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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순한 맛 전기차, 토레스 EV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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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순한 맛 전기차, 토레스 EVX

근래 몇 년 동안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에 사활을 걸었다. 내놓는 신차의 상당수가 전기차였고, 어떤 브랜드는 수년 내에 라인업의 10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다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전기차의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기차 성장의 걸림돌은 여러 가지다. 판매되는 전기차에 비해 충전 시설이 아직 부족한데, 이는 전 세계 공통이다. 또한 전기차의 충전 속도도 아직은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고, 전기차 화재로 인한 공포감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KG 모빌리티는 지난해 11월, 토레스 EVX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차는 코란도 이모션 이후 자사의 두 번째 전기차이자, KG 모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한 후 내놓은 첫 차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전기차의 성장세가 주춤한 시기라 출시 시점이 최적은 아니다. 그런데도 KG 모빌리티의 전동화 라인업을 이끌 주요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이 차에 쏠리는 관심은 뜨겁다.

[시승기] 순한 맛 전기차, 토레스 EVX

토레스 EVX는 지난해 11월 출시 이후 석 달 동안 2140대가 팔렸다. 지난해 11~12월의 판매 실적은 양호했으나, 올해 1월은 27대로 주춤했다. 이는 매년 연초에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차의 본격적인 성패 여부는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된 2월 중순 이후부터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토레스 EVX 시승회는 지난해 11월 진행됐는데, 이 당시에는 시승 시간이 너무 짧아서 차의 특성을 제대로 알기 힘들었다. 그래서 최근에 다시 2박 3일 동안 시승을 해보고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토레스 EVX의 차체 크기는 길이 4715㎜, 너비 1890㎜, 높이 1735㎜이고 휠베이스는 2680㎜다. 토레스 1.5 가솔린 모델과 비교하면, 토레스 EVX가 10㎜ 길고 15㎜ 높다. 이는 범퍼 등의 외관 차이와 함께 배터리 탑재로 인해 차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승기] 순한 맛 전기차, 토레스 EVX

경쟁차인 현대 코나 일렉트릭은 길이 4355㎜, 너비 1825㎜, 높이 1575㎜, 휠베이스 2660㎜로, 모든 면에서 토레스 EVX보다 작다. 코나 일렉트릭보다 위급인 현대 아이오닉5의 길이도 4635㎜, 기아 EV6는 4680㎜로 토레스 EVX보다 작다. 적재함 공간 역시 토레스가 839ℓ로 아이오닉5(527ℓ), EV6(520ℓ)보다 월등하게 넓다.

외관은 내연기관 모델과 큰 차이가 없지만, 앞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좌우 헤드램프 사이에 여섯 개의 세로형 슬롯으로 꾸민 라디에이터 그릴로 꾸민 앞모습 대신에 LED 주간주행등으로 전면을 장식하고, 헤드램프는 기존에 안개등이 있던 자리에 세로형으로 배치했다.

전기차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드러낸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램프가 꺼진 상태는 불투명하고 투박한 모습이어서 다소 아쉽다. 유사한 스타일의 코나 일렉트릭이나 쉐보레 이쿼녹스 EV의 경우 더 얇은 베젤에 투명한 램프를 장착해 세련된 느낌이어서 대비된다.

[시승기] 순한 맛 전기차, 토레스 EVX

실내 역시 내연기관 모델과 조금 다르다. 스티어링 휠 앞에 작은 계기반을 배치하고 센터 디스플레이를 따로 배치한 것과 다르게,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를 연결한 파노라마 타입을 장착했다.

클러스터 디자인은 쌍용차 시절부터 이어져 오던 투박함이 사라졌고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도 시원한 느낌을 주지만, 폰트 디자인을 좀 더 또렷하게 바꾸면 좋겠다. 전체적인 폰트가 얇고 희미해서 어딘가 허전한 느낌을 준다.

물리 버튼을 없애고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한 점은 호불호가 나뉜다. 특히 드라이브 모드까지 터치스크린에 통합한 건 운전할 때 꽤 불편하다. 드라이브 모드는 주로 주행 중에 조작하는데, 이를 터치스크린을 보면서 누르게 되면 안전 운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승기] 순한 맛 전기차, 토레스 EVX

주행성능은 무난하다. 최고출력 207마력의 모터는 170마력의 1.5 가솔린 모델보다 더 조용한 상태에서 스무스한 가속감을 보여주지만, 폭발적인 느낌은 아니다. 그동안 경험했던 많은 전기차들이 팍팍 튀어 나가는 가속력을 보여준 것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래도 1.5 가솔린 모델보다는 가속감이 좋고, 무엇보다 급가속 때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다는 게 큰 장점이다.

그러나 드라이브 모드별 차이가 또렷하지 않은 건 흠이다. 에코 모드와 컴포트 모드, 스포츠 모드를 이리저리 바꿔봐도 가속감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기본적인 출력이 높지 않은 탓도 있지만, 주행거리 확보를 위해서 이렇게 셋업했을 수도 있고 드라이브 모드 로직의 한계일 수도 있다. 추후 마이너 체인지 때는 이 부분이 개선되길 기대한다.

타이어는 245/45 R20 사이즈다. 11월 시승회 때는 225/60 R18 사이즈가 장착된 모델이었는데, 이번 시승차는 20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과 타이어 옵션(60만원)을 장착한 모델이어서 승차감이 조금 차이가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18인치 모델이 좀 더 부드럽고 무난한 승차감이고, 20인치 모델은 승차감은 좀 더 쫀득하지만, 요철을 지날 때의 충격이 더 세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시승기] 순한 맛 전기차, 토레스 EVX

타이어는 전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18인치 모델은 도심 5.5, 고속도로 4.5, 복합 5.0㎞/㎾h이고, 20인치 모델은 각각 5.2, 4.4, 4.8㎞/㎾h다. 이에 따라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8인치가 복합 433㎞, 20인치가 405㎞를 기록한다. 전비와 승차감을 고려하면 18인치 모델이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토레스 EVX의 충전 시간은 11㎾ 완속충전기로 0→100%까지 9시간이 걸리고, 200㎾ 급속충전기로는 20→80%까지 37분이 소요된다.

그레이 인테리어 패키지(20만원)와 3D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100만원). 선루프(50만원), 20인치 휠이 적용된 시승차의 가격은 4990만원이다. 여기에 국가 보조금 457만원과 올해 12월까지 적용되는 KG 모빌리티의 한시적 가격 인하 200만원, 지자체별 보조금을 더하면 3000만원 후반 구매도 가능하다. 서울시에서 구매하면 지자체 보조금 180만원을 더해 4153만원이지만,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많은 경상남도 일부 지역에서는 1150만원을 지원받아 3183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충남과 전북은 700만원을 지원해줘 3633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토레스 EVX의 특징은 전반적으로 '순한 맛' 전기차라고 요약할 수 있다. 전기차지만 강력한 가속감보다는 무난하고 부드러운 주행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런 성능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추후 더 강력한 출력을 갖춘 모델을 추가한다면 수요층을 훨씬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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