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GLC 350 e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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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가 많은 욕심을 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 최고의 위치에 올라서 있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역 확장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50년의 시간, AMG와 함께 신모델을 내놓으며 이제 자사 모든 라인업에 AMG 모델을 구축했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AMG 전용 모델도 갖게 되었다. 최고급 라인 마이바흐도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다시금 좋은 성과를 내는 중이다.
프리미엄, 고성능, 럭셔리 모두를 갖고 있는 벤츠에게 다음 목표는 ‘미래’다. 그리고 이 역할을 ‘EQ’ 브랜드가 담당하게 된다. 지난 2016년, 파리모터쇼를 통해서 등장한 EQ 브랜드는 오는 2022년까지 10가지 EQ 라인업을 꾸리게 된다. 향후 판매량도 그룹 기준 15~2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게 될 예정이다.
AMG가 고성능, 마이바흐가 럭셔리를 지향한다면 EQ는 많은 것을 해 나가게 된다. 벤츠에서는 이것을 케이스(CASE)라고 부른다. 커넥티드 카를 뜻하는 C(Connected), 자율주행차를 뜻하는 A(Autonomous), 공유 서비스를 뜻하는 S(Shared), 전동화를 뜻하는 E(Electric)의 머리글자를 따왔다.
벤츠의 미래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EQ에서 담당한다는 얘기다. 아직 EQ 브랜드의 신차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GLC를 기초로 한 EQC, GLA를 기초로 개발된 EQA, 스마트 차량을 기초로 개발된 전기차 등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아직 모호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AMG=성능, 마이바흐=럭셔리라는 공식이 존재하지만 EQ의 브랜드 정체성이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 그래서 벤츠가 택한 전략은 신차를 내놓기 앞서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사용하면 EQ Power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효율보다 성능에 초점을 맞추면 EQ Power +라는 이름을 쓴다. 전기모터를 활용해 엔진의 반응 속도를 개선하거나 추가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도록 도와줄 때는 EQ Boost라고 부른다.
오늘 만난 GLC 350 e 4MATIC은 EQ Power 기술이 사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다. “그냥 하이브리드 SUV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모델 라인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하는 것과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브랜드의 미리 보기 모델에는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것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한 개념이 전자였다면 후자는 향후 전동화 브랜드를 내놓기 위한 시작이라는 의미다.
GLC 350 e 4MATIC을 보자. EQ 브랜드, 미래 전략 등 장황하게 언급했지만 실차를 대면했을 때 감흥은 크지 않았다. 그냥 GLC와 똑같은 생김새 때문.
차별화는 크지 않지만 무엇이 차이점인지 살펴보자. 우선 헤드램프 내부에 EQ 브랜드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를 입혔다. 측면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지를 달았다. 그보다 브레이크 캘리퍼 색상이 블루 컬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캘리퍼와 함께 자리한 디스크도 타공이 기본이다. 사이즈도 크다. 친환경 모델이라지만 제동 성능에 꽤나 신경을 쓴 모양새다. 후면부 머플러를 숨겨졌고 오른쪽 범퍼에 외부 전원을 연결해 충전할 수 있는 소켓이 마련된 것이 일반 GLC 클래스와의 차이점이다.
이것이 전부다. 친환경 자동차라고, 미래형 자동차라고 뭔가 다르지는 않다. 그냥 똑같은 자동차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에 차별화를 두지 않는 추세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일반 GLC 클래스와 동일하다. 그래도 배지라도 하나 달아주지…
변화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인포테인먼트 구성에 집중된다. 계기판에는 전기모터의 사용과 충전 여부를 알려주는 디지털 게이지가 추가됐고 에너지 흐름도 알 수 있는 기능이 더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엔진과 모터의 에너지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애니메이션 효과로 볼 수 있다. 커맨드(COMAND) 다이얼 주변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 버튼도 달았다. 하지만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아쉬움을 준다. 커맨드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도 그리 직관적이지 않다. 터치를 지원하는 차세대 시스템인 MBUX가 어서 적용됐으면 싶다.
가속 페달도 달라졌다. 가속페달을 많이 밟아서 비효율적인 운전을 한다고 판단하면 가속페달에서 진동 신호를 보낸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때 가속 페달이 무거워지면 모터가 최고의 힘을 낸다는 것을 뜻한다. 가속을 할 때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너무 많이 밟으면 페달에서 툭툭거리며 신호를 건넨다. 적당히 밟고 기름 아끼라는 뜻이다. 하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GLC350 e 4MATIC이 워낙 잘 달리기 때문.
뒷좌석은 넉넉하다. 다분히 SUV답다. 중간에 돌출 공간이 있지만 레그룸과 헤드룸이 충분하다. 다만 뒷좌석을 위한 공조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
트렁크 하부에는 배터리를 비롯한 주변 장치들이 추가된다. 때문에 트렁크 바닥이 일반 모델 대비 살짝 높다. 하지만 트렁크 공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뒷좌석 시트 폴딩도 된다.
EQ Power라는 이름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GLC 350 e 4MATIC의 시동을 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답게 엔진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정숙성 시험을 위해 배터리 충전 모드로 바꾸니 엔진이 깨어난다. 생각보다 조용하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0.5 dBA로 나타났다.
이는 BMW 730Ld, 아우디 A4 45 TFSI, 닛산 무라노와 동일한 정숙성이다.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해 힘찬 소음을 만들어내는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주행을 시작하니 가벼운 움직임을 보인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부드럽게 가속되고 스티어링 휠을 비롯한 조작 계통의 무게감이 크지 않다. 다만 변속기가 전진과 후진을 오갈 때 반응이 다소 느린 편이다. 성격이 급한 소비자라면 유턴을 하던 중 후진이 필요할 때, 주차를 할 때 조금의 답답함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가뿐한 몸놀림에 차량 무게가 가볍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무게를 확인하고 놀랐다. 차체 중량은 2086.5kg로 계측됐다. GLC 220d가 1953.5kg, AMG GLC 43 쿠페가 1912kg였으니 대략 133~174kg 정도 무거운 수준이다.
전기모터가 도움을 준다지만 2.0리터 엔진으로 이 육중한 몸을 이리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는 점에 놀랐다. 승객이 타고 물건만 조금 실으면 금세 2.2~2.3톤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무게 배분이었다. 뒤쪽으로 약간 치우쳤지만 무시할 수준이었고 사실상 50:50의 배분을 구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치를 알고 나니 가속력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아 보자. 스트레스 없는 가속이 이어진다. 초반 순발력도 좋지만 고속 영역에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적어도 계기판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 전까지 가속은 지치지 않고 계속된다.
제원상으로 GLC 350 e 4MATIC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5.9초 만에 가속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성능은 어떨까? 체감으로 7초 중반에서 8초를 예상하게 만드는 수준인데….
내부 스텝은 표기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냈다. 그렇게 가속 테스트에 들어갔다.
최대 가속 상태를 유지한 상황, 스피도미터는 빠르게 상승하지만 고출력차와 같은 특유의 토크감은 없다. ‘이래서 6초 근처에 갈 수 있겠어?’라고 생각한 순간…
속도계가 100km/h를 가뿐히 넘겨버린다. 몸이 받는 느낌과 달리 빠른 속도계 상승이 인상적이었다. 고정밀 계측장비를 통해 확인한 결과 5.95초. 제원상 가속 성능과 동일한 성능이다.
막강한 가속성능을 지닌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세단도 5.7초의 성능을 낸다. 시스템 총출력으로 360마력을 넘어서는 세단이다. 하지만 GLC 350 e는 SUV의 큰 차체에 4륜 구동 시스템을 더하고도 유사한 기록을 냈다.
또 하나 GLC 350 e 4MATIC의 가속 때 특징이 있다. 대단한 가속력을 가진 SUV 라지만 앞서 말한 대로 토크감이 크지 않다는 것. 토크를 바탕으로 훅훅 차체를 밀어내는 디젤과 다른 느낌이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과도 다른 느낌이다. 마치 고회전 영역에서 높은 마력을 뽑아내는 엔진을 장착한 경량급 스포츠카의 느낌이라고 할까? 최소한의 토크감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가속감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한가지 문제가 있긴 하다. 체감으로 느끼는 가속감이 적다 보니 의외로 속도감을 잃게 된다는 것. 특히나 벤츠는 고속주행 안정감을 최상으로 끌어내는 브랜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만나니 과속을 조장하는 일이 생긴다.
제동성능도 체감과 많이 달랐다. 초반 제동 응답성을 강조한 셋업. 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을 때 차량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최대 감속이 진행되는 상황이지만 타이어의 접지력에는 여유가 있다. 체감으로 본다면 40m 이상을 초과할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36.1m였다. 테스트가 반복되어도 최대 37.2m까지 늘어날 뿐이다. 벤츠 C450 AMG(現 AMG C 43), 재규어 XE, 아우디 A4 등 좀 달린다 하는 컴팩트 세단과 동등한 수준의 제동거리다. 나무랄 것 없는 성능이다. 역시 벤츠는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은 해낸다.
GLC 350 e 4MATIC의 성능을 직접 확인했으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검증할 차례다. GLC 350 e 4MATIC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디스크 형태의 모터를 장착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 생각하면 쉽다. 여기에 8.7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시켰다.
전기모터는 116마력을 발휘한다. 현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68마력보다 높지만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120마력,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184마력과 비교해 수치적으로 낮다. 아무래도 모터 혼자서는 2.1톤에 가까운 차량을 이끌기에 버거워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전기모터 혼자서는 얼마나 가속을 해 나갈까?
시스템 모드를 ‘하이브리드 모드’로 설정한 후 가속페달을 밟는다. 약 5~10km/h의 속도부터 바로 엔진이 작동한다. 모터는 다소 소극적으로 개입하는 듯하다. 모터가 차량을 이끌기보다 엔진의 힘을 덜어주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E-모드로 설정한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EV 모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아도 엔진은 작동하지 않는다. 킥다운 스위치를 누를 정도로 끝까지 밟으면 엔진이 작동하지만 그 전까지는 모터만 구동한다. 킥다운 스위치 작동이 엔진 시동의 조건이라 보면 된다.
전기모터만으로도 충분히 잘 달렸다. 지금까지 접해온 다른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EV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신중히 조작해야 했다. 너무 적게 밟으면 다른 차들과 흐름을 맞추기 어렵고 너무 많이 밟으면 바로 엔진이 구동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GLC 350 e 4MATIC은 E-모드일 때 마치 전기차인냥 전기모터를 최대한으로 사용하려 했다.
통상적으로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은 시속 10~20km 부근에서 시동이 걸린다. 토요타 모델들은 60km/h 부근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된다. 속도를 올려 탄력을 받으면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이 100km/h 전후, 토요타 하이브리드차들은 90km/h 부근에서 전기모터 만의 힘으로 달릴 수 있다.
하지만 GLC 350 e 4MATIC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40km까지 전기모터로 달릴 수 있다. 중간에 엔진이 개입하지 않는다.
순수 전기모터만으로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시작해 본다. 잠시 후 100km/h를 넘어선다. E-모드일 때는 정말이지 전기차처럼 움직인다. 모터 출력이 얼마인지, 수치적인 성능도 중요하지만 실제 운영 능력과 완성도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 하겠다.
물론 E-모드 상태로 주행 시간이 길어지면 배터리는 급속히 줄어든다. 한 번 충전 후 이동할 수 있는 공식 거리는 최대 15km. 여기서 ‘최대’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주행했을 때 15km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E-모드로 편하게 주행을 하면 몇 km를 이동하지 않아도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 아무래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8.7kWh의 배터리는 다소 작은 듯하다.
E-세이브 모드는 이름 그대로 전기를 절약하는 설정이다. 모터를 사용하기보다 엔진 위주로 작동한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지 않는 한 전기모터는 동력을 만들기 보다 제동에너지를 모아 배터리를 충전시키는데 집중한다. 다만 배터리의 충전을 위해 엔진이 부담이 더해져 연비는 하락하게 된다.
충전 모드는 엔진이 모터를 돌려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를 배터리로 충전시키는데 사용된다. E-모드와 함께 가장 칭찬하고 싶은 기능이다. 시험 결과 충전 모드를 약 1시간 정도 가동하면 배터리가 50% 이상 충전됐다. 전용 충전기를 이용해 완전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이 2.5시간이라 하니 충전기를 사용한 것과 비슷한 충전 속도다.
보통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가 소모되면 약 1kWh 정도 범위 내에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다. 제동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 정도로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기모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외부 전원을 활용해 배터리가 충전되면 다시 전기모터의 사용 비중을 늘린다.
하지만 GLC 350 e 4MATIC은 연료를 사용해서라도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다. 외부 전원을 연결해 충전시키는 것 이외에 자체적인 충전 대책을 갖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김기태 PD의 한마디가 이 차를 표현해준다. “역시 벤츠의 고속 안정성”.
100km/h를 넘어서는 속도에서도 매우 안정적이다. 어떤 속도 영역이건 불안감은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독일차, 특히 벤츠에서 최고로 꼽는 것이 고속주행 안정감이다.
고속도로로 주행하는 도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기어가 중립으로 빠지며 관성 주행을 한다. 벤츠에서는 글라이드 기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GLC 350 e 4MATIC의 관성 주행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아예 시동을 끄도록 했다. 관성주행을 할 때는 연료를 한 방울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속 160km의 속도에서도 엔진 정지가 가능할 정도다. 그냥 시동을 끄고 굴러간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160km/h의 속도에서 엔진이 작동하지 않아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각종 장비들도 운전을 편안하게 해준다.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디스트로닉 플러스, 조향 어시스트는 운전자의 피로를 줄인다. E-클래스나 S-클래스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까지는 아니지만 페달과 스티어링 조작을 최소화하며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더 높은 가격을 가진 경쟁 모델 BMW X3에서 볼 수 없던 기능이다.
뿐만 아니다. 교차로에서도 위험 상황은 인지한 후 정지까지 해주는 긴급제동 시스템과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도 갖췄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 파노라마 루프, 자동 주차, LTE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와 커넥티드카 서비스 모두를 지원한다.
테스트 환경을 바꾼다. 많은 코너가 즐비하게 늘어선 코스다. SUV와 어울리지 않지만 차의 기본기 확인에는 적격인 곳이다. 제법 빠른 속도가 유지되는 환경. 반복적인 코너링에서 발생되는 좌, 우 하중 이동에도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타이어의 그립에도 여유가 있다. 브리지스톤의 듀얼러 시리즈는 SUV용 타이어다. 여기에 H/P Sport가 되면 고성능을 지향하게 된다. 235mm 급 너비에서 나오기 힘든 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타이어 너비를 줄여 효율을 추구하고, 높은 그립을 통해 차의 전체적인 성능을 이어가는 셋업이다.
코너링 때 바디롤은 적은 수준. 이는 제법 단단한 서스펜션 때문이다. 친환경 SUV로서는 우수한 반응성과 민감한 스티어링 추종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 좋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 팀이 지난해 테스트한 AMG GLC 43 4MATIC과 견줄 수준이다. 전, 후륜 서스펜션의 균형도 좋았고 각종 상황에서 나타나는 차체의 기울어짐을 억제하는데도 좋은 능력을 뽐냈다. 운동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를 보여주지만 이를 쉽게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승차감 우선을 염두에 둔 운전자에게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뭐랄까? AMG 모델이 보여주는 감각적 요소와 친환경 차의 경제성을 섞어 놓은 조합이라고 할까?
기본적인 안전장치로 자리 잡은 자세제어장치의 성능은 어떨까? 차량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세련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차체를 제어한다.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를 조작해 회전 반경을 줄이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결론적으로 GLC 350 e 4MATIC의 성능은 대단히 좋았다. 특히나 2리터 배기량을 잊게 만드는 가속에서 브레이킹, 코너링에 이르기까지 주행에 대한 완성도를 탄탄히 했다는 점이 좋다. 여기에 고속 주행 안정감은 덤이다.
연비는 GLC 220d 4MATIC보다는 낮다. GLC 220d 4MATIC이 100km/h의 속도에서 약 16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면 GLC 350 e 4MATIC는 약 13km/L 수준을 나타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고저차 구간의 연비인 만큼 평지를 달릴 경우 이보다 높아지긴 한다.
대부분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들처럼 GLC 350 e 4MATIC도 좋은 성능을 냈다. 단순히 배터리 용량만 늘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실제로 전기차에 가까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였다는 점에 놀랐다. 여기에 우수한 주행 질감과 동력성능,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까지 빠진 것이 없다.
또한 이번에도 가솔린 SUV가 매우 편하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은 있을까? 대중 브랜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500~1000만 원 이상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벤츠+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조합이라면 차라리 상급 모델인 GLE를 선택하는 것이 유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량 가격은 6790~7590만 원이다. 경쟁차 BMW X3를 보자. 20d 모델이 6580~6870만 원, 30d 모델은 8060~8360만 원에 팔린다. X3 쪽이 770만 원이나 더 비싸다. 동일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가솔린의 부드러운 감각과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 여기에 가격적인 이점까지 고려하면 GLC 350 e 쪽의 경쟁력이 커진다. 심지어 하위 트림은 2.0 디젤 모델과 가격대가 겹칠 정도다.
너무 칭찬만 한 것 같아서 단점도 얘기해 보겠다. 다소 느린 전후진 변속기 조작 때의 반응, 모니터 터치가 불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는 다소 작은 듯한 배터리 용량, 50리터로 제한적인 연료탱크. 이런 점이 아쉽다. 하지만 나머지는 다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역시 벤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도 벤츠는 이름값을 충분히 해냈다.
50년의 시간, AMG와 함께 신모델을 내놓으며 이제 자사 모든 라인업에 AMG 모델을 구축했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AMG 전용 모델도 갖게 되었다. 최고급 라인 마이바흐도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다시금 좋은 성과를 내는 중이다.
프리미엄, 고성능, 럭셔리 모두를 갖고 있는 벤츠에게 다음 목표는 ‘미래’다. 그리고 이 역할을 ‘EQ’ 브랜드가 담당하게 된다. 지난 2016년, 파리모터쇼를 통해서 등장한 EQ 브랜드는 오는 2022년까지 10가지 EQ 라인업을 꾸리게 된다. 향후 판매량도 그룹 기준 15~2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게 될 예정이다.
AMG가 고성능, 마이바흐가 럭셔리를 지향한다면 EQ는 많은 것을 해 나가게 된다. 벤츠에서는 이것을 케이스(CASE)라고 부른다. 커넥티드 카를 뜻하는 C(Connected), 자율주행차를 뜻하는 A(Autonomous), 공유 서비스를 뜻하는 S(Shared), 전동화를 뜻하는 E(Electric)의 머리글자를 따왔다.
벤츠의 미래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EQ에서 담당한다는 얘기다. 아직 EQ 브랜드의 신차는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곧 GLC를 기초로 한 EQC, GLA를 기초로 개발된 EQA, 스마트 차량을 기초로 개발된 전기차 등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아직 모호한 면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AMG=성능, 마이바흐=럭셔리라는 공식이 존재하지만 EQ의 브랜드 정체성이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 그래서 벤츠가 택한 전략은 신차를 내놓기 앞서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사용하면 EQ Power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효율보다 성능에 초점을 맞추면 EQ Power +라는 이름을 쓴다. 전기모터를 활용해 엔진의 반응 속도를 개선하거나 추가적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도록 도와줄 때는 EQ Boost라고 부른다.
오늘 만난 GLC 350 e 4MATIC은 EQ Power 기술이 사용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다. “그냥 하이브리드 SUV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모델 라인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하는 것과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브랜드의 미리 보기 모델에는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 놓은 것에 하이브리드를 추가한 개념이 전자였다면 후자는 향후 전동화 브랜드를 내놓기 위한 시작이라는 의미다.
GLC 350 e 4MATIC을 보자. EQ 브랜드, 미래 전략 등 장황하게 언급했지만 실차를 대면했을 때 감흥은 크지 않았다. 그냥 GLC와 똑같은 생김새 때문.
차별화는 크지 않지만 무엇이 차이점인지 살펴보자. 우선 헤드램프 내부에 EQ 브랜드를 상징하는 블루 컬러를 입혔다. 측면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배지를 달았다. 그보다 브레이크 캘리퍼 색상이 블루 컬러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캘리퍼와 함께 자리한 디스크도 타공이 기본이다. 사이즈도 크다. 친환경 모델이라지만 제동 성능에 꽤나 신경을 쓴 모양새다. 후면부 머플러를 숨겨졌고 오른쪽 범퍼에 외부 전원을 연결해 충전할 수 있는 소켓이 마련된 것이 일반 GLC 클래스와의 차이점이다.
이것이 전부다. 친환경 자동차라고, 미래형 자동차라고 뭔가 다르지는 않다. 그냥 똑같은 자동차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에 차별화를 두지 않는 추세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일반 GLC 클래스와 동일하다. 그래도 배지라도 하나 달아주지…
변화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인포테인먼트 구성에 집중된다. 계기판에는 전기모터의 사용과 충전 여부를 알려주는 디지털 게이지가 추가됐고 에너지 흐름도 알 수 있는 기능이 더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엔진과 모터의 에너지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애니메이션 효과로 볼 수 있다. 커맨드(COMAND) 다이얼 주변에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선택할 수 있는 버튼도 달았다. 하지만 터치를 지원하지 않는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아쉬움을 준다. 커맨드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도 그리 직관적이지 않다. 터치를 지원하는 차세대 시스템인 MBUX가 어서 적용됐으면 싶다.
가속 페달도 달라졌다. 가속페달을 많이 밟아서 비효율적인 운전을 한다고 판단하면 가속페달에서 진동 신호를 보낸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때 가속 페달이 무거워지면 모터가 최고의 힘을 낸다는 것을 뜻한다. 가속을 할 때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너무 많이 밟으면 페달에서 툭툭거리며 신호를 건넨다. 적당히 밟고 기름 아끼라는 뜻이다. 하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GLC350 e 4MATIC이 워낙 잘 달리기 때문.
뒷좌석은 넉넉하다. 다분히 SUV답다. 중간에 돌출 공간이 있지만 레그룸과 헤드룸이 충분하다. 다만 뒷좌석을 위한 공조 시스템이 갖춰지면 좋겠다.
트렁크 하부에는 배터리를 비롯한 주변 장치들이 추가된다. 때문에 트렁크 바닥이 일반 모델 대비 살짝 높다. 하지만 트렁크 공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뒷좌석 시트 폴딩도 된다.
EQ Power라는 이름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 GLC 350 e 4MATIC의 시동을 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답게 엔진 시동은 걸리지 않는다. 정숙성 시험을 위해 배터리 충전 모드로 바꾸니 엔진이 깨어난다. 생각보다 조용하다. 아이들 정숙성을 확인한 결과 40.5 dBA로 나타났다.
이는 BMW 730Ld, 아우디 A4 45 TFSI, 닛산 무라노와 동일한 정숙성이다. 배터리를 충전시키기 위해 힘찬 소음을 만들어내는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과 차별화된 모습이다.
주행을 시작하니 가벼운 움직임을 보인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부드럽게 가속되고 스티어링 휠을 비롯한 조작 계통의 무게감이 크지 않다. 다만 변속기가 전진과 후진을 오갈 때 반응이 다소 느린 편이다. 성격이 급한 소비자라면 유턴을 하던 중 후진이 필요할 때, 주차를 할 때 조금의 답답함을 표할지도 모르겠다.
가뿐한 몸놀림에 차량 무게가 가볍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무게를 확인하고 놀랐다. 차체 중량은 2086.5kg로 계측됐다. GLC 220d가 1953.5kg, AMG GLC 43 쿠페가 1912kg였으니 대략 133~174kg 정도 무거운 수준이다.
전기모터가 도움을 준다지만 2.0리터 엔진으로 이 육중한 몸을 이리 가볍게 느껴지게 한다는 점에 놀랐다. 승객이 타고 물건만 조금 실으면 금세 2.2~2.3톤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무게 배분이었다. 뒤쪽으로 약간 치우쳤지만 무시할 수준이었고 사실상 50:50의 배분을 구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치를 알고 나니 가속력 자체가 대단해 보인다. 다시 가속 페달을 밟아 보자. 스트레스 없는 가속이 이어진다. 초반 순발력도 좋지만 고속 영역에 들어가도 지치지 않는다. 적어도 계기판 앞자리 숫자가 바뀌기 전까지 가속은 지치지 않고 계속된다.
제원상으로 GLC 350 e 4MATIC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5.9초 만에 가속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 성능은 어떨까? 체감으로 7초 중반에서 8초를 예상하게 만드는 수준인데….
내부 스텝은 표기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냈다. 그렇게 가속 테스트에 들어갔다.
최대 가속 상태를 유지한 상황, 스피도미터는 빠르게 상승하지만 고출력차와 같은 특유의 토크감은 없다. ‘이래서 6초 근처에 갈 수 있겠어?’라고 생각한 순간…
속도계가 100km/h를 가뿐히 넘겨버린다. 몸이 받는 느낌과 달리 빠른 속도계 상승이 인상적이었다. 고정밀 계측장비를 통해 확인한 결과 5.95초. 제원상 가속 성능과 동일한 성능이다.
막강한 가속성능을 지닌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세단도 5.7초의 성능을 낸다. 시스템 총출력으로 360마력을 넘어서는 세단이다. 하지만 GLC 350 e는 SUV의 큰 차체에 4륜 구동 시스템을 더하고도 유사한 기록을 냈다.
또 하나 GLC 350 e 4MATIC의 가속 때 특징이 있다. 대단한 가속력을 가진 SUV 라지만 앞서 말한 대로 토크감이 크지 않다는 것. 토크를 바탕으로 훅훅 차체를 밀어내는 디젤과 다른 느낌이다.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과도 다른 느낌이다. 마치 고회전 영역에서 높은 마력을 뽑아내는 엔진을 장착한 경량급 스포츠카의 느낌이라고 할까? 최소한의 토크감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가속감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한가지 문제가 있긴 하다. 체감으로 느끼는 가속감이 적다 보니 의외로 속도감을 잃게 된다는 것. 특히나 벤츠는 고속주행 안정감을 최상으로 끌어내는 브랜드다. 이 두 가지 조건이 만나니 과속을 조장하는 일이 생긴다.
제동성능도 체감과 많이 달랐다. 초반 제동 응답성을 강조한 셋업. 하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을 때 차량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최대 감속이 진행되는 상황이지만 타이어의 접지력에는 여유가 있다. 체감으로 본다면 40m 이상을 초과할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36.1m였다. 테스트가 반복되어도 최대 37.2m까지 늘어날 뿐이다. 벤츠 C450 AMG(現 AMG C 43), 재규어 XE, 아우디 A4 등 좀 달린다 하는 컴팩트 세단과 동등한 수준의 제동거리다. 나무랄 것 없는 성능이다. 역시 벤츠는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은 해낸다.
GLC 350 e 4MATIC의 성능을 직접 확인했으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검증할 차례다. GLC 350 e 4MATIC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디스크 형태의 모터를 장착한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 생각하면 쉽다. 여기에 8.7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시켰다.
전기모터는 116마력을 발휘한다. 현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68마력보다 높지만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120마력,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184마력과 비교해 수치적으로 낮다. 아무래도 모터 혼자서는 2.1톤에 가까운 차량을 이끌기에 버거워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전기모터 혼자서는 얼마나 가속을 해 나갈까?
시스템 모드를 ‘하이브리드 모드’로 설정한 후 가속페달을 밟는다. 약 5~10km/h의 속도부터 바로 엔진이 작동한다. 모터는 다소 소극적으로 개입하는 듯하다. 모터가 차량을 이끌기보다 엔진의 힘을 덜어주는 모습이다.
이번에는 E-모드로 설정한다.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EV 모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아도 엔진은 작동하지 않는다. 킥다운 스위치를 누를 정도로 끝까지 밟으면 엔진이 작동하지만 그 전까지는 모터만 구동한다. 킥다운 스위치 작동이 엔진 시동의 조건이라 보면 된다.
전기모터만으로도 충분히 잘 달렸다. 지금까지 접해온 다른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EV 모드에서도 가속페달을 신중히 조작해야 했다. 너무 적게 밟으면 다른 차들과 흐름을 맞추기 어렵고 너무 많이 밟으면 바로 엔진이 구동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GLC 350 e 4MATIC은 E-모드일 때 마치 전기차인냥 전기모터를 최대한으로 사용하려 했다.
통상적으로 국산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은 시속 10~20km 부근에서 시동이 걸린다. 토요타 모델들은 60km/h 부근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된다. 속도를 올려 탄력을 받으면 국산 하이브리드 모델이 100km/h 전후, 토요타 하이브리드차들은 90km/h 부근에서 전기모터 만의 힘으로 달릴 수 있다.
하지만 GLC 350 e 4MATIC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40km까지 전기모터로 달릴 수 있다. 중간에 엔진이 개입하지 않는다.
순수 전기모터만으로 정지 상태에서 가속을 시작해 본다. 잠시 후 100km/h를 넘어선다. E-모드일 때는 정말이지 전기차처럼 움직인다. 모터 출력이 얼마인지, 수치적인 성능도 중요하지만 실제 운영 능력과 완성도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 하겠다.
물론 E-모드 상태로 주행 시간이 길어지면 배터리는 급속히 줄어든다. 한 번 충전 후 이동할 수 있는 공식 거리는 최대 15km. 여기서 ‘최대’라는 표현이 중요하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주행했을 때 15km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E-모드로 편하게 주행을 하면 몇 km를 이동하지 않아도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 아무래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8.7kWh의 배터리는 다소 작은 듯하다.
E-세이브 모드는 이름 그대로 전기를 절약하는 설정이다. 모터를 사용하기보다 엔진 위주로 작동한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지 않는 한 전기모터는 동력을 만들기 보다 제동에너지를 모아 배터리를 충전시키는데 집중한다. 다만 배터리의 충전을 위해 엔진이 부담이 더해져 연비는 하락하게 된다.
충전 모드는 엔진이 모터를 돌려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를 배터리로 충전시키는데 사용된다. E-모드와 함께 가장 칭찬하고 싶은 기능이다. 시험 결과 충전 모드를 약 1시간 정도 가동하면 배터리가 50% 이상 충전됐다. 전용 충전기를 이용해 완전 충전에 소요되는 시간이 2.5시간이라 하니 충전기를 사용한 것과 비슷한 충전 속도다.
보통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터리가 소모되면 약 1kWh 정도 범위 내에서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다. 제동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 정도로 일반 하이브리드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기모터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외부 전원을 활용해 배터리가 충전되면 다시 전기모터의 사용 비중을 늘린다.
하지만 GLC 350 e 4MATIC은 연료를 사용해서라도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다. 외부 전원을 연결해 충전시키는 것 이외에 자체적인 충전 대책을 갖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고속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김기태 PD의 한마디가 이 차를 표현해준다. “역시 벤츠의 고속 안정성”.
100km/h를 넘어서는 속도에서도 매우 안정적이다. 어떤 속도 영역이건 불안감은 없다. 국내 소비자들이 독일차, 특히 벤츠에서 최고로 꼽는 것이 고속주행 안정감이다.
고속도로로 주행하는 도중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기어가 중립으로 빠지며 관성 주행을 한다. 벤츠에서는 글라이드 기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GLC 350 e 4MATIC의 관성 주행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아예 시동을 끄도록 했다. 관성주행을 할 때는 연료를 한 방울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속 160km의 속도에서도 엔진 정지가 가능할 정도다. 그냥 시동을 끄고 굴러간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160km/h의 속도에서 엔진이 작동하지 않아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각종 장비들도 운전을 편안하게 해준다. 정차 및 재출발이 가능한 디스트로닉 플러스, 조향 어시스트는 운전자의 피로를 줄인다. E-클래스나 S-클래스의 반자율 주행 시스템까지는 아니지만 페달과 스티어링 조작을 최소화하며 장거리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더 높은 가격을 가진 경쟁 모델 BMW X3에서 볼 수 없던 기능이다.
뿐만 아니다. 교차로에서도 위험 상황은 인지한 후 정지까지 해주는 긴급제동 시스템과 사각 및 후측방 경고 시스템도 갖췄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 파노라마 루프, 자동 주차, LTE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텔레매틱스 서비스와 커넥티드카 서비스 모두를 지원한다.
테스트 환경을 바꾼다. 많은 코너가 즐비하게 늘어선 코스다. SUV와 어울리지 않지만 차의 기본기 확인에는 적격인 곳이다. 제법 빠른 속도가 유지되는 환경. 반복적인 코너링에서 발생되는 좌, 우 하중 이동에도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타이어의 그립에도 여유가 있다. 브리지스톤의 듀얼러 시리즈는 SUV용 타이어다. 여기에 H/P Sport가 되면 고성능을 지향하게 된다. 235mm 급 너비에서 나오기 힘든 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타이어 너비를 줄여 효율을 추구하고, 높은 그립을 통해 차의 전체적인 성능을 이어가는 셋업이다.
코너링 때 바디롤은 적은 수준. 이는 제법 단단한 서스펜션 때문이다. 친환경 SUV로서는 우수한 반응성과 민감한 스티어링 추종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 좋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 팀이 지난해 테스트한 AMG GLC 43 4MATIC과 견줄 수준이다. 전, 후륜 서스펜션의 균형도 좋았고 각종 상황에서 나타나는 차체의 기울어짐을 억제하는데도 좋은 능력을 뽐냈다. 운동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를 보여주지만 이를 쉽게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승차감 우선을 염두에 둔 운전자에게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뭐랄까? AMG 모델이 보여주는 감각적 요소와 친환경 차의 경제성을 섞어 놓은 조합이라고 할까?
기본적인 안전장치로 자리 잡은 자세제어장치의 성능은 어떨까? 차량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세련되고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차체를 제어한다. 상황에 따라 브레이크를 조작해 회전 반경을 줄이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결론적으로 GLC 350 e 4MATIC의 성능은 대단히 좋았다. 특히나 2리터 배기량을 잊게 만드는 가속에서 브레이킹, 코너링에 이르기까지 주행에 대한 완성도를 탄탄히 했다는 점이 좋다. 여기에 고속 주행 안정감은 덤이다.
연비는 GLC 220d 4MATIC보다는 낮다. GLC 220d 4MATIC이 100km/h의 속도에서 약 16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면 GLC 350 e 4MATIC는 약 13km/L 수준을 나타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고저차 구간의 연비인 만큼 평지를 달릴 경우 이보다 높아지긴 한다.
대부분의 메르세데스-벤츠 차량들처럼 GLC 350 e 4MATIC도 좋은 성능을 냈다. 단순히 배터리 용량만 늘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실제로 전기차에 가까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였다는 점에 놀랐다. 여기에 우수한 주행 질감과 동력성능,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까지 빠진 것이 없다.
또한 이번에도 가솔린 SUV가 매우 편하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가격 경쟁력은 있을까? 대중 브랜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500~1000만 원 이상 가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벤츠+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조합이라면 차라리 상급 모델인 GLE를 선택하는 것이 유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량 가격은 6790~7590만 원이다. 경쟁차 BMW X3를 보자. 20d 모델이 6580~6870만 원, 30d 모델은 8060~8360만 원에 팔린다. X3 쪽이 770만 원이나 더 비싸다. 동일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가솔린의 부드러운 감각과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 여기에 가격적인 이점까지 고려하면 GLC 350 e 쪽의 경쟁력이 커진다. 심지어 하위 트림은 2.0 디젤 모델과 가격대가 겹칠 정도다.
너무 칭찬만 한 것 같아서 단점도 얘기해 보겠다. 다소 느린 전후진 변속기 조작 때의 반응, 모니터 터치가 불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는 다소 작은 듯한 배터리 용량, 50리터로 제한적인 연료탱크. 이런 점이 아쉽다. 하지만 나머지는 다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역시 벤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만들어도 벤츠는 이름값을 충분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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