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SUV와 하이브리드의 장점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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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는 라브4를 통해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SUV는 프레임 바디와 오프로드 주행에서의 성능만 강조됐다. 도요타의 발상 전환은 SUV 역사에 큰 변화를 줬다. 가벼운 모노코크 바디를 적용해 효율성을 끌어올렸고, 무게도 가벼워졌다. 그리고 차체도 낮고, 승차감이나 운전 감각까지 높인 SUV가 탄생하기 시작했다.
1세대 라브4 이후 작지만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크로스오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싸고 생산이 까다롭던 프레임 바디 대신, 승용차와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연구 및 생산 시간, 제작비 등을 모두 줄일 수 있었다. 크로스오버는 브랜드에게 큰 돈을 벌어주는 효자로 우뚝 섰다.
라브4는 22년 동안 전세계 150여개 국가에서 600만대 이상이 판매되며 도요타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등극했다. 그리고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주력으로 가져가면서 라브4는 다시 한번 큰 변화를 겪게 됐다.
# 하이브리드와 사륜구동 시스템
도심에 특화된 SUV는 굳이 사륜구동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전륜구동 방식이 가격도 저렴하고, 무게도 가벼워 연료효율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
도요타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라브4 하이브리드를 사륜구동 방식으로 만들었다. 기존에 쓰던 하이브리드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면, 연료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도요타는 굳이 전기모터를 추가하며 사륜구동 방식을 고집했다. 연료효율에 집중하기 보단 활동성에 더 초점을 뒀다.
사륜구동의 혜택은 크다. ‘E-four’ 시스템이 장착된 라브4 하이브리드는 굽이진 산길에서 예상 밖으로 움직였다. 각 바퀴의 구동력 배분을 통해 궤도를 지켰다. 차체의 한계를 사륜구동 시스템이 보완해줬다. 더욱이 일반 모델에 비해 무게 중심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속도를 높여도 꽤나 안정적이었다.
구동력이 변하는 것은 일반적인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과 동일하지만, 기계적인 연결이 아닌 독립된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돌리기 때문에 상황 대처가 빠르다는게 도요타의 설명이다. 차의 무게나 크기를 감안하면 코너에서의 움직임은 훌륭했다. SUV의 어색함이 크지 않았다.
특히 순간적인 힘을 전달하기엔 전기모터의 성격이 큰 장점으로 다가온듯 했다. 전기모터는 작동함과 동시에 최대토크를 발휘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더 우수하다. 또 주행과 관련없는 장점도 있다. 기계적인 연결이 없기 때문에 엔진의 동력을 뒷바퀴로 전달하는 프로펠러 샤프트가 없다. 그래서 실내 공간에 대한 이점을 얻었고, 기계 장치를 통한 사륜구동 시스템보다 구성이 간소하다.
# E-four 시스템을 통해 얻은 장점
E-four 시스템은 험로 주파보단 주행 안정성을 위함이고, 원활한 가속을 돕는다. 물론 주행 안정성도 높여준다. 고속 안정성은 렉서스 수준으로 올라왔다. 다만 가속 성능은 역시 큰 엔진을 사용하는 렉서스가 더 뛰어나다. 하지만 라브4 하이브리드도 동급의 경쟁 모델을 생각하면 결코 부족함은 없었다.
여전히 앳킨슨 사이클을 사용하는 2.5리터 가솔린 엔진과 e-CVT 변속기의 조합은 고속주행에 유리하지 않다. 렉서스처럼 3.5리터 엔진을 장착하면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만, 라브4 하이브리드는 경제성이 더 부각되는 모델인만큼 공격적인 파워트레인 조합을 사용하진 않았다.
강력한 힘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호쾌했다. 특히 E-four 시스템이 본격적인 작동을 시작할땐 아주 듬직하게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회전수가 급상승하면서 유독 부각되는 엔진 소음만 없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급가속만 하지 않으면 매우 쾌적하게 달릴 수 있었다. 특히 차체 밑바닥엔 노면 소음 억제를 위한 차음재가 보강됐다. 풍절음도 SUV임을 감안하면 잘 정제됐다.
연료효율에 있어서 디젤 파워트레인도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정숙성과 안락함에 있어서는 결코 하이브리드를 따라올 수 없다. 장시간 운전하면 이런 차이는 더 크게 다가온다. 운전습관에 따라 연비는 제각각이겠지만, 안락함을 느끼는 정도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SUV 하이브리드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 꾸준한 상품성 개선의 노력
국내에 출시된 라브4 하이브리드는 4세대 라브4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4세대 모델부터 적용된 ‘킨 룩’을 더 다듬었다. 최근 도요타의 디자인은 급변하고 있다. 렉서스는 디자인의 호불호를 떠나 확고한 정체성을 갖게 됐는데, 도요타는 통일성이 크지 않다. 브랜드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신형 캠리도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로 때아닌 디자인 수정이 이뤄졌고, 신형 프리우스에 대한 반응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라브4 페이스리프트는 말끔하게 변했다. 최근 도요타의 디자인 중 가장 성공적인 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헤드램프는 할로겐에서 LED로 신분이 상승했고, LED 리어콤비네이션 램프도 적용됐다.
실내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일부 소재를 개선했다지만 촉감이 그리 좋지 않다. 특히 아이폰6 플러스보다 작은 센터 디스플레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또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 주변 버튼은 몹시 크다. 버튼 구성은 직관적이지만, 사용감은 그리 훌륭하지 않다.
그래도 공간적인 부분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뒷좌석도 충분히 넓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지만 화물 공간도 크게 아쉽지 않다. 또 테일게이트는 버튼 하나로 자동 개폐되기 때문에 편의성도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이브리드 SUV는 그리 많지 않다. 비록 생소하긴 하지만 막상 이질감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SUV가 갖지 못하는 장점이 부각됐다. 라브4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통해서 연료효율과 정숙성, 안정성까지 챙긴 모델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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