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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 XC90 T8 리차지 "전기차가 부럽지가 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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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공산품이 그렇듯, 자동차 역시 출시 시기가 오래될수록 노후화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볼보 XC90이 처음 등장한 이후 7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 이는 일반적인 승용차들의 풀 체인지 주기와 같다. 그럼에도 XC90은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여전히 세련된 이미지와 함께 최신 차종과 경쟁할 만한 상품성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4월 볼보가 다시 한번 XC90을 개선했다. 이번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배터리 용량을 대폭 늘리고 리차지라는 이름을 새롭게 부여했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량의 풀 네임은 '볼보 XC90 T8 리차지 PHEV'. 새로워진 파워트레인의 매력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과 강원도 강릉을 왕복하는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7년의 세월동안 볼보는 XC90의 호평받는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2019년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지만 범퍼 등 소소한 디자인 변화 외에는 기조가 동일하다. 오랫동안 만났음에도 여전히 세련되고 녹슬지 않은 디자인이다. 이쯤되면 7년 전 XC90을 구입한 오너들이 부러워질 따름이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XC90 T8 리차지는 볼보 90 클러스터 중에서도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전장과 전폭 전고 휠베이스는 각각 4955x1960x1765x2984mm로 경쟁 모델인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등과 유사한 크기다.

인테리어 역시 기존과 동일하다. 실내를 감싸는 고급스러운 가죽과 나무 소재 장식은 우아하면서도 품격있는 느낌을 발산한다. 플래그십 라인업인 만큼 대시보드 상단과 도어트림 등에 사용된 가죽 비율도 높은 편이다.

아울러 오레포스 크리스털 기어노브와 바워스&윌킨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어드밴스드 공기 청정 등 고급 편의사양도 갖췄다.

2열 공간은 넉넉하다. 후석 시트는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는데, 단순히 등받이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가 앞으로 나가면서 등받이를 눕히는 방식이다. 공간활용을 위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외 2열 승객을 위해 독립적으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송풍구가 무릎 쪽과 B필러에 위치하며, 12V 단자와 220V 콘센트 등도 제공된다.

다만, 3열은 상대적으로 좁다. 송풍구와 컵 홀더까지 마련하며 탑승객을 배려했지만, 무릎이 앞좌석 등받이에 닿아 편하게 앉기 어렵다. 7인승보다는 트렁크 공간이 넉넉한 5인승 모델이라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316리터, 3열 폴딩 시 967리터로 늘어나며 2열까지 모두 접으면 최대 1816리터까지 확장된다. 더욱이 2·3열이 완전히 평평하게 누울 뿐만 아니라 좌석간 빈틈도 적어 차박이나 차크닉에 딱이다. 최소한의 장비만 있다면 아늑한 나만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신차는 배터리 용량이 기존 11.6kWh에서 18.8kWh로 약 62% 커졌다. 1회 충전 주행거리 또한 최대 53~57km로 기존 모델 대비 약 80% 늘어났다. 서울 승용차 소유주들의 일 평균 주행거리가 29.2km인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일상 영역을 순수 전기모드로만 이용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이 커지면서 후륜에 위치한 전기모터 출력도 기존 대비 약 65% 향상된 143마력으로 올랐다. 이 때문일까, PHEV 모델에 장착되던 슈퍼차저가 빠졌다. 전기모터 출력이 충분히 강력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슈퍼차저가 필요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더욱 강력해진 전기모터는 312마력을 발휘하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맞물린다. 이를 통해 XC90 T8 리차지의 합산 시스템 출력은 455마력, 합산 최대토크는 72.3kgf·m에 달한다. 이는 현재 판매하는 볼보 전체 라인업 중 가장 강력한 출력이다.

본격적인 장거리 시승에 앞서 시내 주행에 나섰다. 이때는 전기차처럼 운행 가능한 퓨어모드를 골랐다. 전기로만 달리는 느낌이 꽤 상쾌하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전혀 없는 모습은 여느 전기차와 다를 바 없다. XC90의 수준 높은 방음 처리까지 더해져 고요한 실내를 즐길 수 있다. 143마력 전기모터는 2.4톤에 달하는 차체를 가볍게 밀어낸다.

다만, 너무 조용한 나머지 골목길을 지나는 차량을 보행자가 눈치채지 못한다. 자동차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인위적으로 모터음을 내는 가상 사운드 시스템이 빠진 탓이다. 안전을 위해 적어도 퓨어모드에서는 가상 모터음을 내줄 필요가 있겠다.

주행가능거리는 비교적 정직하게 떨어진다. 출발 당시 55km였고, 교통체증이 없는 시내 구간 35km를 달린 뒤 남은 주행거리는 23km였다. 주행 상황에 따라 잔여 거리가 크게 날뛰는 전기차와는 다른 모습이다. 주행거리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다. 배터리가 부족하면 언제든 엔진이 깨어날 준비를 마친다. 아직 전기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이어 고속도로에 올랐다. 이때는 충전모드를 사용해봤다. 엔진 회전과 회생제동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능이다. 기름을 태우며 제한된 규정속도로 꾸준히 달리니 3~5km 당 1km 꼴로 배터리가 충전된다. 즉 엔진의 힘으로 50km를 달리면 10km의 보너스 전기주행거리를 얻는 셈이다. 충전량은 도로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강릉까지 약 250km를 충전모드로 주행한 결과 배터리 잔량은 3/4까지 충전됐고, 전기주행 잔여거리는 50여km를 나타냈다. 이때 평균 연비는 10.9km/L다. 커다란 덩치를 이끌며 배터리를 충전하면서도 두 자릿수 연비를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다. 배터리를 채웠으니 다시 한번 전기차로 변신할 차례다. 강릉 시내를 다니는 동안, 엔진은 단 한번도 켜지지 않았다.

이렇듯 신형 볼보 XC90 리차지는 늘어난 배터리 용량을 통해 전기 모드의 활용성이 대폭 좋아졌다. 집이나 회사에 충전 인프라만 확실히 구축된 환경이라면, PHEV의 매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겠다. 출퇴근 거리가 왕복 50km 이내라면 기름을 전혀 쓰지 않고도 프리미엄 SUV 누릴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볼보코리아가 SK텔레콤과 협업해 개발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빠졌다. 이는 별도 스마트폰 없이도 티맵 내비게이션과 플로 음악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볼보의 핵심 기능이다.

볼보코리아에 따르면 글로벌 제품 생산 플랜에 따라 일부 차종에는 해당 기능이 제외되고, 추후 순차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차량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해당 기능을 꼭 원한다면 업데이트 버전이 출시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볼보 XC90 T8 리차지 가격은 1억12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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