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니 오너가 바라본 신형 골프 "둘 중 하나만 고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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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냐 골프냐, 그것이 문제로다"
차량을 구매하기 전 고민하던 대목이다. 딱히 해치백을 고집했던 건 아니지만, 동급에서 그나마 작은 차를 고르다 보니 선택지는 자연스레 둘 중 하나로 흘러갔다.
당시는 미니 3도어 모델의 두 번째 부분변경 버전(이른바 웅이아버지 에디션)이 막 한국 땅을 밟은 시점이었다. 함께 고민하던 신형 골프는 구체적인 출시 일정을 알 수 없었을뿐더러, 가솔린이 아닌 디젤 모델이 먼저 나온다는 소식에 결국 미니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
반년이 지나서야 신형 골프는 6년의 공백을 깨고 국내 소비자들을 다시 찾아왔다. 경쟁 모델을 타는 입장에서 신형 골프를 바라봤다.
골프는 이전 세대까지 소형차 느낌이 강했다. 단순히 크기뿐 아니라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가 작은 차에 최적화된 모습이었다. 그런데 8세대 골프는 마치 큰 차를 축소한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뭔가 달랐다.
곰곰이 살펴보니 폭스바겐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전보다 더 많은 직선을 썼기 때문인 듯하다. 개구쟁이 같던 모습에서 한층 단순하고 진지해진 모습이다. 특히 측후면부 모습은 흡사 SUV를 떠올린다. 조금 더 둥글둥글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도 있지만, 고성능 GTI나 R 모델이 어떤 '자세'로 나올지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다.
실내는 일취월장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다소 심심했는데, 실물을 보니 한층 심플하고 세련된 인상이다. 특히 스마트키를 반쯤 꽂아놓은 듯한 작은 기어노브는 새로운 인테리어 디자인의 포인트다. 보는 맛도 좋은데 까딱까딱 조작 감성도 제법이다.
수납공간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음료수 캔이 3개 이상이면 골치 아픈 미니와 달리, 신형 골프는 조그만 콘솔박스를 제외하면 여느 중형 세단 못지않은 넉넉한 공간을 보여준다. 특히 도어에 마련된 큼직한 컵홀더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1.5리터 페트병도 간편하게 넣을 수 있을 정도다.
디지털화에도 힘썼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UI는 마치 스마트폰과 닮았다.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세대라면 별다른 설명을 듣지 않아도 바로 적응할 수 있는 구성이다. 여기에 무선 카플레이와 무선 충전기능까지 더해져 진정한 무선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다만, 오디오 노브까지 삭제한 건 너무 극단적이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아래 터치바 형식으로 볼륨 조절 장치를 마련했지만 직관성이 떨어진다. 눈으로 보지 않고도 쉽게 다룰 수 있는 방식이 더 좋겠다. 공조장치나 시트 열선 기능도 스크린으로 조작해야 하는 점은 아쉬운 요소다.
뒷좌석은 부족함 없다. 미니와 비교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성인 네 명이 부족함 없이 장거리를 다니기에 충분한 구성이다. 시트 방석도 넉넉하고 무릎 공간도 어느 정도 여유롭다. 특히 탁 트인 머리 공간은 소형차 중에서는 해치백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트렁크 공간도 한결 여유롭다. 기본 318리터에 2열 폴딩 시 최대 1237까지 늘어난다. 기본 211리터에 2열 폴딩 시 731리터로 늘어나는 미니 3도어와 차이도 꽤 크다. 이 정도면 가족 단위로 이동해도 큰 무리가 없겠다.
미니 3도어는 별도 뒷문이 없다. 앞문을 열고 1열을 앞으로 밀어낸 뒤 탑승하는 방식이다. 뒷좌석 탑승이 잦다면 미니 5도어 혹은 컨트리맨·클럽맨 등 본격 5인승 모델을 염두 해야 한다.
신형 골프는 현재 디젤 모델만 우선 판매 중이며, 상반기 고성능 가솔린 모델 GTI가 출격을 앞두고 있다. 가솔린 기본 모델은 왜 나오지 않는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승차로 마련된 골프는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6.7kgf·m의 2.0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미니 3도어 S 모델의 심장은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f·m를 발휘하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두 차 모두 앞엔진·앞바퀴굴림을 기본으로 하며, 각각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맞물린다.
골프와 미니는 주행 성향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차이를 제쳐두고서라도, 차량의 거동이나 궤적, 스티어링 휠 반응 등에서 완전히 다른 피드백을 느낄 수 있다. 순한 맛 골프일지언정, 노면을 꽉 움켜쥔 채 고속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은 이 차가 진정 '해치백의 교과서'임을 상기시켜준다. 그러면서도 안정적이다. 하체의 중요성이 돋보인다.
미니는 날 것의 느낌이 강하다. 좀 더 원초적인 움직임이다. 골프가 고속 코너에 최적화됐다면, 미니는 저속 코너를 빠르게 치고 나가는 맛이 있다. 이는 휠 베이스가 비교적 짧은 미니의 몸놀림이 '운전의 재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S 모델인 만큼, 높은 rpm에서 울부짖는 엔진음도 일품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승차감이라면 단연 골프의 승리다. 단단함을 넘어선 미니의 딱딱한 승차감에 비하면 골프는 고급 세단 수준이다. 여기에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는 단단한 주행감도 갖췄다. 체급의 한계로 인해 노면의 잔진동이 제법 느껴지지만,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운전자 보조 기능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차간 거리 유지 능력은 미니가 한결 부드럽다. 골프는 조금 인위적으로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다. 두 차 모두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는 기능은 없다. 미니의 경우 차선 이탈을 핸들 진동을 통해 경고만 해줄 뿐, 직접 개입하진 않는다. 반면 골프는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려 할 때 스티어링 휠을 스스로 돌려준다. 개입하는 방식이 제법 젊잖고 부드럽다. 강제로 힘주어 당기는 듯한 일부 브랜드와 비교하면 정말 고급스럽다.
연비는 디젤 심장을 가진 골프가 확실히 좋다. 막히는 시내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복합 연비는 리터당 20km를 상회했다. 비슷한 구간을 달린 미니 3도어 S는 리터당 13km 수준이다. 192마력 가솔린 엔진 치고 나쁘지 않은 연비지만, 디젤 엔진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물론,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여전히 거슬린다. 요즘 같은 다운사이징 시대에 골프같은 소형차와 2.0 디젤의 조합은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가솔린 엔진이 다시 한번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머리속은 골프로 가득 찼는데 심장은 미니쪽으로 뛰는 느낌이다. 소형 해치백을 고려하는 소비자에게는 제법 심각한 고민이 될 듯하다.
그럼에도 6년 만에 공백을 깬 골프의 귀환은 반갑기만 하다. 수많은 마니아를 만들어낸 골프의 명성을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첨단 디지털로 무장한 실내와 명불허전 달리기 실력은 골프만의 매력 포인트다.
미니와 골프 모두 각자 장점과 개성이 확실한 차량이다. 작고 예쁜 올라운더 해치백을 원한다면 골프를, 운전의 재미와 감성을 포기할 수 없다면 미니 쪽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폭스바겐 신형 골프 가격은 트림에 따라 2.0 TDI 3625만~3782만원, 미니 3도어 S 모델 4350만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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