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니 쿠퍼 SD 5도어, “불만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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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2014 파리모터쇼’를 통해 신형 미니 쿠퍼 5도어를 처음 만났다. 차체가 길어지고 문짝이 두개가 늘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미니 특유의 느낌이 그대로 담겼다. 내가 미니 관계자는 아니지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 부분을 어떻게 긁어줄 수 있는지, 미니를 포함한 BMW그룹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기존 3도어와 동일한 레이아웃을 유지하면서도 휠베이스를 살짝 늘렸다. 허리가 길어지면 자칫 미니 특유의 귀여움이나 발랄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5도어라고 무조건 차체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미니의 낮은 차체와 각진 루프는 3도어에 특화된 디자인이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앞문짝의 디자인을 바꿨고, B필러도 새로 설계했다. 뒷문짝은 그리 크게 만들지 못했다. 또 활짝 열리는 편도 아니다. 문을 통해 드나드는 것이 일반적인 해치백에 비해 어렵다. 하지만 3도어를 생각한다면 뒷좌석에 타는게 축복에 가깝고, 어린 아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현대차 벨로스터의 짝문은 미니 쿠퍼 5도어의 등장으로 명함도 못 내미는 신세가 됐다. 미니 쿠퍼 5도어는 그야말로 디자인과 편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접어 뒷좌석에 들어서면 의외로 아늑하다. i30나 골프 등 일반적인 C세그먼트 해치백에 비해선 좁지만 미니라는 특수성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수긍할만한 공간이다. 또 패밀리카의 역할까지 수행할만 하다. 뒷좌석엔 ISOFIX 카시트 고정 장치도 마련됐고, 60:40으로 접을 수도 있다. 컵홀더도 놓였으니 구색은 대부분은 갖췄다.
이쯤되니 주행성능에도 기대치가 높아졌다. 미니 특유의 디자인을 잘 살린만큼 특유의 주행감각도 그대로 간직했으리라.
# 새로운 플랫폼과 엔진
지난해 경험했던 신형 미니 쿠퍼는 미니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더이상 불편하고 딱딱한 미니는 없다. 견고한 뼈대와 탄력적인 서스펜션은 그동안 미니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안겨줬다. 쿠퍼 5도어 또한 새로운 성격을 지닌 미니의 특징을 벗어나지 않는다.
거칠거나 짜릿하기보단 잘 다듬어졌고 쾌적하다. 느낌이 변했을 뿐 성능이 낮아진건 아니다. 성능은 오히려 큰폭으로 향상됐다. 시승한 SD 모델만 해도 기존 3도어 SD에 비해 최고출력은 27마력, 최대토크는 5.6kg.m이나 늘었다. 3기통 엔진이 대거 추가됐지만 SD는 여전히 4기통 엔진을 쓴다.
이전 세대만 해도 미니는 크라이슬러, PSA 등과 공유하던 엔진을 사용했다. 하지만 5도어를 포함한 신형 미니부터 BMW그룹의 것만을 사용한다. 또 플랫폼은 BMW 최초의 전륜구동 모델인 2시리즈 액티브 및 그란 투어러와 공유한다. 엔진의 반응이나 소리 등은 영락없는 BMW다.
경박하게 들썩이던 움직임이 차분하게 변했다. 낮은 속도에서 힘을 왈칵 쏟아버리기보단 고속까지 꾸준하게 이어간다. 차체가 커지고, 무게가 늘어난 것보다 엔진의 힘이 더 상승한 탓에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 본성은 그대로
아직 미니엔 8단 변속기가 도입되지 않았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엔 아이신의 8단 변속기가 탑재됐다. 아무래도 그 크기가 부담인 것 같다. 그래도 6단 자동변속기의 기민함은 결코 8단 변속기 부럽지 않다. 더욱이 이젠 토크컨버터 변속기의 성능도 월등히 높아져, 미니 쿠퍼의 대부분의 모델은 자동변속기가 수동변속기에 비해 빠르다. 쿠퍼 5도어의 변속감각은 탁월하지만, 패들시프트가 적용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불쑥 솟은 기어 노브의 조작감은 딱히 내세울게 못된다.
새로운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섀시를 통해 충격과 진동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크게 줄었다. 이와 함께 노면 소음이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승차감은 몰라보게 향상됐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도, 이전 세대 미니에 비해 소프트하다. 안팎으로 대중성이 크게 가미된 셈이다.
그럼에도 격렬한 주행에서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쿠퍼 5도어는 3도어에 비해 더 안정적이다. 늘어난 휠베이스로 인해 성능에서도 손해보는 것이 없다. 움직임은 가볍고, 스티어링의 반응은 민감하다. 여전히 코너에서 타이어의 비명을 들으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 욕구를 자극하는 요물
독특한 디자인의 시통 스위치는 중독성있다. 달리다가도 시야에 띄면 누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 잡힌다. 물론, 달리는 중에 시동이 꺼지진 않는다. 그 주변의 여러 스위치와 버튼도 미니 만의 멋을 잘 담고 있다. 또 조금씩 발전하면서 완성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는 소유욕을 자극한다. 그간 불편했던 미니가 날개 돋친 듯 팔린 것도 다 소유욕을 자극해서다.
8.8인치 대형 컬러 디스플레이를 감싸고 있는 LED 링도 미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LED는 속도, 엔진회전수, 소리 등에 반응하며 화려하게 빛난다. 마치 클럽에 온 느낌이다.
컬러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 등은 완벽히 BMW화 됐다. 조작 방법이 동일한 것은 물론이며, 세부적인 인터페이스도 BMW와 동일하다. 다만, 미니의 특징을 담은 디자인을 가미해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BMW의 입김이 더욱 짙게 드리웠지만 어디까지나 미니는 미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니 쿠퍼 5도어는 그동안 미니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대부분을 보완했다. 심지어 귀에 거슬리던 오디오 시스템마저 진일보했다. 내비게이션도 완벽하게 한국화됐다. 골수 미니 마니아들에겐 쿠퍼 5도어 또한 컨트리맨과 마찬가지로 변종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동안 미니를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겐 솔깃한 제안이며 새로운 소비자층을 끌어오겠다는 소기의 목적은 쉽게 이룰 것 같다. 그만큼 쿠퍼 5도어는 빈틈을 찾아보기 힘들다.
* 장점
1. 부담없이 즐기는 펀 드라이빙.
2. 허리 통증은 이젠 안녕.
3. 뚜렷한 개성이 엿보이는 세부 디자인.
* 단점
1. 신형 미니엔 여러 신기능이 추가됐는데, 국내엔 꽤 생략됐다.
2. 정지선에 맞춰서면 신호등이 안보일 때가 많다. 천장은 낮고 앞창이 너무 멀다.
3. 급출발 때 나타는 토크스티어는 더 심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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