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RZ 450e, 제네시스 GV70과 비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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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와 렉서스는 오랜 기간에 걸쳐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해왔다. 그 덕분에 디젤이 전성기였던 시절에도 꿋꿋하게 자신들만의 강점을 강화했고, 전기차가 잠시 주춤거리는 최근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물론 하이브리드에만 올인하는 건 아니다. 이른바 '멀티 패스웨이' 구호 아래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수소차, 전기차 등 다양한 선택지를 소비자들에게 제시한다는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렉서스 최초의 전기차 'RZ 450e'는 그렇게 탄생한 차다.
RZ의 차체 크기는 길이 4805㎜, 너비 1895㎜, 높이 1635㎜, 휠베이스 2850㎜다. 비슷한 급의 제네시스 GV70 일렉트리파이드(이하 GV70)와 비교하면, 길이는 90㎜ 길고, 휠베이스는 25㎜ 짧다. 휠베이스에 비해 차체 길이가 길다는 건 트렁크 공간 배분에 더 신경 썼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데, 실제로도 골프백 3개가 들어갈 정도로 트렁크가 넉넉하다. 차체 높이는 RZ가 불과 5㎜ 높다. SUV치고는 두 차 모두 날렵한 스타일이다.
RZ의 공차중량은 2090㎏으로, GV70보다 140㎏ 가볍다. 이는 GV70의 배터리 용량이 77.4㎾h, RZ가 71.4㎾h인 것에서 비롯된다. 배터리 용량을 키우면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유리하지만, 무게가 늘어나고 가격도 올라가는 단점이 있다. 또한 무거운 공차중량은 타이어와 브레이크에도 부담을 준다. 상온 복합 기준으로 RZ의 주행거리는 377㎞(18인치), GV70은 400㎞(19인치)다.
RZ는 전륜 150㎾(204마력), 후륜 80㎾(108마력)를 더해 총 312마력을 내고, 44.4㎏·m의 최대토크를 낸다. GV70은 최고출력 160㎾(218마력), 최대토크 350Nm(35.7㎏·m)의 힘을 발휘하는 모터를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적용해 합산 최고출력 320㎾(436마력, 부스트 모드 360㎾(490마력), 합산 최대 토크 700Nm(71.4㎏·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제원상으로 GV70의 파워가 확실히 앞서는데, 실제 주행 감각도 그렇다. RZ는 전기차 특유의 폭발적인 가속감보다는 지긋이 쭉 밀어주는 느낌이다. 반면 GV70은 부스트 모드 작동 때 0→100㎞/h 가속 4.2초의 강력한 가속성능이 일품이다. 특히 GV70은 다양한 가상 사운드로 내연기관 자동차를 몰 때의 느낌까지 맛볼 수 있다. RZ도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가미하면 더 재밌는 운전을 즐길 수 있겠다.
대부분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확연히 다른 승차감을 보여주는데, 이는 무거운 배터리가 하체에 자리한 탓이다. 그런데 RZ는 상대적으로 기존 내연기관과 비슷한 승차감과 주행감각을 보인다. 공차중량이 2090㎏으로 비교적 가벼운 데다, 서스펜션을 절묘하게 셋업한 덕분이다. 요철을 만나도 위아래로 심하게 요동치지 않고 묵직하게 움직이고, 승차감도 안락하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더블 위시본 타입이고, 타이어는 앞 235/60 R18, 뒤 255/55 R18 사이즈에 브리지스톤 제품이다.
GV70 역시 하체 셋업이 매우 잘됐다. 전자 제어 서스펜션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고, 주행모드별 반응도 또렷하게 다르게 설정돼 있다. 내연기관 GV70보다는 확연히 우월하다.
실내는 두 차 모두 고급스러운데, RZ는 뭔가 독특하다. 세 가지 인테리어 컬러가 마련됐는데, 폭풍우를 뜻하는 'Orage'는 푸른빛을, 'Hazle'은 커피색을, 'Gray Scale'은 이름 그대로 짙은 회색의 실내로 단장됐다. 여기에 식물성 소재가 포함된 고급 인조가죽인 '울트라 스웨이드'가 부드럽고 고급스러운 촉감을 선사한다. 흔하게 볼 수 없는 소재와 컬러가 RZ만의 특별함을 더욱 빛내준다.
파노라마 선루프 역시 특별하다. 일반적인 선 블라인드 대신에 조광 방식을 조절해 햇빛을 차단하는 값비싼 방식을 썼다. 다만 이런 방식은 열 차단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실내 위쪽의 기온이 뜨거울 수 있다. 시승이 가을에 진행되어서 1년 중 가장 더운 여름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외관 역시 두 차 모두 잘생긴 축에 속한다. RZ는 렉서스 브랜드의 미래를 보여주는 '스핀들 보디' 콘셉트다. 스핀들 그릴에서 발전되어 공기역학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차체 전반에 흐르고 있다.
RZ의 정부 인증 전비는 도심 5.8, 고속도로 4.9, 복합 5.4㎞/㎾h다. GV70은 휠 사이즈에 따라 전비가 다르다. 19인치는 도심 5.0, 고속도로 4.1, 복합 4.6㎞/㎾h이고, 20인치는 도심 4.7, 고속도로 3.9, 4.3㎞/㎾h다. 18인치 휠 한 가지인 RZ가 더 우수한 전비를 보여준다.
RZ는 최대 150㎾의 급속충전을 이용할 수 있는데, GV70은 350㎾ 급속충전이 가능한 것도 차이점이다.
RZ의 가격은 수프림이 8490만원, 럭셔리가 9300만원이다. GV70 일렉트리파이드의 옵션을 RZ 럭셔리와 비슷하게 맞추면 8662만원이 되고, 빌트인 캠 패키지와 차량 보호 필름을 제외한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9215만원이 된다. 최고출력은 GV70이 앞서지만, 차체 크기와 가격이 엇비슷해 두 차를 놓고 고민할 수도 있겠다.
RZ와 휠베이스는 같지만, 차체가 훨씬 큰 뉴 제너레이션 RX'의 가격은 RX 350h 럭셔리 9740만원, RX 450h+ 1억850만원, RX 500h F SPORT 퍼포먼스 1억1560만원이다. 비슷한 급의 라인업에서 내연기관을 더 높은 가격에 배치하는 게 이례적이다. 가격을 고려하고 전기차를 좋아한다면 RZ가 더 매력적이고, 전기 충전이 불편한 지역에 거주하거나 전기차에 거부감이 있다면 RX도 좋은 선택지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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