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시승기] 미니의 기준과 매력은 어디서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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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총 28대의 서로 다른 미니가 있다.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성격이나 옵션이 모두 다른 미니다. 그 중 극과극 성향을 가진 두 대를 만났다. 가장 무난하거나 가장 특별하게 생긴 미니로 온도 차가 뜨거운 두 대다. 당연히 비싸고 특별한 미니가 더 좋은 차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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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미니가 말하는 미니의 기준은 무엇일까? 라는 다소 난해한 궁금증도 생겼다. 그래서 두 대의 차를 한자리에 모아놓고 자세히 살펴봤다. 이 글은 단순히 두 모델을 비교하려고 쓴 글은 아니다. 가격도 성능도 등급에 따른 옵션도 모두 다르지만 미니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 어떤 매력이 있는지 알고 싶었고, 파헤쳐 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내린 결론은 단순하면서도 생각보다 꽤 어려웠다.

2,970만원 VS 4,68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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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부터 살펴보자. 가장 무난한 미니는 가장 저렴한 미니라고 말해도 된다. 연한 페퍼화이트 색상의 미니쿠퍼는 3도어 가솔린 기본형 모델로 부가세 포함 2,970만원이다. 그 옆에 위치한 화려한 캐리비안 아쿠아 색상의 미니쿠퍼 S 컨버터블은 4,680만원이다. 두 대의 가격 차이는 1,710만원으로 웬만한 경차 한대 값과 맞먹는다. 3천만원이 되지 않는 수입산 해치백이 좋으면 얼만큼 좋을까? 반대로 4천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주고 이 차를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꽤 혼란스럽다. 조금 더 구석구석 살펴보기로 했다.

극과극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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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0만원짜리 미니는 솔직히 별로 들어있는 게 없다. 스티어링 휠 리모컨이나 전자식 오토 에어컨 같은 건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센터콘솔 팔걸이나 블루투스 오디오의 부재 등은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자동 전조등, 오토 와이퍼 같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은 꼭 넣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히 운전모드 설정버튼을 비롯해 열선기능이 포함된 두툼한 버킷시트는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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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형 미니에 비하면 쿠퍼 S 컨버터블은 초호화 대형 세단 같다. 패들쉬프트가 달린 스티어링 휠은 손에 쥐는 맛이 뛰어나고, 센터페시아 가운데에는 커다란 와이드 모니터가 자리잡았다. 조그셔틀을 이용해 내비게이션은 물론 각종 엔터테인먼트, 자동차 기능 설정을 할 수 있다. 독립온도 조절 에어컨과 JCW에서 보던 늘씬한 변속기,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다이아몬드 패턴의 질 좋은 가죽시트와 문짝 및 실내 곳곳에 넣은 유광 블랙 장식,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은 더 이상 저렴한 소형 해치백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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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종 모두 공간에서는 크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뒷좌석은 성인이 타고 장거리를 가기에 많이 부족하고, 16년형으로 오면서 조수석 글로브 박스 위쪽에 마련된 추가 수납함도 사라졌다. 굳이 공간 활용성을 찾자면 기본형 쿠퍼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늑한 공간감을 제공하고, 해치백 형태로 열리는 트렁크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꽤 넉넉한 공간이 나온다.

너나할 거 없이 그 누가 봐도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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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은 두 차종 모두 영락없는 미니다. 어느 모델이 더 잘생겼고 아름답다라는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LED 램프와 일반 할로겐 램프, 크고 작은 휠 사이즈, 모양이 다른 앞-뒤 범퍼와 차의 등급을 알려주는 뱃지가 유일한 차이점이다. 이마저도 평소 미니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면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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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완성도 있는 실루엣은 기본형 미니쿠퍼 쪽이다. 바짝 각을 세운 사다리꼴 모양의 유리창과 필라, 그 위를 덮은 둥근 루프라인은 56년 전통 미니쿠퍼의 정체성이 묻어있다. 신형으로 오면서 크기를 부쩍 키웠지만 그래도 미니다운 모습은 여전하다. 여기에 정확히 반을 나눠 다르게 칠한 투톤 컬러와 동그란 사이드미러 및 헤드램프, 한 것 크게 벌린 그릴 등은 이 차만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래저래 귀엽고 사랑스러운 디자인 임에는 틀림없다.

엔진은 달라도 똑같은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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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난한 미니와 가장 특별한 미니는 안팎으로 제법 차이를 보였다. 가격만큼 옵션과 소재의 차이가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달리는 느낌은 어떨까? 단순히 배기량과 숫자로만 보면 이 부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미니쿠퍼 S 컨버터블은 4기통 2.0리터 엔진으로 최고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를 발휘한다. 반면, 미니쿠퍼 가솔린 기본형은 최고 136마력 최대 22.5kg.m를 낸다. 변속기는 두 차종 모두 6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리며, 앞바퀴 굴림 방식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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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 S는 시종일관 여유롭고 풍부한 가속 반응을 보여준다. 터보 엔진 특유의 반박자 느린 행동인 터보랙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언제든지 운전자가 원할 때 강력한 힘을 내고, 지체 없이 빠르게 달릴 뿐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소리는 약해졌지만 간간이 들려오는 굵직한 배기음도 꽤 매력적이다. 이 모든 게 어우러져 웬만한 스포츠 세단 못지않은 짜릿한 재미를 전달해 준다. 귀여운 외모와는 전혀 다른 상남자 같은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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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퍼 S에 비하면 기본형 쿠퍼는 차분하고 조신하다. 적당히 필요한 만큼의 힘을 내고 발 빠르게 달려준다. 그렇다고 이 차의 성능이 모자라거나 답답할 정도는 아니다. 변속 시점을 앞으로 촘촘히 당기고 1,200rpm 부근에서 나오는 최대토크도 차의 움직임을 날렵하게 도와준다.

특히, 운전모드에 따라 극명하게 나뉘는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스포츠 모드에선 1.6리터 가솔린 엔진이라고 믿지 못할 만큼 화끈한 가속력을 보여줬고, 반대로 그린 모드에서는 코스팅(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동력을 차단하고 관성주행으로 넘어가는 기능, 엔진 회전수가 0으로 뚝 떨어진다) 기능을 이용해 극도로 연비를 절약했다. 실제 시내 및 국도 주행을 하면서 연비는 리터당 14km 수준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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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감각에서는 두 차종 모두 똑같은 결과를 보여줬다. 어느 한쪽에 성능이 더 좋고 나쁘다는 큰 의미가 없었다. 탄탄한 서스펜션과 즉각적인 엔진 반응, 작은 차체가 만나 언제든지 짜릿한 운전 재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다른 차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과 웃음이 세어 나왔다. 마치 개구쟁이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스티어링 휠을 휙휙 돌려보기도 하고, 운전 중 화려하게 바뀌는 조명등 색깔을 남들에게 자랑하는 느낌 말이다.

무엇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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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라는 지붕 아래 두 차종 중 어떤 것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몇 가지 옵션을 포기하고서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미니 특유의 운전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기본형 쿠퍼를 "역시 차는 풀옵션이지", "조금 더 짜릿한 고성능 미니를 원해!"하면 쿠퍼 S 컨버터블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에 오픈톱을 통해 느끼는 운전 감성과 낭만, 정신건강을 생각한다면 쿠퍼 S 컨버터블을 사야 할 이유가 더 확실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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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서 일상적인 주행에 적합한 차는 기본형 쿠퍼 쪽이다. 쿠퍼 S 컨버터블에 비해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이 적고, 조금 더 아늑하다. 이것저것 톱 관리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또, 서스펜션도 심하게 단단하지 않아서 승차감이 제법 마음에 든다. 시동을 켤 때 우렁찬 소리도 안 들리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민망한 상황도 없을 것 같다.

미니는 미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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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두 차종을 통해 미니의 진짜 기준과 매력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작은 크기도, 귀여운 디자인도, 재미있는 성능도, 센스 있는 아이디어도 아니었다. 미니라는 브랜드 그 자체가 기준이 되고, 미니 이름표를 달고 있으면 모두 같은 기준에 맞춰진다. 그리고 다른 완성차 회사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독보적인 매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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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도 작고 장난감 같이 생긴 이 차를 비싼 가격 주고 왜 살까? 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미니라는 기준 안에서 한결같이 지켜온 정체성과 추구하는 방향을 알고 나면 헤어나오기 힘들 수도 있다. 이는 가격, 옵션, 크기를 모두 떠나서 모든 미니가 같으며,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김성환 기자 swkim@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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