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E400 쿠페, 우월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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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한 존재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과 부족함 없는 출력, 그리고 주행 안전을 위한 똑똑한 첨단 장비까지 모자란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왜 사람들이 삼각별을 신봉하는지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E400 쿠페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상품성으로 똘똘 뭉친 그런 차였다.
E400 쿠페는 E400에서 파생된 모델이지만 그 모양새는 꽤 차이가 있다. 루프라인을 가파르게 다듬고 펜더를 좌우로 부풀리니 완전히 다른 차가 태어났다. 보수적이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앞, 뒤, 좌, 우 모든 면에서 쿠페 특유의 균형 잡힌 자세가 드러났다. 자연스레 시선이 머물렀다.
이와 대해 벤츠 디자인 총괄 부사장인 고든 바그너는 올 초 디트로이트오토쇼에서 "쿠페와 세단은 판금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반 세단 모델과 비슷하지만, 쿠페 특유의 디자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차체 제원은 길이x너비x높이 4840x1860x1440mm고, 휠베이스 2873mm다. 세단과 비교해서 너비가 10mm 늘어난 것은 물론 키도 20mm 줄었다. 전형적인 와이드 앤 로우 스타일에 매끈한 쿠페 디자인이 추가돼 전체적인 실루엣이 한층 날렵해졌다. 휠 타이어도 한 치수 큰 20인치가 장착됐다. 낮고 넓어진 차체에 큼직한 휠이 더해지니 그 모습이 더욱 다부져 보였다.
실내는 약간 낮아진 천장과 좁아진 2열을 제외하면 세단과 다를 바가 없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 클러스터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포함한 와이드 스크린, 에어컨 버튼 모두 원형 그대로다. 가죽 시트는 안락 그 자체였는데, 오랜 시간 앉아 있어도 엉덩이와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
파워트레인은 알루미늄 블록의 V6 3.0L 가솔린 직분사 트윈 터보와 9단 자동변속기로 구성됐다. 최고출력 333마력(5250~6000rpm), 최대토크 48.9kg.m(1600~4000rpm)를 네 바퀴로 전달하고,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5.3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안전상의 이유로 250km/h에서 전자제어된다.
벤츠의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넉넉한 출력은 발끝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9단 자동은 시종일관 적절한 회전수를 유지했고, 이는 중저속부터 고속영역까지 꾸준히 힘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 승차감은 편안함과 단단함을 오갔다. 멀티 챔버 시스템이 도입된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상황과 운전성향에 따라 상하 운동을 달리한 덕분이었다. 특히, 고속에서의 침착한 거동은 운전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 인디비주얼로 구성됐으며, 모드에 따라 에어 서스펜션, 4매틱 시스템, 변속 타이밍, 스티어링 등이 달라졌다. 다섯 가지 모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모드는 스포트, 스포트 플러스도 아닌 컴포트였고, 6개 실린더가 내뿜는 부드러운 고동소리를 들으며 유유자적 아스팔트를 달리는 느낌은 일품이었다.
주행안전장치로는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가 기본으로 들어갔다. 이 패키지는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해주는 드라이브 파일럿과 예기치 못한 충돌을 방지하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 다양한 안전시스템이 결합돼 주행간 안전성을 높였다. 가격이 1억원에 달하는 수입차 중 성능에만 초점을 맞춘 모델이 여럿 있는데, E400 쿠페는 성능은 물론 안전까지 빠짐없이 챙겨 더 인상적이었다.
럭셔리 쿠페의 두 문은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에게만 허락된다. 다수의 동경을 받지만 아무나 발을 들일 수 없다. 단순히 자금적인 여유가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차가 아니다. 돈은 기본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라면 배우자의 동의는 필연적이다.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면 망설일 필요는 없다. 이렇다 할 경쟁 모델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거론할 수 있는 6시리즈 그란 쿠페나 아우디 A7도 단종 혹은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어 영향력이 미미하다. 설령 견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 하더라도 ‘럭셔리’라는 세 글자는 메르세데스-벤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E400 쿠페는 우월의 사전적 의미인 ‘다른 것보다 나음’에 딱 들어맞는 모델이고, 대체할 수 없는 존재다. 내년에 나올 E클래스 쿠페 AMG 모델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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