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이쿼녹스 1.6 디젤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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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SUV 중 ‘사골’이라고 놀림을 당하는 모델이 있다. 쉐보레 캡티바다. 2006년 대우 윈스톰으로 데뷔한 이후 2011년 페이스리프트 진행, 이후 쉐보레 캡티바로 이름을 바꿨다. 다시금 2016년 2번째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12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골’이라는 표현을 넘어 ‘이제 그만 놔줘’라며 놀린다.
쉐보레에 다른 SUV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종류별로 다 있다. 소형 SUV인 트랙스, 컴팩트 SUV 이쿼녹스, 대형 SUV 트래버스, 풀사이즈 SUV 타호, 익스텐디드 풀사이즈 SUV 서버밴까지 사실상 모든 라인업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중형 SUV 블레이저를 개발 중이다.
트랙스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했다. 그리고 이쿼녹스가 한국 땅을 밟았다. 트래버스는 차체 길이가 5m를 넘는 수준이라 대중성이 강한 모델은 아니다. 그 때문에 GM은 컴팩트 SUV를 통해 승부수를 띄워보려 했다.
사실 말이 컴팩트다. 이쿼녹스의 실물을 보면 대체, 누가, 어디서, 왜? 컴팩트라고 부르는 것일까 싶다. 참고로 1~2세대 이쿼녹스는 중형급 SUV였다. 이후 3세대 모델로 변경되면서 컴팩트급으로 체급을 낮췄다. 중형급보다 컴팩트급 수요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위 표를 보자. 이쿼녹스는 겉으로만 컴팩트 SUV를 외칠뿐 국산 컴팩트 SUV와 비교했을 때 큰 차체를 갖고 있다. 크기 면에서 캡티바나 르노삼성 QM6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휠베이스로 보면 싼타페와 QM6 중간에 있다. 미국 시장에서 컴팩트라는 기준은 이렇다. 때문에 이쿼녹스는 미국에서는 컴팩트, 나머지 국가에서 중형급이라고 분류해도 무방한 크기를 갖는다고 보면 된다.
수치를 떠나 이쿼녹스 자체를 보자. 현재는 3세대 모델이다. 그리고 1세대 모델과 2세대 모델은 디자인 부문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투박하며 조립 품질도 떨어졌던 역사 저편의 전형적인 미국 차였다.
하지만 3세대 모델은 달라졌다. 쉐보레의 최신 스타일에 맞춰 세련된 이미지를 키웠다. 전면부의 날카로운 헤드램프는 그릴과 연결된다. 전면부를 둥글게 다듬어 수치 대비 컴팩트해 보이도록 유도한 것도 특징이다. 우리 팀에서 쉐보레 디자인에 많은 불만이 많았던 한 패널도 이번만큼은 괜찮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측면부를 보자. 과연 이 차를 누가 컴팩트 SUV라고 부를 것인가? 옵션으로 장착된 19인치 크기의 휠이 커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캐릭터 라인과 공격적인 C-필러 디자인도 젊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 것이다.
후면부는 젊은 감각의 리어램프와 굴곡으로 멋을 냈다. 리어램프 디자인도 최신 쉐보레 스타일을 따른다. 전동식 테일 게이트는 범퍼 아래를 발로 훑거나 차는 행동으로 열 수 있다. 센서를 정확하게 인식시키면 잘 열리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쉽게 열리지는 않는다. 사실 타사의 것들도 쉽사리 열리는 경우가 없다. 차라리 현대 기아차의 스마트 트렁크 기능(키 소지 후 차량 후면으로 접근하면 자동 오픈)이 유리해 보인다. 물론 불필요하게 열릴 때도 있지만 말이다.
다만 실내 다이얼을 조작해 테일 게이트의 열리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천장이 낮은 주차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인테리어는 익숙하다. 최근 쉐보레 모델들과 같은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은 모습이다. 덕분에 워즈오토가 뽑은 2018 베스트 인테리어에 선정됐다. 항상 인테리어 디자인에 혹평만 받아온 쉐보레가 베스트 인테리어상을 받다니… 큰 발전이다.
실내의 기본 디자인은 듀얼 콕핏이라는 쉐보레 특유의 욕조 스타일을 따른다. 너무 답답하지 않게 적정 선에서 타협했지만 승객을 감싸는 구조라 소비자에 따라 좁다고 느낄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센터페시아 구성은 다른 쉐보레 모델과 같다. 기어 레버의 수동 조작 방식도 쉐보레가 즐기는 구성이다.
그보다 눈에 띄는 편의 및 안전장비가 많아졌다. 통풍 및 열선시트를 지원하고 스티어링 휠에도 열선 기능을 넣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있다. 과거처럼 꽂아서 충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데크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다만 모든 스마트폰이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시험 결과 안드로이드 계열의 삼성 스마트폰은 잘 충전됐지만 아이폰X는 충전되지 않았다.
뒷좌석 시트에도 열선 기능이 있다. 열선 기능이 재미있는데, 시트백 부위만 열선을 작동시켜 등만 따뜻하게 할 수도 있고 시트백과 쿠션 모두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USB 충전 포트와 220볼트 인버터도 갖춰졌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 충전을 위한 배려다. 보스(BOSE)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쉐보레가 즐겨 사용하는 구성. 이 시스템이 1억 원에 근접하는 고급 세단들의 사운드 시스템과 맞먹지는 못해도 최소 준하는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적어도 유사 가격대 SUV 중에서 가장 좋은 사운드를 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로 르노삼성이 사용하는 보스 시스템도 꽤나 좋은 사운드 재생 능력을 자랑한다.
자동 주차 시스템도 있다. GM은 타사보다 자동 주차 기능의 도입이 늦은 편이다. 하지만 고급 브랜드 캐딜락에 이 기능을 채용하며 완성도를 크게 올렸고, 이제 대중 브랜드인 쉐보레 모델에서도 이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차공간 인식률인데 꽤나 잘 된다. 주차된 차량에 가까이 붙지 않아도 되고 대충 훑고 지나가도 척하니 인식한다. 평행, 직각, 사선, 좌측, 우측 어느 방향이건 다 주차 해낸다. 단순한 생색내기용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안전 사양으로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기능, 차선이탈 경고 및 유지, 후측방 경고, 오토 하이빔, 경사로 밀림 방지(HSA), 내리막길 저속 주행(HDC) 등도 갖춰졌다.
특히 햅틱 시트가 눈에 띈다. 캐딜락 모델에 적용됐던 햅틱 시트는 GM에서 고급 사양으로 분류되는 기능이다. 좌측에서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시트 쿠션의 좌측에서 진동을 발생시켜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우측에서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쿠션 우측에 진동을 만든다. 만약 전방 추돌 혹은 후방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시트 쿠션 양쪽에서 진동을 만들어 경고한다. 다른 것보다 갑작스럽게 접근하는 후측방 차량 및 보행자에 대한 안내 기능이 유용하게 쓰인다.
기존 캐딜락의 햅틱 시트와 하는 역할은 같지만 작동 때 전달되는 진동이 다르다. 캐딜락의 것은 조금 고음을 연상시키는 진동을 낸다. 반면 이쿼녹스의 것은 조금 묵직한 느낌이다. 경고를 한다는 역할은 갖지만 전달되는 느낌은 다르다. 아무래도 후자의 것이 더 나았다.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기 때문. 캐딜락도 이처럼 고급스런 느낌의 진동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 오토뷰 팀처럼 장거리 운행이 많다면 이 장비의 소중함이 커진다. 또, 미국 시장에 채용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빠졌다. 자동 주차도 좋지만 수동 주차 때 유용한 기능이다.
긴 휠베이스 길이만큼 뒷좌석이 꽤나 넓다. 특히 레그룸이 넓고 바닥이 평평해 3명의 승객이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헤드룸도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 조절은 2단계로 된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846리터,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1798리터까지 확장된다. 2열 시트 헤드레스트 형상으로 인해 뒷좌석이 완전히 평평하게 폴딩 되지 않는데, 개선이 필요하다.
외관 크기, 인테리어 디자인, 구성으로 볼 때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은 이제부터. 크루즈, 트랙스, 올란도에 얹힌 1.6리터 디젤 엔진은 충분히 여유로운 성능을 냈다. 하지만 중형급 SUV로 한 덩치 하는 이쿼녹스에 1.6리터 디젤엔진, 여기에 19인치 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잘 달릴 수 있을까?
시동을 건다. 오펠에서 개발한 디젤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GM은 이 엔진을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라 부른다. 소음과 진동에 자신 있다는 의미다. 확실히 ‘겔겔’거리는 듣기 거북한 소리는 덜하다. 대신 ‘슥슥슥’과 같은 음색이 들린다고 표현하고 싶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3.5 dBA로 나타났다. 2세대 크루즈 디젤과 동등한 수치다. 재미있는 것은 이쿼녹스와 2세대 크루즈는 동일한 아키텍처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는 것. 이 때문인지 아이들 정숙성 역시 동일한 수치가 나왔다. 흥미로운 결과다.
주행에 나선다. 큰 차체에 저배기량 엔진 조합이라 힘 부족을 예상했다. 아마도 묵직하게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가벼웠다. 엔진에도 여유가 있다. 고회전 영역을 억지로 짜내지 않고 가뿐하게 바퀴를 굴린다. 참고로 엔진은 136마력과 32.6kg.m의 토크를 발생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니 엔진이 보다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한다. 걱정이 만족감으로 바뀐다. 너무 걱정했던 것일까? 잘 나간다는 느낌마저 받을 정도다. 물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배기량의 한계가 나온다. 가속 페달을 절반 정도만 밟아 두둑이 토크를 끌어내 주행할 때가 만족감이 더 높았다.
이쿼녹스의 무게를 확인해본다. 결과는 1,742 kg. 르노삼성 QM6 2.0 dCi 모델이 1,769 kg이었으니 경량화에서 이점을 갖는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큰 차이는 아니다. 1.9톤이 넘는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생각보다(?) 가벼운 차체와 효율 좋은 파워트레인 조합을 가진 이쿼녹스의 가속성능을 확인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10.66초. 체감적으로 잘 나갔던 것이 아니라 실제 가속성능도 무난했다. 심지어 163마력 사양의 2.0리터 디젤 엔진을 사용했던 쉐보레 캡티바(10.97초)보다도 빨랐다. 기아 카니발 2.2(10.53초)보다 소폭 느린 정도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사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이 일상에서의 편안한 가속이다. 한 예로 쌍용 G4 렉스턴은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11초 중반을 기록한다. 수치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가속 시간은 가속페달을 처음부터 끝까지 밟는 상황에서 나온다. 일상에서는 차체 무게 대비 부족한 엔진 파워로 답답함이 크다. 이쿼녹스는 1초 정도 단축된 기록을 냈다. 1초 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저속 주행 환경에서 얼마나 경쾌하게 차를 다룰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참고로 풀옵션 사양의 이쿼녹스는 19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었다. 17인치라면 9초대 내외의 가속성능, 18인치라도 10초를 전후하는 가속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멋도 좋지만 19인치 사양은 역시나 오버 스펙이다. 효율성보다 외적인 부분에 치중한 옵션이다. 미국 기준으로 약 2천 달러(한화 약 220만 원) 내외의 19인치 옵션이 과연 필요할까?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유지한다. 속도계 바늘이 꾸준히 오른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하지 않다. 가속 페달을 반으로 줄인다. 사실 끝까지 밟으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효율을 생각하면 반만 밟아서 토크 기반의 주행을 이어가는 편이 낫다.
인상적인 부분은 고속 주행 안정감이다. 높은 지상고와 넓은 시야가 속도감을 늦추지만 그 이상의 안정감이 좋다. 확실히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장거리 주행 능력에 비중을 둔 모습이다.
무난한 가속 성능. 그렇다면 제동 능력은 어떨까?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38.33m였다. 전반적으로 리니어 한 반응을 보이는 제동 시스템이지만 초반에만 소폭 민감하게 잡아주는 성격으로 보면 된다.
무엇보다 반복된 테스트에서도 꾸준히 38m 대를 유지했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급제동 때 타이어의 미끄러짐과 많다는 점, 스키드 음이 큰 편이다. 제동 시스템이 타이어를 괴롭히는 것이고 타이어는 자신의 힘 모두를 쓰고 밀리고 있다. 타이어 성능이 더 좋아진다면 제동거리는 한 번 더 단축될 것이다. 타이어은 한국 타이어 벤투스 S1 노블 2 제품이다.
코너링 성능도 좋았다. 본래 GM 차들은 달리기의 본질에 충실한 편이다. 앞서 제동에서 타이어 성능 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코너링 때는 달랐다. 타이어는 패턴 디자인에 따라 가속, 제동 등 종방향으로 힘을 받는 환경과 코너링처럼 횡방향으로 힘을 받는 환경에 노출된다. 두 가지 모두를 잘 구현하는 제품도 있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있다.
이쿼녹스에 쓰인 19인치 OE 타이어는 벤투스 S1 노블 2다. 이 타이어는 제동 때 일부 아쉬움을 보였지만 코너링 때는 무난한 성능을 냈다.
이쿼녹스의 코너링 특성은 어떨까? 대부분의 전륜구동 혹은 전륜 기반의 4륜 구동 차들처럼 언더스티어를 기초로 한다. 그 정도는 약하다. 전반적으로 뉴트럴도 봐도 좋을 수준이다. 하지만 타이어의 접지 한계를 넘거나 의도적으로 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감으면 약한 오버로 전환되는 특징이 있다. 물론 자세제어장치인 ESC를 해제했을 경우다. 보통의 SUV들이 뚜렷한 언더스티어를 나타내는 것과 다른 특성을 갖는다는 정도를 참고하면 좋겠다. 물론 이 특정을 만들 정도의 운전자가 SUV를 택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핸들링은 좋다. 랙타입이라 불리는 R-EPS의 적용도 이유가 되겠지만 적정 수준에서 좋은 셋업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저속에서는 조금 날카로운 맛이 살아나며 속도가 올라가면 제어에 따른 정직한 반응을 보인다. 적어도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시스템 등 섀시에 대한 셋업 노하우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변속기는 어떨까? 과거 GEN I 변속기(국산 최초의 6단 자동변속기)가 제대로 이미지를 구긴 탓에 지금도 ‘보령 미션’이란 불명예스러운 명칭이 GM 변속기를 따라다닌다. 심지어 이와 무관한 캐딜락의 8단 변속기를 보령 미션이라 부르는 누리꾼들도 있다. 하지만 GEN I 출시 이후 GEN II에서 성능이 보완됐고 지금은 GEN III 사양을 쓴다. 반응도 무난하다. 다만 수동 모드 조작성이 문제다. 물론 이 기능을 쓰는 소비자는 1%도 안된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사용이 불편하다. 트렌드에 맞춰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다. 다른 차량들처럼 변속레버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방식, 또는 패들을 달아 조작성을 높여주면 좋겠다.
4륜 구동 시스템은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다. 능동적인 4륜구동 시스템이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륜에 구동력을 보낸다. 주행 테스트를 하며 리어 쪽으로 구동이 배분된다고 느끼기 힘들었다. 사실 국내 소비자들이 AWD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는데 싼타페, 투싼, 쏘렌토, 스포티지, 캡티바, 코란도 C 등등 대부분이 이런 방식을 쓴다. 정말 부득이한 경우에 조금 도움이 되긴 하지만 시내 주행이 주를 이루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는 의미가 크지 않은 구성이다. 특히나 연비를 낮추고 옵션가격만 200만 원에 이르는 이 구성을 꼭 채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쿼녹스의 주행 연비는 어떨까?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내외로 달릴 때 21~22km/L 내외의 수준을 보였다. 유사한 차체를 가진 중형 SUV들 대비 좋은 연비다. 이와 같은 연비는 저배기량 엔진의 장점으로 특히 일정 속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조금 더 이상적인 연비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테스트 모델에 끼워진 19인치 휠 사이즈를 낮춘다면 조금 더 나은 연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휠이 커서 얻는 이점은 그 차를 소유한 소비자의 시각적 만족도 뿐이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봤지만 최종적으로 얻은 결과하는 하나였다. 이쿼녹스는 장거리 주행에 매우 편하다. 적당히 단단한 시트 구성도 좋다. 미국산 SUV답게 장거리 이동 환경의 만족도를 높인 것이다. 우려했던 1.6리터 디젤 엔진의 힘 부족도 없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잘 달렸다. 다운사이징을 통한 연비 향상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실 말만 컴팩트급이지 국내에서는 중형급 사이즈를 갖는 크기나 완성도 높아진 인테리어, 현대 기아차와 비교할 수준의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도 이쿼녹스가 갖는 강점이다. 한국에서는 커진 차체로 중형급 SUV와 경쟁해야 하지만 미국 본토에서 다른 컴팩트 SUV와 맞붙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크다.
문제는 가격이다. 분명 비싸다.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본토에서도 비싸다. 미국에서도 쉐보레의 이러한 고가 정책이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쿼녹스의 차체 크기는 국내에서 중형급 SUV들과의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오랜 강자인 중형급 SUV로 싼타페와 쏘렌토가 자리를 지킨다. 본래 컴팩트 SUV로 개발된 차량이 중형급 SUV와 경쟁할 때 체급에 따른 버거움이 나올 수 있다. 분명 어려운 싸움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쉐보레가 블레이저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다. 개발 시기가 당겨진다면 시장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트래버스의 국내 출시도 서둘러야 한다. 이제 다양한 성향의 소비자들이 있어 판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쿼녹스는 분명 잘 만들어진 모델이다. 특히나 섀시 설계, 셋업 능력은 국내 제조사들이 넘보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을 일반 소비자들이 읽어 내기는 어렵다. 한국지엠은 이 부분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
쉐보레에 다른 SUV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종류별로 다 있다. 소형 SUV인 트랙스, 컴팩트 SUV 이쿼녹스, 대형 SUV 트래버스, 풀사이즈 SUV 타호, 익스텐디드 풀사이즈 SUV 서버밴까지 사실상 모든 라인업이 갖춰져 있다. 여기에 중형 SUV 블레이저를 개발 중이다.
트랙스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했다. 그리고 이쿼녹스가 한국 땅을 밟았다. 트래버스는 차체 길이가 5m를 넘는 수준이라 대중성이 강한 모델은 아니다. 그 때문에 GM은 컴팩트 SUV를 통해 승부수를 띄워보려 했다.
사실 말이 컴팩트다. 이쿼녹스의 실물을 보면 대체, 누가, 어디서, 왜? 컴팩트라고 부르는 것일까 싶다. 참고로 1~2세대 이쿼녹스는 중형급 SUV였다. 이후 3세대 모델로 변경되면서 컴팩트급으로 체급을 낮췄다. 중형급보다 컴팩트급 수요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위 표를 보자. 이쿼녹스는 겉으로만 컴팩트 SUV를 외칠뿐 국산 컴팩트 SUV와 비교했을 때 큰 차체를 갖고 있다. 크기 면에서 캡티바나 르노삼성 QM6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휠베이스로 보면 싼타페와 QM6 중간에 있다. 미국 시장에서 컴팩트라는 기준은 이렇다. 때문에 이쿼녹스는 미국에서는 컴팩트, 나머지 국가에서 중형급이라고 분류해도 무방한 크기를 갖는다고 보면 된다.
수치를 떠나 이쿼녹스 자체를 보자. 현재는 3세대 모델이다. 그리고 1세대 모델과 2세대 모델은 디자인 부문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투박하며 조립 품질도 떨어졌던 역사 저편의 전형적인 미국 차였다.
하지만 3세대 모델은 달라졌다. 쉐보레의 최신 스타일에 맞춰 세련된 이미지를 키웠다. 전면부의 날카로운 헤드램프는 그릴과 연결된다. 전면부를 둥글게 다듬어 수치 대비 컴팩트해 보이도록 유도한 것도 특징이다. 우리 팀에서 쉐보레 디자인에 많은 불만이 많았던 한 패널도 이번만큼은 괜찮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측면부를 보자. 과연 이 차를 누가 컴팩트 SUV라고 부를 것인가? 옵션으로 장착된 19인치 크기의 휠이 커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캐릭터 라인과 공격적인 C-필러 디자인도 젊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 것이다.
후면부는 젊은 감각의 리어램프와 굴곡으로 멋을 냈다. 리어램프 디자인도 최신 쉐보레 스타일을 따른다. 전동식 테일 게이트는 범퍼 아래를 발로 훑거나 차는 행동으로 열 수 있다. 센서를 정확하게 인식시키면 잘 열리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쉽게 열리지는 않는다. 사실 타사의 것들도 쉽사리 열리는 경우가 없다. 차라리 현대 기아차의 스마트 트렁크 기능(키 소지 후 차량 후면으로 접근하면 자동 오픈)이 유리해 보인다. 물론 불필요하게 열릴 때도 있지만 말이다.
다만 실내 다이얼을 조작해 테일 게이트의 열리는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천장이 낮은 주차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인테리어는 익숙하다. 최근 쉐보레 모델들과 같은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은 모습이다. 덕분에 워즈오토가 뽑은 2018 베스트 인테리어에 선정됐다. 항상 인테리어 디자인에 혹평만 받아온 쉐보레가 베스트 인테리어상을 받다니… 큰 발전이다.
실내의 기본 디자인은 듀얼 콕핏이라는 쉐보레 특유의 욕조 스타일을 따른다. 너무 답답하지 않게 적정 선에서 타협했지만 승객을 감싸는 구조라 소비자에 따라 좁다고 느낄 수도 있다.
스티어링 휠과 계기판, 센터페시아 구성은 다른 쉐보레 모델과 같다. 기어 레버의 수동 조작 방식도 쉐보레가 즐기는 구성이다.
그보다 눈에 띄는 편의 및 안전장비가 많아졌다. 통풍 및 열선시트를 지원하고 스티어링 휠에도 열선 기능을 넣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도 있다. 과거처럼 꽂아서 충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데크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다만 모든 스마트폰이 지원되는 것은 아니다. 시험 결과 안드로이드 계열의 삼성 스마트폰은 잘 충전됐지만 아이폰X는 충전되지 않았다.
뒷좌석 시트에도 열선 기능이 있다. 열선 기능이 재미있는데, 시트백 부위만 열선을 작동시켜 등만 따뜻하게 할 수도 있고 시트백과 쿠션 모두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USB 충전 포트와 220볼트 인버터도 갖춰졌다. 다양한 스마트 기기 충전을 위한 배려다. 보스(BOSE)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쉐보레가 즐겨 사용하는 구성. 이 시스템이 1억 원에 근접하는 고급 세단들의 사운드 시스템과 맞먹지는 못해도 최소 준하는 수준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적어도 유사 가격대 SUV 중에서 가장 좋은 사운드를 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참고로 르노삼성이 사용하는 보스 시스템도 꽤나 좋은 사운드 재생 능력을 자랑한다.
자동 주차 시스템도 있다. GM은 타사보다 자동 주차 기능의 도입이 늦은 편이다. 하지만 고급 브랜드 캐딜락에 이 기능을 채용하며 완성도를 크게 올렸고, 이제 대중 브랜드인 쉐보레 모델에서도 이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차공간 인식률인데 꽤나 잘 된다. 주차된 차량에 가까이 붙지 않아도 되고 대충 훑고 지나가도 척하니 인식한다. 평행, 직각, 사선, 좌측, 우측 어느 방향이건 다 주차 해낸다. 단순한 생색내기용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안전 사양으로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기능, 차선이탈 경고 및 유지, 후측방 경고, 오토 하이빔, 경사로 밀림 방지(HSA), 내리막길 저속 주행(HDC) 등도 갖춰졌다.
특히 햅틱 시트가 눈에 띈다. 캐딜락 모델에 적용됐던 햅틱 시트는 GM에서 고급 사양으로 분류되는 기능이다. 좌측에서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시트 쿠션의 좌측에서 진동을 발생시켜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우측에서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쿠션 우측에 진동을 만든다. 만약 전방 추돌 혹은 후방 충돌 위험이 감지되면 시트 쿠션 양쪽에서 진동을 만들어 경고한다. 다른 것보다 갑작스럽게 접근하는 후측방 차량 및 보행자에 대한 안내 기능이 유용하게 쓰인다.
기존 캐딜락의 햅틱 시트와 하는 역할은 같지만 작동 때 전달되는 진동이 다르다. 캐딜락의 것은 조금 고음을 연상시키는 진동을 낸다. 반면 이쿼녹스의 것은 조금 묵직한 느낌이다. 경고를 한다는 역할은 갖지만 전달되는 느낌은 다르다. 아무래도 후자의 것이 더 나았다.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이기 때문. 캐딜락도 이처럼 고급스런 느낌의 진동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다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 오토뷰 팀처럼 장거리 운행이 많다면 이 장비의 소중함이 커진다. 또, 미국 시장에 채용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빠졌다. 자동 주차도 좋지만 수동 주차 때 유용한 기능이다.
긴 휠베이스 길이만큼 뒷좌석이 꽤나 넓다. 특히 레그룸이 넓고 바닥이 평평해 3명의 승객이 앉아도 불편함이 없다. 헤드룸도 넉넉하다. 등받이 각도 조절은 2단계로 된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846리터,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1798리터까지 확장된다. 2열 시트 헤드레스트 형상으로 인해 뒷좌석이 완전히 평평하게 폴딩 되지 않는데, 개선이 필요하다.
외관 크기, 인테리어 디자인, 구성으로 볼 때 단점보다 장점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은 이제부터. 크루즈, 트랙스, 올란도에 얹힌 1.6리터 디젤 엔진은 충분히 여유로운 성능을 냈다. 하지만 중형급 SUV로 한 덩치 하는 이쿼녹스에 1.6리터 디젤엔진, 여기에 19인치 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잘 달릴 수 있을까?
시동을 건다. 오펠에서 개발한 디젤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GM은 이 엔진을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라 부른다. 소음과 진동에 자신 있다는 의미다. 확실히 ‘겔겔’거리는 듣기 거북한 소리는 덜하다. 대신 ‘슥슥슥’과 같은 음색이 들린다고 표현하고 싶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3.5 dBA로 나타났다. 2세대 크루즈 디젤과 동등한 수치다. 재미있는 것은 이쿼녹스와 2세대 크루즈는 동일한 아키텍처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을 사용한다는 것. 이 때문인지 아이들 정숙성 역시 동일한 수치가 나왔다. 흥미로운 결과다.
주행에 나선다. 큰 차체에 저배기량 엔진 조합이라 힘 부족을 예상했다. 아마도 묵직하게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가벼웠다. 엔진에도 여유가 있다. 고회전 영역을 억지로 짜내지 않고 가뿐하게 바퀴를 굴린다. 참고로 엔진은 136마력과 32.6kg.m의 토크를 발생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니 엔진이 보다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한다. 걱정이 만족감으로 바뀐다. 너무 걱정했던 것일까? 잘 나간다는 느낌마저 받을 정도다. 물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배기량의 한계가 나온다. 가속 페달을 절반 정도만 밟아 두둑이 토크를 끌어내 주행할 때가 만족감이 더 높았다.
이쿼녹스의 무게를 확인해본다. 결과는 1,742 kg. 르노삼성 QM6 2.0 dCi 모델이 1,769 kg이었으니 경량화에서 이점을 갖는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큰 차이는 아니다. 1.9톤이 넘는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와 직접 비교는 어렵다.
생각보다(?) 가벼운 차체와 효율 좋은 파워트레인 조합을 가진 이쿼녹스의 가속성능을 확인해봤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10.66초. 체감적으로 잘 나갔던 것이 아니라 실제 가속성능도 무난했다. 심지어 163마력 사양의 2.0리터 디젤 엔진을 사용했던 쉐보레 캡티바(10.97초)보다도 빨랐다. 기아 카니발 2.2(10.53초)보다 소폭 느린 정도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사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이 일상에서의 편안한 가속이다. 한 예로 쌍용 G4 렉스턴은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11초 중반을 기록한다. 수치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 가속 시간은 가속페달을 처음부터 끝까지 밟는 상황에서 나온다. 일상에서는 차체 무게 대비 부족한 엔진 파워로 답답함이 크다. 이쿼녹스는 1초 정도 단축된 기록을 냈다. 1초 보다 의미가 있는 것은 저속 주행 환경에서 얼마나 경쾌하게 차를 다룰 수 있느냐는 것이다.
참고로 풀옵션 사양의 이쿼녹스는 19인치 휠과 타이어를 신었다. 17인치라면 9초대 내외의 가속성능, 18인치라도 10초를 전후하는 가속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멋도 좋지만 19인치 사양은 역시나 오버 스펙이다. 효율성보다 외적인 부분에 치중한 옵션이다. 미국 기준으로 약 2천 달러(한화 약 220만 원) 내외의 19인치 옵션이 과연 필요할까?
가속 페달을 계속 밟고 유지한다. 속도계 바늘이 꾸준히 오른다. 강력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하지 않다. 가속 페달을 반으로 줄인다. 사실 끝까지 밟으나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효율을 생각하면 반만 밟아서 토크 기반의 주행을 이어가는 편이 낫다.
인상적인 부분은 고속 주행 안정감이다. 높은 지상고와 넓은 시야가 속도감을 늦추지만 그 이상의 안정감이 좋다. 확실히 미국 시장에서 중요한 장거리 주행 능력에 비중을 둔 모습이다.
무난한 가속 성능. 그렇다면 제동 능력은 어떨까?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최단 거리는 38.33m였다. 전반적으로 리니어 한 반응을 보이는 제동 시스템이지만 초반에만 소폭 민감하게 잡아주는 성격으로 보면 된다.
무엇보다 반복된 테스트에서도 꾸준히 38m 대를 유지했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급제동 때 타이어의 미끄러짐과 많다는 점, 스키드 음이 큰 편이다. 제동 시스템이 타이어를 괴롭히는 것이고 타이어는 자신의 힘 모두를 쓰고 밀리고 있다. 타이어 성능이 더 좋아진다면 제동거리는 한 번 더 단축될 것이다. 타이어은 한국 타이어 벤투스 S1 노블 2 제품이다.
코너링 성능도 좋았다. 본래 GM 차들은 달리기의 본질에 충실한 편이다. 앞서 제동에서 타이어 성능 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코너링 때는 달랐다. 타이어는 패턴 디자인에 따라 가속, 제동 등 종방향으로 힘을 받는 환경과 코너링처럼 횡방향으로 힘을 받는 환경에 노출된다. 두 가지 모두를 잘 구현하는 제품도 있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도 있다.
이쿼녹스에 쓰인 19인치 OE 타이어는 벤투스 S1 노블 2다. 이 타이어는 제동 때 일부 아쉬움을 보였지만 코너링 때는 무난한 성능을 냈다.
이쿼녹스의 코너링 특성은 어떨까? 대부분의 전륜구동 혹은 전륜 기반의 4륜 구동 차들처럼 언더스티어를 기초로 한다. 그 정도는 약하다. 전반적으로 뉴트럴도 봐도 좋을 수준이다. 하지만 타이어의 접지 한계를 넘거나 의도적으로 빠르게 스티어링 휠을 감으면 약한 오버로 전환되는 특징이 있다. 물론 자세제어장치인 ESC를 해제했을 경우다. 보통의 SUV들이 뚜렷한 언더스티어를 나타내는 것과 다른 특성을 갖는다는 정도를 참고하면 좋겠다. 물론 이 특정을 만들 정도의 운전자가 SUV를 택할 가능성은 낮겠지만.
핸들링은 좋다. 랙타입이라 불리는 R-EPS의 적용도 이유가 되겠지만 적정 수준에서 좋은 셋업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저속에서는 조금 날카로운 맛이 살아나며 속도가 올라가면 제어에 따른 정직한 반응을 보인다. 적어도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시스템 등 섀시에 대한 셋업 노하우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변속기는 어떨까? 과거 GEN I 변속기(국산 최초의 6단 자동변속기)가 제대로 이미지를 구긴 탓에 지금도 ‘보령 미션’이란 불명예스러운 명칭이 GM 변속기를 따라다닌다. 심지어 이와 무관한 캐딜락의 8단 변속기를 보령 미션이라 부르는 누리꾼들도 있다. 하지만 GEN I 출시 이후 GEN II에서 성능이 보완됐고 지금은 GEN III 사양을 쓴다. 반응도 무난하다. 다만 수동 모드 조작성이 문제다. 물론 이 기능을 쓰는 소비자는 1%도 안된다. 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사용이 불편하다. 트렌드에 맞춰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다. 다른 차량들처럼 변속레버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방식, 또는 패들을 달아 조작성을 높여주면 좋겠다.
4륜 구동 시스템은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한다. 능동적인 4륜구동 시스템이긴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전륜에 구동력을 보낸다. 주행 테스트를 하며 리어 쪽으로 구동이 배분된다고 느끼기 힘들었다. 사실 국내 소비자들이 AWD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는데 싼타페, 투싼, 쏘렌토, 스포티지, 캡티바, 코란도 C 등등 대부분이 이런 방식을 쓴다. 정말 부득이한 경우에 조금 도움이 되긴 하지만 시내 주행이 주를 이루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는 의미가 크지 않은 구성이다. 특히나 연비를 낮추고 옵션가격만 200만 원에 이르는 이 구성을 꼭 채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이쿼녹스의 주행 연비는 어떨까? 고속도로를 시속 100km 내외로 달릴 때 21~22km/L 내외의 수준을 보였다. 유사한 차체를 가진 중형 SUV들 대비 좋은 연비다. 이와 같은 연비는 저배기량 엔진의 장점으로 특히 일정 속도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조금 더 이상적인 연비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테스트 모델에 끼워진 19인치 휠 사이즈를 낮춘다면 조금 더 나은 연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휠이 커서 얻는 이점은 그 차를 소유한 소비자의 시각적 만족도 뿐이다.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봤지만 최종적으로 얻은 결과하는 하나였다. 이쿼녹스는 장거리 주행에 매우 편하다. 적당히 단단한 시트 구성도 좋다. 미국산 SUV답게 장거리 이동 환경의 만족도를 높인 것이다. 우려했던 1.6리터 디젤 엔진의 힘 부족도 없었다. 오히려 생각보다 잘 달렸다. 다운사이징을 통한 연비 향상도 주목할 부분이다.
사실 말만 컴팩트급이지 국내에서는 중형급 사이즈를 갖는 크기나 완성도 높아진 인테리어, 현대 기아차와 비교할 수준의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도 이쿼녹스가 갖는 강점이다. 한국에서는 커진 차체로 중형급 SUV와 경쟁해야 하지만 미국 본토에서 다른 컴팩트 SUV와 맞붙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크다.
문제는 가격이다. 분명 비싸다.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본토에서도 비싸다. 미국에서도 쉐보레의 이러한 고가 정책이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쿼녹스의 차체 크기는 국내에서 중형급 SUV들과의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오랜 강자인 중형급 SUV로 싼타페와 쏘렌토가 자리를 지킨다. 본래 컴팩트 SUV로 개발된 차량이 중형급 SUV와 경쟁할 때 체급에 따른 버거움이 나올 수 있다. 분명 어려운 싸움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쉐보레가 블레이저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이다. 개발 시기가 당겨진다면 시장에도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다. 트래버스의 국내 출시도 서둘러야 한다. 이제 다양한 성향의 소비자들이 있어 판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쿼녹스는 분명 잘 만들어진 모델이다. 특히나 섀시 설계, 셋업 능력은 국내 제조사들이 넘보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을 일반 소비자들이 읽어 내기는 어렵다. 한국지엠은 이 부분에 대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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