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멋을 아는 삼촌에게 어울리는 차, 쉐보레 말리부 1.5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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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이후 계속해서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말리부. 직접 몰아보면 인기의 이유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눈길을 끄는 잘생긴 외모. 국산차를 보면서 멋있다는 말을 해본 지 꽤 오래다. 이전 말리부는 생각이 나지도 않을 정도다. 이 의견에 반박하는 사람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그만큼 확실히 변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멋을 아는 삼촌'이 탈 것 만같은 차다.
기자와 말리부는 참으로 연이 닿지 않았다. 신차 출시 이후 여러 번의 시승의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다. 정말 궁금했지만 별도리가 없으니 아쉬움을 뒤로했다. 연이라는 것이 참 얄궂다. 그러던 중 우연히 찾아온 시승 기회. 시승할 모델은 1.5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말리부이다. 아주 살짝 과장을 보태면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과 차체의 궁합이 꿈에 나올 정도로 궁금했다.
말리부의 디자인. 동급 모델에 비해 가장 수려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날렵한 라인이 모여 멋을 만들어냈다. 쉐보레의 새 패밀리 룩이 여지없이 녹아들었다. 중형 세단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스포티함이 가미된 느낌이다. 루프라인이 낮게 떨어져 이어지는 트렁크 라인. 마치 쿠페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뒷모습은 살짝 힘을 뺀 모습이다. 강약 조절이라고 표현을 해야 할 것 같다. 잔뜩 웅크리고 있는 날렵한 전면 대비 뒷모습은 차분하다. 개인적으로 조금 심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단 실내에 들어오면 넓은 실내공간에 한번 놀란다. 제원에 따르면 말리부의 전장과 전고, 전폭, 휠베이스는 각각 4,925mm, 1,470mm, 1,855mm, 2,830mm. 휠베이스는 윗급 모델인 현대 그랜저와 단 15mm 차이. 2열 공간에 대한 배려도 나쁘지 않다. 낮게 떨어지는 루프라인 탓에 머리 공간이 부족할 것이라 짐작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키가 큰 기자가 탔음에도 불구하고 넓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자세를 바르게 해도 넉넉하다는 것이 동료 기자의 말. 다리 공간도 넉넉했다. 편하게 앉아도 주먹 서너 개가 들어갈 정도니 공간에 대한 불만은 없다고 결론을 내려도 될 듯하다.
실내의 구성도 나쁘지 않다. 버튼의 조작감도 부족함이 없었고 몸에 닿는 가죽의 질감 또한 부드러웠다. 또 8인치 디스플레이의 시인성도 좋다. 애플 카 플레이도 마련이 되어 있고 휴대폰 무선충전 기능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기자의 휴대폰은 무선충전이 되지 않는 기종이라 사용해보지는 못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계기반. 구성은 나쁘지 않았지만 계기반의 숫자가 살짝 작아 시인성이 좋지는 않았다. 거기에 오토 스탑&스타트 기능과 차선이탈방지 시스템, 전방충돌 경고시스템 등 다양한 부분에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부터는 주행에 대한 궁금증을 풀 시간이다. 시승차 보닛 아래에는 1.5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166마력(@5,400), 25.5kg.m(@2,000~4,0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첫 주행 느낌은 부드럽고 조용했다. 절대 차가 급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진득하게 속도를 붙여주고 여유 있는 움직임은 차에 탄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이런 움직임에 취하면 빨리 달려야 할 이유를 잊게 한다.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가속페달을 최대한 밟으면 강렬한 엔진음이 들리며 속도를 올린다. 예상했던 것만큼 속도가 빠르게 붙지는 않는다. 빠른 가속력을 원하는 사람은 2.0 터보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논란이 많았던 6단 자동변속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은 전혀 불만을 느낄 수 없었다. 3세대로 넘어온 이 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거의 없었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변속은 만족감이 상당히 높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매뉴얼 모드. 레버를 'L'로 놓으면 '토글스위치'를 통해 변속을 할 수 있다. 매뉴얼 모드에서 모든 변속을 운전자에게 맡기지만 스위치로 변속하는 방식은 운전 재미를 반감시키는 듯했다.
말리부를 시승하면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바로 하체. 어지간한 코너에서는 불안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빠른 속도로 램프를 돌아나가도 노면을 최대한 붙들고 있어 더 속도를 내도 될 것 같은 자신감마저 들게 한다. 노면에서 오는 충격도 상당히 잘 걸러준다. 제동력도 수준급. 급하게 페달을 조작해도 브레이크는 지치지 않는다. 처음부터 믿음직스러운 제동력을 끝까지 이어나간다.
중형 세단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말리부. 경쟁 모델에게 카운터 펀치가 제대로 들어갔다. 말리부의 등장으로 중형 세단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판매량으로 대변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쟁 모델 대비 적은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가솔린을 비롯해 디젤,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는 반면에 말리부는 가솔린 엔진 2종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장을 뒤흔들기에 충분한 상품성을 가졌다는 것. 거기에 수긍할 수 있는 가격까지. 소비자의 마음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한 차가 말리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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