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모든 것이 혜자스러운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컨텐츠 정보
- 744 조회
- 목록
본문
중대형 SUV가 주류를 이루는 쉐보레 라인업에 새로운 차가 등장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그 주인공이다.
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차는 정통 SUV이라기보다 크로스오버 차종이다. 즉, 세단과 SUV의 중간 성격의 차다.
첫인상은 스포티한 쿠페형 SUV 같다. 차체 크기는 길이 4540㎜, 너비 1825㎜, 높이 1560㎜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차체 길이는 현대차 투싼보다는 90㎜ 짧고 르노코리아 XM3보다는 30㎜ 짧으며, 코나보다 190㎜ 길다. 늘씬한 차체 길이에서 중형 SUV의 느낌이 난다.
차체 높이는 코나보다 25㎜ 낮고 투싼보다는 105㎜나 낮으며, 쉐보레 말리부보다는 95㎜ 높다. 차체 높이에서도 승용차와 SUV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XM3보다는 10㎜ 낮다.
휠베이스(축간거리)는 2700㎜로 차급에 비해 아주 넉넉하게 설계됐다. 투싼보다 55㎜ 짧고 코나보다는 40㎜ 길며, 기아 니로/르노 XM3보다 20㎜ 짧다. 긴 휠베이스는 실내공간에 고스란히 투입됐다. 특히 뒷좌석이 예상보다 넓다. 패밀리카로도 환영받을 조건이다.
차체 길이가 길다 보니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게다가 뒷좌석을 6:4로 접을 수 있어 더 넓게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뒷좌석을 안 접어도 골프가방을 싣기 편하다.
주간주행등을 날렵하게 배치하고 범퍼에 헤드램프를 넣은 앞모습은 쉐보레 라인업 중에서 가장 멋지다. 다만 윈도 프레임과 도어 트림 등에 쓰인 플라스틱 소재가 저렴해 보이는 게 흠이다. 원가 절감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옵션으로라도 좀 더 고급스러운 소재가 마련되면 좋겠다. 다소 허전한 뒷모습은 좌우 테일램프를 가로지르는 램프를 하나 덧대면 해결할 수 있겠다. 추후 연식 변경 때 변신을 기대해본다.
파워트레인은 1.2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GENⅢ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배기량은 작은 편이지만, 최고출력은 139마력으로 만만치 않다.
휠은 총 네 가지가 마련됐다. 기본형인 LS에는 17인치 스틸 휠이 장착되고, 그 위급 LT에는 17인치 알로이 휠이, 액티브에는 18인치 알로이 휠, RS에는 19인치 알로이 휠이 장착된다. 활 사이즈를 다양하게 마련한 건 칭찬할 일이지만, 트림별로 휠 사이즈가 고정된 점은 아쉽다. 아랫급 트림에서도 18인치나 19인치 휠을 고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시승차는 18인치 휠이 장착된 액티브 트림이다. 다른 시승차를 보니, 19인치가 장착된 RS에는 콘티넨탈 타이어가, 18인치 휠이 장착된 액티브에는 굿이어 타이어가 달려 있다. 콘테넨탈 제품은 스페인산(産)이고, 굿이어 제품은 중국산(産)이므로 원산지에 민감한 이들은 꼭 참조하시도록.
성인 남자 둘을 태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시종일관 힘차게 내달린다. 2500~4000rpm 사이에서 터지는 22.4㎏·m의 최대토크는 수치 그대로 중속 구간에서 반응이 민첩하다. 나중에 홍보 직원에게 들어보니 최고시속을 200㎞ 넘긴 차도 있었다고 한다. 배기량이 적다고 무시할 차가 결코 아니다.
뛰어난 가속력은 가벼운 차체 덕분이기도 하다. LS/LT는 1300㎏, 액티브는 1330㎏, RS는 1340㎏의 공차중량을 나타내 동급 차종보다 가볍다. 현대차 코나는 1.6 터보 2WD가 1405~1420㎏이고, 2.0 2WD는 1360~1375㎏이다. 르노 XM3는 TCE260이 1330~1345㎏인데, 19인치 휠이 없어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보다 15~30㎏ 무겁다.
이 차는 특히 변속기와의 궁합이 좋다. 과거 쉐보레는 반응이 굼뜬 ‘보령 미션’ 때문에 골치를 앓았는데, 개선을 거듭한 GENⅢ 6단 자동변속기는 각 기어 구간에서 엔진과 호흡이 착착 맞는다. 다만 높은 rpm에서는 속도 증가가 더뎌지면서 배기량의 한계가 살짝 드러난다.
연비는 18인치를 단 시승차의 경우 도심 11.2, 고속도로 14.0㎞/ℓ이고, 17인치 장착 모델은 도심 11.7, 고속도로 14.3㎞/ℓ, 19인치는 도심 11.1, 고속도로 13.2㎞/ℓ를 각각 기록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배기량이 가장 비슷한 XM3(1.3ℓ) 18인치 모델의 경우 도심 11.8, 고속도로 15.3㎞/ℓ로 조금 더 우수하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에서 또 하나 돋보이는 건 정숙성이다. 차고가 높은 차는 보통 윈드 노이즈(풍절음)에 취약한데, 이 차는 바람 소리가 거슬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큰 것도 아니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 때만 엔진음이 카랑카랑해진다. 한국GM 관계자는 “액티즈 노이즈 컨트롤이 큰 효과를 내는 것 같다”라고 귀띔한다.
운전자를 바꾼 후 동승석에서 실내를 다시 한번 천천히 둘러봤다. 스티어링 휠 앞에는 8인치 컬러 클러스터가, 대시보드 중앙에는 11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하고 있고, 공조 장치는 다루기 쉽게 큼지막한 다이얼로 구성됐다.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장치에 넣고 빼기 쉬운 점도 칭찬해야겠다. 과거 쉐보레는 무선 충전장치가 불편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 차는 예외다. 전반적으로 쓰기 쉽고 짜임새 있는 구성이라는 생각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플라스틱 재질만 업그레이드하면 좋겠다.
한국GM이 이 차를 내놓으면서 얼마나 신경 썼는지는 한국 시장 특성화 옵션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 판매 모델에 없는 ‘오토 홀드’와 ‘파워 리프트 게이트’가 한국 판매 모델에는 적용돼있다. 꽉 막히는 길에서 오토 홀드는 얼마나 편했던가. 두 손에 짐을 한가득 들었을 때 파워 리프트 게이트는 또 얼마나 혜자스러운가. 이런 점을 헤아렸다는 게 고맙다.
이 차는 쇼킹한 가격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기본 가격이 2052만원부터 시작하며, LT는 2366만원, 액티브는 2681만원, RS는 2739만원으로 저렴하게 책정됐다. RS에 테크놀로지 패키지와 선루프를 추가해도 2872만원에 불과하다. XM3는 2080만원부터 시작하고, TCE260에 풀옵션을 장착하면 3069만원이 된다. 물론 XM3는 프레임리스 룸미러와 동승석 파워시트 등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없는 사양들이 있긴 하다.
기아 셀토스와 비교하면 어떨까? 셀토스 1.6 가솔린 터보는 2160만원부터 시작하고, 그래비티에 풀옵션을 장착하면 2WD 기준으로 3275만원(HUD 팩 제외)이다. 2.0 가솔린은 2062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위와 같은 기준으로 최고급형 풀옵션을 구성하면 3177만원이 된다.
전반적으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잘 구성된 알찬 제품이다. 가속력이 좋고 정숙하며 승차감도 우수한 편이다. 옵션도 잘 갖춘 편이면서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계약을 받기 시작한 후 4일 만에 1만 대를 돌파한 비결이기도 하다. 앞서 지적한 부분들을 개선한다면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