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60 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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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볼보 XC60가 갖는 이미지가 뭘까? 볼보의 중형 SUV, 아니면 도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볼보 모델 중 하나? 어쩌면 단순히 안전을 지향하는 볼보의 SUV 중 하나? 1세대 XC60은 2008년에 공개된 이후 2017년까지 팔렸다. 그 때문에 사골이라 느낄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XC60은 다른 위상을 갖는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에 속하기 때문이다.
2014년~2016년 프리미엄 중형(Mid Size) SUV 유럽 시장 판매 실적 (단위: 판매 대수)
위 표를 보자.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SUV가 XC60이다. 유럽 프리미엄 중형 SUV 중에서도 강자였던 것. 개발된 지 오래된 모델이었음에도 이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그런 XC60이 2세대로 변경됐다. 볼보의 행보를 봤을 때 매우 기대되는 모델이다. 2세대 XC60이 유럽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어갈 수 있을지 확인해 봤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2017년 9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1,800대가 계약됐다. 국내에서는 특히 디자인 중요한데, XC60의 디자인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또한 이 디자인을 한국인이 주도했다는 점을 볼보에서도 자랑스럽게 여긴다. 볼보는 XC60의 신차 발표회장에서 이정현 디자이너가 직접 제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었다. 이정현 디자이너는 볼보의 다른 30여 명 디자이너와 경쟁한 끝에 이 디자인이 선택됐다고 전한 바 있다.
볼보 이정현 디자이너
전체적인 테마는 크기를 줄인 XC90로 볼 수 있다. 한눈에 볼보의 가족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젊은 감각을 더 보탰다. 토르의 망치를 담은 헤드램프, 세로줄 형태의 그릴, 간결하면서 입체적인 범퍼의 조화도 좋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릴 내부에 액티브 셔터 그릴을 달아 효율성도 개선했다.
측면부에는 근육질의 스타일이 가미된다. XC90이 면과 선의 정제된 조화를 추구했다면 XC60은 보다 다부지다. 분리된 캐릭터 라인, 로커패널의 움푹 들어간 디자인 덕분에 측면부가 밋밋하지 않다.
볼보는 전륜축에서 대시보드까지의 거리를 늘렸다는 점도 강조한다. 기존 모델은 측면 비율에서 전륜구동차라는 점을 느끼게 했다. 당연히 전륜축에서 대시보드까지의 거리도 짧았다. 하지만 2세대 모델은 이 거리를 늘렸고, 비율적으로 보다 안정화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전륜구동 SUV지만 후륜구동 SUV 느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얇지만 입체적으로 구성된 리어램프 디자인에서 최신 볼보의 스타일도 엿볼 수 있다. 전체적인 크기도 기존 모델 대비 45mm 길어지고 10mm 넓어졌다. 하지만 높이는 55mm 가량 낮췄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최신 볼보의 스타일이다. XC90부터 시작해 S90, 크로스컨트리(V90)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간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세로로 배열된 9인치 디스플레이, 금속을 세공한 듯한 디자인 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똑같이 옮겨놓은 것은 아니다. XC60만의 특징도 있다. 먼저 대시보드가 입체적이다. XC90는 평면적이면서 수평적인 대시보드를 가졌었다. 반면 XC60은 굴곡을 바탕으로 2개의 층을 갖는 디자인이다.
우측 송풍구를 바라보면 대시보드를 따라 금속 장식이 있고, 여기에 스웨덴 국기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금속 특성상 온도가 상승하면 팽창하고 온도가 하락하면 수축하는 성격을 감안해 온도 변화에 대비한 단차를 둬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단차를 두면 보기 좋지 않다. 이것을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우드 트림도 독특한데 스웨덴 해변에서 볼 수 있는 드리프트 우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차가운 흰색이지만 따뜻한 감각의 나무결과 만나 묘한 느낌을 전한다. 이러한 조화들이 모두 북유럽 감성일 것이다.
시트 구성도 좋다. 통풍과 열선을 지원하고 시트의 세세한 부분까지 조정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도 컴팩트 SUV로는 넉넉한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C는 센터 터널 쪽에서 공간 손실이 발생했는데, XC60은 그보다는 넓게 보여 시각적, 공간적으로 만족감이 높다.
트렁크 공간도 모나지 않고 반듯하다. 당연히 활용성도 좋다. 2열 시트를 폴딩한다. 완벽히 평평한 바닥은 아니지만 거의 평평한 수준에 가까웠다.
우리 팀이 테스트할 모델은 D4 트림 중에서도 상급인 인스크립션(Inscription) 버전이다. 하위 트림인 모멘텀(Momentum)과 비교해 드리프트 우드 트림, 나파 가죽, 15개의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 스피커, 360도 카메라, 1열의 마사지 기능 등이 추가돼 있다.
마사지 기능도 형식적이지 않다. 실제 마사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지압을 받는 느낌을 떠올리면 된다.
인스크립션 트림의 구성이 좋다지만 그렇다고 모멘텀 트림의 구성이 나쁘지는 않다.
모든 트림에 반자율 주행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이 기본 사양이다. 하위 트림에서도 반자율 주행 기능은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스티어링 어시스트와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의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 기본 트림에서도 경쟁사의 풀 옵션 수준의 구성을 갖췄다는 점이 좋다.
4륜 시스템과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도 전 모델 기본이다.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는 전진으로 주행 때 시속 10km까지 속도를 유지해 준다. 후진을 해도 속도를 시속 7km에 맞춰준다. 여기에 자동 주차 기능도 기본이다.
반자율 주행 기능 이외에 XC60만의 신기술이 적용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신기술도 안전과 연관된 기술이다.
신기술은 3가지로 구성된 충돌 회피 지원 기능으로 구성된다. 도로 이탈 완화 기능(Run-off Mitigation)은 자동차가 차선이나 도로를 이탈할 위험이 감지된 상황에서 조향 지원과 제동 작동을 함께 실행시켜준다. 차선을 넘으면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브레이크까지 작동해 차선을 최대한 넘지 않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Oncoming Lane Mitigation)이란 것도 있다. 마주 오는 차량과의 충돌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조향 지원을 통해 충돌을 예방하는 것이다.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시스템(BLIS with steer assist)도 있다. 먼저 BLIS를 통해 사각지대에 차량이 접근하는지 알려준 이후 그래도 운전자가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차선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 조향 지원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충돌 회피 지원 기능 외에 긴급 제동 시스템(City Safety)에도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는 기능(Steering Support)이 추가됐다. 조향 지원이 가능한 시티 세이프티다. 긴급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여기에 더 큰 힘을 보태 안전하게 피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일종의 토크 벡터링 시스템처럼 브레이크가 작동해 더욱 안전하고 신속하게 피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한가지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스티어링 휠 혼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운전자가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자 스티어링 휠을 직접 조작해야만 도움을 준다. 아직까지 자동차의 모든 안전 시스템은 운전자의 의도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 어디까지나 판단은 사람이, 그에 따른 책임도 사람의 몫이다.
만약 이렇게 해도 도로를 이탈하거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탑승자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안전벨트를 강하게 당겨 몸을 시트로 당긴다. 척추 부상을 최소화 시키기 위함이다. 안전벨트가 헐렁해서 몸이 튕겨지는 것보다 시트에 고정된 상태가 사고에 의한 부상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XC60은 원래 안전했지만 더 안전한 차로 발전했다. 미국 IIHS에서는 스몰 오버랩, 일반 오버랩, 측면, 루프, 시트 등 모든 항목에서 Good 등급을 받았다. EuroNCAP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덕분에 2017년 테스트한 차량 중 안전성능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안전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볼보다. 하지만 예쁜 디자인과 안전함 만으로 XC60을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따른다. 달리기 감각도 수준급이기 때문.
버튼이 아닌 사각형 모향의 다이얼을 돌리면 시동이 걸린다. 엔진 사운드는 4기통 디젤로 평이한 수준. 아이들링에서의 정숙성은 41dBA. 참고로 동일한 엔진을 사용했던 S60 D4 모델이 42dBA 수준이었다.
인젝터마다 압력센서를 탑재해 진동과 연료 효율을 높인 i-ART 시스템과 2,500바의 커먼레일 시스템 등등이 어떻건 간에 디젤은 디젤이다. 기본적으로 털털대는 소음과 진동은 존재한다는 것.
그보다 차량이 주행할 때의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측정된 정숙성은 57dBA. 메르세데스-벤츠 E300, 캐딜락 CT6 3.6 등과 동일한 수준이다. 주행 때의 정숙성에서 상당한 만족도를 이끌어 냈다.
일상적인 주행감각은 부드럽고 편안한 SUV에 맞춰진다. 일반 세단보다 시야가 높지만 차폭감이 부담스럽지 않아 운전이 편하다.
일상 주행 중 느낀 가장 큰 차이는 기존 모델 대비 한층 세련된 주행감각이다. 1세대 XC60만해도 온로드 SUV로는 좋은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기준에서 바라보자면 꽤나 투박한 감각이었다. 다소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에 차량의 거동도 둔하고 무게감도 다소 느껴졌다. 차체는 강직한 모습이었지만 약간의 잔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XC60의 주행감각은 최신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다. 스티어링 휠도 가볍고 차량의 거동에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주면서 강한 충격도 잘 받아내는 모습이다. 더불어 차체가 견고하다는 느낌도 쉽사리 전해준다.
190마력과 40.8kg.m의 토크는 XC60의 차체를 편하게 밀어낸다. 강력한 가속감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충분한 수준으로 속도를 올려나갈 수 있다. S60은 가벼운 차체 때문인지 의외로 강력한 느낌의 가속감을 전해줬는데, 그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가속감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8.28초가 소요됐다. 제조사 발표 기록이 8.4초니 이보다 빠른 기록이다. 이는 최단 기록이며, 수차례 테스트를 반복하니 8.4초를 전후하는 성능이 많이 보였다. 제조사 발표 기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기온 상승에 따라 약간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긴 하다. 그래도 그 수치가 9초 이상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다.
차량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1,911kg 수준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 4MATIC이 1,935kg이었으니 무게 부분도 무난하다. 전 세대 모델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상당한 수준의 장비를 탑재했으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100km/h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소요한 최단거리는 38.1m였다. 이는 최단 수치이며, 테스트가 반복됨에 따라 제동거리가 조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평균 제동거리는 39m 내외로 제동편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가벼운 편에 속하는데 그렇다고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급제동을 위해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ABS 작동 소음이 일반 차량보다 큰 편인데 다른 볼보 모델들도 그랬다. 물론 이것이 단점은 아니다.
고속도로 주행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속도 오차였다. 보편적인 차량의 속도 오차는 작게는 3km/h에서 많게는 7~8km/h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계기판상으로 107km/h를 달려야 실제 속도가 100km/h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XC60의 속도 오차는 단 1km/h에 불과했다. 계기판 속도와 실제 달리는 속도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 다른 차에서 옮겨 탄 경우 주의가 필요할 수 있겠다.
고속 안정감도 충분히 좋았고, 반자율 주행 기능을 통해 장거리 운전을 해도 피로감이 크지 않다. 참고로 반자율 주행 기능을 사용하면 일정 시간 동안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되기에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집중해서 운전할 것을 권한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XC60은 꽤나 잘 달렸다. 속도 역시 느리지 않다. 확실히 최근 볼보는 달리기 성능 면에서도 뒤처짐이 없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꽤나 빠르고 정직하게 차체가 반응한다.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지녔지만 그것이 휘청거리는 불쾌한 움직임은 만들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GLC와 비교하면 SUV의 성격이 짙다. 사실 GLA나 GLC만 해도 SUV라기보다 키가 높아진 해치백의 감각이다. 서스펜션도 단단한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가 추구하는 오프로드 성능을 바탕에 두고 온로드 능력을 조율한다. XC60은 그 중간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조율돼 있다.
서스펜션의 성격이 재미있다. 스프링은 부드러운 성격이다. 하지만 댐퍼는 강한 느낌이다. 이 두 가지 조합이 만나면 주행 중 차량의 위아래 움직임은 크지만 그 움직임 자체가 제한적인 모습을 갖게 된다. 쉽게 말해 딱 한 번만 출렁거리고 끝이라는 것. 강하게 속도를 줄이면 차량이 앞으로 수그렸다가 오뚝이처럼 일어난다. 그러면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량의 기울어짐을 잘 억제시킨다.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타이어 성능도 좋다. 1.9톤의 차량 무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운동성을 타이어의 접지력이 이겨버린다. 휠은 19인치이며, 타이어는 235mm의 미쉐린 래티튜드 스포츠3를 사용한다. 높은 접지 성능으로 코너링 성능이 수준급이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를 들으려면 코너에서 부담이 될 정도로 속도를 올려야 한다. 물론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지만 타이어의 성능이 높아 개입 수준까지 속도를 높일 일이 많지 않았다.
연비도 좋았다. 시속 100~110km 구간으로 주행할 때 확인된 연비는 19.2km/L 수준이었다. 속도를 낮춰 8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면 연비가 21km/L까지 높아졌다. 평속 15km/h의 답답한 도심 속 정체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 결과 7.1km/L 수준을 나타냈다. 중형급 SUV로는 보편적인, 혹은 무난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복합 환경에서 주행을 거친 뒤 확인한 XC60의 연비는 13.4km/L였다. 공인 복합연비가 13.3km/L이니 상당히 비슷한 실 연비를 보인 것이다. 참고로 170마력을 발휘하는 벤츠 GLC 220d의 복합연비는 12.9km/L 수준이다.
우리 팀이 과거 볼보를 만났을 당시 현재보다 앞으로의 볼보가 더 기대된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그리고 그 말이 현실이 됐다. 막상 이 현실을 맞이하니 한가지 소소한 문제가 발생했다. 딱히 지적할 단점이 없다는 것.
디자인이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어디 내놔도 호감을 살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인테리어도 화려하다. 각종 편의 장비는 국산차 부럽지 않다. 수입차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니까. 특히 수입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반자율 주행 기능도 기본이다. 주행성능도 상당히 세련됐다. 연비도 좋았다. 안전성은? 아마도 ‘볼보’ 이 한마디로 정리될 것이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 상위 트림인 D4 인스크립션 모델 가격은 6,740만 원.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 프리미엄 모델은 6,990만 원으로 250만 원이 더 비싸다. 벤츠라는 프리미엄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250만 원이 무의미해질 정도는 아니다.
반면 A/S 정책은 볼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5년 10만 km의 보증 범위는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높지만 이른바 ‘부품 독과점’ 정책은 여전히 소비자들이 볼보 브랜드를 선택하는데 망설이는 요소다.
하지만 이것은 운영상의 잘못이지 차의 문제는 아니다. 그만큼 차 자체는 좋았다. 차량의 평가를 하다 보니 벤츠 모델들과 많은 부분이 오버랩 된다. 다 좋고 아쉬운 부분을 꼽으라면 딱히 생각나지 않는 차. 이러한 차량을 만드는 브랜드는 정말 소수다. 그리고 이제 볼보가 이 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XC60은 다른 위상을 갖는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SUV에 속하기 때문이다.
2014년~2016년 프리미엄 중형(Mid Size) SUV 유럽 시장 판매 실적 (단위: 판매 대수)
위 표를 보자.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린 SUV가 XC60이다. 유럽 프리미엄 중형 SUV 중에서도 강자였던 것. 개발된 지 오래된 모델이었음에도 이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그런 XC60이 2세대로 변경됐다. 볼보의 행보를 봤을 때 매우 기대되는 모델이다. 2세대 XC60이 유럽뿐 아니라 국내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어갈 수 있을지 확인해 봤다.
우선 국내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2017년 9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1,800대가 계약됐다. 국내에서는 특히 디자인 중요한데, XC60의 디자인 완성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또한 이 디자인을 한국인이 주도했다는 점을 볼보에서도 자랑스럽게 여긴다. 볼보는 XC60의 신차 발표회장에서 이정현 디자이너가 직접 제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었다. 이정현 디자이너는 볼보의 다른 30여 명 디자이너와 경쟁한 끝에 이 디자인이 선택됐다고 전한 바 있다.
전체적인 테마는 크기를 줄인 XC90로 볼 수 있다. 한눈에 볼보의 가족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젊은 감각을 더 보탰다. 토르의 망치를 담은 헤드램프, 세로줄 형태의 그릴, 간결하면서 입체적인 범퍼의 조화도 좋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릴 내부에 액티브 셔터 그릴을 달아 효율성도 개선했다.
측면부에는 근육질의 스타일이 가미된다. XC90이 면과 선의 정제된 조화를 추구했다면 XC60은 보다 다부지다. 분리된 캐릭터 라인, 로커패널의 움푹 들어간 디자인 덕분에 측면부가 밋밋하지 않다.
볼보는 전륜축에서 대시보드까지의 거리를 늘렸다는 점도 강조한다. 기존 모델은 측면 비율에서 전륜구동차라는 점을 느끼게 했다. 당연히 전륜축에서 대시보드까지의 거리도 짧았다. 하지만 2세대 모델은 이 거리를 늘렸고, 비율적으로 보다 안정화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전륜구동 SUV지만 후륜구동 SUV 느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얇지만 입체적으로 구성된 리어램프 디자인에서 최신 볼보의 스타일도 엿볼 수 있다. 전체적인 크기도 기존 모델 대비 45mm 길어지고 10mm 넓어졌다. 하지만 높이는 55mm 가량 낮췄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우리에게 익숙한 최신 볼보의 스타일이다. XC90부터 시작해 S90, 크로스컨트리(V90)에 이르기까지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간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세로로 배열된 9인치 디스플레이, 금속을 세공한 듯한 디자인 등이 그렇다.
그렇다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똑같이 옮겨놓은 것은 아니다. XC60만의 특징도 있다. 먼저 대시보드가 입체적이다. XC90는 평면적이면서 수평적인 대시보드를 가졌었다. 반면 XC60은 굴곡을 바탕으로 2개의 층을 갖는 디자인이다.
우측 송풍구를 바라보면 대시보드를 따라 금속 장식이 있고, 여기에 스웨덴 국기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금속 특성상 온도가 상승하면 팽창하고 온도가 하락하면 수축하는 성격을 감안해 온도 변화에 대비한 단차를 둬야 한다. 하지만 단순히 단차를 두면 보기 좋지 않다. 이것을 디자인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우드 트림도 독특한데 스웨덴 해변에서 볼 수 있는 드리프트 우드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차가운 흰색이지만 따뜻한 감각의 나무결과 만나 묘한 느낌을 전한다. 이러한 조화들이 모두 북유럽 감성일 것이다.
시트 구성도 좋다. 통풍과 열선을 지원하고 시트의 세세한 부분까지 조정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도 컴팩트 SUV로는 넉넉한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 GLC는 센터 터널 쪽에서 공간 손실이 발생했는데, XC60은 그보다는 넓게 보여 시각적, 공간적으로 만족감이 높다.
트렁크 공간도 모나지 않고 반듯하다. 당연히 활용성도 좋다. 2열 시트를 폴딩한다. 완벽히 평평한 바닥은 아니지만 거의 평평한 수준에 가까웠다.
우리 팀이 테스트할 모델은 D4 트림 중에서도 상급인 인스크립션(Inscription) 버전이다. 하위 트림인 모멘텀(Momentum)과 비교해 드리프트 우드 트림, 나파 가죽, 15개의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 스피커, 360도 카메라, 1열의 마사지 기능 등이 추가돼 있다.
마사지 기능도 형식적이지 않다. 실제 마사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다. 지압을 받는 느낌을 떠올리면 된다.
인스크립션 트림의 구성이 좋다지만 그렇다고 모멘텀 트림의 구성이 나쁘지는 않다.
모든 트림에 반자율 주행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이 기본 사양이다. 하위 트림에서도 반자율 주행 기능은 동일하게 누릴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물론 스티어링 어시스트와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등의 다양한 액티브 세이프티 기능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 기본 트림에서도 경쟁사의 풀 옵션 수준의 구성을 갖췄다는 점이 좋다.
4륜 시스템과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도 전 모델 기본이다. 경사로 감속 주행장치는 전진으로 주행 때 시속 10km까지 속도를 유지해 준다. 후진을 해도 속도를 시속 7km에 맞춰준다. 여기에 자동 주차 기능도 기본이다.
반자율 주행 기능 이외에 XC60만의 신기술이 적용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신기술도 안전과 연관된 기술이다.
신기술은 3가지로 구성된 충돌 회피 지원 기능으로 구성된다. 도로 이탈 완화 기능(Run-off Mitigation)은 자동차가 차선이나 도로를 이탈할 위험이 감지된 상황에서 조향 지원과 제동 작동을 함께 실행시켜준다. 차선을 넘으면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브레이크까지 작동해 차선을 최대한 넘지 않도록 해주는 방식이다.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기능(Oncoming Lane Mitigation)이란 것도 있다. 마주 오는 차량과의 충돌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 조향 지원을 통해 충돌을 예방하는 것이다.
조향 지원 적용 사각지대 시스템(BLIS with steer assist)도 있다. 먼저 BLIS를 통해 사각지대에 차량이 접근하는지 알려준 이후 그래도 운전자가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면 차선을 넘지 않도록 스스로 조향 지원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충돌 회피 지원 기능 외에 긴급 제동 시스템(City Safety)에도 스티어링 휠이 개입하는 기능(Steering Support)이 추가됐다. 조향 지원이 가능한 시티 세이프티다. 긴급제동 시스템이 작동하는 상황에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여기에 더 큰 힘을 보태 안전하게 피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일종의 토크 벡터링 시스템처럼 브레이크가 작동해 더욱 안전하고 신속하게 피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한가지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스티어링 휠 혼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운전자가 위험한 상황을 피하고자 스티어링 휠을 직접 조작해야만 도움을 준다. 아직까지 자동차의 모든 안전 시스템은 운전자의 의도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 어디까지나 판단은 사람이, 그에 따른 책임도 사람의 몫이다.
만약 이렇게 해도 도로를 이탈하거나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탑승자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기 위해 안전벨트를 강하게 당겨 몸을 시트로 당긴다. 척추 부상을 최소화 시키기 위함이다. 안전벨트가 헐렁해서 몸이 튕겨지는 것보다 시트에 고정된 상태가 사고에 의한 부상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XC60은 원래 안전했지만 더 안전한 차로 발전했다. 미국 IIHS에서는 스몰 오버랩, 일반 오버랩, 측면, 루프, 시트 등 모든 항목에서 Good 등급을 받았다. EuroNCAP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덕분에 2017년 테스트한 차량 중 안전성능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안전에 대해 이렇게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볼보다. 하지만 예쁜 디자인과 안전함 만으로 XC60을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따른다. 달리기 감각도 수준급이기 때문.
버튼이 아닌 사각형 모향의 다이얼을 돌리면 시동이 걸린다. 엔진 사운드는 4기통 디젤로 평이한 수준. 아이들링에서의 정숙성은 41dBA. 참고로 동일한 엔진을 사용했던 S60 D4 모델이 42dBA 수준이었다.
인젝터마다 압력센서를 탑재해 진동과 연료 효율을 높인 i-ART 시스템과 2,500바의 커먼레일 시스템 등등이 어떻건 간에 디젤은 디젤이다. 기본적으로 털털대는 소음과 진동은 존재한다는 것.
그보다 차량이 주행할 때의 정숙성이 인상적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측정된 정숙성은 57dBA. 메르세데스-벤츠 E300, 캐딜락 CT6 3.6 등과 동일한 수준이다. 주행 때의 정숙성에서 상당한 만족도를 이끌어 냈다.
일상적인 주행감각은 부드럽고 편안한 SUV에 맞춰진다. 일반 세단보다 시야가 높지만 차폭감이 부담스럽지 않아 운전이 편하다.
일상 주행 중 느낀 가장 큰 차이는 기존 모델 대비 한층 세련된 주행감각이다. 1세대 XC60만해도 온로드 SUV로는 좋은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기준에서 바라보자면 꽤나 투박한 감각이었다. 다소 묵직한 스티어링 감각에 차량의 거동도 둔하고 무게감도 다소 느껴졌다. 차체는 강직한 모습이었지만 약간의 잔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XC60의 주행감각은 최신 트렌드를 잘 따르고 있다. 스티어링 휠도 가볍고 차량의 거동에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주면서 강한 충격도 잘 받아내는 모습이다. 더불어 차체가 견고하다는 느낌도 쉽사리 전해준다.
190마력과 40.8kg.m의 토크는 XC60의 차체를 편하게 밀어낸다. 강력한 가속감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충분한 수준으로 속도를 올려나갈 수 있다. S60은 가벼운 차체 때문인지 의외로 강력한 느낌의 가속감을 전해줬는데, 그보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가속감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8.28초가 소요됐다. 제조사 발표 기록이 8.4초니 이보다 빠른 기록이다. 이는 최단 기록이며, 수차례 테스트를 반복하니 8.4초를 전후하는 성능이 많이 보였다. 제조사 발표 기록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기온 상승에 따라 약간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긴 하다. 그래도 그 수치가 9초 이상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이다.
차량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1,911kg 수준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 4MATIC이 1,935kg이었으니 무게 부분도 무난하다. 전 세대 모델 대비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상당한 수준의 장비를 탑재했으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100km/h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소요한 최단거리는 38.1m였다. 이는 최단 수치이며, 테스트가 반복됨에 따라 제동거리가 조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평균 제동거리는 39m 내외로 제동편차가 크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브레이크 페달 답력은 가벼운 편에 속하는데 그렇다고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참고로 급제동을 위해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ABS 작동 소음이 일반 차량보다 큰 편인데 다른 볼보 모델들도 그랬다. 물론 이것이 단점은 아니다.
고속도로 주행 때 인상적이었던 것은 속도 오차였다. 보편적인 차량의 속도 오차는 작게는 3km/h에서 많게는 7~8km/h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계기판상으로 107km/h를 달려야 실제 속도가 100km/h에 이르는 것이다. 하지만 XC60의 속도 오차는 단 1km/h에 불과했다. 계기판 속도와 실제 달리는 속도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 다른 차에서 옮겨 탄 경우 주의가 필요할 수 있겠다.
고속 안정감도 충분히 좋았고, 반자율 주행 기능을 통해 장거리 운전을 해도 피로감이 크지 않다. 참고로 반자율 주행 기능을 사용하면 일정 시간 동안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아도 되기에 운전에 집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집중해서 운전할 것을 권한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XC60은 꽤나 잘 달렸다. 속도 역시 느리지 않다. 확실히 최근 볼보는 달리기 성능 면에서도 뒤처짐이 없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꽤나 빠르고 정직하게 차체가 반응한다. 세단이나 해치백보다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지녔지만 그것이 휘청거리는 불쾌한 움직임은 만들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GLC와 비교하면 SUV의 성격이 짙다. 사실 GLA나 GLC만 해도 SUV라기보다 키가 높아진 해치백의 감각이다. 서스펜션도 단단한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랜드로버가 추구하는 오프로드 성능을 바탕에 두고 온로드 능력을 조율한다. XC60은 그 중간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조율돼 있다.
서스펜션의 성격이 재미있다. 스프링은 부드러운 성격이다. 하지만 댐퍼는 강한 느낌이다. 이 두 가지 조합이 만나면 주행 중 차량의 위아래 움직임은 크지만 그 움직임 자체가 제한적인 모습을 갖게 된다. 쉽게 말해 딱 한 번만 출렁거리고 끝이라는 것. 강하게 속도를 줄이면 차량이 앞으로 수그렸다가 오뚝이처럼 일어난다. 그러면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차량의 기울어짐을 잘 억제시킨다. 다른 차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다.
타이어 성능도 좋다. 1.9톤의 차량 무게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운동성을 타이어의 접지력이 이겨버린다. 휠은 19인치이며, 타이어는 235mm의 미쉐린 래티튜드 스포츠3를 사용한다. 높은 접지 성능으로 코너링 성능이 수준급이다.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소리를 들으려면 코너에서 부담이 될 정도로 속도를 올려야 한다. 물론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지만 타이어의 성능이 높아 개입 수준까지 속도를 높일 일이 많지 않았다.
연비도 좋았다. 시속 100~110km 구간으로 주행할 때 확인된 연비는 19.2km/L 수준이었다. 속도를 낮춰 8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면 연비가 21km/L까지 높아졌다. 평속 15km/h의 답답한 도심 속 정체구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한 결과 7.1km/L 수준을 나타냈다. 중형급 SUV로는 보편적인, 혹은 무난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복합 환경에서 주행을 거친 뒤 확인한 XC60의 연비는 13.4km/L였다. 공인 복합연비가 13.3km/L이니 상당히 비슷한 실 연비를 보인 것이다. 참고로 170마력을 발휘하는 벤츠 GLC 220d의 복합연비는 12.9km/L 수준이다.
우리 팀이 과거 볼보를 만났을 당시 현재보다 앞으로의 볼보가 더 기대된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그리고 그 말이 현실이 됐다. 막상 이 현실을 맞이하니 한가지 소소한 문제가 발생했다. 딱히 지적할 단점이 없다는 것.
디자인이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어디 내놔도 호감을 살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인테리어도 화려하다. 각종 편의 장비는 국산차 부럽지 않다. 수입차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니까. 특히 수입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반자율 주행 기능도 기본이다. 주행성능도 상당히 세련됐다. 연비도 좋았다. 안전성은? 아마도 ‘볼보’ 이 한마디로 정리될 것이다.
가격 경쟁력도 높다. 상위 트림인 D4 인스크립션 모델 가격은 6,740만 원. 메르세데스-벤츠 GLC 220d 프리미엄 모델은 6,990만 원으로 250만 원이 더 비싸다. 벤츠라는 프리미엄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250만 원이 무의미해질 정도는 아니다.
반면 A/S 정책은 볼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5년 10만 km의 보증 범위는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높지만 이른바 ‘부품 독과점’ 정책은 여전히 소비자들이 볼보 브랜드를 선택하는데 망설이는 요소다.
하지만 이것은 운영상의 잘못이지 차의 문제는 아니다. 그만큼 차 자체는 좋았다. 차량의 평가를 하다 보니 벤츠 모델들과 많은 부분이 오버랩 된다. 다 좋고 아쉬운 부분을 꼽으라면 딱히 생각나지 않는 차. 이러한 차량을 만드는 브랜드는 정말 소수다. 그리고 이제 볼보가 이 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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