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유로코치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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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밴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회장님 차? 아니면 흔히 스타크래프트라고 불리는 연예인 밴? 국내 시장 상황이라면 이 정도를 떠올리는 것이 보편적이다. 대형 밴의 수요층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형 밴은 다양한 목적에 맞춰 여러 가지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용도에 따라 화물차, 여러 사람들의 탑승을 위한 차로, 혹은 소수의 VIP가 이용하기 위한 차로 만들어진다. 변화의 폭이 넓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대형 밴만 전문적으로 튜닝해주는 업체도 있다. 이중 내 외관을 고급스럽게 튜닝을 해주는 업체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다.
국내에서 대형 밴이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은 현대 포터와 스타렉스가 대형 밴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며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국내 도로 실정상 대형 밴의 운전이 부담스럽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시장도 획일화된 차량 소비에서 벗어나 개성이나 용도에 맞춰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레 대형 밴의 관심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와이즈오토가 시기적절하게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밴인 스프린터를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먼저 스프린터의 성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단과 SUV와 같은 승용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외에 트럭과 버스, 트랜스포터 사업도 병행한다. 스프린터는 벤츠 트랜스포터 라인업에 속해 상업용 차량의 성격을 갖는다.
가장 작은 밴인 치탄(Citan), 미니밴 정도의 성격을 갖는 중간급 모델로 비토(Vito)가 있다. 비토는 승용형 미니밴으로 변신해 벤츠 승용차 라인업 중 V-클래스로 판매되기도 하다. 그리고 트랜스포터 라인업 중 가장 크며 다목적 성격을 갖는 모델이 스프린터다. 우리가 회장님 차로 알고 있는 스프린터는 고급 리무진의 튜닝을 거친 스프린터의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또한 스프린터는 트럭, 버스, 캠핑카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
와이즈오토가 판매하고 있는 스프린터는 다인승 밴에 속한다. 여러 사람을 편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에 충실한 모델이다. 억 대의 가격을 갖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달리 7천만원대부터 판매되고 있다. 물론 얼마 전 출시된 고급형 모델인 스프린터 유로스타는 1억원 이상의 가격을 갖기도 한다.
현재의 스프린터는 2세대 모델에 해당하며, 2014년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다. 테스트 모델은 스프린터 유로코치 모델 중 비즈니스 트림으로, 길이 x 너비 x 높이 각각 5,926 x 1,993 x 2,340mm의 크기를 갖는다. 휠베이스는 3,665mm. 거대한 덩치만큼 차량의 무게는 3,535kg에 이른다. 여기에 차량의 지붕을 높인 하이데크 모델과 한층 긴 길이를 갖는 모델도 별도로 존재한다.
스프린터가 벤츠의 가족임을 알게 해주는 부분은 전면부의 커다란 엠블럼과 그릴을 감싼 헤드램프를 통해서다. 범퍼에는 무채색의 플라스틱 재질이 노출된다. 오염이나 스크래치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관 색상과 통일된다면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것이다. 번호판이 위치하는 부분에는 따로 발판의 형상이 마련돼있어 정비 때 편의성을 높여준다.
측면부에는 거대한 전동식 슬라이드 도어가 갖춰진다. 하단에는 편리한 승하차를 위한 접이식 발판이 나오는데 지지할 수 있는 하중이 250kg이나 된다. 휠은 16인치 크기다. 스틸 휠이지만 휠캡의 디자인이 자연스러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후면부 양문형 도어를 열면 바로 실내로 연결된다. 범퍼에는 후방감지 센서가 장착됐으며, 도어 윗부분에 후방카메라도 갖춰진다. 차량의 크기에서 알 수 있듯 후방 도어 면적이 상당히 넓다.
실내는 11인승의 구조를 갖는다. 앞서 언급했듯 많은 승객의 이동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소수를 위한 리무진 모델은 스프린터 유로스타나 스프린터 VIP 모델 등의 이름으로 판매된다.
테스트 모델인 유로코치 비즈니스는 기본형 모델과 달리 고급스러운 시트를 기본 탑재한다. 가죽 질감도 부드럽고 다이아몬드 박음질 장식까지 적용돼 있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마치 마사지 시트를 연상시키는데 겹겹이 접힌 가죽이 눈길을 끈다.
각 시트에는 3점식 안전벨트가 기본이다. 버스 시트처럼 2점식이 아니다.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벤츠답다. 시트백은 헤드레스트까지 겸비하는 일체형 디자인을 갖는다. 성인 남성이 앉으면 대략 머리 뒤통수에 닿는 높이다. 시트 아래쪽을 살펴보면 리무진 버스에서 볼 수 있는 발판이 있다. 이외에 각각의 시트 모두 암레스트가 갖춰지며 시트백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이렇게 생긴 시트가 뒷좌석에만 9개 준비된다.
대형밴 답게 몸을 숙이지 않고도 차량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기본형 루프를 갖췄음에도 높이가 여유로워 실내에서 이동할 때 몸을 숙이는 정도 역시 적었다. 하이 데크 모델이라면 성인 남성도 실내에서 몸을 숙일 필요가 없을 듯하다.
실내는 사통팔달이다. 운전석에서 보조석으로 옮기는 것도, 앞 좌석에서 뒷좌석으로 이동도 쉽다. 뒷좌석 중 2열부터 5열까지 이동하는 경로도 거슬리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봉고차나 미니밴의 답답한 실내와는 전혀 다른 공간적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실내 바닥은 원목 느낌이 나도록 제작했다. 자세히 보면 실제 원목은 아니고 나뭇결 무늬 장판을 넣은 것처럼 보인다. 모델에 따라 바닥에 열선을 설치할 수 있다고 하니 대형 밴의 변화는 정말 무궁무진한 듯싶다.
시트 배치를 자유롭게 변경시킬 수 있는 레일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시트를 모두 들어내고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아니면 탑승하는 사람의 신체조건에 맞춰 레그룸을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시트 이동은 지정 센터에서만 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부분으로는 앰비언트 라이트 구성이 꼽힌다. 조명 밝기는 리모컨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점등 및 소등도 가능하다.
이 조명을 따라 시트의 옆 부분에 USB 충전 포트가 마련됐다. 스마트 패드나 스마트폰과 떨어질 수 없는 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뒷좌석 승객들을 위한 대형 모니터도 갖췄다. 모니터 사이즈가 넉넉하기 때문에 5열 시트에서도 영상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대신 모니터 사이즈가 꽤나 큰 편이기 때문에 모니터가 펼쳐지면 차량에 오를 때 주의해야 한다. 머리를 찧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쾌적한 승객 공간을 만들기 위해 뒷좌석을 위한 별도의 공조장치를 장착했다. 이 공조장치는 운전석에서 별도의 컨트롤러를 통해 조작한다.
뒷좌석의 고급스러움과 달리 앞좌석은 투박하다. 승용차 라인과 달리 확실히 상용차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를 열고 닫는 느낌도 상용차의 그것과 비슷하다. 마치 텅 빈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구조물을 가볍게 여닫는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 계기판, 센터페시아, 기어 레버 디자인은 2000년대 초반 벤츠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계기판에는 작은 크기의 단색 디스플레이만 갖춰진다. 트립 컴퓨터의 연비 정보를 리셋하려면 스티어링 휠의 버튼이 아닌 계기판에 돌출된 버튼을 눌러야 한다.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세련됨 보다 투박함이 느껴진다. 버튼도 최대한 간단하게 배치했다. 중앙에는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 기타 부분적인 기능 수행이 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됐다. 많은 기능을 기대할 수 없으며, 라디오와 내비게이션 정도만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예스럽고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이는 엄연히 승용차와 비교할 때다. 벤츠의 상용차 모델들과 비교하면 스프린터의 인테리어는 가장 세련됐다. 벤츠의 중형 카고인 아테고(Atego)와 비교해도 스프린터 쪽이 무난하다.
앞좌석 실내 곳곳에 거대한 크기의 수납공간을 갖췄다는 점은 상용차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운전석 시트는 트럭이나 버스에 사용되는 에어 시트가 적용된다. 장거리 이동 시 피로감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시트는 탑승자의 무게 설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시트 하단의 다이얼을 조작해 탑승자의 몸무게를 설정할 수 있는데, 너무 가볍게 하면 시트가 너무 출렁거리고 너무 무겁게 하면 시트 높이만 높아져 운전이 불편해진다.
그렇다면 스프린터의 주행 감각을 어떨까? 키를 꼽고 돌려 시동을 건다. 참고로 키의 생김새는 벤츠 승용차와 동일하다.(E-클래스 제외) 대신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무게감은 없다.
너무 상용차의 감각을 기대했던 탓일까? 스프린터는 일반 디젤 모델과 다르지 않은 시동 및 아이들 사운드를 전달했다. 정숙성이 만족스럽다. 디젤 특유의 음색만 제외하면 승용차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아이들 상태 정숙성을 운전석에서 측정한 결과 43.5dBA을 기록했다. 기아 쏘렌토 2.2리터 모델의 아이들 정숙성과 동일한 수치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면 더 조용해진다. 평균적으로 42dBA을 보였기 때문이다. BMW X5 30d와 동일한 수준이다. 대형 밴으로는 충분히 조용한 실내를 만들어 냈다.
우리 팀이 그동안 테스트를 진행해왔던 차량 중 가장 큰 덩치를 갖는다. 하지만 전혀 겁먹을 필요 없다. 일반 차량보다 길고 높기만 할 뿐 폭은 쌍용 G4 렉스턴,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과 비슷하다. 우선 폭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정말 쉽게 적응된다.
대형 밴을 위한 별도의 운전기술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선 1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다. 후방 카메라와 센서도 잘 갖춰져 주차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특히 상용 트럭의 경우 후방 끝부분에 대한 감을 잡기 힘든 경우가 많지만 스프린터는 사이드미러 만으로 후면 끝부분의 감을 잡기 쉬웠다. 6m라는 숫자에서 오는 부담감만 덜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 큰 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사이드미러다. 트럭이나 버스는 차량이 크고 운전석이 앞바퀴 앞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차량의 앞, 옆, 후측방 부분을 여기저기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트럭이나 버스는 코너를 돌때 반대편을 바라보면서 차선이나 궤적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프린터는 차선 간격을 확인하는 역할의 보조경만 갖추고 있다. 사실 없어도 운전하는데 문제없다. 대신 차량 길이가 일반 승용차보다는 길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 반경을 조금 더 크게 잡고 운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큰 차체인 만큼 U턴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데 회전 반경이 좁은 편이라 일반 승용차와 유사한 공간에서 큰 아쉬움 없이 차를 돌릴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이 높인 위치도 일반 승용차에 가깝다. 트럭이나 버스처럼 누워있지 않기 때문에 위화감도 없다. 스티어링 휠의 크기는 승용차보다 크지만 체감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주행을 시작하며 무겁고 답답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했다. 하지만 가볍게 움직인다. 물론 11명 모두 탑승하면 가속감이 둔화되겠지만 적어도 가속감만큼은 가뿐했다.
스프린터에는 6기통 3.0리터 디젤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190마력과 44.9kg.m의 토크를 발휘해 배기량을 생각했을 때 부족한 수치를 보인다. 하지만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상용차의 세계다. 잘 모르면 숫자만 보고 형편없다는 둥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토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00~2,4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설정된다. 낮은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만들어 저 회전 영역에서 최대한 여유로운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최대 토크를 길게 지속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할 성격의 차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프린터에 맞춰 촘촘하게 변경된 7단 자동 변속기는 스프린터가 보다 높은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체감 토크가 50kg.m 이상 급이다.
이참에 가속성능 테스트를 진행해본다. 브레이크를 밟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엔진 회전수가 2,500rpm 부근에 이르자 뒷바퀴가 헛돈다. 의도치 않은 번아웃(?)이다. 뒷바퀴가 헛돌지 않는 최적의 조건에서 가속을 진행한 결과 시속 100km까지 14.01초 안에 도달하는 성능을 보였다. 스프린터는 푸조 2008보다 빨랐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시속 110km에서 속도제한이 이뤄진다. 계기판의 속도 오차가 5km/h이기 때문에 115~116km/h 정도 구간에서 속도계 바늘이 멈춘다. 스프린터의 힘은 충분했다.
고속도로에서 주행을 하면 체감적으로 둔화된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시야가 높을 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하지만 실제 주행 안정감도 좋다. 상용 차량의 경우 스티어링 휠의 유격으로 지속적인 스티어링 휠 조작이 필요하지만 스프린터는 승용차의 감각과 동일하다. 운전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시야까지 높으니 100km/h 이상의 속도에서도 낮은 체감속도를 만든다.
대형 밴이지만 다양한 안전장비도 갖췄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경고 시스템 등도 기본이다. 하지만 승용차의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반응이 늦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은 요란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계기판에 경고 표시와 낮은 알림음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사각경고 시스템은 사이드 미러 속의 노란색 조명에서 시작된다. 만약 사각지대로 차량이 접근하면 조명이 붉은색으로 변경된다. 역시 요란하게 경고음을 만들지는 않는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도 일반적인 부저음 정도만 운전자에게 전달할 뿐이다.
이외에 차량 옆으로 대형 트럭이 지나가거나 강한 바람이 불때 차량이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크로스윈드 어시스트(Crosswind Assist) 기능이 지원된다. 실제로 이 상황을 경험했다. 스프린터 옆으로 25톤 트랙터가 무서운 속도(최고속도 90km/h 제한)로 지나간 것이다. 스프린터가 휘청거린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이 흔들리거나 하는 움직임이 제한됐다. 차량은 흔들려도 탑승자가 무섭지 않게 돕는 기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량은 당연히 일반 승용차보다 많다. 또 유압 방식을 사용하는 만큼 승용차보다 무거운 조작감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차량이 솔직하게 반응하고 움직여준다는 점이 좋다.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유격도 거의 없다. 대형 밴으로는 적당히 타이트하게 조여진 감각이다.
승차감을 어떻게 표현할지 팀원들과 논의했다. 일반 승용차와 마을버스 사이 정도랄까? 그러다가 전인호기자가 적절한 표현을 찾아냈다. ‘승용차보다 부족하지만 쌍용 G4 렉스턴보다는 좋다.’
스프린터에는 전륜 맥퍼슨 방식, 후륜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 구조를 사용한다. 차체는 프레임 바디다. 사실 승차감에는 마이너스 요소다. 안락한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제한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프린터는 G4 렉스턴보다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냈다. 일반 도로에서는 더욱 편하고 진동도 잘 걸러냈으며, 오프로드 구간에서는 차체의 떨림도 상당히 억제된 감각을 전달했다. 다양한 환경에서 잡소리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구조가 아닌 제조사의 셋업 노하우다.
다만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은 의외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모든 스프린터는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한다. 물론 노르딕 계열이 아닌 알파인 계열의 겨울용 타이어이기 때문에 마른 노면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긴 했다. 하지만 겨울이 아니라면 소음과 제동성능 등 다양한 부분에서 부족한 성능을 갖는다. 컨티넨탈에서도 밴을 위한 4계절 타이어를 내놓고 있으니 이를 채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나 이차의 소비자 상당수는 대도시에 거주할 것이며 이 환경은 제설이 잘 된다. 윈터 타이어는 겨울철을 위한 백업용으로 준비해 두면 된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를 측정한 결과 55.19m를 기록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완전히 멈춰 서는 순간까지 타이어는 소리를 지르며 노면에 타이어 자국을 남겼다. 3.5톤에 이르는 차량의 무게도 주요 원인이지만 겨울용 타이어 역시 아쉬운 제동성능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일반 타이어로만 변경돼도 제동거리는 충분히 40m대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대형 밴 성격상 긴박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환경 자체를 만들면 안 된다.
스프린터는 다양한 환경에서 부담되지 않고 편안한 주행 환경을 만들어줬다. 유턴 회전반경도 생각보다 짧아 주행에 어려움이 없었다. 여러 방면에서 일반 승용차처럼 운전할 수 있어 승용차의 편의성과 상용차의 기능성을 모두 갖춘 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비는 3.0리터의 배기량으로 3.5톤의 차량을 이끌어야 하기에 높은 수준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11.3km/L를, 80km/h 정속 주행 구간에서 12.8km/L의 연비를 보여 의외로 높은 효율을 나타냈다. 평속 15km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7.4km/L를 기록했다. 정차시 엔진을 멈추는 오토스탑 기능도 갖췄다. 평균 연비를 측정한 결과 약 9~10km/L 사이를 보였다.
디젤엔진이고 승용차와 비교하면 연비가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쉐보레 익스프레스 밴이 평균 5km/L, 3.9리터 디젤엔진을 갖춘 현대 마이티 트럭이 8km/L대 연비를 갖췄으니 스프린터의 높은 연비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
스프린터는 다양한 매력을 갖췄다. 운전이 불편하지 않았으며, 뒷좌석도 편했다. 소음도 조용했으며, 주행 안정감도 높았다. 차량 성격에 어울리지 않지만 운전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비즈니스용으로, 의전용으로, 아니면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갖춘 것이 스프린터다.
국내 시장에서 대형 밴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스프린터는 분명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 스프린터를 시작으로 대형 밴 시장의 스펙트럼도 넓어질 것이다. 벌써 현대차는 쏠라티를 내놓지 않았던가?
사실 대형 밴은 다양한 목적에 맞춰 여러 가지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다. 용도에 따라 화물차, 여러 사람들의 탑승을 위한 차로, 혹은 소수의 VIP가 이용하기 위한 차로 만들어진다. 변화의 폭이 넓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대형 밴만 전문적으로 튜닝해주는 업체도 있다. 이중 내 외관을 고급스럽게 튜닝을 해주는 업체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다.
국내에서 대형 밴이 인기를 끌지 못한 것은 현대 포터와 스타렉스가 대형 밴의 역할을 완벽히 대체하며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국내 도로 실정상 대형 밴의 운전이 부담스럽다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내 시장도 획일화된 차량 소비에서 벗어나 개성이나 용도에 맞춰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레 대형 밴의 관심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와이즈오토가 시기적절하게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형 밴인 스프린터를 국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먼저 스프린터의 성격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단과 SUV와 같은 승용차 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외에 트럭과 버스, 트랜스포터 사업도 병행한다. 스프린터는 벤츠 트랜스포터 라인업에 속해 상업용 차량의 성격을 갖는다.
가장 작은 밴인 치탄(Citan), 미니밴 정도의 성격을 갖는 중간급 모델로 비토(Vito)가 있다. 비토는 승용형 미니밴으로 변신해 벤츠 승용차 라인업 중 V-클래스로 판매되기도 하다. 그리고 트랜스포터 라인업 중 가장 크며 다목적 성격을 갖는 모델이 스프린터다. 우리가 회장님 차로 알고 있는 스프린터는 고급 리무진의 튜닝을 거친 스프린터의 일부분이었을 뿐이다. 또한 스프린터는 트럭, 버스, 캠핑카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할 수 있다.
와이즈오토가 판매하고 있는 스프린터는 다인승 밴에 속한다. 여러 사람을 편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에 충실한 모델이다. 억 대의 가격을 갖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 달리 7천만원대부터 판매되고 있다. 물론 얼마 전 출시된 고급형 모델인 스프린터 유로스타는 1억원 이상의 가격을 갖기도 한다.
현재의 스프린터는 2세대 모델에 해당하며, 2014년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졌다. 테스트 모델은 스프린터 유로코치 모델 중 비즈니스 트림으로, 길이 x 너비 x 높이 각각 5,926 x 1,993 x 2,340mm의 크기를 갖는다. 휠베이스는 3,665mm. 거대한 덩치만큼 차량의 무게는 3,535kg에 이른다. 여기에 차량의 지붕을 높인 하이데크 모델과 한층 긴 길이를 갖는 모델도 별도로 존재한다.
스프린터가 벤츠의 가족임을 알게 해주는 부분은 전면부의 커다란 엠블럼과 그릴을 감싼 헤드램프를 통해서다. 범퍼에는 무채색의 플라스틱 재질이 노출된다. 오염이나 스크래치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관 색상과 통일된다면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것이다. 번호판이 위치하는 부분에는 따로 발판의 형상이 마련돼있어 정비 때 편의성을 높여준다.
측면부에는 거대한 전동식 슬라이드 도어가 갖춰진다. 하단에는 편리한 승하차를 위한 접이식 발판이 나오는데 지지할 수 있는 하중이 250kg이나 된다. 휠은 16인치 크기다. 스틸 휠이지만 휠캡의 디자인이 자연스러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후면부 양문형 도어를 열면 바로 실내로 연결된다. 범퍼에는 후방감지 센서가 장착됐으며, 도어 윗부분에 후방카메라도 갖춰진다. 차량의 크기에서 알 수 있듯 후방 도어 면적이 상당히 넓다.
실내는 11인승의 구조를 갖는다. 앞서 언급했듯 많은 승객의 이동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소수를 위한 리무진 모델은 스프린터 유로스타나 스프린터 VIP 모델 등의 이름으로 판매된다.
테스트 모델인 유로코치 비즈니스는 기본형 모델과 달리 고급스러운 시트를 기본 탑재한다. 가죽 질감도 부드럽고 다이아몬드 박음질 장식까지 적용돼 있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마치 마사지 시트를 연상시키는데 겹겹이 접힌 가죽이 눈길을 끈다.
각 시트에는 3점식 안전벨트가 기본이다. 버스 시트처럼 2점식이 아니다.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는 벤츠답다. 시트백은 헤드레스트까지 겸비하는 일체형 디자인을 갖는다. 성인 남성이 앉으면 대략 머리 뒤통수에 닿는 높이다. 시트 아래쪽을 살펴보면 리무진 버스에서 볼 수 있는 발판이 있다. 이외에 각각의 시트 모두 암레스트가 갖춰지며 시트백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이렇게 생긴 시트가 뒷좌석에만 9개 준비된다.
대형밴 답게 몸을 숙이지 않고도 차량에 오르내릴 수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기본형 루프를 갖췄음에도 높이가 여유로워 실내에서 이동할 때 몸을 숙이는 정도 역시 적었다. 하이 데크 모델이라면 성인 남성도 실내에서 몸을 숙일 필요가 없을 듯하다.
실내는 사통팔달이다. 운전석에서 보조석으로 옮기는 것도, 앞 좌석에서 뒷좌석으로 이동도 쉽다. 뒷좌석 중 2열부터 5열까지 이동하는 경로도 거슬리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봉고차나 미니밴의 답답한 실내와는 전혀 다른 공간적인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실내 바닥은 원목 느낌이 나도록 제작했다. 자세히 보면 실제 원목은 아니고 나뭇결 무늬 장판을 넣은 것처럼 보인다. 모델에 따라 바닥에 열선을 설치할 수 있다고 하니 대형 밴의 변화는 정말 무궁무진한 듯싶다.
시트 배치를 자유롭게 변경시킬 수 있는 레일도 있다. 마음만 먹으면 시트를 모두 들어내고 혼자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아니면 탑승하는 사람의 신체조건에 맞춰 레그룸을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시트 이동은 지정 센터에서만 할 수 있다.
뒷좌석 공간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주는 부분으로는 앰비언트 라이트 구성이 꼽힌다. 조명 밝기는 리모컨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점등 및 소등도 가능하다.
이 조명을 따라 시트의 옆 부분에 USB 충전 포트가 마련됐다. 스마트 패드나 스마트폰과 떨어질 수 없는 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뒷좌석 승객들을 위한 대형 모니터도 갖췄다. 모니터 사이즈가 넉넉하기 때문에 5열 시트에서도 영상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대신 모니터 사이즈가 꽤나 큰 편이기 때문에 모니터가 펼쳐지면 차량에 오를 때 주의해야 한다. 머리를 찧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쾌적한 승객 공간을 만들기 위해 뒷좌석을 위한 별도의 공조장치를 장착했다. 이 공조장치는 운전석에서 별도의 컨트롤러를 통해 조작한다.
뒷좌석의 고급스러움과 달리 앞좌석은 투박하다. 승용차 라인과 달리 확실히 상용차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운전석과 조수석 도어를 열고 닫는 느낌도 상용차의 그것과 비슷하다. 마치 텅 빈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구조물을 가볍게 여닫는 느낌이다.
스티어링 휠, 계기판, 센터페시아, 기어 레버 디자인은 2000년대 초반 벤츠의 디자인 요소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계기판에는 작은 크기의 단색 디스플레이만 갖춰진다. 트립 컴퓨터의 연비 정보를 리셋하려면 스티어링 휠의 버튼이 아닌 계기판에 돌출된 버튼을 눌러야 한다.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세련됨 보다 투박함이 느껴진다. 버튼도 최대한 간단하게 배치했다. 중앙에는 내비게이션과 후방카메라, 기타 부분적인 기능 수행이 가능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착됐다. 많은 기능을 기대할 수 없으며, 라디오와 내비게이션 정도만 활용할 수 있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예스럽고 투박한 디자인이지만 이는 엄연히 승용차와 비교할 때다. 벤츠의 상용차 모델들과 비교하면 스프린터의 인테리어는 가장 세련됐다. 벤츠의 중형 카고인 아테고(Atego)와 비교해도 스프린터 쪽이 무난하다.
앞좌석 실내 곳곳에 거대한 크기의 수납공간을 갖췄다는 점은 상용차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운전석 시트는 트럭이나 버스에 사용되는 에어 시트가 적용된다. 장거리 이동 시 피로감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시트는 탑승자의 무게 설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시트 하단의 다이얼을 조작해 탑승자의 몸무게를 설정할 수 있는데, 너무 가볍게 하면 시트가 너무 출렁거리고 너무 무겁게 하면 시트 높이만 높아져 운전이 불편해진다.
그렇다면 스프린터의 주행 감각을 어떨까? 키를 꼽고 돌려 시동을 건다. 참고로 키의 생김새는 벤츠 승용차와 동일하다.(E-클래스 제외) 대신 플라스틱으로 제작돼 무게감은 없다.
너무 상용차의 감각을 기대했던 탓일까? 스프린터는 일반 디젤 모델과 다르지 않은 시동 및 아이들 사운드를 전달했다. 정숙성이 만족스럽다. 디젤 특유의 음색만 제외하면 승용차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아이들 상태 정숙성을 운전석에서 측정한 결과 43.5dBA을 기록했다. 기아 쏘렌토 2.2리터 모델의 아이들 정숙성과 동일한 수치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면 더 조용해진다. 평균적으로 42dBA을 보였기 때문이다. BMW X5 30d와 동일한 수준이다. 대형 밴으로는 충분히 조용한 실내를 만들어 냈다.
우리 팀이 그동안 테스트를 진행해왔던 차량 중 가장 큰 덩치를 갖는다. 하지만 전혀 겁먹을 필요 없다. 일반 차량보다 길고 높기만 할 뿐 폭은 쌍용 G4 렉스턴, 포드 익스플로러, 혼다 파일럿과 비슷하다. 우선 폭에서 느껴지는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정말 쉽게 적응된다.
대형 밴을 위한 별도의 운전기술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선 1종 보통 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운전할 수 있다. 후방 카메라와 센서도 잘 갖춰져 주차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특히 상용 트럭의 경우 후방 끝부분에 대한 감을 잡기 힘든 경우가 많지만 스프린터는 사이드미러 만으로 후면 끝부분의 감을 잡기 쉬웠다. 6m라는 숫자에서 오는 부담감만 덜어낼 수 있다면 그렇게 큰 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 바로 사이드미러다. 트럭이나 버스는 차량이 크고 운전석이 앞바퀴 앞쪽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차량의 앞, 옆, 후측방 부분을 여기저기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트럭이나 버스는 코너를 돌때 반대편을 바라보면서 차선이나 궤적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프린터는 차선 간격을 확인하는 역할의 보조경만 갖추고 있다. 사실 없어도 운전하는데 문제없다. 대신 차량 길이가 일반 승용차보다는 길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 반경을 조금 더 크게 잡고 운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큰 차체인 만큼 U턴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데 회전 반경이 좁은 편이라 일반 승용차와 유사한 공간에서 큰 아쉬움 없이 차를 돌릴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이 높인 위치도 일반 승용차에 가깝다. 트럭이나 버스처럼 누워있지 않기 때문에 위화감도 없다. 스티어링 휠의 크기는 승용차보다 크지만 체감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주행을 시작하며 무겁고 답답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했다. 하지만 가볍게 움직인다. 물론 11명 모두 탑승하면 가속감이 둔화되겠지만 적어도 가속감만큼은 가뿐했다.
스프린터에는 6기통 3.0리터 디젤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190마력과 44.9kg.m의 토크를 발휘해 배기량을 생각했을 때 부족한 수치를 보인다. 하지만 수치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상용차의 세계다. 잘 모르면 숫자만 보고 형편없다는 둥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토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200~2,4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설정된다. 낮은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만들어 저 회전 영역에서 최대한 여유로운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최대 토크를 길게 지속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할 성격의 차량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프린터에 맞춰 촘촘하게 변경된 7단 자동 변속기는 스프린터가 보다 높은 힘을 발휘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만들어준다. 덕분에 체감 토크가 50kg.m 이상 급이다.
이참에 가속성능 테스트를 진행해본다. 브레이크를 밟고 가속페달을 밟는다. 엔진 회전수가 2,500rpm 부근에 이르자 뒷바퀴가 헛돈다. 의도치 않은 번아웃(?)이다. 뒷바퀴가 헛돌지 않는 최적의 조건에서 가속을 진행한 결과 시속 100km까지 14.01초 안에 도달하는 성능을 보였다. 스프린터는 푸조 2008보다 빨랐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있으면 시속 110km에서 속도제한이 이뤄진다. 계기판의 속도 오차가 5km/h이기 때문에 115~116km/h 정도 구간에서 속도계 바늘이 멈춘다. 스프린터의 힘은 충분했다.
고속도로에서 주행을 하면 체감적으로 둔화된 속도감을 느끼게 한다. 시야가 높을 때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하지만 실제 주행 안정감도 좋다. 상용 차량의 경우 스티어링 휠의 유격으로 지속적인 스티어링 휠 조작이 필요하지만 스프린터는 승용차의 감각과 동일하다. 운전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고 시야까지 높으니 100km/h 이상의 속도에서도 낮은 체감속도를 만든다.
대형 밴이지만 다양한 안전장비도 갖췄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사각경고 시스템 등도 기본이다. 하지만 승용차의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반응이 늦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은 요란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계기판에 경고 표시와 낮은 알림음을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사각경고 시스템은 사이드 미러 속의 노란색 조명에서 시작된다. 만약 사각지대로 차량이 접근하면 조명이 붉은색으로 변경된다. 역시 요란하게 경고음을 만들지는 않는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도 일반적인 부저음 정도만 운전자에게 전달할 뿐이다.
이외에 차량 옆으로 대형 트럭이 지나가거나 강한 바람이 불때 차량이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 크로스윈드 어시스트(Crosswind Assist) 기능이 지원된다. 실제로 이 상황을 경험했다. 스프린터 옆으로 25톤 트랙터가 무서운 속도(최고속도 90km/h 제한)로 지나간 것이다. 스프린터가 휘청거린다. 하지만 스티어링 휠이 흔들리거나 하는 움직임이 제한됐다. 차량은 흔들려도 탑승자가 무섭지 않게 돕는 기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스티어링 휠의 조작량은 당연히 일반 승용차보다 많다. 또 유압 방식을 사용하는 만큼 승용차보다 무거운 조작감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차량이 솔직하게 반응하고 움직여준다는 점이 좋다.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유격도 거의 없다. 대형 밴으로는 적당히 타이트하게 조여진 감각이다.
승차감을 어떻게 표현할지 팀원들과 논의했다. 일반 승용차와 마을버스 사이 정도랄까? 그러다가 전인호기자가 적절한 표현을 찾아냈다. ‘승용차보다 부족하지만 쌍용 G4 렉스턴보다는 좋다.’
스프린터에는 전륜 맥퍼슨 방식, 후륜 리지드 액슬 서스펜션 구조를 사용한다. 차체는 프레임 바디다. 사실 승차감에는 마이너스 요소다. 안락한 감각을 만들어내는데 제한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프린터는 G4 렉스턴보다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냈다. 일반 도로에서는 더욱 편하고 진동도 잘 걸러냈으며, 오프로드 구간에서는 차체의 떨림도 상당히 억제된 감각을 전달했다. 다양한 환경에서 잡소리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구조가 아닌 제조사의 셋업 노하우다.
다만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은 의외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모든 스프린터는 겨울용 타이어를 장착했다고 한다. 물론 노르딕 계열이 아닌 알파인 계열의 겨울용 타이어이기 때문에 마른 노면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이긴 했다. 하지만 겨울이 아니라면 소음과 제동성능 등 다양한 부분에서 부족한 성능을 갖는다. 컨티넨탈에서도 밴을 위한 4계절 타이어를 내놓고 있으니 이를 채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특히나 이차의 소비자 상당수는 대도시에 거주할 것이며 이 환경은 제설이 잘 된다. 윈터 타이어는 겨울철을 위한 백업용으로 준비해 두면 된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를 측정한 결과 55.19m를 기록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완전히 멈춰 서는 순간까지 타이어는 소리를 지르며 노면에 타이어 자국을 남겼다. 3.5톤에 이르는 차량의 무게도 주요 원인이지만 겨울용 타이어 역시 아쉬운 제동성능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일반 타이어로만 변경돼도 제동거리는 충분히 40m대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는 극단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대형 밴 성격상 긴박하게 브레이크를 밟을 환경 자체를 만들면 안 된다.
스프린터는 다양한 환경에서 부담되지 않고 편안한 주행 환경을 만들어줬다. 유턴 회전반경도 생각보다 짧아 주행에 어려움이 없었다. 여러 방면에서 일반 승용차처럼 운전할 수 있어 승용차의 편의성과 상용차의 기능성을 모두 갖춘 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비는 3.0리터의 배기량으로 3.5톤의 차량을 이끌어야 하기에 높은 수준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시속 100~110km 구간에서 11.3km/L를, 80km/h 정속 주행 구간에서 12.8km/L의 연비를 보여 의외로 높은 효율을 나타냈다. 평속 15km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7.4km/L를 기록했다. 정차시 엔진을 멈추는 오토스탑 기능도 갖췄다. 평균 연비를 측정한 결과 약 9~10km/L 사이를 보였다.
디젤엔진이고 승용차와 비교하면 연비가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쉐보레 익스프레스 밴이 평균 5km/L, 3.9리터 디젤엔진을 갖춘 현대 마이티 트럭이 8km/L대 연비를 갖췄으니 스프린터의 높은 연비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
스프린터는 다양한 매력을 갖췄다. 운전이 불편하지 않았으며, 뒷좌석도 편했다. 소음도 조용했으며, 주행 안정감도 높았다. 차량 성격에 어울리지 않지만 운전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비즈니스용으로, 의전용으로, 아니면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갖춘 것이 스프린터다.
국내 시장에서 대형 밴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스프린터는 분명 중요한 위치에 있다. 또, 스프린터를 시작으로 대형 밴 시장의 스펙트럼도 넓어질 것이다. 벌써 현대차는 쏠라티를 내놓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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