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XC40 T4 AWD R-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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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시대 SUV의 인기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이 필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시장이라는 것.
이번에는 SUV 중에서도 소형 SUV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한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자토(JATO)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유럽시장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장르가 소형 SUV였다.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37%나 껑충 뛰었다. 컴팩트 SUV도 23%까지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소형 SUV의 성장세가 빠르다 보니 크게 주목받지 못할 정도가 됐다.
소형 SUV.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본다면 쌍용 티볼리를 중심으로 현대 코나, 기아 니로 & 스토닉,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가 이 그룹에 속한다. 해외에서는 폭스바겐 T-Roc,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오펠 크로스랜드 등이 있다. QM3의 유럽 버전인 르노 캡처는 전년대비 판매량이 26%나 성장하며 소형 SUV 시장을 휩쓰는 중이다.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대중 브랜드가 전부다. 하지만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벤츠가 GLA를 개발했고 BMW는 X2를 내놨다. 재규어도 E-페이스를 판매한다. 아우디는 Q3보다 작은 Q2까지 개발했다.
2018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된 XC40와 볼보자동차그룹 하칸 사무엘손(Håkan Samuelsson) CEO
여기에 볼보가 XC40으로 맞불을 놨다. 그리고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2018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올해의 차를 대표하는 최고 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XC40에 있어 꽤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 경쟁자가 많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 GLA와 재규어 E-페이스 정도뿐이다. 빠른 시장 예측을 바탕으로 등장한 XC40이 볼보의 성장에 얼마만큼 기여할지 이제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왼쪽부터 볼보 40.1 컨셉트 & 40.2 컨셉트
XC40 탄생, 여기엔 재미있는 배경이 있다. 지난 2016년 5월, 볼보는 2가지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이름도 특이하다 40.1과 40.2다. “40”이라는 것은 40 클러스터, 다시 말해 V40, XC40과 같은 40 시리즈라는 의미다. 40.1과 40.2는 향후 등장할 40 클러스터의 시안이라 생각하면 된다. 40.1은 소형 SUV의 형태를, 40.2는 S60 크로스컨트리처럼 ‘소형 세단+오프로드’의 성격이 가미된 크로스오버카였다.
2가지 컨셉트카를 내놓고 볼보는 “뭐가 더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볼보는 40.1 컨셉트의 양산을 결정했고 그렇게 XC40을 만들었다.
XC40은 컨셉트카가 그대로 양산된 모습이다. 그릴의 디테일 정도만 다를 뿐 헤드램프나 범퍼, 심지어 휠 디자인까지 거의 동일하다. 참고로 XC40의 플랫폼은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기초로 했다. XC40은 이 플랫폼을 사용한 첫 모델로 향후 나올 볼보의 다양한 모델에도 쓰일 예정이다.
볼보의 4기통 파워트레인 CMA
볼보의 막내 SUV답게 귀여운 디자인을 갖는다. 동시에 볼보 만의 차분함이 느껴진다. 토르의 망치로 불렸던 T자형 주간 주행등은 Y자 형상으로 변경됐다. 컨셉트카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범퍼 디자인도 중후함보다는 젊은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차량 외부를 브러시드 효과를 입힌 금속 장식으로 꾸며 하위 모델답지 않은 고급스러움까지 느끼게 했다.
XC40의 가장 큰 디자인 특징은 측면에 있다. 수평선을 그리다가 갑자기 상승하는 벨트라인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2열 도어 유리창 형태가 독특한 모습이 됐다. 로커패널 부위도 움푹 패도록 디자인해 심심하지 않다. 휠도 19인치 사이즈를 사용하는데, 이 덕분에 컨셉트카와 같은 비율을 느끼게 한다.
후면부도 새롭다. 특히 ‘ㄴ’자형 리어 램프가 슬림하게 변했다. 닛산의 부메랑 램프와 유사한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내부 조명이 세련된 모습이라 볼보만의 독창적인 이미지가 잘 느껴진다. 굴곡진 테일게이트와 듀얼 머플러 디자인도 작은 SUV만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부분이다.
테스트 모델은 XC40 중에서도 R-디자인 트림이다. 블랙 투톤 색상의 외관에 검은색 점선 형태로 멋을 낸 그릴과 C-필러 부위에 R-디자인 로고가 삽입된 것이 특징. R-디자인 트림은 19인치 휠이 기본이다. 입문 성격의 모멘텀 트림은 18인치를 사용한다.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을 표현했다. 동시에 볼보만의 디자인 특징을 유지한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9인치 세로형 센터페시아 모니터, 모니터 하단의 버튼은 볼보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구성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이 장착된다. 스티어링 휠 스포크 테두리는 금속 마감을 더해 세련미를 추구했다. 스티어링 휠 가죽 마감을 위한 박음질도 깔끔하다. 박음질은 ‘X’자 방식이 아닌 ‘II’자 같은 형태다. 인피니티가 Q50에서 보여주었던 내용이다. 의미 없는 부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스티어링 휠을 쥘 때의 감촉이 다르다. 이런 기법을 입문형 SUV에 적용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다. 패들을 장착하고 손이 닿는 안쪽 부분을 마감해 조작성을 키웠다.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완성도를 높인 느낌이다. 이 패들은 R-디자인 트림에만 적용된다.
센터페시아 양옆에 자리한 송풍구 디자인도 독특하다. 다른 모델에서는 볼보만의 특징이다. 모니터 하단의 버튼류도 금속 테두리로 멋을 더했다. 중앙 다이얼은 다이아몬드 커팅 기법을 활용해 멋을 냈다. 하단 수납함에는 무선 충전 데크도 있다.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것.
변속 레버도 최신 전자식이다. 덕분에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졌고 기어 레버가 차지하는 공간도 줄일 수 있었다. 그 뒤로 티슈 상자를 넣을 수 있을 만큼 큰 수납함이 있다. 상급 모델에서 롤러 방식으로 택하던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도 XC40에서는 센터페시아의 작은 버튼으로 대체됐다.
도어 패널에는 넓은 수납함이 있다. 1리터 물병과 노트북도 넣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에 그릴의 점선 디자인을 표현한 것도 재미있는 구성이다.
XC40은 휠베이스가 2702mm에 이른다. 뒷좌석도 동급과 비교해 넉넉하다.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여유롭다. 소형 SUV 급 차량이라지만 준중형급 SUV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컵홀더의 위치가 상당히 독특한데, 도어 패널이 아니라 뒷좌석 시트 구석에 자리한다.
트렁크 용량은 479리터로 일상에서 불만 없을 수준이다. 여기에 바닥 패널을 활용해 파티션을 나눌 수도 있다.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최대 1336리터의 공간을 얻을 수도 있다.
R-디자인 전용 사양으로 주황색을 띠는 라바 카펫과 도어 인서트가 있다. 문을 열자 눈에 띄는 것도 이 카펫이다. 이 소재는 100% 재활용된다. 흰색 박음질 장식으로 포인트를 더했고 시트는 타공 나파 가죽과 누벅 직물로 마감했다. 다만 재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외적으로, 또한 실내 구성도 충분히 좋다. 하지만 XC40의 진가는 동급 모델을 넘어, 상급 모델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안전장비에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표지판 인식,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반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도 있다. 무엇보다 반자율 주행 기능으로 분류되는 파일럿 어시스트의 성능이 꽤나 좋다. 요즘 너도나도 이런 기능을 넣고 있는데 기능의 적용 유무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실제 주행에서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는 그중에서도 상급 레벨에 속하는 성능을 갖췄다.
볼보 XC40의 자동 주차 기능
파노라믹 선루프도 전 트림 기본 사양이다. 자동 주차 기능도 갖췄는데 인식률도 좋은 편이며 출차까지 지원된다. 이 장비들만 따지면 상급 모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참고로 국내에서 경쟁하는 재규어 E-페이스는 반자율 주행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엔진 출력이 조금 더 높긴 한데 최상급 모델의 가격이 7천만 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이제 XC40의 달리기 실력을 보자. 유럽 전문 매체들이 꼽은 최고의 차라는 타이틀이 기대감을 키운다. 국산차들은 올해의 차 본선에만 진출해도 난리 법석인데 볼보는 의외로 조용한 모습이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그동안 볼보가 만든 최신 SUV를 보자. XC60과 XC90의 시동을 걸려면 기어 레버 옆 스위치를 돌려야 했다. 하지만 XC40은 보편적인 시동 버튼을 사용한다. 조금 더 익숙한 느낌이다.
왼쪽부터 볼보 XC40의 시동 버튼, XC60의 시동 버튼
2.0리터의 가솔린 터보 엔진을 회전시킨다. 가솔린이지만 디젤과 유사한 음색을 내는데 볼보 모듈러 엔진들의 특징이다. 아이들 정숙성은 약 42.0 dBA 수준으로 일반 가솔린 엔진으로는 다소 높은 편이다. 이는 엔진을 강제 구동 시켰을 때의 수치다. 보편적인 환경에서는 오토스탑에 의해 엔진이 정지하니 문제 될 내용은 아니다. 또한 진동에 대한 불만이 없다.
주목할 것은 주행 소음이다. 테스트 결과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릴 때 약 58.5 dBA 수준의 보였다. 이는 정숙성 좋다는 국산 준대형급 세단과 유사한 수치다. 무엇보다 XC40의 타이어를 생각하면 꽤나 조용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스포츠성을 지향하는 타이어는 노면 저항값이 높아 소음이 큰 편인데 이 조건에서도 XC40이 이와 같은 수치를 보였다는 점은 꽤나 의미 있는 내용이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의 반응이 빠르다. 터보차저 엔진의 약점이 되는 터보랙 현상도 느끼기 힘들다. 특히나 저 rpm에서 활성화되는 토크가 인상적이다. 다만 고 rpm으로 가면 토크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엔진룸 속에 있다. 엔진룸 우측에 위치한 터보차저. 매우 작은 사이즈를 갖고 있다. 1.5리터 급 미만, 아니 경차에 어울릴 사이즈다. 흡기관의 사이즈를 봐도 구경이 작다. 작은 사이즈의 터보차저는 매우 적은 수준의 배기가스로도 충분한 회전력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특징은 빠른 엔진 반응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높은 rpm에서는 많은 양의 공기를 압축, 전송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일정 수준 이상까지 토크를 향상시키기 어렵다.
셋업 특징으로 본다면 시내 주행, 고속도로 정속 주행 같은 환경에 의미를 두고 있다. 고속주행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아쉬움이 될지 모르지만 시내 주행이 주를 이루는 소비자들에게는 편안한 주행 느낌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볼보도 8단 사양을 많이 사용한 터라 이제 완성도가 상당하다. 변속 충격도 없고, 무난한 반응 속도를 낸다. 기어비도 적정 수준이다.
XC40 T4의 가속 성능은 얼마나 될까? 0-100km/h 가속 시간 기준, 제조사 발표 수치는 8.5초다. 하지만 결과는 딱 10초로 계측됐다. 그리고 여기엔 2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날씨다. 테스트 당일 기온은 섭씨 35~36도 수준. 그리고 매우 습했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대배기량 저압터보 엔진이라면 성능 편차가 적지만 2리터 급 배기량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환경이다. 지난해 우리 팀이 테스트한 캐딜락 ATS(2.0T)는 한여름에 7.1초의 기록을 냈지만 겨울에는 5.9초까지 대폭 줄어든 성능을 보였다.
한여름만 피해 간다면 최소 0.5초는 여유롭게 줄일 듯하다. 터보차저 특성상 1.0초까지 가능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머지 0.5초 혹은 그 이상을 줄이려면 한가지 조건이 더 붙어야 한다. 휠 사이즈의 축소다. R-디자인과 인스크립션 트림에는 19인치 휠이 기본이다. 하지만 모멘텀 트림에는 18인치가 달린다. 휠의 사이즈가 커지면 멋스러움이 잘 표현되지만 효율 면에서 이점이 크지는 않다. 때문에 볼보 XC40이 가진 종합 성능 구현 차원에서 접근하면 모멘텀 트림이 가장 유리해진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이 XC40의 진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2.0터보 엔진 치고는 평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순간 XC40의 매력이 확인된다. 그리고 유럽 전문가들이 왜 ‘유럽 올해의 차’로 꼽았는지 알게 된다. 차량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민첩함을 떠난 날카로운 움직임이다. 서스펜션도 보다 공격성 짙은 모습으로 코너를 제압해 나간다. 그렇다면 한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바로 승차감 문제.
XC40은 조금 단단한 느낌을 전한다. 하지만 승차감을 잃게 만드는 성능 지향적 셋업은 아니다. 성능과 승차감의 중심에서 미미하게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승차감을 내면서 이와 같은 민첩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싶다.
여느 SUV들처럼 큰 충격이 들어와도 부담감이 크지 않다. 적당히 짧고 부드럽게 맞받아치는 느낌만 줄 뿐이다. 코너링? 바디롤 억제 능력은 물론 순수 코너링 성능이 대단한 수준이다. 사실 타이어만 봐도 XC40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XC40은 스포츠 타이어인 피렐리 P ZERO를 기본 OE 타이어로 채용했다. 이 타이어는 순수 그립 외에도 핸들링에도 큰 도움을 준다. 타이어의 한계가 높기 때문에 어지간한 환경에서 타이어 마찰음을 들을 이유가 없다. 또한 한계를 살짝 넘어가면 자세제어장치가 안정적으로 차체를 컨트롤 해주기에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
차체의 견고함도 칭찬할 부분이다. 과거 볼보의 모델을 떠올려보자. 과거 T6 엔진은 2.9리터 배기량을 기반으로 270마력대 성능을 냈다. 고 rpm에 도달해 확하고 밀고 나가는 전통적인 터보 엔진의 특성을 가졌었다. 하지만 차체나 섀시가 이 성능을 받혀 주질 못했다. 때문에 고출력을 바탕으로 다소 허둥거리던 차체를 잡아내며 운전 기술을 키워야 했다.
반면 지금의 볼보 신차들은 다르다. 차체부터 견고하게 만들고 프리미엄 유럽차 다운 안정감 있는 섀시를 추가 설정한다. 수년 전 볼보를 소유했던 운전자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로 넘어간 이후 다시금 현 세대 볼보를 만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너무나 극적인 변화가 반기기 때문이다.
뭔가 10% 이상 허술한 것이 볼보의 매력이었는데 지금의 볼보는 독일차 보다 더 독일차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볼보 XC40에는 4륜 구동 시스템이 장착된다. 이 시스템은 여느 모델처럼 전륜구동(FF)을 기초로 상황에 따라 후륜에 토크를 몰아주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기본 성능이 워낙 좋은 편이라 일상에서 리어 휠에 토크가 몰리는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XC40의 AWD 시스템은 5세대 할덱스(HALDEX) 제품을 기반으로 한다. 정속 주행 등 부하가 적은 환경을 만나면 리어 액슬로 전해지는 동력을 배제해 연비를 높이기도 한다. 참고로 후륜에 보낼 수 있는 최대 토크는 50% 까지다.
볼보 XC40 T4의 제동력은 어떨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보면 초기 응답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초기 응답성이 빠를 뿐 후반까지 일정한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 시속 100km로 달리다 급제동했을 때의 제동거리도 좋았다. XC40은 37.2m 내외를 기록했는데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이상의 성능이다. 무엇보다 뜨거운 여름 환경, 반복된 시험에서도 1m 이상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거 볼보는 현대차만큼이나 제동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줬는데 최신 볼보 모델들은 스포츠카 수준의 제동력도 낸다. 특히나 세단인 S90 테스트 때 매우 놀랐다. 억대 스포츠카 수준의 제동 성능을 보였기 때문.
고속주행 안정감도 좋다. 적당히 단단한 느낌을 중심으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나 쉬지 않고 200km 이상의 거리를 달렸음에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물론 시트의 영향도 상당한데, 볼보는 시트 설계에 많은 신경을 쓰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여기에 오토파일럿 기능이 빛을 발한다. 물론 이는 부가적인 안전장비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막히는 환경에서 운전자에게 쉬어 갈 여유의 시간을 준다는 점이 좋긴 하다. 더욱이 타사 제품 대비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이점이다.
참고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속도 설정을 잘해야 한다. 보통의 차량들은 속도계가 100km/h를 가리킬 때 실제 속도가 3~5km/h 낮게 설정된다. 반면 볼보 XC40은 딱 1km/h의 오차만 보였다. 사실상 오차가 없다고 봐도 된다.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어땠을까?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을 할 때 15.5~16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고저차가 즐비한 구간에서의 시험이니 평탄한 곳을 달린다면 조금 더 높은 연비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볼보 XC40은 매우 뛰어났다.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테스트한 모델 중에서도 손꼽힐 모델이다. 30~40대 운전자가 패밀리카로 이용하기에도 좋았지만 20~30대 여성 운전자 또는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서는 30~40대 여성 운전자에게 더없이 추천하고 싶은 모델이다. 자동 주차 기능도 좋지만 긴급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여기에 볼보가 자랑하는 충돌 안전성은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XC40의 선택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다. 바로 주문 후 5~6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 볼보 XC60도 출시 이후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며 차량 인도까지 수개월이나 지체 시켰다. 그리고 이번 XC40도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물론 세계적인 인기로 국내에 배정받은 물량이 적다는 것이 이유이긴 하다. 하지만 볼보코리아가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주면 안 될까?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에 익숙하다. XC40은 기다림의 가치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모델이지만 아마도 그 시간을 기다리다 이탈하는 소비자들도 많을 것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면 그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빨리 전해주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우리 팀이 꼽은 XC40의 단점이다.
이번에는 SUV 중에서도 소형 SUV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한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 자토(JATO)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2018년 5월 기준, 유럽시장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장르가 소형 SUV였다.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37%나 껑충 뛰었다. 컴팩트 SUV도 23%까지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소형 SUV의 성장세가 빠르다 보니 크게 주목받지 못할 정도가 됐다.
소형 SUV.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본다면 쌍용 티볼리를 중심으로 현대 코나, 기아 니로 & 스토닉,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가 이 그룹에 속한다. 해외에서는 폭스바겐 T-Roc, 시트로엥 C3 에어크로스, 오펠 크로스랜드 등이 있다. QM3의 유럽 버전인 르노 캡처는 전년대비 판매량이 26%나 성장하며 소형 SUV 시장을 휩쓰는 중이다.
소형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대중 브랜드가 전부다. 하지만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니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벤츠가 GLA를 개발했고 BMW는 X2를 내놨다. 재규어도 E-페이스를 판매한다. 아우디는 Q3보다 작은 Q2까지 개발했다.
여기에 볼보가 XC40으로 맞불을 놨다. 그리고 수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2018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면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올해의 차를 대표하는 최고 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XC40에 있어 꽤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 경쟁자가 많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 GLA와 재규어 E-페이스 정도뿐이다. 빠른 시장 예측을 바탕으로 등장한 XC40이 볼보의 성장에 얼마만큼 기여할지 이제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XC40 탄생, 여기엔 재미있는 배경이 있다. 지난 2016년 5월, 볼보는 2가지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이름도 특이하다 40.1과 40.2다. “40”이라는 것은 40 클러스터, 다시 말해 V40, XC40과 같은 40 시리즈라는 의미다. 40.1과 40.2는 향후 등장할 40 클러스터의 시안이라 생각하면 된다. 40.1은 소형 SUV의 형태를, 40.2는 S60 크로스컨트리처럼 ‘소형 세단+오프로드’의 성격이 가미된 크로스오버카였다.
2가지 컨셉트카를 내놓고 볼보는 “뭐가 더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볼보는 40.1 컨셉트의 양산을 결정했고 그렇게 XC40을 만들었다.
XC40은 컨셉트카가 그대로 양산된 모습이다. 그릴의 디테일 정도만 다를 뿐 헤드램프나 범퍼, 심지어 휠 디자인까지 거의 동일하다. 참고로 XC40의 플랫폼은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를 기초로 했다. XC40은 이 플랫폼을 사용한 첫 모델로 향후 나올 볼보의 다양한 모델에도 쓰일 예정이다.
볼보의 막내 SUV답게 귀여운 디자인을 갖는다. 동시에 볼보 만의 차분함이 느껴진다. 토르의 망치로 불렸던 T자형 주간 주행등은 Y자 형상으로 변경됐다. 컨셉트카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범퍼 디자인도 중후함보다는 젊은 감각에 초점을 맞췄다. 차량 외부를 브러시드 효과를 입힌 금속 장식으로 꾸며 하위 모델답지 않은 고급스러움까지 느끼게 했다.
XC40의 가장 큰 디자인 특징은 측면에 있다. 수평선을 그리다가 갑자기 상승하는 벨트라인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2열 도어 유리창 형태가 독특한 모습이 됐다. 로커패널 부위도 움푹 패도록 디자인해 심심하지 않다. 휠도 19인치 사이즈를 사용하는데, 이 덕분에 컨셉트카와 같은 비율을 느끼게 한다.
후면부도 새롭다. 특히 ‘ㄴ’자형 리어 램프가 슬림하게 변했다. 닛산의 부메랑 램프와 유사한 이미지를 주는 것 같다. 내부 조명이 세련된 모습이라 볼보만의 독창적인 이미지가 잘 느껴진다. 굴곡진 테일게이트와 듀얼 머플러 디자인도 작은 SUV만의 개성을 표현해주는 부분이다.
테스트 모델은 XC40 중에서도 R-디자인 트림이다. 블랙 투톤 색상의 외관에 검은색 점선 형태로 멋을 낸 그릴과 C-필러 부위에 R-디자인 로고가 삽입된 것이 특징. R-디자인 트림은 19인치 휠이 기본이다. 입문 성격의 모멘텀 트림은 18인치를 사용한다.
인테리어는 미니멀리즘을 표현했다. 동시에 볼보만의 디자인 특징을 유지한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9인치 세로형 센터페시아 모니터, 모니터 하단의 버튼은 볼보 모델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구성이다.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이 장착된다. 스티어링 휠 스포크 테두리는 금속 마감을 더해 세련미를 추구했다. 스티어링 휠 가죽 마감을 위한 박음질도 깔끔하다. 박음질은 ‘X’자 방식이 아닌 ‘II’자 같은 형태다. 인피니티가 Q50에서 보여주었던 내용이다. 의미 없는 부분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스티어링 휠을 쥘 때의 감촉이 다르다. 이런 기법을 입문형 SUV에 적용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뿐만 아니다. 패들을 장착하고 손이 닿는 안쪽 부분을 마감해 조작성을 키웠다.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 완성도를 높인 느낌이다. 이 패들은 R-디자인 트림에만 적용된다.
센터페시아 양옆에 자리한 송풍구 디자인도 독특하다. 다른 모델에서는 볼보만의 특징이다. 모니터 하단의 버튼류도 금속 테두리로 멋을 더했다. 중앙 다이얼은 다이아몬드 커팅 기법을 활용해 멋을 냈다. 하단 수납함에는 무선 충전 데크도 있다. 최신 트렌드를 따르는 것.
변속 레버도 최신 전자식이다. 덕분에 디자인 자유도가 높아졌고 기어 레버가 차지하는 공간도 줄일 수 있었다. 그 뒤로 티슈 상자를 넣을 수 있을 만큼 큰 수납함이 있다. 상급 모델에서 롤러 방식으로 택하던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도 XC40에서는 센터페시아의 작은 버튼으로 대체됐다.
도어 패널에는 넓은 수납함이 있다. 1리터 물병과 노트북도 넣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에 그릴의 점선 디자인을 표현한 것도 재미있는 구성이다.
XC40은 휠베이스가 2702mm에 이른다. 뒷좌석도 동급과 비교해 넉넉하다.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 모두 여유롭다. 소형 SUV 급 차량이라지만 준중형급 SUV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컵홀더의 위치가 상당히 독특한데, 도어 패널이 아니라 뒷좌석 시트 구석에 자리한다.
트렁크 용량은 479리터로 일상에서 불만 없을 수준이다. 여기에 바닥 패널을 활용해 파티션을 나눌 수도 있다.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최대 1336리터의 공간을 얻을 수도 있다.
R-디자인 전용 사양으로 주황색을 띠는 라바 카펫과 도어 인서트가 있다. 문을 열자 눈에 띄는 것도 이 카펫이다. 이 소재는 100% 재활용된다. 흰색 박음질 장식으로 포인트를 더했고 시트는 타공 나파 가죽과 누벅 직물로 마감했다. 다만 재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외적으로, 또한 실내 구성도 충분히 좋다. 하지만 XC40의 진가는 동급 모델을 넘어, 상급 모델과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안전장비에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표지판 인식,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반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도 있다. 무엇보다 반자율 주행 기능으로 분류되는 파일럿 어시스트의 성능이 꽤나 좋다. 요즘 너도나도 이런 기능을 넣고 있는데 기능의 적용 유무도 중요하지만 이것이 실제 주행에서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는 그중에서도 상급 레벨에 속하는 성능을 갖췄다.
파노라믹 선루프도 전 트림 기본 사양이다. 자동 주차 기능도 갖췄는데 인식률도 좋은 편이며 출차까지 지원된다. 이 장비들만 따지면 상급 모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참고로 국내에서 경쟁하는 재규어 E-페이스는 반자율 주행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엔진 출력이 조금 더 높긴 한데 최상급 모델의 가격이 7천만 원 수준까지 치솟는다.
이제 XC40의 달리기 실력을 보자. 유럽 전문 매체들이 꼽은 최고의 차라는 타이틀이 기대감을 키운다. 국산차들은 올해의 차 본선에만 진출해도 난리 법석인데 볼보는 의외로 조용한 모습이다. 마치 당연한 것처럼.
그동안 볼보가 만든 최신 SUV를 보자. XC60과 XC90의 시동을 걸려면 기어 레버 옆 스위치를 돌려야 했다. 하지만 XC40은 보편적인 시동 버튼을 사용한다. 조금 더 익숙한 느낌이다.
2.0리터의 가솔린 터보 엔진을 회전시킨다. 가솔린이지만 디젤과 유사한 음색을 내는데 볼보 모듈러 엔진들의 특징이다. 아이들 정숙성은 약 42.0 dBA 수준으로 일반 가솔린 엔진으로는 다소 높은 편이다. 이는 엔진을 강제 구동 시켰을 때의 수치다. 보편적인 환경에서는 오토스탑에 의해 엔진이 정지하니 문제 될 내용은 아니다. 또한 진동에 대한 불만이 없다.
주목할 것은 주행 소음이다. 테스트 결과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릴 때 약 58.5 dBA 수준의 보였다. 이는 정숙성 좋다는 국산 준대형급 세단과 유사한 수치다. 무엇보다 XC40의 타이어를 생각하면 꽤나 조용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본격적인 스포츠성을 지향하는 타이어는 노면 저항값이 높아 소음이 큰 편인데 이 조건에서도 XC40이 이와 같은 수치를 보였다는 점은 꽤나 의미 있는 내용이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의 반응이 빠르다. 터보차저 엔진의 약점이 되는 터보랙 현상도 느끼기 힘들다. 특히나 저 rpm에서 활성화되는 토크가 인상적이다. 다만 고 rpm으로 가면 토크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이유는 엔진룸 속에 있다. 엔진룸 우측에 위치한 터보차저. 매우 작은 사이즈를 갖고 있다. 1.5리터 급 미만, 아니 경차에 어울릴 사이즈다. 흡기관의 사이즈를 봐도 구경이 작다. 작은 사이즈의 터보차저는 매우 적은 수준의 배기가스로도 충분한 회전력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특징은 빠른 엔진 반응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높은 rpm에서는 많은 양의 공기를 압축, 전송하는 데 한계가 있어 일정 수준 이상까지 토크를 향상시키기 어렵다.
셋업 특징으로 본다면 시내 주행, 고속도로 정속 주행 같은 환경에 의미를 두고 있다. 고속주행을 즐기는 소비자에게는 아쉬움이 될지 모르지만 시내 주행이 주를 이루는 소비자들에게는 편안한 주행 느낌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변속기는 8단 자동이다. 볼보도 8단 사양을 많이 사용한 터라 이제 완성도가 상당하다. 변속 충격도 없고, 무난한 반응 속도를 낸다. 기어비도 적정 수준이다.
XC40 T4의 가속 성능은 얼마나 될까? 0-100km/h 가속 시간 기준, 제조사 발표 수치는 8.5초다. 하지만 결과는 딱 10초로 계측됐다. 그리고 여기엔 2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날씨다. 테스트 당일 기온은 섭씨 35~36도 수준. 그리고 매우 습했다.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대배기량 저압터보 엔진이라면 성능 편차가 적지만 2리터 급 배기량에겐 다소 부담스러운 환경이다. 지난해 우리 팀이 테스트한 캐딜락 ATS(2.0T)는 한여름에 7.1초의 기록을 냈지만 겨울에는 5.9초까지 대폭 줄어든 성능을 보였다.
한여름만 피해 간다면 최소 0.5초는 여유롭게 줄일 듯하다. 터보차저 특성상 1.0초까지 가능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나머지 0.5초 혹은 그 이상을 줄이려면 한가지 조건이 더 붙어야 한다. 휠 사이즈의 축소다. R-디자인과 인스크립션 트림에는 19인치 휠이 기본이다. 하지만 모멘텀 트림에는 18인치가 달린다. 휠의 사이즈가 커지면 멋스러움이 잘 표현되지만 효율 면에서 이점이 크지는 않다. 때문에 볼보 XC40이 가진 종합 성능 구현 차원에서 접근하면 모멘텀 트림이 가장 유리해진다.
하지만 파워트레인이 XC40의 진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2.0터보 엔진 치고는 평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순간 XC40의 매력이 확인된다. 그리고 유럽 전문가들이 왜 ‘유럽 올해의 차’로 꼽았는지 알게 된다. 차량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민첩함을 떠난 날카로운 움직임이다. 서스펜션도 보다 공격성 짙은 모습으로 코너를 제압해 나간다. 그렇다면 한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바로 승차감 문제.
XC40은 조금 단단한 느낌을 전한다. 하지만 승차감을 잃게 만드는 성능 지향적 셋업은 아니다. 성능과 승차감의 중심에서 미미하게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이런 승차감을 내면서 이와 같은 민첩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싶다.
여느 SUV들처럼 큰 충격이 들어와도 부담감이 크지 않다. 적당히 짧고 부드럽게 맞받아치는 느낌만 줄 뿐이다. 코너링? 바디롤 억제 능력은 물론 순수 코너링 성능이 대단한 수준이다. 사실 타이어만 봐도 XC40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XC40은 스포츠 타이어인 피렐리 P ZERO를 기본 OE 타이어로 채용했다. 이 타이어는 순수 그립 외에도 핸들링에도 큰 도움을 준다. 타이어의 한계가 높기 때문에 어지간한 환경에서 타이어 마찰음을 들을 이유가 없다. 또한 한계를 살짝 넘어가면 자세제어장치가 안정적으로 차체를 컨트롤 해주기에 부담이 따르지 않는다.
차체의 견고함도 칭찬할 부분이다. 과거 볼보의 모델을 떠올려보자. 과거 T6 엔진은 2.9리터 배기량을 기반으로 270마력대 성능을 냈다. 고 rpm에 도달해 확하고 밀고 나가는 전통적인 터보 엔진의 특성을 가졌었다. 하지만 차체나 섀시가 이 성능을 받혀 주질 못했다. 때문에 고출력을 바탕으로 다소 허둥거리던 차체를 잡아내며 운전 기술을 키워야 했다.
반면 지금의 볼보 신차들은 다르다. 차체부터 견고하게 만들고 프리미엄 유럽차 다운 안정감 있는 섀시를 추가 설정한다. 수년 전 볼보를 소유했던 운전자가 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로 넘어간 이후 다시금 현 세대 볼보를 만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너무나 극적인 변화가 반기기 때문이다.
뭔가 10% 이상 허술한 것이 볼보의 매력이었는데 지금의 볼보는 독일차 보다 더 독일차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볼보 XC40에는 4륜 구동 시스템이 장착된다. 이 시스템은 여느 모델처럼 전륜구동(FF)을 기초로 상황에 따라 후륜에 토크를 몰아주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기본 성능이 워낙 좋은 편이라 일상에서 리어 휠에 토크가 몰리는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다. XC40의 AWD 시스템은 5세대 할덱스(HALDEX) 제품을 기반으로 한다. 정속 주행 등 부하가 적은 환경을 만나면 리어 액슬로 전해지는 동력을 배제해 연비를 높이기도 한다. 참고로 후륜에 보낼 수 있는 최대 토크는 50% 까지다.
볼보 XC40 T4의 제동력은 어떨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보면 초기 응답성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초기 응답성이 빠를 뿐 후반까지 일정한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어 만족감이 높다. 시속 100km로 달리다 급제동했을 때의 제동거리도 좋았다. XC40은 37.2m 내외를 기록했는데 소형 SUV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 이상의 성능이다. 무엇보다 뜨거운 여름 환경, 반복된 시험에서도 1m 이상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과거 볼보는 현대차만큼이나 제동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을 줬는데 최신 볼보 모델들은 스포츠카 수준의 제동력도 낸다. 특히나 세단인 S90 테스트 때 매우 놀랐다. 억대 스포츠카 수준의 제동 성능을 보였기 때문.
고속주행 안정감도 좋다. 적당히 단단한 느낌을 중심으로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다. 특히나 쉬지 않고 200km 이상의 거리를 달렸음에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물론 시트의 영향도 상당한데, 볼보는 시트 설계에 많은 신경을 쓰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여기에 오토파일럿 기능이 빛을 발한다. 물론 이는 부가적인 안전장비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막히는 환경에서 운전자에게 쉬어 갈 여유의 시간을 준다는 점이 좋긴 하다. 더욱이 타사 제품 대비 신뢰도가 높다는 점도 이점이다.
참고로 고속도로를 달릴 때 속도 설정을 잘해야 한다. 보통의 차량들은 속도계가 100km/h를 가리킬 때 실제 속도가 3~5km/h 낮게 설정된다. 반면 볼보 XC40은 딱 1km/h의 오차만 보였다. 사실상 오차가 없다고 봐도 된다.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어땠을까?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을 할 때 15.5~16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고저차가 즐비한 구간에서의 시험이니 평탄한 곳을 달린다면 조금 더 높은 연비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볼보 XC40은 매우 뛰어났다. 올해 1월부터 지금까지 테스트한 모델 중에서도 손꼽힐 모델이다. 30~40대 운전자가 패밀리카로 이용하기에도 좋았지만 20~30대 여성 운전자 또는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서는 30~40대 여성 운전자에게 더없이 추천하고 싶은 모델이다. 자동 주차 기능도 좋지만 긴급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여기에 볼보가 자랑하는 충돌 안전성은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XC40의 선택에 발목을 잡는 부분이 있다. 바로 주문 후 5~6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 볼보 XC60도 출시 이후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며 차량 인도까지 수개월이나 지체 시켰다. 그리고 이번 XC40도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 물론 세계적인 인기로 국내에 배정받은 물량이 적다는 것이 이유이긴 하다. 하지만 볼보코리아가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주면 안 될까? 한국 사람들은 ‘빨리빨리’에 익숙하다. XC40은 기다림의 가치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모델이지만 아마도 그 시간을 기다리다 이탈하는 소비자들도 많을 것이다.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면 그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빨리 전해주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우리 팀이 꼽은 XC40의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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