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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볼보, XC60 T6 AWD 인스크립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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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디젤과의 친분을 깨려 노력 중이다. 2019년부터 등장하는 신차부터 디젤 엔진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더니 실제 올해 공개된 3세대 S60에서 디젤 엔진을 뺐다. 이러한 변화가 한층 가속화되면 머지않아 볼보의 모든 라인업에서 디젤엔진이 사라지게 된다.

이 변화의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 출시된 XC40에서도 디젤 엔진은 제외됐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디젤 엔진이 추가될 수 있다지만 ‘탈 디젤’이라는 주제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현재 볼보의 최고 인기 모델로 급부상한 XC60도 디젤이 줄고 가솔린 엔진의 인기가 커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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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이 가솔린 모델 T6의 판매량이 점차 늘고 있다. ‘SUV=디젤’이라는 공식이 꼭 맞는 것도 아니라는 것.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GLC는 2.2 디젤 아니면 AMG 모델로 가야만 가솔린 엔진을 만날 수 있다. BMW X3는 아예 2.0 및 3.0 디젤밖에 없다. 하지만 볼보는 XC60에 T6라는 가솔린 라인업을 운영한다. ‘가솔린’이라는 형식에 맞춰 고급스러움과 동시에 강력한 성능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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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은 2세대 XC60 그대로다.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씨의 손에서 탄생한 XC60은 한눈에 볼보 가족임을 알게 해준다. 한층 젊은 분위기도 좋다. 토르의 망치를 담은 헤드램프, 세로줄 형태의 그릴, 간결하면서 입체적인 범퍼의 조화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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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부는 로커패널 덕분에 다부진 모습이며 후면부는 볼보만의 ㄴ자 형태의 리어램프가 시선을 끈다. 후륜구동 모델을 연상시키는 듯한 XC60의 실루엣도 멋스러움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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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는 디젤과 같다. 간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세로로 배열의 9인치 디스플레이도 좋다. 특히 금속 단차를 스웨덴 국기 문양으로 꾸민 아이디어와 드리프트 우드에서 영감을 받은 우드 트림은 XC60의 특징이 된다.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특유의 분위기가 꽤나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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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의 시트는 편하기로 유명하다. 어떠한 이유, 이로 인해 편안하다는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냥 타면 편하다고 느껴진다. 시트는 편안함과 동시에 안전까지 확보해야 하기에 상당한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볼보는 이 부분을 꽤나 잘하는 업체 중 하나다.

단순히 편안한 것이 아니라 통풍과 열선은 물론 마사지 기능도 지원한다. 마사지 기능 역시 형식적이지 않다. 지압을 받는 느낌을 떠올리면 된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한 편이라 성인 남성도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전자기기 사용을 위한 220볼트 전원 단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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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 공간도 모나지 않고 반듯하다. 당연히 활용성이 좋다. 2열 시트를 폴딩 한다. 완벽히 평평한 바닥은 아니지만 거의 평평한 수준에 가까웠다.

모든 트림에 반자율 주행 기능도 넣었다. 이와 같은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이 기본 사양이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 하위 트림에서도 반자율 주행 기능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스티어링 어시스트와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의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 기본 트림에서도 경쟁사의 풀 옵션 수준의 구성을 갖췄다는 점이 좋다. 중요한 것은 이 기능의 완성도인데 볼보의 것은 메르세데스-벤츠와 더불어 업계 최고 수준이다.

4륜 시스템과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도 전 모델 기본이다.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는 언덕길을 전진으로 내려갈 때 시속 10km까지 속도를 유지해 주는 기능이다. 후진을 해도 속도를 시속 7km에 맞춰준다. 여기에 자동 주차 기능도 기본이다. 때로는 귀찮을 수도 있지만 주차가 자신 없는 소비자들에게는 꽤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장비다.

상위 버전인 인스크립션 트림에는 나파 가죽과 15개의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 스피커, 360도 카메라, 마사지 시트 등도 추가된다.

XC60을 통해 소개된 신기술도 3가지다.

도로 이탈 완화 기능(Run-off Mitigation)은 자동차가 차선이나 도로를 이탈할 위험이 커지면 조향 지원과 제동 시스템 작동을 동시에 실행해준다.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Oncoming Lane Mitigation)이란 것도 있다. 마주 오는 차량과의 충돌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조향 지원을 통해 충돌을 예방하는 것이다.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시스템(BLIS with steer assist)도 있다. 먼저 BLIS를 통해 사각지대에 차량이 접근하는지 알려준 이후 그래도 운전자가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차선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 조향 지원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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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회피 지원 기능 외에 긴급 제동 시스템(City Safety)에도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는 기능(Steering Support)이 추가됐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일종의 토크 벡터링 시스템처럼 브레이크가 작동해 더 안전하고 신속하게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볼보만의 안전한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탑승자를 최대한 보호한다. 볼보는 안전 분야에서만큼은 최고다. 당연히 미국 IIHS의 스몰 오버랩, 일반 오버랩, 측면, 루프, 시트 등 모든 항목에서 Good 등급을 받았다. EuroNCAP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2017년 안전 성능 테스트 1위 타이틀은 괜히 거머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못 받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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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C60 T6의 시동을 건다. T6 모델은 2.0리터 가솔린 엔진에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함께 사용한다. 터보 엔진에서 발생하는 지연 현상을 억제하면서 출력까지 높인 점이 특징이다. 저배기량 엔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함이다. 그렇게 XC60의 T6 엔진은 320마력과 40.8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테스트카를 잘못 가져온 줄 알았다. 가솔린 모델이지만 디젤과 유사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 실린더 블록을 호환하는 모듈러 엔진이라지만 조금 더 조용하고 부드러웠으면 좋겠다.

정숙성을 확인했다. 결과는 39.0 dBA이었다. 41.0 dBA을 기록한 XC60 D4보다 조용해 수치적인 만족도는 높았지만 음색 자체는 불만이다. 대신 가솔린 엔진을 쓰는 만큼 불필요한 진동은 없었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는 58.5 dBA의 소음으로 가솔린 SUV 다운 정숙한 환경을 만들어 냈다. 프리미엄 SUV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하다.

가속력도 좋다. 초기부터 힘찬 느낌으로 나아가는데 체감적 성능이 매우 뛰어났다. 계측기를 통한 성능 계측 결과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7초 만에 도달하는 성능을 냈다. 렉서스의 쿠페 RC350 F 스포트,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 EV와 유사한 성능이다.

참고로 이 수치는 제조사 발표 수치 5.9초 대비 다소 떨어지는 성능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는 T6 엔진의 스펙을 보면 된다. 2.0리터 과급 엔진으로 320마력이다. 즉, 고급휘발유가 기본이라는 얘기다. 볼보코리아는 자사 테스트카에 고급유를 넣지 않는다. 심지어 폴스타(Polestar) 모델에도 일반유를 넣어 운영했다. 구동 출력 저하가 불가피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연료 이슈는 토크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그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7초를 마크했다는 것은 일반유 환경에서도 좋은 성능을 이어나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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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발진뿐 아니라 가속력을 고속까지 이어간다는 점도 좋다. 300마력을 넘는 성능이 잘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물론 토크만으로 보면 조금 평이한 느낌이 짙다. 통상 2리터 급 엔진에서 고성능을 추구한다면 40Kg.m 내외의 성능이 표준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엔진들은 터보랙을 갖고 있어 초기 발진 때 다소 주춤하는 느낌이 있다. 반면 T6 엔진은 이런 아쉬움이 없는데, 마치 자연흡기 3.5리터 급 엔진처럼 꾸준히 밀고 나간다는 점이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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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거동도 좋다. 한 체급 아래 XC40이 경쾌함을 무기로 삼았다면 XC60은 고급스러운 SUV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예민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둔한 느낌도 없다. 서스펜션도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인데 핸들링 측면을 훼손시키지 않아 좋았다. 오히려 특유의 부드러움은 장거리 여행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낼 부분이다.

기본적인 운동 특성은 앞쪽이 밀리는 언더스티어를 지향한다. 통상 다수의 SUV들이 이런 셋업을 갖는다. 오버스티어는 운전기술이 좋은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반면 위험의 요소로 부각될 수도 있다. 반면 언더스티어 특성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안정감을 준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때문에 다수의 브랜드들이 이런 셋업을 선호한다. 심지어 후륜구동이지만 언더스티어 성향이 짙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볼보가 쓰는 AWD는 전륜 기반의 시스템이다. 즉, 평상시 90% 내외의 동력을 앞바퀴로 보낸다. 하지만 차량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뒷바퀴로 동력을 보내 안정화를 취한다. 정해진 구동력으로 구동되는 아우디 콰트로, BMW xDrive와는 다른 특성이지만 일상용 SUV라면 연비 측면에 도움이 돼 장점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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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력도 좋았다. 시속 100km 주행 중 정지까지 39m 후반을 기록했는데 사실상 37m 내외로 보면 된다. 반복 시험에 따라 제동거리가 늘어나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좋은 성능이라 말할 수 있다. 과거 볼보 모델을 테스트할 때면 항상 제동력이 아쉬웠다. 일부 모델은 브레이크 패드가 타 버리기 일쑤였고, 제동거리도 엄청나게 길었다. 반면 최근 모델들은 제동력에 상당 부분 신경 쓴 모습이다. 타이어 때문에 밀려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동급 모델 대비 좋은 수준의 성능을 이어 나간다. 뭔가 깨달은 바가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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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링 성능? 대단했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이유로 소폭 떨어지는 성능을 기대했지만 미쉐린의 래티튜드 스포츠3는 XC60의 자세를 끈끈하게 유지시켰다. 스티어 특성 테스트를 위해서도 생각보다 속도를 높여야 했다. 굽이치는 코너가 즐비한 환경에서도 타이어 자체의 변형도 적었으며 어떤 상황에서건 최상의 그립을 유지해 냈다. 현존하는 SUV 전용 타이어 중 좋은 성능을 가진 것으로는 래티튜드 스포츠 시리즈와 브리지스톤의 듀얼러 시리즈가 꼽힌다. 이들은 SUV라는 장르 안에서 최상의 성능을 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소비자 만족도 역시 높여준다. 다만 마모가 조금 빠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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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달린다. 편하다. 가볍게 치고 오르는 노면 진동 억제 능력도 좋은 편이다. 물론 저속에서 만나는 과속 방지턱도 부드러운 감각으로 넘어선다. 승차감 측면에서 본다면 꽤나 좋은 모습을 이어 나간다. 고속 주행 안정감에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속도감을 최대한 억제시키는 능력도 좋았고 급격한 조작에서도 불안감을 키우지 않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속도계 오차가 작다는 것. 시속 100km로 달리는 XC60의 속도계는 101km를 가리킨다. 즉, 속도계 오차가 1km/h에 불과한 것이다. 보통의 자동차들은 3km/h에서 많게는 8km/h까지의 오차를 보인다. 반면 볼보는 정확했다. 하지만 이것이 꼭 장점은 아니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만날 때 그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즉, 오차에 의한 여유가 없다고 보면 된다.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평속 100km/h를 기준으로 14~15km/L 내외를 보여줬다. 2.0리터 급 모델로는 부족해 보이지만 XC60의 차체 사이지를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나 300마력대 차량의 연비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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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XC60은 잘 만들어진 SUV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차가 아니어도 된다면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차가 된다. 여기에 T6 엔진은 배기량 대비 높은 성능으로 운전을 편하게 만든다. 터보차저와 슈퍼차저의 조합이란 점을 무기로 각 과급기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도 좋다. 또한 가족과 함께 하는 SUV의 목적상 안전이란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데, 볼보는 이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뽐낸다. 적어도 추천할 만한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진 SUV였다. 다만 물량 부족은 아쉬운 일이다.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수개월이나 기다림에 지칠 소비자에 대한 볼보 코리아의 적극적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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