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 크로스컨트리 V60 T5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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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가장 비싼 소비재다.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입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같은 가격에 더 좋았으면 하는 것이 사람 욕심. 조금 더 넓고 편했으면 좋겠고 짐도 많이 실렸으면, 편의 및 안전 장비도 많고, 잘 달리고 캠핑도 할 수 있고,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까지? 여기에 남들이 봤을 때 ‘있어 보이는’ 효과까지 누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물론 그런 차들이 있긴 하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벤틀리 벤테이가가 그렇다. 문제는 이렇게 다 갖춘 차의 가격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 5천만 원 대에서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이 가능한 차가 있다면 믿겠는가? 그런 차도 있었다. 이번에 만난 볼보 크로스컨트리(V60)가 그랬다.
볼보 크로스컨트리 V60
크로스컨트리. 얼마 전만 해도 볼보는 V40 CC, V60 CC처럼 크로스컨트리라는 것 대신 모델명을 앞세웠다. 이처럼 크로스컨트리는 일종의 트림 정도로 구분되었다.
볼보 크로스컨트리 V90
하지만 크로스컨트리 V90이 등장하면서 볼보는 라인업에 ‘크로스컨트리’를 만들었다. 세단형은 S, SUV 모델은 XC, 그리고 크로스오버 모델인 크로스컨트리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다. 단지 표현법이 달라진 것뿐인데 ‘왜건형 모델의 키 높이 버전’이라는 이미지에서 ‘크로스오버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볼보의 전략이 통했던 것.
첫인상은 볼보답다. 차가운 인상과 함께 따뜻함이 공존한다. 실내외 디자인에서 묘한 느낌도 받는데, 이것이 볼보가 말하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다.
외관 디자인은 2019년 하반기 등장할 컴팩트 세단인 S60의 것을 기초로 한다. SUV인 XC60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확실히 크로스컨트리 V90보다 젊은 이미지가 강조된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도 한층 날카롭게 다듬어 멋스러움을 키웠다. 또한 범퍼에 날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넣은 것도 특징이다. 그릴은 크로스컨트리 전용 디자인을 사용한다. 가로줄이나 세로줄이 아닌 점으로 구성된 형태다. 사진이나 영상보다 실물이 꽤나 멋지다.
측면부는 크로스컨트리만의 비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왜건형 모델인 V60보다 지상고가 74mm 높아졌지만 SUV 모델인 XC60과 비교하면 지붕이 155mm 가량 낮다.
지상고가 74mm 높아졌다는 것, 여기엔 의외의 이점들이 있다. 먼저 세단처럼 차량 바닥이 긁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승객이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세단처럼 너무 낮지도, SUV처럼 높지도 않아 히프 포지션이 의외로 편하게 다가온다는 것.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크로스오버라는 성격에 맞춰 차량 주위를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했다. 휠은 트림에 따라 18인치와 19인치로 나뉜다.
후면에서는 ‘L’자형 램프를 중심으로 듀얼 머플러가 시선을 끈다. SUV와 다른 날렵한 모습이 부각된다는 점이 좋다. 확실히 볼보는 세단보다 왜건, SUV 디자인을 더 잘하는 것 같다. 어두운 컬러로 멋을 낸 리어램프도 꽤나 세련된 모습이다.
이번 크로스컨트리 V60(이하 CC V60)는 2세대 모델에 해당한다. 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150mm 가량 길어졌는데, 이중 휠베이스가 100mm 가량 늘어났다. 덕분에 넉넉한 실내 공간이 기본이다. 전체 길이는 4785mm. 컴팩트 세단을 기초로 만들었지만 차 급이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인테리어의 기본적인 틀은 XC60을 기초로 한다. 간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세로로 배열된 9인치 디스플레이, 금속을 세공한 듯한 디자인 등 구성도 익숙하다.
한가지 훌륭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만들고 여러 모델에 동일하게 적용시키는 브랜드가 몇몇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유명한데, 볼보도 이 그룹에 묶인다. 브랜드 정체성도 좋지만 모델 간 보다 명확한 차이를 주면 좋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볼보의 신차 인테리어에 기대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소재도 잘 썼다. 스웨덴 해변에서 볼 수 있는 드리프트 우드를 활용한 우드 트림도 고급스러운 감각을 전달한다. 가죽의 질감과 금속 장식들이 보여주는 촉감에서도 고급스러움이 잘 묻어난다.
시트도 좋은 구성을 갖췄다. 통풍과 열선을 지원하며 앞좌석을 위한 마사지 기능도 있다. 시트를 나파 가죽으로 덮었다. 무엇보다 마사지 기능이 눈에 띄는데, 그저 들쑥날쑥하는 마사지 기능이 아니라 지압봉으로 꾹꾹 눌러주는 느낌이라 좋다. 단순히 기능성만 좋은 것이 아니다. 볼보의 시트는 앉았을 때 편하기로 유명하다. 기능이나 구성이나 볼보의 시트는 장거리 이동을 할수록 빛을 발하는 구성 중 하나다.
크로스컨트리 V90보다 한 체급 작다지만 뒷좌석 공간이 꽤나 넉넉하다. 여기에 4존 공조장치도 넣었다. 다만 센터 터널이 다소 크게 돌출돼있다는 점은 시각적으로, 또 실제로도 답답함을 만드는 부분이다.
트렁크 공간도 모나지 않고 반듯하다. 또, 뒷좌석 시트도 거의 평평하게 접힌다. 기본 용량은 529리터이며 2열 시트를 접어 1441리터까지 확장 할 수도 있다. 각각 505리터와 1432리터의 용량을 갖는 XC60보다 넓다.
크로스컨트리만의 특징이라면 화물이 탑승석 쪽으로 쏟아지거나 동물과 격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금속 파티션도 달 수 있다. 악세사리 옵션이긴 하나 꽤나 의미있는 구성이다.여기에 각도 설정이 가능한 커버도 제공된다. 세심한 배려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XC90이나 크로스컨트리 V90과 동일한 크기인데 개방감이 좋다. 특히나 비 오는 날 분위기 잡는데 좋은 아이템이다.
사운드 시스템은 CC V60의 트림을 나눠주는 요소 중 하나다. 기본 모델에는 하이 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이 쓰이는데, 허술한 사운드일 것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기본 사양이라지만 스피커 개수만 10개에 이르기 때문.
상급 트림인 프로(Pro) 모델에는 19개의 스피커를 장착한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이 쓰이는데, 여러 개의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음향 쪽에 관심이 많은 촬영 담당 PD도 이 사운드 시스템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물론 볼보의 상급 모델에도 이 사운드 시스템이 쓰이는데, 차량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만족감이 대폭 커진다. 올해는 유난히 좋은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차들이 많았는데, CC V60도 우리 팀이 손꼽는 차량 중 하나다.
이제 주행에 나서보자.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이얼을 비틀어서 시동을 거는 방식이 신선하다. 이제 볼보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인데,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회전한다. 가솔린 엔진이지만 디젤과 유사한 감각이 느껴질 때도 있다. 모듈러 엔진의 특징인데, 이것이 단점까지는 아니다.
정숙성은 어떨까? 아이들 때 실내로 파고든 소음은 39.5 dBA 수준이었다. 우연히도 과거 S80 T5와 전 세대 XC60 D5 모델과 동일한 수치였다. 매우 조용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차 등급을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물론 더 정숙해지면 국내 소비자들이 반길 것이다. 참고로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릴 때는 약 59.5 dBA 수준을 보여 중형 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고를 올려놨기 때문에 다소 출렁거리는 승차감을 갖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소폭 탄탄하다는 느낌이 짙다. 동시에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는 하체의 상하 움직임이 일반 세단보다는 길다. 온로드 주행성능과 오프로드 모두에 대응하기 위한 조율의 결과다.
크로스컨트리는 단순히 지상고만 높인 모델이 아니다. 신차 개발에 버금가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것이 볼보의 설명.
튜닝을 시작하며 지상고를 74mm 가량 올렸다. 덕분에 접근각과 이탈각이 일반 SUV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차체도 보강했다. 오프로드에서 주행할 때 발생하는 충격을 소화하기 위함이다. 사실 일반 SUV들도 세단 모델 대비 차체 보강을 많이 하는 편인데, 크로스컨트리도 동일한 보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다양한 노면 주행하에 별도의 섀시 튜닝도 시행했다. 가장 노하우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 후술하겠지만 볼보는 이 섀시 튜닝을 멋지게 해냈다.
타이어도 살짝 달라졌다. 불규칙한 노면에서 그립력을 높이기 위해 세단용 타이어 대비 사이드 월이 조금 더 불룩하게 나온 형태의 타이어를 달았다.
고속도로에 올라 CC V60의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활용해본다. 최근 볼보는 자사의 안전장비를 전 트림에 기본 장착하고 있다. 물론 CC V60도 모든 트림에 아래와 같은 안전장비가 기본으로 쓰인다.
한마디로 S90, XC90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안전사양이 그대로 적용됐다. 이중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반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 사람이 직접 운전한다고 느낄 정도로 속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일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두운 밤이 아니라면 차선도 잘 읽어낸다. 당연히 차선 중앙 유지도 잘 했다.
반자율 주행이나 자율 주행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탑승자가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볼보는 이 기준을 잘 맞춰, 처음 이 기술을 접하는 소비자도 두려움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계기판과 GPS상 속도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차량들은 계기판 속도계와 실제 속도 간 차이가 난다. 모델마다 다르지만 보통 3~6km/h 내외의 차이를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CC V60은 오차가 없었다. 실제 속도와 속도계 간 오차가 없다는 것은 운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데 의미가 있지만 과속 카메라를 통과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이제 CC V60의 성능을 파악해보자. 엔진은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가 먼저 들어왔다. 254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변속기는 아이신이 만든 8단 자동이다.
CC V60에 장착된 T5 엔진은 부드러운 가속을 만들어 나간다. 통상 고출력 지향 터보 엔진들은 터보차저가 충분한 압축공기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를 터보 래그라고 부르는데, 볼보의 T5는 250마력대 성능을 내는 엔진치고 반응 지연 현상이 크지 않다. 특히나 크로스컨트리 같은 모델은 다양한 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저속 토크가 부족하면 다수의 승객이 승차한 환경, 특히 오르막을 만나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CC V60은 고출력 지향 엔진 치고 무난한 초기 발진 성능을 가져가며 운전자에게 답답함을 전하지 않았다.
저속에서 기어 변속을 진행하면 쇼크가 나오는 차들도 있는데, 역시 변속기를 잘 만드는 아이신 제품답게 아쉬움 없는 모습을 보였다. 변속기의 반응성도 좋은 편인데, 타코미터의 바늘보다 실제 내부 체결 시간이 조금 빠른 편에 속한다. 최근 타코미터 바늘만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어 체감적인 성능만 올리려는 제조사들도 있는데, 볼보의 변속기는 다양한 환경에서 꽤나 좋은 모습을 보였다. 또한 8단이라는 기어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3~4단 사이에서 기어비가 길게 느껴지는 모델들도 있는데, 각 단에서 필요한 성능을 잘 연결했던 만큼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을 만들지 않아 좋았다.
그럼 이와 같은 파워 트레인을 기반으로 한 가속성능은 어떨까? 시험 결과 CC V60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10초에 도달했다. 먼저 시험했던 S90 T5가 7.31초, 크로스컨트리 V90 D5가 7.74초를 기록했으니 준수한 성능이다. 또한 다른 볼보 모델이 그렇듯 수치적인 성능보다 체감 성능이 더 좋았다. 참고로 볼보가 제시한 공식 가속 시간은 6.8초다. 이 기록은 18인치 휠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록으로 예상된다. 프로 등급에는 235mm 급 타이어와 19인치 휠이 쓰이는데, 기본 모델은 18인치 휠을 기초로 타이어 너비도 축소된다. 옵션도 줄어드는 만큼 가속성능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속도를 올려나간다. 고속 주행 안정감도 꽤나 좋다. 저속에서도 무난한 성능이었지만 고속 영역에서도 필요한 출력과 토크가 잘 나와주기에 답답함 없는 주행이 이뤄졌다. 특히 안정감 향상이란 것이 꽤나 마음에 든다. 과거 볼보는 뭔가 철부지 망아지 같았다. 각각의 부속들이 보여주는 완성도, 기본기는 좋았는데 이들이 짝을 이루면 뭔가 조화가 좋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각각의 것들이 제 역할을 해냄과 동시에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확실히 2세대 S60 이후 볼보는 큰 발전을 해 나가고 있다.
여러 가지가 마음에 드는 CC V60이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엔진 토크 부족을 말하고 싶다. 사실 2리터 급에서 254마력이라는 출력은 충분히 높은 편에 속한다. 효율 잘 내기로 소문난 BMW의 것도 이와 유사하다. 현대차가 고성능이라고 자랑하는 벨로스터 N의 엔진도 250~270마력 선의 성능을 낸다. 즉, 출력에 대한 경쟁력은 충분하다. 다만 토크는 다소 낮은 편에 속한다. 통상 이와 같은 출력을 내는 수준이라면 최대 토크도 38kgf.m 이상을 넘어서는 것이 보통인데, 35.7kgf.m라는 수치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다양한 차를 바탕으로 비교를 하는 우리 팀의 입장만 그러할 뿐, 다수의 소비자가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을 내세우지 않을 것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민첩한 몸놀림이 인상 깊다. 물론 스포티한 성향의 자동차와 비교되긴 어렵지만 CC V60은 왜건형 모델을 기초로 한다. 자연스레 갖게 된 긴 차체, 이는 코너를 돌 때 후륜축이 뒤늦게 따라오는 구조적 약점을 갖게 한다. 하지만 CC V60을 주행하며 아쉬움을 느낀 경우는 없었다. 굳이 긴 차체에 의한 아쉬움이라면 주차할 때 정도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운전자의 요청에 즉각 반응하는 타입인데, 그렇다고 필요 이상의 피드백을 전하는 것도 아니다. 세단 치고는 다소 부드러운 편이지만, SUV와 비교하자면 민감한 정도. 스티어링 시스템이 너무 민감해도 운전자가 쉽게 피로해지는데, CC V60은 적정 선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타이어의 성능도 좋았다. OE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프리미엄 컨택 6(Premium Contac 6). 235mm 너비를 갖고 있다. ‘프리미엄 컨택’ 시리즈를 시험하며 이번처럼 만족한 적이 또 있을까? 최근 컨티넨탈이 선보이는 6번째 모델들은 꽤 만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타이어는 다양한 노면 조건을 감안한 크로스컨트리 전용인데, 오프로드 주행보다 온로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덕분에 운전이 재미있다. 브레이크 이후 날카롭게 코너를 치고 들어가는 맛도 제법 좋다. 지금까지의 크로스오버 또는 왜건형 자동차들은 공간을 위해 성능 및 주행 감각에 대한 희생을 필요로 했는데, 지금은 승차감을 지켜내면서도 이 모든 것들을 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쉽게는 크로스오버카에서 컴팩트 세단과 유사한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확실히 요즘 볼보, 예전 같지 않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팀을 놀라게 했던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제동 성능이다. 볼보 그리고 브레이크 시스템. 우리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과거 볼보의 제동 시스템에 혀를 차곤 했다. 쉽게 지치는 것은 물론 브레이크 패드가 타버리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볼보 모델에서 제동력 부족이란 있기 힘든 일. 사실 S90을 시험할 때 크게 놀랐던 바 있다. 체감상으로는 다소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35m 미만의 성능을 기록하였다. 성능 좋다고 말하는 차들이 35m 내외의 성능을 갖기에 이 수치에는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그럼 CC V60이 기록한 제동 거리는? 시속 100km를 달리던 CC V60이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불과 34.18m였다. 이는 우리 팀이 테스트한 수백여 대의 자동차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금까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메르세데스-AMG의 GT S로 33.82m를 기록했다. 그다음이 CC V60이다. 마세라티와 BMW의 브레이크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데 CC V60 이후에 순위를 올린다.
참고로 제동거리가 29~32m 내외의 성능을 갖는 차들도 있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슈퍼카’라고 부르는 모델들이다. CC V60의 제동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 될 것이다. 단순히 1회성 제동거리도 아니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35.1m 이상을 넘어서지 않았다. 제동 성능은 기본 안전장비다. 그 때문에 볼보가 제동 성능을 높인 것일까? 왠지 볼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2.0리터 급 엔진을 사용한 만큼 정속 주행 연비도 준수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으로 달리는 환경에서 보여준 효율은 17km/L 내외. 물론 19km/L 수준을 보일 때도 있었는데, 마음 편히 17km/L를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수치는 누구나 쉽게 뽑아낼 수 있을 테니.
참고로 디젤 엔진을 사용했던 XC60 D4가 동일한 환경에서 19km/L 대를 기록한 바 있다. 가솔린 치고 경쟁력 있는 연비다. 물론 즐거운 운전을 위해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연비가 산으로 가긴 하지만.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이 보여주는 탄력성도 제법 좋다. 전륜 구동(FF) 방식을 기초로 하기에 운동 특성을 바꾸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안정감을 추구하는 측면, 겨울철 노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CC V60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에 있다. 기본형 트림 5280만 원, 상급 트림은 5890만 원이다. 모두 6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 구성이 동일한 XC60과 비교를 하면 적게는 900만 원에서 많게는 15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그렇다고 공간 활용성 면에서 뒤처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트렁크 공간만 보자면 XC60보다 조금 더 넉넉한 수준이다. 또한 상급 모델인 크로스컨트리 V90과 비교하면 1400~1700만 원까지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컴팩트 급’이라는 장르를 놓고 타사와 비교해보자. 현재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는 컴팩트 세단 메르세데스-벤츠 C220d가 5520만 원에 팔린다. BMW 3시리즈도 5320만 원부터 6510만 원까지의 가격을 갖는다.
반자율 주행 기능, 19개 고급 스피커, 마사지 시트, 여기에 넓은 공간과 다양한 지형을 대응할 수 있는 능력까지 CC V60에는 모두 있다. 브랜드? 오히려 할인을 남발하는 타사들 보다 요즘 볼보의 브랜드 밸류가 더 좋다는 평도 나온다. 즉, 가격과 구성으로 본다면, 업계 최고.
우리 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다양한 모델들이 있다. 하지만 좋았던 만큼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았다. 이것저것 다 갖추고 성능까지 좋으면 응당 비싼 가격을 내세웠던 것. 하지만 CC V60은 가격까지 경쟁력 높았다. 혹시 중국 생산 모델이어서 그럴지 확인해봤지만 ‘Made in Sweden’이었다. 참고로 글로벌 시대에 생산 국가란 중요하지 않다. 그건 단지 경쟁사 영업사원들이 내세우는 하나의 공격용 무기일 뿐이다. 오히려 높은 인건비에 잦은 파업을 일삼은 일부 공장들보다 최신 시설을 바탕으로 자동화를 이룬 최신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차의 품질이 더 나을 가능성도 높다.
CC V60은 짜증 나는 차였다. 단점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적 하자면 실내에 올랐을 때 XC60인지 CC V60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XC60과 CC V60 모두를 소유한 소비자에게만 해당할 불만이 되겠지만…
CC V60은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가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아마도 하반기 국내 출시될 S60 세단이 아닐까 싶다.
같은 가격에 더 좋았으면 하는 것이 사람 욕심. 조금 더 넓고 편했으면 좋겠고 짐도 많이 실렸으면, 편의 및 안전 장비도 많고, 잘 달리고 캠핑도 할 수 있고, 가벼운 오프로드 주행까지? 여기에 남들이 봤을 때 ‘있어 보이는’ 효과까지 누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물론 그런 차들이 있긴 하다. 롤스로이스 컬리넌, 벤틀리 벤테이가가 그렇다. 문제는 이렇게 다 갖춘 차의 가격이 어마어마 하다는 것. 5천만 원 대에서 위에서 말한 모든 것이 가능한 차가 있다면 믿겠는가? 그런 차도 있었다. 이번에 만난 볼보 크로스컨트리(V60)가 그랬다.
크로스컨트리. 얼마 전만 해도 볼보는 V40 CC, V60 CC처럼 크로스컨트리라는 것 대신 모델명을 앞세웠다. 이처럼 크로스컨트리는 일종의 트림 정도로 구분되었다.
하지만 크로스컨트리 V90이 등장하면서 볼보는 라인업에 ‘크로스컨트리’를 만들었다. 세단형은 S, SUV 모델은 XC, 그리고 크로스오버 모델인 크로스컨트리라는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한 것이다. 단지 표현법이 달라진 것뿐인데 ‘왜건형 모델의 키 높이 버전’이라는 이미지에서 ‘크로스오버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 볼보의 전략이 통했던 것.
첫인상은 볼보답다. 차가운 인상과 함께 따뜻함이 공존한다. 실내외 디자인에서 묘한 느낌도 받는데, 이것이 볼보가 말하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다.
외관 디자인은 2019년 하반기 등장할 컴팩트 세단인 S60의 것을 기초로 한다. SUV인 XC60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확실히 크로스컨트리 V90보다 젊은 이미지가 강조된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라이트도 한층 날카롭게 다듬어 멋스러움을 키웠다. 또한 범퍼에 날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넣은 것도 특징이다. 그릴은 크로스컨트리 전용 디자인을 사용한다. 가로줄이나 세로줄이 아닌 점으로 구성된 형태다. 사진이나 영상보다 실물이 꽤나 멋지다.
측면부는 크로스컨트리만의 비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왜건형 모델인 V60보다 지상고가 74mm 높아졌지만 SUV 모델인 XC60과 비교하면 지붕이 155mm 가량 낮다.
지상고가 74mm 높아졌다는 것, 여기엔 의외의 이점들이 있다. 먼저 세단처럼 차량 바닥이 긁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승객이 타고 내리기도 편하다. 세단처럼 너무 낮지도, SUV처럼 높지도 않아 히프 포지션이 의외로 편하게 다가온다는 것. 덕분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
크로스오버라는 성격에 맞춰 차량 주위를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했다. 휠은 트림에 따라 18인치와 19인치로 나뉜다.
후면에서는 ‘L’자형 램프를 중심으로 듀얼 머플러가 시선을 끈다. SUV와 다른 날렵한 모습이 부각된다는 점이 좋다. 확실히 볼보는 세단보다 왜건, SUV 디자인을 더 잘하는 것 같다. 어두운 컬러로 멋을 낸 리어램프도 꽤나 세련된 모습이다.
이번 크로스컨트리 V60(이하 CC V60)는 2세대 모델에 해당한다. 전 세대 모델과 비교해 150mm 가량 길어졌는데, 이중 휠베이스가 100mm 가량 늘어났다. 덕분에 넉넉한 실내 공간이 기본이다. 전체 길이는 4785mm. 컴팩트 세단을 기초로 만들었지만 차 급이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인테리어의 기본적인 틀은 XC60을 기초로 한다. 간결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세로로 배열된 9인치 디스플레이, 금속을 세공한 듯한 디자인 등 구성도 익숙하다.
한가지 훌륭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만들고 여러 모델에 동일하게 적용시키는 브랜드가 몇몇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유명한데, 볼보도 이 그룹에 묶인다. 브랜드 정체성도 좋지만 모델 간 보다 명확한 차이를 주면 좋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볼보의 신차 인테리어에 기대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소재도 잘 썼다. 스웨덴 해변에서 볼 수 있는 드리프트 우드를 활용한 우드 트림도 고급스러운 감각을 전달한다. 가죽의 질감과 금속 장식들이 보여주는 촉감에서도 고급스러움이 잘 묻어난다.
시트도 좋은 구성을 갖췄다. 통풍과 열선을 지원하며 앞좌석을 위한 마사지 기능도 있다. 시트를 나파 가죽으로 덮었다. 무엇보다 마사지 기능이 눈에 띄는데, 그저 들쑥날쑥하는 마사지 기능이 아니라 지압봉으로 꾹꾹 눌러주는 느낌이라 좋다. 단순히 기능성만 좋은 것이 아니다. 볼보의 시트는 앉았을 때 편하기로 유명하다. 기능이나 구성이나 볼보의 시트는 장거리 이동을 할수록 빛을 발하는 구성 중 하나다.
크로스컨트리 V90보다 한 체급 작다지만 뒷좌석 공간이 꽤나 넉넉하다. 여기에 4존 공조장치도 넣었다. 다만 센터 터널이 다소 크게 돌출돼있다는 점은 시각적으로, 또 실제로도 답답함을 만드는 부분이다.
트렁크 공간도 모나지 않고 반듯하다. 또, 뒷좌석 시트도 거의 평평하게 접힌다. 기본 용량은 529리터이며 2열 시트를 접어 1441리터까지 확장 할 수도 있다. 각각 505리터와 1432리터의 용량을 갖는 XC60보다 넓다.
크로스컨트리만의 특징이라면 화물이 탑승석 쪽으로 쏟아지거나 동물과 격리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금속 파티션도 달 수 있다. 악세사리 옵션이긴 하나 꽤나 의미있는 구성이다.여기에 각도 설정이 가능한 커버도 제공된다. 세심한 배려다.
파노라믹 선루프는 XC90이나 크로스컨트리 V90과 동일한 크기인데 개방감이 좋다. 특히나 비 오는 날 분위기 잡는데 좋은 아이템이다.
사운드 시스템은 CC V60의 트림을 나눠주는 요소 중 하나다. 기본 모델에는 하이 퍼포먼스 사운드 시스템이 쓰이는데, 허술한 사운드일 것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기본 사양이라지만 스피커 개수만 10개에 이르기 때문.
상급 트림인 프로(Pro) 모델에는 19개의 스피커를 장착한 바워스 & 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이 쓰이는데, 여러 개의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입체적인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음향 쪽에 관심이 많은 촬영 담당 PD도 이 사운드 시스템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물론 볼보의 상급 모델에도 이 사운드 시스템이 쓰이는데, 차량 가격대를 생각했을 때 만족감이 대폭 커진다. 올해는 유난히 좋은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차들이 많았는데, CC V60도 우리 팀이 손꼽는 차량 중 하나다.
이제 주행에 나서보자.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다이얼을 비틀어서 시동을 거는 방식이 신선하다. 이제 볼보에서 널리 쓰이는 방식인데,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회전한다. 가솔린 엔진이지만 디젤과 유사한 감각이 느껴질 때도 있다. 모듈러 엔진의 특징인데, 이것이 단점까지는 아니다.
정숙성은 어떨까? 아이들 때 실내로 파고든 소음은 39.5 dBA 수준이었다. 우연히도 과거 S80 T5와 전 세대 XC60 D5 모델과 동일한 수치였다. 매우 조용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차 등급을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물론 더 정숙해지면 국내 소비자들이 반길 것이다. 참고로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릴 때는 약 59.5 dBA 수준을 보여 중형 세단 수준의 정숙성을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고를 올려놨기 때문에 다소 출렁거리는 승차감을 갖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소폭 탄탄하다는 느낌이 짙다. 동시에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는 하체의 상하 움직임이 일반 세단보다는 길다. 온로드 주행성능과 오프로드 모두에 대응하기 위한 조율의 결과다.
크로스컨트리는 단순히 지상고만 높인 모델이 아니다. 신차 개발에 버금가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것이 볼보의 설명.
튜닝을 시작하며 지상고를 74mm 가량 올렸다. 덕분에 접근각과 이탈각이 일반 SUV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차체도 보강했다. 오프로드에서 주행할 때 발생하는 충격을 소화하기 위함이다. 사실 일반 SUV들도 세단 모델 대비 차체 보강을 많이 하는 편인데, 크로스컨트리도 동일한 보강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다양한 노면 주행하에 별도의 섀시 튜닝도 시행했다. 가장 노하우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다. 후술하겠지만 볼보는 이 섀시 튜닝을 멋지게 해냈다.
타이어도 살짝 달라졌다. 불규칙한 노면에서 그립력을 높이기 위해 세단용 타이어 대비 사이드 월이 조금 더 불룩하게 나온 형태의 타이어를 달았다.
고속도로에 올라 CC V60의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을 활용해본다. 최근 볼보는 자사의 안전장비를 전 트림에 기본 장착하고 있다. 물론 CC V60도 모든 트림에 아래와 같은 안전장비가 기본으로 쓰인다.
한마디로 S90, XC90에 탑재되는 대부분의 안전사양이 그대로 적용됐다. 이중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반자율 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Pilot Assist). 사람이 직접 운전한다고 느낄 정도로 속도를 올리거나 내리는 일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어두운 밤이 아니라면 차선도 잘 읽어낸다. 당연히 차선 중앙 유지도 잘 했다.
반자율 주행이나 자율 주행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탑승자가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볼보는 이 기준을 잘 맞춰, 처음 이 기술을 접하는 소비자도 두려움 없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계기판과 GPS상 속도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차량들은 계기판 속도계와 실제 속도 간 차이가 난다. 모델마다 다르지만 보통 3~6km/h 내외의 차이를 갖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CC V60은 오차가 없었다. 실제 속도와 속도계 간 오차가 없다는 것은 운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하는데 의미가 있지만 과속 카메라를 통과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이제 CC V60의 성능을 파악해보자. 엔진은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가 먼저 들어왔다. 254마력과 35.7kgf.m의 토크를 만들어낸다. 변속기는 아이신이 만든 8단 자동이다.
CC V60에 장착된 T5 엔진은 부드러운 가속을 만들어 나간다. 통상 고출력 지향 터보 엔진들은 터보차저가 충분한 압축공기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이를 터보 래그라고 부르는데, 볼보의 T5는 250마력대 성능을 내는 엔진치고 반응 지연 현상이 크지 않다. 특히나 크로스컨트리 같은 모델은 다양한 도로를 달려야 하는데, 저속 토크가 부족하면 다수의 승객이 승차한 환경, 특히 오르막을 만나면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CC V60은 고출력 지향 엔진 치고 무난한 초기 발진 성능을 가져가며 운전자에게 답답함을 전하지 않았다.
저속에서 기어 변속을 진행하면 쇼크가 나오는 차들도 있는데, 역시 변속기를 잘 만드는 아이신 제품답게 아쉬움 없는 모습을 보였다. 변속기의 반응성도 좋은 편인데, 타코미터의 바늘보다 실제 내부 체결 시간이 조금 빠른 편에 속한다. 최근 타코미터 바늘만 빠르게 움직이게 만들어 체감적인 성능만 올리려는 제조사들도 있는데, 볼보의 변속기는 다양한 환경에서 꽤나 좋은 모습을 보였다. 또한 8단이라는 기어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3~4단 사이에서 기어비가 길게 느껴지는 모델들도 있는데, 각 단에서 필요한 성능을 잘 연결했던 만큼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을 만들지 않아 좋았다.
그럼 이와 같은 파워 트레인을 기반으로 한 가속성능은 어떨까? 시험 결과 CC V60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10초에 도달했다. 먼저 시험했던 S90 T5가 7.31초, 크로스컨트리 V90 D5가 7.74초를 기록했으니 준수한 성능이다. 또한 다른 볼보 모델이 그렇듯 수치적인 성능보다 체감 성능이 더 좋았다. 참고로 볼보가 제시한 공식 가속 시간은 6.8초다. 이 기록은 18인치 휠을 바탕으로 작성된 기록으로 예상된다. 프로 등급에는 235mm 급 타이어와 19인치 휠이 쓰이는데, 기본 모델은 18인치 휠을 기초로 타이어 너비도 축소된다. 옵션도 줄어드는 만큼 가속성능이 개선될 수밖에 없다.
속도를 올려나간다. 고속 주행 안정감도 꽤나 좋다. 저속에서도 무난한 성능이었지만 고속 영역에서도 필요한 출력과 토크가 잘 나와주기에 답답함 없는 주행이 이뤄졌다. 특히 안정감 향상이란 것이 꽤나 마음에 든다. 과거 볼보는 뭔가 철부지 망아지 같았다. 각각의 부속들이 보여주는 완성도, 기본기는 좋았는데 이들이 짝을 이루면 뭔가 조화가 좋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각각의 것들이 제 역할을 해냄과 동시에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확실히 2세대 S60 이후 볼보는 큰 발전을 해 나가고 있다.
여러 가지가 마음에 드는 CC V60이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엔진 토크 부족을 말하고 싶다. 사실 2리터 급에서 254마력이라는 출력은 충분히 높은 편에 속한다. 효율 잘 내기로 소문난 BMW의 것도 이와 유사하다. 현대차가 고성능이라고 자랑하는 벨로스터 N의 엔진도 250~270마력 선의 성능을 낸다. 즉, 출력에 대한 경쟁력은 충분하다. 다만 토크는 다소 낮은 편에 속한다. 통상 이와 같은 출력을 내는 수준이라면 최대 토크도 38kgf.m 이상을 넘어서는 것이 보통인데, 35.7kgf.m라는 수치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하지만 다양한 차를 바탕으로 비교를 하는 우리 팀의 입장만 그러할 뿐, 다수의 소비자가 이 부분에 대해 불만을 내세우지 않을 것이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민첩한 몸놀림이 인상 깊다. 물론 스포티한 성향의 자동차와 비교되긴 어렵지만 CC V60은 왜건형 모델을 기초로 한다. 자연스레 갖게 된 긴 차체, 이는 코너를 돌 때 후륜축이 뒤늦게 따라오는 구조적 약점을 갖게 한다. 하지만 CC V60을 주행하며 아쉬움을 느낀 경우는 없었다. 굳이 긴 차체에 의한 아쉬움이라면 주차할 때 정도다.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운전자의 요청에 즉각 반응하는 타입인데, 그렇다고 필요 이상의 피드백을 전하는 것도 아니다. 세단 치고는 다소 부드러운 편이지만, SUV와 비교하자면 민감한 정도. 스티어링 시스템이 너무 민감해도 운전자가 쉽게 피로해지는데, CC V60은 적정 선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타이어의 성능도 좋았다. OE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프리미엄 컨택 6(Premium Contac 6). 235mm 너비를 갖고 있다. ‘프리미엄 컨택’ 시리즈를 시험하며 이번처럼 만족한 적이 또 있을까? 최근 컨티넨탈이 선보이는 6번째 모델들은 꽤 만족도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타이어는 다양한 노면 조건을 감안한 크로스컨트리 전용인데, 오프로드 주행보다 온로드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덕분에 운전이 재미있다. 브레이크 이후 날카롭게 코너를 치고 들어가는 맛도 제법 좋다. 지금까지의 크로스오버 또는 왜건형 자동차들은 공간을 위해 성능 및 주행 감각에 대한 희생을 필요로 했는데, 지금은 승차감을 지켜내면서도 이 모든 것들을 잘 만들어 나가고 있다. 쉽게는 크로스오버카에서 컴팩트 세단과 유사한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확실히 요즘 볼보, 예전 같지 않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 팀을 놀라게 했던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제동 성능이다. 볼보 그리고 브레이크 시스템. 우리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과거 볼보의 제동 시스템에 혀를 차곤 했다. 쉽게 지치는 것은 물론 브레이크 패드가 타버리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볼보 모델에서 제동력 부족이란 있기 힘든 일. 사실 S90을 시험할 때 크게 놀랐던 바 있다. 체감상으로는 다소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의외로 35m 미만의 성능을 기록하였다. 성능 좋다고 말하는 차들이 35m 내외의 성능을 갖기에 이 수치에는 많은 의미가 부여된다.
그럼 CC V60이 기록한 제동 거리는? 시속 100km를 달리던 CC V60이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불과 34.18m였다. 이는 우리 팀이 테스트한 수백여 대의 자동차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금까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메르세데스-AMG의 GT S로 33.82m를 기록했다. 그다음이 CC V60이다. 마세라티와 BMW의 브레이크가 좋은 것으로 유명한데 CC V60 이후에 순위를 올린다.
참고로 제동거리가 29~32m 내외의 성능을 갖는 차들도 있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슈퍼카’라고 부르는 모델들이다. CC V60의 제동 성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 될 것이다. 단순히 1회성 제동거리도 아니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35.1m 이상을 넘어서지 않았다. 제동 성능은 기본 안전장비다. 그 때문에 볼보가 제동 성능을 높인 것일까? 왠지 볼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2.0리터 급 엔진을 사용한 만큼 정속 주행 연비도 준수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km으로 달리는 환경에서 보여준 효율은 17km/L 내외. 물론 19km/L 수준을 보일 때도 있었는데, 마음 편히 17km/L를 생각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수치는 누구나 쉽게 뽑아낼 수 있을 테니.
참고로 디젤 엔진을 사용했던 XC60 D4가 동일한 환경에서 19km/L 대를 기록한 바 있다. 가솔린 치고 경쟁력 있는 연비다. 물론 즐거운 운전을 위해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연비가 산으로 가긴 하지만.
여기에 4륜 구동 시스템이 보여주는 탄력성도 제법 좋다. 전륜 구동(FF) 방식을 기초로 하기에 운동 특성을 바꾸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안정감을 추구하는 측면, 겨울철 노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CC V60의 가장 큰 매력은 가격에 있다. 기본형 트림 5280만 원, 상급 트림은 5890만 원이다. 모두 6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 구성이 동일한 XC60과 비교를 하면 적게는 900만 원에서 많게는 15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그렇다고 공간 활용성 면에서 뒤처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오히려 트렁크 공간만 보자면 XC60보다 조금 더 넉넉한 수준이다. 또한 상급 모델인 크로스컨트리 V90과 비교하면 1400~1700만 원까지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컴팩트 급’이라는 장르를 놓고 타사와 비교해보자. 현재 단일 트림으로 판매되고 있는 컴팩트 세단 메르세데스-벤츠 C220d가 5520만 원에 팔린다. BMW 3시리즈도 5320만 원부터 6510만 원까지의 가격을 갖는다.
반자율 주행 기능, 19개 고급 스피커, 마사지 시트, 여기에 넓은 공간과 다양한 지형을 대응할 수 있는 능력까지 CC V60에는 모두 있다. 브랜드? 오히려 할인을 남발하는 타사들 보다 요즘 볼보의 브랜드 밸류가 더 좋다는 평도 나온다. 즉, 가격과 구성으로 본다면, 업계 최고.
우리 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던 다양한 모델들이 있다. 하지만 좋았던 만큼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았다. 이것저것 다 갖추고 성능까지 좋으면 응당 비싼 가격을 내세웠던 것. 하지만 CC V60은 가격까지 경쟁력 높았다. 혹시 중국 생산 모델이어서 그럴지 확인해봤지만 ‘Made in Sweden’이었다. 참고로 글로벌 시대에 생산 국가란 중요하지 않다. 그건 단지 경쟁사 영업사원들이 내세우는 하나의 공격용 무기일 뿐이다. 오히려 높은 인건비에 잦은 파업을 일삼은 일부 공장들보다 최신 시설을 바탕으로 자동화를 이룬 최신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차의 품질이 더 나을 가능성도 높다.
CC V60은 짜증 나는 차였다. 단점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적 하자면 실내에 올랐을 때 XC60인지 CC V60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XC60과 CC V60 모두를 소유한 소비자에게만 해당할 불만이 되겠지만…
CC V60은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가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아마도 하반기 국내 출시될 S60 세단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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