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 세단과 SUV를 갈망한 운전자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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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에 SUV를 더하든, 해치백에 SUV를 더하든 서로 다른 형태를 버무려 '크로스오버(Crossover)'가 된다. 명백히 따지면 세단도, SUV도 아니지만, 두 가지 특성을 다 가진 차를 원하는 소비자도 있다.
볼보가 국내 출시한 세 가지 '크로스컨트리(Cross Country)' 시리즈도 그렇다. S60과 V40, V60 크로스컨트리가 이에 속한다. 온로드 위주의 깔끔한 도로 말고도 가끔은 울퉁불퉁 거친 도로를 오갈 수 있도록 몇 가지 차별화를 꾀한 점이 특징이다.
이 중, 글쓴이가 시승한 모델은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다.
■ 이상하다, 밖에서 보면 분명 세단인데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는 유심히 보지 않으면 차이를 알 수 없다. 사전에 지상고가 높은 차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세단과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글쓴이는 이 차의 원형인 S60 D2, S60 T5/T6 R-디자인을 앞서 시승한바 있다. 어떤 점이 다른 걸까?
가장 먼저 앞 바퀴와 뒷 바퀴를 감싼 휀더 부위다. S60 크로스컨트리엔 플라스틱 소재로 된 클래딩이 부착돼 있지만, S60엔 없다. 사이드 스커트, 프론트와 리어의 스키드 플레이트, 블랙 컬러 처리된 벌집 라디에이터 그릴을 언급할 수 있으며, 결정적으론 듀얼 머플러 팁 상단을 따라 표시된 크로스컨트리 레터링을 보고서 알아차릴 수 있다.
지상고는 얼마나 높다는 걸까? 직접 재 봤다. 지면에서 동승석 사이드 스커트까지의 높이가 약 22 cm로 측정됐다.
이 정도면 SUV 기준 높이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얼마 전 국내 출시된 쌍용차의 티볼리 에어가 약 20 cm, 예전에 소형 SUV로 비교했을 적에 재 봤던 푸조 2008의 지상고가 약 22 cm였다. 르노삼성의 QM3는 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25 cm였다. 확실히 일반 세단보다는 승하차 지상고가 높다.
■ 운전석에 앉으면 영락 없는 SUV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의 운전석에 앉으면 SUV를 탄 듯한 시트포지션에 잠시 놀랄 수 있다. 최소 높이로 조정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승용 세단이 익숙했던 운전자라면 운전 시야가 전보다 넓어진 듯한 착시를 느낄 수 있지만, 줄곧 SUV를 몰았던 운전자들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운전석 시트의 착좌감은 어느 차종을 막론해 정말 편하다. 르노삼성 SM6처럼 시트가 두꺼운 것도 아니고, 뭔가 허전한 쇼파같은 미국차의 시트도 아니다. 기본 지상고가 높아진 건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스웨덴 정형외과 전문의들이 인체 공학적으로 디자인한 시트가 설치돼, 오랜 시간 차에 머물러 있어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운전석 시점에서 관찰 가능한 좌우 사이드미러 시야는 다소 답답할 수 있다. 좌측 사이드미러는 S60 크로스컨트리 뿐만 아니라, 볼보 전 모델을 통틀어 평면 거울로 부착돼 BLIS(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및 운전자가 직접 고개를 돌려 관찰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다소 높아진 지상고와 비례해 가까운 위치서 관찰 가능했던 차선은 더 멀어져서 길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주차 시 후진 위치(R)로 기어 조작하면 즉각 다운 릴레이 기능이 동작해 아래 사각지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단면적이 더 넓은 광각 사이드미러를 양측에 달아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면서 안전하다고 본다.
도어 트림을 비롯해 손길이 닿는 주요 부위는 S60보다 더 고급화됐다. S60에 알로이 인테리어 트림과 우레탄으로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면, S60 크로스컨트리는 우드 데코 패널을 사용해 따뜻한 분위기 연출을 돕는다. 후석 승객 편의를 위해 리모컨도 준비(2016년형부터 전 모델 도입)됐지만, 차량 주요 구성 및 특징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활용 빈도가 낮다.
■ 한글화된 인포테인먼트는 맘에 든다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에서 만족했던 점을 한 가지 더 거론한다면 한글화된 차량 인포테인먼트다. 2015년형 모델로 S60을 몰았던 그 당시엔 영문으로만 기능이 표시됐고, 음악 재생 시엔 한글이 깨져서 제대로 출력되지 않았다.
2016년형 모델로 국내 출시된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는 이 부분이 상당 수 보완됐다. 메뉴 속 거의 모든 내용이 한글화 번역돼 표시돼 알아보기 쉽다. 메인 화면에 표시된 안전 기능 동작 여부, 주행 거리 별 연비 정보, 기능 조작 시 한글 메시지 출력, 세부 기능에 관한 도움말 등 대부분의 내용이 한글로 표시된다.
물론 보완이 필요한 점도 있다.
USB 연결 후 트랙 표시 정보를 체크하면 영문을 제외한 한글이 깨져 출력된다. 음원 파일에 기록된 한글 태그를 가져오는 것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변동 가능성이 없는 공장 기본 설정 내용만 한글로 분명하게 나온다. 계기판 클러스터 디스플레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만이라도 한글화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한글화 완성도를 올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 순정 내비게이션, 경로 설정이 힘들어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더 있다.
이번 모델에 신규 적용된 센서스 내비게이션(Sensus Navigation)이다. 기존에 국내 시판된 모델은 현대엠엔소프트에서 개발한 3D 지니 맵이 공급됐지만, 이번 센서스 내비게이션은 자체 개발로 진행된 순정 내비게이션이다. 클라우드 앱과 음성 인식 제어 기능, 스마트폰을 통한 목적지 사전 선택 등 주요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막상 다뤄 본 센서스 내비게이션은 기대 이하 수준이었다. 단조롭게 안내된 현 위치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도, 경로 설정을 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명칭 입력을 이용한 통합 검색 기능이 없었다. 주소 검색은 도로명 주소 혹은 구 지번 주소 검색 등 정밀한 검색을 요구한다. 마치 아우디 차량의 순정 내비게이션을 다루는 듯했다.
KBS TPEG 정보를 반영한 경로 안내 시스템은 나쁘지 않다.
단, 속도 카메라 경고 기능을 켜도 실제 과속 카메라 구역에 접근하면 알람이 울리지 않을 때가 있다. 데이터 반영 주기가 너무 길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때가 많다. 뭔가 이것저것 준비한 티는 나는데, 현 위치에 따라 움직이는 지도 말곤 별다른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운전자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조작 편의를 위해 정전식 터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현 수준의 실내 디자인 구성으론 제거되어야 할 것이 꽤 많아 보인다. 지도 데이터 업데이트 주기는 1년으로 너무 길어서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우리나라의 교통 변화를 제때 반영하기란 쉽지 않다.
그냥 거치대를 달아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활용해 경로 안내를 받는 것이 훨씬 낫다고 해야 하겠다. 센서스 내비게이션에 큰 기대하지 말길 바란다.
■ 타이어 공기압, 수치로 보여주면 안 될까?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를 비롯한 주요 차종엔 개별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TPMS)이 적용돼 있다.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센서가 개별적으로 적용됐다면 현재 주입된 타이어 공기압이 얼마인지 보여줄수도 있을텐데, 센터 디스플레이상에선 그냥 정상이라고만 뜬다. 일부 수입차도 타이어 공기압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만 표시되는 센서만 부착돼 공기 주입기를 연결하기 전까지는 알 길이 없다.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을 보장할 수 있는 취지라면 해당 정보는 수치로 정확히 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배터리 잔량과 엔진 오일 및 수명, 냉각수 온도 등 디지털화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을 텐데, 볼보는 아직 이런 부분에선 미처 신경을 못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균형이 잘 잡힌 사운드 시스템, 씨티 세이프티를 비롯한 운전자 첨단 주행 지원 시스템, 실내 공기 청정 시스템 등의 클리미네이트 컨트롤 시스템, 경제 운전 가이드 등 여러 분야는 이미 볼보가 잘 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그만큼 완성도가 점진적으로 향상된 점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운전자에게 정확하게 제공되지 않는 일부 정보는 올바른 차량 유지 관리, 운전자의 안전한 주행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잘 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지 말고, 기존 모델에 반영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볼보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한다.
■ 세단 or SUV, 포기할 수 없는 운전자의 대안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는 세단과 SUV를 둘 다 포기하기 어려운 운전자에게 제안할 만한 모델이다.
세단이지만 마치 SUV를 탄 것과 같은 주행 감성을 전달한다. 세단보다 높은 지상고에 따른 시트포지션, 크로스컨트리만의 액세서리, S60보다 고급스런 실내 구성, 크로스컨트리 전용 휠타이어 셋업 등 거친 도로와도 잘 어울릴만한 구성을 갖추고 나왔다. 한글화 반영된 차량 인포테인먼트, 균형감 있게 조율된 사운드 시스템 등에 관해서도 만족을 느낄 수는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한글화가 완전하지는 않은 점, 국산차의 순정 내비게이션 시스템보다 못한 완성도, 타이어 공기압을 비롯한 일부 차량 정보를 명확하게 제공해주지 못한 점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음성 인식 기능도 완전치는 않아서 바른 명령대로 실행에 옮기기는 힘들다.
평소엔 일상 주행 대용으로 차를 운행하다 주말에 가끔 교외 지역으로 빠져 비포장 도로로 나가 드라이빙을 즐기는 용도라면 모를까, 뚜렷한 구매 목적을 두지 않은 운전자라면 괜히 고민만 더 깊어질 듯하다.
국내 시판 중인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는 D4가 4,970만 원, 4륜 구동 대응된 D4 AWD가 5,340만 원이다. 여유로운 화물 적재, 세이프티 케이지 설치 등을 고려한 모델이라면 V60 크로스컨트리를 알아보는 것이 좋을 수 있다. V60 CC D4는 5,280만 원, D4 AWD는 5,550만 원으로 책정돼 판매되고 있다.
세단과 SUV를 둘 중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운전자라면 이 모델을 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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