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vs 현대 쏘나타 2.0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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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세단 시장이 변했다. 위로는 월 1만 대씩 팔리는 현대 그랜저가, 그리고 거침없는 성장을 이어가는 SUV들이 중형차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중형차들은 추세에 맞춰 새로운 파워트레인도 받아들였다. ‘기본기’를 바탕으로 달리기 성능에 초점을 맞춘 모델들도 시장에서 팔리는 중이다.
성능 중심 모델이 그러하듯 고성능 중형 세단들은 해당 모델의 이미지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들의 완성도에 따라 하위 모델 판매도 영향을 받는다.
고성능을 지향하는 국산 중형 모델로는 현대 쏘나타 2.0 터보, 기아 K5 2.0 터보,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가 꼽힌다. 르노삼성의 SM6 TCe 모델도 고성능 지향이지만 배기량에 따른 성능 차가 크다.
그래서 시장의 대표 주자 2대를 뽑아 맞대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스포티한 디자인을 가진 K5와 말리부의 비교로 가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K5는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반면 페이스리프트 된 쏘나타는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이다. 이에 최신 사양의 모델을 리스트에 올렸다.
그렇게 쏘나타 2.0T와 말리부 2.0T가 맞붙게 됐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가격 경쟁력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각 사가 제공한 테스트 모델은 최상급 트림에 추가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더하고 있었다. 당연히 가격이 높아졌다. 상급의 그랜저 3.0 익스클루시브 트림(3,550만 원)보다 비싸다. 쏘나타의 기본 가격은 말리부 보다 저렴하지만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말리부의 가격을 넘어선다.
크기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쏘나타와 말리부의 크기를 비교해보자. 말리부는 길이와 휠베이스가 길다. 쏘나타는 폭이 넓고 차고가 높다. 쏘나타가 우위인 부분은 5~10mm 내외인 반면 말리부는 25~70mm까지 크기 때문에 전체적인 크기에서는 말리부가 앞서는 모습이다. 말리부의 차체가 큰 것은 기존 모델 대비 60mm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인데 93mm 가량을 확장시켜 국산 중형차 중 가장 긴 휠베이스를 갖게 됐다. 또한 이와 같은 휠베이스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뽑는데 도움을 준다.
무게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이제 무게를 비교해 보자. 제조사 발표 공차중량 기준으로 중형 세단 중 가장 가벼운 모델은 말리부다. 경량화를 위한 최신 기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말리부는 동급에서 가장 무거웠고, 그것이 항상 놀림감이었다. 그런 말리부가 엄청난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
우리 팀이 보유한 차량 무게 측정 장비로 실차의 무게를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쏘나타는 1,588.5kg, 말리부는 1,532.5kg의 무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 발표 수치에서는 더 큰 격차가 벌어지지만 말리부의 옵션들이 무게를 가중 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쏘나타가 성인 여성 1명을 더 탑승시킨 수준의 불리함을 갖고 있었다. 전후 무게 배분 측면에서도 말리부가 앞섰다. 쏘나타는 전후 61.2:38.8, 말리부는 60:40를 기록했다.
편의장비 : 현대 쏘나타 2.0 터보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편의장비 부분은 쏘나타가 우세하다. 헤드램프도 LED를 사용하며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기능을 비롯해 뒷좌석 전동 선셰이드도 갖추고 있다.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기능도 지원한다. 그밖에 정체 구간에서 편안한 오토홀드, 뒷좌석을 배려한 선셰이드 등이 눈길을 끌었다.
말리부가 우세한 부분도 있다. 사운드 시스템은 9개의 스피커를 사용해 8개를 사용하는 쏘나타를 앞선다. 서라운드 사운드 기능도 지원해 보다 입체적인 음감을 느낄 수 있다. 자동 주차 기능은 말리부만의 차별화된 부분이다. 평행과 직각 주차를 지원하며, 빈 공간도 한 번에 척척 찾아낸다. 여기에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공간과 같이 사선으로 주차를 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자동으로 주차가 가능했다. 큰 차체 사이즈 때문에 주차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반길 내용이다.
안전장비 : 현대 쏘나타 2.0 터보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안전장비 부분은 사실상 동일하다. 긴급 제동 시스템을 비롯해 차간 거리를 인식해 속도를 유지시켜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후측방 경고, 보행자 인식 기능 등 어지간한 수입차도 갖추기 힘든 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쏘나타가 앞설 수 있는 부분은 차선이탈 기능 부분이다. 차선 중앙을 유지시킬 수 있는 단계까지 설정 가능하다는 것이 경쟁력이다. 물론 반자율 주행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부분이다. 말리부는 차선에 접근했을 때 스티어링 시스템으로 주행 라인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부가적인 기능이지만 전방 차량이나 보행자와 가까워졌을 때 경고 램프를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주는 헤드업 경고등을 갖추고 있다.
파워트레인 제원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제원을 비교해 보자. 쏘나타는 출력에서 말리부에 뒤처지지만 8단 변속기를 통한 다단화에서 앞선다. 말리부는 출력과 차량 무게 면에서 쏘나타를 능가하지만 변속기가 6단이다. 물론 K5를 비롯해 수입 모델들도 6단을 사용해 말리부의 단점은 아니다. 쏘나타가 조금 더 진보한 변속기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공인 연비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8단 자동변속기와 18인치 휠을 장착한 쏘나타 쪽이 공인 연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말리부가 6단 변속기에 무려 19인치 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 연비는 말리부가 더 높았다. 19인치보다 작은 휠을 사용한다면 실제 연비 부분에서 차이가 조금 더 벌어질 것이다. 아쉽게도 실 주행을 통한 연비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했다. 다른 테스트로 인해 너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 하지만 각 사들의 제원으로 본다면 두 차량의 연비는 오차 범위 안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0.1km/L 정도의 차이에 의미는 없다는 것.
고속주행 승차감 & 안정성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시속 120km의 속도로 달릴 때 쏘나타는 1,900rpm을, 말리부는 2,000rpm을 사용했다. 8단 변속기지만 최종 기어비는 쉐보레의 6단 자동변속기와 유사했다. 고속주행 감각은 말리부 앞섰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다양한 노면 쇼크를 매끄럽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쏘나타의 서스펜션은 단단함을 지향한다. 매끄러운 노면에서는 유리한 구성이나 노면이 불규칙해지면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노면의 요철을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해주는 성격으로 보면 된다. 이처럼 두 차의 서스펜션 셋업 방향이 각기 다른 지향점을 보여줬다.
가속성능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고정밀 계측장비로 동일한 환경에서 가속력을 테스트했다. 그렇게 말리부는 7초 초반, 쏘나타는 7초 후반을 기록했다.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말리부는 6초대에 진입한 바 있는데 차량 컨디션에 따른 차이로 해석된다. 참고로 컨디션이 좋았던 이전 테스트카는 6.64초를 기록했었다. 쏘나타 역시 7초대 후반을 기록해 중형 세단으로는 좋은 성능을 보였다. 현대차가 발표한 공식 제원은 7.5초다. 참고로 각 제조사는 일반유가 주유된 테스트카를 제공했다. 우리 팀이 차를 인수한 후 고급유를 넣기 시작했지만 엔진제어프로그램(ECU)이 완전히 적응하기엔 다소 부족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두 차가 모두 고급유에 적응한다면 최소 0.3초 이상 빠른 기록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가속 테스트 때 쏘나타의 연료량이 더 적었다. 미세하게 나마 무게의 이점을 살렸을 수 있다.
제동성능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제동 성능에서도 말리부가 앞섰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로 보면 말리부가 38.08m, 쏘나타는 39.23m를 기록해 냈다. 체감적으로 본다면 말리부는 부드럽게, 쏘나타는 강하게 속도를 줄여가는 느낌인데 제동거리는 말리부가 짧았다. 그리고 테스트를 반복해도 두 차량 모두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감을 살펴보자. 쏘나타가 소폭 묵직하다면 말리부는 가벼운 성격이다. 조작감은 다르지만 두 차량 모두 페달을 밟는 만큼 제동력을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현대차는 초기 응답성을 강조하고 뒤로 갈수록 쳐지는 모습이 짙었는데 최근 모델들은 초기부터 일정한 반응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인제 서킷 랩타임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종합 성능 비교를 위해 서킷(인제 스피디움)도 달렸다. 그 결과 말리부는 2분 4초대, 쏘나타는 2분 7초대라는 랩타임을 기록했다. 0.1초의 기록도 중요시되는 서킷에서 3초 이상의 랩타임이 나왔다는 것이 조금 의외이긴 했다. 서킷 최고 속도를 비교해도 쏘나타는 182.75km/h, 말리부는 193.28km/h로 10km/h 이상의 격차를 냈다. 가벼운 무게와 더 높은 출력을 노면에 전달한 차량의 완성도가 이점으로 작용했다. 참고로 쏘나타는 235mm 급의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를, 말리부는 245mm의 컨티넨탈 프로컨텍 TX를 사용한다. 말리부의 타이어 너비가 더 넓었지만 타이어의 종합 성능은 쏘나타 쪽이 나았다.
서킷에서 두 차량을 대상으로 랩타임 계측을 담당한 전인호 기자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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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 2.0T 서킷 리포트
말리부는 코너에서도 여유로운 반응을 보인다. 편안함에 중심을 둔 서스펜션은 인제스피디움의 범프들을 부드럽게 넘어 다녔다. 운동 특성은 일관적인 언더스티어 성향이었다. 코너 탈출 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2리터 터보차저 엔진의 힘이 앞 타이어의 휠 스핀을 만들기도 한다.
자세제어장치(ESP)를 완전히 해제했지만 휠 스핀이 발생하면 간헐적으로 트랙션 컨트롤을 개입시킨다. 휠스핀의 정도를 모니터링하며 풀었다 놓았다 하는 방식의 개입이다. 반면 자세제어장치가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차량의 회전량(Yaw)에 대한 개입은 하지 않는다.
편안함을 중심으로 하는 셋업이 조작계 감각에서도 느껴진다. 제동 페달의 답력도 부드럽다. 패드의 마찰력은 끈적임이 적고 경도가 낮은 듯 말랑한 감각을 보였다.
현대 쏘나타 2.0T 서킷 리포트
쏘나타는 말리부보다 서킷 환경에 조금 더 잘 어울렸다. 보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과 페달, 단단한 서스펜션 덕분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브레이크다. 흡사 브렘보 제동 시스템이 탑재된 캐딜락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와 유사했다. 주행 모드도 총 4가지(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답력이 무거워지고 가속 페달의 감도가 민감해진다. 하지만 이전에 시승했던 코나의 스포츠 모드보다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코나(KONA) 쪽의 프로그램 완성도가 더 높은 듯싶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인제 스피디움 노면에서 스포츠 모델에 준하는 대응력을 보였다. 또한 단단한 서스펜션은 운전자의 스티어링 입력에 대해 빠른 반응을 보였다. 이는 한계 영역에서도 운전자가 차량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
자세제어장치(VDC)는 코너링 때 자체의 차량 회전(Yaw)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긴 코너에서 차량의 선회량이 많아지면 코너 탈출 시점의 가속 페달 입력(재가속)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재가속에서 손실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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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정숙성 부분은 두 차량 모두 고급 세단과 준하는 수준의 만족감을 만들어 냈다. 어쩌면 어지간한 고급 세단 대비 뛰어날 수도 있다. 정숙한 것에 집착하는 국내 시장 여건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참고로 쏘나타와 말리부 모두 제네시스 EQ900과 맞먹는 수준의 아이들링 정숙성을 구현했다. 반면 시속 80km로 주행할 때는 쏘나타가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10mm 가량 좁고 밸런스가 좋은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타이어의 성능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종합 테스트를 마치며
현대 쏘나타 뉴 라이즈 2.0 터보 : 만족감 높은 구성에 운전 재미까지 더하다.
쏘나타 2.0 터보는 달라진 현대차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차가 원래 잘했던 부분에 약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곁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뉴라이즈 버전의 쏘나타는 LF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사실 이전의 LF 쏘나타도 기존 현대차와 다른 완성도를 보인 바 있다.
또한 구성(편의장비) 만큼은 단연 동급 최고다. 뒷유리 전동식 선셰이드는 사실 이 급 차량에서 필요한 내용은 아니다. 쏘나타에 모든 것을 다 집어넣은 현대차가 또 더 넣을 것 없는지 찾아보다 추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내공간, 정숙성, 인터페이스 등 장점도 많다. 다만 센터페시아의 버튼 수를 줄였으면 좋겠다. 버튼을 통한 직관성은 좋다지만 너무 산만하다는 느낌이 짙다. 이는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
많은 질타를 받았던 스티어링 감각을 높이기 위해 R-MDPS를 이식했다. 차량의 안정적인 거동을 확보하기 위해 서스펜션도 꽤나 단단하게 설정했다. 국내외 서킷을 끊임없이 돌며 각종 부품의 내구성도 높였다. 이러한 노력이 쏘나타를 꽤나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로 변화시켰다. 말리부가 부드러우면서 고급스러운 감각을 추구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으니 이제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스포티한 감각을 보여주는 모델이 됐다.
물론 아직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즘 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직선 가속 때의 토크 스티어, 터보 래그도 꽤나 있다. 터보차저의 축소 등 반응성 향상을 고려해 주면 좋겠다. 8단 변속기는 계기판에서 빠릿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변속 후 동력이 전달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도 스포츠 모드에서 불필요하게 무거워진다. 큰 단점은 아니지만 조금만 풀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쏘나타의 앞날은 밝다. 현대차가 그동안 노력해온 결실들이 성과로 나타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 차기 쏘나타 2.0 터보는 단점 개선을 통해 더 막강한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최근 우리 팀이 앞으로의 현대차에 많은 기대를 하는 이유다.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동급 최강 성능을 입증해 보이다.
쉐보레가 노선을 바꿨다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특히나 말리부는 전형적인 컴포트 세단으로 변모했다. 과거 말리부의 주행감각과는 확연히 다르다. 쏘나타가 단단한 셋업을 보이다 보니 변화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사실 테스트 시작에 앞서 우리 팀은 쏘나타가 더 빠를 것이라 예상했다. 적어도 감각적으로 빠른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편의 장비 부분에서 뒤처진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많은 부분에서 말리부가 앞섰다. 특히 성능 부분은 그야말로 ‘올킬’이었다.
수치적 엔진 성능 차이는 불과 8마력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속 때의 체감은 최소 30마력 이상 성능 좋은 차를 타는 느낌이었다. 터보 래그도 적어 반응성에서도 유리한 모습을 보였다. 토크감 차이도 적지 않았다. 사실 쏘나타 터보가 이상하리만큼 체감 성능은 낮았다. 단단한 서스펜션에 의한 빠릿한 차체 움직임, 하지만 가속 때는 그냥 평이한 모습이었다.
말리부는 6단 자동 변속기를 사용한다. 쏘나타 대비 다단화가 아쉽지만 정작 변속기의 반응에서는 앞섰다. 한가지 특징이 있는데 타코미터의 반응속도다. 쏘나타는 타코미터가 빠르게 움직인다. 덕분에 변속기 반응이 한층 빨라 보인다. 실제 기어를 연결하는데 일정 시간을 소요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반면 말리부는 실제 동력 전달 보다 느린 바늘의 움직임에 눈에 보인다. 엔진 사운드와 타코미터의 움직임만 봐도 차이가 난다. 굳이 느리게 보일 이유가 있을까?
어쨌건 말리부는 가벼운 차체 무게와 넉넉한 엔진으로 쏘나타를 앞질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모여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서킷 기록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말리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것도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부드러워도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그럼에도 한가지 지적하자면 휠과 타이어 사이즈다. 말리부는 16, 17, 19인치 휠을 사용한다. 하지만 2.0T 엔진의 성능을 감안한다면 17인치는 조금 작고, 19인치는 크다. 쏘나타가 사용한 18인치 정도가 적정 값이다. 휠이 커서 좋을 건 별로 없다. 가속, 제동, 연비에도 손실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만약 말리부가 18인치 휠을 사용했다면 격차는 더 커졌을 것이다. 더 빠른 가속, 줄어든 제동계통의 부담이 보다 빠른 랩타임을 만들었을 텐데. 승차감도 한층 향상되고.
말리부의 일부 소비자들은 미국형 말리부의 18인치 휠을 수입하거나 애프터마켓용 휠을 끼우기도 한다. 아마도 마이너스 옵션으로 18인치 휠을 설정한다면 이를 선택할 합리적인 소비자들도 많지 않을까 싶다.
말리부 2.0 터보. 중형 세단의 탈을 쓴 고성능 세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동급 최고 성능을 편안함과 안락함 속에 숨겨놓고 다니기 때문이다. 반면 쏘나타는 다양한 장비를 앞세우며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데 목적을 뒀다. 그렇게 두 차의 성격 차이는 명확했다.
성능 중심 모델이 그러하듯 고성능 중형 세단들은 해당 모델의 이미지 리더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들의 완성도에 따라 하위 모델 판매도 영향을 받는다.
고성능을 지향하는 국산 중형 모델로는 현대 쏘나타 2.0 터보, 기아 K5 2.0 터보,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가 꼽힌다. 르노삼성의 SM6 TCe 모델도 고성능 지향이지만 배기량에 따른 성능 차가 크다.
그래서 시장의 대표 주자 2대를 뽑아 맞대결을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스포티한 디자인을 가진 K5와 말리부의 비교로 가자는 내부 의견도 있었지만 K5는 6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반면 페이스리프트 된 쏘나타는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이다. 이에 최신 사양의 모델을 리스트에 올렸다.
그렇게 쏘나타 2.0T와 말리부 2.0T가 맞붙게 됐다.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다.
가격 경쟁력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각 사가 제공한 테스트 모델은 최상급 트림에 추가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더하고 있었다. 당연히 가격이 높아졌다. 상급의 그랜저 3.0 익스클루시브 트림(3,550만 원)보다 비싸다. 쏘나타의 기본 가격은 말리부 보다 저렴하지만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말리부의 가격을 넘어선다.
크기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쏘나타와 말리부의 크기를 비교해보자. 말리부는 길이와 휠베이스가 길다. 쏘나타는 폭이 넓고 차고가 높다. 쏘나타가 우위인 부분은 5~10mm 내외인 반면 말리부는 25~70mm까지 크기 때문에 전체적인 크기에서는 말리부가 앞서는 모습이다. 말리부의 차체가 큰 것은 기존 모델 대비 60mm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인데 93mm 가량을 확장시켜 국산 중형차 중 가장 긴 휠베이스를 갖게 됐다. 또한 이와 같은 휠베이스는 넉넉한 실내 공간을 뽑는데 도움을 준다.
무게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이제 무게를 비교해 보자. 제조사 발표 공차중량 기준으로 중형 세단 중 가장 가벼운 모델은 말리부다. 경량화를 위한 최신 기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말리부는 동급에서 가장 무거웠고, 그것이 항상 놀림감이었다. 그런 말리부가 엄청난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
우리 팀이 보유한 차량 무게 측정 장비로 실차의 무게를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쏘나타는 1,588.5kg, 말리부는 1,532.5kg의 무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 발표 수치에서는 더 큰 격차가 벌어지지만 말리부의 옵션들이 무게를 가중 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쏘나타가 성인 여성 1명을 더 탑승시킨 수준의 불리함을 갖고 있었다. 전후 무게 배분 측면에서도 말리부가 앞섰다. 쏘나타는 전후 61.2:38.8, 말리부는 60:40를 기록했다.
편의장비 : 현대 쏘나타 2.0 터보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편의장비 부분은 쏘나타가 우세하다. 헤드램프도 LED를 사용하며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기능을 비롯해 뒷좌석 전동 선셰이드도 갖추고 있다. 드라이브 모드 셀렉트 기능도 지원한다. 그밖에 정체 구간에서 편안한 오토홀드, 뒷좌석을 배려한 선셰이드 등이 눈길을 끌었다.
말리부가 우세한 부분도 있다. 사운드 시스템은 9개의 스피커를 사용해 8개를 사용하는 쏘나타를 앞선다. 서라운드 사운드 기능도 지원해 보다 입체적인 음감을 느낄 수 있다. 자동 주차 기능은 말리부만의 차별화된 부분이다. 평행과 직각 주차를 지원하며, 빈 공간도 한 번에 척척 찾아낸다. 여기에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공간과 같이 사선으로 주차를 해야 하는 환경에서도 자동으로 주차가 가능했다. 큰 차체 사이즈 때문에 주차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이 반길 내용이다.
안전장비 : 현대 쏘나타 2.0 터보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안전장비 부분은 사실상 동일하다. 긴급 제동 시스템을 비롯해 차간 거리를 인식해 속도를 유지시켜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후측방 경고, 보행자 인식 기능 등 어지간한 수입차도 갖추기 힘든 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쏘나타가 앞설 수 있는 부분은 차선이탈 기능 부분이다. 차선 중앙을 유지시킬 수 있는 단계까지 설정 가능하다는 것이 경쟁력이다. 물론 반자율 주행까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부분이다. 말리부는 차선에 접근했을 때 스티어링 시스템으로 주행 라인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부가적인 기능이지만 전방 차량이나 보행자와 가까워졌을 때 경고 램프를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주는 헤드업 경고등을 갖추고 있다.
파워트레인 제원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제원을 비교해 보자. 쏘나타는 출력에서 말리부에 뒤처지지만 8단 변속기를 통한 다단화에서 앞선다. 말리부는 출력과 차량 무게 면에서 쏘나타를 능가하지만 변속기가 6단이다. 물론 K5를 비롯해 수입 모델들도 6단을 사용해 말리부의 단점은 아니다. 쏘나타가 조금 더 진보한 변속기를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공인 연비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8단 자동변속기와 18인치 휠을 장착한 쏘나타 쪽이 공인 연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말리부가 6단 변속기에 무려 19인치 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 연비는 말리부가 더 높았다. 19인치보다 작은 휠을 사용한다면 실제 연비 부분에서 차이가 조금 더 벌어질 것이다. 아쉽게도 실 주행을 통한 연비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했다. 다른 테스트로 인해 너무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 하지만 각 사들의 제원으로 본다면 두 차량의 연비는 오차 범위 안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0.1km/L 정도의 차이에 의미는 없다는 것.
고속주행 승차감 & 안정성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시속 120km의 속도로 달릴 때 쏘나타는 1,900rpm을, 말리부는 2,000rpm을 사용했다. 8단 변속기지만 최종 기어비는 쉐보레의 6단 자동변속기와 유사했다. 고속주행 감각은 말리부 앞섰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다양한 노면 쇼크를 매끄럽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쏘나타의 서스펜션은 단단함을 지향한다. 매끄러운 노면에서는 유리한 구성이나 노면이 불규칙해지면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노면의 요철을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해주는 성격으로 보면 된다. 이처럼 두 차의 서스펜션 셋업 방향이 각기 다른 지향점을 보여줬다.
가속성능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고정밀 계측장비로 동일한 환경에서 가속력을 테스트했다. 그렇게 말리부는 7초 초반, 쏘나타는 7초 후반을 기록했다.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말리부는 6초대에 진입한 바 있는데 차량 컨디션에 따른 차이로 해석된다. 참고로 컨디션이 좋았던 이전 테스트카는 6.64초를 기록했었다. 쏘나타 역시 7초대 후반을 기록해 중형 세단으로는 좋은 성능을 보였다. 현대차가 발표한 공식 제원은 7.5초다. 참고로 각 제조사는 일반유가 주유된 테스트카를 제공했다. 우리 팀이 차를 인수한 후 고급유를 넣기 시작했지만 엔진제어프로그램(ECU)이 완전히 적응하기엔 다소 부족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두 차가 모두 고급유에 적응한다면 최소 0.3초 이상 빠른 기록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가속 테스트 때 쏘나타의 연료량이 더 적었다. 미세하게 나마 무게의 이점을 살렸을 수 있다.
제동성능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제동 성능에서도 말리부가 앞섰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기까지 이동한 거리로 보면 말리부가 38.08m, 쏘나타는 39.23m를 기록해 냈다. 체감적으로 본다면 말리부는 부드럽게, 쏘나타는 강하게 속도를 줄여가는 느낌인데 제동거리는 말리부가 짧았다. 그리고 테스트를 반복해도 두 차량 모두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감을 살펴보자. 쏘나타가 소폭 묵직하다면 말리부는 가벼운 성격이다. 조작감은 다르지만 두 차량 모두 페달을 밟는 만큼 제동력을 이끄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 현대차는 초기 응답성을 강조하고 뒤로 갈수록 쳐지는 모습이 짙었는데 최근 모델들은 초기부터 일정한 반응을 끌어내는 모습을 보인다.
인제 서킷 랩타임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종합 성능 비교를 위해 서킷(인제 스피디움)도 달렸다. 그 결과 말리부는 2분 4초대, 쏘나타는 2분 7초대라는 랩타임을 기록했다. 0.1초의 기록도 중요시되는 서킷에서 3초 이상의 랩타임이 나왔다는 것이 조금 의외이긴 했다. 서킷 최고 속도를 비교해도 쏘나타는 182.75km/h, 말리부는 193.28km/h로 10km/h 이상의 격차를 냈다. 가벼운 무게와 더 높은 출력을 노면에 전달한 차량의 완성도가 이점으로 작용했다. 참고로 쏘나타는 235mm 급의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를, 말리부는 245mm의 컨티넨탈 프로컨텍 TX를 사용한다. 말리부의 타이어 너비가 더 넓었지만 타이어의 종합 성능은 쏘나타 쪽이 나았다.
서킷에서 두 차량을 대상으로 랩타임 계측을 담당한 전인호 기자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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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말리부 2.0T 서킷 리포트
말리부는 코너에서도 여유로운 반응을 보인다. 편안함에 중심을 둔 서스펜션은 인제스피디움의 범프들을 부드럽게 넘어 다녔다. 운동 특성은 일관적인 언더스티어 성향이었다. 코너 탈출 때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2리터 터보차저 엔진의 힘이 앞 타이어의 휠 스핀을 만들기도 한다.
자세제어장치(ESP)를 완전히 해제했지만 휠 스핀이 발생하면 간헐적으로 트랙션 컨트롤을 개입시킨다. 휠스핀의 정도를 모니터링하며 풀었다 놓았다 하는 방식의 개입이다. 반면 자세제어장치가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차량의 회전량(Yaw)에 대한 개입은 하지 않는다.
편안함을 중심으로 하는 셋업이 조작계 감각에서도 느껴진다. 제동 페달의 답력도 부드럽다. 패드의 마찰력은 끈적임이 적고 경도가 낮은 듯 말랑한 감각을 보였다.
현대 쏘나타 2.0T 서킷 리포트
쏘나타는 말리부보다 서킷 환경에 조금 더 잘 어울렸다. 보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과 페달, 단단한 서스펜션 덕분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브레이크다. 흡사 브렘보 제동 시스템이 탑재된 캐딜락의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와 유사했다. 주행 모드도 총 4가지(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답력이 무거워지고 가속 페달의 감도가 민감해진다. 하지만 이전에 시승했던 코나의 스포츠 모드보다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코나(KONA) 쪽의 프로그램 완성도가 더 높은 듯싶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인제 스피디움 노면에서 스포츠 모델에 준하는 대응력을 보였다. 또한 단단한 서스펜션은 운전자의 스티어링 입력에 대해 빠른 반응을 보였다. 이는 한계 영역에서도 운전자가 차량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
자세제어장치(VDC)는 코너링 때 자체의 차량 회전(Yaw)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긴 코너에서 차량의 선회량이 많아지면 코너 탈출 시점의 가속 페달 입력(재가속)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재가속에서 손실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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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 :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현대 쏘나타 2.0 터보
정숙성 부분은 두 차량 모두 고급 세단과 준하는 수준의 만족감을 만들어 냈다. 어쩌면 어지간한 고급 세단 대비 뛰어날 수도 있다. 정숙한 것에 집착하는 국내 시장 여건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참고로 쏘나타와 말리부 모두 제네시스 EQ900과 맞먹는 수준의 아이들링 정숙성을 구현했다. 반면 시속 80km로 주행할 때는 쏘나타가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10mm 가량 좁고 밸런스가 좋은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 타이어의 성능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종합 테스트를 마치며
현대 쏘나타 뉴 라이즈 2.0 터보 : 만족감 높은 구성에 운전 재미까지 더하다.
쏘나타 2.0 터보는 달라진 현대차의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차가 원래 잘했던 부분에 약점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곁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뉴라이즈 버전의 쏘나타는 LF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사실 이전의 LF 쏘나타도 기존 현대차와 다른 완성도를 보인 바 있다.
또한 구성(편의장비) 만큼은 단연 동급 최고다. 뒷유리 전동식 선셰이드는 사실 이 급 차량에서 필요한 내용은 아니다. 쏘나타에 모든 것을 다 집어넣은 현대차가 또 더 넣을 것 없는지 찾아보다 추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내공간, 정숙성, 인터페이스 등 장점도 많다. 다만 센터페시아의 버튼 수를 줄였으면 좋겠다. 버튼을 통한 직관성은 좋다지만 너무 산만하다는 느낌이 짙다. 이는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
많은 질타를 받았던 스티어링 감각을 높이기 위해 R-MDPS를 이식했다. 차량의 안정적인 거동을 확보하기 위해 서스펜션도 꽤나 단단하게 설정했다. 국내외 서킷을 끊임없이 돌며 각종 부품의 내구성도 높였다. 이러한 노력이 쏘나타를 꽤나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차로 변화시켰다. 말리부가 부드러우면서 고급스러운 감각을 추구하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으니 이제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스포티한 감각을 보여주는 모델이 됐다.
물론 아직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즘 차에서는 느끼기 힘든 직선 가속 때의 토크 스티어, 터보 래그도 꽤나 있다. 터보차저의 축소 등 반응성 향상을 고려해 주면 좋겠다. 8단 변속기는 계기판에서 빠릿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변속 후 동력이 전달될 때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모습이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도 스포츠 모드에서 불필요하게 무거워진다. 큰 단점은 아니지만 조금만 풀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쏘나타의 앞날은 밝다. 현대차가 그동안 노력해온 결실들이 성과로 나타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 차기 쏘나타 2.0 터보는 단점 개선을 통해 더 막강한 모습으로 거듭날 것이다. 최근 우리 팀이 앞으로의 현대차에 많은 기대를 하는 이유다.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 : 동급 최강 성능을 입증해 보이다.
쉐보레가 노선을 바꿨다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특히나 말리부는 전형적인 컴포트 세단으로 변모했다. 과거 말리부의 주행감각과는 확연히 다르다. 쏘나타가 단단한 셋업을 보이다 보니 변화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사실 테스트 시작에 앞서 우리 팀은 쏘나타가 더 빠를 것이라 예상했다. 적어도 감각적으로 빠른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편의 장비 부분에서 뒤처진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많은 부분에서 말리부가 앞섰다. 특히 성능 부분은 그야말로 ‘올킬’이었다.
수치적 엔진 성능 차이는 불과 8마력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속 때의 체감은 최소 30마력 이상 성능 좋은 차를 타는 느낌이었다. 터보 래그도 적어 반응성에서도 유리한 모습을 보였다. 토크감 차이도 적지 않았다. 사실 쏘나타 터보가 이상하리만큼 체감 성능은 낮았다. 단단한 서스펜션에 의한 빠릿한 차체 움직임, 하지만 가속 때는 그냥 평이한 모습이었다.
말리부는 6단 자동 변속기를 사용한다. 쏘나타 대비 다단화가 아쉽지만 정작 변속기의 반응에서는 앞섰다. 한가지 특징이 있는데 타코미터의 반응속도다. 쏘나타는 타코미터가 빠르게 움직인다. 덕분에 변속기 반응이 한층 빨라 보인다. 실제 기어를 연결하는데 일정 시간을 소요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반면 말리부는 실제 동력 전달 보다 느린 바늘의 움직임에 눈에 보인다. 엔진 사운드와 타코미터의 움직임만 봐도 차이가 난다. 굳이 느리게 보일 이유가 있을까?
어쨌건 말리부는 가벼운 차체 무게와 넉넉한 엔진으로 쏘나타를 앞질렀다. 그리고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모여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서킷 기록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말리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것도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부드러워도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그럼에도 한가지 지적하자면 휠과 타이어 사이즈다. 말리부는 16, 17, 19인치 휠을 사용한다. 하지만 2.0T 엔진의 성능을 감안한다면 17인치는 조금 작고, 19인치는 크다. 쏘나타가 사용한 18인치 정도가 적정 값이다. 휠이 커서 좋을 건 별로 없다. 가속, 제동, 연비에도 손실을 주는 것이 보통이다. 만약 말리부가 18인치 휠을 사용했다면 격차는 더 커졌을 것이다. 더 빠른 가속, 줄어든 제동계통의 부담이 보다 빠른 랩타임을 만들었을 텐데. 승차감도 한층 향상되고.
말리부의 일부 소비자들은 미국형 말리부의 18인치 휠을 수입하거나 애프터마켓용 휠을 끼우기도 한다. 아마도 마이너스 옵션으로 18인치 휠을 설정한다면 이를 선택할 합리적인 소비자들도 많지 않을까 싶다.
말리부 2.0 터보. 중형 세단의 탈을 쓴 고성능 세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동급 최고 성능을 편안함과 안락함 속에 숨겨놓고 다니기 때문이다. 반면 쏘나타는 다양한 장비를 앞세우며 스포티한 느낌을 주는데 목적을 뒀다. 그렇게 두 차의 성격 차이는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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