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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C200 아방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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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삼각별로 통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외하고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부각되지 않았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발전 없이 정체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기우였다. 새로운 엔진과 변속기를 내놓고 있고 플랫폼의 다변화를 바탕으로 한 신모델들을 연이어 공개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개선될 것이 있을까 싶었던 S-클래스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냈다. 심지어 올 시즌 F1에서 포인트를 싹쓸이하기도 했다. 그런 점들을 이번 C클래스 테스트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벤츠가 변했다는 것을 말이다.

디자인부터 살펴보자. 베이비 S-클래스라는 별명답게 4세대(벤츠 측은 190까지 포함시켜 5세대라고 강조한다) C-클래스 역시 S-클래스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다. 타원형의 그릴과 이를 감싼 헤드램프 디자인이 특히 그렇다. 재미있는 점은 S-클래스과 동일한 디자인을 따랐기 때문인지 공기저항지수까지 동일한 0.24Cd라는 수치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측면부는 부드러운 루프라인을 갖는다. 벨트라인이 높게 설정돼있고 얕은 아치형 디자인으로 마무리 돼 있다. 드로핑 라인(dropping line)이라는 이름의 측면 캐릭터라인도 멋을 더하는 구성이다.

후면부는 S-클래스를 빼닮았다. 리어램프와 트렁크 도어 디자인도 S-클래스의 축소판이라 할만하다. 리어 스포일러 역할을 겸하는 트렁크 중앙부는 금속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 AMG 패키지 적용 모델답게 범퍼에는 스포츠 머플러와 디퓨저 디자인도 갖춰졌다.

기존 모델의 실내가 다소 투박했다면 신형 모델은 시각적으로나 기능적으로나 상당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4-스포크 타입의 스티어링 휠은 3-스포크 형식으로 변경됐다. 테스트 모델은 AMG 패키지의 적용으로 D-컷 스타일이 적용돼 있다.

계기판은 속도계와 타코미터 사이에 다기능 정보창을 위치시킨 구성이다. 특히 이 정보창의 사이즈가 꽤나 크다. 덕분에 각종 정보를 시원스럽게 표시해준다. 스마트폰 화면의 대형화로 인해 자동차 계기판 정보창이 답답하게 느끼는 경우가 빈번한데 C-클래스에서는 이런 불만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속도계와 타코미터이 촘촘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복잡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풀-컬러 방식의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탑재됐다. 선명도 면에서도 만족스럽고 속도와 제한속도, 내비게이션, 크루즈 컨트롤 등 각종 메시지가 쉽게 표시되어 활용성이 높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태블릿 스타일 모니터도 한층 넓어진 면적을 갖는다. 테스트 모델에 적용된 모니터는 8.4인치의 크기를 갖는다. 밝기도 충분하고 반사도 적으며 시야각도 좋아 이점이 많다. CLA-클래스는 다소 불만스러웠지만 C-클래스는 충분히 좋은 구성을 갖춰 만족감을 높인다.

내비게이션의 구성도 무난하다. 과거처럼 임의적으로 연결시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 한글화가 된 것도 칭찬할 부분이다. 내비게이션을 활성화시킨 뒤 모니터를 터치해 정보를 입력할 수도 있다. 나머지 기능은 커맨드 컨트롤러를 사용해야 하는데 터치 기능 지원 범위를 좀 더 넓혀줬으면 좋겠다.

센터페시아도 S-클래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갖는다. 특히 기존의 복잡한 버튼을 최소화 시켜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다. 테스트 모델에는 고광택 블랙 트림이 사용되어 고급스러움이 강조됐지만 오염에 취약하다는 약점도 갖고 있다. 센터페시아 중간 부분에 위치한 아날로그 시계도 멋스럽지만 장착 위치가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

시트 구성도 좋다. 부드러운 가죽에 적당한 쿠션감을 갖췄고 필요할 때는 탄탄하게 허리를 지지해주기도 한다. 헤드레스트도 전동식으로 작동한다. 물론 스티어링 휠의 포지션도 전동식으로 조절된다.

뒷좌석도 넓어졌다. 컴팩트 세단으로써는 상당한 수준이다. 신형 C-클래스는 모델체인지를 통해 휠베이스가 80mm 늘어났다. 수치는 2,840mm 수준. 경쟁모델인 BMW 3시리즈보다 30mm 길다. 실제 뒷좌석에 탔을 때 레그룸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뒷좌석 시트를 짧게 디자인한 것도 공간을 커보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이런 구성이 아니더라도 C-클래스의 뒷좌석은 충분히 넓다.

트렁크 공간은 480리터의 용량을 갖는다. 이제 3시리즈와 동일한 용량을 갖게 된 것이다. 뒷좌석 시트 폴딩 기능은 지원하지 않지만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하지만 확장성을 감안해 시트 폴드 기능을 추가해 주면 좋겠다.

신형 C-클래스의 내외관 구성은 아쉬운 점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발전해 있었다. 그렇다면 주행 테스트에서도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테스트 모델은 184마력을 발휘하는 2.0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C200이다.

운전석에 탑승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가볍다. 조금 과장하면 경차의 도어를 여닫는 느낌일 정도다. 도어 부위를 두들겨보면 그리 얇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도어 크기도 작지 않고 두껍다. 경량화와 더불어 편의성에 신경을 쓴 결과라 볼 수 있겠다.

이번 C-클래스는 벤츠에서 새롭게 개발한 MRA(Modular Rear-wheel drive Architecture) 플랫폼을 사용한 첫 번째 모델이다. MRA 플랫폼은 무게절감과 강성확대에 초점이 맞춰 개발되었으며 전체 골격의 50%가 알루미늄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차체에서 70kg, 차량 전체에서 최대 100kg의 무게를 덜어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테스트카의 무게부터 측정해봤다. 무게 측정 결과는 1,530kg. 320i가 1,521kg으로 9kg 가볍지만 3시리즈보다 76mm 길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C-클래스 쪽의 경쟁력이 더 높다 할 수 있겠다. 참고로 테스트카의 뒷바퀴에는 255mm급의 타이어도 끼워져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디젤을 연상시키는 듯한 소음이 유입된다. 직분사 시스템을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의 경우 아이들 엔진 사운드가 매끄러운 편은 아닌데 C200도 이 부분서 자유롭지 못한 듯 싶다. 아이들링 소음은 40dBA 수준으로 측정됐다. 320i와 비교하면 0.5dBA 낮은 수치다. 동급 모델과 비교한다해도 좋은 수준이라 볼 수 있겠다.

C200과 도로에 나섰을 때 처음 느꼈던 것은 부드러움이다. 엔진 회전도 매끄럽고 진동도 상당 수준 억제돼있다. 스티어링 휠을 비롯한 페달의 답력도 적당히 가벼운 편이라 여성 소비자들도 불편을 느끼지 않겠다. 하지만 속도가 상승하면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며 안정감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따라 직관적으로 반응해주는 프런트 축의 움직임이 인상적이기도 하다.

고속도로에 올라 엔진의 성능을 끌어내본다. C200의 4기통 2.0리터 터보 엔진은 184마력과 30.6kg.m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20i와 동일한 출력이지만 토크가 3kg.m 정도 높다. 수치적인 경쟁력이 확연히 뛰어나다고 할 수 없겠지만 엔진이 가진 힘을 십분 활용하는 느낌이 크다.

180km/h까지는 다소 힘겹게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의외로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뽐냈다. 물론 고성능을 목표로 하는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가속 펀치력이 강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넓은 rpm 영역에서 꾸준하게 밀어주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물론 고속주행 안정감은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본격적인 발진가속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0-100km/h 가속 테스트에 임했다. 측정 결과는 7.3초. 참고로 우리팀이 측정한 320i의 기록은 7.5초다. 컴팩트 세단으로 충분한 성능이다. 물론 이와 같은 성능이 부족하다 느낀다면 C63 AMG라는 대안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가격은 2배 가까이 향상될 것이다.

주행 모드를 설정하는 어질리티 컨트롤(AGILITY CONTROL)은 에코, 노멀,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인디비주얼까지 총 6단계로 설정된다. 에코모드는 연료 소비를 적극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성능 발휘를 최대한 억제하는 느낌이 크다.

노멀과 컴포트의 차이가 크게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다. 스포츠 모드는 동력성능 발휘에 초점이 맞춰지며, 스포츠+ 모드는 트랙션 컨트롤까지 해제된다. 참고로 C220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는 에어서스펜션이 탑재되어 댐핑컨트롤까지 지원된다.

일반 환경서의 주행 테스트를 마치고 와인딩 테스트 구간으로 이동한다. 스티어링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이 예민하게 느껴지던 터라 종합적인 주행성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

가감속 때 느껴지는 빠른 엔진 반응이 좋다. 수치적으로는 1,20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것으로 발표돼 있다. 수치를 떠나 차를 타고 있을 때 느껴지는 엔진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점이 좋았다. 디젤엔진의 경우 토크는 높지만 반응이 느려 재가속 포인트를 캐취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C200은 가솔린이라 이런 부가적인 연습이 필요치 않았다.

변속기도 만족스럽다. 과거 7G-TRONIC 변속기는 그저 다단화에 의미를 둔 구성이라 할 수 있었다. 변속이 빠른 편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저속서 쇼크가 나타난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부각되었다. 또한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소비자들도 많았다.

새로운 7G-TRONIC PLUS 변속기에서는 상당한 완숙미가 느껴진다. 빠른 동력 전달을 비롯해 변속 충격도 느끼기 힘들다. 이런 영향은 고급스러운 승차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최대 가속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마치 고성능 스포츠 변속기처럼 뒤에서 때리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강약에서 차이가 있지만 포르쉐 PDK와 같은 느낌이다. 어쨌든 명칭 뒤에 ‘PLUS’가 붙을 만 하다.

복합적인 코너를 통과하며 핸들링 성능에 놀랐다. 일반주행서도 상당히 민첩한 움직임을 보인터라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는 듯 하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 예상했던 라인을 그대로 따라 나가면서도 안정적 자세를 갖춘다는 점이 좋다. 사실 과거 C-클래스는 핸들링에서 경쟁모델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현세대 모델은 동급 최고 수준의 핸들링 감각을 가졌다고 평가할 수 있게 됐다. '핸들링=BMW'라는 공식이 C-클래스 때문에 깨지는 순간이다. 최근 BMW 3, 5시리즈는 다소 무뎌진 느낌이 크다. M패키지 정도가 들어가야 예전과 유사한 성능이 발휘된다. 하지만 벤츠 C클래스는 노멀 버전에서도 3시리즈 M패키지와 유사한 혹은 그를 능가하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서스펜션이 주는 만족감도 상당하다. 승차감을 기본으로 하되 달릴 때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주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든다. 빠르게 코너를 돌고 있는 상황에서도 탑승자가 느끼는 불안감도 크지 않다. 승차감과 성능을 절묘한 선에서 맞췄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때문에 C220 익스클루시브 모델의 에어 서스펜션과 댐핑 컨트롤 능력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다.

브레이크 성능도 만족스럽다. 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지속적인 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잦은데 C200은 어떤 환경에서도 일정한 성능을 발휘해줬다. 제동력 테스트를 반복해도 브레이크가 지친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제동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영시 상당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연비 테스트에 나섰다. 80km/h의 속도로 정속주행하는 환경에서 보여준 연비는 18~19km/L 수준이다. 100~110km/h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도 17~18km/L의 연비를 나타냈다. 평균속도가 15km/h에 불과한 심한 정체구간에서조차 9km/L 이상의 연비를 보였다. 가솔린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인상적인 수치다. 테스트카에 전륜 225mm, 후륜 255mm 사이즈의 타이어를 장착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기본형은 보다 높은 연비를 보여주게 될 것이다. 종합적인 환경에서도 10km/L 이상을 쉽게 넘어서기 때문에 연비에 민감한 소비자도 반길 듯 하다.

어쩌다 보니 이번 리뷰엔 너무 좋은 내용들로만 가득 찼다. 실제 C200은 좋은 구성과 성능으로 꽉 채워진 모델이었다. 신형 C-클래스의 등장으로 경쟁사는 많이 바빠질 듯 하다. 컴팩트 세단의 평가 기준이 상당히 높아져 버렸기 때문이다.

C-클래스의 유일한 단점은 가격이다. 시작 가격이 4,860만원으로 경쟁모델보다 약 400만원 가량 높다. 여기에 제한적인 프로모션은 경쟁모델과 가격 차이를 더 크게 벌리는 요소로 작용한다. 가격 문턱을 낮춰 보다 많은 소비자들에게 C-클래스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가격 자체는 높지만 그럼에도 C-클래스의 경쟁력은 충분해 보인다. 적어도 비싼 값을 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서 상품성만으로 비교한다면 BMW 3시리즈와 아우디 A4의 대대적인 폭풍할인이 필요하다 느껴진다. 동급 트림을 기준으로 약 1천만원에 가까운 차이 정도가 나야 상품성에 대한 부분을 가격으로 상쇄할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BMW가 3시리즈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어떤 변화를 더할지에 기대가 된다. 아우디도 내년말 A4를 공개하고 2016년부터 판매에 들어가게 된다. 각 사의 엔지니어와 상품기획자들이 꽤나 고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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