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S 560 4MATIC L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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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메르세데스-벤츠가 대세다. 아주 잘 팔린다. 차종을 가리지 않고 모두 잘 팔리는 모습인데, 특히 S-클래스의 인기가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기준, S-클래스의 판매량은 835대다. 한국 토요타를 이끄는 중형 세단 캠리의 판매량이 715대였다. 그렇다면 고급 대형 세단을 기준으로 보자.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급 세단 EQ900이 501대 팔렸다. 물론 페이스리프트를 앞둔 영향이긴 하다. 직접 경쟁 차인 BMW 7시리즈는 201대, 올해 출시된 렉서스 LS 판매량은 73대 수준이다. 모델 체인지를 앞둔 재규어 XJ는 14대라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S-클래스가 얼마나 잘 팔리는지 알게 해주는 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S-클래스는 총 5191대나 판매됐다. 벤츠 라인업 중 E-클래스와 C-클래스 다음으로 많이 팔린 것이 S-클래스였다. 이쯤 되면 특별히 1+1 행사라도 하나? 싶을 정도다.
이제 S-클래스의 모델별 판매 비율을 보자. 다음은 2017년 9월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판매량이다.
위 표를 보면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가솔린 엔진을 갖고 있다. S450 4Matic Long의 가격은 1억 7400만 원, S560 4MATIC Long은 2억 200만 원이다. AMG 모델은 S-클래스 하위 디젤 모델보다 잘 팔린다. 동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경쟁사 BMW는 디젤의 판매량이 60% 이상이다. 즉, 소비자 군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의 S-클래스에 대한 사랑 덕분에 한국 시장은 중국,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됐다. S-클래스에게 있어 전 세계 3위 시장이 한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S-클래스의 호화 모델인 마이바흐 모델은 중국 다음으로 많이 팔려 세계 2위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S-클래스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을 만드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S-클래스 중에서도 기함급 모델이라 할 수 있는 S560 4MATIC Long과 함께 했다.
현재의 S-클래스는 6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페이스리프트라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의 부품을 6500여 개나 바꿨다.
우선 디자인부터 보자. 차에 큰 관심이 없는 소비자라면 아마도 초기형과 지금 모델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S-클래스 오너라면 초기형과 신모델의 간의 디테일 차이를 쉽사리 읽어낼 것이다.
우선 헤드램프가 달라졌는데 주간 주행등이 3줄로 변했다. 처음에는 다소 과해 보이지만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 헤드 램프를 보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멀티빔 LED(MULTIBEAM LED) 라이트라는 LED 여러 개를 집합시켜 선택적으로 조명을 비춰준다. 상향등이지만 마주 오는 차나 사람만 선택해 어둡게 해주거나 사각지대를 더 밝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 구현을 위해 1초에 100번의 주기로 각각의 LED를 제어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쓰인 LED만 84개에 이른다. 향후 아우디가 출시할 신형 A8에 사용된 HD Matrix LED 시스템에는 32개의 LED가 사용되니 얼마나 아낌없이 재료를 썼는지 알 수 있다.
헤드램프에는 또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ULTRA RANGE High Beam) 기능이다. BMW와 아우디가 조명업체인 오스람과 함께 공동 개발해 사용한 레이저 라이트는 최대 조사거리가 600m이다. BMW와 아우디는 이를 이점으로 내세웠다. 기존 LED의 최대 조사 거리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광원을 레이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도 받았다.
BMW와 아우디가 이를 자사 7시리즈와 A8에 탑재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무렵, 벤츠는 LED로 650m까지 비출 수 있는 조명 기술을 내놨다.
물론 레이저라이트처럼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도 몇몇 조건을 충족해야만 작동된다. 매우 강한 광량이 다른 운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작동하려면 아무런 불빛 없는 길을 주행해야 한다. 미국 서부 사막의 고속도로나 중국 횡단 고속도로와 같은 환경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 그런 도로를 찾아내 아무도 없는 밤길에서 테스트를 했다. 처음에는 일반 조명처럼 어두운 밤거리를 부분적으로 비춘다. 하지만 작동 기준이 만족되면 마치 닫혔던 커튼이 펼쳐지는 것처럼 효과를 보이며 도로 끝부분까지 조명을 비추기 시작한다. 앞이 안 보여 답답했던 것이 속 시원하게 풀렸다고 느꼈을 정도다. 과장을 더하면 눈을 뜬 것과 안 뜬 것 같은 차이였다. 특히 갑작스레 출연하는 야생동물에 놀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신선한 체험이었다.
범퍼도 달라졌다. S560에는 마이바흐 모델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범퍼를 통해 한층 중후한 느낌을 키운다. 크롬 사용 폭도 넓혔지만 남발이 아닌 적정 수준으로 쓰고 있다.
측면의 변화는 휠 정도. 20인치가 사용되는데, 차량 자체의 덩치가 있다 보니 비율이 좋다고 느껴진다. 타이어는 전륜 245mm, 후륜 275mm 너비의 피렐리 P Zero를 사용한다.
후면부 변화의 중심은 리어램프에 있다. 크리스탈 느낌을 살려 3D 효과를 줬는데,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꽤나 큰 차이를 보여준다. 기존 모델의 리어램프 디자인이 심심해 보일 정도다.
이제 실내로 넘어가자. 스티어링 휠 이외에 달라진 것이 많지 않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붙인 디자인은 여전히 새롭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거대한 디스플레이 크기에 압도 당한다.
인테리어는 미래지향적인 것과 클래식함을 적절히 섞었다. 대시보드 하단을 감싸는 우아한 라인도 S-클래스의 실내를 돋보이게 한다.
계기판은 3가지 테마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엠비언트 라이트는 64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색상을 고를지 고민하는 소비자를 위해 자동으로 색상을 바꿔주는 기능도 넣었다.
스티어링 휠은 2스포크 타입에서 3스포크 형식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터치 컨트롤(Touch Control)의 추가다. 엄지의 터치만으로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왼쪽 센서는 계기판을, 오른쪽 센서로 센터페시아를 조작할 수 있다. 방향지시등 근처에 있던 레버 형태의 크루즈 컨트롤 조작 장치도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용하기 복잡하고 예스러운 그래픽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새로워졌다. 메뉴 구성이 간결해져 보다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래픽도 멋져졌다.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되며 스마트폰 무선 충전도 된다. 이제 센터페시아 모니터 터치 기능만 넣으면 되겠다. 벤츠가 차를 잘 만든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고집이 너무 세다. 터치는 요즘 대세다.
시트에도 많은 기능을 담았다. 통풍, 열선은 물론 마사지 기능도 있다. 이 마사지 메뉴 중 온돌 마사지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기능이 추가됐다고 하는데, 등 부분을 뜨끈하게 해주며 마사지 받는 느낌을 살렸다. 이를 포함한 마사지 코스만 6가지나 된다. 물론 마사지 기능 자체만 놓고 보면 렉서스 LS의 손 지압 효과가 조금 나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모델과 비교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물론 이것뿐만이 아니다. 다이내믹 시트라는 기능은 차량이 코너를 돌때 한쪽으로 밀리는 몸을 잡아주기 위해 사이드 볼스터를 부풀린다. 덕분에 코너링 때 안정감이 조금 더 커진다.
뒷좌석은 충분히 넓다. 기함급 모델이며 롱휠베이스 모델인 만큼 당연히 넓어야 한다. 특히 우측 뒷좌석 버튼 하나를 눌러 VIP 라운지로 변신시킬 수 있다. 조수석이 최대한 앞으로 이동하고 시트백도 최대한 접혀진다. 뒷좌석 시트도 최대한 뒤로 눕고 발 받침대가 올라온다. 특히 조수석 시트 밑에서 올라오는 별도의 발판까지 펼쳐져 좋다. 다리를 쭉 뻗고 S-클래스 뒷자리를 즐기면 절로 잠이 올 정도다. 키 180cm가 넘는다면 발판 끝에 발이 닿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는 않았다.
뒷좌석 시트에도 통풍, 열선, 마사지 기능이 있다. 리모컨과 10.2인치 모니터를 통해 앞좌석과 동일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모두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리모컨 덕분에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의 다이얼이나 버튼들이 생략됐다. 버튼에 태블릿까지 갖추고 있는 7시리즈와 비교하자면 조금 심심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뒷좌석 모니터도 터치는 안된다. 역시나 벤츠는 터치를 싫어한다. 이외에 전동식 셰이드가 달린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말이다. 눈에 띄는 것은 시트 벨트 안에 에어백을 내장시킨 벨트백이 갖춰진다는 점인데 뒷좌석 탑승객의 안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사실상 수동으로 조작하는 영역이 거의 없다. 대부분 자동이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 지원을 위해 S-클래스 실내에 장착된 액추에이터와 전기모터의 양만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실내를 살펴보다 헤드라이너 소재에 주목했다. 그러고 보니 직물이다. 물론 고급스럽게 마감하긴 했지만 2억 원에 가까운 S-클래스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를 남겼다.
확인해보니 S-클래스의 실내는 기본 사양이었다. 디지뇨(Designo) 패키지가 추가되면 실내 가죽 소재가 한층 고급스러워진다. AMG나 마이바흐 모델은 가죽은 물론 헤드라이너 소재까지 바뀐다. 등급이나 옵션에 따라 확실한 차이를 둔 것이다.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2억짜리 자동차인데 조금 더 넣어주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트렁크는 대형 세단으로 보편적인 수준이다. 미국차 같은 광활한 느낌은 없다. 뒷좌석 폴딩 기능도 없다. 사실 뒷좌석 시트에 다양한 기능을 갖췄기에 이 기능을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걸까?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커넥티드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오버헤드 콘솔을 바라보면 기존에 없던 3개의 버튼이 있다. ‘SOS’ 버튼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으로 ‘E-콜’이라고 부른다. 그 양옆으로 타이어 펑크나 배터리 방전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출동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 ‘B-콜’, 문의 상담이 가능한 ‘i-콜’ 서비스로 나뉜다.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 브랜드 중 커넥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는 벤츠와 BMW 정도다. 국산 브랜드가 아니라면 각 국가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새롭게 인력까지 확충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적어도 벤츠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맞춰 판매 규모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버튼을 현대 기아차처럼 1개로 통일했으면 좋겠다. 본인 차에 이상이 있다면 다급한 상황일텐데 E-콜 버튼을 누를지, B-콜 버튼을 누를지, i-콜 버튼을 누를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혹은 문의와 비상으로 나눠 2개 버튼 정도만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기능이 너무 많다. 하지만 또 있다. 자동 주차 기능이다. 주차 공간도 한 번에 잘 찾고 변속기를 한 번만 조작해주면 앞뒤로 움직이며 평행, 직각 주차 모두를 깔끔하게 해준다. 물론 출차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을 차량 주인으로 인식시켜야 하는 제약이 있어 직접 테스트하지는 못했지만 원격 주차 기능도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주차 공간을 찾은 후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이후 차량과 연결된 스마트폰의 자동 주차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된다. 스마트폰에 나타난 원을 빙글빙글 돌려주면 차량이 스스로 주차를 해주게 된다.
참고로 BMW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다. 단, 벤츠와의 차이점은 차량을 앞뒤로 밖에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거기에 디스플레이 키를 사용해야 하는데 너무 느리게 작동하고 오류도 잦다. 성격이 급한 소비자라면 스스로 주차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최근에도 BMW 640i GT를 통해 이 기능을 경험해 봤는데 일부 패널은 웃다 못해 화를 냈다.
이제 대략적인 기능 설명을 마쳤다. 정말 많았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해 보자. 우리 팀이 테스트한 전기형 S-클래스는 3.0리터 디젤 모델이었다. 당시만 해도 디젤의 저렴한 감각을 느낄 수 없던 완성도에 감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AMG나 마이바흐를 제외한 S-클래스 라인의 최고 사양인 S560이다. 과연 V8 4.0리터 트윈터보 엔진이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8기통 엔진이 깨어나며 두둥거리는 음색을 만든다. 물론 바로 잠잠해지기에 정숙성 측면에 아쉬움은 없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실내 어느 곳에서도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 34.5dBA을 기록했다. 참고로 차량의 시동이 꺼진 상태의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하면 32dBA 내외로 나온다. 시동이 걸린 것을 거의 모를 수준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주행을 시작해도 조용하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측정한 정숙성은 55dBA. 우리 팀 역대 최저 기록을 갖고 있는 렉서스 LS600hL, 제네시스(DH) 3.3과 동일한 수치다. 좋고 나쁨을 떠나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탑승해도 최고의 정숙성을 느끼는데 문제가 없다. 이만큼 조용한 차는 정말 드물다.
일상 주행을 하며 가장 감탄한 부분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부터다. 부드러움을 살리며 가벼운 느낌도 주지만 센터필링이 명확하고 고급스럽다. 바퀴(휠)를 돌리는 역할을 하는 스티어링 휠이 어떻게 이런 느낌을 전해주는지 신기할 정도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차량은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힘의 부족함은 없다. 평평한 도로를 달리던 오르막길을 만나던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최근 테스트한 기아 K9은 5.0리터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저속에서의 움직임이 답답했다. 반면 S560은 가속페달의 조작에 따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가속력을 뽑아낸다. 이러한 조작 환경 덕분에 운전의 스트레스가 크게 감소한다. 이런 부분에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고 또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고출력 엔진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팀이 직접 확인한 S560 4MATIC Long 모델의 중량은 2220kg이었다. 사람 2명만 탑승해도 2.3톤이 넘는 차가 된다. 이렇게 육중한 덩치를 가볍게 움직여주는 엔진은 V8 4.0리터 트윈터보 사양이다. 범용성을 갖고 C63 AMG부터 AMG G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에 탑재되는 엔진은 S560 모델에서 469마력과 71.4kg.m의 토크를 내도록 셋업 됐다.
단순히 여유로운 수준 뿐일까?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차량 앞부분이 들릴 정도로 강력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강력하지만 힘이 표현되는 과정조차 고급스럽다. 우악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힘을 내는 타입이다. 2.2톤의 무게가 무색할 정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4.89초를 기록했다. 제조사 공식 기록인 4.6초보다 약 0.3초 느린 기록이지만 쉐보레 카마로 SS(4.86초),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트(4.95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속성능이다. 대형 세단이기에 둔할 것이라 생각했다간 큰코다칠 성능이다. 현대차가 내놓은 벨로스터 N 같은 핫해치도 빠른 가속력을 낸다지만 S560이 마음만 먹으면 리어뷰 미러 속으로 사라져버리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빠른 가속만 장기가 아니다. 고속 영역으로 들어설 때 S-클래스의 장점은 한 번 더 부각된다. 어떤 속도에서건 안정적이다. 그저 주위 배경이 느리게 지나가는지 빠르게 지나가는지 정도의 차이만 보여줄 뿐이다. 어떤 때에는 너무 속도감이 안 나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지루함을 더 지루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있으니 반자율 주행 기능이다. 벤츠의 최상급 모델답게 각종 첨단 안전 기능은 다 있다. 굳이 하나하나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여기에 카메라와 레이더 성능을 향상시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였다.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 차량 스스로 움직이는 과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점을 꼽게 된다. 기존까지는 차량이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시점 자체가 조금은 타이트했다. 전방 차량과 가까워져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타이밍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차량은 앞차와 간격이 더 좁아져야만 브레이크를 작동시켰다. 때문에 벤츠 소비자들에게 차간거리 설정을 가장 짧게 하는 것은 피해달라고 조언했던 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차간 거리를 어떻게 설정하든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가속과 감속 때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차이 나지 않을 수준이 됐다. 물론 라이다(LiDAR)의 부재로 교통체증 상황에서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하는데 한계를 보이긴 한다.
이외에 전방 추돌 사고 예측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충돌을 피해준다. 이는 충돌회피 조향 어시스트 기능 덕분이다. 또,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윈도우와 선루프를 닫고 안전벨트를 조여줌과 동시에 시트 포지션을 조절해주는 프리-세이프, 14개의 에어백 등의 안전장비도 갖췄다.
S-클래스니까 최고의 기술 모두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국내 출시되는 S-클래스는 관련 법 부재로 시대를 리드하는 신기술까지 적용되지는 못한다.
액티브 디스턴스 컨트롤 디스트로닉(Active Distance Control DISTRONIC)은 지도와 내비게이션 데이터까지 활용해 도로 전방의 커브 구간이나 일반교차로, 회전교차로, 톨게이트 등을 미리 인지해 차량 속도를 스스로 줄였다가 다시 높여주는 기능이다.
디스트로닉 액티브 프록시미티 어시스트(DISTRONIC Active Proximity Assist)는 시속 80~ 180km 상에서 차선 변경을 원할 때 운전자가 방향지시등만 켜주면, 주변 교통을 파악해 안전하다고 판단될 경우 스스로 차선 변경을 한다.
이들은 한층 진보한 반자율 주행 기술이다. 하지만 국외 맵 데이터 유출 방지 등 제한 사항으로 인해 최신 기술 적용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현대 기아차에서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면 관련 법이 개정될까? 아마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헤드램프의 조사각을 바꿔주는 어댑티브 스티어링 시스템. 과거 BMW 등은 이미 이 기술을 해외 시판 모델에 달았지만 국내 사양에는 이 기능이 모두 빠져있었다. 법규 부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제네시스(BH)에 탑재하자 관련 법규가 생겼다. 때문에 현대차의 기술 개발이 곧 한국 자동차 관련 법의 시작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농담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S-클래스에 감탄하는 또 다른 부분은 승차감이다. 부드럽다고 느껴진다. 차량이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미뤄 봤을 때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도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하지만 딱 한 번만 출렁 거린 이후 바로 자세를 바로잡는다. 출렁출렁 거리며 기분 나쁜 움직임을 만들어 내지도 않고 진동이 발생하면 여진을 남기지도 않는다. 에어 서스펜션만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참고로 S-클래스의 에어 서스펜션은 시속 120km 이상부터 지상고를 20mm 내리고, 노면 상태가 나빠지면 40mm 높일 수 있다.
후륜구동 모델이라면 매직 바디 컨트롤(Magic Body Control) 기능이 추가된다. 이 기능은 전방의 카메라가 노면 상태를 읽어낸 뒤 조건에 맞춰 서스펜션을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이전에도 쓰이긴 했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는 스테레오 카메라 성능을 높여 일몰 때도 원만한 작동을 하게 됐다. 또한 시속 180km 내외의 속도에서도 작동한다.
광고에서 보면 차체는 가만히 있고 휠 타이어 만 움직이는, 다시 말해 마법의 양탄자라도 탄 것 같이 묘사됐지만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대신 요철을 비롯해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을 지날 때 100의 충격을 예상했다면 50 정도로 줄여준다. 이번 테스트 모델은 이 기능이 빠진 4매틱 모델이지만 이보다 먼저 만난 S560은 후륜 사양이어서 이 기능을 체험했던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건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해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 팀이 얼마 전 테스트한 기아 K9은 최상급 모델이었음에도 일정 조건에서 승차감이 좋지 못했다. 이 밖에도 최근 현대기아차의 일부 모델 서스펜션은 평균 이하의 승차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테스트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 섀시 개발 부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꾸준한 지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명확히 전달해주고 그를 통해 개발 부서가 더 많은 자원을 바탕으로 성능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S-클래스로 돌아가자. 이번엔 제동 성능이다. 페달 조작 때의 느낌 또는 차가 정지하는 과정까지도 부드럽다. 페달을 조작할 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초반 답력이 높다 낮다의 개념과 달리 부드러움을 전한다는 것이다. 정지할 때의 차량 모션, 그 모든 과정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담고자 했다. 물론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밟는 만큼 빠르게 속도를 낮춘다. 이번엔 급제동 시험을 해봤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는 37.43m. 테스트를 반복해도 거리 증가 폭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단순 한 번만 빨리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성능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높은 속도로 달리다 강한 제동을 끌어냈을 때도 꾸준히 성능을 이어간다.
와인딩 코스를 달리면서 S560 4MATIC의 주행 성능을 확인해본다.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줄만 알았던 S-클래스가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감자 원하는 방향으로 날카롭게 움직여준다. 부드럽던 서스펜션도 방향 전환에 따라 단단하게 차체를 지지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만큼은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르다.
국산 브랜드가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며 테스트한다는 것을 광고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세계 유명 브랜드들은 오래전부터 늘 상 그곳을 달렸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테스트한다는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
기본 S-클래스는 물론 마이바흐, 심지어 풀만 모델까지 뉘르부르크링 주행 테스트를 왜 하는지 차를 타보면 알 수 있다. 안정감은 물론 차체의 느낌, 타이어를 노면에 밀착시키는 서스펜션의 능력, 승차감까지 최상으로 올리는 부분까지 역시나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변속기는 9단 자동. 대부분의 영역은 8단 내에서 해결하며, 고속도로에 올라 120km/h를 약간 넘겨야 9단을 사용한다. 적절한 기어비와 빠른 변속, 여기에 동력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 물론 동력 전달감도 뛰어나다.
아쉬움이 있다면 가끔 변속 충격이 나온다는 것. 보통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4단에서 3단으로 내릴 때 충격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충격이 크지는 않지만 이런 부분을 보완해주면 좋겠다. 물론 테스트 카만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긴 하다. GM의 고성능 8단 변속기도 이따금 변속 충격을 느낄 수 있는데, 둘의 공통점은 위성 기어와 클러치를 사용하는 최신 변속기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기기적 특성 때문일까? 하지만 변속 충격을 조금 더 보완시킬 필요가 있다.
예상했듯 기름은 많이 먹는다.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을 해도 11.2km/L 정도에 불과하다.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 후 최종 확인된 복합 연비는 7.2km/L.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러워할 연비다. 하지만 이 급 기함급 세단 모두가 비슷한 연비를 갖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V8 엔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 모델과 비교해 체감되는 연비 향상 폭은 크지 않았다.
S-클래스의 테스트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팀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통은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기 마련. 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했다. 좋으니까. 흠잡을 것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당연히 좋아야 한다. 사실상 2억 원의 가격표를 달았는데 불만족스러움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S-클래스는 플래그십 세단의 정점에 있고 모든 제조사들의 벤치마크 대상 1호다. 벤츠라는 브랜드 밸류, 화려한 기술, 많은 노하우에서 탄생한 승차감과 주행 능력까지… 1등의 자리는 절대 쉽게 지켜진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벤츠 S-클래스는 ‘성공의 상징’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적어도 S-클래스는 그 꿈을 실현시켰을 때 실망을 줄 모델은 아니다. 그만큼 S-클래스는 쉬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 6세대 모델이 처음 나왔을 때 이미 ‘그렇게 좋았던 5세대 모델에서 어떻게 더 좋아질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그런 생각은 그대로 깨져왔다. 이번에도 그랬다. ‘페이스리프트니까’라며 부분적으로 바뀐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진화했다. 벌써부터 다음 세대 모델이 기대된다. 이미 정점의 상황에서 어떻게 더 좋게 만들어 낼까?
지난 7월 기준, S-클래스의 판매량은 835대다. 한국 토요타를 이끄는 중형 세단 캠리의 판매량이 715대였다. 그렇다면 고급 대형 세단을 기준으로 보자. 제네시스 브랜드의 기함급 세단 EQ900이 501대 팔렸다. 물론 페이스리프트를 앞둔 영향이긴 하다. 직접 경쟁 차인 BMW 7시리즈는 201대, 올해 출시된 렉서스 LS 판매량은 73대 수준이다. 모델 체인지를 앞둔 재규어 XJ는 14대라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S-클래스가 얼마나 잘 팔리는지 알게 해주는 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7월까지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S-클래스는 총 5191대나 판매됐다. 벤츠 라인업 중 E-클래스와 C-클래스 다음으로 많이 팔린 것이 S-클래스였다. 이쯤 되면 특별히 1+1 행사라도 하나? 싶을 정도다.
이제 S-클래스의 모델별 판매 비율을 보자. 다음은 2017년 9월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판매량이다.
위 표를 보면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가솔린 엔진을 갖고 있다. S450 4Matic Long의 가격은 1억 7400만 원, S560 4MATIC Long은 2억 200만 원이다. AMG 모델은 S-클래스 하위 디젤 모델보다 잘 팔린다. 동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경쟁사 BMW는 디젤의 판매량이 60% 이상이다. 즉, 소비자 군이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의 S-클래스에 대한 사랑 덕분에 한국 시장은 중국,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 됐다. S-클래스에게 있어 전 세계 3위 시장이 한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S-클래스의 호화 모델인 마이바흐 모델은 중국 다음으로 많이 팔려 세계 2위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체 무엇이 S-클래스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을 만드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S-클래스 중에서도 기함급 모델이라 할 수 있는 S560 4MATIC Long과 함께 했다.
현재의 S-클래스는 6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페이스리프트라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의 부품을 6500여 개나 바꿨다.
우선 디자인부터 보자. 차에 큰 관심이 없는 소비자라면 아마도 초기형과 지금 모델을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S-클래스 오너라면 초기형과 신모델의 간의 디테일 차이를 쉽사리 읽어낼 것이다.
우선 헤드램프가 달라졌는데 주간 주행등이 3줄로 변했다. 처음에는 다소 과해 보이지만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 헤드 램프를 보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다. 멀티빔 LED(MULTIBEAM LED) 라이트라는 LED 여러 개를 집합시켜 선택적으로 조명을 비춰준다. 상향등이지만 마주 오는 차나 사람만 선택해 어둡게 해주거나 사각지대를 더 밝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기능 구현을 위해 1초에 100번의 주기로 각각의 LED를 제어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쓰인 LED만 84개에 이른다. 향후 아우디가 출시할 신형 A8에 사용된 HD Matrix LED 시스템에는 32개의 LED가 사용되니 얼마나 아낌없이 재료를 썼는지 알 수 있다.
헤드램프에는 또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ULTRA RANGE High Beam) 기능이다. BMW와 아우디가 조명업체인 오스람과 함께 공동 개발해 사용한 레이저 라이트는 최대 조사거리가 600m이다. BMW와 아우디는 이를 이점으로 내세웠다. 기존 LED의 최대 조사 거리보다 2배나 높은 수치다. 광원을 레이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도 받았다.
BMW와 아우디가 이를 자사 7시리즈와 A8에 탑재하며 자랑스러워하고 있을 무렵, 벤츠는 LED로 650m까지 비출 수 있는 조명 기술을 내놨다.
물론 레이저라이트처럼 울트라 레인지 하이빔도 몇몇 조건을 충족해야만 작동된다. 매우 강한 광량이 다른 운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작동하려면 아무런 불빛 없는 길을 주행해야 한다. 미국 서부 사막의 고속도로나 중국 횡단 고속도로와 같은 환경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 그런 도로를 찾아내 아무도 없는 밤길에서 테스트를 했다. 처음에는 일반 조명처럼 어두운 밤거리를 부분적으로 비춘다. 하지만 작동 기준이 만족되면 마치 닫혔던 커튼이 펼쳐지는 것처럼 효과를 보이며 도로 끝부분까지 조명을 비추기 시작한다. 앞이 안 보여 답답했던 것이 속 시원하게 풀렸다고 느꼈을 정도다. 과장을 더하면 눈을 뜬 것과 안 뜬 것 같은 차이였다. 특히 갑작스레 출연하는 야생동물에 놀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신선한 체험이었다.
범퍼도 달라졌다. S560에는 마이바흐 모델을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범퍼를 통해 한층 중후한 느낌을 키운다. 크롬 사용 폭도 넓혔지만 남발이 아닌 적정 수준으로 쓰고 있다.
측면의 변화는 휠 정도. 20인치가 사용되는데, 차량 자체의 덩치가 있다 보니 비율이 좋다고 느껴진다. 타이어는 전륜 245mm, 후륜 275mm 너비의 피렐리 P Zero를 사용한다.
후면부 변화의 중심은 리어램프에 있다. 크리스탈 느낌을 살려 3D 효과를 줬는데,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꽤나 큰 차이를 보여준다. 기존 모델의 리어램프 디자인이 심심해 보일 정도다.
이제 실내로 넘어가자. 스티어링 휠 이외에 달라진 것이 많지 않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붙인 디자인은 여전히 새롭다는 느낌을 준다. 또한 거대한 디스플레이 크기에 압도 당한다.
인테리어는 미래지향적인 것과 클래식함을 적절히 섞었다. 대시보드 하단을 감싸는 우아한 라인도 S-클래스의 실내를 돋보이게 한다.
계기판은 3가지 테마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엠비언트 라이트는 64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색상을 고를지 고민하는 소비자를 위해 자동으로 색상을 바꿔주는 기능도 넣었다.
스티어링 휠은 2스포크 타입에서 3스포크 형식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터치 컨트롤(Touch Control)의 추가다. 엄지의 터치만으로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의 왼쪽 센서는 계기판을, 오른쪽 센서로 센터페시아를 조작할 수 있다. 방향지시등 근처에 있던 레버 형태의 크루즈 컨트롤 조작 장치도 스티어링 휠 버튼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용하기 복잡하고 예스러운 그래픽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새로워졌다. 메뉴 구성이 간결해져 보다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다. 그래픽도 멋져졌다.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모두 지원되며 스마트폰 무선 충전도 된다. 이제 센터페시아 모니터 터치 기능만 넣으면 되겠다. 벤츠가 차를 잘 만든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고집이 너무 세다. 터치는 요즘 대세다.
시트에도 많은 기능을 담았다. 통풍, 열선은 물론 마사지 기능도 있다. 이 마사지 메뉴 중 온돌 마사지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기능이 추가됐다고 하는데, 등 부분을 뜨끈하게 해주며 마사지 받는 느낌을 살렸다. 이를 포함한 마사지 코스만 6가지나 된다. 물론 마사지 기능 자체만 놓고 보면 렉서스 LS의 손 지압 효과가 조금 나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모델과 비교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물론 이것뿐만이 아니다. 다이내믹 시트라는 기능은 차량이 코너를 돌때 한쪽으로 밀리는 몸을 잡아주기 위해 사이드 볼스터를 부풀린다. 덕분에 코너링 때 안정감이 조금 더 커진다.
뒷좌석은 충분히 넓다. 기함급 모델이며 롱휠베이스 모델인 만큼 당연히 넓어야 한다. 특히 우측 뒷좌석 버튼 하나를 눌러 VIP 라운지로 변신시킬 수 있다. 조수석이 최대한 앞으로 이동하고 시트백도 최대한 접혀진다. 뒷좌석 시트도 최대한 뒤로 눕고 발 받침대가 올라온다. 특히 조수석 시트 밑에서 올라오는 별도의 발판까지 펼쳐져 좋다. 다리를 쭉 뻗고 S-클래스 뒷자리를 즐기면 절로 잠이 올 정도다. 키 180cm가 넘는다면 발판 끝에 발이 닿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지는 않았다.
뒷좌석 시트에도 통풍, 열선, 마사지 기능이 있다. 리모컨과 10.2인치 모니터를 통해 앞좌석과 동일한 엔터테인먼트 기능 모두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리모컨 덕분에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의 다이얼이나 버튼들이 생략됐다. 버튼에 태블릿까지 갖추고 있는 7시리즈와 비교하자면 조금 심심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뒷좌석 모니터도 터치는 안된다. 역시나 벤츠는 터치를 싫어한다. 이외에 전동식 셰이드가 달린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말이다. 눈에 띄는 것은 시트 벨트 안에 에어백을 내장시킨 벨트백이 갖춰진다는 점인데 뒷좌석 탑승객의 안전에 도움을 줄 것이다.
사실상 수동으로 조작하는 영역이 거의 없다. 대부분 자동이다. 이렇게 다양한 기능 지원을 위해 S-클래스 실내에 장착된 액추에이터와 전기모터의 양만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실내를 살펴보다 헤드라이너 소재에 주목했다. 그러고 보니 직물이다. 물론 고급스럽게 마감하긴 했지만 2억 원에 가까운 S-클래스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는 평가를 남겼다.
확인해보니 S-클래스의 실내는 기본 사양이었다. 디지뇨(Designo) 패키지가 추가되면 실내 가죽 소재가 한층 고급스러워진다. AMG나 마이바흐 모델은 가죽은 물론 헤드라이너 소재까지 바뀐다. 등급이나 옵션에 따라 확실한 차이를 둔 것이다. 머리가 좋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2억짜리 자동차인데 조금 더 넣어주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트렁크는 대형 세단으로 보편적인 수준이다. 미국차 같은 광활한 느낌은 없다. 뒷좌석 폴딩 기능도 없다. 사실 뒷좌석 시트에 다양한 기능을 갖췄기에 이 기능을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걸까?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커넥티드카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오버헤드 콘솔을 바라보면 기존에 없던 3개의 버튼이 있다. ‘SOS’ 버튼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능으로 ‘E-콜’이라고 부른다. 그 양옆으로 타이어 펑크나 배터리 방전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출동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 ‘B-콜’, 문의 상담이 가능한 ‘i-콜’ 서비스로 나뉜다.
국산차가 아닌 수입차 브랜드 중 커넥티드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는 벤츠와 BMW 정도다. 국산 브랜드가 아니라면 각 국가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고 새롭게 인력까지 확충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적어도 벤츠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맞춰 판매 규모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버튼을 현대 기아차처럼 1개로 통일했으면 좋겠다. 본인 차에 이상이 있다면 다급한 상황일텐데 E-콜 버튼을 누를지, B-콜 버튼을 누를지, i-콜 버튼을 누를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혹은 문의와 비상으로 나눠 2개 버튼 정도만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기능이 너무 많다. 하지만 또 있다. 자동 주차 기능이다. 주차 공간도 한 번에 잘 찾고 변속기를 한 번만 조작해주면 앞뒤로 움직이며 평행, 직각 주차 모두를 깔끔하게 해준다. 물론 출차 기능도 있다.
스마트폰을 차량 주인으로 인식시켜야 하는 제약이 있어 직접 테스트하지는 못했지만 원격 주차 기능도 있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주차 공간을 찾은 후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이후 차량과 연결된 스마트폰의 자동 주차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된다. 스마트폰에 나타난 원을 빙글빙글 돌려주면 차량이 스스로 주차를 해주게 된다.
참고로 BMW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다. 단, 벤츠와의 차이점은 차량을 앞뒤로 밖에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이다. 거기에 디스플레이 키를 사용해야 하는데 너무 느리게 작동하고 오류도 잦다. 성격이 급한 소비자라면 스스로 주차하는 것이 빠를 것이다. 최근에도 BMW 640i GT를 통해 이 기능을 경험해 봤는데 일부 패널은 웃다 못해 화를 냈다.
이제 대략적인 기능 설명을 마쳤다. 정말 많았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해 보자. 우리 팀이 테스트한 전기형 S-클래스는 3.0리터 디젤 모델이었다. 당시만 해도 디젤의 저렴한 감각을 느낄 수 없던 완성도에 감탄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AMG나 마이바흐를 제외한 S-클래스 라인의 최고 사양인 S560이다. 과연 V8 4.0리터 트윈터보 엔진이 어떤 매력을 보여줄까?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8기통 엔진이 깨어나며 두둥거리는 음색을 만든다. 물론 바로 잠잠해지기에 정숙성 측면에 아쉬움은 없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다. 실내 어느 곳에서도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한 결과 34.5dBA을 기록했다. 참고로 차량의 시동이 꺼진 상태의 아이들 정숙성을 측정하면 32dBA 내외로 나온다. 시동이 걸린 것을 거의 모를 수준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주행을 시작해도 조용하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 중인 상황에서 측정한 정숙성은 55dBA. 우리 팀 역대 최저 기록을 갖고 있는 렉서스 LS600hL, 제네시스(DH) 3.3과 동일한 수치다. 좋고 나쁨을 떠나 자동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탑승해도 최고의 정숙성을 느끼는데 문제가 없다. 이만큼 조용한 차는 정말 드물다.
일상 주행을 하며 가장 감탄한 부분은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부터다. 부드러움을 살리며 가벼운 느낌도 주지만 센터필링이 명확하고 고급스럽다. 바퀴(휠)를 돌리는 역할을 하는 스티어링 휠이 어떻게 이런 느낌을 전해주는지 신기할 정도다.
가속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차량은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힘의 부족함은 없다. 평평한 도로를 달리던 오르막길을 만나던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최근 테스트한 기아 K9은 5.0리터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저속에서의 움직임이 답답했다. 반면 S560은 가속페달의 조작에 따라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가속력을 뽑아낸다. 이러한 조작 환경 덕분에 운전의 스트레스가 크게 감소한다. 이런 부분에서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고 또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고출력 엔진을 선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팀이 직접 확인한 S560 4MATIC Long 모델의 중량은 2220kg이었다. 사람 2명만 탑승해도 2.3톤이 넘는 차가 된다. 이렇게 육중한 덩치를 가볍게 움직여주는 엔진은 V8 4.0리터 트윈터보 사양이다. 범용성을 갖고 C63 AMG부터 AMG GT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에 탑재되는 엔진은 S560 모델에서 469마력과 71.4kg.m의 토크를 내도록 셋업 됐다.
단순히 여유로운 수준 뿐일까?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차량 앞부분이 들릴 정도로 강력한 가속력을 발휘한다. 강력하지만 힘이 표현되는 과정조차 고급스럽다. 우악스럽지 않고 부드럽게 힘을 내는 타입이다. 2.2톤의 무게가 무색할 정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는 4.89초를 기록했다. 제조사 공식 기록인 4.6초보다 약 0.3초 느린 기록이지만 쉐보레 카마로 SS(4.86초),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스포트(4.95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가속성능이다. 대형 세단이기에 둔할 것이라 생각했다간 큰코다칠 성능이다. 현대차가 내놓은 벨로스터 N 같은 핫해치도 빠른 가속력을 낸다지만 S560이 마음만 먹으면 리어뷰 미러 속으로 사라져버리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빠른 가속만 장기가 아니다. 고속 영역으로 들어설 때 S-클래스의 장점은 한 번 더 부각된다. 어떤 속도에서건 안정적이다. 그저 주위 배경이 느리게 지나가는지 빠르게 지나가는지 정도의 차이만 보여줄 뿐이다. 어떤 때에는 너무 속도감이 안 나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지루함을 더 지루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있으니 반자율 주행 기능이다. 벤츠의 최상급 모델답게 각종 첨단 안전 기능은 다 있다. 굳이 하나하나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여기에 카메라와 레이더 성능을 향상시켜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였다.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 차량 스스로 움직이는 과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점을 꼽게 된다. 기존까지는 차량이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시점 자체가 조금은 타이트했다. 전방 차량과 가까워져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타이밍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차량은 앞차와 간격이 더 좁아져야만 브레이크를 작동시켰다. 때문에 벤츠 소비자들에게 차간거리 설정을 가장 짧게 하는 것은 피해달라고 조언했던 바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차간 거리를 어떻게 설정하든 사람이 부담을 느끼지 않게 해준다. 가속과 감속 때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차이 나지 않을 수준이 됐다. 물론 라이다(LiDAR)의 부재로 교통체증 상황에서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하는데 한계를 보이긴 한다.
이외에 전방 추돌 사고 예측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면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충돌을 피해준다. 이는 충돌회피 조향 어시스트 기능 덕분이다. 또,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윈도우와 선루프를 닫고 안전벨트를 조여줌과 동시에 시트 포지션을 조절해주는 프리-세이프, 14개의 에어백 등의 안전장비도 갖췄다.
S-클래스니까 최고의 기술 모두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국내 출시되는 S-클래스는 관련 법 부재로 시대를 리드하는 신기술까지 적용되지는 못한다.
액티브 디스턴스 컨트롤 디스트로닉(Active Distance Control DISTRONIC)은 지도와 내비게이션 데이터까지 활용해 도로 전방의 커브 구간이나 일반교차로, 회전교차로, 톨게이트 등을 미리 인지해 차량 속도를 스스로 줄였다가 다시 높여주는 기능이다.
디스트로닉 액티브 프록시미티 어시스트(DISTRONIC Active Proximity Assist)는 시속 80~ 180km 상에서 차선 변경을 원할 때 운전자가 방향지시등만 켜주면, 주변 교통을 파악해 안전하다고 판단될 경우 스스로 차선 변경을 한다.
이들은 한층 진보한 반자율 주행 기술이다. 하지만 국외 맵 데이터 유출 방지 등 제한 사항으로 인해 최신 기술 적용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 이번에도 현대 기아차에서 유사한 기술을 개발하면 관련 법이 개정될까? 아마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헤드램프의 조사각을 바꿔주는 어댑티브 스티어링 시스템. 과거 BMW 등은 이미 이 기술을 해외 시판 모델에 달았지만 국내 사양에는 이 기능이 모두 빠져있었다. 법규 부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제네시스(BH)에 탑재하자 관련 법규가 생겼다. 때문에 현대차의 기술 개발이 곧 한국 자동차 관련 법의 시작이라는 업계 전문가들의 농담이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S-클래스에 감탄하는 또 다른 부분은 승차감이다. 부드럽다고 느껴진다. 차량이 위아래로 출렁거리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미뤄 봤을 때 서스펜션의 스트로크도 상당히 긴 편에 속한다. 하지만 딱 한 번만 출렁 거린 이후 바로 자세를 바로잡는다. 출렁출렁 거리며 기분 나쁜 움직임을 만들어 내지도 않고 진동이 발생하면 여진을 남기지도 않는다. 에어 서스펜션만이 가질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했다고 이해하면 쉽다. 참고로 S-클래스의 에어 서스펜션은 시속 120km 이상부터 지상고를 20mm 내리고, 노면 상태가 나빠지면 40mm 높일 수 있다.
후륜구동 모델이라면 매직 바디 컨트롤(Magic Body Control) 기능이 추가된다. 이 기능은 전방의 카메라가 노면 상태를 읽어낸 뒤 조건에 맞춰 서스펜션을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이전에도 쓰이긴 했지만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는 스테레오 카메라 성능을 높여 일몰 때도 원만한 작동을 하게 됐다. 또한 시속 180km 내외의 속도에서도 작동한다.
광고에서 보면 차체는 가만히 있고 휠 타이어 만 움직이는, 다시 말해 마법의 양탄자라도 탄 것 같이 묘사됐지만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대신 요철을 비롯해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부분을 지날 때 100의 충격을 예상했다면 50 정도로 줄여준다. 이번 테스트 모델은 이 기능이 빠진 4매틱 모델이지만 이보다 먼저 만난 S560은 후륜 사양이어서 이 기능을 체험했던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어떤 환경에서건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해 준다는 사실이다. 우리 팀이 얼마 전 테스트한 기아 K9은 최상급 모델이었음에도 일정 조건에서 승차감이 좋지 못했다. 이 밖에도 최근 현대기아차의 일부 모델 서스펜션은 평균 이하의 승차감을 보여주기도 한다.
테스트 팀 리더인 김기태 PD는 최근 들어 현대기아차 섀시 개발 부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꾸준한 지적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명확히 전달해주고 그를 통해 개발 부서가 더 많은 자원을 바탕으로 성능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S-클래스로 돌아가자. 이번엔 제동 성능이다. 페달 조작 때의 느낌 또는 차가 정지하는 과정까지도 부드럽다. 페달을 조작할 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초반 답력이 높다 낮다의 개념과 달리 부드러움을 전한다는 것이다. 정지할 때의 차량 모션, 그 모든 과정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담고자 했다. 물론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밟는 만큼 빠르게 속도를 낮춘다. 이번엔 급제동 시험을 해봤다.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할 때까지 이동한 거리는 37.43m. 테스트를 반복해도 거리 증가 폭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단순 한 번만 빨리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성능을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이다. 물론 높은 속도로 달리다 강한 제동을 끌어냈을 때도 꾸준히 성능을 이어간다.
와인딩 코스를 달리면서 S560 4MATIC의 주행 성능을 확인해본다. 부드러움에 초점을 맞춘 줄만 알았던 S-클래스가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감자 원하는 방향으로 날카롭게 움직여준다. 부드럽던 서스펜션도 방향 전환에 따라 단단하게 차체를 지지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만큼은 지금까지의 모습과 다르다.
국산 브랜드가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며 테스트한다는 것을 광고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세계 유명 브랜드들은 오래전부터 늘 상 그곳을 달렸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테스트한다는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
기본 S-클래스는 물론 마이바흐, 심지어 풀만 모델까지 뉘르부르크링 주행 테스트를 왜 하는지 차를 타보면 알 수 있다. 안정감은 물론 차체의 느낌, 타이어를 노면에 밀착시키는 서스펜션의 능력, 승차감까지 최상으로 올리는 부분까지 역시나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변속기는 9단 자동. 대부분의 영역은 8단 내에서 해결하며, 고속도로에 올라 120km/h를 약간 넘겨야 9단을 사용한다. 적절한 기어비와 빠른 변속, 여기에 동력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해준다. 물론 동력 전달감도 뛰어나다.
아쉬움이 있다면 가끔 변속 충격이 나온다는 것. 보통 1단에서 2단으로 넘어갈 때, 4단에서 3단으로 내릴 때 충격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충격이 크지는 않지만 이런 부분을 보완해주면 좋겠다. 물론 테스트 카만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긴 하다. GM의 고성능 8단 변속기도 이따금 변속 충격을 느낄 수 있는데, 둘의 공통점은 위성 기어와 클러치를 사용하는 최신 변속기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기기적 특성 때문일까? 하지만 변속 충격을 조금 더 보완시킬 필요가 있다.
예상했듯 기름은 많이 먹는다. 고속도로에서 100km/h의 속도로 정속 주행을 해도 11.2km/L 정도에 불과하다.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 후 최종 확인된 복합 연비는 7.2km/L.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부담스러워할 연비다. 하지만 이 급 기함급 세단 모두가 비슷한 연비를 갖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V8 엔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 모델과 비교해 체감되는 연비 향상 폭은 크지 않았다.
S-클래스의 테스트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팀 패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보통은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기 마련. 하지만 이번에는 조용했다. 좋으니까. 흠잡을 것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당연히 좋아야 한다. 사실상 2억 원의 가격표를 달았는데 불만족스러움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S-클래스는 플래그십 세단의 정점에 있고 모든 제조사들의 벤치마크 대상 1호다. 벤츠라는 브랜드 밸류, 화려한 기술, 많은 노하우에서 탄생한 승차감과 주행 능력까지… 1등의 자리는 절대 쉽게 지켜진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벤츠 S-클래스는 ‘성공의 상징’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꿈이다. 적어도 S-클래스는 그 꿈을 실현시켰을 때 실망을 줄 모델은 아니다. 그만큼 S-클래스는 쉬지 않고 발전하고 있다. 6세대 모델이 처음 나왔을 때 이미 ‘그렇게 좋았던 5세대 모델에서 어떻게 더 좋아질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그런 생각은 그대로 깨져왔다. 이번에도 그랬다. ‘페이스리프트니까’라며 부분적으로 바뀐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진화했다. 벌써부터 다음 세대 모델이 기대된다. 이미 정점의 상황에서 어떻게 더 좋게 만들어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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