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ES300h (럭셔리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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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쏘나타’라는 말이 있다. 부유층이 많은 강남을 기준으로 과거 최고의 판매량을 누렸던 현대 쏘나타만큼 많이 보였던 수입차를 지칭하는 말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BMW 520d가 이 그룹을 이끌었고,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하지만 강남 쏘나타의 원조는 렉서스 ES였다. ES는 지난 2001년 12월에 한국 땅을 밟았다. 당시 LS, GS, RX 정도 라인업을 꾸렸던 렉서스는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라인업 확장을 결정했고, 이에 4세대 ES300이 출시된 것이다.
4세대 렉서스 ES
당시의 ES는 해외 평가가 좋지 못했다. ‘이름만 렉서스’, ‘비싸진 토요타’ 등등 비꼬는 얘기도 많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4860만∼5530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차, 아니 외제차는 제한적이었다. 특히나 중형급 이상의 차체를 갖기 위해선 그보다 수천만 원 이상을 투자해야 했다. 당시 고급차의 중심에 있던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8~9천만 원대 가격이었다. 3시리즈 입문 모델, 그것도 320i 정도의 가격으로 준대형급 차체의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ES를 성공 대열에 올려놓은 이유가 됐다.
출시 1년 만에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당시는 BMW 5시리즈가 수입차 판매 1위를 지키던 때다. 수년째 바뀌지 않던 챔피언을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인 선수가 밀어낸 것과 다르지 않았다. 렉서스 ES는 그렇게 왕좌에 올라 수입차로는 최대 기간인 41개월 동안 누적 판매 1위라는 기록을 썼다.
사실 렉서스 ES는 한국 외 다른 시장에서 그리 화려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북미시장에는 SUV의 인기에 따라 RX의 판매량이 대단했으며 유럽에서는 아예 출시도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토요타가 같은 디자인의 윈덤(Toyota Windom)을 팔았으니 이를 눈여겨볼 소비자도 많지 않았다.
렉서스 ES에게 한국 시장은 새로운 금맥이었다. 덕분에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5세대 모델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5세대 렉서스 ES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렉서스 ES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하지만 한국도 중국 다음으로 ES가 많이 팔리는 국가다. 이에 렉서스는 아시아 최초 출시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 애플(Apple)한테는 3차 출시 국가로 외면받는 한국이지만 수입차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대단하다. 특히나 고급차 시장에서 한국을 무시하는 브랜드는 없다.
렉서스가 의도했건 아니건 ES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차였다. 중후함, 조용함, 좋은 승차감, 좋은 연비, 고급스러운 마감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차가 질릴 때까지 잔 고장이 없다는 것, 그것도 ES의 판매를 이끄는 열쇠다.
7세대 렉서스 ES300h
그런 ES가 7세대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번 ES는 기존과 다르다. ‘다이내믹’을 외친다는 것. 과연 새로운 렉서스 ES가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팀원들과 확인해봤다.
여기서 잠시 몇몇 배경 지식을 알아두자. 사실 렉서스 라인업에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과 경쟁하는 어퍼 미들 프리미엄 세단은 GS다. 하지만 GS는 너무나 안 팔렸다. 유럽에서도, 북미에서도, 아시아에서도, 심지어 자국 내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이에 토요타의 수장, 아키오 사장(Akio Toyoda, 豊田章男)은 GS 후속 모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발언도 했다.
렉서스 GS
사실 GS는 잘 만들어진 차였다. 하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고 후속 모델 없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때문에 이번 ES는 GS의 공석까지 채워야 한다. 때문에 더 커지고 더 고급스러워졌으며, 한층 스포티한 감각까지 내세워 한다.
디자인은 공격적이다. 참고로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는 차분한 인상이다. 렉서스가 발표한 신차들의 사진을 보면 스핀들 그릴이 너무 과하게 찍혀 나온다. 하지만 직접 만나면 과하다는 느낌이 적다. GS, RC, RX, LS 등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신차들이 그랬다.
이번 ES의 디자인 주제는 ‘도발적인 우아함’이다. 기존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주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잘 만들어냈다. 참고로 스핀들 그릴은 정말 크다. 디자인이 달라질 때마다 스핀들 그릴이 쑥쑥 자라는 느낌이다.
측면부 실루엣은 쿠페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특히 부드러운 루프 라인이 인상적이다. 특징적인 부분은 벨트라인(Belt line)을 높임과 동시에 윈도 면적을 키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벨트라인이 높아지면 측면 윈도 면적이 작아져 답답해 보인다. 렉서스는 이런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A-필러와 C-필러 부위까지 윈도 면적을 늘렸다. 물론 상대적으로 필러 부위가 얇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충돌 안전성능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다. 디자인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필러 부위가 얇지는 않기 때문이다.
법규 문제로 일본 내수용 ES에만 적용되는 카메라 사이드 미러
사이드 미러는 도어 패널에 큼지막하게 달렸다. 참고로 이번 ES는 카메라 사이드 미러를 양산차에 적용한 최초의 모델이다. 하지만 아직 카메라 사이드 미러를 가진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는 법을 갖고 있는 국가는 일본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본 내수용 ES에만 카메라 사이드 미러가 장착된다. 물론 현대차가 이를 시도하면 관계 부처도 관련 법을 당장 만들어 줄 것이다. 그전까지는 기대하지 말자.
후면부는 얇게 처리된 ‘ㄴ’자형 리어 램프를 중심으로 두터운 범퍼,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멋을 냈다. 리어램프를 잘 보면 방향 지시등까지 ‘ㄴ’ 자로 만드는 등 디테일에 신경 썼다.
ES를 바라보면 전면, 측면, 후면까지 다양한 캐릭터 라인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밋밋함이 없다. 평평한 면 없이 많은 굴곡을 갖췄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디자인을 쓰면 금형 값이 비싸지며 물류 운송에서도 약점이 생긴다. 한마디로 제품 원가가 올라간다는 것. 그래도 렉서스는 아끼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이니까.
차체도 커졌다.
크기 면에서도 GS의 역할까지 대신한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특히 휠베이스를 50mm 늘리며 공간을 키웠다는 점이 좋다. 수치만 보면 E-클래스나 5시리즈보다 짧지만 ES는 전륜 구동이다. 이와 같은 이점을 살려 경쟁차 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갖게 됐다.
인테리어도 많이 달라졌다. 상급 모델 LS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특히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비대칭 대시보드가 좋다. 스티어링 휠도 LS와 거의 동일하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 넘어 LF-A에서 LS 와 LC로 이어진 작은 레버가 눈에 띈다. 왼쪽은 주행 안전장치를 끄는, 오른쪽은 주행모드를 변경하는 역할을 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갖췄다. 선명도나 밝기도 좋다. 속도를 비롯해 가속 페달을 얼마만큼 밟고 있는지 알려주는 에너지 게이지와 내비게이션을 활성화시키면 길 안내도 해준다. 참고로 렉서스의 내비게이션 성능은 업계에서도 상위권이다.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팀이 높게 평가한 것은 ES의 인테리어 소재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한다면 경쟁차들과 다르지 않아 보일 것이다. 이렇게 강조할 필요가 있느냐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만져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고급스럽다. 가죽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38일간 총 67단계의 공정을 거쳤다는 시마모쿠 우드 트림, 심지어 대시보드의 플라스틱 패널조차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ES의 실내에 저렴한 플라스틱은 없었다. 심지어 시트의 뒷부분까지 가죽으로 마감했다. 디자인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하지만 소재의 재질 등으로 본다면 누구나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를 넘어선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센터페시아에는 12.3인치 크기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이제 렉서스도 벤츠에 이어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쓴다. 커다란 화면에는 화면 분할 기능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개선됐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변속기 레버 우측에 위치한 터치 패드로 조작한다. 최근 캐딜락도 비슷한 방식의 터치패드를 도입했는데 직관적인 면에서는 렉서스의 것이 낫다.
아쉬운 것은 벤츠처럼 12.3인치 크기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데 반해 화면 터치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 화면 해상도 대비 후방카메라 화질이 좋지 못하다. 화질은 제한적인데 강제로 늘린 느낌이랄까?
시트는 통풍, 열선 모두를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도 열선 기능도 있다. 설정된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를 맞춰주는 오토 모드도 있다. 사실 이 오토 모드가 물건이다. 공조장치 온도를 낮게 설정하면 외기 온도와 상황을 고려해 시트의 통풍 기능이나 열선 기능을 작동시킨다. 단계별 설정까지 알아서 한다.
공조장치 온도를 조작하면 마치 온도 표시창이 ‘스르륵’ 돌아가는 효과를 보여주며 숫자가 바뀐다. 기어 레버 주위 컵홀더에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큰 컵이나 텀블러는 물론 작은 사이즈의 컵을 쓸 때도 편하다. 작지만 좋은 배려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원래 ES의 뒷좌석은 충분했다. 하지만 휠베이스를 50mm 늘리니 레그룸이 더 넓어졌다. 하지만 루프라인 디자인 때문에 헤드룸이 크게 넉넉하다는 느낌은 적다. 뒷좌석 높이를 낮춰 헤드룸을 넓혔다고 하는데 키가 큰 성인 남성이라면 조금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레그룸(무릎 공간)은 E-클래스나 5시리즈 대비 넉넉하다. 중앙의 돌출 부위도 크지 않아 시각적 만족감도 높다. 센터 암레스트를 내리면 공조장치와 열선, 오디오 설정을 바꿀 수 있는 버튼들이 나타나는데 고급차다운 구성이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배터리(니켈-메탈) 위치를 트렁크에서 뒷좌석 하단으로 옮겨 트렁크 활용성이 좋아졌다. 다만 시트 폴딩 기능이 없다. 그래도 스키 스루(Ski Through) 기능이 있어 다행이다.
ES의 인테리어는 만족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몇몇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국내 사양에서 어라운드 뷰 기능이 빠진다. 최상급 트림에도 후방카메라만 탑재된다. 후방카메라는 화질이 아쉽다.
프리미엄 브랜드 신차라면 대부분 풀 LED 라이트를 사용하는데, ES는 최상급 트림에만 적용된다.
무선 충전 장치와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도 최상급 트림(Executive)만을 위한 것이다. 물론 상급의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이야 그렇다 해도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무선 충전 기능 정도는 기본으로 넣어줬어야 하지 않을까?
몇몇 아쉬움이 눈에 띈다고는 하지만 ES는 첫인상부터 주행을 즐기는 내내 만족감이 높았다. 이제 주행을 통해 나머지 부분을 얘기하려 한다.
ES300h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당연히 시동 버튼을 눌러도 고요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까. 다만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이 가동하면 소음이 부각된다. 기존에는 4기통 엔진 소리, 특히 앳킨슨 사이클 특유의 소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모델에서는 조금 더 차분한 음색을 전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참고로 배터리 충전 때의 엔진 회전수는 1000 rpm을 전후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음색의 변화에 이유가 있을까? 4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영향도 있겠지만 엔진룸을 열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N.V.H.(소음&진동 : Noise, Vibration, Harshness) 강화를 위해 방음 소재를 아끼지 않고 사용했기 때문이다. 엔진룸 하부를 덮었던 방음 패드가 서스펜션 마운트까지 올라와 있다. 엔진 커버를 열어보면 다시금 놀라는데, 정말로 두꺼운 흡음 소재가 쓰였기 때문이다. 바닥 면적의 93%를 모두 방음재로 마감했다고 한다. 참고로 기존 모델은 68% 수준이었다. 이번 ES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 쉽게 체감된다.
이러한 정숙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시속 80km 주행을 할 때 나타난다. 우선 수치를 보자. ES는 80km/h의 속도에서 56.0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참고로 2013년에 테스트를 진행했던 LS 460L이 56.5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제네시스 EQ900 3.3T도 57.0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는데, ES는 이들을 기록을 쉽게 갈아치웠다.
또한 ES300h의 강점은 부드럽고 천천히 주행할 때 드러난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40km/h 정도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이 된다. 또, EV 모드 버튼을 눌러 전기모터의 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쓸 수도 있다. 특히 지체 또는 정체 구간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며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이때 정숙성과 연비가 함께 높아진다.
하지만 정숙성보다 하체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강하다. 분명 6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단단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것이 기분 나쁜 딱딱함이 아니다. 또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쇼크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인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으로 볼 때 스트로크는 충분히 긴 편이다. 승차감은 승차감대로 좋게 만들면서 불필요한 출렁거림을 줄였다고 보면 된다. 이에 렉서스가 강조한 다이내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우선 기본 성능부터 알아보자. 이를 위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8.24초였다. 기존 6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8.1초 수준을 보였으니 약 0.1초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치는 차량 컨디션, 길들이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실상 가속 성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하이브리드에 쓰이는 CVT(무단변속기)는 특성상 초반 반응이 빠르지 않다. 하지만 이후 전기모터의 풍부한 토크를 바탕으로 100km/h까지 빠르게 가속된다. 대략적으로 3.0리터 급 자연흡기 엔진과 유사한 성능으로 보면 된다.
가속감만 따지면 조금은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마력이나 토크감이 운전자를 자극할 정도가 아니며 e-CVT 특성상 엔진 회전수가 일정한 영역에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도계 바늘만큼은 체감과 달리 빠르게 오른다. 체감만 그럴 뿐, 실제 효율은 좋다는 얘기다.
그렇게 빠르게 오른 속도계 바늘은 ES를 고속 영역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달리진 ES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확실히 하체의 조율이 잘 됐다. 속도가 높아졌지만 불안감이 없다는 얘기다. 달릴수록 바닥에 밀착되는 느낌이다.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지는 체감에 맞춰 달리다간 과속하기 일쑤다.
고속도로에 올라 ES의 새로운 안전장비를 살펴봤다. 기본 안전사양으로는 10개의 에어백과 팝업 후드가 있다. 여기에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 (LSS+: LEXUS SAFETY SYSTEM+)라 불리는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re-Collision System),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ynamic Radar Cruise Control), 차선 추적 어시스트(Lane Tracing Assist), 오토 하이빔(Automatic High Beam)과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등의 보조 안전장비도 달렸다. 이러한 시스템이 함께 어우러져 SAE 기준 레벨 2 수준의 반자율 주행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시스템의 작동이 꽤나 소극적이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차간거리 설정을 최대한 좁게 해도 경쟁사 모델보다는 긴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앞차 속도가 빨라져도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보수적인 토요타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선 중앙을 잘 유지한다. 하지만 지속시간이 짧은 편이다. 또,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작동할 때 운전자가 미세한 개입을 해도 바로 작동을 멈춘다. 타사의 시스템은 운전자가 조작하려 해도 “이쪽이 맞아요!”하며 일정 수준 조작을 해나간다. 반면 ES는 운전자의 작은 움직임에도 “네! 주인님이 맞습니다!”하고 바로 순응하는 모습이다.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매끄럽게 주행해주는지, 탑승자마다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기준에서 바라볼 때 렉서스의 시스템 쪽이 조금 더 주의 깊게 안전을 챙기는 성격이다.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 주행의 기능 보다 안전 시스템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얘기다.
실례로 유로 NCAP이 실시한 액티브 세이프티 안전 테스트 결과에서 토요타의 시스템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테슬라 시스템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부분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아직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최대한 탑승자를 보호하는데 집중하자는 것이 바로 토요타(렉서스)의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 성격이다.
이번에는 제동성능을 보자. 100-0km/h 시험 결과 제동거리 39.79 m를 기록했다. 사실상 40 m대로 보면 되는데 제동 테스트가 반복되어도 최장거리는 41.01m 내외에 불과했다. 많은 토요타 렉서스 모델들의 평균 제동거리는 40 m 전후한다. 과거 ES를 비롯해 IS는 물론이고 캠리도 이러한 제동 성능을 보인다. 토요타(렉서스)는 대중 승용차의 성능을 이쯤에 맞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제 종합 성능 확인을 위해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다. 아마 ES를 구입하는 소비자 중에서 와인딩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ES는 체급을 올려 E-클래스 및 5시리즈와 제대로 붙어야 하고 렉서스 스스로도 ‘다이내믹’을 외친다. 당연히 기대에 부흥해야만 한다.
개선된 하체 완성도가 상당하다. 코너에 접어들어도 출렁거림 없이 바퀴를 노면에 밀착시킨다. 특히 차체가 낮고 넓게 느끼게 만드는 감각이 이색적이다. 과거처럼 불필요한 움직임도 크지 않다. 깔끔하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도 감각적인 부분이 변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쉽게 느끼기 어려운 직관적인 감각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스티어링 휠이 조금 더 무거워지는데, 적당한 무게감을 전달하기에 감각적인 면에서도 아쉬움을 키우지 않는다. 참고로 7세대 ES부터 랙타입 모터 구동 스티어링 시스템인 R-EPS 방식을 사용한다.
새로운 서스펜션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댐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초로 스윙 밸브를 댐퍼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밸브를 열거나 닫아서 댐퍼 안에서 흐르는 오일의 양을 조절해주는데,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요소다. 다만 성능을 위한 퍼포먼스 댐퍼가 준비되는데 이는 최상급 트림(Executive)에서만 만날 수 있다. 나머지 트림의 것은 승차감 확보에 더 의미를 둔 댐퍼라고 보면 된다.
전체적인 주행 완성도(질감)가 크게 향상됐다. 기존 6세대 모델은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조금 더 주행 완성도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7세대에서는 개선, 아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정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달리기 성능에, 고급스러운 느낌도 실었다.
물론 코너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아나간다는 것은 아니다. 타이어 사이즈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ES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이란 타이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과거 ES와 달리 타이어 너비를 215mm에서 235mm로 넓혔다. 물론 슈프림 트림(Supreme)에서 215mm를 유지하지만 중심 모델들은 235mm가 기본이다.
덕분에 안정감이 좋아졌다. 하지만 차량 한계가 스포츠카처럼 높아지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EL440이란 제품은 기존 모델인 EL400 대비 승차감을 높이고 접지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내마모성을 더 끌어올린 성격을 갖는다. 분명 EL400 대비 좋은 성능이지만 스포츠 타이어의 그것과는 차이가 크다..
다양한 도로를 달린다. 이를 통해 느껴지는 차체 강성감도 우리 팀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렉서스에 따르면 기존 ES 대비 구조용 접착제를 2배 이상 썼다고 한다. 또, 레이저 용접을 차체의 120곳에 사용했다. 이외에 전면부에 스트럿 타워나 라디에이터에 구조물을 더하는 등 전면부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더했다.
이런 요소들은 주행 안정감의 향상과 차체 강성 증가라는 장점을 갖게 한다. 또한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구현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불필요한 휘청거림이 없는, 서스펜션도 편안한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 향상된 차체 강성은 노면 쇼크(충격)가 들어왔을 때 먼저 걸러주는 역할도 겸한다. 결국 이런 종합 요소들이 모여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차체도 커지고 강성도 높이면서 각종 장비도 추가했으니 무게도 많이 증가하지 않았을까? 우리 팀이 실제로 무게를 확인한 결과 1699 kg으로 확인됐다. 기존 모델이 1686 kg이었으니 약 13 kg 가량 늘었다. 하지만 새로운 신차는 더 커졌고, 더 많은 장비를 실었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한의 다이어트 흔적을 느낄 수도 있었다.
주행 연비는 ES의 장기다. 고속에서도, 저속에서도, 막히는 구간에서도 큰 차이 없이 고른 연비를 보였다. 토요타가 만든 직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만의 강점이다. 고속도로에서 100km의 속도로 주행한 결과 ES는 약 22~23km/L 수준의 높은 연비를 보였다. 기존 모델이 약 20km/L 전후의 수치를 보였으니 효율을 한 번 더 높인 것이다.
보통의 가솔린 터보 엔진은 가속페달을 밟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비도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ES는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에 가혹한 주행을 해도 연비 하락폭이 크지 않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결과 최종적으로 보여준 연비는 약 14km/L 수준이었다. 공인 복합연비가 17km/L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일반 소비자라면 15~16km/L 정도를 어렵지 않게 뽑아낼 듯싶다.
신형 렉서스 ES는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그동안 GS가 E-클래스와 5시리즈를 상대해온 만큼 한 발짝 물러나 여유를 부렸지만 이제 쟁쟁한 그들과 직접 싸워야만 한다. 단지 둘 뿐일까? 아우디 A6, 재규어 XF, 캐딜락 CTS(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제네시스 G80과도 싸운다.
이에 렉서스도 많은 준비 후 ES를 내놨다.
냉철하게 말해보자. 달리는 감각은 분명 독일 3사가 앞선다. 노하우의 차이이며, 이들은 달리는 감각에 특화됐다. 하지만 그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일까? 아니다. 아마 일반인들은 쉽게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많이 따라잡았다. 또한 전륜 구동(FF)이란 틀 안에서 바라보면 이번 ES의 주행감각은 큰 발전의 폭을 보여준다.
참고로 렉서스가 강조하는 ‘다이내믹’이라는 부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서킷을 달리고 마치 칼로 도려내는 듯한 날카로움이 아니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주행 감각을 기반으로 안정성을 높여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잘 달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운전 재미를 느끼기는 충분하다. 적어도 기존 전륜구동 모델에서는 보기 힘든 감각이니까.
다시금 실내를 보자. 아마 ES가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경쟁차 E-클래스를 보면 ‘우와’하며 탄성을 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동차라는 것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각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촉각이란 부분, 감성 품질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ES라면 그 부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물론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의 부재, 무선 충전이나 풀-LED 라이트를 최상급 트림에만 넣은 것을 불만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제외한 순수 ES에서 흠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ES의 내구성이다. 시간이 흘러야 검증되겠지만 토요타 렉서스가 그래왔듯 장기적인 내구성도 좋지 않을까?
ES는 매번 국내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신형 ES는 다시금 그 인기를 이어갈 것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다. 렉서스의 중심 모델 ES300h,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토요타의 플래그십 모델 아발론. 시장에서는 ES300h를 다른 차와 비교하려 하지만, 어찌 보면 ES300h는 같은 토요타 그룹 안에 가장 쟁쟁한 경쟁상대를 두고 있지는 않을까? ES가 좋았던 만큼, 아발론에 대한 기대가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강남 쏘나타의 원조는 렉서스 ES였다. ES는 지난 2001년 12월에 한국 땅을 밟았다. 당시 LS, GS, RX 정도 라인업을 꾸렸던 렉서스는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라인업 확장을 결정했고, 이에 4세대 ES300이 출시된 것이다.
당시의 ES는 해외 평가가 좋지 못했다. ‘이름만 렉서스’, ‘비싸진 토요타’ 등등 비꼬는 얘기도 많았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당시 4860만∼5530만 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차, 아니 외제차는 제한적이었다. 특히나 중형급 이상의 차체를 갖기 위해선 그보다 수천만 원 이상을 투자해야 했다. 당시 고급차의 중심에 있던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는 8~9천만 원대 가격이었다. 3시리즈 입문 모델, 그것도 320i 정도의 가격으로 준대형급 차체의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것. 그것이 ES를 성공 대열에 올려놓은 이유가 됐다.
출시 1년 만에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당시는 BMW 5시리즈가 수입차 판매 1위를 지키던 때다. 수년째 바뀌지 않던 챔피언을 갑작스럽게 등장한 신인 선수가 밀어낸 것과 다르지 않았다. 렉서스 ES는 그렇게 왕좌에 올라 수입차로는 최대 기간인 41개월 동안 누적 판매 1위라는 기록을 썼다.
사실 렉서스 ES는 한국 외 다른 시장에서 그리 화려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북미시장에는 SUV의 인기에 따라 RX의 판매량이 대단했으며 유럽에서는 아예 출시도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토요타가 같은 디자인의 윈덤(Toyota Windom)을 팔았으니 이를 눈여겨볼 소비자도 많지 않았다.
렉서스 ES에게 한국 시장은 새로운 금맥이었다. 덕분에 4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과 5세대 모델은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렉서스 ES의 최대 시장은 중국이다. 하지만 한국도 중국 다음으로 ES가 많이 팔리는 국가다. 이에 렉서스는 아시아 최초 출시 국가로 한국을 택했다. 애플(Apple)한테는 3차 출시 국가로 외면받는 한국이지만 수입차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대단하다. 특히나 고급차 시장에서 한국을 무시하는 브랜드는 없다.
렉서스가 의도했건 아니건 ES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차였다. 중후함, 조용함, 좋은 승차감, 좋은 연비, 고급스러운 마감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차가 질릴 때까지 잔 고장이 없다는 것, 그것도 ES의 판매를 이끄는 열쇠다.
그런 ES가 7세대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번 ES는 기존과 다르다. ‘다이내믹’을 외친다는 것. 과연 새로운 렉서스 ES가 얼마나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는지 팀원들과 확인해봤다.
여기서 잠시 몇몇 배경 지식을 알아두자. 사실 렉서스 라인업에서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과 경쟁하는 어퍼 미들 프리미엄 세단은 GS다. 하지만 GS는 너무나 안 팔렸다. 유럽에서도, 북미에서도, 아시아에서도, 심지어 자국 내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이에 토요타의 수장, 아키오 사장(Akio Toyoda, 豊田章男)은 GS 후속 모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발언도 했다.
사실 GS는 잘 만들어진 차였다. 하지만 인기를 끌지 못하고 후속 모델 없이 단종 수순을 밟고 있다. 때문에 이번 ES는 GS의 공석까지 채워야 한다. 때문에 더 커지고 더 고급스러워졌으며, 한층 스포티한 감각까지 내세워 한다.
디자인은 공격적이다. 참고로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는 차분한 인상이다. 렉서스가 발표한 신차들의 사진을 보면 스핀들 그릴이 너무 과하게 찍혀 나온다. 하지만 직접 만나면 과하다는 느낌이 적다. GS, RC, RX, LS 등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신차들이 그랬다.
이번 ES의 디자인 주제는 ‘도발적인 우아함’이다. 기존과 다른 매력을 보여주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까지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주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잘 만들어냈다. 참고로 스핀들 그릴은 정말 크다. 디자인이 달라질 때마다 스핀들 그릴이 쑥쑥 자라는 느낌이다.
측면부 실루엣은 쿠페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특히 부드러운 루프 라인이 인상적이다. 특징적인 부분은 벨트라인(Belt line)을 높임과 동시에 윈도 면적을 키웠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벨트라인이 높아지면 측면 윈도 면적이 작아져 답답해 보인다. 렉서스는 이런 아쉬움을 줄이기 위해 A-필러와 C-필러 부위까지 윈도 면적을 늘렸다. 물론 상대적으로 필러 부위가 얇아 보이긴 한다. 하지만 충돌 안전성능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다. 디자인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필러 부위가 얇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이드 미러는 도어 패널에 큼지막하게 달렸다. 참고로 이번 ES는 카메라 사이드 미러를 양산차에 적용한 최초의 모델이다. 하지만 아직 카메라 사이드 미러를 가진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는 법을 갖고 있는 국가는 일본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일본 내수용 ES에만 카메라 사이드 미러가 장착된다. 물론 현대차가 이를 시도하면 관계 부처도 관련 법을 당장 만들어 줄 것이다. 그전까지는 기대하지 말자.
후면부는 얇게 처리된 ‘ㄴ’자형 리어 램프를 중심으로 두터운 범퍼, 리어 스포일러 등으로 멋을 냈다. 리어램프를 잘 보면 방향 지시등까지 ‘ㄴ’ 자로 만드는 등 디테일에 신경 썼다.
ES를 바라보면 전면, 측면, 후면까지 다양한 캐릭터 라인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어떤 각도에서 바라봐도 밋밋함이 없다. 평평한 면 없이 많은 굴곡을 갖췄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디자인을 쓰면 금형 값이 비싸지며 물류 운송에서도 약점이 생긴다. 한마디로 제품 원가가 올라간다는 것. 그래도 렉서스는 아끼지 않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이니까.
차체도 커졌다.
크기 면에서도 GS의 역할까지 대신한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특히 휠베이스를 50mm 늘리며 공간을 키웠다는 점이 좋다. 수치만 보면 E-클래스나 5시리즈보다 짧지만 ES는 전륜 구동이다. 이와 같은 이점을 살려 경쟁차 보다 훨씬 넓은 공간을 갖게 됐다.
인테리어도 많이 달라졌다. 상급 모델 LS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특히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비대칭 대시보드가 좋다. 스티어링 휠도 LS와 거의 동일하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 넘어 LF-A에서 LS 와 LC로 이어진 작은 레버가 눈에 띈다. 왼쪽은 주행 안전장치를 끄는, 오른쪽은 주행모드를 변경하는 역할을 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갖췄다. 선명도나 밝기도 좋다. 속도를 비롯해 가속 페달을 얼마만큼 밟고 있는지 알려주는 에너지 게이지와 내비게이션을 활성화시키면 길 안내도 해준다. 참고로 렉서스의 내비게이션 성능은 업계에서도 상위권이다.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팀이 높게 평가한 것은 ES의 인테리어 소재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한다면 경쟁차들과 다르지 않아 보일 것이다. 이렇게 강조할 필요가 있느냐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만져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고급스럽다. 가죽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38일간 총 67단계의 공정을 거쳤다는 시마모쿠 우드 트림, 심지어 대시보드의 플라스틱 패널조차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ES의 실내에 저렴한 플라스틱은 없었다. 심지어 시트의 뒷부분까지 가죽으로 마감했다. 디자인은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하지만 소재의 재질 등으로 본다면 누구나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를 넘어선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센터페시아에는 12.3인치 크기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이제 렉서스도 벤츠에 이어 12.3인치 디스플레이를 쓴다. 커다란 화면에는 화면 분할 기능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개선됐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변속기 레버 우측에 위치한 터치 패드로 조작한다. 최근 캐딜락도 비슷한 방식의 터치패드를 도입했는데 직관적인 면에서는 렉서스의 것이 낫다.
아쉬운 것은 벤츠처럼 12.3인치 크기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데 반해 화면 터치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하나, 화면 해상도 대비 후방카메라 화질이 좋지 못하다. 화질은 제한적인데 강제로 늘린 느낌이랄까?
시트는 통풍, 열선 모두를 지원한다. 스티어링 휠도 열선 기능도 있다. 설정된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온도를 맞춰주는 오토 모드도 있다. 사실 이 오토 모드가 물건이다. 공조장치 온도를 낮게 설정하면 외기 온도와 상황을 고려해 시트의 통풍 기능이나 열선 기능을 작동시킨다. 단계별 설정까지 알아서 한다.
공조장치 온도를 조작하면 마치 온도 표시창이 ‘스르륵’ 돌아가는 효과를 보여주며 숫자가 바뀐다. 기어 레버 주위 컵홀더에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큰 컵이나 텀블러는 물론 작은 사이즈의 컵을 쓸 때도 편하다. 작지만 좋은 배려다.
뒷좌석은 넉넉하다. 원래 ES의 뒷좌석은 충분했다. 하지만 휠베이스를 50mm 늘리니 레그룸이 더 넓어졌다. 하지만 루프라인 디자인 때문에 헤드룸이 크게 넉넉하다는 느낌은 적다. 뒷좌석 높이를 낮춰 헤드룸을 넓혔다고 하는데 키가 큰 성인 남성이라면 조금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레그룸(무릎 공간)은 E-클래스나 5시리즈 대비 넉넉하다. 중앙의 돌출 부위도 크지 않아 시각적 만족감도 높다. 센터 암레스트를 내리면 공조장치와 열선, 오디오 설정을 바꿀 수 있는 버튼들이 나타나는데 고급차다운 구성이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배터리(니켈-메탈) 위치를 트렁크에서 뒷좌석 하단으로 옮겨 트렁크 활용성이 좋아졌다. 다만 시트 폴딩 기능이 없다. 그래도 스키 스루(Ski Through) 기능이 있어 다행이다.
ES의 인테리어는 만족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몇몇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우선 국내 사양에서 어라운드 뷰 기능이 빠진다. 최상급 트림에도 후방카메라만 탑재된다. 후방카메라는 화질이 아쉽다.
프리미엄 브랜드 신차라면 대부분 풀 LED 라이트를 사용하는데, ES는 최상급 트림에만 적용된다.
무선 충전 장치와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도 최상급 트림(Executive)만을 위한 것이다. 물론 상급의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이야 그렇다 해도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무선 충전 기능 정도는 기본으로 넣어줬어야 하지 않을까?
몇몇 아쉬움이 눈에 띈다고는 하지만 ES는 첫인상부터 주행을 즐기는 내내 만족감이 높았다. 이제 주행을 통해 나머지 부분을 얘기하려 한다.
ES300h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당연히 시동 버튼을 눌러도 고요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까. 다만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이 가동하면 소음이 부각된다. 기존에는 4기통 엔진 소리, 특히 앳킨슨 사이클 특유의 소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모델에서는 조금 더 차분한 음색을 전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참고로 배터리 충전 때의 엔진 회전수는 1000 rpm을 전후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음색의 변화에 이유가 있을까? 4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영향도 있겠지만 엔진룸을 열어보면 그 이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N.V.H.(소음&진동 : Noise, Vibration, Harshness) 강화를 위해 방음 소재를 아끼지 않고 사용했기 때문이다. 엔진룸 하부를 덮었던 방음 패드가 서스펜션 마운트까지 올라와 있다. 엔진 커버를 열어보면 다시금 놀라는데, 정말로 두꺼운 흡음 소재가 쓰였기 때문이다. 바닥 면적의 93%를 모두 방음재로 마감했다고 한다. 참고로 기존 모델은 68% 수준이었다. 이번 ES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 쉽게 체감된다.
이러한 정숙성 강화를 위한 노력은 시속 80km 주행을 할 때 나타난다. 우선 수치를 보자. ES는 80km/h의 속도에서 56.0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참고로 2013년에 테스트를 진행했던 LS 460L이 56.5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다. 제네시스 EQ900 3.3T도 57.0 dBA 수준의 정숙성을 보였는데, ES는 이들을 기록을 쉽게 갈아치웠다.
또한 ES300h의 강점은 부드럽고 천천히 주행할 때 드러난다. 특히 정지 상태에서 40km/h 정도까지 전기모터만으로 가속이 된다. 또, EV 모드 버튼을 눌러 전기모터의 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쓸 수도 있다. 특히 지체 또는 정체 구간에서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며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 이때 정숙성과 연비가 함께 높아진다.
하지만 정숙성보다 하체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강하다. 분명 6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단단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것이 기분 나쁜 딱딱함이 아니다. 또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쇼크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인다. 서스펜션의 움직임으로 볼 때 스트로크는 충분히 긴 편이다. 승차감은 승차감대로 좋게 만들면서 불필요한 출렁거림을 줄였다고 보면 된다. 이에 렉서스가 강조한 다이내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우선 기본 성능부터 알아보자. 이를 위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8.24초였다. 기존 6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8.1초 수준을 보였으니 약 0.1초 정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치는 차량 컨디션, 길들이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실상 가속 성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하이브리드에 쓰이는 CVT(무단변속기)는 특성상 초반 반응이 빠르지 않다. 하지만 이후 전기모터의 풍부한 토크를 바탕으로 100km/h까지 빠르게 가속된다. 대략적으로 3.0리터 급 자연흡기 엔진과 유사한 성능으로 보면 된다.
가속감만 따지면 조금은 밋밋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마력이나 토크감이 운전자를 자극할 정도가 아니며 e-CVT 특성상 엔진 회전수가 일정한 영역에 고정된 상태로 속도만 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도계 바늘만큼은 체감과 달리 빠르게 오른다. 체감만 그럴 뿐, 실제 효율은 좋다는 얘기다.
그렇게 빠르게 오른 속도계 바늘은 ES를 고속 영역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이 영역에서 달리진 ES의 면모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확실히 하체의 조율이 잘 됐다. 속도가 높아졌지만 불안감이 없다는 얘기다. 달릴수록 바닥에 밀착되는 느낌이다. 조금은 밋밋하게 느껴지는 체감에 맞춰 달리다간 과속하기 일쑤다.
고속도로에 올라 ES의 새로운 안전장비를 살펴봤다. 기본 안전사양으로는 10개의 에어백과 팝업 후드가 있다. 여기에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 (LSS+: LEXUS SAFETY SYSTEM+)라 불리는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re-Collision System),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ynamic Radar Cruise Control), 차선 추적 어시스트(Lane Tracing Assist), 오토 하이빔(Automatic High Beam)과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등의 보조 안전장비도 달렸다. 이러한 시스템이 함께 어우러져 SAE 기준 레벨 2 수준의 반자율 주행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시스템의 작동이 꽤나 소극적이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차간거리 설정을 최대한 좁게 해도 경쟁사 모델보다는 긴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앞차 속도가 빨라져도 서서히 속도를 올린다. 보수적인 토요타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지 않아도 차선 중앙을 잘 유지한다. 하지만 지속시간이 짧은 편이다. 또,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작동할 때 운전자가 미세한 개입을 해도 바로 작동을 멈춘다. 타사의 시스템은 운전자가 조작하려 해도 “이쪽이 맞아요!”하며 일정 수준 조작을 해나간다. 반면 ES는 운전자의 작은 움직임에도 “네! 주인님이 맞습니다!”하고 바로 순응하는 모습이다.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매끄럽게 주행해주는지, 탑승자마다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안전”이라는 기준에서 바라볼 때 렉서스의 시스템 쪽이 조금 더 주의 깊게 안전을 챙기는 성격이다.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 주행의 기능 보다 안전 시스템의 역할에 충실하다는 얘기다.
실례로 유로 NCAP이 실시한 액티브 세이프티 안전 테스트 결과에서 토요타의 시스템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테슬라 시스템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부분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아직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최대한 탑승자를 보호하는데 집중하자는 것이 바로 토요타(렉서스)의 액티브 세이프티 시스템 성격이다.
이번에는 제동성능을 보자. 100-0km/h 시험 결과 제동거리 39.79 m를 기록했다. 사실상 40 m대로 보면 되는데 제동 테스트가 반복되어도 최장거리는 41.01m 내외에 불과했다. 많은 토요타 렉서스 모델들의 평균 제동거리는 40 m 전후한다. 과거 ES를 비롯해 IS는 물론이고 캠리도 이러한 제동 성능을 보인다. 토요타(렉서스)는 대중 승용차의 성능을 이쯤에 맞추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제 종합 성능 확인을 위해 와인딩 로드에 들어선다. 아마 ES를 구입하는 소비자 중에서 와인딩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ES는 체급을 올려 E-클래스 및 5시리즈와 제대로 붙어야 하고 렉서스 스스로도 ‘다이내믹’을 외친다. 당연히 기대에 부흥해야만 한다.
개선된 하체 완성도가 상당하다. 코너에 접어들어도 출렁거림 없이 바퀴를 노면에 밀착시킨다. 특히 차체가 낮고 넓게 느끼게 만드는 감각이 이색적이다. 과거처럼 불필요한 움직임도 크지 않다. 깔끔하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할 때도 감각적인 부분이 변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쉽게 느끼기 어려운 직관적인 감각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면 스티어링 휠이 조금 더 무거워지는데, 적당한 무게감을 전달하기에 감각적인 면에서도 아쉬움을 키우지 않는다. 참고로 7세대 ES부터 랙타입 모터 구동 스티어링 시스템인 R-EPS 방식을 사용한다.
새로운 서스펜션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중에서도 댐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초로 스윙 밸브를 댐퍼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밸브를 열거나 닫아서 댐퍼 안에서 흐르는 오일의 양을 조절해주는데, 승차감과 주행성능을 동시에 높이는 요소다. 다만 성능을 위한 퍼포먼스 댐퍼가 준비되는데 이는 최상급 트림(Executive)에서만 만날 수 있다. 나머지 트림의 것은 승차감 확보에 더 의미를 둔 댐퍼라고 보면 된다.
전체적인 주행 완성도(질감)가 크게 향상됐다. 기존 6세대 모델은 편안함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조금 더 주행 완성도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7세대에서는 개선, 아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정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달리기 성능에, 고급스러운 느낌도 실었다.
물론 코너를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돌아나간다는 것은 아니다. 타이어 사이즈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ES는 브리지스톤의 투란자 EL440이란 타이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과거 ES와 달리 타이어 너비를 215mm에서 235mm로 넓혔다. 물론 슈프림 트림(Supreme)에서 215mm를 유지하지만 중심 모델들은 235mm가 기본이다.
덕분에 안정감이 좋아졌다. 하지만 차량 한계가 스포츠카처럼 높아지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EL440이란 제품은 기존 모델인 EL400 대비 승차감을 높이고 접지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내마모성을 더 끌어올린 성격을 갖는다. 분명 EL400 대비 좋은 성능이지만 스포츠 타이어의 그것과는 차이가 크다..
다양한 도로를 달린다. 이를 통해 느껴지는 차체 강성감도 우리 팀을 만족시키기 충분했다. 렉서스에 따르면 기존 ES 대비 구조용 접착제를 2배 이상 썼다고 한다. 또, 레이저 용접을 차체의 120곳에 사용했다. 이외에 전면부에 스트럿 타워나 라디에이터에 구조물을 더하는 등 전면부 차체 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더했다.
이런 요소들은 주행 안정감의 향상과 차체 강성 증가라는 장점을 갖게 한다. 또한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구현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불필요한 휘청거림이 없는, 서스펜션도 편안한 운전을 가능하게 한다. 향상된 차체 강성은 노면 쇼크(충격)가 들어왔을 때 먼저 걸러주는 역할도 겸한다. 결국 이런 종합 요소들이 모여 편안한 운전이 가능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차체도 커지고 강성도 높이면서 각종 장비도 추가했으니 무게도 많이 증가하지 않았을까? 우리 팀이 실제로 무게를 확인한 결과 1699 kg으로 확인됐다. 기존 모델이 1686 kg이었으니 약 13 kg 가량 늘었다. 하지만 새로운 신차는 더 커졌고, 더 많은 장비를 실었다. 이를 감안하면 최소한의 다이어트 흔적을 느낄 수도 있었다.
주행 연비는 ES의 장기다. 고속에서도, 저속에서도, 막히는 구간에서도 큰 차이 없이 고른 연비를 보였다. 토요타가 만든 직병렬식 하이브리드 시스템만의 강점이다. 고속도로에서 100km의 속도로 주행한 결과 ES는 약 22~23km/L 수준의 높은 연비를 보였다. 기존 모델이 약 20km/L 전후의 수치를 보였으니 효율을 한 번 더 높인 것이다.
보통의 가솔린 터보 엔진은 가속페달을 밟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비도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ES는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에 가혹한 주행을 해도 연비 하락폭이 크지 않다. 우리 팀의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 결과 최종적으로 보여준 연비는 약 14km/L 수준이었다. 공인 복합연비가 17km/L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일반 소비자라면 15~16km/L 정도를 어렵지 않게 뽑아낼 듯싶다.
신형 렉서스 ES는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그동안 GS가 E-클래스와 5시리즈를 상대해온 만큼 한 발짝 물러나 여유를 부렸지만 이제 쟁쟁한 그들과 직접 싸워야만 한다. 단지 둘 뿐일까? 아우디 A6, 재규어 XF, 캐딜락 CTS(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제네시스 G80과도 싸운다.
이에 렉서스도 많은 준비 후 ES를 내놨다.
냉철하게 말해보자. 달리는 감각은 분명 독일 3사가 앞선다. 노하우의 차이이며, 이들은 달리는 감각에 특화됐다. 하지만 그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일까? 아니다. 아마 일반인들은 쉽게 차이를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많이 따라잡았다. 또한 전륜 구동(FF)이란 틀 안에서 바라보면 이번 ES의 주행감각은 큰 발전의 폭을 보여준다.
참고로 렉서스가 강조하는 ‘다이내믹’이라는 부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서킷을 달리고 마치 칼로 도려내는 듯한 날카로움이 아니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주행 감각을 기반으로 안정성을 높여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잘 달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운전 재미를 느끼기는 충분하다. 적어도 기존 전륜구동 모델에서는 보기 힘든 감각이니까.
다시금 실내를 보자. 아마 ES가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경쟁차 E-클래스를 보면 ‘우와’하며 탄성을 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동차라는 것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시각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촉각이란 부분, 감성 품질도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ES라면 그 부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물론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의 부재, 무선 충전이나 풀-LED 라이트를 최상급 트림에만 넣은 것을 불만이다. 하지만 이 부분을 제외한 순수 ES에서 흠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ES의 내구성이다. 시간이 흘러야 검증되겠지만 토요타 렉서스가 그래왔듯 장기적인 내구성도 좋지 않을까?
ES는 매번 국내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신형 ES는 다시금 그 인기를 이어갈 것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토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다. 렉서스의 중심 모델 ES300h, 같은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는 토요타의 플래그십 모델 아발론. 시장에서는 ES300h를 다른 차와 비교하려 하지만, 어찌 보면 ES300h는 같은 토요타 그룹 안에 가장 쟁쟁한 경쟁상대를 두고 있지는 않을까? ES가 좋았던 만큼, 아발론에 대한 기대가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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