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국 정통 SUV의 빨간맛, 쉐보레 트래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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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카 김경수 기자] 쉐보레 대형 SUV 트래버스를 시승했다. 이미 1935년에 트럭을 개조해 만든 서버번 캐리올(Suburban Carryall)을 시작으로 1980년대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한 SUV는 애초에 미국식 자동차 문화의 상징이었다. 그 문화의 최첨단에 선 차가 바로 트래버스다.
자동차를 오래 만든 역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사용자의 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오랜 노력이 상품성으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트래버스는 비록 세대로 보자면 그리 길지 않은 모델이지만 쉐보레 SUV라는 점에서 다시 한번 보게 된다.
SUV다운 생김새, 만족감 커
쉐보레 트래버스의 첫 인상은 정통파 미국 SUV라는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실감할 수 있도록 해 준다. 5.2m까지 키운 전장은 국내에선 보기 힘든 크기. 게다가 휠 베이스만 3m에 이르니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웬만한 차량들과는 그 덩치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시승차로 나선 모델은 쉐보레 트래버스 레드라인으로 20인치 블랙 알로이 휠과 레드 아웃라인 트래버스 레터링 등으로 한껏 멋을 냈다.
큰 덩치와는 상반되게 헤드램프와 전면부 그릴, 사이드 캐릭터 라인 등은 사뭇 세밀하고 부드럽게 표현되어 묘한 매력이 어우러진다. 측면에서는 7인승 대형 SUV 답게 시원하게 쭉 뻗은 길이가 눈에 띈다. 특히 D필러까지 널찍하게 공간을 빼서 7명이 충분히 탑승하도록 배려한 점도 확인할 수 있다. 20인치 휠이 여유롭게 움직이도록 휠 하우스도 큼직하게 확보했고, 크롬 테두리로 매력포인트를 확실히 살렸다.
최근 SUV들이 LED 헤드램프를 쓰거나 주간주행등을 분할배치해 대체로 눈매가 날렵해 졌는데 트래버스는 이런 시류와는 달리 그릴과 조화를 더 중시하는 모습이다.
인테리어는 그야말로 최근 쉐보레의 원형 그대로다. 전반적으로 세심한 디테일보다는 큼직하게 기능들을 배치하고 버튼을 배열해 운전자가 직관을 따르도록 만든다. 특히 2열과 3열에도 탑승자의 공간과 함께 USB 포트나 컵 홀더 등 편의장치를 아낌없이 집어넣었다. 다만 중앙의 센터페시아는 절벽처럼 내리 떨어지는 바람에 조작감이 좋은 편은 아니다.
인테리어 소재는 인공소재를 많이 썼는데 색감도 좋고 부드러워 불만을 갖기 어렵다. 특히 대형 SUV답게 글로브 박스를 비롯한 수납공간이 넉넉히 마련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2열에선 센터터널로 인한 공간 손실을 막아 평평하게 만들었다. 3열까지 활용해야하는 대형 SUV에선 필수사항일 터. 공간에 대한 만족감은 상당했다.
적재공간도 3열을 모두 쓴다해도 651L까지 쓸 수 있어 웬만한 가족여행에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3열 공간은 허리가 불편해 자신있게 추천하기 어려웠다. 인포테인먼트 측면은 그래픽이나 속도면에서 합격점을 줄만했고 조작성도 꽤 좋아 누구나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버튼은 누르는 감촉이 부드럽고 눌렀을 때 반응이나 조작감이 고급스러운 편이다.
연비 아쉽지만 주행성능 탁월
‘SUV=2L 디젤엔진’이라는 공식이 뿌리깊은 국내 SUV 시장에서 대형 SUV를 표방하는 트래버스는 3.6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이 부분도 차별화를 이루는 포인트다. 이 가솔린 엔진은 경쟁자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장점도 반대로 보자면 단점도 될 수 있다.
3.6L V6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주는 부드러움과 회전감각은 여타의 2L 디젤엔진이 추월하기 어려울 터. 부드러운 회전질감과 안정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 하다. 여기에 스위처블 AWD 통합 트랙션 모드 셀렉트 다이얼까지 더해 오프로드 대응력까지 충분히 갖췄다는 점. 사실 여기까지만 봐도 국산 브랜드 어디에도 경쟁모델을 꼽긴 어려운 상황이 된다.
스위처블 AWD 통합 트랙션 모드 셀렉트 다이얼에 조금 더 살을 보태자면 모드간 주행감성이 크게 벌어지지 않는데 정작 차의 거동은 상당히 변한다. 결국 차체가 움직이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운전자에게 전달하지 못 하도록 사전에 잘 설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SUV를 제대로 만들어본 메이커의 실력이 발휘되는 듯 하다.
다만 장점도 뚜렷했는데 무엇보다 연비가 신경 쓰였다. 실제 차를 받기 전에도 이 부분이 어떨까 싶었는데, 여지없이 곤두박질치는 연비계 바늘을 보자니 속이 타들어간다. 공식연비는 8.3km/L지만 실제 6km/L 후반을 겨우 낸다. 고속도로에서도 아주 신경써서 달리지 않으면 공식연비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미국의 주행환경이라면 단점으로 손꼽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선 손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부분이다. 여전히 고급 SUV들도 디젤엔진을 내보이고 있고, LPG 엔진 SUV들이 베스트셀링카로 손꼽히는 상황이 그 증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쉐보레 트래버스를 타는 동안에는 이런 단점을 잊을 만큼 운전이 즐겁다. V6 엔진은 쭉 뻗는 맛이 탁월하고 회전질감도 부드러워 배기음을 즐기며 장거리를 주행하는데 부담이 적다. 큰 차체로 인해 36.8kg.m의 펀치력이 온전히 발휘되긴 어렵지만 구간을 넓게 가져가며 뽑아내는 316마력은 rpm구간마다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회전구간에서도 차체를 버텨내는 서스펜션의 지지력이 든든했고, 큰 덩치를 조작하는 스티어링 휠의 조향력도 어떤 구간이든 손색이 없다.
요즘 나오는 SUV들은 적어도 한가지 확실한 매력을 가진 듯 하다. 쉐보레 트래버스는 이런 매력이 철저히 계산된 SUV라는 기본기 위에 서 있다. 도심형 혹은 쿠페형 같은 기교를 전혀 부리지 않았음에도 보이는 그대로 믿을 수 있는 SUV였다. 생활공간 어디라도 쉐보레 트래버스라면 정직한 대답을 해 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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