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트럭 FH16 750, ˝너 몇 톤까지 끌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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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볼보트럭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한 편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한 달 새 190만뷰를 넘긴 이 영상은 트랙터 한 대로 750톤의 무게를 견인한다는 내용이다. 도전을 위해 20대의 트레일러가 기차처럼 연결됐고 섀시 등 부품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가 올려졌다. 첫 시도는 트레일러의 에어 브레이크 압력 부족으로 실패했지만, 볼보 FH16은 300m의 트레일러 기차를 목표점까지 이동시켰다.
영상에 나온 FH16 750은 지난해 국내 출시된 모델이다. 차이점은 기존 I-쉬프트 변속기에 '크롤러 기어(crawler gear)'가 추가됐다는 것뿐이다. 단지 기어 옵션 하나가 더해졌을 뿐인데, 특수 건설기계장비급 성능을 발휘했다. 놀라움은 이내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결국 볼보트럭이 새롭게 선보인 크롤러 기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달 18일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볼보 데모 센터를 방문했다.
초대형 굴삭기부터 목재 더미까지 초보도 가능할까?
볼보트럭이 크롤러 기어를 개발한 이유는 항만이나 건설 현장에서 아주 무거운 화물을 이동시키거나, 광산 및 밀림과 같은 험지에서 안정적인 운행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크롤러 기어는 전진과 후진 각각 2개씩 장착이 가능하다. 기존 I-쉬프트 변속기의 최저 기어비(전진 기준)가 15:1 이라면, 크롤러 기어 2개를 추가할 경우 32:1 로 늘어난다. 이 경우 FH16 750 모델의 재원상 허용총중량은 325톤이다. 앞서 유튜브 영상에서는 750톤을 견인했지만,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시험 주행임을 고려해야겠다.
시승에 마련된 차량은 FH16 750 8x4 모델로,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VDS)과 I-쉬프트 변속기가 탑재됐다. 해당 I-쉬프트 변속기에는 울트라 로우 크롤러 기어(2단)와 함께 건설 및 오프로드용 주행 소프트 패키지가 적용됐다. FH16 750 뒤편에는 120톤급 초대형 굴삭기부터 80톤 가량의 목재까지 다양한 무게와 길이의 트레일러가 연결됐다.
일렬로 늘어선 트럭들을 보니 설렘과 동시에 부담감도 밀려왔다. 그 동안 트레일러 없는 트랙터나 텅 빈 덤프트럭만 가볍게 운전해봤기 때문이다. 목재 트레일러의 경우 하나도 아닌 두 개가 연이어 달렸고, 굴삭기는 사진으로나 보던 광산용 초대형 모델이다.
계단을 딛고 힘겹게 운전석에 오르니 촘촘한 배열의 다양한 기능 버튼이 눈에 들어온다. 대형트럭 시승 때마다 느끼는 점은 버튼 수가 점점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볼보트럭 구매자에게 기능 교육이 진행된다. 볼보트럭 첫 출고자의 경우 다양한 기능 설명과 실습 등 최대 6시간의 프로그램을 이수해야만 한다. 기존 볼보트럭 고객도 보유 모델 연식에 따라 별도 기능 교육이 마련된다. 이 모든 기능을 상황에 맞춰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복잡한 생각을 떨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량 곳곳에 사각지대가 존재하지만, 기본적인 전방 시야는 승용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트였다. 출발 직후 출렁이는 시트는 이내 빠르게 적응되며, 주행 승차감도 웬만한 고급 세단보다 편하다. 통제된 시승 코스는 승용차나 보행자가 없기에 트레일러의 회전 반경만 집중하며 운전할 수 있다.
120톤을 달고 가파른 언덕을?…오르막 출발, 내리막 후진도 문제없어
연이은 곡선 구간에서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은 부드럽지만 정확하고 민첩한 움직임을 지원한다. 두 대의 트레일러를 포함, 약 30m에 가까운 길이에도 불구하고 유턴 등이 수월하다. 경사도가 12%인 가파른 언덕도 강력한 토크(최대 362.24kg·m)를 기반으로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100톤 내외의 트레일러들을 끌어야하지만, 평지에서 속도를 붙여 한 번에 쉽게 언덕을 올랐다.
문제는 오르막 한 가운데서 완전히 멈춘 후 다시 출발할 때다. 적재 중량이 많아 브레이크에서 발만 살짝 떼도 뒤에서 누가 당기는 것처럼 차가 밀려난다. 경사로밀림방지 기능을 작동시킨 이후에도 트레일러 무게 때문에 쉽게 출발하지 못했다.
함께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기다리던 크롤러 기어의 성능을 직접 확인할 때다. 먼저 크롤러 기어 기능을 켠 후, 변속기 위 E/P 버튼을 눌러 주행모드를 헤비듀티 상태로 변경한다. I-쉬프트 변속기는 이코노미부터 파워, 파워 플러스, 헤비듀티 등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한 번에 언덕을 올를 때는 이코노미 모드에서 수동 기어 조정 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가파른 경사로에서 무거운 짐을 달고 다시 출발할 때는 보다 많은 힘이 요구된다.
크롤러 기어를 체결한 FH16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볍게 언덕을 달린다. 가속 페달을 밟을 필요도 없이 낮은 rpm을 유지하며 초대형 굴삭기를 끌고 올라간다. 더 놀라운 점은 내리막에서의 후진이다. 16% 경사도의 내리막 길 한 가운데 차를 멈춘 뒤 편안한 후진이 가능하다. 심지어 크루즈 컨트롤 버튼만으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물론 거대한 트레일러가 후방 시야를 완벽히 가리기 때문에 후방 카메라로 진행방향을 살피는 것은 필수겠다.
다만 크롤러 기어를 사용한 상태에서는 0.5-2km/h의 극저속 주행만 가능하기 있기 때문에 주변 통제가 필요해 보인다. 또 디스플레이 화질이 낮아 야간에 후진을 한다면 운전자에게 보다 많은 주의가 요구된다.
대형상용차 최초 듀얼클러치
크롤러 기어의 놀라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볼보트럭의 또 다른 기술을 체험할 수 있었다. 바로 듀얼클러치가 탑재된 FH 시승이다.
지난 2월 국내 출시된 I-쉬프트 듀얼클러치 옵션(2016년형 FH 6x2 글로브트로터 트랙터 모델)은 상용차 부문 세계 최초 기술이다. 듀얼클러치 모델은 볼보트럭 내에서도 유럽과 한국 시장에만 출시됐다. 때문에 일정 후 한국 기자들만 대상으로 별도 시승이 가능했다.
듀얼클러치는 매끄럽게 동력 전달을 이어가며, 즉각적이고 부드러운 기어 변속을 지원하다. 엔진회전수에 최적화된 기어를 제공해 최대 토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 고속주행에서도 속도에 맞춰 빠른 변속 성능을 보였고, 엔진회전수도 1000~1500rpm을 벗어나지 않았다. 오르막 및 곡선 구간에서도 상황에 맞는 즉각적인 변속으로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을 지원했다.
볼보트럭 관계자는 "변속 충격이 (체감상) 없기 때문에 장거리 운행시 운전자 피로감을 줄이고, 적재 화물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여 액체류 운송시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직 고객을 위한 신기술…다음 행보는?
국내에서 I-쉬프트 크롤러 기어를 선택한 경우 최대 100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미 볼보트럭코리아를 통해 일부 고객이 옵션 추가 계약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웨덴에서 생산된 제품이 출고되기까지 약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계약할 경우 오는 10월경에나 인도가 가능할 전망이다.
크롤러 기어는 정지상태에서의 견인력을 획기적으로 높여 플랜트 건설 현장이나 항만과 같은 특수 지역에서 초고중량 운송차가 겪던 어려움을 단숨에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느린 후진 속도와 섬세한 조정 기능 등은 광산과 같은 험지에서도 유용할 전망이다. 적재된 화물이 무거울수록, 지형 상태가 고르지 않을수록 크롤러 기어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겠다.
크롤러 기어나 듀얼 클러치와 같은 최신 기술보다 더 높이 평가할 부분은 볼보트럭의 최근 행보다. 다소 수익성이 낮고 실질적인 수요가 작더라도 고객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볼보트럭이 다음 선보일 제품과 기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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