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90 T8 AWD 엑설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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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고급화를 추구한다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사실 볼보는 ‘화려함’과 거리가 먼 브랜드다. 깔끔하고 수수하지만 실속 있고 차갑지만 따뜻함을 보여줬던 브랜드다. 볼보는 이를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라 표현한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보다 탑승자를 만족시키는 차. 그것이 볼보의 매력이다.
그런 볼보가 고급스럽고 화려함을 추구했다. 1억 원에 육박한 가격표도 붙였다. S90 엑설런스 얘기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S90 엑설런스, 하지만 이미 지난 2016년 처음 등장했다. 그것도 중국 시장에서 말이다. 중국 사양의 S90 엑설런스는 조수석을 없애고 라운지 콘솔(Lounge Console)이라는 것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3인승 세단이라는 독특한 구조였다.
2016 볼보 S90 Excellence
볼보는 중국에서만 팔던 S90 엑설런스를 해외 시장에서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내시장에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자인은 익숙하다. 이미 S90이 익숙하기 때문. 다만 1억이라는 가격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심심해 보이긴 한다. 그래도 윈도 프레임, 20인치 전용 휠, 엑설런스 엠블럼 등이 차별화 포인트다. 다른 S90 보다 살짝 달라 보이는 느낌이 드는데, 차체 길이를 12cm 늘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늘어난 차체 길이, 그 중심이 되는 휠베이스를 모두 뒷좌석 공간에 할당했다. 덕분에 휠베이스는 3m가 넘는다. 자연스레 뒷좌석 도어의 면적도 넓어졌다. S90 이긴 한데,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다. 그리고 플러그-하이브리드 특성에 맞춰 앞쪽에는 완속 충전 소켓을 달았다. 연료 주입구는 뒤쪽에 마련된다.
이제 실내를 보자. S90의 진가는 여기에 있으니까. 타공 처리와 박음질 장식으로 마감된 가죽, 원목 장식, 실제 금속을 활용한 포인트들이 눈에 띈다. 원목 장식은 호두나무로 만들었는데, 나뭇결까지 맞춰 조립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조각품을 연상시키는 마감을 시동 다이얼, 주행모드 선택 다이얼, 시가잭에 쓴 것도 특징이다.
천장 소재도 신경 썼는데, 심지어 선바이저까지 가죽으로 마감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기어 레버도 눈길을 끄는데, 오레포스(Orrefors)의 크리스털로 만들었다. 각종 소재와 마감만 따지고 보면 메르세데스-벤츠, 마세라티도 부럽지 않다.
앞좌석과 뒷좌석 시트 모두에 통풍, 열선, 마사지 기능도 달았다. 아무래도 뒷좌석에 비중을 뒀는데, 늘어난 휠베이스 덕에 레그룸이 넉넉하다. 2인승 독립 시트 구조도 특징.
3m에 달하는 휠베이스. 하지만 체감적으로 더 길게 느껴진다. 비슷한 휠베이스를 가진 제네시스 G80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무엇보다 무릎 공간이 꽤 넓다. 바닥에는 발판도 있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처럼 시트 슬라이딩은 안되지만 등받이 각도 조절은 가능하다. 그래도 어퍼 미들(중형급) 세단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전동식 선셰이드는 물론 뒷좌석에서 조수석 시트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원터치로 한 번에 조수석 시트를 옮기는 것이 아닌,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대형 세단들과 달리 조수석 시트가 완전히 접히지 않는다.
하지만 뒷좌석을 위한 일부 구성이 눈길을 끄는데, 오레포스 크리스털로 만든 특수 글라스(잔)가 2개 제공된다. 차량이 움직여도 글라스가 쓰러지지 않도록 글라스 바닥면을 없애고 홈에 꼽는 구조로 만들었다. 시트 중앙에 냉장고가 있는데, 샴페인 2병 정도 수납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된 2개의 글라스도 여기에 수납해 시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수납형 터치 패널도 있는데, 각종 기능들을 여기서 제어한다.
뒷좌석을 위한 테이블도 있고, 음료를 시원하게, 또는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온 기능의 컵홀더도 마련했다. 헤드레스트도 엑설런스 전용 사양이며, 시가잭이나 재떨이 등 중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도 갖고 있다.
전자기기 사용이 많아진 요즘 트렌드에 맞춰 전력 사용 부분도 신경 썼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부분에 USB 포트를, 뒷좌석 암레스트 안쪽에도 USB 포트와 220볼트 소켓을 달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냉장고가 추가되면서 트렁크에 돌출 공간이 생겼다. 골프 백은 2개까지만 적재될 것 같다. 독립식 전동시트 특성상 시트 폴딩이 안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이라면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 왜곡도 조금 큰 편이라 다소 아쉬웠다. 지난해 우리 팀이 테스트한 일부 현대차에도 같은 문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조금 더 보완이 되면 좋겠다.
편의 및 안전장비는 훌륭하다. 현재 볼보가 내놓은 모든 기능이 담겨있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까지 제어해 차선이탈을 막아주며 경고를 해주는 기능도 있다. 정차 및 재출발까지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티어링 시스템이 개입해주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및 방지, 상대방에게 눈부심을 전달하지 않으면서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LED 액티브 하이빔도 달렸다.
반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 II는 물론이며, 반대 차선 차를 모니터링해 브레이크를 사용하거나 스티어링에 개입해 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여주는 볼보만의 기능도 담았다.
사운드 시스템은 19개 스피커를 갖춘 바워스&윌킨스 제품이다. 3가지 음향 효과도 선택할 수 있다. 기본 효과인 ‘스테레오’에서 만족감이 가장 좋지만, ‘오케스트라’ 모드를 통해 공연장 있는 것 같은 입체감을 즐길 수도 있다. 다만 다른 볼보 모델에 채용된 사운드 시스템의 성능이 좋다 보니 1억 원에 육박한 차량 치곤 만족도가 크게 높지는 않았다. 뭔가 더 좋은 것을 보여줄 것 같았는데, 기존과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1억 원대 가격을 가진 동급 모델의 사운드 시스템도 대부분 쓸 만(?) 하기에 감흥이 적었을지 모른다.
앞에서 본 S90 엑설런스는 정말 좋았다. 적어도 서있는 상태, 뒷좌석에 앉았을 때 만족도가 대단했다. 그렇다면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T8 파워트레인, 오랜만에 경험하기에 기대감이 더 커진다.
시동을 걸었지만 적막함이 유지된다. T8 모델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본이다. 초기 발진 때도 전기모터가 부드럽게 차체를 이끌 뿐이다.
그렇다면 이 전기 모터의 성능은 어떨까? 엔진에 힘을 더해주는 수준인지 모터 자체만으로 차량을 구동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제원상 모터는 87마력과 24.5kgf·m의 성능을 갖는다.
주행 모드를 퓨어(Pure)로 바꾼다. 이는 전기모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드인데, 이때 계기판에 모터 동력 표시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다.
살며시 가속페달을 밟자, 정지 상태에서 10km/h를 가뿐하게 넘기고 40km/h 벽도 쉽사리 넘어선다. 속도는 계속 오른다. 그리고 시속 90km를 넘어서자 엔진 개입이 이뤄진다. 속도를 시속 100km까지 올린 이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다. 엔진이 멈춘다. 여기까지는 다른 하이브리드(특히 병렬식)도 가능하다.
다시 살며시 가속 페달을 밟는다. 엔진이 작동하기 전까지 살살 밟아야 한다. 그러자 다시 모터의 힘으로 속도를 올린다. 조금 신경 써야 하지만 작정하고 연비를 높이려 한다면 고속도로 제한 최고 속도인 시속 110km까지 전기 모터의 힘으로 달릴 수 있다. 연비? 연료를 써야 연비를 논할 수 있기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 배터리만 쓰고 있으니까.
전기 모터의 활용성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시내 주행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28km로 인증받았는데, 수도권 거주자, 만약 주행거리가 많지 않은 운전자가 배터리 충전만 잘 한다면 엔진 시동음을 들을 일이 없겠다.
퓨어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민감하게 조작할 필요도 없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는 이상 엔진은 작동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대로 고속에서나 엔진의 개입이 이뤄진다. 급가속이 아닌, 가속 페달을 중간 미만으로 밟는다면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다만 조작 계통의 감각에 대한 보완은 필요하다.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 때 특유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특히 브레이크 부분은 회생제동 이후 물리 제동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이질감이 크다. 토요타, 렉서스의 한 세대 전 시스템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이참에 계측장비를 통해 EV 모드에서의 최대 가속성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km까지 8.5초가 소요됐다. 경차를 타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대 가속을 끌어낼 때, 이 정도의 성능이 나온다. S90 T8 파워트레인은 가속 페달을 적당히 밟고도 그만한 성능을 냈다.
전기 모터의 성능을 확인했으니 엔진과 시너지를 내 볼 차례다.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부드럽지만 강하게 속도를 올린다. 굳이 비교하자면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가속감과 닮았다. 안정적이다. 다만 체감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 볼보는 T8 파워트레인이 405마력을 낸다는데, ‘정말 405마력인가?’라는 질문을 재차 던지게 된다. 우리 팀 스텝들은 300마력대 중반 정도의 체감 성능을 보여준다고 정리했다.
이제 T8 파워트레인이 보여준 본격 성능을 확인해 보자. 우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5.33초였다. 530마력의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가 5.18초, 430마력의 마세라티 기블리 S Q4가 5.19초 성능을 냈으니 400마력 급 파워트레인으로 충분한 능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실 배기량 2.0리터 엔진으로 만든 성능이라는 점이 놀랍다.
여기서 잠시 볼보가 어떻게 엔진을 구성하는지 보자. 기본은 2.0리터 엔진이다. 여기에 구성을 더해 190마력부터 405마력까지의 성능을 만든다. 터보차저를 쓰는 기본형 버전은 T4, 터보차저의 부스트 압력을 높여 고출력을 내도록 하면 T5가 된다. 터보차저 엔진에 슈퍼차저까지 더하면 T6, 터보차저와 슈퍼차저가 결합된 T6 엔진에 전기 모터까지 결합하면 T8로 거듭난다. 이렇게 하나의 배기량 속에서 4가지 엔진이 탄생하게 된 것.
T8 시스템은 엔진과 변속기가 앞바퀴를 굴리고 전기 모터가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쓴다. 타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인데, 미래에 대중적인 기술로 각광받을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보면 된다.
‘일렉트릭 액슬(Electric Axle)’, 줄여서 e 액슬(eAxle)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이 재미있는 것은 엔진만 쓸 때는 앞바퀴 굴림(FF) 자동차가 되고, 모터만 사용하면 후륜구동(RR) 차가 되며, 둘 다 사용하면 사륜구동(AWD) 자동차로 변하기 때문이다. 3가지 구동 방식을 다 갖추게 된 것.
무엇보다 엔진이나 변속기를 개조하지 않고 구동축에 모터만 추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엔진이나 변속기 활용이 자유롭고 모터를 전륜이나 후륜에 쓰느냐에 따라 구동방식도 편하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8 시스템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한다. 배터리의 용량은 10.4kWh. 일반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1kWh 내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10kWh 내외, 전기차가 40 ~ 80kWh 용량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배터리는 차량 중앙에 위치한다. 5인승 모델이 있긴 하나 배터리 탑재로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배터리 적재로 뒷좌석을 위한 중앙 송풍구도 사라졌다. 그 때문일까?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S90, XC90은 뒷좌석용 송풍구를 작동시킬 때 소음이 컸는데, 이번 모델에서는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
배터리
다시 배터리로 돌아가자. 10.4kWh에 달하는 배터리. 만약 이것이 방전된다면? 그래서 볼보는 10.4kWh의 배터리 중에서 약 8kWh 정도만 EV 모드에 할당했다. 그리고 남은 잔량을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쓴다.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제동을 하며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저장하는 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서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물론 배터리를 미리 충전해두는 것이 좋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특성상 급속 충전은 지원하지 않고 완속 충전만 사용 가능한데, 220볼트 기준 3시간 내외면 완충할 수 있다. 만약 외부 전력으로 충전이 어려운 경우는 엔진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키면 된다.
그리고 엔진을 썼을 때 얼마나 빨리 충전되는지 직접 테스트했다. 그 결과 배터리 힘으로 1km의 가기 위해 엔진을 4분 정도 공회전 시켜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렇다면 대략 50분 정도면 배터리 절반 이상을 충전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870rpm 정도를 유지하는데, 엔진에 부하가 걸리거나 조금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 낼 때는 엔진 회전수가 1400rpm까지 높아졌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들도 같다. 평상시엔 엔진 시동이 꺼져 있지만 배터리 충전 때는 rpm을 높여 쓰기에 (배터리 충전 때는) 소음에서 불리해진다.
단점이 없는 대단한 시스템 같지만 약점도 있다.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발생하는 정비 문제다. 또, 무게가 많이 늘어난다.
우리 팀이 직접 확인한 S90 엑설런스의 몸무게는 2162kg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560 4MATIC이 2220kg 수준이니 참고가 될 것이다. 기존 S90 T5의 무게는 1736kg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각종 장비가 S90 엑설런스의 무게 증가를 이끈 것이다. 무게가 늘어난 만큼 타이어도 고중량에 대응하는 전용 타이어를 쓴다. 타이어 1개당 하중 대응이 775kg나 된다. S90 엑설런스의 소비자가 향후 타이어를 교체할 때도 이런 점들을 꼭 감안해야 한다.
볼보의 제동력은 놀라움의 연속
S90 엑설런스. T8 파워트레인이 보여주는 강력한 가속 성능과 파워 유닛의 조화도 좋았지만 제동 성능이 놀라웠다. 우리 팀에게 전달된 S90 엑설런스의 누적거리는 200km를 넘어선 정도였다. 그리고 테스트를 시작할 즈음의 누적 주행거리가 500km 대였다. 브레이크 길들이기조차 되지 못했다. 브레이크가 길들여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제동 성능을 낼 수 없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테스트했던 혼다 파일럿이 그랬다. 브레이크 시스템 길들이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한 제동력을 끌어내면 패드가 망가진다. 심하면 패드가 뭉그러지며 조각이 떨어져 나간다. 또한 망가진 패드는 디스크를 크게 손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브레이크 시스템의 길들이기는 중요하다.
테스트 팀을 이끄는 김기태 PD는 2차례 테스트 이후 이상 증상이 있으면 테스트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제동 시스템의 손상 우려 때문이다.
이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제동 테스트를 진행했다. 게다가 무게도 2.2톤이 넘기 때문에 제동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결과? 반대였다. 최단거리 35.38m, 가장 많이 밀렸을 때 37m 대 초반을 기록했다. 만약 브레이크가 제 성능을 냈다면 제동거리는 더 짧아졌을 것이다. 우리 팀이 가장 좋아하는 제동 시스템은 마세라티와 BMW의 것이다. 브렘보(BREMBO) 제품을 쓰는 캐딜락의 것도 좋긴 한데, 제동 거리가 짧은 편은 아니다. 캐딜락의 시스템은 38~39m대의 성능을 계속 이어간다. 지속성에서 이점이 있고, 소음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제동거리 자체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과거를 회상해 보자. 볼보 모델과 와인딩 로드 주행. 분명 재미나는 일이다. 특히 해치백 C30 T5는 폭스바겐 GTI 만큼이나 매력적인 주행 능력을 뽐냈다. 하지만 제동력은 엔진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이후로 S60, S80 등등 대부분의 모델이 브레이크 패드에서 하얀 연기를 토하기 일쑤였다. 제동 시스템을 믿지 못하면 코너링 직전 제동 시점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가속 및 제동이란 두 가지 부분에서 손해를 보는 것.
하지만 지금의 볼보 모델들은 대단한 제동 능력을 보여준다. 지속성도 좋은 편이지만 제동 거리도 짧다. 특히 지난 3월 테스트한 크로스컨트리 V60 T5는 34.2m 내외의 제동거리로 우리 팀을 놀라게 했다. 이는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이다.
정리하자면 S90이 보여준 제동 성능. 대단한 수준이었다. 길들이기 이후 2.2톤의 무게를 제어하는 S90 T8의 제대로 된 제동 능력을 확인하고 싶다.
대형 세단 수준의 정숙성은 덤
가속과 제동 성능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정숙성이 남은 것. 단순히 엔진을 쓰지 않고 모터로만 달리니 조용한 것이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엔진이 구동되는 환경 안에서도 충분히 좋은 정숙성을 뽐냈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리에 대한 억제는 물론 엔진 소음 자체도 잘 막았다.
시속 80km로 주행하는 환경.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56.5 dBA의 수치를 보였다. 인위적으로 엔진을 가동한 환경에서 이 같은 결과를 만든 것. 정숙성 좋다는 제네시스 G90 5.0이 57.0 dBA을 보였고, S90 T5이 58.0 dBA을 기록한 바 있다. S90 엑설런스는 2중 접합유리, 타이어도 소음 저감 기술이 적용된 것을 쓴다. 이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흡차음재를 보강했을 것이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Zero, 245mm의 너비를 갖는다. 이 타이어는 볼보와 피렐리가 공동 개발한 전용 타이어다. 타이어에도 볼보 전용임을 뜻하는 ‘VOL’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중량에 대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PNCS(Pirelli Noise Cancelling System) 기술이 더해졌는데, 타이어 내부에 소음을 잡아주는 스펀지를 넣은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이어 자체가 만드는 소음을 최대 2~3데시벨까지 줄여준다.
타이어는 조용하기만 할까? 접지력도 좋았다. 마른 노면 성능이 좋았다는 얘기다. 특히 차량 무게를 생각했을 때 좋은 수준의 접지력이었다. 접지력의 한계에서 읽기 쉽다는 장점도 있었는데, 기존 피렐리 제품들은 접지 한계는 높았지만 그 순간 이후 갑자기 그립을 잃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반면 이번 타이어는 한계를 파악하기 쉽다. 볼보와 함께 개발한 타이어인 만큼 볼보의 목소리가 피렐리 측에 반영된 것일까?
코너링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 전기 모터로 AWD 능력을 구현한다지만 기본 운동성능을 바꾸지는 못한다. 사실 렉서스 하이브리드가 쓰는 AWD도 같은 맥락인데,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보조, 시내 주행 때 모터를 통해 연비를 높이는데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타이어 성능 덕분에 제법 재미난 주행을 펼칠 수 있어 좋았다.
기본적으로 가속, 제동, 코너링 성능 등 자동차의 기본 운동 성능 모두를 갖춘 S90 엑설런스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승차감이 남았기 때문.
테스트 패널들이 돌아가며 뒷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국내 브랜드들이 자랑하는 대형급 세단 보다 승차감이 좋았다. 제네시스 G90, 기아 K9은 물론 렉서스 LS보다도 좋은 승차감을 냈다. 중형급이지만 승차감이 약점인 일부 대형급 모델 보다 확실히 좋은 승차감을 내고 있었다. S-클래스와 비교한다면?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S-클래스는 그냥 고급차 시장에서 가장 편안한 대표 모델이다. 하지만 다른 어퍼 미들(중형급)과 비교한다면? 가격대가 유사한 벤츠 E400 4MATIC, BMW 540i xDrive 보다 확실히 좋다.
최근 볼보는 스웨덴 대사관에 S90 엑설런스를 전달했다. 국내로 들어온 S90 엑설런스 1호 차를 구입한 것. 주한 스웨덴 대사가 참 기뻤을 것 같다. 가뜩이나 큰 키 때문에 레그룸 긴 차를 원했을 터인데, 대형급 차의 승차감까지 갖췄다니.
주한 스웨덴 야콥 할그렌 대사와 S90 엑셀런스
뛰어난 승차감. 그렇다면 불안하지 않냐고? 부드럽다는 것과 주행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서스펜션이 단단해야만 안정적이라 믿는 일부 카마니아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그건 오래전 이야기다. 운전 실력이 뛰어난 일부 운전자들은 오히려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매력을 찾기도 한다. 바디롤? 적당한 바디롤은 자동차에게 필요한 요소다. 우리가 타는 자동차는 스포츠카, 경주차가 아니다. 매끄러운 서킷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칭찬한 S90. S90은 중국산이다. ‘Made in China’라는 표기도 붙어있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이 걱정할 것이다. 볼보 코리아가 저렴한 중국산을 들여온다는 얘기를 꾸준히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요즘 얘기하는 ‘팩트 체크’를 해보자. 현재 볼보는 전 세계에서 5개 공장을 운영한다. 스웨덴의 Torslanda 공장에서는 XC90, XC60, V90, V90 크로스컨트리를 만든다. 벨기에의 Ghent 공장에서는 V40, V40 크로스컨트리, XC40, S60, S60 크로스컨트리, V60, V60 크로스컨트리를 생산한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도 V40, S60, V60, XC60, S90, XC90을 만들지만 이는 동남아시아 전용이다. 그리고 중국에 공장이 2개 있다. 청두 공장에서는 S60L과 XC60를 생산한다. 이중 S60L은 미국으로도 수출된다. 다칭 공장에서는 S90과 S90L를 만든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모든 S90은 이 공장에서 제작된다.
한국 시장에 중국산 S90을 판매하는 것은 어떤 수작이 아니라 전 세계 생산과 판매 전략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공장에서 만드니 더 나쁘지 않냐고?
요즘 자동차는 최신 설비에서 탄생한다. 중국 노동자들이 담배 물고, 태블릿으로 동영상을 보며 S90을 조립할 것이라 상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새로운 공장에 낙후된 시설을 설치할 제조사는 없다. 또한 이런 최신 시설들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에러율도 낮춰준다. 오히려 최신 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품질이 더 나은 것이 보통이다.
잠시 타이어 쪽으로 가보자. 국내 타이어 3개사를 예로 제품의 성능이 아닌, 제품의 품질이 가장 좋은 제조사는 어디일까? 넥센이다. 최신 시설이 에러율이 낮은, 균일한 품질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아이폰은 물론 애플 일부 제품에서 볼 수 있는 문구다. 아이폰 중심 모델은 무려 100만 원대 중반에 팔린다. 최고가형 스마트폰이다. 어디서 만들어질까? 중국이다. 이것이 글로벌 시대가 말해주는 답이다. 중국산이라고 물고 늘어지고 싶은 건, 볼보의 실제 소비자가 아닌, 흠집을 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또는 흠집을 내야만 하는 특수층이 즐기는 얘기에 불과하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이나 ‘Designed by Sweden’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S90 엑설런스는 꽤 좋은 차였다. 그럼에도 이 차를 선택할 소비자는 제한적이다. 우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라는 차에 익숙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다. 다시금 뒷좌석 비중이 높은 차를 출퇴근용으로 쓰기도 그렇다. 다시금 같은 디자인을 갖춘 S90의 상급 모델에 1억 원 내외의 비용을 투자하는 데 부담을 가질 소비자들도 많다. 결국 특별한 사양만큼이나 특별한 소비자들이 찾는 차가 될 것이다. 판매량? 아마도 이를 계산했다면 출시되지 못했을 모델이다. 그렇기에 더 의미 있는 모델이다. 자동차 회사에게 ‘판매량’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한 ‘장사치’가 아니라면 가끔은 소비자들의 위해 ‘선택’이란 선물을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그런 볼보가 고급스럽고 화려함을 추구했다. 1억 원에 육박한 가격표도 붙였다. S90 엑설런스 얘기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S90 엑설런스, 하지만 이미 지난 2016년 처음 등장했다. 그것도 중국 시장에서 말이다. 중국 사양의 S90 엑설런스는 조수석을 없애고 라운지 콘솔(Lounge Console)이라는 것을 달아 눈길을 끌었다. 3인승 세단이라는 독특한 구조였다.
볼보는 중국에서만 팔던 S90 엑설런스를 해외 시장에서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내시장에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자인은 익숙하다. 이미 S90이 익숙하기 때문. 다만 1억이라는 가격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심심해 보이긴 한다. 그래도 윈도 프레임, 20인치 전용 휠, 엑설런스 엠블럼 등이 차별화 포인트다. 다른 S90 보다 살짝 달라 보이는 느낌이 드는데, 차체 길이를 12cm 늘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늘어난 차체 길이, 그 중심이 되는 휠베이스를 모두 뒷좌석 공간에 할당했다. 덕분에 휠베이스는 3m가 넘는다. 자연스레 뒷좌석 도어의 면적도 넓어졌다. S90 이긴 한데,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 이유다. 그리고 플러그-하이브리드 특성에 맞춰 앞쪽에는 완속 충전 소켓을 달았다. 연료 주입구는 뒤쪽에 마련된다.
이제 실내를 보자. S90의 진가는 여기에 있으니까. 타공 처리와 박음질 장식으로 마감된 가죽, 원목 장식, 실제 금속을 활용한 포인트들이 눈에 띈다. 원목 장식은 호두나무로 만들었는데, 나뭇결까지 맞춰 조립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조각품을 연상시키는 마감을 시동 다이얼, 주행모드 선택 다이얼, 시가잭에 쓴 것도 특징이다.
천장 소재도 신경 썼는데, 심지어 선바이저까지 가죽으로 마감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기어 레버도 눈길을 끄는데, 오레포스(Orrefors)의 크리스털로 만들었다. 각종 소재와 마감만 따지고 보면 메르세데스-벤츠, 마세라티도 부럽지 않다.
앞좌석과 뒷좌석 시트 모두에 통풍, 열선, 마사지 기능도 달았다. 아무래도 뒷좌석에 비중을 뒀는데, 늘어난 휠베이스 덕에 레그룸이 넉넉하다. 2인승 독립 시트 구조도 특징.
3m에 달하는 휠베이스. 하지만 체감적으로 더 길게 느껴진다. 비슷한 휠베이스를 가진 제네시스 G80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무엇보다 무릎 공간이 꽤 넓다. 바닥에는 발판도 있다.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처럼 시트 슬라이딩은 안되지만 등받이 각도 조절은 가능하다. 그래도 어퍼 미들(중형급) 세단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전동식 선셰이드는 물론 뒷좌석에서 조수석 시트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원터치로 한 번에 조수석 시트를 옮기는 것이 아닌,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 또한 대형 세단들과 달리 조수석 시트가 완전히 접히지 않는다.
하지만 뒷좌석을 위한 일부 구성이 눈길을 끄는데, 오레포스 크리스털로 만든 특수 글라스(잔)가 2개 제공된다. 차량이 움직여도 글라스가 쓰러지지 않도록 글라스 바닥면을 없애고 홈에 꼽는 구조로 만들었다. 시트 중앙에 냉장고가 있는데, 샴페인 2병 정도 수납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된 2개의 글라스도 여기에 수납해 시원하게 만들 수도 있다. 수납형 터치 패널도 있는데, 각종 기능들을 여기서 제어한다.
뒷좌석을 위한 테이블도 있고, 음료를 시원하게, 또는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온 기능의 컵홀더도 마련했다. 헤드레스트도 엑설런스 전용 사양이며, 시가잭이나 재떨이 등 중국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구성도 갖고 있다.
전자기기 사용이 많아진 요즘 트렌드에 맞춰 전력 사용 부분도 신경 썼다. 앞좌석 헤드레스트 부분에 USB 포트를, 뒷좌석 암레스트 안쪽에도 USB 포트와 220볼트 소켓을 달았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냉장고가 추가되면서 트렁크에 돌출 공간이 생겼다. 골프 백은 2개까지만 적재될 것 같다. 독립식 전동시트 특성상 시트 폴딩이 안된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이라면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에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 왜곡도 조금 큰 편이라 다소 아쉬웠다. 지난해 우리 팀이 테스트한 일부 현대차에도 같은 문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조금 더 보완이 되면 좋겠다.
편의 및 안전장비는 훌륭하다. 현재 볼보가 내놓은 모든 기능이 담겨있다.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까지 제어해 차선이탈을 막아주며 경고를 해주는 기능도 있다. 정차 및 재출발까지 가능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티어링 시스템이 개입해주는 사각 및 후측방 경고 및 방지, 상대방에게 눈부심을 전달하지 않으면서 전방 시야를 확보하는 LED 액티브 하이빔도 달렸다.
반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 II는 물론이며, 반대 차선 차를 모니터링해 브레이크를 사용하거나 스티어링에 개입해 사고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줄여주는 볼보만의 기능도 담았다.
사운드 시스템은 19개 스피커를 갖춘 바워스&윌킨스 제품이다. 3가지 음향 효과도 선택할 수 있다. 기본 효과인 ‘스테레오’에서 만족감이 가장 좋지만, ‘오케스트라’ 모드를 통해 공연장 있는 것 같은 입체감을 즐길 수도 있다. 다만 다른 볼보 모델에 채용된 사운드 시스템의 성능이 좋다 보니 1억 원에 육박한 차량 치곤 만족도가 크게 높지는 않았다. 뭔가 더 좋은 것을 보여줄 것 같았는데, 기존과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1억 원대 가격을 가진 동급 모델의 사운드 시스템도 대부분 쓸 만(?) 하기에 감흥이 적었을지 모른다.
앞에서 본 S90 엑설런스는 정말 좋았다. 적어도 서있는 상태, 뒷좌석에 앉았을 때 만족도가 대단했다. 그렇다면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T8 파워트레인, 오랜만에 경험하기에 기대감이 더 커진다.
시동을 걸었지만 적막함이 유지된다. T8 모델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본이다. 초기 발진 때도 전기모터가 부드럽게 차체를 이끌 뿐이다.
그렇다면 이 전기 모터의 성능은 어떨까? 엔진에 힘을 더해주는 수준인지 모터 자체만으로 차량을 구동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제원상 모터는 87마력과 24.5kgf·m의 성능을 갖는다.
주행 모드를 퓨어(Pure)로 바꾼다. 이는 전기모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드인데, 이때 계기판에 모터 동력 표시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진다.
살며시 가속페달을 밟자, 정지 상태에서 10km/h를 가뿐하게 넘기고 40km/h 벽도 쉽사리 넘어선다. 속도는 계속 오른다. 그리고 시속 90km를 넘어서자 엔진 개입이 이뤄진다. 속도를 시속 100km까지 올린 이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다. 엔진이 멈춘다. 여기까지는 다른 하이브리드(특히 병렬식)도 가능하다.
다시 살며시 가속 페달을 밟는다. 엔진이 작동하기 전까지 살살 밟아야 한다. 그러자 다시 모터의 힘으로 속도를 올린다. 조금 신경 써야 하지만 작정하고 연비를 높이려 한다면 고속도로 제한 최고 속도인 시속 110km까지 전기 모터의 힘으로 달릴 수 있다. 연비? 연료를 써야 연비를 논할 수 있기에 사실상 의미가 없다. 배터리만 쓰고 있으니까.
전기 모터의 활용성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 시내 주행도 할 수 있다. 국내에서 1회 충전 주행거리를 28km로 인증받았는데, 수도권 거주자, 만약 주행거리가 많지 않은 운전자가 배터리 충전만 잘 한다면 엔진 시동음을 들을 일이 없겠다.
퓨어 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민감하게 조작할 필요도 없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지 않는 이상 엔진은 작동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대로 고속에서나 엔진의 개입이 이뤄진다. 급가속이 아닌, 가속 페달을 중간 미만으로 밟는다면 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
다만 조작 계통의 감각에 대한 보완은 필요하다.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 때 특유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특히 브레이크 부분은 회생제동 이후 물리 제동 시스템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의 이질감이 크다. 토요타, 렉서스의 한 세대 전 시스템과 유사한 느낌이었다.
이참에 계측장비를 통해 EV 모드에서의 최대 가속성능을 확인했다. 그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km까지 8.5초가 소요됐다. 경차를 타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 최대 가속을 끌어낼 때, 이 정도의 성능이 나온다. S90 T8 파워트레인은 가속 페달을 적당히 밟고도 그만한 성능을 냈다.
전기 모터의 성능을 확인했으니 엔진과 시너지를 내 볼 차례다. 주행 모드를 스포트로 바꾸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부드럽지만 강하게 속도를 올린다. 굳이 비교하자면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가속감과 닮았다. 안정적이다. 다만 체감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지는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 볼보는 T8 파워트레인이 405마력을 낸다는데, ‘정말 405마력인가?’라는 질문을 재차 던지게 된다. 우리 팀 스텝들은 300마력대 중반 정도의 체감 성능을 보여준다고 정리했다.
이제 T8 파워트레인이 보여준 본격 성능을 확인해 보자. 우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5.33초였다. 530마력의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GTS가 5.18초, 430마력의 마세라티 기블리 S Q4가 5.19초 성능을 냈으니 400마력 급 파워트레인으로 충분한 능력을 보였다. 무엇보다 실 배기량 2.0리터 엔진으로 만든 성능이라는 점이 놀랍다.
여기서 잠시 볼보가 어떻게 엔진을 구성하는지 보자. 기본은 2.0리터 엔진이다. 여기에 구성을 더해 190마력부터 405마력까지의 성능을 만든다. 터보차저를 쓰는 기본형 버전은 T4, 터보차저의 부스트 압력을 높여 고출력을 내도록 하면 T5가 된다. 터보차저 엔진에 슈퍼차저까지 더하면 T6, 터보차저와 슈퍼차저가 결합된 T6 엔진에 전기 모터까지 결합하면 T8로 거듭난다. 이렇게 하나의 배기량 속에서 4가지 엔진이 탄생하게 된 것.
T8 시스템은 엔진과 변속기가 앞바퀴를 굴리고 전기 모터가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을 쓴다. 타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차이를 보이는 대목인데, 미래에 대중적인 기술로 각광받을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보면 된다.
‘일렉트릭 액슬(Electric Axle)’, 줄여서 e 액슬(eAxle)이라고 불리는 이 시스템이 재미있는 것은 엔진만 쓸 때는 앞바퀴 굴림(FF) 자동차가 되고, 모터만 사용하면 후륜구동(RR) 차가 되며, 둘 다 사용하면 사륜구동(AWD) 자동차로 변하기 때문이다. 3가지 구동 방식을 다 갖추게 된 것.
무엇보다 엔진이나 변속기를 개조하지 않고 구동축에 모터만 추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엔진이나 변속기 활용이 자유롭고 모터를 전륜이나 후륜에 쓰느냐에 따라 구동방식도 편하게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T8 시스템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방식을 사용한다. 배터리의 용량은 10.4kWh. 일반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1kWh 내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10kWh 내외, 전기차가 40 ~ 80kWh 용량을 쓰는 것이 보통이다.
배터리는 차량 중앙에 위치한다. 5인승 모델이 있긴 하나 배터리 탑재로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배터리 적재로 뒷좌석을 위한 중앙 송풍구도 사라졌다. 그 때문일까?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S90, XC90은 뒷좌석용 송풍구를 작동시킬 때 소음이 컸는데, 이번 모델에서는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
다시 배터리로 돌아가자. 10.4kWh에 달하는 배터리. 만약 이것이 방전된다면? 그래서 볼보는 10.4kWh의 배터리 중에서 약 8kWh 정도만 EV 모드에 할당했다. 그리고 남은 잔량을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쓴다.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제동을 하며 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를 저장하는 등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서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성격이 바뀌는 것이다.
물론 배터리를 미리 충전해두는 것이 좋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특성상 급속 충전은 지원하지 않고 완속 충전만 사용 가능한데, 220볼트 기준 3시간 내외면 완충할 수 있다. 만약 외부 전력으로 충전이 어려운 경우는 엔진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키면 된다.
그리고 엔진을 썼을 때 얼마나 빨리 충전되는지 직접 테스트했다. 그 결과 배터리 힘으로 1km의 가기 위해 엔진을 4분 정도 공회전 시켜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렇다면 대략 50분 정도면 배터리 절반 이상을 충전할 수 있게 된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할 때는 870rpm 정도를 유지하는데, 엔진에 부하가 걸리거나 조금 더 많은 전기를 만들어 낼 때는 엔진 회전수가 1400rpm까지 높아졌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들도 같다. 평상시엔 엔진 시동이 꺼져 있지만 배터리 충전 때는 rpm을 높여 쓰기에 (배터리 충전 때는) 소음에서 불리해진다.
단점이 없는 대단한 시스템 같지만 약점도 있다.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발생하는 정비 문제다. 또, 무게가 많이 늘어난다.
우리 팀이 직접 확인한 S90 엑설런스의 몸무게는 2162kg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S560 4MATIC이 2220kg 수준이니 참고가 될 것이다. 기존 S90 T5의 무게는 1736kg였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각종 장비가 S90 엑설런스의 무게 증가를 이끈 것이다. 무게가 늘어난 만큼 타이어도 고중량에 대응하는 전용 타이어를 쓴다. 타이어 1개당 하중 대응이 775kg나 된다. S90 엑설런스의 소비자가 향후 타이어를 교체할 때도 이런 점들을 꼭 감안해야 한다.
볼보의 제동력은 놀라움의 연속
S90 엑설런스. T8 파워트레인이 보여주는 강력한 가속 성능과 파워 유닛의 조화도 좋았지만 제동 성능이 놀라웠다. 우리 팀에게 전달된 S90 엑설런스의 누적거리는 200km를 넘어선 정도였다. 그리고 테스트를 시작할 즈음의 누적 주행거리가 500km 대였다. 브레이크 길들이기조차 되지 못했다. 브레이크가 길들여지지 않으면 정상적인 제동 성능을 낼 수 없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 테스트했던 혼다 파일럿이 그랬다. 브레이크 시스템 길들이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한 제동력을 끌어내면 패드가 망가진다. 심하면 패드가 뭉그러지며 조각이 떨어져 나간다. 또한 망가진 패드는 디스크를 크게 손상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브레이크 시스템의 길들이기는 중요하다.
테스트 팀을 이끄는 김기태 PD는 2차례 테스트 이후 이상 증상이 있으면 테스트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제동 시스템의 손상 우려 때문이다.
이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제동 테스트를 진행했다. 게다가 무게도 2.2톤이 넘기 때문에 제동 계통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결과? 반대였다. 최단거리 35.38m, 가장 많이 밀렸을 때 37m 대 초반을 기록했다. 만약 브레이크가 제 성능을 냈다면 제동거리는 더 짧아졌을 것이다. 우리 팀이 가장 좋아하는 제동 시스템은 마세라티와 BMW의 것이다. 브렘보(BREMBO) 제품을 쓰는 캐딜락의 것도 좋긴 한데, 제동 거리가 짧은 편은 아니다. 캐딜락의 시스템은 38~39m대의 성능을 계속 이어간다. 지속성에서 이점이 있고, 소음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제동거리 자체는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과거를 회상해 보자. 볼보 모델과 와인딩 로드 주행. 분명 재미나는 일이다. 특히 해치백 C30 T5는 폭스바겐 GTI 만큼이나 매력적인 주행 능력을 뽐냈다. 하지만 제동력은 엔진 힘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이후로 S60, S80 등등 대부분의 모델이 브레이크 패드에서 하얀 연기를 토하기 일쑤였다. 제동 시스템을 믿지 못하면 코너링 직전 제동 시점을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가속 및 제동이란 두 가지 부분에서 손해를 보는 것.
하지만 지금의 볼보 모델들은 대단한 제동 능력을 보여준다. 지속성도 좋은 편이지만 제동 거리도 짧다. 특히 지난 3월 테스트한 크로스컨트리 V60 T5는 34.2m 내외의 제동거리로 우리 팀을 놀라게 했다. 이는 스포츠카 수준의 성능이다.
정리하자면 S90이 보여준 제동 성능. 대단한 수준이었다. 길들이기 이후 2.2톤의 무게를 제어하는 S90 T8의 제대로 된 제동 능력을 확인하고 싶다.
대형 세단 수준의 정숙성은 덤
가속과 제동 성능은 놀라웠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정숙성이 남은 것. 단순히 엔진을 쓰지 않고 모터로만 달리니 조용한 것이 아니냐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엔진이 구동되는 환경 안에서도 충분히 좋은 정숙성을 뽐냈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리에 대한 억제는 물론 엔진 소음 자체도 잘 막았다.
시속 80km로 주행하는 환경.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56.5 dBA의 수치를 보였다. 인위적으로 엔진을 가동한 환경에서 이 같은 결과를 만든 것. 정숙성 좋다는 제네시스 G90 5.0이 57.0 dBA을 보였고, S90 T5이 58.0 dBA을 기록한 바 있다. S90 엑설런스는 2중 접합유리, 타이어도 소음 저감 기술이 적용된 것을 쓴다. 이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흡차음재를 보강했을 것이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 Zero, 245mm의 너비를 갖는다. 이 타이어는 볼보와 피렐리가 공동 개발한 전용 타이어다. 타이어에도 볼보 전용임을 뜻하는 ‘VOL’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고중량에 대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 PNCS(Pirelli Noise Cancelling System) 기술이 더해졌는데, 타이어 내부에 소음을 잡아주는 스펀지를 넣은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이어 자체가 만드는 소음을 최대 2~3데시벨까지 줄여준다.
타이어는 조용하기만 할까? 접지력도 좋았다. 마른 노면 성능이 좋았다는 얘기다. 특히 차량 무게를 생각했을 때 좋은 수준의 접지력이었다. 접지력의 한계에서 읽기 쉽다는 장점도 있었는데, 기존 피렐리 제품들은 접지 한계는 높았지만 그 순간 이후 갑자기 그립을 잃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반면 이번 타이어는 한계를 파악하기 쉽다. 볼보와 함께 개발한 타이어인 만큼 볼보의 목소리가 피렐리 측에 반영된 것일까?
코너링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 전기 모터로 AWD 능력을 구현한다지만 기본 운동성능을 바꾸지는 못한다. 사실 렉서스 하이브리드가 쓰는 AWD도 같은 맥락인데,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보조, 시내 주행 때 모터를 통해 연비를 높이는데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도 타이어 성능 덕분에 제법 재미난 주행을 펼칠 수 있어 좋았다.
기본적으로 가속, 제동, 코너링 성능 등 자동차의 기본 운동 성능 모두를 갖춘 S90 엑설런스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승차감이 남았기 때문.
테스트 패널들이 돌아가며 뒷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국내 브랜드들이 자랑하는 대형급 세단 보다 승차감이 좋았다. 제네시스 G90, 기아 K9은 물론 렉서스 LS보다도 좋은 승차감을 냈다. 중형급이지만 승차감이 약점인 일부 대형급 모델 보다 확실히 좋은 승차감을 내고 있었다. S-클래스와 비교한다면?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S-클래스는 그냥 고급차 시장에서 가장 편안한 대표 모델이다. 하지만 다른 어퍼 미들(중형급)과 비교한다면? 가격대가 유사한 벤츠 E400 4MATIC, BMW 540i xDrive 보다 확실히 좋다.
최근 볼보는 스웨덴 대사관에 S90 엑설런스를 전달했다. 국내로 들어온 S90 엑설런스 1호 차를 구입한 것. 주한 스웨덴 대사가 참 기뻤을 것 같다. 가뜩이나 큰 키 때문에 레그룸 긴 차를 원했을 터인데, 대형급 차의 승차감까지 갖췄다니.
뛰어난 승차감. 그렇다면 불안하지 않냐고? 부드럽다는 것과 주행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서스펜션이 단단해야만 안정적이라 믿는 일부 카마니아들이 많긴 하다. 하지만 그건 오래전 이야기다. 운전 실력이 뛰어난 일부 운전자들은 오히려 부드러운 서스펜션에서 매력을 찾기도 한다. 바디롤? 적당한 바디롤은 자동차에게 필요한 요소다. 우리가 타는 자동차는 스포츠카, 경주차가 아니다. 매끄러운 서킷만 달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칭찬한 S90. S90은 중국산이다. ‘Made in China’라는 표기도 붙어있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이 걱정할 것이다. 볼보 코리아가 저렴한 중국산을 들여온다는 얘기를 꾸준히 퍼뜨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요즘 얘기하는 ‘팩트 체크’를 해보자. 현재 볼보는 전 세계에서 5개 공장을 운영한다. 스웨덴의 Torslanda 공장에서는 XC90, XC60, V90, V90 크로스컨트리를 만든다. 벨기에의 Ghent 공장에서는 V40, V40 크로스컨트리, XC40, S60, S60 크로스컨트리, V60, V60 크로스컨트리를 생산한다.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도 V40, S60, V60, XC60, S90, XC90을 만들지만 이는 동남아시아 전용이다. 그리고 중국에 공장이 2개 있다. 청두 공장에서는 S60L과 XC60를 생산한다. 이중 S60L은 미국으로도 수출된다. 다칭 공장에서는 S90과 S90L를 만든다. 전 세계에 판매되는 모든 S90은 이 공장에서 제작된다.
한국 시장에 중국산 S90을 판매하는 것은 어떤 수작이 아니라 전 세계 생산과 판매 전략에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공장에서 만드니 더 나쁘지 않냐고?
요즘 자동차는 최신 설비에서 탄생한다. 중국 노동자들이 담배 물고, 태블릿으로 동영상을 보며 S90을 조립할 것이라 상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새로운 공장에 낙후된 시설을 설치할 제조사는 없다. 또한 이런 최신 시설들은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에러율도 낮춰준다. 오히려 최신 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품질이 더 나은 것이 보통이다.
잠시 타이어 쪽으로 가보자. 국내 타이어 3개사를 예로 제품의 성능이 아닌, 제품의 품질이 가장 좋은 제조사는 어디일까? 넥센이다. 최신 시설이 에러율이 낮은, 균일한 품질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아이폰은 물론 애플 일부 제품에서 볼 수 있는 문구다. 아이폰 중심 모델은 무려 100만 원대 중반에 팔린다. 최고가형 스마트폰이다. 어디서 만들어질까? 중국이다. 이것이 글로벌 시대가 말해주는 답이다. 중국산이라고 물고 늘어지고 싶은 건, 볼보의 실제 소비자가 아닌, 흠집을 내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또는 흠집을 내야만 하는 특수층이 즐기는 얘기에 불과하다.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이나 ‘Designed by Sweden’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번 S90 엑설런스는 꽤 좋은 차였다. 그럼에도 이 차를 선택할 소비자는 제한적이다. 우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라는 차에 익숙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많다. 다시금 뒷좌석 비중이 높은 차를 출퇴근용으로 쓰기도 그렇다. 다시금 같은 디자인을 갖춘 S90의 상급 모델에 1억 원 내외의 비용을 투자하는 데 부담을 가질 소비자들도 많다. 결국 특별한 사양만큼이나 특별한 소비자들이 찾는 차가 될 것이다. 판매량? 아마도 이를 계산했다면 출시되지 못했을 모델이다. 그렇기에 더 의미 있는 모델이다. 자동차 회사에게 ‘판매량’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다. 하지만 단순한 ‘장사치’가 아니라면 가끔은 소비자들의 위해 ‘선택’이란 선물을 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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