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사활을 걸었다! 르노삼성 S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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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死活)은 바둑 용어의 하나로 돌의 삶과 죽음을 뜻한다. 말 그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놓은 바둑 돌 하나가 판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르노삼성차에게 SM6는 사활을 건 차종이라 볼 수 있다. 이 회심의 한방이 다시 도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조용히 묻힌다면 또 한번의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SM6는 어느 곳 하나 대충 다루지 않았다. 디자인과 성능은 물론 경쟁차종에는 없는 신기술, 감성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확인하며 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회사의 의지를 강하게 엿볼 수 있었다.
압도적인 외관
압도적이다. 단순히 지하주차장에 서있는 모습뿐만 아니라 주행을 하면서 도로 어디에 있던지 시선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그릴과 ‘ㄴ’자 모양으로 길게 내려온 LED 주간운행등, 가로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가 대표적 요소다. 주변 시선은 순식간에 묻혀버리고, 오로지 시선은 SM6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 만큼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겉모양을 완성했다.
길이와 너비, 높이를 봤을 때 차가 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경쟁차종과 비슷한 수준이고, SM5와 비교해서 더 작은 부분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놀이 보단 비율과 실제 눈에 보이는 시각적 효과로 차를 크고 넓어 보이게 만들었다. 그래서 작거나 부족한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게다가 경쟁차종보다 긴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 덕에 넉넉한 실내공간을 ‘조용히’ 드러낸다.
강렬했던 앞뒤 모습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디자인은 부드러운 느낌이다. 날렵한 캐릭터 라인 없이 차분한 곡선으로 처리한 문짝, 둥글게 내려가는 보닛은 물론 완만한 지붕의 선까지. 르노가 추구하는 따뜻한 디자인을 잘 실현했다. 여기에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을 보완하기 위해 커다란 19인치 휠과 휀더 장식, 문짝 밑에 깊은 홈을 파놓아 포인트를 줬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인테리어
SM6의 압권은 실내다. 지금 것 국산 중형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최첨단 신기술이 가득 들어있다. 일단 센터페시아를 가득 매운 8.7인치 모니터부터 눈길을 끈다. 부드러운 터치 감각이 인상적인 화면 안에는 실시간 SK T맵 내비게이션과 함께 멀티미디어, 운전 모드, 각종 안전 및 편의품목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마련됐다.
특히, 마사지 시트의 세기와 강도 및 각종 주행보조 시스템 설정을 비롯해 동작인식 자동 트렁크, 무손실 음원(FLAC) 재생 시스템, 시트 위치와 운전모드, 무드등 색깔을 취향에 맞게 저장할 수 있는 드라이버 프로파일 기능은 마치 고급 대형 세단을 타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여기에 화면분할을 통한 완벽한 주차보조 시스템,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을 이용한 음성인식 메시지 확인 서비스 등은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방대하고 화려한 기능을 다 써보려면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제대로 사용해보지 못했던 짧은 시승시간이 야속할 뿐이었다.
논란은 없다! 주행성능
인상적인 외관과 최첨단 기술의 절정을 보여준 실내까지 봤으니 성능에 대한 기대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출시 전부터 논란이 됐던 서스펜션을 비롯해 새로 바뀐 파워트레인과 주행 성능은 어떨지 시승회에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도 최대 관심사였다.
시승차는 1.6리터 터보와 2.0리터 가솔린이 준비됐다. 먼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6.5kg.m를 발휘하는 1.6 터보 모델을 시승했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을 때 첫 느낌은 강렬하지 않다. 몸이 시트에 바짝 붙거나 고개가 젖혀지는 정도의 느낌은 더욱 아니다. 하지만 꾸준히 속도를 올려 계기반 속 속도는 기대 이상의 숫자가 찍혀있다.
2.0 가솔린 모델 역시 마찬가지다. 150마력의 출력과 20.6kg.m의 힘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차의 가속을 뒷받침 해준다. 특히, 엔진 회전질감이나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차의 느낌이 좋았다. 이전보다 한 층 완성도 높아진 파워트레인 기술력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게트락 습식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힘이 컸다. 발 빠르게 변속 시점을 찾아 엔진성능 손실을 줄여주고 매끄러운 가속에 큰 역할을 했다. 예전 심심하게 움직였던 르노삼성차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실제 성능담당 연구원은 “변속기와 변속 세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며, “그 결과 엔진성능을 극대화 할 수 있었고, LPe에 들어가는 무단변속기 역시 자동변속기처럼 역동적인 운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소리 없이 강하다’라는 말이 딱 맞았다. ‘나 빠르게 달리고 있어요’라고 요란스럽게 자랑하는 것보단 패밀리 중형 세단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차분하면서도 시원하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조금 더 역동적이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굵직한 배기음과 함께 순간순간 튀어나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 때의 배기음은 없던 소리를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실제 배기음을 증폭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또 각 상황에 맞게 세팅된 5가지 운전 모드는 계기반 속 변화와 함께 핸들링, 엔진반응, 서스펜션 등의 차이가 명확해 더욱 재미있고, 효율적인 운전이 가능하다.
서스펜션 이야기도 빼 놓을 수 없다. 출시 전부터 논란이 됐던 서스펜션은 차에 올라 운전을 하는 순간 말끔히 해결됐다. 심지어 왜 논란의 여지가 있었는지 이해조차 가지 않았다. 의연하게 노면을 걸러내면서 안락한 승차감에 초점을 맞춘 서스펜션은 급격한 코너에 들어가면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도로를 움켜잡고 정확한 동선을 그리며 차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안전하게 잡아준다. 덕분에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속도를 올려도 부담이 없다. 기대 이상이다.
50억원을 들여 독자 개발한 AM링크 서스펜션은 확실히 좋고, 잘 만든 부품이다. 직접 타보면 그 느낌이 오롯이 전해진다. 출시 전 후륜 서스펜션을 두고 ‘원가절감이다’, ‘싸구려 부품이다’라고 몰아 새웠던 이야기들은 타보지 않고 그냥 내뱉은 말뿐이었다. “국내 소비자 취향과 다양한 우리나라 도로를 파악해 최적의 서스펜션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외쳤던 르노삼성차 연구원의 말이 자꾸 머릿속에 생각난다. 결국 세팅을 얼마나 잘 하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중형차 그 이상의 중형차
시승을 마치고 아쉬운 점도 흘러나왔다. “가죽은 좋은데 시트가 조금 불편한 거 같아”, “차선이탈 경고음 소리가 조금 어색해”, “헤드업디스플레이를 직접 앞유리창에서 봤으면…”, “무릎 안쪽이 닿는 패널에 가죽을 덧씌웠으면 좋았을 텐데” 등의 말이다. 이마저도 주행느낌이나 만듦새를 갖고 아쉬운 점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연스레 준대형급 차들과의 비교로 넘어가고 있었다.
분명 중형 세그먼트지만 고급스러운 마감이나 소재, 신기술을 보고 있으면 중형차 그 이상의 것과 비교하게 된다. 그만큼 경쟁차종과는 다른 확실한 무기를 갖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주력모델인 ‘2.0 가솔린’ 기준으로 경쟁 모델 대비 큰 차이 없는, ‘매력적인 가격’을 보고 있으면 SM6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
SM6에는 르노삼성차의 ‘절박함’과 ‘의지’가 담겨있다. 사활을 건 SM6의 결과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차에서 느낀 것처럼 판매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바랄 뿐이다. 진심은 언제나 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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