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모자람 없는 상품성·망설여지는 선택..벤츠 GLC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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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데일리카 임상현 기자] SUV 열풍 속 소형 SUV와 대형 SUV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사이 중형 SUV 시장은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었다. 특히 수입 중형 SUV 시장은 지난해 마땅한 신차도, 주목받는 시장도 아닌 탓에 소형과 대형 SUV로 쏠리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바라만 봐야했다.
이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SUV GLC는 국내시장서 견고한 브랜드 이미지와 패밀리 SUV로서 적당한 크기, 부족함 없는 상품성 등으로 조용한 흥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경쟁 모델들이 디젤 엔진뿐인 단촐한 라인업을 구축한데 비해 GLC는 디젤 이외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고성능 AMG 라인업까지 갖춰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다양한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1월 국내 첫 출시 후 성공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GLC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새해 첫 신차로 GLC 부분변경과 GLC 쿠페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지난해 3월 제네바오토쇼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 데뷔한 부분변경 GLC는 1년여 만에 한국땅을 밟고 주춤한 수입 중형 SUV 시장의 활기를 불어넣고자 한다.
■ ‘젊은 벤츠’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
GLK의 후속 모델로 데뷔한 GLC는 ‘젊은 벤츠’를 앞세운 새로운 디자인 책임자, 고든 바그너의 입김이 잔뜩 불어넣어진 모델이다. G바겐을 연상케하는 각진 디자인으로서 자신만의 개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던 GLK와 달리 GLC는 180도 달라진 유려한 곡선으로 우아함, 모던함, 강인함 등의 화려한 미사여구를 잔뜩 품은채 ‘젊은 벤츠’의 탄생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완벽하게 풀어냈다.
덕분에 국내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GLC의 인기는 GLK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GLC의 본고장인 독일과 유럽 등에서는 벤츠의 SUV 라인업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모델로도 손꼽힌다.
이러한 성공의 바탕에 있는 디자인을 새롭게 뜯어고치는 일은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터. 벤츠의 디자이너들은 부분변경 GLC의 디자인을 대폭 바꾸는 대신 섬세한 터치로 새롭게 시도 중인 패밀리룩을 녹여냈다.
전면부에서 가장 눈에띄는 변화는 역시나 LED를 촘촘히 박아놓은 눈매다. 눈썹을 떠오르게 했던 주간 주행등은 아래까지 덮는 디자인 변경을 통해 더욱 또렷한 인상을 전달한다. 여기에 라디에이터 그릴 중심부에 커다란 벤츠 엠블럼을 감싸는 한줄의 금속장식과 커다랗게 입을 벌린 공격적인 범퍼 디자인은 GLC 쿠페만의 앞모습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측면은 GLC 쿠페와 GLC와의 차이점을 가장 도드라지게 나타낼 수 있는 부분으로 B필러를 지나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을 통해 멋스러움을 강조한다. 실용성과는 별개로 디자인 자체로서 만족감은 GLC보단 GLC 쿠페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후면부에서 달라진 점은 램프의 그래픽 변경정도다. 부분변경인만큼 최소한의 비용으로 신선함을 더하기에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큼지막하게 변한 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곤 변화의 폭을 알아채기 쉽지않다. 본격적으로 운전석에 올라 구석구석 뜯어본다면 손에 잡히는 두툼한 운전대가 최신 벤츠 디자인으로 변경됐음을 알 수 있다. 좌우에 위치한 터치패드를 통해 계기판과 디스플레이를 조작할 수 있는 운전대는 조작성과 손에 쥐어지는 그립감에서도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운전대 너머 안쪽에는 디지털로 변화된 계기판이 눈에 들어온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3가지 테마로 변경이 가능한 디지털 계기판은 내비게이션 화면과 운행 정보를 담은 트립창,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띄울 수 있다.
고개를 돌려 이번 부분변경의 핵심인 와이드 디스플레이를 살펴보면 그 안에는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BUX가 탑재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광활한 베젤의 구형 모니터를 떼어내고 터치를 지원하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것만으로도 조작성과 편리성에서는 비교불가 수준이다.
국내 R&D센터에서 개발한 내비게이션 지도는 여전히 스마트폰 어플과 비교한다면 부족한 모습이지만 이제는 나름 쓸만한 수준으로 개선을 거듭했다. 과속 카메라 따위는 존재조차 지워버린 여느 수입 순정 내비게이션과 비교 시에는 그 격차가 더욱 도드라져보인다.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뚜렷하지만 국내 R&D센터를 통한 꾸준한 발전은 다른 제조사들도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
GLC 쿠페는 GLC와 달리 70mm가 늘어난 전장을 가지고 있다. 완만하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디자인의 적용으로 인한 차이다. 그러나 실내 거주공간을 가늠할 수 있는 휠베이스의 차이는 이전과 동일한 2875mm다. 쿠페형 SUV의 단점은 외관의 멋스러운 모습과 달리 안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을 꼽을 수 있다.
GLC 쿠페 역시 2열에 탑승한다면 무난한 무릎공간과 달리 머리 위 공간에서는 GLC 대비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인 성인 탑승 시 갑갑함을 토로할 정도는 아니다. 충분히 고개를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덕에 가족용 SUV로도 부족함 없는 모습이다.
적재공간은 기본 500리터의 공간 이외 2열 폴딩 시 최대 1400리터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여기에 넓게 열리는 쿠페형 SUV 특징을 살려 부피가 큰 짐을 넣어야 하는 경우 조금 더 수월하게 적재할 수 있다.
■ 차고 넘치지도 않는 2리터 터보엔진
C클래스 기반으로 빚어진 GLC 300 쿠페는 크기부터 엔진 출력까지 일상에서의 여유로움을 누리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윗급인 GLE는 좁은 골목길을 주행하기에는 사실 큰 덩치를 가졌다. 아랫급인 GLA는 해치백인지 SUV인지 헷갈릴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하다.
GLB가 하반기 출시된다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벤츠 SUV 라인업에서 허리역할을 맡고 있는 GLC는 크기나 출력면에서 차고 넘치지 않을 정도의 성능을 담아냈다.
2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은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는 37.7kgf.m의 힘을 발휘한다. 여기에 무르익은 9단 변속기가 시종일관 한결같은 주행감각을 전달한다. 운전대의 답력도 페달의 답력도 알맞은 수준이다. 다소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손가락만으로 휙휙 돌아가는 편리함만을 강조하지도 않았으며, 운전자의 의도대로 조작하는 양에 따른 일관된 페달 반응은 차량을 조작하는데 있어 신뢰감을 주기 충분하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속도를 이끌어 낼 때는 엔진 소리와 속도계의 반응이 다소 어긋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똑똑한 변속기 덕에 주행에서의 아쉬움은 크지 않다. 짧은 직선을 지나 코너에 진입하는 순간에는 탄탄하다고 느꼈던 서스펜션이 일정 선을 유지한채 돌아나가는 재미를 맛볼 수도 있다.
바짝조인 날카로운 맛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패밀리 SUV로서 여유로운 주행에 초점이 맞춰진 GLC에는 이와 같은 세팅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2% 아쉬움은 AMG 패키지를 비롯한 상위 트림에서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고속도로에 올라 편안한 주행을 이어갈 때도 노면소음은 억제돼 있다. 타이어 사이즈가 앞 235mm, 뒤 255mm 너비의 19인치나 되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윗급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승차감 또한 보편적인 수준이다. 벤츠 특유의 고속주행 안정감을 바탕으로 낮은 속도의 시내주행에서도 결코 허둥되는 모습을 허락하지 않는다.
■ 모자람 없는 상품성..망설여지는 선택
GLC 300 쿠페는 전체적으로 부족함 없는 패키지와 상품성을 지닌 벤츠의 중형 SUV다. 어느 하나 엄지 척 하고 자랑스럽게 표현할 만한 부분은 없지만 그렇다고 두손들고 반기들며 부정할만한 구석도 찾기 힘들다.
때문에 국내 시장에서도 E클래스에 이어 벤츠의 효자상품으로 꾸준한 소비자 선택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천만원을 넘어서는 판매가격은 선뜻 GLC를 추천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이름만으로도 국내시장에서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브랜드다. 독보적이라 할만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도 잘나간다. 그래서였을까. 7천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표를 당당히 GLC에 붙인 벤츠의 선택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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