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마세라티 르반떼 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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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차에게 필요한 것이 뭘까? 넉넉한 공간, 최고급 소재, 다양한 편의장비...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엔진이 보여주는 상징성이란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무리 세상이 다운사이징을 외쳐도 최고급 시장에서는 미동이 크지 않다. 물론 SUV 시장에서도 이런 흐름은 유지된다.
대중 SUV 시장에서는 2.0~3.0리터 엔진들이 터보차저를 바탕으로 다운사이징을 추구한다. 하지만 최고급 SUV 시장에서는 8기통 이상의 엔진이 기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린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 롤스로이스 컬러넌 등도 다기통 엔진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
마세라티는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된다. 입문 성격이 강한 기블리 때문에 이미지가 내려갔다는 평이 있긴 하나 그래도 럭셔리 시장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서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런 마세라티가 내놓은 고급 SUV 르반떼에는 V6 엔진만이 얹혔다. 디젤과 가솔린 모두 V6 3.0리터를 중심으로만 운영되었다는 얘기다.
럭셔리 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에도 V8 엔진이 장착되는 경우가 많다. 꽤나 큰 덩치로 눈길을 끄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V8 엔진이 기본이다. 최고급 세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중심 모델에도 V8 엔진이 얹힌다.
럭셔리 브랜드 누구에게나 다 있다. 하지만 마세라티 르반떼에만 없었다. 8기통 엔진...
하지만 데뷔 2년 차에 접어든 르반떼에도 8기통 엔진이란 선물이 주어졌다. 이를 통해 럭셔리 시장에서의 이미지를 한 번 더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 모델은 '르반떼 GTS'라 불린다.
8기통 엔진이 탑재된 르반떼. 하지만 판매량을 견인할 모델은 아니다. GTS의 역할을 전체적인 르반떼의 이미지를 견인해 나가는 데 있다.
GTS라는 모델명은 이미 대형 세단 콰트로포르테에서 먼저 썼는데, 페라리가 만든 530마력 엔진이 얹혔다. 그리고 르반떼 GTS에는 한층 더 강화된 엔진이 올라간다. 출력도 550마력으로 높아졌다.
고출력 엔진의 장착. 하지만 GTS만을 위해 몇몇 구성을 바꿨다. 변화가 큰 것은 아니지만 소소함을 통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긴 했다.
우선 전면 디자인부터 보자. 마세라티의 상징이 되는 커다란 그릴은 여전히 고급스럽고 시원스러운 느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릴을 가로지르는 세로줄 무늬를 2개로 나눴다.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도 큰 사이즈로 바꿨는데, 이는 고출력 엔진 적용에 따른 냉각계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일부 곳들에 블랙 피아노 색상의 패널을 넣어 조금 더 고급화된 느낌을 주려 했다. 뭔가 그럴싸한 말이지만 '고광택 블랙 패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측면에서 변화는 없다. 하지만 21인치 휠이 고출력 SUV의 존재감을 키워낸다. GTS에는 20인치가 기본이며 21, 22인치 휠이 옵션으로 제공되는데, 테스트카는 기본으로 21인치 휠이 장착돼 있었다. 휠이 커지면 멋스러움이 증가한다. 하지만 큰 사이지의 휠은 무게를 늘리고, 다시금 이것이 성능과 연비를 떨어뜨리는 등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때문에 성능에서는 20인치, 멋에서는 22인치가 유리하며 그 중간에 있는 것이 21인치 정도라 보면 된다.
뒷모습은 다른 르반떼와 같으니 실내를 보자. 기본적인 디자인 포맷은 먼저 판매된 르반떼와 같다. 하지만 소재의 변화를 통해 GTS만의 고급화를 꾀했다. 우선 시트와 도어 패널을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가죽으로 감쌌는데, 부드러운 촉감이 좋다. 일반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죽 시트라는 점에만 관심을 갖지만 최고급 자동차로 가면 어떤 질감을 전하는 어떠한 가죽이 쓰였는지에 큰 의미가 담긴다. 그리고 그 고급 소재는 다시 한 번 자동차의 가치를 높여준다.
사실 그 외에 기능적인 부분은 먼저 시승한 르반떼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기반에 조금의 특징이 있는데, V8 로고를 넣었다는 점. 시동을 걸 때 GTS 로고를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 사실 먼저 나온 르반떼도 고급차에 맞춰 탄소섬유나 실제 알루미늄 패널을 여기저기에 붙였던 터라 GTS에서 뭔가 특별한 감흥을 얻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고급 소재를 남발(?)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럭셔리 자동차 그룹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이 하나 달라졌다. 사실 GTS 전용 장비는 아니지만 새로운 변속 레버를 갖게 된 것이다. 기존 마세라티의 변속 레버는 전통적인 P-R-N-D 형식의 기준을 따른다. 하지만 N과 D 사이다 다소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얼마간 운전해 손에 익숙해지면 문제없지만 그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사용자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변속 레버를 불편하다 여길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P 버튼을 별도 배치시켰으며, 앞쪽 버튼을 통해 각 기어 단수를 한 번에 뛰어넘는다. 앞쪽 버튼을 누르지 않고 움직이면 '중립'이 선택되지만 버튼을 누르면 '중립'을 건너뛰고 전진, 후진 사이에서만 기어가 선택된다는 얘기다.
시트는 적당히 단단한 느낌이다. 적당히 몸을 잘 잡는다. 본격적인 스포티함을 내세우기 보다 적정 수준의 긴장감을 키우면서 장거리 투어의 편안함을 감안한 시트다. 사실 앞 좌석에서 불편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다만 뒷좌석 공간이 조금 좁다. 물론 이것이 일반적인 SUV 들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차체 사이즈, 동급 모델과 비교했을 때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짙다.
여기서 한 가지, 르반떼 GTS에는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는데, 다양한 환경에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때로는 빠른 템포의 비트 있는 음악, 섬세함을 중시하는 클래식이나 재즈 풍을 즐길 때도 아쉬움이 없다. 전체적인 균형감이 좋은 편인데 그래도 굳이 비중을 나누자면 고음 쪽에 미세하게 치우친 셋업으로 볼 수 있다.
잠시나마 GTS의 내외부를 살펴봤으니 이제부터 성능을 확인해 보자.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특히나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만들었다는 V8 트윈 터보 엔진이 기대감을 키운다. 물론 이 엔진이 페라라에서 쓰는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엔진 내부의 윤활방식이나 크랭크샤프트 등 일부 구성이 다르다. 왜 바꿨을까? 마세라티에 대한 차별일까? 사실 스포츠카의 엔진을 그대로 SUV에 가져다 쓰기는 어렵다. 차량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힘을 내는 방식과 그 힘을 사용하는 목적에서도 조금의 차이가 난다. 결국 같은 엔진이긴 하지만 브랜드 및 상품 특성에 맞춰 튜닝된 엔진이 쓰였다고 보면 된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이 뿜어지는데, 생각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고성능이지만 뭔가 이런 부분을 살짝 감췄다는 느낌도 짙다. 가속페달을 밟고 차를 밀어내니 이내 배기음이 울리는데 그래도 타인의 시선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즉각적으로 굵은 배기 사운드를 내뱉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르반떼 GTS의 매력이 한껏 살아난다.
차가워진 공기를 가르며 고출력 SUV가 달려 나간다.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가 야속하지만 그래도 550마력이란 출력을 막아낼 재주는 없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다시금 밟아도 그저 강렬한 가속감과 배기 사운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느낌이다. 뭔가 소리로 전해지는, 몸으로 전해지는 감각적인 부분에서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강렬한 가속감, 이것이 GTS의 본질을 이끈다. 마세라티의 공식 발표로 보면 GTS의 0-100km/h 가속시간은 4.2초에 불과하다. 체감으로 봐도 4초대는 충분했다. 그렇다면 계측 결과는 어땠을까?
참고로 우리 팀이 테스트한 르반떼 GTS의 마일리지는 500km 이상을 넘지 못했다. 아직 엔진이 제 컨디션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GTS는 4.5초 내외로 시속 100km에 돌파하는 힘을 과시했다. 대략 1~2천 km 이상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면 0.1~0.2초 정도는 더 당길지도 모른다. 또 하나, 현재 시승차에 끼워진 휠은 21인치인데, 보통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무게가 적게 나가는 최적의 조건에서 발진 가속성능을 측정한다. 즉, 20인치 휠이 끼워진다면 다시금 0.1~0.2초 내외의 가속력 향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조건이 최적의 조건을 이룬다면 4.2초는 아니도 최소 4.3초 내외까지의 단축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0.1~0.2초의 차이는 그리 중요치 않다. 메르세데스-AMG의 A45 4MATIC 같은 소형 해치백(381마력)의 가속성능도 4.5초 내외인데, 르반떼 GTS는 무려 2.3톤의 무게를 갖고도 같은 수준의 가속을 낸다. 육중한 무게를 마력과 토크로 여유롭게 견인한다는 얘기다. 어떤 기어 단수에 있건 가속페달만 밟으면 속도를 올리는데, 일정 수준 두려운 마음까지 키워낸다.
르반떼에는 Q4 시스템이 장착되는데, 이는 마세라티의 4륜 구동 시스템이다. 타사의 4륜 구동 시스템은 정해진 비율로 구동되다 특정 바퀴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구동력이 살아있는 바퀴로 힘을 배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마세라티의 Q4 시스템은 처음 발진 때는 50:50으로 구동되지만 속도 상승에 따라 점차 뒷바퀴로만 구동력을 몰아간다. 덕분에 다른 SUV들 대비 직설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차체를 제어할 때, 고속에 올라 속도를 높일 때도 마치 후륜구동 고출력 자동차를 운전하는 느낌을 전한다. 이와 같은 구동 특성, 특히나 초고속 영역에서 후륜에 구동력을 집중 배치하다 보니 심리적인 불안감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실제 차체가 불안한 것은 아니다.
코너에 들어선다. 2.3톤의 육중한 차체지만 의외로 후륜이 잘 따라오는 느낌이다. 경쾌함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코너링 때의 한계 특성은 언더스티어. 하지만 앞쪽 타이어 그립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강력한 엔진 힘이 뒷바퀴에 힘을 걸며 차체를 옆으로 미끄러지게 만든다. 물론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이뤄지며 차체를 바로잡지만 힘의 위대함, 또한 그 힘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 번 더 일깨워 준다.
서스펜션도 타이어를 노면에 밀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탠다. 기본적으로 서스펜션은 단단한 성향이다. 경쟁 차로 분류되는 메르세데스-AMG의 GLE63 S와 비교한다면 분명히 단단한 편, 하지만 포르쉐 카이엔과 비교한다면 GLE63 S와 중간 정도의 위치에 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굳이 편을 나누자면 카이엔 쪽에 가깝다. 참고로 이 서스펜션은 최대 75mm까지 지상고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덕분에 일반 주행은 물론 오프로드 대응 능력까지 높아졌다.
서스펜션은 노멀 모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일반 도로 조건에서 그렇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성향을 갖는 서스펜션을 한층 더 단단한 성향으로 바꿔주면 안정감의 증가보다 차체가 튀는 현상이 나타날 때가 많다. 가끔은 단단한 것이 주행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카마니아들도 있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단단함을 통한 이점을 볼 수 있는 곳은 노면이 깨끗한 서킷과 같은 곳뿐이다. 르반떼의 엔지니어들도 GTS를 다듬을 때 일상 주행과 스포티한 주행을 나눴을 것이다. 일반적인 르반떼 소비자가 서스펜션 댐핑 컨트롤 기능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승차감 측면으로 보면 GLE63 S가 월등하다. 하지만 이 차는 빠른 가속력을 가졌음에도 부드러운 성향의 SUV를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순수 고성능 SUV라는 점으로 본다면 일정 부분 한계가 나온다. 특히나 코너링 같은 부분에서 실망감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프론트 타이어 사이즈도 285mm나 되는 것을 쓰고 있다.
반면 르반떼 GTS는 순수 고성능 SUV를 지향한다. 승차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성능 향상에 조금 더 비중을 뒀다. 참고로 GTS에는 피렐리 P ZERO 타이어가 장착된다. 이 타이어는 마세라티에서 즐겨 쓰는 것으로 마른 노면 성능이 대단히 좋다. 다만 온도가 내려갔을 때 성능 저하가 커지는 만큼 겨울철 운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우리 팀은 12월 중순 이후부터 윈터 타이어 사용을 추천한다.
이번에는 르반떼 GTS의 제동 성능을 보자. 사실 최초 시험 당시엔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아 제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기록된 제동거리는 시속 100km 기준 37m 중반이었다. 다른 자동차였다면 이미 좋은 수준이다. 하지만 마세라티 모델에서 이런 결과를 낸 모델은 없었다. 결국 브레이크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길들이기 작업을 진행했고, 다음날부터 제 성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상 컨디션에서 나온 제동거리는 35m 내외였다. 또한 지속적으로 이 수치를 유지해 나간다는 점이 좋다. 제동거리에 편차가 크면 운전자는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항상 유사한 거리에 정지해 준다면 운전자는 차를 제어함에 있어 믿음이 생긴다. 적어도 마세라티의 제동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그런 신뢰감을 준다. 참고로 테스트 당일 온도가 낮았다. 아마도 조금 따뜻한 날씨를 맞는다면 이보다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고성능 SUV. 그리고 가솔린 엔진. 그렇다면 연비는 어떨까? 결과적으로 그냥 그랬다. 하지만 이는 우리 팀의 시선으로 볼 경우다. 실제 500마력대 엔진을 갖춘 SUV에서 좋은 연비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참고로 르반떼 GTS는 고속도로에서 100km/h 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 10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사실 제네시스 G80 3.3 4륜 구동 모델이 대략 11km/L 수준의 연비를 보여주는데, 그것과 비교한다면 르반떼 GTS의 것이 월등히 좋은 것이다
참고로 르반떼 얘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무게다. 실측 결과 르반떼 GTS는 기존 르반떼 S 대비 몸무게가 다소 늘었는데, 약 2330kg 수준의 무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나 중량급이다. 물론 차체 무겁기로 소문난 랜드로버 모델들과 견준다면 평균적인 수준이라 볼 수 있겠지만 경량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무게 배분율이다. 앞뒤 무게 배분은 대략 51:49 내외로 이상적인 수치를 보여준다. 이는 주행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무겁다. 자동차에 있어 무게란 긍정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향후 경량화를 통해 차체 무게를 100~200Kg 가량 덜어낼 수 있다면 르반떼는 한층 막강한 최고급 SUV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리를 해보자. 마세라티가 만든 르반떼 GTS는 어떤 차인가?
마세라티는 기존 르반떼 라인업에 V8 엔진을 추가하며 고급 SUV로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사실 GTS가 끝이 아니다. 트로페오라는 또 하나의 고성능 모델도 출격 대기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르반떼 S Q4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고성능 SUV들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성능이긴 하다. 이를 감안해 적정 수준(?)에서 타협한다면 2억 원 미만의 가격을 가진 GTS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내년에 출시되는 트로페오를 기다려 보는 것도 좋겠다.
르반떼 GTS는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막강한 출력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른 SUV와 다른 직관적인 주행 감각도 때로는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출력을 제어하고 익숙해진다면 매 운전마다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는 넉넉한 힘을 가진 SUV로, 달리기 성능을 뽑아낼 때는 마치 고성능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느낌을 전하는 차는 흔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마세라티 라인업에 고성능 모델이 늘어간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블리가 마세라티의 볼륨 확장에 도움은 됐지만, 이를 통한 대중성이 고급차의 이미지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점에 최고 성능을 가진 고성능 라인업의 확대는 다시금 마세라티라는 브랜드가 보여왔던 이미지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최상급 라인의 소비자들은 다시금 마세라티 이미지 향상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대중 SUV 시장에서는 2.0~3.0리터 엔진들이 터보차저를 바탕으로 다운사이징을 추구한다. 하지만 최고급 SUV 시장에서는 8기통 이상의 엔진이 기본이 되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린 람보르기니 우루스, 벤틀리 벤테이가, 롤스로이스 컬러넌 등도 다기통 엔진을 기본으로 갖고 있다.
마세라티는 롤스로이스, 벤틀리와 함께 럭셔리 브랜드로 분류된다. 입문 성격이 강한 기블리 때문에 이미지가 내려갔다는 평이 있긴 하나 그래도 럭셔리 시장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서있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런 마세라티가 내놓은 고급 SUV 르반떼에는 V6 엔진만이 얹혔다. 디젤과 가솔린 모두 V6 3.0리터를 중심으로만 운영되었다는 얘기다.
럭셔리 시장까지 가지 않아도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에도 V8 엔진이 장착되는 경우가 많다. 꽤나 큰 덩치로 눈길을 끄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도 V8 엔진이 기본이다. 최고급 세단의 대명사인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중심 모델에도 V8 엔진이 얹힌다.
럭셔리 브랜드 누구에게나 다 있다. 하지만 마세라티 르반떼에만 없었다. 8기통 엔진...
하지만 데뷔 2년 차에 접어든 르반떼에도 8기통 엔진이란 선물이 주어졌다. 이를 통해 럭셔리 시장에서의 이미지를 한 번 더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 모델은 '르반떼 GTS'라 불린다.
8기통 엔진이 탑재된 르반떼. 하지만 판매량을 견인할 모델은 아니다. GTS의 역할을 전체적인 르반떼의 이미지를 견인해 나가는 데 있다.
GTS라는 모델명은 이미 대형 세단 콰트로포르테에서 먼저 썼는데, 페라리가 만든 530마력 엔진이 얹혔다. 그리고 르반떼 GTS에는 한층 더 강화된 엔진이 올라간다. 출력도 550마력으로 높아졌다.
고출력 엔진의 장착. 하지만 GTS만을 위해 몇몇 구성을 바꿨다. 변화가 큰 것은 아니지만 소소함을 통해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긴 했다.
우선 전면 디자인부터 보자. 마세라티의 상징이 되는 커다란 그릴은 여전히 고급스럽고 시원스러운 느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릴을 가로지르는 세로줄 무늬를 2개로 나눴다. 범퍼 하단의 공기 흡입구도 큰 사이즈로 바꿨는데, 이는 고출력 엔진 적용에 따른 냉각계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또한 일부 곳들에 블랙 피아노 색상의 패널을 넣어 조금 더 고급화된 느낌을 주려 했다. 뭔가 그럴싸한 말이지만 '고광택 블랙 패널'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측면에서 변화는 없다. 하지만 21인치 휠이 고출력 SUV의 존재감을 키워낸다. GTS에는 20인치가 기본이며 21, 22인치 휠이 옵션으로 제공되는데, 테스트카는 기본으로 21인치 휠이 장착돼 있었다. 휠이 커지면 멋스러움이 증가한다. 하지만 큰 사이지의 휠은 무게를 늘리고, 다시금 이것이 성능과 연비를 떨어뜨리는 등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때문에 성능에서는 20인치, 멋에서는 22인치가 유리하며 그 중간에 있는 것이 21인치 정도라 보면 된다.
뒷모습은 다른 르반떼와 같으니 실내를 보자. 기본적인 디자인 포맷은 먼저 판매된 르반떼와 같다. 하지만 소재의 변화를 통해 GTS만의 고급화를 꾀했다. 우선 시트와 도어 패널을 피에노 피오레(Pieno Fiore) 가죽으로 감쌌는데, 부드러운 촉감이 좋다. 일반 소비자들은 단순히 가죽 시트라는 점에만 관심을 갖지만 최고급 자동차로 가면 어떤 질감을 전하는 어떠한 가죽이 쓰였는지에 큰 의미가 담긴다. 그리고 그 고급 소재는 다시 한 번 자동차의 가치를 높여준다.
사실 그 외에 기능적인 부분은 먼저 시승한 르반떼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계기반에 조금의 특징이 있는데, V8 로고를 넣었다는 점. 시동을 걸 때 GTS 로고를 보여준다는 점이 다르다. 사실 먼저 나온 르반떼도 고급차에 맞춰 탄소섬유나 실제 알루미늄 패널을 여기저기에 붙였던 터라 GTS에서 뭔가 특별한 감흥을 얻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고급 소재를 남발(?) 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럭셔리 자동차 그룹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이 하나 달라졌다. 사실 GTS 전용 장비는 아니지만 새로운 변속 레버를 갖게 된 것이다. 기존 마세라티의 변속 레버는 전통적인 P-R-N-D 형식의 기준을 따른다. 하지만 N과 D 사이다 다소 불분명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얼마간 운전해 손에 익숙해지면 문제없지만 그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결론적으로 사용자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변속 레버를 불편하다 여길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P 버튼을 별도 배치시켰으며, 앞쪽 버튼을 통해 각 기어 단수를 한 번에 뛰어넘는다. 앞쪽 버튼을 누르지 않고 움직이면 '중립'이 선택되지만 버튼을 누르면 '중립'을 건너뛰고 전진, 후진 사이에서만 기어가 선택된다는 얘기다.
시트는 적당히 단단한 느낌이다. 적당히 몸을 잘 잡는다. 본격적인 스포티함을 내세우기 보다 적정 수준의 긴장감을 키우면서 장거리 투어의 편안함을 감안한 시트다. 사실 앞 좌석에서 불편을 느끼게 하는 부분은 많지 않다. 다만 뒷좌석 공간이 조금 좁다. 물론 이것이 일반적인 SUV 들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차체 사이즈, 동급 모델과 비교했을 때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짙다.
여기서 한 가지, 르반떼 GTS에는 바워스앤윌킨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되는데, 다양한 환경에서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때로는 빠른 템포의 비트 있는 음악, 섬세함을 중시하는 클래식이나 재즈 풍을 즐길 때도 아쉬움이 없다. 전체적인 균형감이 좋은 편인데 그래도 굳이 비중을 나누자면 고음 쪽에 미세하게 치우친 셋업으로 볼 수 있다.
잠시나마 GTS의 내외부를 살펴봤으니 이제부터 성능을 확인해 보자.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특히나 페라리의 마라넬로 공장에서 만들었다는 V8 트윈 터보 엔진이 기대감을 키운다. 물론 이 엔진이 페라라에서 쓰는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다. 엔진 내부의 윤활방식이나 크랭크샤프트 등 일부 구성이 다르다. 왜 바꿨을까? 마세라티에 대한 차별일까? 사실 스포츠카의 엔진을 그대로 SUV에 가져다 쓰기는 어렵다. 차량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힘을 내는 방식과 그 힘을 사용하는 목적에서도 조금의 차이가 난다. 결국 같은 엔진이긴 하지만 브랜드 및 상품 특성에 맞춰 튜닝된 엔진이 쓰였다고 보면 된다.
시동 버튼을 누른다.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음이 뿜어지는데, 생각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고성능이지만 뭔가 이런 부분을 살짝 감췄다는 느낌도 짙다. 가속페달을 밟고 차를 밀어내니 이내 배기음이 울리는데 그래도 타인의 시선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스포트 버튼을 누르면 즉각적으로 굵은 배기 사운드를 내뱉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르반떼 GTS의 매력이 한껏 살아난다.
차가워진 공기를 가르며 고출력 SUV가 달려 나간다.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가 야속하지만 그래도 550마력이란 출력을 막아낼 재주는 없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다시금 밟아도 그저 강렬한 가속감과 배기 사운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느낌이다. 뭔가 소리로 전해지는, 몸으로 전해지는 감각적인 부분에서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 강렬한 가속감, 이것이 GTS의 본질을 이끈다. 마세라티의 공식 발표로 보면 GTS의 0-100km/h 가속시간은 4.2초에 불과하다. 체감으로 봐도 4초대는 충분했다. 그렇다면 계측 결과는 어땠을까?
참고로 우리 팀이 테스트한 르반떼 GTS의 마일리지는 500km 이상을 넘지 못했다. 아직 엔진이 제 컨디션을 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GTS는 4.5초 내외로 시속 100km에 돌파하는 힘을 과시했다. 대략 1~2천 km 이상 주행거리가 늘어난다면 0.1~0.2초 정도는 더 당길지도 모른다. 또 하나, 현재 시승차에 끼워진 휠은 21인치인데, 보통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무게가 적게 나가는 최적의 조건에서 발진 가속성능을 측정한다. 즉, 20인치 휠이 끼워진다면 다시금 0.1~0.2초 내외의 가속력 향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조건이 최적의 조건을 이룬다면 4.2초는 아니도 최소 4.3초 내외까지의 단축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0.1~0.2초의 차이는 그리 중요치 않다. 메르세데스-AMG의 A45 4MATIC 같은 소형 해치백(381마력)의 가속성능도 4.5초 내외인데, 르반떼 GTS는 무려 2.3톤의 무게를 갖고도 같은 수준의 가속을 낸다. 육중한 무게를 마력과 토크로 여유롭게 견인한다는 얘기다. 어떤 기어 단수에 있건 가속페달만 밟으면 속도를 올리는데, 일정 수준 두려운 마음까지 키워낸다.
르반떼에는 Q4 시스템이 장착되는데, 이는 마세라티의 4륜 구동 시스템이다. 타사의 4륜 구동 시스템은 정해진 비율로 구동되다 특정 바퀴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구동력이 살아있는 바퀴로 힘을 배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마세라티의 Q4 시스템은 처음 발진 때는 50:50으로 구동되지만 속도 상승에 따라 점차 뒷바퀴로만 구동력을 몰아간다. 덕분에 다른 SUV들 대비 직설적인 느낌이 강하다. 스티어링 휠을 통해 차체를 제어할 때, 고속에 올라 속도를 높일 때도 마치 후륜구동 고출력 자동차를 운전하는 느낌을 전한다. 이와 같은 구동 특성, 특히나 초고속 영역에서 후륜에 구동력을 집중 배치하다 보니 심리적인 불안감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물론 실제 차체가 불안한 것은 아니다.
코너에 들어선다. 2.3톤의 육중한 차체지만 의외로 후륜이 잘 따라오는 느낌이다. 경쾌함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어렵지 않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코너링 때의 한계 특성은 언더스티어. 하지만 앞쪽 타이어 그립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강력한 엔진 힘이 뒷바퀴에 힘을 걸며 차체를 옆으로 미끄러지게 만든다. 물론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이뤄지며 차체를 바로잡지만 힘의 위대함, 또한 그 힘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 번 더 일깨워 준다.
서스펜션도 타이어를 노면에 밀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탠다. 기본적으로 서스펜션은 단단한 성향이다. 경쟁 차로 분류되는 메르세데스-AMG의 GLE63 S와 비교한다면 분명히 단단한 편, 하지만 포르쉐 카이엔과 비교한다면 GLE63 S와 중간 정도의 위치에 선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굳이 편을 나누자면 카이엔 쪽에 가깝다. 참고로 이 서스펜션은 최대 75mm까지 지상고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덕분에 일반 주행은 물론 오프로드 대응 능력까지 높아졌다.
서스펜션은 노멀 모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적어도 일반 도로 조건에서 그렇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성향을 갖는 서스펜션을 한층 더 단단한 성향으로 바꿔주면 안정감의 증가보다 차체가 튀는 현상이 나타날 때가 많다. 가끔은 단단한 것이 주행 안정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카마니아들도 있지만 잘못된 생각이다. 단단함을 통한 이점을 볼 수 있는 곳은 노면이 깨끗한 서킷과 같은 곳뿐이다. 르반떼의 엔지니어들도 GTS를 다듬을 때 일상 주행과 스포티한 주행을 나눴을 것이다. 일반적인 르반떼 소비자가 서스펜션 댐핑 컨트롤 기능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승차감 측면으로 보면 GLE63 S가 월등하다. 하지만 이 차는 빠른 가속력을 가졌음에도 부드러운 성향의 SUV를 지향하고 있다. 때문에 순수 고성능 SUV라는 점으로 본다면 일정 부분 한계가 나온다. 특히나 코너링 같은 부분에서 실망감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프론트 타이어 사이즈도 285mm나 되는 것을 쓰고 있다.
반면 르반떼 GTS는 순수 고성능 SUV를 지향한다. 승차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성능 향상에 조금 더 비중을 뒀다. 참고로 GTS에는 피렐리 P ZERO 타이어가 장착된다. 이 타이어는 마세라티에서 즐겨 쓰는 것으로 마른 노면 성능이 대단히 좋다. 다만 온도가 내려갔을 때 성능 저하가 커지는 만큼 겨울철 운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우리 팀은 12월 중순 이후부터 윈터 타이어 사용을 추천한다.
이번에는 르반떼 GTS의 제동 성능을 보자. 사실 최초 시험 당시엔 브레이크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아 제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기록된 제동거리는 시속 100km 기준 37m 중반이었다. 다른 자동차였다면 이미 좋은 수준이다. 하지만 마세라티 모델에서 이런 결과를 낸 모델은 없었다. 결국 브레이크 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 본격적인 길들이기 작업을 진행했고, 다음날부터 제 성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상 컨디션에서 나온 제동거리는 35m 내외였다. 또한 지속적으로 이 수치를 유지해 나간다는 점이 좋다. 제동거리에 편차가 크면 운전자는 시스템을 신뢰하기 어렵다. 하지만 항상 유사한 거리에 정지해 준다면 운전자는 차를 제어함에 있어 믿음이 생긴다. 적어도 마세라티의 제동 시스템은 운전자에게 그런 신뢰감을 준다. 참고로 테스트 당일 온도가 낮았다. 아마도 조금 따뜻한 날씨를 맞는다면 이보다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고성능 SUV. 그리고 가솔린 엔진. 그렇다면 연비는 어떨까? 결과적으로 그냥 그랬다. 하지만 이는 우리 팀의 시선으로 볼 경우다. 실제 500마력대 엔진을 갖춘 SUV에서 좋은 연비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참고로 르반떼 GTS는 고속도로에서 100km/h 속도로 정속 주행할 때 10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사실 제네시스 G80 3.3 4륜 구동 모델이 대략 11km/L 수준의 연비를 보여주는데, 그것과 비교한다면 르반떼 GTS의 것이 월등히 좋은 것이다
참고로 르반떼 얘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무게다. 실측 결과 르반떼 GTS는 기존 르반떼 S 대비 몸무게가 다소 늘었는데, 약 2330kg 수준의 무게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나 중량급이다. 물론 차체 무겁기로 소문난 랜드로버 모델들과 견준다면 평균적인 수준이라 볼 수 있겠지만 경량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무게 배분율이다. 앞뒤 무게 배분은 대략 51:49 내외로 이상적인 수치를 보여준다. 이는 주행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무겁다. 자동차에 있어 무게란 긍정으로 작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향후 경량화를 통해 차체 무게를 100~200Kg 가량 덜어낼 수 있다면 르반떼는 한층 막강한 최고급 SUV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리를 해보자. 마세라티가 만든 르반떼 GTS는 어떤 차인가?
마세라티는 기존 르반떼 라인업에 V8 엔진을 추가하며 고급 SUV로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사실 GTS가 끝이 아니다. 트로페오라는 또 하나의 고성능 모델도 출격 대기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르반떼 S Q4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고성능 SUV들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평범한 성능이긴 하다. 이를 감안해 적정 수준(?)에서 타협한다면 2억 원 미만의 가격을 가진 GTS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브랜드를 대표하는 최고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내년에 출시되는 트로페오를 기다려 보는 것도 좋겠다.
르반떼 GTS는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도 막강한 출력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른 SUV와 다른 직관적인 주행 감각도 때로는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출력을 제어하고 익숙해진다면 매 운전마다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는 넉넉한 힘을 가진 SUV로, 달리기 성능을 뽑아낼 때는 마치 고성능 후륜구동 스포츠카의 느낌을 전하는 차는 흔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마세라티 라인업에 고성능 모델이 늘어간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블리가 마세라티의 볼륨 확장에 도움은 됐지만, 이를 통한 대중성이 고급차의 이미지에 일부 부정적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점에 최고 성능을 가진 고성능 라인업의 확대는 다시금 마세라티라는 브랜드가 보여왔던 이미지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최상급 라인의 소비자들은 다시금 마세라티 이미지 향상을 위한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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