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전하는 플래그십, BMW 7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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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생각하는 플래그십은 조금 특별하다. 보통 플래그십 세단이라고 하면 육중하고 근엄한 모습과 함께 뒷좌석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커다란 엔진을 넣고 기름을 부어가며 한없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BMW는 다르다. 차에 탄 모두에게 만족을 주고, 최첨단 편의장치로 ‘올드’한 느낌도 없앴다. 차별화된 주행 실력도 여전하다. 기존 플래그십 세단의 고정관념을 벗어나 새로움과 혁신을 찾는 모습에서 BMW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도전하는 플래그십 세단, 바로 ‘BMW 7시리즈’다.
큰 형다운 또렷한 얼굴
7시리즈의 첫인상은 영락없는 BMW다. BMW차를 보면서 영락없는 BMW라니 이 무슨 당연한 얘기를 하나 싶을 거다. 그런데 7시리즈를 다시 바라보면 커다란 키드니 그릴을 비롯해 그릴과 붙은 풀 LED 헤드램프, 반달 모양으로 끊어진 주간주행등(DRL)까지… 최신 BMW의 얼굴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차가 7시리즈다. 실물을 직접 보면 무슨 얘긴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다. 그리고 기다란 허리도 인상적이다. 시승차인 730Ld x드라이브의 휠베이스는 3,210mm, 국산 경차의 전체 길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옆면은 딱 필요한 선만 사용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여기에 BMW의 특징인 호프마이스터킥(옆 유리창 끝을 둥글게 말아 넣은 디자인)과 문 손잡이 가운데를 지나가는 선도 빠짐없이 그려 넣었다. 뒷모습은 테일램프 디자인을 날렵하게 다듬고 트렁크와 배기구 주변에 가로로 긴 크롬장식을 추가하는 정도로 변화를 최소화 했다.
최첨단 기술의 절정
실내는 기존 7시리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최첨단 편의장치를 가득 집어넣어 완전히 다른 차로 거듭났다. 차 문을 여는 ‘키’부터 다르다. 작은 액정화면이 달려있어 내 차의 상태와 주행가능거리, 출발시각을 설정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진짜 ‘스마트키’다.
최첨단 키를 갖고 안으로 들어가면 더욱 화려한 기술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먼저 센터페시아 위로 불쑥 솟은 널찍한 모니터는 조그셔틀과 음성인식은 물론 터치기능까지 통합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기능을 조작하는 '제스처 컨트롤’ 기술도 새로 추가됐다. 신기하면서 익숙치 않은 동작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 여기에 터치식 공조장치와 각종 버튼, 화려한 디스플레이 계기반은 마치 미래형 콘셉트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 같은 구성이 7시리즈의 주요 고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다른 차들에 없는 신기술을 양산차에 넣고 도전하는 BMW의 자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성도 높게 구현해 낸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BMW 코리아는 내비게이션 전담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도로에 최적화된 지도를 만들었다. 실시간 교통상황은 물론 업데이트 역시 BMW코리아가 제공한다. 사실적인 3D 모드와 길 안내, 정확성, 연동성 등은 일반적인 내비게이션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나다. 수입차 내비는 못쓰는 것, 안 쓰는 것 이라는 선입견은 일찌감치 버리는 게 좋겠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뒷좌석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신형 7시리즈의 뒷좌석 역시 호화롭고 사치스럽다. 개별 모니터를 비롯해 팔걸이에는 심지어 삼성전자의 태블릿 PC마저 붙어있다.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각종 기능을 조절할 수 있고, 따로 떼서 갖고 다닐 수도 있다. 이 외에 진짜 나무, 진짜 가죽으로 감싼 실내와 적재적소 배치한 은은한 조명등, 버튼 하나로 비행기 일등석 부럽지 않은 넓은 공간을 연출하는 기능들은 7시리즈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부분이다.
품격높인 주행성능
신형 7시리즈는 크게 3.0리터 디젤과 4.3리터 가솔린 모델로 나뉜다. 그 중 시승차는 직렬 6기통 3.0리터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된 730Ld x드라이브 모델로 최고출력 265마력, 최대토크 63.3kg.m를 발휘한다. 처음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부드럽게 출발하는 감각과 스르륵 미끄러져 나가는 주행느낌이 인상적이다. 분명 디젤엔진이 탑재된 차를 타고 있는 데 주행감각은 잘 세팅된 가솔린 차를 모는 것 같았다.
정숙성은 기대 이상이다. 디젤 엔진 특유의 걸걸거리는 소리나 떨림, 거친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디젤차인지 가솔린차인지 모를 정도다. 고속주행에서도 하체에서 들려오는 바닥소음이나 창문 너머 들리는 풍절음 같은 건 거의 없다. 디젤의 단점인 소음과 플래그십 세단의 특징인 정숙성을 드러내려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그렇다고 이 차가 한없이 부드럽고 고요한 플래그십 세단은 아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에 놓으면 다른 성격의 차로 변한다. 빨간색으로 바뀌는 계기반을 비롯해 꽤 거친 배기음도 실내에 들어오고 BMW 특유의 운전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길고 육중한 덩치를 갖고 있으면서도 가뿐하게 고속 영역에 차를 올려 놓는다. 고성능 해치백이나 경량 로드스터와는 또 다른 묵직한 짜릿함이다.
이 외에 8단 자동 변속기와 서스펜션, 하체세팅은 각 운전모드에 맞게 차이가 명확하고, 차선을 벗어나면 알아서 운전대를 틀어주는 안전기능, 도로를 읽어 서스펜션 감쇄력을 조절하는 장치 등 최첨단 기술들은 실시간으로 차의 움직임을 도와준다. 때문에 버겁거나 불안함보단 믿음직스럽고 여유롭다. 뒷좌석 승차감은 말할 것도 없이 편하고 부드러우며, 효율 좋은 디젤 엔진으로 기대 이상의 연비는 덤이다.
7시리즈만의 또 다른 도전
BMW 신형 7시리즈는 기존의 틀 안에 차를 가두지 않았다. 그래서 경쟁차종과는 조금 다른 도전적인 차를 내놨다.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만큼 새로운 첨단 장치와 기술을 몽땅 담아냈다. 차 곳곳에서 드러내는 고급스러움과 자신감은 이 차를 타는 사람에게 자부심을 느껴지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혁신적이지 않을까 싶다. ‘Timeless(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이런 가치에 BMW의 철학을 녹여낸 차가 이 회사의 기함, ‘7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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