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럭셔리 세단이란 이런 것..캐딜락 CT6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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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Cadillac)은 지난 1902년에 설립된 고급 브랜드에 속하는데, 미국차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지금까지 114년간 ‘미국 대통령의 차’, ‘성공한 사람들의 차’라는 인식이 깊게 깔려있는 그런 브랜드다.
이처럼 고급차 성향이 짙은 캐딜락이 한국시장에서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내놨다. CT6가 바로 그것. 캐딜락은 CT6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캐딜락의 플래그십 모델인 CT6는 국내에서 소개되자마자 300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인기를 얻고 있는 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캐딜락 측은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월 100대, 연간 1200대 판매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CT6의 인기 비결은 고급스러우면서도 감성이 강조된 디자인 감각을 지니는데다, 강력한 퍼포먼스, 최첨단 안전 사양 등 3박자를 골고루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에서의 판매 가격과 비슷한 가격대를 제시한 점도 매력적인 포인트다.
부드러운 감성, 고급스런 디자인 감각
캐딜락 브랜드는 지난 1998년쯤 새로운 100년을 준비한다는 의미로 캐딜락의 미래 디자인 철학을 공개해 관심을 모았었다. 부드러운 곡선보다는 오버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직선 중심의 디자인이 적용됐다.
중형세단 CTS가 대표적인 예인데, 당시에는 톡톡 튀면서도 유난히 돋보이는 스타일이었다.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서도 주인공 키아누리브스(Keanu Reeves)의 파트너였던 캐리앤모스(Carrie-Anne Moss)와 함께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 깊은 인상을 주었던 건 사실이다.
CT6는 이 같은 직선 중심의 디자인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부드러움과 고급스러움이 묘하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지녔다는 생각이다. 대부분 날카로운 직선을 사용했는데도 결과적으로는 부드러운 감각으로 보인다는 얘기다.
후드 상단의 캐릭터 라인은 잔잔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각형으로 이뤄진 라디에이터 그릴은 대형으로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는데, 크롬이 적용돼 고급스러운 이미지다. LED가 적용된 헤드램프는 ‘ㄱ’자 형상인인데,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조화롭다. 범퍼 하단의 크롬몰딩도 강한 느낌이다.
측면에서는 다이내믹하면서도 고급스런 감각이다. 럭셔리 세단으로서 차체는 길면서도 낮게 세팅돼 안정적인 비율이다. 대형차의 기본 정석이다. 윈도우 라인에도 크롬이 적용됐는데, 뒷쪽 라인은 두텁게 직선으로 처리했다. 일부러 고급감을 더하기 위한 디자이너의 치밀한 계산 때문이다. 사이드 가니쉬도 깔끔한 모양새다.
타이어는 굿이어 브랜드로 245mm의 대형 사이즈다. 편평비는 40%로 세팅돼 스포츠카 못잖도록 달리기 성능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 알로이 휠은 무려 20인치 사이즈로 위압감을 주는데, 스타일은 그냥 멋스럽다.
후면은 크롬 사용을 자제했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뉴 7시리즈가 크롬 몰딩을 과하게 사용해 오히려 싼티났던 것과는 대비된다. 리어램프는 헤드램프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려 통일감을 제공하는데, 램프 끝자락에는 크롬을 살짝 덧씌워 감성적인 포인트를 제공한다.
범퍼 하단의 듀얼트윈 머플러는 CT6의 강력한 심장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트렁크는 골프백 4개는 거뜬히 실을 정도로 넉넉하다. S클래스나 7시리즈의 그것보다도 훨씬 여유롭다.
실내는 ‘럭셔리한 감각’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할 수 있다. 인체공학적이면서도 세련미와 감성미, 고급스러운 감각을 단 번에 느낄 수 있다. 스티칭을 비롯해 재질감이나 버튼류의 터치감 등의 세밀함은 일본 고급차를 압도한다.
프론트 시트는 무려 20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리어 시튼는 틸팅과 마사지 기능도 포함된다.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은 독립제어가 가능해 탑승자 4명이 따로따로 원하는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이온화 시스템으로 외부의 먼지나 악취가 실내로 유입되는 차단해 주는 것도 눈길을 모은다.
알아서 스스로 달리는 자율주행차 초기 버전
CT6와의 첫 만남은 감성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2~3m 정도 차량으로 다가서면 잠김장치가 스스로 해제되는데, 무드조명등이 차량의 실내를 훤하게 밝혀준다. 대낮보다는 어두컴컴한 밤에 분위기를 한껏 높여준다. 다시 몇발작 떨어지면 스스로 알아서 도어락 상태를 유지한다.
시승차는 캐딜락 CT6의 최고급 버전인 ‘CT6 플래티넘(Platinum)’. 배기량 3649cc의 V6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은 340마력(6800rpm), 최대토크는 39.4kg.m(5300rpm)로 스포츠카 뺨치는 강력한 엔진 파워를 지닌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실내는 정숙한 감각이다. 엔진회전수 800rpm에서의 아이들링 상태에서 실내 소음은 49dB을 가리킨다. 렉서스 LS나 제네시스 G80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보다는 약간 낮다. 아주 조용한 주택가나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정도다.
토크감은 저속의 엔진회전 영역에서부터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 반응은 부드럽다. 그러면서도 강렬한 감각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다. 발끝에서 느끼는 페달의 담력은 적절하게 세팅됐다.
주행중 정숙감은 만족스럽다. 시트 착좌감은 럭셔리 세단치고는 하드하게 세팅된 편이지만, 승차감은 부드럽고 안락하다. 윈드스크린이나 이중으로 접합된 윈도우는 주행중 소음을 제대로 차단한다.
주행중 오디오 사운드는 최상이다. 중저음에서 고음에 이르기까지 음질의 맛깔스러움은 지금까지 시승해본 럭셔리 세단 중 제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도 그럴것이 CT6에 적용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차량 곳곳에 스피커가 무려 34개나 탑재된다. 최고급차로 불려온 벤츠-마이바흐 S600에 24개가 장착된 것보다 훨씬 많다. 콘서트홀을 방불케 한다.
중고속에서의 주행감은 탄력적이다. 차체 길이가 5185mm, 차체 중량이 1950kg의 거구지만, 달리는 맛은 스포츠카 못잖다. 파워풀하면서도 절제된 주행감각은 럭셔리 세단으로서 굳이 흠잡고 싶지 않다. 8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도 무리없다. 단단한듯 부드러운 승차감에 패들시프트를 통한 변속감도 드라이빙의 재미를 더하기는 마찬가지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도 안전성을 높인다. 와인딩 로드에서 차체는 견고한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빠르게 빠져나온다. 주행라인은 뉴트럴 스티어에 가깝다. 과거 캐딜락 드빌(Deville)에서 보여줬던 물렁물렁한 맛은 온데간데 없다.
캐딜락 CT6는 자율주행차의 주행감을 어느정도 느낄 수 있다. 오는 2020년쯤이면 포드(Ford)를 비롯해 벤츠, BMW, 토요타, 혼다 등 유명 브랜드에서 스스로 알아서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캐딜락 CT6에서도 이런 주행감을 맛볼 수 있다.
차선이탈경고시스템(LKA)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ACC)을 활성화 시킨 상태에서 시속 60km 이상으로 주행하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어도 레인을 따라 스스로 알아서 달린다.
차선 변경 신호없이 차선 경계를 이탈하려는 순간에는 스티어링 휠이 자동으로 살짝 움직여 차량의 직진 방향을 유지시켜 준다. 시승 구간이나 레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발생하지만, 정확성은 최상이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카메라와 레이더 기술을 통해 앞차와의 속도에 따라 일정한 거리를 유지시켜주는 것도 주행안정성을 높인다. 전방 추돌 경보시스템(FCA)은 주행중 앞 차와의 거리가 좁아져 추돌 위험이 발생할 경우 경고를 통해 안전운전을 돕는다. 졸음 운전시 미연의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다.
캐딜락 CT6에는 이밖에 야간 주행시 보행자나 도로상의 장애물을 구별해 감지하는 나이트 비전 시스템(NVS)을 비롯해 360도 서라운드 비전 시스템, 보행자 충돌 방지 시스템(FPB) 등 최첨단 안전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CT6의 공인 연비는 도심 7.2km/ℓ, 고속도로 9.9km/ℓ 등 복합연비는 8.2km/ℓ이다. 실제 주행에서는 이보다는 낮았지만, 운전자 개인의 주행 습관에 따라 연비가 좌우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캐딜락 CT6의 시장 경쟁력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하는데 있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는데, 럭셔리 세단 부문에서는 쏠림 현상이 뚜렷한 것도 특징이다. 호불호가 명확하다는 얘기다.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50%를 훨씬 뛰어넘는 점유율을 보인다. BMW 7시리즈는 벤츠 S클래스의 1/3 수준이다. 이외에 아우디 A8과 렉서스 LS, 재규어 XJ가 이 시장에서 틈새를 노리는 형국이다.
캐딜락은 CT6를 통해 럭셔리 세단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는데, 사실 오랫만에 제대로 된 물건을 내놨다는 생각이다. CT6는 S클래스와 7시리즈를 주력 경쟁 모델로 삼고 있는데, 디자인이나 품질, 최첨단 장치, 감성 등에서 뒤지지는 않는다는 게 기자의 생각이다.
여기에 판매 가격은 트림별 모델에 따라 CT6 프리미엄 7880만원, 플래티넘 8580만원으로 책정된 것도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이유다. 미국 시장에서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프리미엄 6만8161달러(한화 약 7770만원), 플래티넘 8만9709달러(한화 약 1억4542만원)이다. 한 단계 아랫급 모델인 벤츠 E 300 4매틱(7700~79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캐딜락 CT6는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가 높지 않다는 건 단점으로 꼽힌다. 벤츠나 BMW만을 선호하는 대부분의 국내 소비자들에게 캐딜락이라는 브랜드를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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