다고 느낄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해 본다면 이 얘기를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을 갖춘 것.
코너를 마주한다. 일정 수준의 바디롤 이후부터 깔끔하게 자세를 유지해 나간다. 참고로 직진 주행을 하며 가볍게 좌우로 스티어링 휠(핸들)을 조작해 보면 조금 허둥 된다고 느낄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차량이 불안하거나 서스펜션이 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적정 수준을 지켜야 좋은 성능을 얻어낼 수 있다. 우리가 달리는 환경은 서킷의 매끈한 노면이 아닌 많은 변수를 가진 일반 도로다.
고속주행 안정성 역시 칭찬하고 싶다. 신형 말리부도 경쟁 모델과 차별화된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갖춘 바 있다. 크루즈도 같다. 넉넉한 출력과 토크 덕분에 가속력이 좋아졌고 그만큼 고속 체류 시간도 길어졌다. 그리고 고속에서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정감을 자랑한다. 차체 무게는 줄었지만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의 안정감을 준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1.4리터 터보 엔진에는 아이들 스톱 기능이 추가됐다. 쉐보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부분까지 개선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리고 주행할 때 달라진 특징들이 쉽사리 느껴진다. 저 배기량 엔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수준의 정숙성과 회전 질감을 보인다. 터보 엔진이지만 지연 현상도 적어 마치 배기량이 넉넉한 차를 운전하는 듯하다.
사실 기존 1.4리터 터보 엔진은 고회전 영역에서의 회전 질감이 인상적이지 못했다. 터보랙도 어느 정도는 있다. 단지 그것이 약점이 되지 않은 것은 수긍할 수준에 있었기 때문이다. 말리부의 1.5리터 터보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해소됐듯 크루즈도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전해주고 있다.
엔진은 153마력과 24.5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8.34초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8.3초)나 말리부 1.5터보(8.28초)와 비슷한 가속성능이다. 그리고 이 기록은 18인치 휠을 통해 구현됐다. 16인치나 17인치라면 7초대 진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9.71m였다. 페달 조작 때의 초반 응답성도 무난하며 뒤로 갈수록 강한 제동력이 나왔다는 점도 좋다. 다만 테스트가 반복될수록 제동거리가 늘어갔다. 테스트 막바지에는 43m 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아무래도 18인치 휠 적용에 따른 현가하질량 증가로 인한 제동 시스템 부하가 아닐까 하는데 의견이 모였다. 이 부분에 대해 추후 재확인할 계획이다.
우리 팀 모두가 크루즈의 주행 능력을 칭찬했지만 18인치 휠에 대한 평가만큼은 박했다. 18인치 휠은 외적으로 멋지다. 하지만 제조사 발표 자료만 봐도 18인치 휠이 적용된 크루즈의 무게가 꽤나 늘어난다. 정리해보자. 차는 더 잘 안나가, 제동 시스템에 부담 커져, 연비까지 나빠져… 여러모로 좋을 것 하나 없다. 멋스러움 그 하나다. 18인치 휠은 옵션으로 채용된다. 정말 다행이다.
물론 칭찬할 부분도 있다. 크루즈에도 R-EPS 시스템이 탑재된다는 것. 사실 쉐보레가 칼럼 방식 EPS를 사용했을 때도 완성도는 상당했다. 이제는 구조적인 완성도까지 높였다. 물론 조작성도 좋았다.
핸들링 성능도 뛰어나다.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거나 둔하지도 않다. 스티어링 기어비만 좁혀 민첩해 보이도록 만든 것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감각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차량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해 준다. 달리는 측면에서의 균형감각에서는 나무랄 부분이 없었다.
변속기는 젠(GEN) III 6단 자동(6T35)이다. 젠 I 변속기의 아쉬움을 크게 해결한 것이 젠 II 변속기였다면 젠 III 변속기는 완성도를 올린 사양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변화가 큰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만족감에서는 차이가 난다. 특히 1~3단 내외의 저속 환경 만족도가 높아졌다. 각 단의 기어비도 적절했으며, 변속 때의 반응속도에서도 별다른 아쉬움이 없었다.
다양한 주행 시험을 반복하고 나니 차량에서 이상 진동이 나타났다. 평상시에는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된 상태였다. 하지만 가혹한 테스트 조건이 부여된 이후 이따금씩 불특정한 진동이 실내로 전달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동이 나아졌지만 가혹한 조건 이후의 완성도까지 튜닝해 주면 좋겠다. 물론 이 문제가 테스트카 하나만의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
연비 테스트를 진행한다. 시속 100~110km 주행구간의 경우 약 17km/L 수준의 효율을 나타냈다. 시속 80km 정속 주행에서는 22km/L까지 향상된 연비를 보였다. 여기에 평속 15km의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테스트 결과에서도 10.5km/L를 기록해 냈다. 일상 주행에서 약 13km/L 내외의 평균 연비를 보인 것. 2.4리터 엔진의 효율성을 갖지만 저배기량 엔진 다운 연비를 보였던 것.
2세대 크루즈는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 1세대 크루즈는 차별화된 운동성능이 강점이었다. 반면 이번 모델은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무기로 내세운다. 여기에 더 넓어진 실내공간과 편의, 안전장비 탑재로 경쟁력을 높였다. 동급 유일(?)의 자동 주차 기능도 포함해서.
문제는 가격이었다. 입문형 트림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차가 좋다고 해도 웃돈을 주면서 구입할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쉐보레는 애타게 외쳤다. 새로운 차체, R-EPS 시스템 등 기본적인 상품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비싸다면 비싼 거다. 나머지는 그저 제조사의 변명일 뿐이다.
결국 크루즈의 가격은 낮아졌다. 진작에 가격 책정을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소비자 인도 이전에 결정을 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최상급 풀옵션 모델 기준으로 아반떼(1.6 GDi)와 크루즈의 가격차이는 50만원 내외까지 좁혀졌다. 자동 주차나 스티어링 휠에 직접 개입하는 주행 안전 시스템, 무난한 음질의 BOSE 사운드 시스템, R-MDPS 등 여러 구성을 생각해보면 크루즈 쪽이 저렴해 보인다. 물론 만족한다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가격은 낮아질수록 좋다. 아반떼 역시 일부 트림 가격을 낮춰주면 좋겠다.
우리 팀은 풀옵션 사양을 추천하지 않는다. 구성이 좋아지는 반면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뒷좌석에 미련 없는 소비자가 준중형 차에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싶다면 크루즈 풀옵션도 무난한 선택이 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 등급에 어울리는 합리적인 트림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우리 팀의 추천 대상은 LT급 내외의 트림이다.
시작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나온 쉐보레의 신차다. 그것도 판매의 중심을 잡는 준중형급 세단이다. 물론 경쟁 모델 아반떼 AD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하지만 기아 K3와 르노삼성 SM3 후속 모델이 나오기 전이라 타이밍 자체는 좋다.
논란을 일으키던 가격에도 변화가 생겼다. 트림에 따라 약 130~200만원 가량 낮춘 것. 하지만 아직 경쟁 모델보다는 비싸다. 가격이라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으니 다른 영역에서 경쟁차들을 압도해야 한다. 우리 팀의 테스트 결과는 어땠을까?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2세대 크루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냥 둥글 납작해졌다고나 할까? 전체적인 실루엣 역시 아반떼를 연상시키게 해 조금 실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실물은 달랐다. 날카로워진 헤드램프와 쉐보레 특유의 그릴 외에 섬세하게 디테일을 강조한 모습이다. 특히 존재감 있는 범퍼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부드럽게 생긴 듯하지만 곳곳의 입체적인 디테일로 멋을 냈다. 이러한 작은 디테일들을 엔진 후드는 물론 전륜 펜더 주위의 굴곡, 트렁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준중형 차의 디자인을 보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느낀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물론 우리 팀 모든 패널이 같은 의견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전면부는 낮고 얇게 디자인했다. 반면 측면부는 최대한 둥근 느낌으로 쿠페를 연상시키도록, 후면부는 조금은 각진 형태로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물론 윈드터널 테스트를 통해 한번 더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었다. 달성된 공기저항계수는 0.28Cd. 아반떼 AD가 0.27Cd이니 최상은 아니지만 BMW 4시리즈, 닛산 리프 등과 같은 수치로 보면 된다.
휠은 16인치부터 18인치 중에서 선택한다. 임팔라에 20인치를 끼우고 말리부에 19인치를 넣더니 크루즈에는 18인치까지 장착된다. 외적인 멋 하나만 고려한 셋업이다. 우리 팀 평가 패널인 김기태 PD는 “조금만 기다려봐. 2020년이 되면 23인치 휠까지 넣을지 모른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신형 크루즈를 기준으로 경쟁 모델과 크기 비교를 해보자.
전체 길이는 크루즈가 가장 길다. 폭은 SM3가 가장 넓고 높이는 K3가 가장 낮다. 하지만 휠베이스 길이는 동일하다. 인상적인 부분은 무게다. 과거 크루즈의 경우 우리 팀이 측정한 무게는 1.4톤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제 아반떼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벼워졌다. 이제는 SM3가 우량아로 분류된다.
무게를 100kg 이상 줄였지만 새로운 차체 구조 덕분에 차체 강성은 27%가량 높아졌다고 한다. 물론 이것이 실제 주행에서 어떤 영향을 줄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실내는 상급 모델 임팔라와 말리부의 특징을 이어나간다. 뭔가 부족해 보이던 이전 모델과 달리 인테리어 영역의 경쟁력이 높아졌다. 특히 투톤 인테리어가 적용된 모델은 한층 화사한 분위기를 뽐낸다.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면 투톤 인테리어, 편리한 유지를 원한다면 블랙 인테리어를 선택하면 된다.
말리부처럼 새로운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적용시켰다. 아베오나 트랙스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다. 다만 스티어링 휠 버튼들을 한 장의 고무로 마감한 점이 아쉽다. 반면 계기판 주위, 대시보드, 도어 패널 등에 실제 박음질 장식을 넣은 것이 눈에 띈다. 준중형급에서 흔하지 않는 구성이다.
변속 레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미 사양 크루즈는 수동 변속을 위해 레버 상단 버튼을 눌러야 한다. 대신 변속 레버 옆에 커다란 컵홀더가 자리한다. 컵홀더의 유무가 실내 완성도를 판가름하는 미국차다운 구성이다. 반면 국내 사양은 컵홀더를 포기한 대신 별도의 수동모드 조작 구간을 만들었다. 판매 국가 간 문화 차이가 반영된 결과다. 국내 소비자들이 반길만한 요소다.
시트는 몸을 잘 감싸주며 자세를 낮게 설정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착석감이 인상적이다. 스포츠카만큼은 아니지만 준중형 세단치고 좋은 수준으로 몸을 잡아줬다. 뒷좌석도 넓다. 하지만 루프라인 때문인지 헤드룸(머리 공간)이 조금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애플 카플레이가 탑재된다. 아직은 사용할 수 없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도 준비돼있다. 자체 탑재 내비게이션은 이제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
사운드 시스템은 9개 스피커를 갖춘 보스(BOSE) 제품이다. 단순한 보스 시스템이 아니라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까지 갖췄다는 것이 경쟁력이다. 자동으로 상향등과 하향등을 오가는 오토 하이빔도 갖췄다. 사각경보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과 같은 보급화된 안전 장비도 탑재됐다.
이중 눈에 띄는 안전장비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이다.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움직여 차선이탈을 막아주도록 한다. 쌍용 티볼리가 먼저 탑재하면서 조금은 김샜지만 그래도 준중형 세단으로는 최초다. 자동 주차 기능도 지원한다. 평행은 물론 직각 주차도 가능하며, 인식률까지 높다. 아반떼는 MD에서 AD로 모델 체인지를 이뤄면서 이 기능을 뺐다. 때문에 크루즈에게는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넓다. 수치만으로도 469리터라고 한다. 참고로 LF 쏘나타의 트렁크가 462리터이니 트렁크 공간에 불만을 가질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트렁크 하부 패널을 열어보면 배터리가 위치한다. 전후 무게 배분을 위한 조치다.
차량 하부를 살펴보니 독특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위에서 언급한 배터리가 자리하는 공간이다. 이 구조물이 후륜 서스펜션의 공간을 침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 때문이라도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이유가 무엇이든 크루즈의 후륜 서스펜션은 토션빔 방식이다.
토션빔 서스펜션은 좌우가 연결되는 구조다. 한쪽에 충격이 전달되면 반대쪽에 충격이 전달되기 쉽다. 때문에 승차감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듣는다. 또한 소비자들도 토션빔 서스펜션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크루즈의 토션빔 서스펜션은 승차감 저하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아니, 어설픈 멀티링크보다 이쪽이 낫다. 서스펜션 구조가 무엇이든 승차감과 성능에서 좋은 수준의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승차감부터 살펴보자. 현세대 크루즈는 과거의 크루즈 2.0 디젤의 탄탄함과 크루즈 1.4 터보의 부드러움 중간의 성격을 갖는다. 어느 정도 부드럽지만 차량의 움직임이 커질 때 단단하게 버텨내는 모습이다. 특히 다양한 노면 환경에서 부드럽지만 안정적으로 대응해낸 만큼 완성도 면에서는 한 단계 발전한 모습으로 비친다. 폭스바겐 같은 독일계 차량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과 유사했다. 물론 독일 태생 오펠의 작품이라는 것이 이유가 될지도.
주행 감각만 따져보면 준중형 차를 넘어서 중형 차에 가까운 모습이다. 현대 아반떼 AD는 등장과 동시에 동급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크루즈는 한 등급 위의 차를 탄다는 느낌을 준다. 물론 이 표현이 과장됐다고 느낄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해 본다면 이 얘기를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을 갖춘 것.
코너를 마주한다. 일정 수준의 바디롤 이후부터 깔끔하게 자세를 유지해 나간다. 참고로 직진 주행을 하며 가볍게 좌우로 스티어링 휠(핸들)을 조작해 보면 조금 허둥 된다고 느낄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차량이 불안하거나 서스펜션이 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적정 수준을 지켜야 좋은 성능을 얻어낼 수 있다. 우리가 달리는 환경은 서킷의 매끈한 노면이 아닌 많은 변수를 가진 일반 도로다.
고속주행 안정성 역시 칭찬하고 싶다. 신형 말리부도 경쟁 모델과 차별화된 안정적인 주행감각을 갖춘 바 있다. 크루즈도 같다. 넉넉한 출력과 토크 덕분에 가속력이 좋아졌고 그만큼 고속 체류 시간도 길어졌다. 그리고 고속에서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정감을 자랑한다. 차체 무게는 줄었지만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의 안정감을 준다는 것도 인상적이다.
1.4리터 터보 엔진에는 아이들 스톱 기능이 추가됐다. 쉐보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부분까지 개선했다는 점을 내세운다. 그리고 주행할 때 달라진 특징들이 쉽사리 느껴진다. 저 배기량 엔진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수준의 정숙성과 회전 질감을 보인다. 터보 엔진이지만 지연 현상도 적어 마치 배기량이 넉넉한 차를 운전하는 듯하다.
사실 기존 1.4리터 터보 엔진은 고회전 영역에서의 회전 질감이 인상적이지 못했다. 터보랙도 어느 정도는 있다. 단지 그것이 약점이 되지 않은 것은 수긍할 수준에 있었기 때문이다. 말리부의 1.5리터 터보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해소됐듯 크루즈도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전해주고 있다.
엔진은 153마력과 24.5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8.34초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8.3초)나 말리부 1.5터보(8.28초)와 비슷한 가속성능이다. 그리고 이 기록은 18인치 휠을 통해 구현됐다. 16인치나 17인치라면 7초대 진입이 가능하지 않을까?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9.71m였다. 페달 조작 때의 초반 응답성도 무난하며 뒤로 갈수록 강한 제동력이 나왔다는 점도 좋다. 다만 테스트가 반복될수록 제동거리가 늘어갔다. 테스트 막바지에는 43m 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아무래도 18인치 휠 적용에 따른 현가하질량 증가로 인한 제동 시스템 부하가 아닐까 하는데 의견이 모였다. 이 부분에 대해 추후 재확인할 계획이다.
우리 팀 모두가 크루즈의 주행 능력을 칭찬했지만 18인치 휠에 대한 평가만큼은 박했다. 18인치 휠은 외적으로 멋지다. 하지만 제조사 발표 자료만 봐도 18인치 휠이 적용된 크루즈의 무게가 꽤나 늘어난다. 정리해보자. 차는 더 잘 안나가, 제동 시스템에 부담 커져, 연비까지 나빠져… 여러모로 좋을 것 하나 없다. 멋스러움 그 하나다. 18인치 휠은 옵션으로 채용된다. 정말 다행이다.
물론 칭찬할 부분도 있다. 크루즈에도 R-EPS 시스템이 탑재된다는 것. 사실 쉐보레가 칼럼 방식 EPS를 사용했을 때도 완성도는 상당했다. 이제는 구조적인 완성도까지 높였다. 물론 조작성도 좋았다.
핸들링 성능도 뛰어나다. 필요 이상으로 민감하거나 둔하지도 않다. 스티어링 기어비만 좁혀 민첩해 보이도록 만든 것과도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감각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차량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보다 명확하게 전달해 준다. 달리는 측면에서의 균형감각에서는 나무랄 부분이 없었다.
변속기는 젠(GEN) III 6단 자동(6T35)이다. 젠 I 변속기의 아쉬움을 크게 해결한 것이 젠 II 변속기였다면 젠 III 변속기는 완성도를 올린 사양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변화가 큰 것은 아니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만족감에서는 차이가 난다. 특히 1~3단 내외의 저속 환경 만족도가 높아졌다. 각 단의 기어비도 적절했으며, 변속 때의 반응속도에서도 별다른 아쉬움이 없었다.
다양한 주행 시험을 반복하고 나니 차량에서 이상 진동이 나타났다. 평상시에는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된 상태였다. 하지만 가혹한 테스트 조건이 부여된 이후 이따금씩 불특정한 진동이 실내로 전달됐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동이 나아졌지만 가혹한 조건 이후의 완성도까지 튜닝해 주면 좋겠다. 물론 이 문제가 테스트카 하나만의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
연비 테스트를 진행한다. 시속 100~110km 주행구간의 경우 약 17km/L 수준의 효율을 나타냈다. 시속 80km 정속 주행에서는 22km/L까지 향상된 연비를 보였다. 여기에 평속 15km의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테스트 결과에서도 10.5km/L를 기록해 냈다. 일상 주행에서 약 13km/L 내외의 평균 연비를 보인 것. 2.4리터 엔진의 효율성을 갖지만 저배기량 엔진 다운 연비를 보였던 것.
2세대 크루즈는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 1세대 크루즈는 차별화된 운동성능이 강점이었다. 반면 이번 모델은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무기로 내세운다. 여기에 더 넓어진 실내공간과 편의, 안전장비 탑재로 경쟁력을 높였다. 동급 유일(?)의 자동 주차 기능도 포함해서.
문제는 가격이었다. 입문형 트림 가격이 지나치게 높았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냉담했다. 차가 좋다고 해도 웃돈을 주면서 구입할 필요까지는 없었던 것. 쉐보레는 애타게 외쳤다. 새로운 차체, R-EPS 시스템 등 기본적인 상품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이 비싸다면 비싼 거다. 나머지는 그저 제조사의 변명일 뿐이다.
결국 크루즈의 가격은 낮아졌다. 진작에 가격 책정을 잘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소비자 인도 이전에 결정을 했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최상급 풀옵션 모델 기준으로 아반떼(1.6 GDi)와 크루즈의 가격차이는 50만원 내외까지 좁혀졌다. 자동 주차나 스티어링 휠에 직접 개입하는 주행 안전 시스템, 무난한 음질의 BOSE 사운드 시스템, R-MDPS 등 여러 구성을 생각해보면 크루즈 쪽이 저렴해 보인다. 물론 만족한다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가격은 낮아질수록 좋다. 아반떼 역시 일부 트림 가격을 낮춰주면 좋겠다.
우리 팀은 풀옵션 사양을 추천하지 않는다. 구성이 좋아지는 반면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뒷좌석에 미련 없는 소비자가 준중형 차에서 많은 것들을 누리고 싶다면 크루즈 풀옵션도 무난한 선택이 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 등급에 어울리는 합리적인 트림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우리 팀의 추천 대상은 LT급 내외의 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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