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미니 일렉트릭, 주행거리 159km? 집밥 가능하면 최고의 세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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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BMW가 iX 등 다양한 전기차를 쏟아내고 있지만, 사실 BMW그룹에서 전동화에 가장 적극적인 브랜드는 미니다. 오는 2025년 마지막 내연기관을 끝으로 전기차 전문 브랜드로 전환한다니 그 행보가 기대된다. 

새로운 여정의 시작은 미니에서 가장 작은 차, 3도어 해치백인 미니 일렉트릭이다. 미니 쿠퍼S 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미니 일렉트릭은 특유의 브랜드 정체성과 귀여운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마니아들에게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미니 일렉트릭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도 제법 크다. 국내 인증 기준 159km에 불과한 주행 거리 때문이다. 과연 미니 일렉트릭은 짧은 주행거리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 '도심형 전기차'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서울 압구정과 한남동을 가로지르며 직접 체험해봤다.

첫인상은 안팎으로 익숙하다. 라디에이터 그릴 테두리에 마련된 육각형 라인이나 원형 헤드램프, 영국의 국기를 본따 만든 테일램프까지 기존 모델과 다르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앞이 막혀있는 그릴과 전기차를 상징한다는 노란색 엠블럼, 그리고 사이드미러뿐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휠이다. 전용 17인치 휠은 한쪽 방향이 막혀있는 십자 모양의 독특한 디자인인데, 이 역시 노란색으로 마감해 귀여운 이미지를 더해준다. 

실내에도 곳곳에 전기차의 상징을 숨겨뒀다. 스티어링 휠 6시 방향에 전기차의 플러그 모양 그림이 노란색으로 새겨져 있고, 센터패시아 중앙에 전원 버튼도 노랗게 물들였다. 전원을 켜면 마치 SF 영화에서 우주선을 작동하는 듯한 웰컴 사운드가 들린다. 

배터리 잔량은 100%, 주행 가능 거리는 151km가 표시됐다. 시승 코스는 압구정에서 출발해 신사동과 한남동을 거쳐 성수동으로 가는 구간이다. 도심형 전기차의 특성에 딱 맞는 코스인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가속 페달에 발을 얹었다. 

미니 일렉트릭은 생김새와 딱 어울리게 움직인다.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27.5kg·m라는 다소 평범한(?) 스펙이지만, 출발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 특성상 굉장히 경쾌하다. 짧은 휠베이스와 맞물려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

내연기관보다 30mm 낮아진 무게중심도 만족스럽다. 미니 특유의 단단한 승차감은 여전하지만, 잔 진동이 줄고 안정감이 더해졌다. 여기에 전기차의  정숙성이 더해지니 도심에서 주행하는 데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또, 차선 이탈 경고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같은 안전·편의 사양도 빠지지 않고 갖춰 다양한 환경에서 편하게 달릴 수 있다. 

경쾌함에는 1390kg라는 가벼운 공차중량도 한몫한다.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내연기관 모델의 차이는 100kg 미만이다. 비슷한 크기의 푸조 208 1.2 가솔린(1158kg)과 e-208(1455kg)의 무게 차이가 약 300kg임을 고려하면 미니 일렉트릭은 무게 상승을 최소화했음을 알 수 있다.

주행 모드는 노멀과 스포츠, 그린, 그린 플러스 등 네 가지로 구성됐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가속 페달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할 뿐 여타 고성능 전기차처럼 한 마리의 야생마로 돌변하지는 않는다.

그린 모드는 확실히 체감된다. 가속 페달이 상대적으로 둔하게 작동해 급가속을 막아 연비를 개선해준다. 물론 그린 모드에서도 바쁜 도심의 교통 흐름을 따라가기엔 충분하다. 그린 플러스 모드를 체결할 경우 차량은 최대한 높은 연비를 뽑아내는 데 주력한다. 에어컨 온도 조절이 불가능하며, 압축기가 작동하지 않아 미지근한 바람만 나온다.

순정 내비게이션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꼬불꼬불 이어진 골목길을 통과해야 하는데, 안내도 느리고 직관적이지 않아 올바른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길을 잘못 들면 다시 경로를 찾는 것도 오래 걸린다. 한참이 지나서야 경로를 찾았는데, 그 때는 이미 잘못된 길로 빠져나간 다음이다. 그럼 또다시 느릿느릿 경로를 탐색하고, 그동안 가야 할 길을 또 놓치는 과정이 반복됐다. 결국 15km에 불과한 시승 코스를 5km나 더 달리고서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나마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가 마음을 달래줬다. 총 20km를 달렸는데, 남은 주행거리가 출발할 때보다 5km나 늘어나 156km로 표시됐다. 배터리 잔량도 90% 넘게 남아있다. 이날 기록한 연비는 무려 7.3km/kWh. 공인 연비(4.5km/kWh)보다 62%나 더 높은 숫자다. 

그럼에도 159km에 불과한 주행거리에서 오는 압박감은 상당하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은 사람이라도 32.6kWh에 불과한 배터리 용량을 극복하긴 어려워 보인다. 배터리를 100%에서 0%까지 모조리 쓰는 전기차 오너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 급속 충전 범위인 80%에서 20% 구간을 사용하는데, 집밥을 먹이기 어려운 운전자에게는 충전 부담이 꽤 클 듯하다.  

이에 대해 미니코리아 측은 미니 일렉트릭은 '전기차'라기보다는 '미니 그 자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통통 튀는 외모에 골목길을 쏘다니는 경쾌한 주행 감각을 내세워 도심형 세컨카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사전계약 두 달 만에 올해 물량의 90%인 700여대의 계약을 성공시키며 가능성을 증명했다.

미니 일렉트릭의 가격은 SE 클래식 트림 4560만원, SE 일렉트릭 트림 4990만원이다. 국고 보조금은 572만원으로, 각 지자체 보조금까지 받는다면 3000만원 중반대에 구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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