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60 T5
컨텐츠 정보
- 493 조회
- 목록
본문
“Premium Sports Sedan”, “Most Exciting Cars We've Ever Made”
아마 많은 독자들은 BMW 3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문구는 볼보의 것이다. 볼보의 공식 보도자료에서 발췌한 문구다. 가장 익사이팅한 스포츠 세단. 볼보가 S60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한 듯하다.
볼보가 스포츠 세단을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S60의 조상 격 모델인 850 시절, 250마력을 발휘했던 850 R이 있었고, S60의 전신인 S70에도 R 모델이 있었다. 1세대 S60 기반의 S60 R은 국내에도 출시돼 우리 팀도 로드테스트(시승)를 진행했던 바 있다. 2세대 S60부터 R 대신 폴스타(Polestar)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이 역시 지난 2017년 만나봤다.
그런 노하우를 가진 볼보이기에 S60에 대한 성능을 자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국내 사양은 254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하는 T5 엔진이 기본이다. 과거 볼보의 R 모델에 준하는 성능이다. 3세대 S60, 얼마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까?
디자인은 익숙하다. XC40을 제외하면 볼보의 모든 모델 디자인이 유사하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 램프, 안쪽으로 오목하게 표현된 그릴, 날개를 연상시키는 범퍼로 멋을 냈다.
측면부는 비율 좋은 세단의 모습이다. 앞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범퍼부터 휠까지의 거리인 오버행을 줄여 균형미를 키웠다. 덕분에 전륜구동 구조지만 후륜구동 세단과 비슷한 비율을 갖게 됐다. 오목하게 다듬은 로커패널도 스포티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요소다.
후면부에서는 ‘ㄷ’자 형상의 리어램프가 존재감을 높인다. 이 디자인을 먼저 쓴 S90 당시엔 적응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볼보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범퍼 하단에는 실제 머플러가 노출돼 있다. 최근 머플러를 장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는데 볼보는 그런 편법을 쓰지 않았다.
S60이 속하는 카테고리는 컴팩트급에 해당한다. 유럽에서 분류는 C 세그먼트.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컴팩트 세단들이 덩치를 키웠고, S60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동급 경쟁 모델과 차체 크기를 비교해보자.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보다 길면서 가장 낮은 크기다. 휠베이스도 가장 길다. C-클래스나 3시리즈와 달리 S60은 앞바퀴 굴림 방식을 사용해 실내 공간 만들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인테리어의 기본적인 틀은 다른 60 클러스터 모델들과 같다. 간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세로로 배열된 9인치 디스플레이가 같다. 스웨덴 해변에서 볼 수 있다는 드리프트 우드도 고급스러운 색감과 질감을 전한다. 원목 이외에 가죽, 금속 장식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보탬이 된다. 모양이 아닌 실제 가죽과 금속 소재다.
참고로 XC60에 적용됐던 금속 장식 속 스웨덴 국기가 S60과 크로스 컨트리 V60에는 빠진다. 과거에는 열에 의한 변형을 막기 위해 금속 장식에 단차를 뒀지만 이제 기술이 좋아져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것도 매력이었는데 막상 빠지니 아쉽다.
앞좌석 시트 구성은 좋다. 아니, 동급 최고다. 그도 그럴 것이 통풍과 열선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럼버 서포트, 사이드 볼스터 조절과 쿠션 익스텐션 기능까지 모두 갖췄다. 나파 가죽 마감도 좋고, 앉았을 때 매우 편하다. 물론 메모리 기능도 있다. 상급 모델에서나 갖춰지는 모든 기능을 담았다는 얘기다. 앞좌석에 대한 우리 팀의 별점? 당연히 5점 만점이다.
뒷좌석 무릎 공간도 넓다. 하지만 머리 공간이 살짝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센터 터널 높이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래도 뒷좌석 열선 기능이나 4존 공조장치 등 좋은 구성이 아쉬움을 만회시킨다.
트렁크 공간은 보편적인 수준. 최근 컴팩트급 세단도 중형차 부럽지 않은 공간을 갖춘다. 하지만 뒷좌석 폴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움을 키운다. 세단 특성상 왜건이나 SUV보다 공간 활용성은 부족하다. 때문에 뒷좌석 폴딩을 통한 확장성이 중요한 데, 해외 모델은 이를 옵션으로 택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사양에서는 빠졌다. 완벽에 가까운 옵션(편의 장비)으로 무장한 S60이기에 이 하나가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안전 사양은 넘친다. 볼보가 지원하는 모든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이 기본 사양이다. 트림 구분 없이 모두 기본화 했다. 참고로 국산차도 만만치 않은 구성을 갖고 있는데, 상급 트림에서 추가 옵션을 선택해야 ‘안전장비 퍼즐’이 맞춰진다. 반면 볼보는 이 모든 것이 기본이다.
이외에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자동 주차, 어라운드 뷰 모니터, 공기 청정 시스템 등 편의 장비를 갖췄다. 참고로 하위 트림인 모멘텀에는 사운드 시스템, 후방카메라, 시트 등의 구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구성 좋은 S60과 함께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해보자. 기어 레버 하단의 버튼을 비틀어 시동을 건다. 디젤도 아닌, 그렇다고 가솔린도 아닌 오묘한 소리가 전달된다.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다. 단지 이 독특한 소리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보다 정숙성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라면 썩 조용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했다. 결과는 41.0 dBA. 동일한 실린더 블록을 사용하는 모델인 XC60 D4와 같은 수치다. 실린더 블록을 공유하는 모듈화 엔진 특성상 소음이 부각되는 면은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모델도 그렇다. 하지만 흡음재 보강, 2중 차음 유리 적용 등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도 신경 쓰면 좋겠다. 이제 볼보는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됐다. 그렇기에 이런 것들을 중시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조작 계통 감각을 가볍게 했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지 않고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 답력도 가벼운 편에 속한다. 여성 소비자들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불안하게 휙휙 움직이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다른 유럽 모델 대비 가볍다는 의미니까.
일상 영역을 테스트 한다. 주행 느낌이 고급스럽다. 부드럽게 굴러가는 느낌이나 안정적인 움직임, 체감 속도를 낮추는 것 등 이 차가 고급차라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동급의 C-클래스나 3시리즈, ATS나 XE 등 후륜구동 기반의 컴팩트 세단과는 차이가 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서 오는 감각적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전륜 구동형 모델로는 좋은 감각이다.
승차감이 독특하다. 볼보는 잘 달릴 수 있도록 ‘다이내믹 섀시’를 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이 섀시가 이번 모델에 처음 탑재되는 것은 아니다. 2세대 S60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도 탑재됐으니까. 당시 꽤 단단한 셋업을 바탕으로 주행감각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3세대로 넘어오면서 다이내믹 섀시에도 대중성이 가미됐다. 생각보다 부드럽다고 할까? 덕분에 승차감이 좋다. 특히 요철을 넘을 때 감각이 세련됐다. ‘다이내믹 섀시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후륜에 판 스프링이 들어갔다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탄력적이면서 좋은 승차감에 감탄사가 나온다.
2세대 XC90부터 볼보가 (후륜에) 판 스프링을 써 많은 말들이 오갔다. 이제는 SPA 플랫폼을 사용하는 모든 모델에 이 스프링이 적용된다. 물론 볼보는 960때도 동일한 구조의 스프링을 쓴 바 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쉐보레의 스포츠카 콜벳을 통해 유명해졌다.
볼보가 사용하는 (리프) 스프링은 독일의 벤틀러 SGL이라는 회사에서 만든다. 이 회사는 경량 소재를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원료는 헨켈에서 공급받는다. 홈매트, 홈키파, 퍼실, 접착제 록타이트를 만드는 그 헨켈이다.
사실 헨켈은 산업용 솔루션 쪽에서도 유명하다. 비행기나 우주선 구조용 접착제도 만들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는다. 이 중 볼보의 판 스프링은 섬유 보강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다. 록타이트 맥스 2라는 수지, 다시 말해서 본드를 사용한다. 끈적임이 적어 금형을 빨리 채울 수 있고 굳는 시간도 빠르다.
참고로 록타이트 맥스 2 이외에 맥스 3, 맥스 5 등 종류도 다양하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수지의 성격이 달라 사용하는 용도가 달라진다.
이렇게 생산된 판 스프링은 많은 장점을 갖는다.
첫 번째로 가볍다. 강철 코일 스프링 대비 4.5kg 경량화가 이뤄졌다. 별거 아닐 것 같지만 스프링 하 질량이 중요한 자동차에게 꽤 매력적인 내용이 된다.
두 번째, 차체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다. 강철 스프링은 위아래로 연결된 형태다. 하지만 이 구조는 판 스프링이 낮게 깔린다. F1처럼 푸시로드 서스펜션을 쓰지 않는 이상 양산차에서는 서스펜션의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는 매력적인 구조다.
세 번째, 공간 활용성이 좋아진다. 강철 코일 스프링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T8)은 이 공간에 모터를 비롯한 다양한 장비들을 배치한다.
네 번째는 변형 에너지 저장량이다. 이것은 구조적 특징이라기보다 스프링에 사용된 복합 소재의 특징이다. 강철로 만든 스프링과 비교해 4배에서 5배 이상 변형 에너지 저장량이 많다. 다시 말하면 강철보다 충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도 적게 받는다는 것. 승차감 향상뿐 아니라 내구성도 좋아진다.
다섯 번째, 리프 스프링이 스태빌라이저 역할도 겸한다. 좌우 바퀴는 어느 정도 따로 움직이면서 필요할 때는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불규칙한 노면에서 승차감이 좋아지고 주행 성능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독립식 서스펜션에 스태빌라이저가 결합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로형 판 스프링은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가 동시에 제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구조다. 1개의 부품이 2개의 역할을 수행한다. 스태빌라이저를 작게 만들어 공간도 넓히고 무게도 줄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여섯 번째, NVH를 개선해준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업체에서 강조하는 것으로 우리 팀에서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런 장점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첫 번째, 제한적인 생산량이다. 헨켈에 따르면 이 스프링의 연간 생산량은 20만 대 규모다.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볼보가 전 세계에서 64만 대를 팔았다. 물론 모든 볼보가 이 스프링을 쓰지 않지만 수치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볼보의 출고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마 이 이유가 포함될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가격이 비싸다. 아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강철이 아니라 특수 화학제품을 사용해 만든다. 때문에 XC40을 포함한 질리 그룹의 CMA 플랫폼 기반의 대량생산 모델들은 일반 강철 코일 스프링을 쓴다.
세 번째는 자유도가 낮다. 다시 말하면 튜닝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스프링의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차량의 성격을 변화시키거나 경주용 차로 만들기 어렵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이 튜닝을 하려고 볼보를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조의 제약이라고 보면 된다.
다시 S60으로 넘어가자. 가속감이 다소 모호하다. 자극적으로 빠르지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주행 안정감이 좋아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속도계 바늘은 빠르게 올라간다. 미약하게 토크 스티어가 느껴지지만 이 정도면 잘 억제했다. 과거의 볼보가 아니다.
T5 엔진은 254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최근 출시되는 경쟁사의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들이 비슷한 출력에서 38~40kgf•m대 토크를 발휘하고 있으니 수치적으로 토크가 살짝 부족하긴 하다. 이 엔진의 스펙은 더도, 덜도 말고 딱 3.5리터 자연흡기 정도 성능을 낸다. 수치가 아쉬울 수 있지만 터보차저를 사용했음에도 굼뜨지 않은 반응이 좋았고,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 괜찮은 힘을 내주기에 답답함도 없다. 수치보다 실용 영역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성향이다. 이는 상당수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그럼 발진 가속 성능은 얼마나 될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소요된 시간은 6.72초. 제조사 발표 수치가 6.5초 정도이니 엇비슷한 성능이다.
위 표와 같이 지금까지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가장 빠른 성능을 냈다. 타사 모델은 디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솔린) 동급에서도 빠른 축에 속하는 캐딜락 ATS보다 빠른 기록을 작성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밋밋하게 가속하는 느낌이었지만 가속력은 충분했던 S60. 고속에서 안정감도 좋았다. 과거엔 상상하기 어렵던 수준급의 능력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운전자가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차분한 감각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게 했다. 참고로 볼보는 안전을 위해 2020년부터 생산하는 차량의 최고 속도를 180km/h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현재 S60의 최고 속도는 240km/h 내외다.
참고로 계기판 속도와 GPS 기반 장비 간 차이도 없었다. 쉽게 말해 속도계 오차가 0이라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계기판 속도가 GPS보다 적게는 3km/h에서 많게는 6km/h 이상 차이를 보인다. 크로스컨트리 V60도 속도계 오차가 ‘0’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스포츠 세단이라고 강조하는 볼보 S60의 달리기 성능을 확인해보자.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 후 주행 모드는 다이내믹, ESP는 SPORT로 설정했다.
고속도로가 아닌 환경이니 이제서야 속도감이 느껴진다. 적당하게 시원스럽게 가속해 준 이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초반에 너무 민감하지도, 그렇다고 둔하지도 않다. 운전자 요구에 따라 원하는 성능이 나와서 좋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볍다.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했지만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움직인다. 모드 별 차이가 뚜렷해지면 좋겠다.
코너에 진입한다. 앞부분이 민첩하게 움직인다. 구동 방식이 어떻고 무게 배분이 어떠하냐를 떠나 코너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감각이 인상적이다. 전륜 오버행을 줄이고 전륜부터 캐빈까지 거리를 늘렸다고 하는데, 조금 과장하면 롱 노즈 타입의 스포츠카를 타는 느낌과도 유사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코너만 빠르게 파고드는 것도 아니다. 반대 방향으로 선회할 때도 허둥대지 않고 깔끔하게 자세를 바꿔나간다. 요(Yaw)를 처리하는 감각도 수준급이다. 운전자에게 위험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코너를 날카롭게 파고들 정도의 모멘텀만 만들어준다.
기본적인 주행 한계 속도가 높다. 섀시의 완성도에 의한 것이지만 마지막으로 타이어가 잘 받아준다. S60에 탑재된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프리미엄 컨택 6, 19인치 휠에 235mm 너비로 매칭된다.
이 타이어의 모델명을 몰랐다면 아마도 콘티 스포츠 컨텍 6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접지 성능이 좋았다. 덕분에 빠르게 달릴 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코너를 돌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일찍 가속 페달을 밟아도 토크 스티어가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접지 성능은 충분했다.
물론 본격적인 스포츠 타이어가 아니기에 성능의 한계는 존재한다. 짧은 코너에서 만들어지는 단발적인 접지 성능은 충분히 좋았지만 긴 코너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접지 성능 면에서는 살짝 아쉬움을 보였다. 하지만 한계에서의 얘기일 뿐, 스포츠 타이어가 아닌 프리미엄 타이어로는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타이어 성능이 좋다고 너무 욕심을 내면 안된다. 상황에 따라 후륜 접지력을 순간적으로 잃는 상황도 생기기 때문. 스키드음이 발생한 이후에도 접지력에 여유는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대로 접지력을 잃는 성격이다. 피렐리 P Zero와 유사한 성격이다. 조금 더 선형적인 성향으로 튜닝하는 것도 좋겠다.
그럼 이렇게 잘 달리는 S60의 제동성능은 어떨까?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5.37m였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보다 짧은 제동거리다. 테스트가 반복되면 37.78m까지 증가했으며, 테스트한 평균 제동거리는 36.6m 대였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컴팩트 세단 중에서 가장 짧은 제동거리에 해당한다.
연비는 어땠을까?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 환경에서 약 17.5km/L의 연비를 보였다. 고저차가 큰 구간이라면 이보다 하락할 수 있지만 가솔린 모델임에도 매력적인 효율이다. 주행모드를 ECO로 바꾼 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중립 주행(코스팅) 기능도 지원된다. 물론 가솔린 터보 엔진 특성상 성능을 끌어내면 끌어낸 만큼 연료는 빠르게 하락한다. 참고로 S60의 연료탱크는 55리터 수준으로 넉넉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일상 주행 연비가 좋은 편이라 이 아쉬움이 크지는 않다.
볼보는 3세대 S60을 당당하게 스포츠 세단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스포티하다. 단순히 잘 달리는 것을 넘어서 고급스러운 감각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성능과 승차감 사이에서 잘 조율된 섀시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가격은 4760만 원부터 5360만 원까지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위 표를 통해 비교해보면 볼보가 매우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BMW가 시세를 크게 올려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가장 많은 편의 및 안전장비로 승부를 본다는 차이 점이 있다. 또 이들과 경쟁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주행 성능도 갖췄다. 가속이나 제동성능도 동급에서 상위권이다. 여기에 볼보 하면 기대하게 되는 안전에 대한 믿음도 한몫할 것이다. 즉, 타사들이 이상하리 만큼 높은 가격을 부른 것일 뿐, 볼보가 적정한 가격을 부른다고 보면 된다.
우리 팀은 S60을 ‘가족과 함께, 때로는 혼자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은 30~40대 소비자’들에게 추천한다. 다만 볼보를 구입을 하고 싶어도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도 S60은 미국에서 생산해 들여오기에 약간의 여유가 있다고 한다. 물론 지금 구입해도 내년에 들어오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해줄 60 클러스터 모델들이다.
BMW 330i나 캐딜락 ATS, 재규어 XE는 잘 달린다. 감각도 좋다. 하지만 즐거운 것은 운전자 뿐이다. 나머지 승객들은 승차감과 타협해야 한다. 반면 볼보는 그 모든 것들을 감싸 안는다. 하나의 영역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둥글둥글 많은 것을 갖춘 것. 그것이 S60의 매력일 것이다.
아마 많은 독자들은 BMW 3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문구는 볼보의 것이다. 볼보의 공식 보도자료에서 발췌한 문구다. 가장 익사이팅한 스포츠 세단. 볼보가 S60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한 듯하다.
볼보가 스포츠 세단을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S60의 조상 격 모델인 850 시절, 250마력을 발휘했던 850 R이 있었고, S60의 전신인 S70에도 R 모델이 있었다. 1세대 S60 기반의 S60 R은 국내에도 출시돼 우리 팀도 로드테스트(시승)를 진행했던 바 있다. 2세대 S60부터 R 대신 폴스타(Polestar)라는 이름을 사용했는데, 이 역시 지난 2017년 만나봤다.
그런 노하우를 가진 볼보이기에 S60에 대한 성능을 자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국내 사양은 254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하는 T5 엔진이 기본이다. 과거 볼보의 R 모델에 준하는 성능이다. 3세대 S60, 얼마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까?
디자인은 익숙하다. XC40을 제외하면 볼보의 모든 모델 디자인이 유사하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 램프, 안쪽으로 오목하게 표현된 그릴, 날개를 연상시키는 범퍼로 멋을 냈다.
측면부는 비율 좋은 세단의 모습이다. 앞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범퍼부터 휠까지의 거리인 오버행을 줄여 균형미를 키웠다. 덕분에 전륜구동 구조지만 후륜구동 세단과 비슷한 비율을 갖게 됐다. 오목하게 다듬은 로커패널도 스포티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요소다.
후면부에서는 ‘ㄷ’자 형상의 리어램프가 존재감을 높인다. 이 디자인을 먼저 쓴 S90 당시엔 적응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볼보만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범퍼 하단에는 실제 머플러가 노출돼 있다. 최근 머플러를 장식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웠는데 볼보는 그런 편법을 쓰지 않았다.
S60이 속하는 카테고리는 컴팩트급에 해당한다. 유럽에서 분류는 C 세그먼트.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컴팩트 세단들이 덩치를 키웠고, S60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동급 경쟁 모델과 차체 크기를 비교해보자.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보다 길면서 가장 낮은 크기다. 휠베이스도 가장 길다. C-클래스나 3시리즈와 달리 S60은 앞바퀴 굴림 방식을 사용해 실내 공간 만들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인테리어의 기본적인 틀은 다른 60 클러스터 모델들과 같다. 간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세로로 배열된 9인치 디스플레이가 같다. 스웨덴 해변에서 볼 수 있다는 드리프트 우드도 고급스러운 색감과 질감을 전한다. 원목 이외에 가죽, 금속 장식도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보탬이 된다. 모양이 아닌 실제 가죽과 금속 소재다.
참고로 XC60에 적용됐던 금속 장식 속 스웨덴 국기가 S60과 크로스 컨트리 V60에는 빠진다. 과거에는 열에 의한 변형을 막기 위해 금속 장식에 단차를 뒀지만 이제 기술이 좋아져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이것도 매력이었는데 막상 빠지니 아쉽다.
앞좌석 시트 구성은 좋다. 아니, 동급 최고다. 그도 그럴 것이 통풍과 열선은 물론 마사지 기능까지 지원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럼버 서포트, 사이드 볼스터 조절과 쿠션 익스텐션 기능까지 모두 갖췄다. 나파 가죽 마감도 좋고, 앉았을 때 매우 편하다. 물론 메모리 기능도 있다. 상급 모델에서나 갖춰지는 모든 기능을 담았다는 얘기다. 앞좌석에 대한 우리 팀의 별점? 당연히 5점 만점이다.
뒷좌석 무릎 공간도 넓다. 하지만 머리 공간이 살짝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센터 터널 높이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그래도 뒷좌석 열선 기능이나 4존 공조장치 등 좋은 구성이 아쉬움을 만회시킨다.
트렁크 공간은 보편적인 수준. 최근 컴팩트급 세단도 중형차 부럽지 않은 공간을 갖춘다. 하지만 뒷좌석 폴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움을 키운다. 세단 특성상 왜건이나 SUV보다 공간 활용성은 부족하다. 때문에 뒷좌석 폴딩을 통한 확장성이 중요한 데, 해외 모델은 이를 옵션으로 택할 수 있다. 반면 국내 사양에서는 빠졌다. 완벽에 가까운 옵션(편의 장비)으로 무장한 S60이기에 이 하나가 크게 느껴진다.
그래도 안전 사양은 넘친다. 볼보가 지원하는 모든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이 기본 사양이다. 트림 구분 없이 모두 기본화 했다. 참고로 국산차도 만만치 않은 구성을 갖고 있는데, 상급 트림에서 추가 옵션을 선택해야 ‘안전장비 퍼즐’이 맞춰진다. 반면 볼보는 이 모든 것이 기본이다.
이외에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자동 주차, 어라운드 뷰 모니터, 공기 청정 시스템 등 편의 장비를 갖췄다. 참고로 하위 트림인 모멘텀에는 사운드 시스템, 후방카메라, 시트 등의 구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구성 좋은 S60과 함께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해보자. 기어 레버 하단의 버튼을 비틀어 시동을 건다. 디젤도 아닌, 그렇다고 가솔린도 아닌 오묘한 소리가 전달된다. 듣기 싫은 소리는 아니다. 단지 이 독특한 소리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보다 정숙성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라면 썩 조용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했다. 결과는 41.0 dBA. 동일한 실린더 블록을 사용하는 모델인 XC60 D4와 같은 수치다. 실린더 블록을 공유하는 모듈화 엔진 특성상 소음이 부각되는 면은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모델도 그렇다. 하지만 흡음재 보강, 2중 차음 유리 적용 등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도 신경 쓰면 좋겠다. 이제 볼보는 진정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됐다. 그렇기에 이런 것들을 중시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조작 계통 감각을 가볍게 했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하지 않고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 답력도 가벼운 편에 속한다. 여성 소비자들도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불안하게 휙휙 움직이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단지 다른 유럽 모델 대비 가볍다는 의미니까.
일상 영역을 테스트 한다. 주행 느낌이 고급스럽다. 부드럽게 굴러가는 느낌이나 안정적인 움직임, 체감 속도를 낮추는 것 등 이 차가 고급차라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물론 동급의 C-클래스나 3시리즈, ATS나 XE 등 후륜구동 기반의 컴팩트 세단과는 차이가 있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서 오는 감각적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전륜 구동형 모델로는 좋은 감각이다.
승차감이 독특하다. 볼보는 잘 달릴 수 있도록 ‘다이내믹 섀시’를 썼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이 섀시가 이번 모델에 처음 탑재되는 것은 아니다. 2세대 S60 페이스리프트 모델에도 탑재됐으니까. 당시 꽤 단단한 셋업을 바탕으로 주행감각을 내세웠었다.
하지만 3세대로 넘어오면서 다이내믹 섀시에도 대중성이 가미됐다. 생각보다 부드럽다고 할까? 덕분에 승차감이 좋다. 특히 요철을 넘을 때 감각이 세련됐다. ‘다이내믹 섀시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특히 후륜에 판 스프링이 들어갔다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탄력적이면서 좋은 승차감에 감탄사가 나온다.
2세대 XC90부터 볼보가 (후륜에) 판 스프링을 써 많은 말들이 오갔다. 이제는 SPA 플랫폼을 사용하는 모든 모델에 이 스프링이 적용된다. 물론 볼보는 960때도 동일한 구조의 스프링을 쓴 바 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쉐보레의 스포츠카 콜벳을 통해 유명해졌다.
볼보가 사용하는 (리프) 스프링은 독일의 벤틀러 SGL이라는 회사에서 만든다. 이 회사는 경량 소재를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데, 원료는 헨켈에서 공급받는다. 홈매트, 홈키파, 퍼실, 접착제 록타이트를 만드는 그 헨켈이다.
사실 헨켈은 산업용 솔루션 쪽에서도 유명하다. 비행기나 우주선 구조용 접착제도 만들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는다. 이 중 볼보의 판 스프링은 섬유 보강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다. 록타이트 맥스 2라는 수지, 다시 말해서 본드를 사용한다. 끈적임이 적어 금형을 빨리 채울 수 있고 굳는 시간도 빠르다.
참고로 록타이트 맥스 2 이외에 맥스 3, 맥스 5 등 종류도 다양하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수지의 성격이 달라 사용하는 용도가 달라진다.
이렇게 생산된 판 스프링은 많은 장점을 갖는다.
첫 번째로 가볍다. 강철 코일 스프링 대비 4.5kg 경량화가 이뤄졌다. 별거 아닐 것 같지만 스프링 하 질량이 중요한 자동차에게 꽤 매력적인 내용이 된다.
두 번째, 차체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다. 강철 스프링은 위아래로 연결된 형태다. 하지만 이 구조는 판 스프링이 낮게 깔린다. F1처럼 푸시로드 서스펜션을 쓰지 않는 이상 양산차에서는 서스펜션의 무게중심을 낮출 수 있는 매력적인 구조다.
세 번째, 공간 활용성이 좋아진다. 강철 코일 스프링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트렁크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T8)은 이 공간에 모터를 비롯한 다양한 장비들을 배치한다.
네 번째는 변형 에너지 저장량이다. 이것은 구조적 특징이라기보다 스프링에 사용된 복합 소재의 특징이다. 강철로 만든 스프링과 비교해 4배에서 5배 이상 변형 에너지 저장량이 많다. 다시 말하면 강철보다 충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스트레스도 적게 받는다는 것. 승차감 향상뿐 아니라 내구성도 좋아진다.
다섯 번째, 리프 스프링이 스태빌라이저 역할도 겸한다. 좌우 바퀴는 어느 정도 따로 움직이면서 필요할 때는 같이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불규칙한 노면에서 승차감이 좋아지고 주행 성능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독립식 서스펜션에 스태빌라이저가 결합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로형 판 스프링은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가 동시에 제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 구조다. 1개의 부품이 2개의 역할을 수행한다. 스태빌라이저를 작게 만들어 공간도 넓히고 무게도 줄일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여섯 번째, NVH를 개선해준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업체에서 강조하는 것으로 우리 팀에서 검증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이런 장점도 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된다.
물론 단점도 있다.
첫 번째, 제한적인 생산량이다. 헨켈에 따르면 이 스프링의 연간 생산량은 20만 대 규모다.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볼보가 전 세계에서 64만 대를 팔았다. 물론 모든 볼보가 이 스프링을 쓰지 않지만 수치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볼보의 출고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마 이 이유가 포함될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가격이 비싸다. 아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강철이 아니라 특수 화학제품을 사용해 만든다. 때문에 XC40을 포함한 질리 그룹의 CMA 플랫폼 기반의 대량생산 모델들은 일반 강철 코일 스프링을 쓴다.
세 번째는 자유도가 낮다. 다시 말하면 튜닝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스프링의 종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차량의 성격을 변화시키거나 경주용 차로 만들기 어렵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이 튜닝을 하려고 볼보를 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조의 제약이라고 보면 된다.
다시 S60으로 넘어가자. 가속감이 다소 모호하다. 자극적으로 빠르지도,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다. 주행 안정감이 좋아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속도계 바늘은 빠르게 올라간다. 미약하게 토크 스티어가 느껴지지만 이 정도면 잘 억제했다. 과거의 볼보가 아니다.
T5 엔진은 254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최근 출시되는 경쟁사의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들이 비슷한 출력에서 38~40kgf•m대 토크를 발휘하고 있으니 수치적으로 토크가 살짝 부족하긴 하다. 이 엔진의 스펙은 더도, 덜도 말고 딱 3.5리터 자연흡기 정도 성능을 낸다. 수치가 아쉬울 수 있지만 터보차저를 사용했음에도 굼뜨지 않은 반응이 좋았고, 엔진의 저회전 영역에서 괜찮은 힘을 내주기에 답답함도 없다. 수치보다 실용 영역에서 좋은 성능을 발휘하는 성향이다. 이는 상당수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이다.
그럼 발진 가속 성능은 얼마나 될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소요된 시간은 6.72초. 제조사 발표 수치가 6.5초 정도이니 엇비슷한 성능이다.
위 표와 같이 지금까지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가장 빠른 성능을 냈다. 타사 모델은 디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솔린) 동급에서도 빠른 축에 속하는 캐딜락 ATS보다 빠른 기록을 작성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밋밋하게 가속하는 느낌이었지만 가속력은 충분했던 S60. 고속에서 안정감도 좋았다. 과거엔 상상하기 어렵던 수준급의 능력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운전자가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차분한 감각으로 빠른 속도를 유지하게 했다. 참고로 볼보는 안전을 위해 2020년부터 생산하는 차량의 최고 속도를 180km/h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현재 S60의 최고 속도는 240km/h 내외다.
참고로 계기판 속도와 GPS 기반 장비 간 차이도 없었다. 쉽게 말해 속도계 오차가 0이라는 것인데, 일반적으로 계기판 속도가 GPS보다 적게는 3km/h에서 많게는 6km/h 이상 차이를 보인다. 크로스컨트리 V60도 속도계 오차가 ‘0’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스포츠 세단이라고 강조하는 볼보 S60의 달리기 성능을 확인해보자.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 후 주행 모드는 다이내믹, ESP는 SPORT로 설정했다.
고속도로가 아닌 환경이니 이제서야 속도감이 느껴진다. 적당하게 시원스럽게 가속해 준 이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초반에 너무 민감하지도, 그렇다고 둔하지도 않다. 운전자 요구에 따라 원하는 성능이 나와서 좋다.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볍다.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했지만 스티어링 휠은 가볍게 움직인다. 모드 별 차이가 뚜렷해지면 좋겠다.
코너에 진입한다. 앞부분이 민첩하게 움직인다. 구동 방식이 어떻고 무게 배분이 어떠하냐를 떠나 코너 안쪽으로 밀고 들어가는 감각이 인상적이다. 전륜 오버행을 줄이고 전륜부터 캐빈까지 거리를 늘렸다고 하는데, 조금 과장하면 롱 노즈 타입의 스포츠카를 타는 느낌과도 유사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코너만 빠르게 파고드는 것도 아니다. 반대 방향으로 선회할 때도 허둥대지 않고 깔끔하게 자세를 바꿔나간다. 요(Yaw)를 처리하는 감각도 수준급이다. 운전자에게 위험한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코너를 날카롭게 파고들 정도의 모멘텀만 만들어준다.
기본적인 주행 한계 속도가 높다. 섀시의 완성도에 의한 것이지만 마지막으로 타이어가 잘 받아준다. S60에 탑재된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프리미엄 컨택 6, 19인치 휠에 235mm 너비로 매칭된다.
이 타이어의 모델명을 몰랐다면 아마도 콘티 스포츠 컨텍 6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접지 성능이 좋았다. 덕분에 빠르게 달릴 때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시간을 늘릴 수 있었다. 코너를 돌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일찍 가속 페달을 밟아도 토크 스티어가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접지 성능은 충분했다.
물론 본격적인 스포츠 타이어가 아니기에 성능의 한계는 존재한다. 짧은 코너에서 만들어지는 단발적인 접지 성능은 충분히 좋았지만 긴 코너에서 발생하는 지속적인 접지 성능 면에서는 살짝 아쉬움을 보였다. 하지만 한계에서의 얘기일 뿐, 스포츠 타이어가 아닌 프리미엄 타이어로는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타이어 성능이 좋다고 너무 욕심을 내면 안된다. 상황에 따라 후륜 접지력을 순간적으로 잃는 상황도 생기기 때문. 스키드음이 발생한 이후에도 접지력에 여유는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그대로 접지력을 잃는 성격이다. 피렐리 P Zero와 유사한 성격이다. 조금 더 선형적인 성향으로 튜닝하는 것도 좋겠다.
그럼 이렇게 잘 달리는 S60의 제동성능은 어떨까?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5.37m였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나 BMW 3시리즈보다 짧은 제동거리다. 테스트가 반복되면 37.78m까지 증가했으며, 테스트한 평균 제동거리는 36.6m 대였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컴팩트 세단 중에서 가장 짧은 제동거리에 해당한다.
연비는 어땠을까?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 환경에서 약 17.5km/L의 연비를 보였다. 고저차가 큰 구간이라면 이보다 하락할 수 있지만 가솔린 모델임에도 매력적인 효율이다. 주행모드를 ECO로 바꾼 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중립 주행(코스팅) 기능도 지원된다. 물론 가솔린 터보 엔진 특성상 성능을 끌어내면 끌어낸 만큼 연료는 빠르게 하락한다. 참고로 S60의 연료탱크는 55리터 수준으로 넉넉한 수준까지는 아니다. 그래도 일상 주행 연비가 좋은 편이라 이 아쉬움이 크지는 않다.
볼보는 3세대 S60을 당당하게 스포츠 세단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스포티하다. 단순히 잘 달리는 것을 넘어서 고급스러운 감각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성능과 승차감 사이에서 잘 조율된 섀시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가격은 4760만 원부터 5360만 원까지다. 매력적으로 보인다.
위 표를 통해 비교해보면 볼보가 매우 저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저 BMW가 시세를 크게 올려놨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동급 경쟁 모델 중에서 가장 많은 편의 및 안전장비로 승부를 본다는 차이 점이 있다. 또 이들과 경쟁해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 주행 성능도 갖췄다. 가속이나 제동성능도 동급에서 상위권이다. 여기에 볼보 하면 기대하게 되는 안전에 대한 믿음도 한몫할 것이다. 즉, 타사들이 이상하리 만큼 높은 가격을 부른 것일 뿐, 볼보가 적정한 가격을 부른다고 보면 된다.
우리 팀은 S60을 ‘가족과 함께, 때로는 혼자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은 30~40대 소비자’들에게 추천한다. 다만 볼보를 구입을 하고 싶어도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도 S60은 미국에서 생산해 들여오기에 약간의 여유가 있다고 한다. 물론 지금 구입해도 내년에 들어오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해줄 60 클러스터 모델들이다.
BMW 330i나 캐딜락 ATS, 재규어 XE는 잘 달린다. 감각도 좋다. 하지만 즐거운 것은 운전자 뿐이다. 나머지 승객들은 승차감과 타협해야 한다. 반면 볼보는 그 모든 것들을 감싸 안는다. 하나의 영역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둥글둥글 많은 것을 갖춘 것. 그것이 S60의 매력일 것이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