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V60 R디자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기술
컨텐츠 정보
- 684 조회
- 목록
본문
◆ 페달 조작없이 서울에서 강릉까지
야밤에 강원도 강릉을 향해 달렸다. 서울 시내를 재빨리 지나 고속도로에 올랐다. 그리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 강릉항 여객터미널까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한번 건드리지 않고 달릴 심산이다. 믿음직스러운 볼보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하면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설정한 속도까지 꽤 빨리 도달한다. 발진 감각이 약간 이질적이지만 동승자는 모른다. 아마 강릉까지 이 차 스스로 가감속을 했다곤 전혀 눈치채지 못할거다. 시속 30km부터 200km까지 설정이 가능하다. 독일 아우토반 같은 도로라면 맘놓고 최고속도까지 설정해도 되겠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그릴에 부착된 레이더 센서로 작동한다. 앞차와의 거리 조절이 가능하고, 완전히 정차한 후 출발도 가능하다.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꽤 흔해졌지만 정차 후 재출발까지 책임지는 일은 흔치 않다. 볼보는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탑재하는 브랜드다. 그리고, 그 조작이 스티어링휠의 버튼만으로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삼십분 정도 지났을까.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스티어링휠 조작만으로는 확실히 허전하다. 오른발로 차와 긴밀한 교신을 나누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피로도는 분명 적겠으나, 몸이 편해지니 졸음까지 엄습해온다. 때마침 V60 R디자인은 내 불규칙한 스티어링휠 조작에 ‘삐삐’ 경고음을 울리며 ’운전자 경고 컨트롤(DAC)’를 시전했다. 이 녀석, 어떻게 알았지? 권유는 고맙지만, 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 강릉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를 놓치지 않으려면, 쉬지 않고 달려야 했다.
◆ 5기통은 이제 안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동작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경쾌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볼보는 그간 고집스럽게 고수하던 5기통 엔진을 내려놨다. 4기통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을 확대하는 중이다. 특히 볼보는 앞으로 4기통 엔진만을 사용할 계획이다.
드라이브-E로 불리는 이 파워트레인은 가솔린과 디젤이 동일한 엔진 블록을 사용한다. 크랭크 샤프트나 상당수 부품도 동일하다. 각 연료에 대한 설정값만 달라진다. 각기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터보 차저나 슈퍼 차저를 탑재하고, 둘다 장착하는 경우도 있다. 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더할 수 있다.
엔진 크기는 작아졌지만 힘은 더 좋아졌다. 특히 V60 R디자인에 장착된 2.0리터 D4 엔진은 매우 준수하다. 독일 브랜드와 비교해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힘도 힘이지만, 회전이 부드럽고 매끈하다. 가솔린 엔진의 경쾌함까지 느껴진다. 아이신 8단 변속기와 조합되면서 물 흐르듯 속도를 높인다. 또 언제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40.8kg.m에 달하는 두터운 토크를 느낄 수 있다.
◆ 헤드램프는 운전자보다 바쁘다
심야주행은 어려모로 난관이 많다. 피로도가 몇배는 증가한다. 시야는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대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가로등이 없는 도로가 많고, 마주오는 차의 강한 빛이 시야를 방해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업체는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볼보는 이와 관련한 기술을 가장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산길은 예상보다 더 캄캄했다. 볼보 V60 R디자인의 헤드램프는 운전자보다 더 바삐 움직였다. 2세대로 발전한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은 앞유리에 달린 카메라와 제어장치를 통해 작동한다. 어두운 도로에서는 스스로 하이빔을 작동하다가도 일정량의 빛이 감지되면 그 각도와 세기를 줄인다.
빛 감지를 통한 반응이 한층 향상된 점은 고무적이다. 예전 시스템이나 다른 브랜드의 하이빔 컨트롤은 맞은 편 운전자에게 눈부심을 선사하기 일쑤였다. 볼보에게선 나만 잘보이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인드 따윈 찾아볼 수 없다. 또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각도가 변하는 ‘액티브 벤딩 라이트’는 기본이다. 램프는 양방향으로 최대 15도까지 방향을 튼다.
◆ 미래차는 그야말로 '자동차'
어느새 강릉IC를 빠져나왔다. 여전히 발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대로 성공인가 싶었다. 그렇지만 시내로 접어들자 마자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새벽이라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받아줄 앞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전은 허무하게 끝났다. 신호등을 인식하지 못하는게 좀 아쉽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차가 진화할수록 운전자는 할일이 줄어든다. 손맛을 느낄 수 있었던 수동변속기는 천연기념물화 된지 오래다. 머지 않아 페달도 그렇게 될거고, 궁극적으로는 스티어링휠마저 없는 차를 탈 날이 올거다. 볼보는 이같은 미래 자동차에 대한 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가장 진보된 시스템을 양산차에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그들의 인간중심적인 철학이 더해져 그 변화가 더 안전하고 믿음직스럽게 느껴진다.
* 장점
1. 기본으로 적용된 안전 및 편의사양은 수입차 중에서도 탑클래스.
2. 새로운 파워트레인. 가솔린과 디젤의 각 장점을 서로 공유한다.
3. V60은 왜건에 대한 인식을 바꿀만한 날렵한 디자인을 갖췄다.
* 단점
1. 엔진 성능은 좋지만, 스포티한 감성은 부족하다.
2. 엔진이 변경됐음에도 특유의 떨림과 소음은 여전하다.
3. 일부 실내 디자인은 여전히 ‘올드’해 보인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