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C40 리차지 "새로운 시작, 새로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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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만 남긴 채 디젤 엔진을 차림표에서 지워버린 볼보가 이제는 완전 전동화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전동화 전략의 시작이자 핵심은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과 쿠페형 디자인, SUV의 실용성 등을 겸비한 C40 리차지다. 볼보의 '새로운 시작' C40 리차지를 만나봤다.
C40 리차지는 볼보가 처음으로 내놓는 쿠페형 SUV로, 운전자 머리 위에서 완만하게 흘러내리는 루프라인이 포인트다. 도어 손잡이를 기준으로 위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날렵한 실루엣이, 아래는 크로스오버다운 단단한 몸매가 제법 매력적이다.
전기차답게 전면 그릴은 차체와 같은 색상으로 대부분이 막혀있고, 큼지막한 볼보 엠블럼이 정중앙에 위치한다. 시승차의 피요르드 블루 컬러는 도로 위 나 홀로 새파랗게 튀는 전기차 전용 번호판과 잘 어우러진다.
양옆에는 각각 84개의 LED로 구성된 헤드램프가 자리 잡고 있다. 각 헤드램프 유닛은 전면 카메라와 연동되어 외부 상황을 분석하고, 마주 오는 차량 운전자를 배려해 상향등을 비춘다. 최대 5대까지 차량을 피해 빛을 쏴주며, 40km/h 미만에서는 스티어링 각도에 맞춰 빛을 움직여 전방을 밝히기도 한다. 웰컴 라이트 기능도 적용되어 야간에 차를 탈 때마다 어둠의 장막을 걷듯 빛을 한데 모았다가 펼쳐주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옆면에서는 창문 테두리를 비롯해 B필러와 지붕, 사이드미러까지 유광 검정으로 마감했다. 자연스레 아래로 향하는 시선을 따라 살펴보면 차체에 비해 커다란 20인치 타이어가 눈에 띈다. 큰 휠사이즈 덕분에 지상고가 다소 높은 크로스오버임에도 시각적인 안정감이 생긴다. 후드 끝에는 스웨덴 국기 장식을 달아놓아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한다.
뒷면은 이 차에서 가장 낯선 부분이다. 볼보 특유의 세로형 테일램프가 뒷유리 끝까지 이어졌고 가장자리는 점선으로 마감했다. 반면, 테일램프 아래쪽은 좌우로 길게 늘였고, 둘 사이에 굵은 주름을 넣었다. 여기에 트렁크 끝에 붙은 자그마한 스포일러까지 더해지며 가로·세로의 조화가 돋보인다.
브랜드 엔트리 라인업인 만큼 실내는 고급스러운 맛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합리적으로 구성했다. 볼보 특유의 12.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외장 색상과 동일한 피요르드 블루 색상으로 꾸며졌다.
친환경을 강조하는 볼보답게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 노브를 비롯한 모든 실내 마감에 가죽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 닿는 대부분의 곳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져 가죽이 아니라는 점을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 시트도 부들부들한 재질로 만들어져 몸이 미끄러지지 않고 단단히 고정된다.
센터패시아 중앙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최근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자랑하는 한국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적용됐다. SK텔레콤과 협업해 만든 이 시스템에는 익숙한 'T맵'과 'FLO', 음성 비서 시스템인 '누구'가 적용되어 태블릿PC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세 가지 모두 SKT 산하 서비스인 만큼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된다. "아리아"라고 불러 누구 서비스를 호출한 다음 "모터그래프로 가자"라고 말하면 T맵에서 길 안내를 시작한다. 길 안내 중에도 "아리아, 무료 도로로 안내해줘"라고 말하면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꿔서 화면에 띄운다. 또한, "인기곡 틀어줘", "운전할 때 좋은 노래 들려줘"라고 말하면 FLO에서 각 테마에 맞춰 직접 선곡도 해준다.
이 음성 인식 시스템은 실내가 정숙한 전기차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실내 잡음이 없기 때문에 인식률이 더 높다. 음악재생 중에도 '아리아'라고 부르면 용케 알아듣고 대답한다. 전화 걸기나 메시지 전송은 물론 실내 온도나 열선/통풍 시트 조작과 길 안내 기능까지 가능하다.
쿠페형 디자인은 밖에서 볼 때는 유려하고 아름답지만, 실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뒷유리가 작아지며 후방 시야가 답답해졌다. 룸미러를 통해 가까이 있는 차는 식별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차량 간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보이지 않는다. 뒷 차는 사이드미러로 확인하는 편이 낫다.
천장에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가 적용되어 시야는 시원하지만,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쿠페형 지붕 탓에 2열 헤드룸도 답답하다. 걱정보다 무릎 공간은 여유가 있었지만, 키가 183cm인 기자 기준 정수리가 천장에 이리저리 쓸린다. 조심해서 운전하지 않으면 뒷좌석 승객은 머리를 천장에 부딪히게 된다.
운전석에 앉으면 가장 먼저 시동 버튼이 없어 당황스럽다. C40 리차지는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 노브를 한 차례 당겨 D 모드에 놓는 것만으로 움직일 준비를 마친다. 다만, 시동 버튼이 있어야 할 자리를 단순하게 검정 플라스틱으로 막아놓은 점은 매우 아쉽다. 내연기관차와 부품을 공유해 낭비를 막는다는 취지는 좋지만, 차량 가격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따로 마감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가속 페달에 발을 얹으면 전기차답게 아무런 소리 없이 경쾌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가속 페달을 조금만 더 깊게 밟으면 신경질 내듯 왈칵 튀어 나간다.
C40 리차지에는 두 개의 전기모터와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되어 최고출력 300kW(약 408마력), 최대토크는 무려 67.3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까지는 단 4.7초 만에 도달한다.
차량 크기에 비해 넘치는 출력 덕분에 시내에서나 고속도로에서나 한결같이 넉넉한 힘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추월 등을 위해 속도를 높일 때 마치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듯 빠르게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그러나 승차감이 과하게 단단하다. 그간 볼보에서 느꼈던 스포티한 승차감을 넘어서는 통통거림이다. 현재 도로 상태가 어떤지 운전석과 스티어링 휠에 가감 없이 느껴진다. 깊은 요철을 만나면 의연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동일한 CMA 플랫폼을 사용하는 폴스타2보다도 더 단단하다.
최근 볼보의 행보대로 에코·컴포트·스포츠 등으로 대표되는 드라이브 모드는 없다. 대신 원 페달 드라이브 모드를 지원해 회생제동량을 최대한 높여 가속 페달만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 완전 정차까지 지원하고, 모터가 두 개 탑재된 덕분에 감속도 충분해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은 없다.
바닥에는 500kg에 달하는 78kWh 용량의 배터리가 깔려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이 배터리는 급속 충전을 지원해 40분 만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히트 펌프가 내장되어 겨울철 연비 손실을 줄인다.
표시 연비는 4.1km/kWh, 환경부 인증 주행거리는 356km다. 배터리 용량은 아이오닉5·EV6 등 국산차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100마력 이상 높은 출력 탓에 주행거리는 훨씬 낮다.
다행히도 실 연비는 그보다 훨씬 높다. 총 320여km를 달렸고, 이 기간동안 5.3km/kWh의 연비를 기록했다. 표시 연비보다 약 29% 뛰어난 수준이다. 추운 겨울만 아니라면 일상 주행에서 400km를 넘기는 것은 어렵지 않겠다.
볼보 C40 리차지 듀얼 모터 모델의 가격은 6391만원이다. 미국 시장과 비교하면 약 900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여기에 국고보조금 264만원이 책정되어 서울시 기준 총 339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실구매가는 6000만원 수준인 셈.
이미 매력적인 가격이지만, 가격이 더 저렴하고 주행거리도 더 긴 싱글 모터 모델의 출시가 기다려진다. 모터 하나를 덜어내며 최고출력은 줄어들겠지만, 지금과 비슷한 가격 정책이라면 실구매가 5000만원 중반까지 낮출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EV6와 아이오닉5 등 국산 전기차도 긴장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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