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60 T6 R디자인, 306마력의 무미건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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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강점이 분명한 만큼 약점도 분명하다. 안전에 대해선 가장 뛰어나단 평가를 받지만, 고급스럽거나 강력하다는 평가는 그동안 받지 못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해 극명하게 역량이 달렸다. 하지만 포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중국 자본의 힘을 받으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미 플래그십 SUV XC90은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절대 강자 BMW X5를 바짝 쫓고 있다. 볼보는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르면 내년 새로운 플래그십 세단인 S90이 출시될 예정이다. 볼보는 S90 또한 XC90 못지 않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듯 고급스러움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문제는 고성능차다.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 잡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덴 고성능차만큼 좋은 것도 없다. 볼보는 여기에 너무 간과하고 있었다. 그나마 고성능차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는게 R디자인 모델이다.
# R디자인을 통해 얻은 것
R디자인을 통해 일반 모델과 차별화된 부분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사이드 미러캡, 리어 스포일러, 리어 피퓨저 및 배기 파이프, 19인치 다이아몬드 커팅 휠 등이 있다. 화사한 레벨 블루(Rebel Blue) 색상은 R디자인이 아니어도 선택할 수 있다. 사실 R디자인을 상징하는 색상은 ‘패션 레드(Passion Red)’로 불리는 붉은 색이다.
실내엔 R디자인 전용 블랙 루프 라이닝과 스티치, 전용 가죽 스포츠 시트, 전용 스티어링휠 등이 적용됐다. 소재나 마감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못지 않다. 스티어링휠의 바느질만 봐도 볼보가 R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차세대 모델에선 대대적으로 변경될 것 같다. 쓰임새 측면에선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최신 디자인 경향과는 거리가 멀다. 외관 디자인을 젊게 가져가고 있는 만큼, 실내 디자인도 더 현대적인 디자인이 적용될 것 같다.
전용 스포츠 시트는 의외로 몸을 지지해주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시트포지션이 너무 높다. 평범한 세단과 다를게 없다.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BMW와 비교하면 적어도 10cm는 높을 것 같다. 슈퍼 차저와 터보 차저가 달렸어도 S60의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 혈기왕성함을 보여줘
S60 T6엔 볼보의 새로운 모듈러 파워트레인 ‘드라이브-E’가 적용됐다. 드라이브-E는 2.0리터 4기통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한다. 가솔린과 디젤이 동일한 엔진 블록을 사용하며 대부분의 부품도 공유하게 된다. 단 다양한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 터보 차저나 슈퍼 차저를 장착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도 결합된다.
S60 T6의 엔진은 무척 흥미롭다. 터보 차저와 슈퍼 차저가 동시에 결합된 볼보 최초의 모델이다. 개발 초기에는 두개의 터보 차저를 탑재했지만, 반응성 측면에서 슈퍼 차저와 터보 차저가 더 유리하다고 결론내렸다. 낮은 엔진회전수에서는 슈퍼 차저가 엔진 성능을 끌어올리고, 속도가 높아지면서부터 터보 차저가 개입한다는 이론이다.
S60 T6 R디자인의 최고출력은 306마력에 달한다. 기술적인 부분과 상관없이 300마력이 넘는 세단을 만나기란 흔치 않다. 기대치가 높았다. 그동안 볼보에서 느껴보지 못한 강렬함을 가져다 줄 것 같았다.
이론은 잘못된 것이 없다. S60 T6 R디자인은 마치 자연흡기 엔진처럼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속도를 높이는게 어렵지 않았다. 제한 속도에 다다라도 힘이 남았다. 슈퍼 차저와 터보 차저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준다. 하지만 성능을 끌어올려주기보단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데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슈퍼 차저와 터보 차저의 용량이 화끈하게 달릴 수준으로 크지 않은 듯 하다.
터보 차저만 탑재된 S60 T5와 60마력 가까이 차이나지만, 체감은 크지 않았다. 지난해 T5를 시승할때만 해도 T6가 출시되면 T5가 애매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굳이 T6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보이지 않았다. 미세한 차이는 많겠지만 일단 눈으로 보이는 차이는 T6 엔진룸에 스트럿바가 추가된 것 외에는 없다.
성격도 달라진게 없었다. 아이신의 8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을 격렬하게 다루지 않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기어가 변속될 땐 주춤거렸다. 변속 자체도 평범했다. 여전히 부드러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볼보가 사용하는 8단 변속기는 효율이 강조된 디젤 엔진과 더 궁합이 좋다.
별도의 주행 모드 설정이 없는 것도 아쉽다. 기어를 S모드로 두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 그것 만으론 재미를 가져다 주지도 못한다. T6에는 T5나 다른 디젤 모델에 없는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R디자인 전용 스포츠 서스펜션과 브리지스톤의 고성능 타이어가 그나마 S60 T6 R디자인에서 재미를 찾게 해줬다. 하체의 숙성도가 파워트레인의 완성도가 높았다. 엔진이 성능을 받아주기 충분했다. 덕분에 조작은 무척 쉬웠고, 한계점은 높았다.
# 볼보는 진화 중
아직 볼보는 화끈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2.0리터란 배기량을 생각한다면 뛰어난 성능이지만, 300마력이 넘는 엔진, 시선을 사로 잡는 디자인을 갖춘 고성능차라고 보면 S60 T6 R디자인은 무미건조했다.
볼보는 오랫동안 스웨덴 레이싱팀 ‘폴스타’와 파트너십을 맺고 모터스포츠에 참여했지만, 그 기술력이나 노하우를 양산차에 제대로 녹여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젠 아예 폴스타를 인수했지만, 그것이 표면으로 드러나기까진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대가 된다. 볼보라면 무척 빠르면서도 누구보다 안전한 고성능차를 만들어 낼 것 같다.
* 장점
1. 재미는 없지만, 성능과 효율이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2. 실내의 각종 소재와 마감. 센터페시아를 제외한 디자인도 장점.
3. 다양한 편의 및 안전 사양. 그중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으뜸.
* 단점
1. 8단 자동변속기는 짜릿함이 결여됐다.
2. T5와 차이점을 느끼기 힘들다.
3. 높은 시트포지션은 스포티와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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