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E22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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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쏘나타’라는 것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강남에서 현대 쏘나타만큼 흔하게 보이는 수입차를 뜻한다. 렉서스 ES가 강남 쏘나타의 초대 모델이었으며, 아우디 A6, BMW 520d를 지나 현재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이 말을 듣게 됐다. 나쁜 의미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시대의 인기를 대변하는 고급차라는 의미가 더 크다.
지금의 E-클래스는 정말 많이 팔렸다. 10세대 E-클래스가 등장한지 3년이 넘었는데, 수입차 최초로 단일 모델 10만 대 판매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예전 E-클래스까지 합산한 것이 아니라 이번 10세대 모델만 10만 대 이상 팔렸다는 얘기다.
그리고 E-클래스 판매량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경쟁 모델인 BMW 5시리즈나 아우디 A6는 디젤 모델 판매 비율이 높지만 E-클래스는 가솔린 모델이 더 잘 팔린다.
대략적으로 가솔린 7, 디젤 3 정도 비율이다. ‘그래도 벤츠를 구입하는데…’ 디젤보다는 가솔린을 선택하려는 생각이 컸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적어도 E-클래스에서 만큼은 디젤의 인기가 유난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의문이 생긴다. E-클래스 디젤은 별로일까?
실내외 디자인은 정말 익숙하다. 마침 색상까지 은색이기에 도로 위에서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E-클래스 중 한대인 것 같다.
테스트 모델은 아방가르드 트림으로, 스포티한 디자인의 그릴, 세 꼭지별 엠블럼은 엔진 후드 위가 아닌 그릴 중앙에 크게 자리한다. 나머지는 동일하다. 멋진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우아한 차체 실루엣도 E-클래스만의 특징이다. 휠은 18인치를 쓴다.
국내에 출시된 지 3년이나 지났고, 벤츠의 여러 모델을 통해 익숙해진 디자인이지만 그럼에도 인테리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소재 선택이나 마감도 잘했다.
뒷좌석도 넉넉하다. 하지만 후륜 구동 및 4륜 시스템까지 대비해야 하는 관계로 센터터널이 높다는 점이 아쉽다.
아무래도 하위 등급에 해당하는 만큼 몇몇 기능들이 빠졌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대신 아날로그 계기판이 장착됐다. 앞좌석 시트에 통풍 기능이 빠졌는데 소비자들이 아쉬워할 부분이다. 사운드 시스템도 고급 사운드 시스템이 아닌 기본형 스피커를 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아닌 후방 카메라만 갖춰진다. 그래도 벤츠의 중형급인데.
최근 동향인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도 제한적이다. 디스트로닉이라고 불리는 차간거리 유지 기능과 차로 중앙 유지 기능도 E-클래스 디젤 모델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그래도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게 다양한 편의 장비를 달았다. 시트는 헤드레스트까지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고, 운전석에서 간단하게 조수석 시트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도 더했다. 메모리 기능엔 3명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실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보여주는 앰비언트 라이트, 최신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도 있다. 부가적으로 텔레매틱스 서비스도 지원한다.
편의 장비 가운데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은 자동 주차 기능인데, 타사의 것 대비 인식도 잘되고 전진과 후진까지 자동으로 하며 주차를 해준다. 이외에 전동식 트렁크도 있다.
안전 사양으로는 벤츠의 프리 세이프를 비롯해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가 개입하는 방식의 차선이탈 경고 기능 등이 탑재된다. 오토 하이빔도 있다.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 이탈 기능도 브레이크를 활용한 제한적인 것이라 경쟁사(BMW) 대비 장비의 열세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최근 벤츠는 편의 장비 탑재에 대해 인색하다는 평을 얻고 있는데 상품 기획자들이 수익성과 상품성 사이에서 좋은 타협을 해야 한다. 한번 인식이 굳어지면 이 문제가 해결되어도 소비자들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애초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이전에 테스트한 가솔린 모델들이 풀옵션 사양이어서 상대적으로 단조로워 보인다. 그럼 성능은 어떨까?
이번 테스트 모델은 아방가르드 트림이다. 조금 더 스포티한 분위기, 성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 서스펜션도 조금 단단하다고 하는데, 시내 주행 등 일상에서 타본 결과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본래 E-클래스 자체가 고급 세단의 본분에 맞춰 튜닝 되었기 때문이다. E63 S 같은 수백 마력대 고성능 모델의 서스펜션이 매우 단단할 것이라 상상하는 소비자들도 많지만, 사실 기대 이상으로 단단하지 않다. 그 차의 본분이 퓨어 스포츠카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차의 성격에 맞춰 필요한 선에 설정을 하고 부분적으로 세부 튜닝을 해서 성격을 차별화 시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 사이의 승차감 차이도 크지 않은 수준으로 보면 된다.
디젤 엔진이지만 정숙성도 좋은 수준이다. 시험 결과 차량 중앙부 기준 38.0 dBA 수준이 나왔는데, 이 정도면 정숙성 좋은 가솔린 축에 속한다. 토요타 캠리 등 조금 시끄럽다는 평을 받는 차들이 40.0 dBA를 넘어서는 것이 보통인데, E-클래스에 장착된 것이 4기통 디젤 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좋은 수준임에 분명하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주행 때의 소음 억제 능력인데, 시속 80km로 달리는 E220d는 57.5 dBA 내외의 소음을 실내에 유입시켰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소음이냐고? 쉽게 말해 제네시스의 최고급 대형 세단 G90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나 성능 좋은 타이어 중 하나인 굿이어의 ‘Asymmetric 3’를 쓴다. 이 제품은 본격 스포츠카를 비롯해 스포츠 세단에서도 널리 쓰이는데, 종합 성능이 좋은 여름용(3계절) 타이어 중 하나다. 이와 같은 타이어 장착에도 좋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격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 장착 시 보다 나은 정숙성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일상에서의 움직임. 가솔린 엔진과 달리 토크 변화의 폭이 큰 것이 디젤 엔진의 특징이다. 가감속이 많은 환경에서의 승차감, 이 부분에서는 가솔린이 낫다. 그래도 일상 영역, 저속 승차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좋은 수준에 속한다.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을 통해 들어오는 진동 억제 능력도 좋은 편인데, 엔진 마운팅 기술의 향상 덕분에 디젤이라도 진동이 심한 경우를 만나기 어렵다. 적어도 디젤 엔진의 약점이 되는 소음진동(N.V.H) 측면에 대한 약점을 잘 극복했다고 보면 맞겠다.
고속도로에 오른다. 가솔린 엔진 대비 아쉬움으로 느끼던 상당수 것들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이 고속주행 환경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처럼 엔진 회전수를 높이기 어렵다. 대신 낮은 엔진 회전수(rpm)에서 더 큰 토크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즉, 낮은 rpm에서도 충분한 힘이 있어 소음을 낮추면서 고속주행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비도 좋다. 저속 환경에서 약점이 되는 상당수 것들을 고속도로 환경에서 만회한다고 보면 된다. 같은 이유로 고속주행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디젤이 권유되는 것이다.
가속력도 무난하다. 낮은 rpm부터 발생된 두둑한 토크가 저속부터 고속까지 일정하게 속도를 높여주는데, 고속에서의 재가속에서도 아쉬움을 만들지 않았다. 특히나 벤츠는 고속주행 안정감을 잘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한데 E-클래스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 물론 E-클래스 라인업에서 최고는 아니어도 다양한 차들과 비교했을 때 상급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럼 여기서 잠시 E220d를 알아보자. 정밀 계측 장비로 테스트한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7.74초를 소요했다. 이는 경쟁 차인 BMW 520d에 약 0.1초가량 부족한 성능이다. 하지만 0.1초란 것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0.1초 정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결과니까.
같은 엔진을 쓰는 C-클래스와 비교해 보자. 우리 팀이 테스트한 C220d는 6.98초를 기록했는데, 이는 0.76초 차이다. 즉, 컴팩트 세단 대비 1초 미만의 가속력 차이를 갖는다고 보면 된다. 디젤 엔진의 장점인 토크를 앞세운 결과라고는 하지만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BMW, 벤츠를 떠나 파워트레인 성능이 향상 평준화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그동안의 테스트 결과를 보면 2.0리터 급 모델 다수가 7초대 성능을 보였다.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뿐 아니라 볼보(크로스컨트리 V90)도 7.74초 수준의 성능을 냈다. 국산 제네시스 G80 2.2 디젤 만이 9.92초를 기록했는데, 사실 트렌드에 크게 뒤처지는 결과다. 차기 모델에서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내주면 좋겠다.
가속만큼이나 중요한 제동력은 어떨까? 페달 조작감도 좋은 편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선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단순히 ‘잘 선다’, ‘안 선다’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가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의미다. 조작성은 여성 운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제 제동 시험 결과를 보자. E220d는 38.25m 최단거리, 평균 38.51m의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경쟁차 대비 제동거리는 길었지만 적어도 제동 시스템에서 중요한 신뢰도를 유지했다는 점이 좋았다. 시험을 지속하면 제동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최단과 최장거리가 1.5m 내외면 좋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최단과 최장 거리 간 편차가 커지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하게 된다. 즉, 평균과 최단거리 간 차이가 30cm 미만이라는 것은 매번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작성, 성능 두 가지를 만족시켰다는 점이 좋다. 물론 순수 성능으로 보면 BMW 520d가 앞선다. 그것도 월등히 말이다. 하지만 그건 520d의 시스템이 월등히 좋은 것이지, 경쟁차의 것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가볍게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자. 코너 직전까지 속도를 높여 나간다. 특별히 무게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코너 직전 브레이크 페달을 압박하며 제동력을 이끌고, 바로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가벼운 언더스티어.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후륜 구동차는 약한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그것이 운전자들에게 더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후륜 구동차를 운전하며 오버스티어 특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운전 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운전 방법이다. 애초 다이내믹한 운전법으로 차를 다루면 상당수 차를 오버스티어 느낌으로 탈 수 있다. 하지만 정상 주행에서 나오는 스티어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다.
E220d는 안정감 있게 코너를 점령해 나간다. 타이어 성능도 좋아 코너링 속도를 높이는데도 문제가 없다. 핸들링 성능도 중간 이상은 된다. 날카로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퍼 미들 클래스 세단에서 요구되는 성능 이상 정도는 하고 있다. 타이어는 245mm 급 규격이며 45시리즈다.
가끔씩 만나는 범프. 여기서도 서스펜션의 탄력성이 빛을 발한다. 살짝 단단한 느낌. 분명 과거 벤츠와 다른 요즘 벤츠만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적당한 부드러움과 어우러져 있어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만족감을 높인다. 확실히 벤츠는 서스펜션 셋업을 잘한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순수 성능만 보자면 가솔린인 E300이 낫다. 단순한 발진 가속 외 고급차에서 요구되는 성능 모두를 감안했을 때의 얘기다. 하지만 장거리 투어를 위한 고급 세단이 필요한 소비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20km/L 이상을 쉽게 넘나드는 주행 연비를 얻는다는 것은 가솔린 엔진에게 무리한 요구다. 반면 E220d의 디젤 엔진은 그것들을 쉽게 수용한다. 이 엔진이 보유한 194마력의 출력이나 최대토크 40.8kgf·m라는 수치적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고급 중형 차에 요구되는 편안함, 그리고 디젤 엔진이 보여주는 경제성.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매칭 시켰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E220d는 그것들을 잘 해내고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편의 및 안전장비에서 차이가 난다. 최근 볼보는 자사의 모든 모델에 안전 관련 편의 장비를 기본화 시키고 있다. 국산차들도 옵션으로 이런 기능을 다수의 차량들에 배포 중이다. 이 상황에서 고급차를 대표하는 벤츠가 장비에 인색한 모습을 보여서는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벤츠코리아 소속 상품기획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지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는 해도 직접 경쟁사 BMW 보다 떨어져서는 안 된다.
지금의 E-클래스는 정말 많이 팔렸다. 10세대 E-클래스가 등장한지 3년이 넘었는데, 수입차 최초로 단일 모델 10만 대 판매라는 신기록도 세웠다. 예전 E-클래스까지 합산한 것이 아니라 이번 10세대 모델만 10만 대 이상 팔렸다는 얘기다.
그리고 E-클래스 판매량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경쟁 모델인 BMW 5시리즈나 아우디 A6는 디젤 모델 판매 비율이 높지만 E-클래스는 가솔린 모델이 더 잘 팔린다.
대략적으로 가솔린 7, 디젤 3 정도 비율이다. ‘그래도 벤츠를 구입하는데…’ 디젤보다는 가솔린을 선택하려는 생각이 컸던 것일까? 분명한 것은 적어도 E-클래스에서 만큼은 디젤의 인기가 유난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의문이 생긴다. E-클래스 디젤은 별로일까?
실내외 디자인은 정말 익숙하다. 마침 색상까지 은색이기에 도로 위에서 정말 많이 볼 수 있는 E-클래스 중 한대인 것 같다.
테스트 모델은 아방가르드 트림으로, 스포티한 디자인의 그릴, 세 꼭지별 엠블럼은 엔진 후드 위가 아닌 그릴 중앙에 크게 자리한다. 나머지는 동일하다. 멋진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우아한 차체 실루엣도 E-클래스만의 특징이다. 휠은 18인치를 쓴다.
국내에 출시된 지 3년이나 지났고, 벤츠의 여러 모델을 통해 익숙해진 디자인이지만 그럼에도 인테리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소재 선택이나 마감도 잘했다.
뒷좌석도 넉넉하다. 하지만 후륜 구동 및 4륜 시스템까지 대비해야 하는 관계로 센터터널이 높다는 점이 아쉽다.
아무래도 하위 등급에 해당하는 만큼 몇몇 기능들이 빠졌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대신 아날로그 계기판이 장착됐다. 앞좌석 시트에 통풍 기능이 빠졌는데 소비자들이 아쉬워할 부분이다. 사운드 시스템도 고급 사운드 시스템이 아닌 기본형 스피커를 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없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아닌 후방 카메라만 갖춰진다. 그래도 벤츠의 중형급인데.
최근 동향인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도 제한적이다. 디스트로닉이라고 불리는 차간거리 유지 기능과 차로 중앙 유지 기능도 E-클래스 디젤 모델에는 탑재되지 않았다.
그래도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게 다양한 편의 장비를 달았다. 시트는 헤드레스트까지 전동으로 조작할 수 있고, 운전석에서 간단하게 조수석 시트를 조작할 수 있는 기능도 더했다. 메모리 기능엔 3명의 데이터를 저장한다.
실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보여주는 앰비언트 라이트, 최신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애플 카플레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도 있다. 부가적으로 텔레매틱스 서비스도 지원한다.
편의 장비 가운데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은 자동 주차 기능인데, 타사의 것 대비 인식도 잘되고 전진과 후진까지 자동으로 하며 주차를 해준다. 이외에 전동식 트렁크도 있다.
안전 사양으로는 벤츠의 프리 세이프를 비롯해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제동,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가 개입하는 방식의 차선이탈 경고 기능 등이 탑재된다. 오토 하이빔도 있다. 하지만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차선 이탈 기능도 브레이크를 활용한 제한적인 것이라 경쟁사(BMW) 대비 장비의 열세가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최근 벤츠는 편의 장비 탑재에 대해 인색하다는 평을 얻고 있는데 상품 기획자들이 수익성과 상품성 사이에서 좋은 타협을 해야 한다. 한번 인식이 굳어지면 이 문제가 해결되어도 소비자들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애초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이전에 테스트한 가솔린 모델들이 풀옵션 사양이어서 상대적으로 단조로워 보인다. 그럼 성능은 어떨까?
이번 테스트 모델은 아방가르드 트림이다. 조금 더 스포티한 분위기, 성능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 서스펜션도 조금 단단하다고 하는데, 시내 주행 등 일상에서 타본 결과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 본래 E-클래스 자체가 고급 세단의 본분에 맞춰 튜닝 되었기 때문이다. E63 S 같은 수백 마력대 고성능 모델의 서스펜션이 매우 단단할 것이라 상상하는 소비자들도 많지만, 사실 기대 이상으로 단단하지 않다. 그 차의 본분이 퓨어 스포츠카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차의 성격에 맞춰 필요한 선에 설정을 하고 부분적으로 세부 튜닝을 해서 성격을 차별화 시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 사이의 승차감 차이도 크지 않은 수준으로 보면 된다.
디젤 엔진이지만 정숙성도 좋은 수준이다. 시험 결과 차량 중앙부 기준 38.0 dBA 수준이 나왔는데, 이 정도면 정숙성 좋은 가솔린 축에 속한다. 토요타 캠리 등 조금 시끄럽다는 평을 받는 차들이 40.0 dBA를 넘어서는 것이 보통인데, E-클래스에 장착된 것이 4기통 디젤 엔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좋은 수준임에 분명하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주행 때의 소음 억제 능력인데, 시속 80km로 달리는 E220d는 57.5 dBA 내외의 소음을 실내에 유입시켰다. 이것이 어느 정도의 소음이냐고? 쉽게 말해 제네시스의 최고급 대형 세단 G90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나 성능 좋은 타이어 중 하나인 굿이어의 ‘Asymmetric 3’를 쓴다. 이 제품은 본격 스포츠카를 비롯해 스포츠 세단에서도 널리 쓰이는데, 종합 성능이 좋은 여름용(3계절) 타이어 중 하나다. 이와 같은 타이어 장착에도 좋은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본격 프리미엄 컴포트 타이어 장착 시 보다 나은 정숙성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일상에서의 움직임. 가솔린 엔진과 달리 토크 변화의 폭이 큰 것이 디젤 엔진의 특징이다. 가감속이 많은 환경에서의 승차감, 이 부분에서는 가솔린이 낫다. 그래도 일상 영역, 저속 승차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좋은 수준에 속한다.
스티어링 휠이나 페달을 통해 들어오는 진동 억제 능력도 좋은 편인데, 엔진 마운팅 기술의 향상 덕분에 디젤이라도 진동이 심한 경우를 만나기 어렵다. 적어도 디젤 엔진의 약점이 되는 소음진동(N.V.H) 측면에 대한 약점을 잘 극복했다고 보면 맞겠다.
고속도로에 오른다. 가솔린 엔진 대비 아쉬움으로 느끼던 상당수 것들을 만회할 수 있는 것이 고속주행 환경이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처럼 엔진 회전수를 높이기 어렵다. 대신 낮은 엔진 회전수(rpm)에서 더 큰 토크를 낸다는 장점이 있다. 즉, 낮은 rpm에서도 충분한 힘이 있어 소음을 낮추면서 고속주행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연비도 좋다. 저속 환경에서 약점이 되는 상당수 것들을 고속도로 환경에서 만회한다고 보면 된다. 같은 이유로 고속주행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디젤이 권유되는 것이다.
가속력도 무난하다. 낮은 rpm부터 발생된 두둑한 토크가 저속부터 고속까지 일정하게 속도를 높여주는데, 고속에서의 재가속에서도 아쉬움을 만들지 않았다. 특히나 벤츠는 고속주행 안정감을 잘 만드는 브랜드로 유명한데 E-클래스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 물론 E-클래스 라인업에서 최고는 아니어도 다양한 차들과 비교했을 때 상급의 안정감을 보여주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럼 여기서 잠시 E220d를 알아보자. 정밀 계측 장비로 테스트한 결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7.74초를 소요했다. 이는 경쟁 차인 BMW 520d에 약 0.1초가량 부족한 성능이다. 하지만 0.1초란 것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0.1초 정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결과니까.
같은 엔진을 쓰는 C-클래스와 비교해 보자. 우리 팀이 테스트한 C220d는 6.98초를 기록했는데, 이는 0.76초 차이다. 즉, 컴팩트 세단 대비 1초 미만의 가속력 차이를 갖는다고 보면 된다. 디젤 엔진의 장점인 토크를 앞세운 결과라고는 하지만 좋은 성능임에 분명하다. BMW, 벤츠를 떠나 파워트레인 성능이 향상 평준화되었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그동안의 테스트 결과를 보면 2.0리터 급 모델 다수가 7초대 성능을 보였다. 독일계 프리미엄 브랜드뿐 아니라 볼보(크로스컨트리 V90)도 7.74초 수준의 성능을 냈다. 국산 제네시스 G80 2.2 디젤 만이 9.92초를 기록했는데, 사실 트렌드에 크게 뒤처지는 결과다. 차기 모델에서 조금 더 좋은 성능을 내주면 좋겠다.
가속만큼이나 중요한 제동력은 어떨까? 페달 조작감도 좋은 편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선형적인 성능을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단순히 ‘잘 선다’, ‘안 선다’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자가 쉽게 다룰 수 있다는 의미다. 조작성은 여성 운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제 제동 시험 결과를 보자. E220d는 38.25m 최단거리, 평균 38.51m의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경쟁차 대비 제동거리는 길었지만 적어도 제동 시스템에서 중요한 신뢰도를 유지했다는 점이 좋았다. 시험을 지속하면 제동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최단과 최장거리가 1.5m 내외면 좋은 수준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최단과 최장 거리 간 편차가 커지면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를 의심하게 된다. 즉, 평균과 최단거리 간 차이가 30cm 미만이라는 것은 매번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작성, 성능 두 가지를 만족시켰다는 점이 좋다. 물론 순수 성능으로 보면 BMW 520d가 앞선다. 그것도 월등히 말이다. 하지만 그건 520d의 시스템이 월등히 좋은 것이지, 경쟁차의 것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가볍게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자. 코너 직전까지 속도를 높여 나간다. 특별히 무게감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코너 직전 브레이크 페달을 압박하며 제동력을 이끌고, 바로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가벼운 언더스티어.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후륜 구동차는 약한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그것이 운전자들에게 더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일부 운전자들은 후륜 구동차를 운전하며 오버스티어 특성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운전 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운전 방법이다. 애초 다이내믹한 운전법으로 차를 다루면 상당수 차를 오버스티어 느낌으로 탈 수 있다. 하지만 정상 주행에서 나오는 스티어 특성은 약한 언더스티어다.
E220d는 안정감 있게 코너를 점령해 나간다. 타이어 성능도 좋아 코너링 속도를 높이는데도 문제가 없다. 핸들링 성능도 중간 이상은 된다. 날카로운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퍼 미들 클래스 세단에서 요구되는 성능 이상 정도는 하고 있다. 타이어는 245mm 급 규격이며 45시리즈다.
가끔씩 만나는 범프. 여기서도 서스펜션의 탄력성이 빛을 발한다. 살짝 단단한 느낌. 분명 과거 벤츠와 다른 요즘 벤츠만의 스타일이다. 하지만 적당한 부드러움과 어우러져 있어 다양한 주행 조건에서 만족감을 높인다. 확실히 벤츠는 서스펜션 셋업을 잘한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순수 성능만 보자면 가솔린인 E300이 낫다. 단순한 발진 가속 외 고급차에서 요구되는 성능 모두를 감안했을 때의 얘기다. 하지만 장거리 투어를 위한 고급 세단이 필요한 소비자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20km/L 이상을 쉽게 넘나드는 주행 연비를 얻는다는 것은 가솔린 엔진에게 무리한 요구다. 반면 E220d의 디젤 엔진은 그것들을 쉽게 수용한다. 이 엔진이 보유한 194마력의 출력이나 최대토크 40.8kgf·m라는 수치적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고급 중형 차에 요구되는 편안함, 그리고 디젤 엔진이 보여주는 경제성.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매칭 시켰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E220d는 그것들을 잘 해내고 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편의 및 안전장비에서 차이가 난다. 최근 볼보는 자사의 모든 모델에 안전 관련 편의 장비를 기본화 시키고 있다. 국산차들도 옵션으로 이런 기능을 다수의 차량들에 배포 중이다. 이 상황에서 고급차를 대표하는 벤츠가 장비에 인색한 모습을 보여서는 좋은 평을 받기 어렵다. 벤츠코리아 소속 상품기획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지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는 해도 직접 경쟁사 BMW 보다 떨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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