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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 (그란루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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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의 행보가 거침없다. 기블리는 옹성 같았던 마세라티의 진입장벽을 무너뜨리며 더 많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르반떼를 통해 고급 SUV 시장에도 진출했다. 마세라티로는 파격적인 전략을 이어가는 중이지만 소비자들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잠시 포르쉐의 이야기를 해보자. 포르쉐가 SUV를 만든다고 했을 때 전 세계가 놀랐다. 스포츠카만 만들던 브랜드가 왜 SUV를 만드냐며 논란도 많았다. 반면 마세라티는 그렇지 않았다. 마세라티는 자사의 역사 속에서 세단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마세라티가 SUV를 만드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마세라티의 최고급 대형 세단이 콰트로포르테다.

콰트로포르테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있었기에 마세라티는 단순히 비싼 스포츠카 브랜드에 머물지 않고 럭셔리 브랜드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콰트로포르테 덕분에 다양한 방향으로 라인업 확장을 해도 소비자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콰트로포르테는 1963년부터 마세라티 역사와 함께 해오고 있다. 때문에 어쩌면 기블리나 르반떼보다 더 순수하게 마세라티다울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예상은 정확하게 맞았다.

시동을 걸면 바로 스포티한 배기음부터 들려온다. 테스트 모델은 V6 3.0 트윈터보 엔진을 갖춘 S Q4. 여기에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가변 배기 플립이 열리면서 서있는 상태에서도 강력한 배기음을 뿜어낸다.

간단히 소음부터 측정해 보자. 아이들 상태의 소음은 약 47.5dBA 수준. 스포츠 모드로 진입하면 52dBA까지 높아진다. 물론 소음이 아니고 사운드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운드는 마세라티가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자. 도심에서만큼은 스포츠 모드를 꺼두시길. 내게는 사운드지만 남들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운드를 한적한 도로에서 마음껏 누리길 추천한다.

멋진 사운드를 느끼고자 가속페달을 밟다 보면 그에 비례해 속도계 바늘도 거침없이 상승한다. 가속감이 독특하다. 대형 세단 답지 않게 가볍게 튀어나간다. 정지 상태에서 움직임을 시작할 때 느껴지는 대형 세단만의 무게감도 거의 없다. 순수 감각만 따지면 경량 스포츠카에 가까울 정도다.

콰트로포르테 S Q4의 무게를 실제로 측정해본 결과 2,130kg으로 나타났다.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와 유사한 수준이다. 초고장력 강판을 좋아하는 제네시스 EQ900 3.3 T-GDi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가볍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4.97초 만에 도달했다. 제조사 발표 수치인 4.9초와 사실상 동일한 기록이다. 쉐보레 카마로 SS가 4.86초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2톤짜리 대포알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인 성능이다. 물론 이 성능이 부족한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세라티는 530마력의 콰트로포르테 GTS까지 준비해 뒀다.

콰트로포르테 S Q4에 탑재되는 엔진은 V6 3.0 트윈터보 사양으로 410마력과 56.1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르반떼 S Q4(430마력, 59.1kg.m)보다 수치적으로 낮긴 하지만 체감적으로는 비교 불가 수준이다. 물론 100kg 이상 가벼운 무게도 한몫할 것이다.

엔진의 리스펀스(반응성)도 좋다. 터보랙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최소화시켰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출력과 토크를 쏟아내기 때문에 언제든 충분한 펀치력을 즐길 수 있다. 엔진 회전수를 높였을 때의 감각도 좋다. 특히 5,000rpm을 넘어서도 마력감이 꾸준히 살아있다. 200km/h 정도는 너무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성능이다.

변속기 특성도 재미있다. 우선 구성적으로는 ZF의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한다. 토크 대응력 70kg.m 이상의 8HP70 사양을 사용하는 만큼 콰트로포르테의 엔진 토크를 여유롭게 받아낸다. 하지만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연상시키게 하는 감각을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변속을 진행할 때마다 뒤에서 강하게 미는 느낌도 받는다. 물론 듀얼 클러치 변속기만큼 공격적인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만족할 성능을 보였다.

물론 언제나 튀어나가려 하지는 않는다. I.C.E.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최대한 부드러운 변속감을 만들어 낸다. 일반 모드에서도 변속 충격 없는 고급스러운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서만 돌변한다. 각각의 모드에 대한 프로그래밍도 잘 돼있다. 에코 모드에 해당하는 I.C.E. 모드는 타사의 에코 모드와 달리 운전을 해도 답답함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반대로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별도로 패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원하는 기어 단수를 잘 맞춰준다.

핸들링 감각만큼은 동급에서 비교될 모델이 없을 정도다. 독보적이다. 고카트를 외치는 미니 쿠퍼의 감각 혹은 그 이상이라고나 할까?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라 차체가 매우 기민하게 반응하고 그만큼 직관적인 피드백을 전달해 준다. 포르쉐 파나메라가 잘 조련된 명마라면 콰트로포르테는 야생마를 연상시킬 정도로 날 것 그대로의 조작감과 피드백을 펼쳐낸다.

다만 이러한 감각에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분명 다른 차에서 느껴볼 수 없는 핸들링이지만 이러한 감각을 피곤해할 소비자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격대나 차량 세그먼트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나이대가 높아지고, 이 소비자들 상당수는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짙다. 이와 같은 소비자들은 콰트로포르테에 접근하기에 앞서 한 번쯤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차와 나의 성격이 잘 맞을지.

잠시 외관을 둘러보자. 현재 6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차량의 성격에 따라 그란루소(GranLusso)와 그란스포트(GranSport)로 나뉜다. 영어로 바꾸면 럭셔리와 스포츠 트림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은 그란루소 버전이다. 크롬으로 마무리한 범퍼와 20인치 휠 등이 적용돼 있다.

고급스럽게 꾸민 외관이라고 하지만 이미 그 자체로도 상당히 스포티한 디자인이다. 특히 전면부를 바라볼 때면 세단이라기보다 스포츠카에 가깝다는 인상마저 받는다. 그만큼 낮고 넓다. 여기에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떡 하니 벌어진 그릴 디자인도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그릴 내부에 전자식 에어셔터도 추가됐다. 이를 통해 공기저항을 10% 가까이 줄였다.

측면부도 바닥에 납작 엎드린 스포츠카를 연상시키게 한다. 물론 전체 길이가 5,265mm에 이르지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에서 풍기는 웅장함과는 거리감이 있다. 분명 날렵한 모습이다.

전면부와 측면부가 스포티한 느낌이라면 후면부는 대놓고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그란투리스모를 연상시키는 리어램프, 근육질의 오버펜더, 대형 머플러에 디퓨저까지 갖춰지니까.

콰트로포르테는 외적인 이미지나 실제 달리는 감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실내로 들어서면 스포티함과 고급스러움을 절묘하게 버무렸다. 푸른 배경의 계기판, 두툼하지만 날렵하게 디자인된 스티어링 휠, 대형 패들 시프트 등은 스포티한 감각을 만드는 요소다. 계기판 중앙 모니터를 통해 변속기 오일 온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스포츠 세단답다. 반면 원목과 실제 금속을 가공한 각종 트림 장식, 고급 가죽 등에서 럭셔리한 매력도 풍긴다.

여기에는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실내 인테리어를 추가 비용 없이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직물(Fabric)소재가 시트와 도어 패널 등에 적용되는데, 마세라티는 이를 제냐 실크(Zegna Silk)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실크의 감각은 아니지만 보다 젊은 감각을 연출하고 싶다면 만족감 높은 아이템이 될 것이다.

뒷좌석 공간도 넓다. 휠베이스가 3,170mm에 이르는 만큼 체감적으로도 넉넉하다. 중간에 꽤 높은 센터터널이 있지만 이를 무시해도 좋을 만큼 시각적으로 탁 트여 보인다. 다만 테스트 모델이었던 S Q4 모델에는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편의장비 부분에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뒷좌석 시트백 각도 조절이나 1열 조수석 시트 조절 기능도 없다. 엔터테인먼트 기능 제공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눈에 띈다.

반면 트렁크 공간은 충분하다. 넓고 깊으며 돌출 부위도 적다.

콰트로포르테의 첫인상은 차갑고 이기적으로 비쳤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인심 좋고 포근한 성격의 사람 같았다.

가볍게 콰트로포르테를 살펴봤으니 다시금 콰트로포르테 S Q4와 함께 달려보자. 4륜 구동 시스템인 Q4는 후륜 쪽에 중심을 두고 주행 상황에 따라 전륜으로 구동력을 전달한다. 출발은 전후 50:50으로 시작한다. 이후 주행 상황에 따라 40:60에서 30:70 수준을 오간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20:80 또는 후륜에 보다 많은 구동력을 보낸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구동력을 모두를 후륜에 보내 손실을 줄여준다. 이와 같은 과정은 계기판 모니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Q4는 후륜구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또한 4륜 시스템은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서스펜션과 함께 주행성능을 높여주고 있었다. 분명 가볍지 않은 차체 무게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냈다. 당연히 휘청거리는 움직임도 최소화된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콰트로포르테는 중량급의 스포츠카로 변신한다.

테스트 도중 우리 팀은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긴 대화를 나눴다. 과연 소비자들이 이런 승차감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했다. 특히 넓은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쉬어야 하는데 승차감이 아쉽다면? 답은 확실했다. 그렇게 따지면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도, 페라리 FF도 뒷좌석을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포기하고 푹신하기만 한 서스펜션을 장착해야 한다. 타협보다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것이 브랜드 성격이고, 또 마세라티이기 때문에 특징으로 봐야 한다는 것.

코너링 퍼포먼스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예리한 핸들링 감각과 차체 거동, 흔들림 없이 자세를 유지시켜주는 서스펜션. 여기에 끈끈하게 그립을 유지하는 타이어까지 갖췄다. 타이어는 피렐리의 P-Zero. 전륜 245mm, 후륜 285mm 사이즈이며, 20인치 휠에 장착됐다. 2톤이 넘는 무게와 출력을 생각하면 타이어의 성능은 충분했다. 하지만 한계 시점 이후 단번에 접지력이 상실되는 느낌이 컸다. 점진적으로 접지력이 하락해야 운전자 입장에서 다루기 쉽다.

제동력은 훌륭했다. 역시 마세라티 모델다운 성능이었다. 계측기를 통해 측정된 최단거리는 35.8m. 제동 테스트를 수차례 반복해도 36m 대를 유지했다. 참고로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든 마세라티 모델들이 35~36m 대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브레이크 성능 하나는 정말 뛰어나다. 단순 최대 제동력뿐 아니라 초기 응답성도 좋고 밟는 만큼 후반부 영역까지 일정하고 꾸준하게 제동력이 이어진다.

달리기 성능과 다르게 각종 편의 및 안전사양도 보강됐다. 정차 및 재출발을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 경고,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도 갖춰진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은 선생 차와 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졌을 때 ‘브레이크!’라고 한글로 된 경고 메시지를 띄우고 경고음을 발생시킨다. 물론 폰트가 어색하긴 하다. 그밖에 어라운드 뷰 모니터의 카메라 화질이 조금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 포르쉐 소비자의 일부도 카메라를 교체하는데 각 제조사들이 조금 더 좋은 화질의 카메라를 기본으로 채용해주면 좋겠다. 아울러 내비게이션도 보완이 필요하다. 스포츠 서스펜션을 ‘스포츠 현탄액’이라 표기하는데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들다. 구글 번역기도 이런 번역은 하지 않을 텐데.

연비 테스트 결과 시속 100~110km 구간과 80km/h 정속 주행구간 모두 약 10km/L 대 연비를 기록했다. 감안해야 할 부분이다. 다행인 부분은 이 이상의 속도에서 주행을 해도 연비는 10km/L 대를 보인다는 것. 평속 15km 연비 테스트 결과 6km/L를 보이면서 3리터대 가솔린 엔진이 보여주는 수치를 나타냈다. 80리터의 연료탱크를 갖추고 있지만 아무래도 달리다 보면 연료 게이지가 빠르게 내려간다. 이 급의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연비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 자주 주유소에 드나드는 것을 더 싫어한다고 한다. 옵션으로 100리터 연료탱크를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콰트로포르테는 분명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와 다른 성격을 갖는다.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의 운전자에게 정장이 어울린다면 콰트로포르테는 가죽 자켓과도 잘 맞는다. 골프장을 가기 위해 길을 나서며 자연스레 스포티한 드라이빙을 즐길 수도 있다.

마세라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것이 대형 세단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탄다. 하지만 사회에서 성공했지만 놀 줄도 아는 사람은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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