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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르노 캡처, ‘혜자급 구성’ 갖춘 스페인 소형 SUV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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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소형 SUV 캡처가 국내 출시됐다. 우리에게는 르노삼성 QM3로 익숙한 그 차가 맞다.

앞서 QM3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의 활성화에 크게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남다른 디자인과 개성 넘치는 실내, 믿기 힘든 효율성을 갖춘 파워트레인, 그리고 유럽 태생에 걸맞은 경쾌함과 즐거움을 겸비한 주행성능까지 QM3 장점은 다양했고 이는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

캡처의 국내 출시 소식을 접하고 개인적인 걱정이 앞섰다. 소형 SUV에 쿠페 장르를 결합한 르노삼성 XM3가 시장에 완전히 안착했기 때문이다. 캡처 도입이 자칫 XM3 판매량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살 깎아먹기’가 아닐까 우려했다. 그런 예상과 달리 캡처는 XM3의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 자신만의 개성과 강점이 분명했다. 특히 수입차로서 이렇게 공격적인 가격 책정을 해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캡처의 외관은 르노 패밀리룩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헤드 및 리어 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통해 보여지는 르노 디자인 언어는 무척이나 간결하고 명확하다. C자를 형상화한 LED 헤드램프는 펜더까지 날카롭게 파고들었고, 라디에이터 그릴은 별도 패턴을 적용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특히 기존 안개등 자리에는 휠하우스 안쪽으로 연결되는 에어 커튼을 새롭게 추가했다. 공기저항을 낮추기 위한 르노의 남다른 한 수다. 하단 그릴에는 에어 커튼 기능도 적용했다.

남용할 경우 자칫 외관을 난잡하게 만드는 크롬은 정말 적절히 사용했다. 벨트라인에서 뒷유리로 연결되는 플루팅 루프는 콘셉트카에서나 볼 법한 디테일이다. C자를 형상화한 LED 리어램프는 하단부에 별도의 선을 더해 볼륨감을 강조했다. 도장면과 스키드 플레이트는 완전히 구분되어 있으며, 제대로 된 머플러 팁이 범퍼 하단에 자리한다. 외장 색상은 투톤으로 총 7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실내는 상위 차급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구성을 갖췄다. 대시보드·시트·도어트림을 두른 가죽 소재의 고급감, 균일하게 자리한 스티칭, 감각적인 우드 트림 등은 감동을 넘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소형 SUV 실내가 이렇게까지 화려해도 되나 싶다. 심지어 앞 좌석 화장 거울에는 LED를 더했다. XM3 실내도 소재나 구성에 있어 나쁘지 않았지만, 사실 차급을 뛰어넘는다고 보긴 힘들었다. 특히 캡처를 살펴본 후 XM3 실내를 살펴보면 어딘가 조금씩 덜 만든 느낌을 받게 된다.

앞 좌석은 앞뒤 모두 가죽 소재로 꼼꼼히 마감했고, QM3에 적용됐던 캐비닛을 떠올리는 매직 드로어도 여전하다. 안쪽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더한 매직 드로어의 적재 용량은 자그마치 10리터다. 적재 용량은 QM3 대비 2리터가 줄었는데, 그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들은 없을 것 같다. 그 외에는 XM3의 구성을 그대로 따른다. 이지 커넥트 9.3인치 네비게이션, 널링 공법을 더한 센터페시아 버튼과 다이얼, 실내 분위기를 화사하게 연출하며 낮에도 잘 보이는 앰비언트 라이트 등이 그대로 적용됐다.

캡처에 적용된 어라운드 뷰 모니터의 화질은 심히 절망적이다. 윈도우 XP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캡처에 적용된 어라운드 뷰 모니터의 화질은 심히 절망적이다. 윈도우 XP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캡처도 명암이 확실히 존재한다. 가격상 캡처가 XM3 위에 자리하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빠진 사양이 적지 않다. 앞 좌석 손잡이, 조수석 그물망, 앞좌석 통풍시트, 뒷좌석 열선시트, 뒷좌석 센터 암레스트 등은 XM3에 적용되지만 캡처에는 누락된 사양이다. 무슨 영문일까 싶지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판매 시장 관계없이 글로벌 모델인 캡처에는 해당 사양이 적용되지 않는다.

캡처에는 뒷좌석 열선시트가 적용되지 않는다. XM3는 같은 구성에 뒷좌석 열선 버튼이 별도 존재한다.캡처에는 뒷좌석 열선시트가 적용되지 않는다. XM3는 같은 구성에 뒷좌석 열선 버튼이 별도 존재한다.

그리고 XM3 대비 모델 및 트림별 사양 차이가 크다. 1.5 DCi 젠, 1.5 DCi 인텐스, TCe260 인텐스, TCe260 이니셜 파리 중 고급 사양 중 상당수가 TCe260 이니셜 파리에만 적용된다. TCe260에 한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며, 1.5 DCi는 해당 사양을 적용할 수 없다. 

1.5 DCi 인텐스는 이지 커넥트 7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오토매틱 하이빔, 오토홀드, 뒷좌석 USB 단자,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주행 모드를 세분화하는 멀티 센스가 적용된다. 제일 기본형에 속하는 젠은 해당 사양이 모두 빠진다.

7인치 계기판 &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인텐스 트림 실내. 이니셜 파리의 화려함은 없지만, 구성이 나쁘지 않다.7인치 계기판 &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인텐스 트림 실내. 이니셜 파리의 화려함은 없지만, 구성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기본형인 1.5 DCi 젠의 구성이 정말 괜찮다. 오토 스탑 & 스타트, 크루즈 컨트롤 & 스피드 리미터, 차량 & 보행자 & 자전거 탑승자 모두 감지하는 긴급제동 보조, 차간거리 경보, 차선이탈방지 보조, 사각지대 경보, 후방 교차 충돌 경보, LED 헤드램프 & 리어램프, 인텔리전트 스마트 카드(스마트키), 앞좌석 열선시트, 뒷좌석 에어벤트, 전후방 주차센서, 후방 카메라, 오토 헤드램프, 전좌석 원터치 파워윈도우까지 모두 기본 적용된다. 수입차 태생을 감안할 때 ‘혜자급 구성’이라 할 만하다.

국내 출시된 캡처의 파워트레인은 가솔린 TCe260, 디젤 1.5 DCi 등 2가지다. 함께 결합되는 변속기는 게트락이 만든 7단 EDC 듀얼클러치가 준비됐다. 다만 2세대 캡처가 온라인상 공개됐을 때 처음 소개됐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E-TECH는 국내 출시 라인업에서 배제됐다. 르노 관계자는 “가솔린과 디젤 이원화 전략을 취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TECH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첫째로 판매량이 높아야 하며, 둘째로 코로나-19로 인한 스페인 공장의 정상화 모두가 실현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차에 장착된 가솔린 및 디젤 엔진 모두 부족함 없는 성능을 자랑한다. TCe260에 탑재된 1.3리터 직분사 터보차저 엔진은 2.0리터 자연흡기 엔진 버금가는 성능 수치(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kg.m)를 자랑한다. 기존 QM3 및 클리오에 탑재된 1.5 DCi 엔진은 요소수 방식을 더하고, 출력 개선을 통해 완전히 달라졌다. 그 결과, 최고출력은 116마력, 최대토크는 26.5kg.m에 이르는 성능을 발휘한다. 기존 1.5 DCi 엔진 대비 26마력과 4.1kg.m가 더 올라간만큼 구형인 QM3와 얼마나 다를지 궁금했다.

애석하게도 시승차는 TCe260 에디션 파리였다. 1.5 DCi 차이에 대한 경험은 나중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엔진 힘이 상당히 여유롭다. 출발 직후 살짝 버벅이지만, 이후 가속 성능은 꾸준하게 이어진다. 특히 게트락 7단 EDC가 기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경쾌한 엔진과 영리한 7단 EDC의 궁합 덕분에 가속 과정이 즐겁다. 매끄러운 회전 질감도 좋지만, 아이들링 상태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이 4기통 엔진답지 않다. 힘과 회전 질감, N.V.H 등 좀처럼 모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캡처의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토션빔으로 구성된다. 구성만 놓고 보면 특별함을 찾기 힘들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하나 있다. 토션빔 차량답지 않게 간혹 노면 요철 처리를 매끄럽게 할 때가 있다. 다리 이음매나 높이가 낮은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는 멀티링크만큼 노면 요철을 요리한다. QM3는 그런 반전은 없었다. 노면 요철 관계없이 늘 한결같이 반응했다. 물론, 이 믿기 힘든 순간은 매번 반복되지 않는다. 노면 요철 크기가 그보다 큰 경우 보란듯이 토션빔 티를 확 낸다.

TCe260에 적용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7단 EDC만큼이나 만족스럽다. 가감속을 정말 부드럽게 수행한다. 가속 시 촐싹대지 않으며, 감속 시에는 브레이크를 밟기보다 액셀 페달을 떼는 식으로 속도를 줄여 나간다. 앞차 차간거리 및 도로 상황에 따라 숙련된 운전자처럼 반응한다. 솔직히 가감속 과정만 놓고 보면 다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비해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이렇게나 잘 만든 능동형 안전사양을 1.5 DCi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정말 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걸까?

아쉬운 점도 있다. 캡처는 주행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속도감이 크게 느껴진다. 100km/h 아래에서는 프랑스차 특유의 탄탄함과 경쾌함이 살아있지만, 속도가 더 높아지면 불안감이 커진다.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과거 국산차를 탄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차선 유지 보조는 탁구마냥 좌우로 휘청거린다. 정차 상태에서 만족스러웠던 N.V.H는 주행 속도가 올라감에 따라 자연스레 소실된다. 타이어 소음이 적지 않게 유입되는데 순정 타이어(금호타이어 솔루스 TA31)의 문제로 보인다. 이는 QM3 때도 그랬다.

캡처의 가장 큰 장점은 엄청나게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다. 국내 판매 가격과 유럽 현지 판매 가격 차이가 엄청 크다. 만약 국내 판매가와 프랑스 판매가의 차이를 프랑스 현지에서 안다면, 들고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고 느낄 정도다. 큰 틀에서 1.5 DCi의 상위 트림인 인텐스와 TCe260 상위 트림인 이니셜 파리의 한국 및 프랑스 판매 가격을 비교해봤다. 적게는 1550만원, 많게는 175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먼저 1.5 DCi 인텐스의 국내 판매가는 2662만원이며, 프랑스 판매가는 3만1200유로(한화 약 4210만원)다. 국내 사양에 적용된 무선 스마트폰 충전, 사각지대 감지, 가죽시트와 앞 좌석 열선 & 운전석 요추 조절 기능을 갖춘 가죽 패키지, 전후방 주차 센서 및 후방 카메라가 모두 옵션이다. 옵션가는 2150유로(한화 약 290만원). 단 프랑스 사양은 Tce260 이니셜 파리에 적용되는 18인치 휠이 기본이다.

TCe260 에디션 파리는 차이가 더 크다. 국내 판매가는 2748만원. 프랑스 판매가는 3만3270유로(한화로 약 4500만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360도 카메라는 별도 옵션이다. 다만 TCe260 이니셜 파리도 프랑스 사양의 휠 디자인이 다르다. 앞서 출시된 SM6, QM6 프리미에르를 통해 소개된 19인치 휠이 18인치 휠에 그대로 재현됐다. 프랑스에서는 이 돈으로 소형 SUV를 산다니, 생각이 복잡해졌다.

캡처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캡처는 출시 5일만에 초기 도입 물량 1000대가 모두 판매됐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XM3, 캡처의 구매 수요가 직접적으로 겹치지 않았다.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추가 물량 도입 시점이 문제다. 코로나-19로 인해 르노 스페인 공장 역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르노 역시 캡처 추가 물량 확보 시점에 대해서 정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물 들어올 때 제대로 노 젓고 싶은 르노의 바람과 달리 상황이 녹록치 않다. 시장은 예측할 수 없다지만, 이렇게 혼란스러울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캡처는 물량 확보가 충분히 이뤄졌을 경우 적지 않게 판매됐을 것이라 확신한다. 결코 쉽지 않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새삼 궁금해진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다른 브랜드로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는 르노와 르노삼성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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