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 마스터 버스 (13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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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이 르노 브랜드로 마스터 밴을 들여온 후 자신감이 붙었나 보다. 현대 스타렉스보다 큰 크기, 포터보다 높은 공간 활용성, 쏠라티 대비 크게 저렴한 가격까지… 르노삼성은 틈새시장을 정확히 파악해 마스터를 들여왔으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마스터 밴이 화물차에 가까웠다면 마스터 버스는 이름 그대로 다인 승차환경을 위한 이동 수단이다. 그렇다면 마스터 버스는 마스터 밴에 시트만 달아 놓은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여기서 잠시 경형 화물차인 LCV(Light Commercial Vehicles)의 특징을 알아보자.
아직 국내에 흔하지 않지만 LCV는 일종의 조립식 만능차다.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밴이나 화물 트럭, 버스까지 만들 수 있다. 길이나 높이도 원하는 만큼 늘리고 줄인다. 마스터도 여기에 맞춰 개발돼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신한다. 심지어 엔진 배치를 가로나 세로로 바꿀 수도 있다. 애초 탄력성을 위한 설계를 한 것이다. 그러니까 국내에 출시된 마스터는 마스터의 여러 가지 파생 모델 중에서 밴과 버스만 들여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르노의 LCV 모델들
르노는 국내에 마스터 버스는 13인승과 15인승을 함께 가져왔다. 사전계약으로 500대 이상 판매했을 만큼 인기도 좋다. 이중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카는 13인승 모델이다.
테스트 차량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니, 나빴다. 본인 차가 아니라고 심하게 다뤘는지 하부에는 진흙 범벅이었다. 차가 커서인지 범퍼에 흠집도 많았다. 수동변속기를 잘 다루지 못했는지 클러치는 거의 수명이 다 한 상태. 여기에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문과 발판마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와서 이런 대접을 받다니… 마스터에게 미안해질 정도다. 최근 많이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자동차 담당 기자들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스터 밴을 먼저 본 이후라 디자인이 익숙하다. 특히 전면부가 마스터 특징 모두를 담아내고 있다. 날카롭고 커다란 헤드램프 디자인도 좋다.
밴과 버스의 차이점을 확인하려면 측면을 봐야 한다. 패널 밴은 옆면이 막혀 다소 답답해 보였다. 길이도 짧아 식빵 같았다. 버스는 여기서 더 길어진 차체를 갖고, 다수의 유리창이 있다. 확실히 더 시원스러워 보인다. 참고로 13인승 모델은 길이가 5,550mm, 15인승 모델은 6,200mm이다.
후면부에 자리한 도어는 양문형 방식이다. 여기에 열리는 각도 조절 기능이 포함돼 활용성이 좋다. 안쪽에 트렁크 공간도 있는데, 아무래도 승차 인원에 초점이 맞춰져 트렁크 공간 자체는 제한적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실내는 밴과 동일하다. 운전을 위한 최소한의 구성만 갖췄고, 곳곳에 정말 많은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이렇다 할 장비들은 거의 없고 센터페시아에 라디오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모니터가 달린다. 하지만 요즘 거의 쓰지 않는 감압식 방식 패널이며 화질도 나쁘다. 특히 난반사 문제가 심각했다. 낮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 개선이 필요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무시동 히터가 달렸다. 엔진을 작동시키지 않고 따뜻한 바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료를 사용하기는 해도 시동을 걸어놓는 것 대비 10분의 1 수준이며 배출가스를 비롯해 소음 진동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겨울철에 운전자가 장시간 대기할 때 좋은 기능이다.
뒷좌석은 시트로 채워진다. 차체 길이가 제한적이어서 매우 넓은 느낌은 없지만 성인이 탑승해도 불편하지 않다. 시트백 각도가 살짝 누워있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설정이다.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이 있으면 좋은데, 이 기능은 15인승 모델에만 적용된다. 이외에 각 좌석을 위한 컵홀더도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마스터 버스만의 강점이라면 전 좌석에 3점식 안전벨트가 장착됐다는 점이다. 안전을 위한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마스터 버스를 어린이 통학용으로 쓰려면 수백만 원을 들여 2점식으로 개조해야 한다. 국내법상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벨트는 3점식일 경우 어깨 높이가 조절돼야 한다. 하지만 마스터 버스는 높이 조절 기능이 없어 돈을 들여 2점식 안전벨트로 개조하는 것이다.
물론 어린이 탑승에 있어 안전벨트의 높이 조절 기능은 정말 중요하다. 안전벨트가 높게 위치하면 어린이의 목을 졸라 더 큰 사고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시트의 높이를 높인 부스터 시트를 널리 사용한다. 선진국은 버스도 3점식 안전벨트 사용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국내도 하루빨리 법 개정을 해주면 좋겠다.
볼보의 부스터 쿠션
이 외에 일부 기능을 보자. 안전장비로는 차선이탈 경고,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 미끄러운 길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익스텐디드 그립 컨트롤, 트레일러 흔들림 조절 기능 등이 탑재된다. 현대 쏠라티는 이러한 장비를 위해 추가금을 내야 한다. 반면 마스터는 기본이다. 특히나 6천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쏠라티에 안전 옵션을 별도로 둔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키운다.
기본적인 구성이 좋은 마스터 버스. 다만 크루즈 컨트롤 정도가 추가되면 좋겠다.
이제 운전석에서 주행을 시작해 보자. 이번만큼 마음 편안한 테스트가 또 있을까? 타이어의 한계를 넘나들며 차량의 거동에 촉각을 세울 필요도 없다.
마스터 버스를 이끌고 시내 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수동 변속기지만 승용차 대비 불편함이 없다. 변속 레버의 스트로크도 짧은 편이다. 클러치 조작도 쉬운 편인데, 운전 미숙자들이 디스크를 많이 태워 먹은 후라 뒤쪽에서 붙는 모습이다. 이번 시승 이전에도 마스터를 경험한 바 있는데, 당시엔 적정 수준이었다. 르노가 한국 기자들에게 올바른 수동변속기 운전법을 가르쳐주면 좋겠다. 수동 변속기가 재미있다고 떠들지만 막상 해보라고 하면 클러치 디스크를 태우면서 운전하거나 변속 시점을 못 잡는 기자들도 수두룩하기 때문.
분명한 것은 마스터의 변속기가 상당히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승용차와 다르지 않다고 봐도 된다.
2.3리터 디젤 엔진은 제법 소음을 낸다. 하지만 이 차는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무난한 수준이 된다. 지난번 마스터 밴의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을 냈다. 반면 버스의 것은 같은 배기량에서 163마력, 최대토크 38.7 kgf·m를 낸다.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기 위한 선택이다.
가다 서다가 많은 저속 주행 환경. 당연히 클러치 페달 조작이 많아진다. 클러치 페달은 조금 깊게 밟히는 타입이다. 편의성을 위해 조금 짧게 구성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움직임이 시작되면 클러치 페달을 중간만 밟아도 변속이 되기에 익숙해졌을 때 불편함은 크지 않다. 또한 오토 스탑 기능이 있어, 시동이 꺼져도 클러치 페달 한 번만 밟으면 다시금 시동이 걸린다.
이제 가속을 해보자. 생각 보다 잘나가는 느낌이다. 물론 최대 승차 정원 모두가 탑승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4~5인 정도 탑승한 환경 정도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그럼 실제 가속 성능을 어떨까? 실측 결과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15.72초를 기록했다. 이는 마스터 패널 밴 이 기록한 14.93초 대비 조금 늦은 기록이다. 하지만 버스로 드래그 레이스라도 벌일 가능성이 없으니 문제는 아니다. 참고로 우리 팀이 테스트한 기아 모닝(16.37초) 보다 빨랐다.
고속도로에 올랐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좋은 감각이 전해진다. 최근 테스트한 쏠라티는 운전자 입장에서 아쉬움이 컸는데, 차가 똑바로 가지 않았다. 마치 초기형 C-MDPS라도 장착한 것처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느라 바빴다. 반면 마스터 버스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프린터와 직접 비교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좋은 수준의 감각으로 운전자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최고 속도는 110km/h 미만에서 제한된다. 참고로 현대 쏠라티는 실제 속도 기준 110km/h 내외까지 달릴 수 있는데, 마스터 버스는 계기판 기준 110km/h 내외의 속도를 가진다. 다시 말해 약 5~6km/h 가량 최고 속도에서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시간이 돈인 상용차인 만큼 실제 주행 속도를 110km/h에 맞춰주면 좋겠다.
이번에는 제동력을 보자. 시속 100km로 달리는 마스터 버스는 48.07m의 거리에 멈췄다. 승용차들이 40m 내외를 전후하니 다소 긴 제동거리다. 참고로 지난 2017년 테스트한 벤츠의 스프린터가 55.19m를 기록했는데, 당시 윈터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 반면 마스터 버스에는 콘티넨탈의 Vanco FourSeason 2라는 모델이 쓰인다. 규격은 225 / 65 R16.
이제 뒷좌석으로 가보자. 단단한 느낌의 시트. 하지만 3점식 안전벨트가 불안함을 없앤다. 시트 너비가 좁은 편이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관광버스, 우등버스의 편안함과는 거리감이 크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13인승 버전은 시트백 조절 기능이 없는데, 향후 추가되면 좋겠다. 승차감은 우리가 쉽게 만나는 시내버스와 유사하다. 정확히 저속 운행을 하는 시내버스 보다 조금 둔탁한 느낌이 커진 정도일까?
수백 km 이상 장거리 주행을 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승차감이지만 단거리 이동이라면 충분하다. 또한 스타렉스 보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화물까지 추가 적재할 수 있다는 것은 마스터 버스의 경쟁력이 된다. 특히 탑승 인원이 많지 않은 지역의 마을버스나 청소년 통학용 차량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현대 쏠라티는 비싸다. 벤츠 스프린터를 경쟁차로 삼았다는데, 아무래도 가격만 경쟁으로 삼고, 주행 느낌 등은 벤치마크하지 못했나 보다. 반면 마스터 버스는 운전자 입장에서 편안함이 장점이었고, 장거리 투어에 나서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다만 시트 문제로 인해 장거리 투어 때 승객들이 조금 힘들 수는 있다. 만약 장거리 운행을 생각하는 구입자라면 역시 15인승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클리오를 시작으로 르노가 마스터 시리즈까지 선보였다.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차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범위를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마음 같아선 르노가 보유한 경쟁력 있는 차들이 더 많이 들어와 주길 희망한다. 특히 고성능 해치백이 도입돼 르노의 기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분명한 것은 마스터 시리즈가 제시한 가성비다. 그리고 이런 가성비가 시장 가격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마스터 밴이 화물차에 가까웠다면 마스터 버스는 이름 그대로 다인 승차환경을 위한 이동 수단이다. 그렇다면 마스터 버스는 마스터 밴에 시트만 달아 놓은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여기서 잠시 경형 화물차인 LCV(Light Commercial Vehicles)의 특징을 알아보자.
아직 국내에 흔하지 않지만 LCV는 일종의 조립식 만능차다. 기본 뼈대를 바탕으로 밴이나 화물 트럭, 버스까지 만들 수 있다. 길이나 높이도 원하는 만큼 늘리고 줄인다. 마스터도 여기에 맞춰 개발돼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신한다. 심지어 엔진 배치를 가로나 세로로 바꿀 수도 있다. 애초 탄력성을 위한 설계를 한 것이다. 그러니까 국내에 출시된 마스터는 마스터의 여러 가지 파생 모델 중에서 밴과 버스만 들여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르노는 국내에 마스터 버스는 13인승과 15인승을 함께 가져왔다. 사전계약으로 500대 이상 판매했을 만큼 인기도 좋다. 이중 우리 팀이 만난 테스트카는 13인승 모델이다.
테스트 차량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니, 나빴다. 본인 차가 아니라고 심하게 다뤘는지 하부에는 진흙 범벅이었다. 차가 커서인지 범퍼에 흠집도 많았다. 수동변속기를 잘 다루지 못했는지 클러치는 거의 수명이 다 한 상태. 여기에 자동으로 열리고 닫히는 문과 발판마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와서 이런 대접을 받다니… 마스터에게 미안해질 정도다. 최근 많이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 자동차 담당 기자들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마스터 밴을 먼저 본 이후라 디자인이 익숙하다. 특히 전면부가 마스터 특징 모두를 담아내고 있다. 날카롭고 커다란 헤드램프 디자인도 좋다.
밴과 버스의 차이점을 확인하려면 측면을 봐야 한다. 패널 밴은 옆면이 막혀 다소 답답해 보였다. 길이도 짧아 식빵 같았다. 버스는 여기서 더 길어진 차체를 갖고, 다수의 유리창이 있다. 확실히 더 시원스러워 보인다. 참고로 13인승 모델은 길이가 5,550mm, 15인승 모델은 6,200mm이다.
후면부에 자리한 도어는 양문형 방식이다. 여기에 열리는 각도 조절 기능이 포함돼 활용성이 좋다. 안쪽에 트렁크 공간도 있는데, 아무래도 승차 인원에 초점이 맞춰져 트렁크 공간 자체는 제한적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실내는 밴과 동일하다. 운전을 위한 최소한의 구성만 갖췄고, 곳곳에 정말 많은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이렇다 할 장비들은 거의 없고 센터페시아에 라디오와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모니터가 달린다. 하지만 요즘 거의 쓰지 않는 감압식 방식 패널이며 화질도 나쁘다. 특히 난반사 문제가 심각했다. 낮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 개선이 필요하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무시동 히터가 달렸다. 엔진을 작동시키지 않고 따뜻한 바람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료를 사용하기는 해도 시동을 걸어놓는 것 대비 10분의 1 수준이며 배출가스를 비롯해 소음 진동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겨울철에 운전자가 장시간 대기할 때 좋은 기능이다.
뒷좌석은 시트로 채워진다. 차체 길이가 제한적이어서 매우 넓은 느낌은 없지만 성인이 탑승해도 불편하지 않다. 시트백 각도가 살짝 누워있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설정이다. 시트백 각도 조절 기능이 있으면 좋은데, 이 기능은 15인승 모델에만 적용된다. 이외에 각 좌석을 위한 컵홀더도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마스터 버스만의 강점이라면 전 좌석에 3점식 안전벨트가 장착됐다는 점이다. 안전을 위한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마스터 버스를 어린이 통학용으로 쓰려면 수백만 원을 들여 2점식으로 개조해야 한다. 국내법상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벨트는 3점식일 경우 어깨 높이가 조절돼야 한다. 하지만 마스터 버스는 높이 조절 기능이 없어 돈을 들여 2점식 안전벨트로 개조하는 것이다.
물론 어린이 탑승에 있어 안전벨트의 높이 조절 기능은 정말 중요하다. 안전벨트가 높게 위치하면 어린이의 목을 졸라 더 큰 사고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유럽에서는 시트의 높이를 높인 부스터 시트를 널리 사용한다. 선진국은 버스도 3점식 안전벨트 사용을 의무화하는 추세다. 국내도 하루빨리 법 개정을 해주면 좋겠다.
이 외에 일부 기능을 보자. 안전장비로는 차선이탈 경고,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 미끄러운 길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익스텐디드 그립 컨트롤, 트레일러 흔들림 조절 기능 등이 탑재된다. 현대 쏠라티는 이러한 장비를 위해 추가금을 내야 한다. 반면 마스터는 기본이다. 특히나 6천만 원대에서 시작하는 쏠라티에 안전 옵션을 별도로 둔다는 사실이 아쉬움을 키운다.
기본적인 구성이 좋은 마스터 버스. 다만 크루즈 컨트롤 정도가 추가되면 좋겠다.
이제 운전석에서 주행을 시작해 보자. 이번만큼 마음 편안한 테스트가 또 있을까? 타이어의 한계를 넘나들며 차량의 거동에 촉각을 세울 필요도 없다.
마스터 버스를 이끌고 시내 도로를 달리는 중이다. 수동 변속기지만 승용차 대비 불편함이 없다. 변속 레버의 스트로크도 짧은 편이다. 클러치 조작도 쉬운 편인데, 운전 미숙자들이 디스크를 많이 태워 먹은 후라 뒤쪽에서 붙는 모습이다. 이번 시승 이전에도 마스터를 경험한 바 있는데, 당시엔 적정 수준이었다. 르노가 한국 기자들에게 올바른 수동변속기 운전법을 가르쳐주면 좋겠다. 수동 변속기가 재미있다고 떠들지만 막상 해보라고 하면 클러치 디스크를 태우면서 운전하거나 변속 시점을 못 잡는 기자들도 수두룩하기 때문.
분명한 것은 마스터의 변속기가 상당히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승용차와 다르지 않다고 봐도 된다.
2.3리터 디젤 엔진은 제법 소음을 낸다. 하지만 이 차는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다. 이를 기준으로 본다면 무난한 수준이 된다. 지난번 마스터 밴의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을 냈다. 반면 버스의 것은 같은 배기량에서 163마력, 최대토크 38.7 kgf·m를 낸다.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기 위한 선택이다.
가다 서다가 많은 저속 주행 환경. 당연히 클러치 페달 조작이 많아진다. 클러치 페달은 조금 깊게 밟히는 타입이다. 편의성을 위해 조금 짧게 구성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일단 움직임이 시작되면 클러치 페달을 중간만 밟아도 변속이 되기에 익숙해졌을 때 불편함은 크지 않다. 또한 오토 스탑 기능이 있어, 시동이 꺼져도 클러치 페달 한 번만 밟으면 다시금 시동이 걸린다.
이제 가속을 해보자. 생각 보다 잘나가는 느낌이다. 물론 최대 승차 정원 모두가 탑승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4~5인 정도 탑승한 환경 정도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그럼 실제 가속 성능을 어떨까? 실측 결과 정지 상태서 시속 100km까지 15.72초를 기록했다. 이는 마스터 패널 밴 이 기록한 14.93초 대비 조금 늦은 기록이다. 하지만 버스로 드래그 레이스라도 벌일 가능성이 없으니 문제는 아니다. 참고로 우리 팀이 테스트한 기아 모닝(16.37초) 보다 빨랐다.
고속도로에 올랐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좋은 감각이 전해진다. 최근 테스트한 쏠라티는 운전자 입장에서 아쉬움이 컸는데, 차가 똑바로 가지 않았다. 마치 초기형 C-MDPS라도 장착한 것처럼 좌우로 왔다 갔다 하느라 바빴다. 반면 마스터 버스는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스프린터와 직접 비교되긴 어려웠지만, 그래도 좋은 수준의 감각으로 운전자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최고 속도는 110km/h 미만에서 제한된다. 참고로 현대 쏠라티는 실제 속도 기준 110km/h 내외까지 달릴 수 있는데, 마스터 버스는 계기판 기준 110km/h 내외의 속도를 가진다. 다시 말해 약 5~6km/h 가량 최고 속도에서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시간이 돈인 상용차인 만큼 실제 주행 속도를 110km/h에 맞춰주면 좋겠다.
이번에는 제동력을 보자. 시속 100km로 달리는 마스터 버스는 48.07m의 거리에 멈췄다. 승용차들이 40m 내외를 전후하니 다소 긴 제동거리다. 참고로 지난 2017년 테스트한 벤츠의 스프린터가 55.19m를 기록했는데, 당시 윈터 타이어가 장착돼 있었다. 반면 마스터 버스에는 콘티넨탈의 Vanco FourSeason 2라는 모델이 쓰인다. 규격은 225 / 65 R16.
이제 뒷좌석으로 가보자. 단단한 느낌의 시트. 하지만 3점식 안전벨트가 불안함을 없앤다. 시트 너비가 좁은 편이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관광버스, 우등버스의 편안함과는 거리감이 크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13인승 버전은 시트백 조절 기능이 없는데, 향후 추가되면 좋겠다. 승차감은 우리가 쉽게 만나는 시내버스와 유사하다. 정확히 저속 운행을 하는 시내버스 보다 조금 둔탁한 느낌이 커진 정도일까?
수백 km 이상 장거리 주행을 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승차감이지만 단거리 이동이라면 충분하다. 또한 스타렉스 보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화물까지 추가 적재할 수 있다는 것은 마스터 버스의 경쟁력이 된다. 특히 탑승 인원이 많지 않은 지역의 마을버스나 청소년 통학용 차량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현대 쏠라티는 비싸다. 벤츠 스프린터를 경쟁차로 삼았다는데, 아무래도 가격만 경쟁으로 삼고, 주행 느낌 등은 벤치마크하지 못했나 보다. 반면 마스터 버스는 운전자 입장에서 편안함이 장점이었고, 장거리 투어에 나서도 피로감이 크지 않았다. 다만 시트 문제로 인해 장거리 투어 때 승객들이 조금 힘들 수는 있다. 만약 장거리 운행을 생각하는 구입자라면 역시 15인승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클리오를 시작으로 르노가 마스터 시리즈까지 선보였다. 국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차는 아니지만,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범위를 제시한 것은 사실이다. 마음 같아선 르노가 보유한 경쟁력 있는 차들이 더 많이 들어와 주길 희망한다. 특히 고성능 해치백이 도입돼 르노의 기술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분명한 것은 마스터 시리즈가 제시한 가성비다. 그리고 이런 가성비가 시장 가격의 안정화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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