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만 TGE, 벽을 깨는 리얼 멀티플레이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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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상용차 업체 중 하나인 만(MAN)이 폭스바겐과 손을 잡고 소형상용차 시장에 진출했다. 만이 새롭게 선보인 TGE는 지난해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상용차 박람회서 폭스바겐 신형 크래프터와 함께 나란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만 TGE를 눈여겨본 지 약 1여년 만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그 운전대를 잡았다.
TGE는 3.5톤급 대형밴 또는 LCV(light commercial vehicle)로 분류된다. 폭스바겐 신형 크래프터와 쌍둥이 모델이며, 국내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현대차 쏠라티(수출명 H350) 등과 같은 부류다.
앞서 구형 크래프터의 경우 스프린터와 상당 부분을 공유했다. 심지어 생산도 메르세데스-벤츠 뒤셀도르프 공장 등에서 OEM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메르세데스-벤츠와 이내 결별한다. 유럽과 러시아, 중동 등을 중심으로 3.5톤급 LCV 시장이 연 100만대 이상 규모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그룹 내 관계사이자, 세계 최초로 디젤 엔진을 상용화했던 250년 전통의 상용차 전문기업 만(MAN)과 손을 잡는다. 그렇게 신형 크래프터와 함께 만 TGE가 세상에 등장했다.
TGE의 외관은 폭스바겐 색채가 강하다. 전면부 보닛 위 선명하고 경쾌한 직선 라인을 비롯해 입체적인 헤드램프와 가로로 곧게 뻗은 상하 그릴 등은 간결하고 담백하다. 때문에 밴, 카고 등 어떤 타입에도 잘 어울린다. 실내 역시 마찬가지. 스티어링 휠의 로고만 없다면, 인테리어 구성 등은 폭스바겐 승용 제품군을 보는 듯하다. 상당 부분, 부품 공유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
TGE의 강점은 유연한 확장성이다. 차량 형태는 크게 밴과 카고 두 가지로 나뉜다. 밴은 여객 운송과 다양한 활용도를 갖춘 콤비 타입부터 창문 없이 운전석 및 화물칸을 완전히 분리한 폐쇄형 패널 타입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카고는 싱글캡과 2열 4개 좌석이 추가된 크루캡이 제공된다.
각 타입마다 휠베이스(2가지), 지붕 높이(3가지), 차량 길이(3가지) 등 목적에 맞게 제원을 조합할 수 있다. 차량총중량(GVW)도 3톤에서 5.5톤까지 가능하다. 이뿐 아니라 트레일러 커플링을 통해 3.5톤까지 무게를 늘릴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4가지 버전의 2.0L 4기통 디젤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 또는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엔진 최고출력에 따라 102마력(최대토크 30.6kg·m), 122마력(30.6kg·m), 140마력(34.7kg·m), 177마력(41.8kg·m) 모델로 구분된다. 102마력과 122마력 모델은 수동만, 140마력과 177마력은 수동 및 자동 변속기를 모두 지원한다. 더불어 엔진 사양 및 총중량에 따라 전륜, 후륜, 사륜 등 구동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차량 형태와 공간 구성, 엔진, 변속기, 구동 방식 등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여객 운송부터 유통, 건설,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할 수 있다.
시승은 싱글캡과 크루캡 카고 차량으로 진행했다. 두 차종 모두 수동이며, 140마력 엔진이 탑재됐다. 싱글캡은 사륜 구동 모델이며, 크루캡은 전륜 구동 모델이다.
사실 제원상 마력은 무의미하다. 승용차와 범주가 다르다. 주목할 것은 토크. TGE는 두터운 토크를 앞세워 기대 이상의 가속력을 보여준다. 비록 아무런 짐도 적재하지 않았지만, 낮은 엔진 회전구간에서 발휘되는 폭발적인 힘은 운전자에게 여유롭고 편안함을 제공한다. 시승 내내 느껴진 엔진의 부드러운 질감은 3.0L급과 맞먹는다.
변속기는 아이신 6단 수동이다. 오랜만에 수동변속기를 접했다. 좁고 굽이진 오르막의 초행길에서 순간 변속 시점을 놓치기도 했지만, 금세 익숙해졌다. TGE는 계기판을 통해 변속기를 조작해야할 때임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향후 자동변속기는 ZF 8단이 탑재될 예정이다. 앞서 이베코 데일리 등을 통해 접했던 ZF 8단의 성능은 말이 필요없다. 사실 데일리 시승에서 유일하게 인상적이었던 점도 ZF 변속기였다. TGE와의 조합은 더욱 기대된다.
동급 경쟁 모델과 비교하자면, 라이드 앤 핸들링 감각이 월등하다. 국내 출시된 3.5톤급 대형밴은 승차감이나 균형감에서 다소 불편함이 존재했다. 스프린터의 경우 에어 서스펜션 옵션이 필수다.
TGE는 개선된 전자제어식 서스펜션과 차체자세제어장치 등을 통해 급격한 방향 전환에도 빠르게 밸런스를 잡았다. 민첩한 움직임은 물론, 승차감도 우수하다. 여기에 EPS 조작감은 트럭이나 대형밴이 아닌 마치 승용차를 모는 듯하다.
이외 기본 장착되는 긴급 제동 장치(EBA)를 비롯해 다중 추돌 방지 브레이크, 사각지대 충돌 보조 장치, 주차 조향 보조 기능, 차선 유지 지원 기능 등 안전 사양도 수준급이다.
차량 제품력만큼이나 인상적인 것은 만의 ‘밴 투 고(VAN TO GO)’ 전략이다. 별도의 바디빌더를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특장 작업을 진행해 소비자에게 직접 출고하는 팩토리 빌트 바디 방식을 뜻한다. 모듈형 선반을 활용한 3가지 박스 타입의 패널 밴을 비롯해 6인승 냉장차 등이 마련됐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규격화된 제품은 수준 높은 품질을 보장할 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인도되는 최종 가격을 낮춘다. 더욱이 A/S 또한 만의 공식 서비스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TGE는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제품력을 갖췄다. 여러 조합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하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 몇 가지 선행 요건을 갖춰야 하겠다.
먼저, 국내 소형상용차 시장은 제한적이다. 카고 타입은 현대 포터나 기아 봉고와 같은 저렴한 국산차와 싸워야 한다. 밴 또한 현대 스타렉스 등이 존재한다. 이들과 경쟁을 피하자면, 고급 의전용이나 법인차, 캠핑카 등에 국한된다. 유럽과 달리 국내 대형밴 시장은 아직 1000대 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제품 포트폴리오 구성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낮은 인지도도 극복해야 한다. 유럽 내 TGE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에게 대형밴은 여전히 스프린터와 쏠라티가 전부다. 브랜드 및 제품 이미지 제고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거나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가격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
여기에 본사의 강력한 지원도 요구된다. 만트럭버스코리아의 경우 최근 수년간 국내 대형상용차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늘어난 볼륨만큼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실력있는 바디빌더를 확보하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투자와 시간이 절실하다.
국내 소형상용차 시장의 벽은 높지만, TGE라면 이를 충분히 넘을 수 있겠다. 스프린터와 쏠라티 담당자들은 지금부터 긴장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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