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니 컨트리맨 SD ALL4, 페이스리프트의 증거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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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대체 어디가 바뀐거지?
미니라고는 하는데 전혀 미니스럽지 않다. 컨트리맨은 그저 미니를 조금 닮은 차다. 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속속들이 살피면 미니답지 않은 모습이 더 많다.
해가 갈수록 자동차가 진화하는건 당연함에도 미니의 변화는 달갑지 않다. 알렉이시고니스 박사의 오리지날 미니가 워낙 잘 만든 디자인이어서인가보다.
이번에 국내 출시된 컨트리맨은 일부 디자인이 변경됐다. 이 또한 언뜻 봐선 알수가 없다. 기존 컨트리맨의 디자인을 완벽히 기억하고 있다면 몇몇 바뀐 부분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니 측에 따르면 육각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더 뚜렷해졌고, ALL4 모델에는 전·후면 범퍼와 측면에 스키드 플레이트가 장착됐다. LED 주간주행등도 생겼다. 시승한 SD 모델에는 그릴 중앙에 크롬줄이 그어졌고, ’S’ 엠블럼이 붙었다. 실내의 변화는 훨씬 알아채기 힘든데, 뭐 알아봐야 큰 감흥은 없다.
◆ 2. 내비게이션 좀 켜주시겠어요?
최근 페이스리프트의 추세가 많이 바뀌었다곤 하지만 이번 신형 컨트리맨은 무척 서둘러 내놓은 기분이다. 또 신형이지만 구닥다리 같은 기분도 든다. 앞서 나온 3세대 신형 미니 쿠퍼와 달리 구형 모델을 베이스로 했기 때문이다. 곧 나올 페이스맨 페이스리프트도 이와 같은 처지에 놓일 것 같다.
사실 이 차도 디자인이나 조작법은 그리 나쁘진 않다. 한편으론 오히려 순수해보이기도 한다. 소재도 썩 고급스럽진 않지만 마감에는 꽤 신경을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트리맨을 반드시 사려 한다면 신형 미니 쿠퍼의 실내는 구경조차 해선 안되겠다. 자칫 오징어가 되고 만다.
내비게이션이 가장 어색하다. 신형 미니의 한국형 내비게이션 대신 구형 내비게이션이 장착됐는데, 설명을 듣지 않고 작동시킬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스크린을 터치해 한쪽으로 밀면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기능적으로도 부족한 점이 꽤 많다. 물론 어설픈 내비게이션이라도 달린게 감지덕지긴 하다. 올록볼록한 실내 디자인과 작은 앞유리 탓에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 3. 당장 팔기 위해서는 엔진 교체가 필수였겠지?
서둘러 페이스리프트를 내놓은 이유는 새로운 엔진을 달아야 했기 때문이다.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엔진이 장착됐고, 성능은 그대로다. 시승한 컨트리맨 SD는 성능을 끌어올린 모델이다. BMW의 코드명 N47 2.0 디젤 엔진은 다양한 성능의 버전이 존재한다. 구형 5시리즈에도 이 엔진 블럭이 실렸다.
최고출력은 143마력. 차체나 변속기 모두 궁합이 좋다. 체감 성능은 제원 수치를 뛰어넘는다. 아반떼에 달리는 140마력 엔진과는 차원이 다르다. 디젤 특유의 두터운 토크가 잘 살아있다. 발끝에 살짝만 힘을 줘도 즉시 뛰어나갈 자세를 취한다.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으면 매끄럽게 회전하는 디젤 엔진은 손쉽게 앞차를 추월하게 한다. 최고출력은 평범한 편이지만 가속이 잦아드는 시점은 꽤 높은 속도에서 찾아온다.
차체가 작지만 고속 안정성은 대형차 못지 않다. 독일 소형차를 자주 타지만, 탈때마다 그 단단한 고속주행에 놀라게 된다. 컨트리맨 SD도 마찬가지다. 마치 서킷의 ‘자이안트 코너’처럼 완만하게 굽은 고속도로를 최고속도에 가깝게 달리는데 전혀 불안하지 않다.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ALL4는 알게 모르게 안정성을 높인다. 스스로 앞뒤, 안쪽과 바깥쪽 구동력을 조절하며 최적의 접지를 확보한다.
크기는 커졌지만 경쾌하고 즉각적인 움직임은 미니 쿠퍼 해치백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묵직한 스티어링휠로 노면 상태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재미요소는 조금 덜하지만 비교도 안될 정도로 안락하고 편안하다. 시트포지션도 해치백에 비해 훨씬 높아졌으니 운전도 수월하다. 여성 운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들이 해치백에 비해 훨씬 많다.
◆ 미니답지 않지만 많이 팔린다, 왜?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미니와 비교하면 컨트리맨은 무려 1m 가까이 길다. 또 급격하게 근육도 붙었고, 문짝도 늘었다. 미니 특유의 원형 헤드램프도 컨트리맨엔 없다. 엠블럼만 떼면 미니라고 불릴 이유가 부족하다. 또 미니는 영국에서 만든 차라는 상징성이 크지만, 유독 컨트리맨은 영국이 아닌 오스트리아 마그나슈타이어에서 생산된다. 사실 마그나가 기획부터 설계 생산까지 도맡아 한 제품이다. 닮긴 했지만 적어도 순수혈통은 아니다.
몇몇 불편한 사실을 안고 있음에도 컨트리맨은 많이 팔린다. 마그나슈타이어의 생산만으로는 물량이 부족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내서도 잘 팔린다. 쿠퍼 해치백 디젤 모델과 함께 미니 브랜드의 급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미니의 변절에 반발하는 팬들도 많지만, 미니만큼이나 소비자들 취향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바라는 변치 않는 모습이 막상 소비자들에겐 통하지 않는다. 계산기 두드리며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편의성이나 실용성이 높은 컨트리맨이 미니를 닮았든 안닮았든, 영국이든 오스트리아든 중요치 않다. 트렁크에 짐을 가득 싣고, 친구들 혹은 온가족이 가장 폼나고 기분 좋은 피크닉을 떠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컨트리맨을 사야할 이유는 충분하다.
* 장점
1. 쿠퍼 해치백을 생각하면 실용성은 기적에 가깝다.
2. 탁월한 사륜구동 시스템. 조금 욕심내면 오프로드도 가겠다.
3. 컨트리맨 SD ALL4의 경우 가격이 270만원이나 낮아졌다.
* 단점
1. 비교적 구형 엔진이라 그런지 기대 만큼의 연비는 나오지 않는다.
2. 내비게이션 시스템의 연동이 완벽하지 못하다.
3. 분명 신차라는데, 마지막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구형을 탄게 아닌가 의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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