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볼트(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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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온다. 이제 더 이상 전기차가 신기하지 않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 대를 포함해 친환경차를 총 200만 대까지 보급시킬 계획이다. 덕분에 전기차 충전소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전기차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도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없앨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것. 전기차의 불편함을 살펴보자. 첫째, 주행거리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너무 짧다. 둘째, 한번 충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다. 배터리만으로 주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전기를 만드는 엔진을 달아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레인지 익스텐더 중 가장 유명한 모델이 쉐보레 볼트와 BMW i3 REx다. 우리 팀은 쉐보레 볼트(Volt)부터 다뤄봤다.
쉐보레 EV1
시작에 앞서 조금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니 참고해 주셨으면 한다.
GM은 이미 1996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인 EV1을 판매한 전력이 있다. 당시의 국산 브랜드는 일본과 기술 공유를 통해 열심히 부품 국산화를 이루고자 노력했던 시기다. 당시 현대차의 주력 모델은 쏘나타3와 초기형 아반떼 였다.
쉐보레는 2013년에 쉐보레 스파크 EV를 출시했다. 2017년에는 2세대 전기차인 볼트 EV(BOLT EV)도 내놨다.
전기차만 만들 것 같았던 GM은 전기차의 가지치기 모델도 만들어 냈다.
2007년 컨셉트카로 처음 공개한 볼트(VOLT)가 여기에 속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전혀 다른 하이브리드 개념을 가진 볼트는 자동차 산업에서 센세이션 그자체였다. 그런 볼트가 2016년 2세대 모델로 진화했고 이제 국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가 됐다.
우선 전면을 바라보자. 어디서 많이 봤던 모습 아닌가? 쉐보레 크루즈를 닮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보면 크루즈의 디자인을 계승한 것 같지만 사실 2세대 볼트가 등장하면서 쉐보레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이 정립됐다. 그리고 이 디자인을 계승한 것이 바로 신형 크루즈다.
헤드램프는 마치 부품 호환이라도 될 것처럼 닮았다.
전기차 성격이 강한 만큼 막힌 그릴을 갖춘다. 범퍼는 의외로 강한 인상을 전달한다.
측면 디자인은 패스트백의 형태를 갖는다. 세단과 유사한 모습이지만 테일게이트의 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최근 쿠페형상의 세단이 많기에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연료 캡은 2개이며, 앞 부분은 충전기, 뒷부분은 주유구로 사용된다.
전면은 크루즈를 떠올리지만 후면은 볼트만의 디자인 특징을 갖는다. 클리어 타입의 리어램프와 고광택 블랙 패널로 멋도 냈다.
인테리어도 크루즈와 닮은 구석들이 있다. 하지만 1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 1세대 모델은 미래 자동차의 이미지를 전달하려 해서인지 마치 전자제품 같은 디자인 구성을 보였다.
반면 현재 볼트의 인테리어는 크루즈는 물론 말리부와 임팔라에서 봤던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생김새만 따지면 일반 승용차와 같다. 일반 승용차와 동일한 감각을 통해 이 차량이 낯선 개념의 이동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고자 하는 듯하다. 쉐보레 만의 실내를 감싼 형태를 비롯해 듀얼 콕핏(dual-cockpit) 디자인을 갖췄고, 각종 버튼들의 배치나 조작 방법도 동일하게 구성했다.
물론 친환경 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부분도 있다. 기어 레버와 시동 버튼이 깨끗함(clean)을 표현한 블루 컬러로 꾸며진다. 효율을 표시해주는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갖춰진다. 전기와 연료를 모두 사용하는 만큼 효율도 2가지로 나눠 표시한다.
반면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쉐보레 브랜드의 내비게이션 완성도는 수입사들과 비교되지 않는다. 하지만 볼트 EV(Bolt EV)처럼 내비게이션을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다른 불만은 무선 충전 기능이다.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충전시킬 수 있지만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홈에 끼워 넣어야 한다. 스마트폰 크기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5.5인치 이상 급 스마트폰은 들어가지 않는다.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뒷좌석 시트에는 3인이 앉을 수 있다. 시트 중앙에 헤드레스트도 있고 안전벨트도 마련됐다. 하지만 사실상 2명만 탑승할 수 있다. ‘T’자 형태로 센터 터널을 가로질러 배터리가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도 버거워 보이고 유아 정도나 탑승할 수 있을 듯 하다.
트렁크도 넓지 않다. 기본 공간은 301리터로 일반적인 준중형 자동차 대비 부족한 사이즈다. 대신 시트 폴딩이 가능하기에 뒷좌석 시트를 접어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는 볼트의 자랑거리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및 유지 기능,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을 비롯해 보스 오디오 시스템과 자동 주차 기능까지 갖췄다.
그보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에어백이다. 4세대 에어백을 포함해 총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된다. 현대 아반떼, 심지어 그랜저의 9개 보다 많다. 제네시스 G80과 EQ900도 9개가 전부다. 미국에서 직수입되는 차량이기에 미국의 안전규제에 맞춰 국산 기함급 모델 이상의 에어백 구성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공장 폐쇄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수입차라는 타이틀로 국내에 판매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그렇듯 엔진이 멈춘 상태에서 주행 준비를 마쳤다는 표시를 계기판에 띄운다.
주행을 시작하면 전기모터가 돌며 차체를 밀어낸다. 현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만으로 정지 상태에서 기속할 수 있는 영역이 10km/h 전후다.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긴 하지만 상당한 노력과 뒷차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참고로 토요타 모델들은 40~60km/h의 속도까지도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볼트는 다르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최고 속도까지 전기모터만으로 달린다. 타사 하이브리드 모델과 달리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미세하게 조작할 필요도 없다. 끝까지 밟아도 엔진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이며, 볼트가 전기차에 가까운 성격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다. 타사의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중심이며 모터가 힘을 더해주는 성격이다. 어디까지나 모터는 ‘도우미’의 역할만 할 뿐이다. 하지만 볼트의 레인지 익스텐더 개념은 모터를 중심으로 엔진이 필요할 때만 작동시킨다는 것. 모터가 구동과 관련한 부분을 100% 책임지는 것이다.
101마력을 만들어내는 엔진은 동력에 관여하기도 하지만 전기 생성에 목적을 둔다. 때문에 발전에 유리한 중저속 토크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 모터를 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최대 엔진 회전수도 5600 rpm까지만 사용하도록 했다. 다만 언덕길 주행 및 일부 상황에서 구동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기모터는 모터와 제너레이터 2개를 사용하며, 각각 117마력과 64마력의 성능을 갖춘다. 시스템 출력은 149마력이다.
2세대 볼트는 2세대 볼텍(Voltec) 시스템을 사용한다. 2개의 전기모터/발전기, 2개의 위성기어, 3개의 클러치로 구성된다. 각기 다른 주행 상황에 맞춰 엔진과 모터가 서로 조합해 구동력을 만든다.
저속 주행 환경에서는 1개의 모터를 쓴다. 만약 오르막길을 주행 등 조금 더 힘이 필요한 상황을 만나면 2개의 모터를 사용해 넉넉한 토크를 키워 가속을 해 나간다. 여기 까지가 EV모드, 다시말해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을 하는 환경이다.
반면 익스텐디드 레인지 모드(Extended Range Mode) 부터는 엔진이 가동된다. 이 때부터는 총 3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엔진과 모터를 함께 작동시켜 동력을 만든다.
우선 60km/h 이내 저속 주행상황에서는 엔진의 동력이 두가지 일을 한다. 하나는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 여기서 만든 전기는 다시 구동모터를 통해 바퀴로 동력을 전달된다.
60~110km/h 주행 환경에서 엔진의 동력이 바퀴로 힘을 보태는데 집중한다. 여기에 모터가 바퀴로 동력을 추가로 전달하거나 바퀴에서 얻은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키기도 한다.
100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할 때는 엔진과 2개의 모터 모두가 힘을 보탠다. 엔진은 구동력을 전달함과 동시에 전기를 생성하고 2개의 모터 모두 바퀴를 굴린다. 배터리가 빠르게 방전되는 것을 막기위해 엔진의 동력이 배터리를 충전시키는데도 사용된다.
이렇게 엔진과 모터를 주행상황에 맞춰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2세대 볼텍 시스템의 특징이다.
배터리는 LG 화학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18.4 kWh 용량을 갖는다. 타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대부분이 10 kWh 전후의 용량의 배터리를 갖고 있다. 반면 볼트는 꽤나 대용량을 사용한다. 덕분에 한번 충전 후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89 km나 된다. 타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자동차는 전기모터만으로 20 km 이상 주행할 수 없다.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레인지 익스텐더의 가장 큰 장점은 배터리가 바닥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연료만 넣으면 된다.
배터리를 모두 사용하면 그제서야 엔진 시동이 걸린다.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있을 때 측정된 아이들 정숙성은 42.5 dBA로 확인됐다. 2세대 크루즈 1.6 디젤과 동일한 정숙성이다. 이를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배러티가 모두 방전된 경우다.
레인지익스텐더에게도 단점은 존재한다. 배터리를 다 사용하면 엔진이 전기를 만들어 모터로 동력을 전달해야 한다. 이 때 배터리까지 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
우리 팀은 이러한 상황을 설정해 2가지 모드에서 연비 측정을 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상황, 그리고 와인딩 로드 주행을 통해 엔진에 고부하를 걸어주는 조건이었다. 배터리가 충전된 상황에서는 엔진이 가동되지 않기에 배터리가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 연비를 측정했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환경 속에서 볼트(Volt)가 보여준 연비는 23 km/L 수준이었다. 배터리 없이 엔진을 가동시켜 달릴 때도 꽤 높은 수준의 효율을 보인 것. 이번에는 와인딩 로드에 올라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그 결가 15 km/L 수준의 연비를 냈다. 와인딩 로드 테스트는 연비가 많이 떨어지는 환경이다. 1.6리터급 준중형 모델도 5~6km/L 이상의 연비를 내기 어렵다.
이 정도의 연비라면 배터리 충전 안 하고 다녀도 만족할 수 있겠다. (물론 우리 팀은 충전을 권장한다. 80km 미만 거리를 달리는 운전자라면 거의 공짜 수준으로 주행할 수 있기 때문)
이렇게 좋은 효율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연료를 아끼고자 노력하는 시스템 특징에 있다. 볼트는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과 달리 전기모터를 주축으로 움직인다. 완전히 방전된 경우에서도 일전 수준 충전만 되면 즉시 엔진 가동을 멈춘다. 이후 다시 배터리가 방전되면 엔진이 가동시키는 방식이다. 엔진 구동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덕분에 연비를 높일 수 있다.
볼트의 가속 성능은 어떨까? 정지 상태에서 100 km/h까지 8.37초 만에 도달했다. 현대 코나 1.6 터보 모델이 8.36초, 쉐보레 크루즈 1.4 터보 모델이 8.34초를 기록했으니 대략 1.5리터 전후의 터보차져 엔진과 맞먹는 성능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체감 가속 성능이 더 인상적이다. 마치 고무줄을 늘였다 놓는 것과 같은 감각이다. 여기에 변속 충격이나 소음도 없다. 우리 팀 스탭은 마치 전동식 RC카가 달려나가는 것과 유사한 모습이라 평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데까지 소요한 거리는 39.95 m다. 사실상 40 m라고 보면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2세대 크루즈 가솔린과 디젤 모두 39.71 m와 39.96 m로 비슷한 제동거리를 보였다는 것. 아마도 GM은 40m 내외를 기준 값으로 잡고 있는 모양이다.
만족스러운 것은 제동 감각이다. 통상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특유의 이질감을 보인다. 답력 변화 없이 고무공을 밟는 것과 같은 감각이며 반박자 느린 반응성이 아쉬움을 키운다.
하지만 볼트는 이러한 아쉬움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일반 승용차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것과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였다. 제동 감각까지 명확했다. 우리 팀은 토요타의 4세대 프리우스에 대해 개선된 브레이크 감각을 높이 샀었다. 2세대 볼트도 이에 준하거나 오히려 능가할 정도로 만족감을 보여 좋았다.
쉐보레 볼트는 정말 잘 만들어진 이동 수단이다. 한번 충전으로 89 km를 주행할 수 있어 서울은 물론 위성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하다. 거리만 잘 맞는다면 기름 한 방울 들이지 않고 전기차 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멀리 여행을 떠날 때도 걱정없다. 필요에 따라 연료만 넣으면 되니까. 여기에 쉐보레가 잘하던 탄탄한 기본기까지 갖췄다.
코너링 성능 및 핸들링도 좋다. 해외 평가만 봐도 하이브리드 승용차 중 가장 높은 코너링 한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물론 볼트는 잘 팔리기는 어렵다. 정확히 우리 시장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가 팔리기 힘들다.
원인은 보조금에 있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1천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해지면 2천만 원에 육박하는 지원금이 생긴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자동차에게는 500만 원이 전부다. 보조금을 받아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차보다 비싸다.
전기차는 충전기 설치 보조금도 나온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소비자는 300만 원이 넘는 충전기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
한마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자동차를 구입해야 할 이유가 축소되는 것이다. 최대 2450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 대를 포함해 친환경차를 총 200만 대까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친환경차를 부흥시키려는 것 같지만 사실상 전기차 몰아주기다. 하이브리드 보조금도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축소시켰다. 좋은 자동차가 팔리지 못하는 환경, 이는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뭐든지 편식은 좋지 않다. 그것이 영양소건 자동차건 말이다.
문제는 전기차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도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없앨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것. 전기차의 불편함을 살펴보자. 첫째, 주행거리가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너무 짧다. 둘째, 한번 충전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레인지 익스텐더(Range Extender)다. 배터리만으로 주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면 전기를 만드는 엔진을 달아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이다. 레인지 익스텐더 중 가장 유명한 모델이 쉐보레 볼트와 BMW i3 REx다. 우리 팀은 쉐보레 볼트(Volt)부터 다뤄봤다.
시작에 앞서 조금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니 참고해 주셨으면 한다.
GM은 이미 1996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인 EV1을 판매한 전력이 있다. 당시의 국산 브랜드는 일본과 기술 공유를 통해 열심히 부품 국산화를 이루고자 노력했던 시기다. 당시 현대차의 주력 모델은 쏘나타3와 초기형 아반떼 였다.
쉐보레는 2013년에 쉐보레 스파크 EV를 출시했다. 2017년에는 2세대 전기차인 볼트 EV(BOLT EV)도 내놨다.
전기차만 만들 것 같았던 GM은 전기차의 가지치기 모델도 만들어 냈다.
2007년 컨셉트카로 처음 공개한 볼트(VOLT)가 여기에 속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전혀 다른 하이브리드 개념을 가진 볼트는 자동차 산업에서 센세이션 그자체였다. 그런 볼트가 2016년 2세대 모델로 진화했고 이제 국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자동차가 됐다.
우선 전면을 바라보자. 어디서 많이 봤던 모습 아닌가? 쉐보레 크루즈를 닮았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보면 크루즈의 디자인을 계승한 것 같지만 사실 2세대 볼트가 등장하면서 쉐보레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이 정립됐다. 그리고 이 디자인을 계승한 것이 바로 신형 크루즈다.
헤드램프는 마치 부품 호환이라도 될 것처럼 닮았다.
전기차 성격이 강한 만큼 막힌 그릴을 갖춘다. 범퍼는 의외로 강한 인상을 전달한다.
측면 디자인은 패스트백의 형태를 갖는다. 세단과 유사한 모습이지만 테일게이트의 형태에서 차이를 보인다. 최근 쿠페형상의 세단이 많기에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연료 캡은 2개이며, 앞 부분은 충전기, 뒷부분은 주유구로 사용된다.
전면은 크루즈를 떠올리지만 후면은 볼트만의 디자인 특징을 갖는다. 클리어 타입의 리어램프와 고광택 블랙 패널로 멋도 냈다.
인테리어도 크루즈와 닮은 구석들이 있다. 하지만 1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정말 큰 변화가 있었다. 1세대 모델은 미래 자동차의 이미지를 전달하려 해서인지 마치 전자제품 같은 디자인 구성을 보였다.
반면 현재 볼트의 인테리어는 크루즈는 물론 말리부와 임팔라에서 봤던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생김새만 따지면 일반 승용차와 같다. 일반 승용차와 동일한 감각을 통해 이 차량이 낯선 개념의 이동 수단이 아니라는 것을 어필하고자 하는 듯하다. 쉐보레 만의 실내를 감싼 형태를 비롯해 듀얼 콕핏(dual-cockpit) 디자인을 갖췄고, 각종 버튼들의 배치나 조작 방법도 동일하게 구성했다.
물론 친환경 모델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부분도 있다. 기어 레버와 시동 버튼이 깨끗함(clean)을 표현한 블루 컬러로 꾸며진다. 효율을 표시해주는 디지털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갖춰진다. 전기와 연료를 모두 사용하는 만큼 효율도 2가지로 나눠 표시한다.
반면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국내에 공장을 두고 있는 쉐보레 브랜드의 내비게이션 완성도는 수입사들과 비교되지 않는다. 하지만 볼트 EV(Bolt EV)처럼 내비게이션을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다른 불만은 무선 충전 기능이다.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충전시킬 수 있지만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홈에 끼워 넣어야 한다. 스마트폰 크기가 커져가는 상황에서 5.5인치 이상 급 스마트폰은 들어가지 않는다.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다.
뒷좌석 시트에는 3인이 앉을 수 있다. 시트 중앙에 헤드레스트도 있고 안전벨트도 마련됐다. 하지만 사실상 2명만 탑승할 수 있다. ‘T’자 형태로 센터 터널을 가로질러 배터리가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도 버거워 보이고 유아 정도나 탑승할 수 있을 듯 하다.
트렁크도 넓지 않다. 기본 공간은 301리터로 일반적인 준중형 자동차 대비 부족한 사이즈다. 대신 시트 폴딩이 가능하기에 뒷좌석 시트를 접어 공간을 확장시킬 수 있다.
다양한 편의 및 안전장비는 볼트의 자랑거리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및 유지 기능,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을 비롯해 보스 오디오 시스템과 자동 주차 기능까지 갖췄다.
그보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에어백이다. 4세대 에어백을 포함해 총 10개의 에어백이 장착된다. 현대 아반떼, 심지어 그랜저의 9개 보다 많다. 제네시스 G80과 EQ900도 9개가 전부다. 미국에서 직수입되는 차량이기에 미국의 안전규제에 맞춰 국산 기함급 모델 이상의 에어백 구성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공장 폐쇄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수입차라는 타이틀로 국내에 판매될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이득을 취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그렇듯 엔진이 멈춘 상태에서 주행 준비를 마쳤다는 표시를 계기판에 띄운다.
주행을 시작하면 전기모터가 돌며 차체를 밀어낸다. 현대 기아차의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만으로 정지 상태에서 기속할 수 있는 영역이 10km/h 전후다. 물론 그 이상도 가능하긴 하지만 상당한 노력과 뒷차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참고로 토요타 모델들은 40~60km/h의 속도까지도 전기모터만으로 가속할 수 있다.
하지만 볼트는 다르다.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최고 속도까지 전기모터만으로 달린다. 타사 하이브리드 모델과 달리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미세하게 조작할 필요도 없다. 끝까지 밟아도 엔진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이며, 볼트가 전기차에 가까운 성격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다. 타사의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중심이며 모터가 힘을 더해주는 성격이다. 어디까지나 모터는 ‘도우미’의 역할만 할 뿐이다. 하지만 볼트의 레인지 익스텐더 개념은 모터를 중심으로 엔진이 필요할 때만 작동시킨다는 것. 모터가 구동과 관련한 부분을 100% 책임지는 것이다.
101마력을 만들어내는 엔진은 동력에 관여하기도 하지만 전기 생성에 목적을 둔다. 때문에 발전에 유리한 중저속 토크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 엔진 회전수를 높여 모터를 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최대 엔진 회전수도 5600 rpm까지만 사용하도록 했다. 다만 언덕길 주행 및 일부 상황에서 구동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전기모터는 모터와 제너레이터 2개를 사용하며, 각각 117마력과 64마력의 성능을 갖춘다. 시스템 출력은 149마력이다.
2세대 볼트는 2세대 볼텍(Voltec) 시스템을 사용한다. 2개의 전기모터/발전기, 2개의 위성기어, 3개의 클러치로 구성된다. 각기 다른 주행 상황에 맞춰 엔진과 모터가 서로 조합해 구동력을 만든다.
저속 주행 환경에서는 1개의 모터를 쓴다. 만약 오르막길을 주행 등 조금 더 힘이 필요한 상황을 만나면 2개의 모터를 사용해 넉넉한 토크를 키워 가속을 해 나간다. 여기 까지가 EV모드, 다시말해 전기모터만으로 주행을 하는 환경이다.
반면 익스텐디드 레인지 모드(Extended Range Mode) 부터는 엔진이 가동된다. 이 때부터는 총 3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엔진과 모터를 함께 작동시켜 동력을 만든다.
우선 60km/h 이내 저속 주행상황에서는 엔진의 동력이 두가지 일을 한다. 하나는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것. 여기서 만든 전기는 다시 구동모터를 통해 바퀴로 동력을 전달된다.
60~110km/h 주행 환경에서 엔진의 동력이 바퀴로 힘을 보태는데 집중한다. 여기에 모터가 바퀴로 동력을 추가로 전달하거나 바퀴에서 얻은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키기도 한다.
100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할 때는 엔진과 2개의 모터 모두가 힘을 보탠다. 엔진은 구동력을 전달함과 동시에 전기를 생성하고 2개의 모터 모두 바퀴를 굴린다. 배터리가 빠르게 방전되는 것을 막기위해 엔진의 동력이 배터리를 충전시키는데도 사용된다.
이렇게 엔진과 모터를 주행상황에 맞춰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2세대 볼텍 시스템의 특징이다.
배터리는 LG 화학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18.4 kWh 용량을 갖는다. 타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대부분이 10 kWh 전후의 용량의 배터리를 갖고 있다. 반면 볼트는 꽤나 대용량을 사용한다. 덕분에 한번 충전 후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89 km나 된다. 타사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자동차는 전기모터만으로 20 km 이상 주행할 수 없다.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레인지 익스텐더의 가장 큰 장점은 배터리가 바닥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연료만 넣으면 된다.
배터리를 모두 사용하면 그제서야 엔진 시동이 걸린다.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있을 때 측정된 아이들 정숙성은 42.5 dBA로 확인됐다. 2세대 크루즈 1.6 디젤과 동일한 정숙성이다. 이를 소음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배러티가 모두 방전된 경우다.
레인지익스텐더에게도 단점은 존재한다. 배터리를 다 사용하면 엔진이 전기를 만들어 모터로 동력을 전달해야 한다. 이 때 배터리까지 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
우리 팀은 이러한 상황을 설정해 2가지 모드에서 연비 측정을 했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 상황, 그리고 와인딩 로드 주행을 통해 엔진에 고부하를 걸어주는 조건이었다. 배터리가 충전된 상황에서는 엔진이 가동되지 않기에 배터리가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 연비를 측정했다.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환경 속에서 볼트(Volt)가 보여준 연비는 23 km/L 수준이었다. 배터리 없이 엔진을 가동시켜 달릴 때도 꽤 높은 수준의 효율을 보인 것. 이번에는 와인딩 로드에 올라 가속페달에 힘을 줬다. 그 결가 15 km/L 수준의 연비를 냈다. 와인딩 로드 테스트는 연비가 많이 떨어지는 환경이다. 1.6리터급 준중형 모델도 5~6km/L 이상의 연비를 내기 어렵다.
이 정도의 연비라면 배터리 충전 안 하고 다녀도 만족할 수 있겠다. (물론 우리 팀은 충전을 권장한다. 80km 미만 거리를 달리는 운전자라면 거의 공짜 수준으로 주행할 수 있기 때문)
이렇게 좋은 효율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연료를 아끼고자 노력하는 시스템 특징에 있다. 볼트는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과 달리 전기모터를 주축으로 움직인다. 완전히 방전된 경우에서도 일전 수준 충전만 되면 즉시 엔진 가동을 멈춘다. 이후 다시 배터리가 방전되면 엔진이 가동시키는 방식이다. 엔진 구동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가상하다. 덕분에 연비를 높일 수 있다.
볼트의 가속 성능은 어떨까? 정지 상태에서 100 km/h까지 8.37초 만에 도달했다. 현대 코나 1.6 터보 모델이 8.36초, 쉐보레 크루즈 1.4 터보 모델이 8.34초를 기록했으니 대략 1.5리터 전후의 터보차져 엔진과 맞먹는 성능을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치적으로 만족스럽지만 체감 가속 성능이 더 인상적이다. 마치 고무줄을 늘였다 놓는 것과 같은 감각이다. 여기에 변속 충격이나 소음도 없다. 우리 팀 스탭은 마치 전동식 RC카가 달려나가는 것과 유사한 모습이라 평했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데까지 소요한 거리는 39.95 m다. 사실상 40 m라고 보면 된다. 흥미로운 부분은 2세대 크루즈 가솔린과 디젤 모두 39.71 m와 39.96 m로 비슷한 제동거리를 보였다는 것. 아마도 GM은 40m 내외를 기준 값으로 잡고 있는 모양이다.
만족스러운 것은 제동 감각이다. 통상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특유의 이질감을 보인다. 답력 변화 없이 고무공을 밟는 것과 같은 감각이며 반박자 느린 반응성이 아쉬움을 키운다.
하지만 볼트는 이러한 아쉬움을 쉽게 보여주지 않았다. 일반 승용차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것과 큰 차이를 못 느낄 정도였다. 제동 감각까지 명확했다. 우리 팀은 토요타의 4세대 프리우스에 대해 개선된 브레이크 감각을 높이 샀었다. 2세대 볼트도 이에 준하거나 오히려 능가할 정도로 만족감을 보여 좋았다.
쉐보레 볼트는 정말 잘 만들어진 이동 수단이다. 한번 충전으로 89 km를 주행할 수 있어 서울은 물론 위성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소비자들에게 적합하다. 거리만 잘 맞는다면 기름 한 방울 들이지 않고 전기차 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멀리 여행을 떠날 때도 걱정없다. 필요에 따라 연료만 넣으면 되니까. 여기에 쉐보레가 잘하던 탄탄한 기본기까지 갖췄다.
코너링 성능 및 핸들링도 좋다. 해외 평가만 봐도 하이브리드 승용차 중 가장 높은 코너링 한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물론 볼트는 잘 팔리기는 어렵다. 정확히 우리 시장에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가 팔리기 힘들다.
원인은 보조금에 있다. 전기차는 기본적으로 1천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해지면 2천만 원에 육박하는 지원금이 생긴다. 하지만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자동차에게는 500만 원이 전부다. 보조금을 받아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차보다 비싸다.
전기차는 충전기 설치 보조금도 나온다.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소비자는 300만 원이 넘는 충전기를 직접 설치해야 한다.
한마디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lug-In Hybrid) 자동차를 구입해야 할 이유가 축소되는 것이다. 최대 2450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인기를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2022년까지 전기차 35만 대를 포함해 친환경차를 총 200만 대까지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 친환경차를 부흥시키려는 것 같지만 사실상 전기차 몰아주기다. 하이브리드 보조금도 10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축소시켰다. 좋은 자동차가 팔리지 못하는 환경, 이는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뭐든지 편식은 좋지 않다. 그것이 영양소건 자동차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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